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운전기사가 준재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정중히 불렀다.“도련님, 오셨습니까?”준재가 대답하며 뒷좌석에 타자, 뒤이어 조수석에 탄 남준이 안전벨트를 매며 물었다.“도련님, 집으로 가시겠습니까, 회사로 바로 가시겠습니까?”준재는 잠시 생각하고 말했다.“집으로 가서 옷을 좀 갈아입어야 할 것 같아. 그다음 회사로 가자.”준재가 입고 있던 옷은 어제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와 같은 정장이었다.이는 회사에 입고 갈 옷이 아니었다.남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운전기사에게 말했다.“제란원으로 가주세요.”차는 곧바로 출발했고, 준재는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봤다.그는 자기도 모르게 쌍둥이의 귀여운 모습을 떠올렸다.그는 피식 웃음이 나왔고, 이제 막 떠났지만 아이들이 그리웠다. 언제 다시 그들을 만날지도 미지수였다.순간, 남준의 말이 들리자 그는 생각을 멈출 수 있었다.“도련님, 어젯밤에 일어난 사건이 뉴스에 떴습니다. 고 선생님의 사건도 알려졌고 많은 사람이 그녀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요.”“줘 봐.”이 말을 들은 준재는 남준의 손에 있던 휴대폰을 뺏어 들었다.어제 그가 폭로한 내용은 다정이 그렇게 비난을 받을 리가 없었다.휴대폰 화면 속에는 뉴스 헤드라인이 떠 있었다.준재는 그 뉴스를 읽으며 내용을 살펴보았다.해당 뉴스의 내용은 결혼식이 끝난 뒤, 뒤풀이로 시작했다.초반에는 많은 사람이 고다빈의 결혼식을 부러워했다.각종 매체도 차례로 보도했다.이에 팬들의 댓글이 줄줄이 달려있었다.[고 배우님, 결혼 축하해요. 행복하게 사세요!]이들의 결혼 소식은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다.이후 다빈의 스캔들이 터졌다.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새로운 실시간 검색어가 SNS 게시물을 차지했다.[#세가의 비밀: 떠오르는 샛별 고다빈의 엄마는, 한 집안을 망가뜨린 상간녀였다.][#청순한 이미지가 망가진 유명 배우 고다빈. 언니의 약혼자를 빼앗다.][#고다빈, 진시목. 선남선녀에서 사랑과 전쟁으로.]
오늘 아침, SNS에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갑자기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했다.[오늘 고 씨 집안의 내막을 공개하겠습니다. 인기 여배우 고다빈. 그녀의 아버지 고경영, 그녀의 어머니인 심여진은 젊었을 때부터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습니다. 떠도는 소문처럼 바람피우고 이혼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고 씨 집안의 큰딸은 고다정입니다. 그녀의 어머니인 강수지는 고경영과 결혼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 연인을 갈라놓았습니다.]갑작스러운 이 게시물은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그것도 새벽 5시에.대부분의 사람은 자고 있을 시간이었다. 일찍 일어난 사람이 있더라도 아침을 먹을 시간이었다. 새벽 5시는 SNS에 접속하는 사람이 가장 적은 시간대였다.그런데 이 게시물이 갑자기 화제가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여준재는 진지한 표정으로 게시물에 집중했다.이어 처음 그 게시물을 올린 인플루언서는 또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했다.[고경영이 고다정을 임 씨 집안의 아들과 결혼시키려 하던 것도 전부 그녀의 행복을 위해서였습니다. 그는 마음고생이 많았습니다. 고경영은 진심으로 딸을 아꼈지만, 집을 나간 딸 때문에 이런 하책을 내린 겁니다. 그가 어쩔 수 없이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건, 모두 고 씨 집안의 큰딸이 자신의 몸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점점 많은 사람이 모여 관심을 보였다.[그게 사실인가요?][고 씨 집안 큰딸에게 무슨 일이 있었어요?]이는 상단에 고정된 댓글이었다.대중의 관심은 고다빈에서 고다정에게 옮겨졌다.고정 댓글은 아무리 봐도 누군가가 일부러 해 놓은 것처럼 보였다.몇 분도 채 되지 않아 좋아요 수가 폭발했다. 심지어 수상할 정도로 많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인플루언서도 소식을 전했다.[6년 전, 고다정은 약혼 전날, 클럽에 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습니다. 고경영은 걱정되는 마음에 그녀가 잘 살 수 있도록 재벌 집안을 찾아줬지만, 이렇게 헐뜯을 줄은 누가 알았겠습니까?]점점 더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글
