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정말 저와 어울리는 사람을 만나면 결혼할게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강말숙은 다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안심할 수 있어.”오후가 되자, 다정은 쌍둥이를 데리러 유치원으로 갔다.집에 돌아온 아이들은 오늘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엄마에게 이야기했다.“맞다! 엄마, 이틀 후에 유치원에서 학부모회를 연대요. 엄마, 아빠 다 오라고 했어요!”‘학부모회?’다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엄마가 꼭 갈게.”하윤이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그럼 아빠는요? 아빠도 올 수도 있어요?”그 말에 다정은 할 말이 없었다.쌍둥이가 희망이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다정은 아이들의 마음은 알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녀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하준아, 하윤아, 너희들도 알다시피 우리 집은 좀 특별한 상황이야. 하지만 엄마 혼자 가도 아무 문제없단다.”하지만, 하윤은 실망한 얼굴이었다.아이는 어깨가 축 처진 채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다정은 하윤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오늘따라 왜 저러지?”평소에 하윤답지 않은 모습이었다.오빠 하준이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엄마…….”하준은 입술을 꽉 깨물고 주저했다.그녀는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래, 하준아?”“엄마한테는 솔직히 말해도 돼.”하준은 겨우 입을 열었다.“엄마, 오늘 어떤 애가 나랑 동생을 보고 아빠 없는 호래자식이라고 했어요.”그 말에 다정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평소에 두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다 알고 있었다.하준은 철이 든 아이였지만, 사실 매우 예민한 아이였다. 그녀는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한참만에야 겨우 입을 뗐따. “하준아, 너희들은 아빠 없는 호래자식이 아니야.”그녀는 아이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다 엄마 잘못이야.”아이들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울지 알 것 같았다. 아이들이 아직 철이 없어서 그런 말을 했겠지만, 그건 쌍둥
다정은 평소처럼 준재를 위해 약을 가져왔다.그런데 오늘따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준재가 그녀에게 여러 번 말을 걸었지만 듣지 못했는지 멍하니 있곤 했다.결국, 그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고 선생님, 혹시 무슨 일이 있어요?”평소 그녀의 모습과는 너무 다른 모습에 의아했다.그녀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었다.“아니요.”그는 다정이 별로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듯해서 더는 물어볼 수가 없었다. ‘아무 일 없다니 다행이에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요.”“네.”다정은 입을 다물었다. ……다음날.다정은 평소처럼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었다.그리고 쌍둥이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선생님을 불렀다.“선생님, 지금 시간 있으세요? 얘기 좀 하고 싶어요.”선생님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네, 어머니. 말씀하세요.”다정은 한숨을 쉬었다.“저는 혼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일찍 철이 들어서 지금까지 소란을 피운 적이 없어요.”“하지만 하준에게 들었는데, 어제 우치원에서 일이 있었다네요. 그 또래 아이들은 마음이 예민하고 약한데, 어떤 아이가 우리 아이들에게 악담을 퍼부어 마음을 다치게 했나 봐요. 선생님께서 조금 더 관심을 가져 주시길 부탁드려요.”무슨 일이 있었는지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말에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였다.“어머니, 알겠습니다. 제가 앞으로 더 잘 살피겠습니다. 그러니 염려 마세요.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지도하겠습니다.”그제야 다정은 마음이 좀 놓였다.“잘 부탁드립니다, 선생님.”“네, 어머니. 저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에요.”그녀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만 왠지 마음이 불안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또렷해졌다. 마치 안 좋은 일이라도 일어날 것 같았다!……점심 무렵.유치원 아이들은 점심을 먹은 후, 낮잠을 자러 방으로 들어갔다.하윤은 잠이 오지 않아 침대에 누워 뒤척였다. 하지만, 선생님이 들어오자 눈을 감고 자는 척했다
