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보스의 품격 / 제1211화 친정 가족으로서

Share

제1211화 친정 가족으로서

Author: 누오바이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그 역겨운 눈 치워요. 더 보면 사람 시켜서 눈알 파냅니다.”

여준재는 서늘한 눈빛과 위압적인 존재감으로 한시영을 바라봤다.

한시영도 온화했던 남자가 갑자기 표정이 바뀌자 순식간에 호감에서 공포로 바뀌었다.

이 모습을 본 고다정은 만족스러운 듯 입술을 말아 올리며 한시영에게 차갑게 말했다.

“나는 은미 친구이긴 하지만 친구를 넘어 친정 식구이기도 해요. 은미 미래 시댁 식구들이 운산에 왔는데 어떻게 친정 사람인 제가 대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러다 남들에게 알려져서 우리 집에서 몰상식하게 대했다고 말이라도 나오면 어쩌려고.”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한시영의 표정이 바뀌었다.

‘친정 식구? 안돼, 절대 이 여자를 들여보낼 수 없어. 안 그러면 오늘 밤의 계략은 물거품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녀가 미처 말리기도 전에 고다정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고, 눈에 예리한 빛이 번뜩이며 옆에 있던 채성휘를 재촉했다.

“저희 안으로 안내해 주세요. 아주머니, 아저씨 오래 기다리게 하시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채성휘는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을 식당으로 안내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들이 움직이자마자 한시영은 그들의 길을 막으며 다급하게 말했다.

“들어가면 안 돼요.”

한시영이 고다정과 여준재에게 한 말이었다.

이를 본 두 사람은 다소 흥미로운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올렸다.

누군가 그들의 앞을 막아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고다정은 여준재를 만나면서 어머니의 반대를 마주한 이후 이런 상황이 오랜만이었다.

길을 막고 있는 앞의 여자를 바라보던 그녀의 시선은 옆에 있던 채성휘를 향하며 차갑게 말했다.

“채 선생님, 무슨 일인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그래요. 나도 왜 우리 친정 식구가 안에 못 들어가는지 알고 싶네요. 왜요, 오늘 채씨 가문에서 오래된 친구 따님 대접하느라 여기까지 인사하러 온 제 친정 식구는 환영받지 못하는 건가요?”

임은미 역시 채성휘의 손을 뿌리치고 아니꼬운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비록 채씨 가문에서 오늘 모임에 친정 식구들을 초대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보스의 품격   제1212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

    “애초에 초대받지 않은 자리였는데 어떻게 뻔뻔하게 그런 말을 해요?”한시영은 옆에서 화가 나서 말했다.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는 얼굴을 가리고 비명을 질렀다.알고 보니 임은미가 불같은 성질을 못 참고 그녀가 말을 마치자마자 뺨을 내려친 것이다.이 여자가 거듭 일을 망치는데 이번에도 반격하지 않으면 임은미는 정말 이 여자가 자신을 만만하게 볼 것 같았다.그 순간 그녀는 화난 표정으로 한시영을 바라보았다.“당신이 채성휘 씨 친분 있는 집안의 딸이라서 몇 번이고 참았는데, 그게 우리 친정 식구까지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어! 그래, 채씨 가문에서 오늘 우리 친정 가족을 초대하지 않았지만 선물까지 챙겨서 보러 온 건데 뭐 잘못됐어?”마지막 말은 채성휘가 들으라고 한 말이었다.그 기세를 보아 채성휘가 그렇다고 말하는 순간 이 일은 일파만파 커질 것 같았다.그걸 모를 리 없는 채성휘는 임은미를 거듭 진정시켰다.“그런 뜻이 아니니까 괜한 생각 마세요.”임은미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다시 물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할래요, 우리 들어갈까요 아님 그냥 갈까요?”“당연히 들어가야죠. 가요!”채성휘는 그렇게 말한 뒤 고다정과 여준재에게 아부 섞인 미소를 지었다.이런 채성휘의 모습은 고다정과 여준재도 처음 봤지만 그도 임은미를 위해 자신의 체면을 내려놓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다정은 임은미를 생각하며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여준재를 데리고 채성휘를 따라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매를 맞았던 한시영이 반응한 것도 이때였다.그녀는 더 이상 마음속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룸 안의 상황을 생각하며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하지유에게 전화를 걸었다.“시영아, 왜 그래? 성휘 만났니?”“어머님, 임은미 씨 친정 식구들이 왔어요.”한시영은 서둘러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고 물론 일러바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하지유는 안 그래도 임은미 친정 식구들이 초대도 없이 찾아와서 불만인데 임은미가 마음에 드는 며느리 후보를 때렸으니 잔뜩 체면을 구겼