슬픈 표정의 고다빈을 본 진시목은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다빈아, 실시간 검색어는 내가 내려놨어. 네 오명을 벗겨줄 사람도 찾았으니 너무 슬퍼하지 마.”시목은 다빈을 품에 안고 부드럽게 말했다.다빈은 그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시목을 밀어내며 말했다.“그냥 기분이 안 좋단 말이야!”그녀는 고개를 돌렸고 화를 내며 그에게 불평했다.“장미가 전화로 어젯밤에 일어난 일 때문에 광고 두 개가 취소됐다고 했어!”다빈은 화를 냈다, 그 광고는 세계적인 브랜드였고 상당한 가치가 있는 광고였다.시목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광고는 앞으로도 들어올 거야.”다빈은 더욱 화를 내며 소리쳤다.“광고만 없어진 게 아니야! 내가 여주인공으로 뽑혔던 드라마도 취소됐다고!”그녀는 그 말과 함께 화분 속의 꽃 한 송이를 꺾었고, 이내 다시 불평하기 시작했다.“내가 여주인공이 될 수 있었는데, 이 모든 게 전부 고다정 때문이야! 걔만 아니었으면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거라고!”원래였으면 어젯밤은 그녀에게 있어 가장 행복한 순간이어야 했다.많은 사람이 주목해야 했고 무수한 팬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그러나 다정이 나타남과 동시에 그녀의 계획은 다 흐트러졌다.다빈은 조만간 복수할 예정이었다!시목은 재빨리 그녀를 위로했다.“괜찮아. 광고가 취소됐으면 내가 찾아줄게.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그가 자신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은 따뜻해졌지만 겉으로는 헛웃음을 지을 뿐이었다.시목은 다정한 눈빛으로 다빈을 바라봤다.그는 아내를 품에 안고 말했다.“나도 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어. 가장 억울한 사람은 당신이야.”비록 다빈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더라도 그녀는 결국 시목의 아내였다.다빈은 그가 안아주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고,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그러나 다정을 생각하면 이내 기분이 나빠지기도 했다.다빈은 몸을 일으켜 시목에게 물었다.“시목 씨, 고다정이 여 씨 집안의 여자친구라는 말이 사실이야?”
고다정은 아무렇지 않을 리가 없었다.누군가에게 손가락질받는다는 것은 정말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그러나 그녀는 이 모든 일이 고 씨 집안과 진 씨 집안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다정이 아무리 신경 쓴다 해도 소용없었다.그녀는 진 씨 집안을 건드릴 수 없었기에 신경 쓰지 않고 무시할 수밖에 없었다.다정이 신경 쓴다면 더욱 괴롭힐 게 뻔했다.그녀는 담담하게 웃으며 임은미에게 말했다.“은미야, 난 괜찮아. 걱정하지 말고 얼른 출근해.”다정의 눈빛은 진지했고, 맞은편에 있던 은미는 눈을 깜박였다.은미는 의아한 듯 말했다.“오늘 주말이잖아. 출근 안 해.”그녀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쿠션을 끌어안고 놓지 않았다.“난 몰라, 여기 온 김에 네가 해준 밥이 먹고 싶어!”입을 삐죽 내밀고 있는 은미의 모습은 매우 귀여웠다.다정은 피식 웃으며 감동했다.그녀는 은미가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에 남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다정은 은미 옆에 서서 팔짱을 끼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마침 잘됐네. 약밭에 가서 잡초를 뽑아야 하는데, 좀 도와줄래?”그녀는 스캔들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처럼 목소리가 밝았다.은미는 그런 다정의 모습에 몰래 한숨을 돌렸다.은미는 얼굴을 찡그린 채 오바하며 입을 열었다.“아!”그녀는 소파 쿠션에 파묻혀 있었다.은미는 다정이 만든 음식을 먹고 싶을 뿐,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다정은 그녀를 끌어 올려 엉덩이를 토닥이며 말했다.“게으른 사람은 필요 없으니까, 밥 먹고 싶으면 먼저 일을 해!”은미는 원망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입을 내밀며 동의했다.은미는 무방비 상태인 다정을 간지럽혔다.“두고 봐, 날 간지럽히고도 무사할 거라 생각해?”다정은 장난기 그득한 얼굴로 은미를 간지럽혔다.“헤헤, 하지 마. 내가 잘못했어!”두 사람은 웃고 떠들며 기분 좋은 순간을 보냈다.그들은 땀이 날 정도로 장난을 쳤다.어느새 기분도 많이 좋아졌다.하준과 하윤은 이미 작은 모자와 장갑을 끼고 그들을 도와줄 준