경비원은 놀란 얼굴로 멍하니 서 있었다.‘대표님 이름이잖아?’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앞에 있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머릿속에 물음표 수십 개가 떠올랐다.‘대표님 이름을 당당히 말하는 걸 보니 뭔가 있구나!’‘대표님과 무슨 관계지?’그는 의문 섞인 눈으로 아이를 바라봤다.“꼬마야, 잠깐만 기다려. 연락 좀 하고 올게.”하윤은 깜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고맙습니다.”그는 얼른 프론트 데스크로 달려갔다.“대표님께 빨리 말씀드려 주세요. 어떤 여자 아이가 대표님을 찾고 있다고요.”여준재는 회사 일로 골머리를 앓는 중에 어떤 아이가 자신을 찾는다는 소리에 어리둥절했다. ‘누구지?’그는 눈을 들어 구남준을 바라보았다.“내려가 봐.”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대표님.”구남준은 로비에 내려왔다가 깜짝 놀랐다.하윤이 홀 소파에 앉아 케이크를 먹고 있었다.그는 얼른 하윤에게 다가갔다.“하윤아, 너 여기 어쩐 일이야? 혼자 왔어?”그는 너무 당황스러웠다.‘여긴 유치원에서 가까운 거리도 아닌데.’‘아이 혼자 여길 찾아오다니, 이게 무슨 일이지?’하윤이 작은 얼굴을 들더니 웃으며 말했다.“네, 혼자 왔어요. 유치원에서 몰래 나왔어요.”그는 그 말에 더 놀랐다.‘참 겁이 없구나!’그는 하윤의 작은 손을 잡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래, 하윤아. 이제 대표님을 만나러 가자.”……낮잠 시간이 끝나자 선생님이 아이들을 깨웠다.아이들 모두 교실로 돌아왔지만, 하윤이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은 하윤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줄 알고 다시 돌아가 찾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하윤이 없어진 것이었다!그녀는 얼른 다정에게 연락했다. 그녀는 여전히 불안한 가운데 선생님의 연락을 받았다. “선생님, 무슨 일이세요?”선생님이 울먹이며 말했다.“어머니, 하윤이 없어졌어요!”순간, 다정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손끝이 뻣뻣해지며 몸이 떨려왔다. “뭐, 뭐라고요?”“선생님,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다정이 다급히 말했다.“알았어요, 제가 금방 갈게요!”전화를 끊고 나서 그녀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이야. 하윤이 별일 없다니.’“어머니, 하윤에게 소식이 있어요?”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선생님께 상황을 간단히 설명한 후 하준을 데리고 떠났다.……회사.준재는 전화를 끊고 하윤을 바라봤다. 아이는 의자에 앉아 짧은 다리를 흔들고 있었다.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그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을 겪어냈다. 하지만, 이 아이에게만큼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그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엄마한테 전화했으니 곧 오실 거야.”하윤은 큰 눈을 깜빡이며 웃었다.“멋쟁이 아저씨, 고맙습니다!”그는 하윤과 이야기를 나누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알고 있었다. 아이는 자신에게 하루만 아빠가 되어 줄 수 있냐며 부탁하러 온 것이었다.그는 이상하게도 그 말에 아무런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아이들이 정말 좋았기 때문이었다.그저 한번 도와주는 건데 안될 것도 없었다!하지만, 정작 그가 놀랐던 것은 하윤의 담력이었다. 혼자서 유치원에서 나와 여기까지 오다니,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준재는 일부러 화가 난 척했다.“이번엔 그냥 넘어가지만 다음에는 이렇게 혼자서 나오면 안 돼, 알았지?”“엄마랑 통화해 보니 엄마도 선생님도 걱정을 많이 하고 계셨어. 너 때문에 엄마가 얼마나 놀랐겠니?”하윤은 그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듯 입을 삐죽 내밀며 눈을 내리깔았다. “제가 잘못했어요. 다음부턴 안 그럴게요.”하윤이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자 준재는 그제야 표정을 풀었다.그는 하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래, 잘못을 깨달았으니 됐어. 다음에는 그러지 마. 이 장난꾸러기!”“하지만 이따가 엄마가 오면 잘못했다고 말해야 해!”하윤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럴게요.”오늘 하윤이 엄마를 걱정시킬만한 행동을 한 건 분명했다. 그는 더는 나무라지 않고 하윤에게 과자를 가져다주었다. “이거 먹고 있어.