  • 보스의 품격   제1213화 결혼 예물

    한시영의 어머니 장영주가 뭐라 말하려던 찰나,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옆에 있던 남편이 말렸다.“그만해. 채씨 가문의 좋은 일을 망치면 우리 두 집안의 인연도 끝날 테니 아무 말도 하지 마.”그가 이런 말을 한 이유는 채씨 가문과 여씨 가문이 인연을 맺으면 두 집안의 오랜 우애를 봐서라도 채씨 가문이 눈치껏 한씨 가문에게 해명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룸 안에서 바뀌는 공기 흐름을 고다정과 임은미는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채성휘의 얼굴도 굳어 있었다.부모님 앞에서는 그다지 반항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어리석어서 오늘 저녁 식사가 단순한 환영회가 아니라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동시에 그는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임은미까지 데려왔으니 다행이지 임은미가 오늘 일을 오해하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다행히도 시작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지만, 결국 모두 함께 룸에 앉아 식사를 하게 되었다.식사하는 동안 채은호와 한일권은 여준재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며 친해지려 했지만 여준재는 냉담한 표정으로 별로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전히 즐거워했고 옆에 있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여준재의 정체를 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장영주는 채씨 가문과 결혼하지 못한 것이 서운했지만 딸이 당하는 수모를 참을 수밖에 없었다.결국 가족의 발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으니까.반대로 한시영은 고다정과 임은미 사이를 번갈아 보는 눈빛이 질투로 가득 차 있었다.왜 저 두 가난뱅이 팔자가 재벌가 아가씨인 자신보다 낫단 말인가.한 명은 국내 굴지의 재벌과 결혼했고, 다른 한 명은 그녀가 눈여겨보던 남자를 빼앗아 갔다.‘대체 쟤들이 뭔데?’한시영은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났지만 이러한 상황에 자신의 신분으로 눈에 거슬리는 두 여자를 쫓아내거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식사가 막 끝나갈 무렵, 화제는 서서히 채성휘와 임은미의 결혼 이야기로 옮겨갔다.“여 대표님, 다정 양, 두 분께서는 예물을

  • 보스의 품격   제1214화 인생의 승자

    #채은호 부부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든, 이 순간 고다정과 여준재의 태도에 직면한 그들은 그동안 싫어했던 며느리를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었다.“예물은 은미 부모님과 상의해야 할 일이지만, 언니도 댁 어른이니 부족한 점이 없는지 먼저 말씀드리면 친정 식구들과 상의할 때 더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겠네요.”채은호는 여준재와 고다정을 향해 겸손하게 말했고 하지유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맞아요. 이렇게 절약한 시간을 결혼 준비에 더 투자해서 은미가 우리 집에 멋지게 시집올 수 있도록 해야지.”고다정은 언제 임은미를 미워했냐는 듯 임은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이런 상황에서도 임은미는 차분하고 침착했다.어쨌든 그녀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둘이나 있었으니까.“결혼식에 대해서 설마 채 선생님이 두 분한테 얘기 안 했어요? 저희와 함께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는데.”고다정은 다소 놀란 표정으로 채성휘를 바라봤고, 채성휘는 이를 눈치채고 곧바로 설명했다.“아직 예물이 협의되지 않아서 사소한 문제를 다 논의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결혼 이야기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그렇게 하나씩 해결해야 결혼식에 더 중요하게 임할 것 같아서요.”그 말을 듣고 고다정은 불만스러운 마음이 사라지고 만족한 듯 채성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채 선생님 의견 존중해서 이런 사소한 일부터 이야기하고 나서 때가 되면 결혼식에 대해 얘기해요.”그런데 이 말이 나오기 바쁘게 채은호 부부가 다급하게 말했다.“그러면 따로 얘기해요. 두 사람 의견 존중해서 은미가 다정 양과 함께 결혼식을 하고 싶다고 하면 함께 하면 되죠. 때가 돼서 채씨 가문에서 뭔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다정 양과 여 대표님이 미리 말씀해 주세요. 저희도 적극 협조할게요.”“그래요, 결혼식은 사람이 많을수록 좋죠.”부부는 한마음 한뜻으로 거들며 얼른 이 일을 성사시키고 싶었다.여씨 가문과 결혼식을 올리면 이득만 있고 불이익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결혼식에서 여씨 가문은 분명 사방에서 유