고다빈은 장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여론을 조작한다는 거야?”장미도 궁금했다.[아직 누군지 알아내지는 못했어요.]다빈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까놓고 말해서 고 씨 집안과 진 씨 집안 외에는 이런 능력을 갖춘 집안이 많지 않았다.‘도대체 누구인 거야?’다빈은 어떤 생각도 나지 않아 장미에게 지시했다.“기사를 내릴 방법을 계속 찾아봐!”다빈은 상대방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다빈은 바로 서재로 달려가 진시목을 찾았다.시목이 서재에서 일하고 있을 때, 다빈이 문을 열었다.“다빈아, 무슨 일이야?”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본 시목은 걱정스럽게 물었다.다빈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내 부정적인 기사가 내려가지 않았어. 오히려 더 이슈가 되고 있다고. 근데 고다정 기사만 다 내려가 있어. 누가 뒤에서 장난을 치고 있는 것 같아. 시목 씨, 힘 좀 써서 나 좀 도와줘.”JS그룹은 광범위한 산업 분야를 다루고 있었고, 연예계도 섭렵하고 있었다.JS그룹은 어느 정도 위치가 있는 그룹이었다.다빈의 말을 들은 시목은 절반 정도 처리한 서류를 내려놓았다.그는 다빈을 위로하며 말했다.“다빈아, 걱정하지 마. 바로 이 일을 조사할 사람을 붙여볼 게.”시목은 JS그룹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다빈이의 기사는 어떻게 된 일이야?”직원은 잠시 알아보더니 그에게 대답했다.[도련님, 확실히 누군가가 중간에서 방해하고 있습니다. 여론은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데, 전부 도련님과 아가씨를 비난하고 있습니다.]시목은 눈살을 찌푸리며 진지하게 말했다.“누가 그랬는지 알아냈어?”[아직 찾지 못했습니다.]직원도 난처했다.시목이 전화를 끊고 SNS를 열어 보자 그의 미간은 더 세게 찌푸려졌다.그들을 비난하는 댓글은 늘어나고 있었고, 이상하게도 다정에 대한 기사는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시목 씨, 어떻게 된 일이야? 우리 어떡해! 이러다 연예계에서 퇴출당하는 거 아니야?”다빈
이 말에 여준재는 수중의 일을 멈추었다.준재는 눈썹을 찌푸리고 잠시 침묵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다정을 찾아도 소용없어. 이 일은 결국 내가 결정하는 거니까.”구남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렇다면 그 두 집안은 아마 고다정에게 손을 대지 않을 것이다.남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사무실을 떠났다.남준이 떠난 후, 준재는 혼자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내가 있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거야.’이때의 다정은 컴퓨터 앞에 앉아 기사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다정은 눈살을 찌푸리고 눈동자를 굴렸다.보면 볼수록 다정의 표정은 더욱 미묘해졌다.다정의 기사는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다정은 SNS에‘고다정'이라는 세 글자를 검색했다. 그 결과,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다정을 욕하던 사람들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다정에게 불리한 그 어떤 발언도 찾을 수 없었다.속도로 따지자면 그야말로 신속이었다.다정은 SNS에 대해 관심이 없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지만, 그런 다정이었음에도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이상한지는 알 수 있었다.분명 누군가가 다정을 도와 기사를 억누르고 있었다. ‘이 정도면 많은 돈을 써야 해. 도대체 누가 한 걸까?’다정이 아는 큰 인물 중 고씨 집안사람과 진씨 집안사람도 아닌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었다.‘설마, 여 대표님?’다정은 눈을 크게 떴다.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럴 리가 없었다. 또 불가능하다고 느껴졌다.“여 대표님한테 득이 될 게 하나도 없는데, 나를 도와줄 이유가 없잖아.”다정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준재는 이런 쓸데없는 일에 참견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정은 자신과 준재의 관계가 그 정도로 가깝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럼 도대체 누가 이런 거지?’다정은 모든 정신을 집중해 자신을 도와준 사람을 찾고 싶었다.다정이 생각에 잠겨있을 때, 전화가 울렸다.고경영이었다.갑자기 다정의 표정이 싸늘해지더니 그 전화를 거절했다. 이미 어머니의 목걸이는 가져왔으니 더 이상 고씨 집