여준재는 하윤을 바라보다가 아이의 간절한 부탁이 그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그는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하윤이가 와서 유치원 얘기를 했는데…….”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다정이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아, 아이가 하는 말을 신경 쓰지 마세요, 여 대표님과 상관없는 일이에요. 이미 선생님께 말씀 드려놨으니 혼자 가도 돼요.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다정은 하윤이 틀림없이 유치원 학부모회를 위해 이곳에 왔음을 알고 있었다.이건 그들의 집안 문제인데 어떻게 준재를 피곤하게 할 수 있겠는가.그러나 준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고 선생님,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에요, 제가 필요하다면 시간을 내서 갈 수 있다고 말씀드리려 했어요.”그의 말에 다정은 깜짝 놀랐다.그녀는 준재가 이런 무리한 부탁에 응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두 아이도 놀라 큰 눈을 깜빡였다.“정말이에요? 멋쟁이 아저씨!”그 옆에 있던 구남준은 더욱 놀란 표정을 지었다.남준은 대표님이 그런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뜻밖에도, 그는 그 요구를 받아들였다!그는 자기가 잘못 들었겠거니 재빨리 귀를 후벼 팠다.다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의 의아함을 감추고 정중하게 거절했다.“여 대표님, 말씀은 감사하지만 이렇게 또 폐를 끼칠 수는 없어요. 안 그러셔도 돼요.”그녀는 준재에게 더 이상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았다.준재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괜찮아요.”그는 애정 어린 눈으로 두 남매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저는 이 두 아이를 아주 좋아해요. 두 아이가 제 도움이 필요한 경우는 거의 없으니 꼭 도와주고 싶어요! 그리고 고 선생님과 저 사이에 이렇게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겠죠?”이유는 모르겠지만 다정이 의도적으로 선을 그으려고 할 때마다 준재는 항상 마음이 이상하고 불편했다.다정은 여전히 마음이 걱정스러운 듯 입술을 깨물었다.준재는 항상 바쁘고 처리할 일이 많았기에 그녀는 정말
하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던 고다정은 아이의 예의 바른 행동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아이가 자신의 말을 다 이해했다고 생각했다.“그래, 네가 잘못했다는 걸 알았으니 됐어, 자, 이제 나갈까?”……그날 저녁, 여준재에게 문자가 왔다.[학부모회는 내일인가요?]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학부모회의 시간표를 보냈다.[내일 아침 일찍 가야 해요. 선생님이 다른 프로그램이 있다고 말씀하셨거든요.]준재는 간결하게 대답했다.[알겠어요.]학부모회라고 말하지만 사실 유치원에서 주최하는 가족 활동이다.단지 학부모들이 와서 아이들과 대화형 게임을 할 뿐,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다정은 다시 준재에게 프로그램 과정을 보내며 그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여 대표님, 죄송해요. 이번에도 폐를 끼쳤네요.]준재는 재빨리 회신했다.[고 선생님, 제가 말했잖아요. 저한테 감사해하실 필요 없어요.]……다음 날, 이른 아침.다정과 아이들이 막 아침 식사를 마쳤을 때, 준재가 집 앞에 도착했다.이렇게 일찍 온 준재를 본 다정은 좀 의아했다.‘이렇게 일찍 오시다니!’“여 대표님, 얼른 들어오세요.”준재는 가볍게 응한 뒤 집으로 들어왔다.“일찍 와야 아이들과 고 선생님을 데리고 가죠.”집에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를 들은 아이들은 신이 나 버선발로 뛰쳐나왔다.“멋쟁이 아저씨!”“멋쟁이 아저씨 좋은 아침이에요~”다정은 가만히 웃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그녀는 서둘러 소리쳤다.“너희 둘, 얼른 옷을 갈아입고 와. 아저씨가 오셨으니까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안 돼.”두 아이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요, 엄마.”그리고 고개를 들어 준재를 바라보았다.“멋쟁이 아저씨,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옷만 갈아입고 금방 올게요.”그렇게 말한 후, 그들은 짧은 다리로 곧장 방으로 달려갔다.이를 보고 있던 강말숙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여 대표, 우리 집 꼬마 녀석들이 정말 폐를 끼쳤네요.”준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폐를 끼
“자, 여러분들, 활동이 시작되기 전에 준비운동을 하면서 몸의 긴장을 풀어줘야 해요.”선생님은 아이들을 한데 모아 놓았고, 음악이 울려 퍼지자 준비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아직 어리고 신체 기능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 같은 경우, 준비 운동을 시작할 때 팔다리가 조화롭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짧은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작은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가지각색의 모습이 부모들을 웃음 짓게 만들었다.준재도 그 옆에 서서 미소를 지으며 지켜봤다.그 순간, 그는 자신의 얼굴에 자애로움과 부드러움이 많아졌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10분 후, 준비 운동이 끝이 났다.“자, 준비 운동이 끝났어요. 첫 번째 활동은 2인 3각입니다. 부모님과 자녀 사이에 보이지 않는 호흡을 테스트할 수 있어요. 이제부터 학부모님들이 제비뽑기를 하여 경기 순서와 조를 정하도록 할게요.”고다정과 하윤이 한 조로 뒤 순서였고, 여준재와 하준이 한 조로 앞 순서로 편성이 되었다.“경기 순서가 결정되었으니 학부모님들께서는 아이들을 데리고 운동장으로 오세요.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될 예정입니다.”경기가 시작되었다. 준재와 하준은 1조에 있었다.총 10개 조의 가족이 함께 경기를 하며 청팀과 백팀으로 나뉘어졌다.준재와 하준이 발목에 끈을 묶는 것을 본 다정은 긴장된 얼굴로 옆에 서 있었다.“우리 하준이 파이팅!”“괜찮아, 하던 대로만 하면 돼, 긴장하지 마.”준재는 입술을 꾹 다문 뒤,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고 선생님, 제가 보기엔 하준이 보다 선생님이 더 긴장하신 것 같은데요?”하준도 따라서 웃기 시작했다.“맞아요,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랑 아빠는 반드시 1등을 할 거예요!”아빠라고 말할 때, 준재의 입가엔 미소가 더욱 번졌고 그 호칭을 거부하지 않았다.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았다.이 말을 들은 다정은 오히려 더 부끄러웠다.그녀는 준재의 눈을 쳐다보지 못한 채 눈을 내리깔았다.시합이 정식으로 시작되자 구호와 함께 10
고다정은 놀란 상태로 여준재의 품에 안겨 있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눈을 떴고, 준재의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오자 심장이 두근거렸다.“네, 괜찮아요.”눈 깜빡할 새에 일어난 일에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한참이 지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아직도 자신이 준재의 품에 안겨 있다는 것을 느낀 다정은 황급히 일어서서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벌리며 말했다.“여 대표님, 감사해요.”준재는 불쾌한 것처럼 말했다.“고 선생님, 지금 우리는 부부예요. 이렇게 예의를 차리시면 티가 날 거예요!”준재는 부부라는 그 단어를 유난히 강조시켰다.이 말이 나오자 다정은 무의식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모두가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본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이를 본 준재는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그는 앞으로 다가가 다정을 부축하며 말했다.“괜찮아요? 많이 놀랐죠?”다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참, 하윤이는요?”그녀는 순간 하윤이를 잊어버릴 뻔했다!그 순간 하윤이 그들 뒤에서 작은 머리를 빼꼼 내밀고 기웃거리고 있었다. “엄마, 저 여기 있어요!”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침착하게 서 있었다.다정은 몸을 웅크리고 앉아 그녀를 껴안은 뒤 살펴보았다.“어때, 어디 다친 데는 없니? 괜찮아?”그녀는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하윤을 바라보았다.엄마는 항상 이렇다.언제든 아이의 건강이 최우선시된다.하윤은 눈을 깜박이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말했다.“엄마, 하윤이는 괜찮아요.”“정말 아빠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만약 아빠가 딱 맞춰 오지 않았다면 하윤이가 엉덩방아를 찧었을지도 몰라요!” 어린 녀석이 어리광을 피우며 말하는데, 그 말속에는 준재에 대한 존경심으로 가득했다.옆에서 지켜보던 부모들은 조용히 의논하기 시작했다.특히 다른 엄마들은 감동한 듯 얼굴을 가렸다.“맙소사, 너무 멋있다. 드라마에서만 볼 줄 알았지.”“우리 집 바깥양반은 자기만 보호할 줄 알지, 어휴, 속 터진다 속 터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