전화를 끊은 고다정은 얼굴이 새파래진 채 관자놀이를 비볐다.‘왜 저런 사람이 내 친아빠인 거야!’화가 치밀어 오른 다정은 목이 메어 기침을 두어 번 했다.하윤과 하준은 소리를 듣고 달려왔다.두 아이는 다정의 양옆에 서서 걱정하는 얼굴로 바라봤다.“엄마, 왜 그래요? 누가 괴롭혔어요?”하준은 다소 화를 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우리 엄마를 괴롭히는 사람은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엄마, 괜찮아요? 화내지 마요.”하윤은 다정의 팔을 잡아당겼고 목소리는 부드럽고 말랑말랑했다.사랑스러운 자신의 두 아이를 보자 다정은 순간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았다.“엄마는 괜찮아.”두 새끼 고양이도 야옹야옹 울며 달려와 다정의 손을 핥았다.사랑스러운 두 아이와 귀여운 고양이 두 마리, 그 장면은 따뜻하면서도 아름다웠다.다정은 이내 미소를 되찾을 수 있었다.적어도 다정에게는 진정한 가족이 있다. 아이들과 외할머니는 다정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었다.강말숙과 임은미도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그녀들은 아이들과 다정의 대화를 모두 듣고 있었다.‘아마 또 진씨 집안이나 고씨 집안사람이 전화했겠지.’말숙은 뉴스를 보지도 않았고, SNS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몰랐지만,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 두 집안은 절대 다정을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외할머니.”다정은 서둘러 일어나 외할머니를 부축하며 앉혔다.말숙은 앉자마자 다정에게 물었다.“다정아, 방금 전화한 사람은 누구니?”다정은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알렸다. 아니, 숨길 필요도 없었다. “고경영이요, 고씨 집안과 고다빈 일이 아니면 그 사람이 저한테 전화할 이유가 뭐 있겠어요.”다정은 콧방귀를 뀌었고, 그런 경영을 생각하니 구역질이 났다.말숙은 의아해하며 물었다.“고씨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긴 거야?” 결코 말숙은 고씨 집안을 걱정하는 게 아니었다. 단지 손녀가 그들과 연루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다정은 할머니의 옆에 앉아 어쩔 수 없이 상황을 설명했다.“누가 인터넷에 고경영이 바
저녁 식사 후, 임은미는 집으로 돌아갔다.하준과 하윤은 엄마를 도와 하준은 설거지하러 갔고, 하윤은 식탁을 닦고 의자를 정리했다.스스로 자신을 돕는 아이들을 본 고다정은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하윤은 집안일을 마치고 다정에게 달려가 부드럽고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또 뭐 하면 돼요?”다정은 잠시 생각을 한 뒤, 입을 열었다.“오빠가 설거지를 끝내면 엄마랑 국어공부 하자. 어때?”이번 해가 지나기 전에 아이들에게 말을 가르쳐줘야 했다.다정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사용할 교재들도 미리 사 놓았다.‘미리 공부를 해 놓는다면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더욱 수월해질 거야.’‘예습은 해도 나쁠 게 없잖아.’이를 생각한 다정은 매우 흡족했다.하윤이 잠깐 생각하더니, 곧 손뼉을 치며 대답했다.“좋아요! 하윤이는 배우고 싶어요!”하윤은 조그마한 송곳니까지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정말 활기차고 귀여웠다.다정은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하준아, 설거지 다 했니?”“네, 엄마!”하준은 대답한 뒤, 다정에게 달려갔다.“오빠, 엄마가 우리한테 단어를 알려주신대!”하윤은 오빠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하준이 다정을 바라보니 하윤은 매우 신나 보였다.하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다정은 그들에게 말했다.“방으로 가자. 오늘 엄마가 3학년 내용을 가르쳐 줄게!”다정은 미리 준비한 교재를 꺼내 아이들 방으로 들어갔다.그런 다음 책상 중앙에 앉아 양옆으로 아이들을 앉혔다.“자, 엄마랑 같이 읽어보자. ‘속마음’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자기만 아는 비밀스러운 내용이야.”교재에 나온 단어를 가리키며 아이들을 정성껏 가르쳤다.“저도 알아요, 엄마.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은 진심, 맞죠?”하윤은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였다.다정은 다시 종이를 꺼내 두 아이에게 받아쓰기 연습을 시켰다.“엄마, 우리 말은 너무 아름다운 것 같아요. 받아쓰기도 어렵지 않죠.”네 권의 교재를 다 읽은 하준은 어깨를 으쓱거렸고, 하윤도 하준과 같은 생각을 했다.“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