  • 보스의 품격   제1215화 채성휘에게 실망하다

    조금 불쾌하게 시작했지만 전반적으로 잘 진행된 식사가 끝나자 하지유는 헤어지기 아쉬워 임은미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말했다.“시간 나면 우리 집에 놀러 와.”“그럴게요 어머님.”임은미는 거짓 미소로 화답하며 손을 뒤로 빼고 인사를 건넸고 채성휘도 부모님께 작별 인사를 전했다.“은미 먼저 보내고 좀 늦게 돌아갈게요.”“안 와도 괜찮아. 차라리 은미보고 들어오라고 해. 넌 매일 연구소 출근도 해야 하고 은미 부모님도 안 계시니까 우리가 돌봐주면 좀 더 마음이 놓이잖아.”채은호는 임은미가 거절할까 봐 조금은 긴장된 마음으로 임은미를 간절히 바라보았다.어쨌든 임은미를 쫓아낸 장본인이 바로 부모님이었으니까.임은미는 이 당황스러운 말을 듣고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전에는 그런 말을 하지 않던 두 사람이 이제 와서 자신에게 득 볼 게 있으니 아부하는 꼴이란. 정말 아무 말도 안 한다고 사람 우습게 보는 건가?마음은 편치 않았지만 임은미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안 그러는 게 좋겠어요. 부모님도 며칠 후면 돌아오실 거고, 게다가 남녀가 결혼도 안 하고 같이 사는 건 평판에도 좋지 않잖아요.”그 말에 채씨 가문 부모님의 표정은 순식간에 일그러졌고 채성휘도 조금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지만 임은미는 못 본 척 채성휘에게 말했다.“당신도 배웅 안 해도 돼요. 오늘 밤은 다정이네 집에 묵을 예정이고 집에 손님도 계시는데 부모님 도와서 손님 접대해야죠.”무덤덤하고 무심한 말투에 채성휘는 곧바로 임은미가 오늘 밤 일에 대해 탐탁치 않아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남아서 집안일을 처리할 기회를 주는 걸 알았기에 반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알았어요, 그럼 내일 보러 갈게요.”내일 임은미에게 설명을 해 주겠다는 뜻이었다. 임은미도 그 뜻을 알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다정과 여 대표가 자신의 편을 들어준 이상 채씨 가문 어른들이 더 이상 자신과 채성휘를 반대할 것 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응어리가 남아 있었

  • 보스의 품격   제1216화 솔로가 뭐 어때서

    토라진 친구의 말을 들으며 고다정의 눈에는 무력감이 가득했지만 그럼에도 그녀를 설득했다.“그래도 채성휘 씨가 모르는 건 아닌 것 같아. 이번에도 단호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너에 대한 태도는 변함없잖아. 그리고 자기 부모님이니까 본인도 난처할 거야. 부모님이 조금 억척스러운 분들이라 그렇지 채성휘 씨도 말했잖아. 앞으로 너와 운산에 정착할 거라고. 그 집 부모님과 같이 사는 것도 아니니까 별문제 없을 거야.”이 한마디에 임은미의 마음속에 있던 분노가 조금은 가라앉았다.사실 다정의 말이 맞았다. 어쨌든 채성휘의 부모님이니 채성휘가 어느 정도 배려를 하는 건 당연했고 앞으로 그들은 운산에 정착할 테니 채씨 가문 어른들의 태도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임은미의 흔들리는 모습을 본 것인지 고다정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게다가 네가 채성휘 씨와 결혼하지 않겠다고 해도 아저씨 아줌마가 반대할 거야.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한부모 가정이 되는 걸 용납할 수 있겠어?”임은미는 입술을 달싹일 뿐 아무 말도 없었다. 하지만 한부모 가정이 뭐 어때서, 아이가 자신처럼 고통받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고다정은 무표정한 얼굴에 분노에 찬 눈빛을 하고 있는 친구를 바라보면서 자연스럽게 친구의 속마음을 짐작하고는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었다.“은미야, 미혼모가 되어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난...”임은미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한마디 뱉는 순간 말이 끊겼다.“한부모 가정의 삶은 생각처럼 쉽지 않아. 너도 내가 살아온 거 봤잖아. 결혼도 안 하고 아이를 낳으면 어디를 가도 누군가의 화젯거리가 돼. 아이는 말할 것도 없이 더 힘들어. 그때 준이, 윤이가 왜 친구가 몇 명 없었는지 알아? 성북구에 아이들이 그렇게 많았어도 다 어른들 때문에 준이랑 윤이 배척하고 아빠 없는 아이라고 놀렸어.”그 말을 들으며 임은미도 몇 년 전 고다정을 만나러 갔다가 성북구 아이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준이, 윤이를 봤던 걸 떠올렸다.옆에 앉은 여준재는 더욱 마음이

  • 보스의 품격   제1217화 대체 무슨 뜻으로

    한편 채성휘는 부모님과 함께 한씨 가족 일가를 배웅하고 곧바로 표정이 굳어졌다.그러나 그는 길거리에서 바로 내색하지 않고 굳어진 얼굴로 끝까지 운전해 부모님을 자신이 구입한 아파트로 보냈다.부부도 잔뜩 저조한 그의 기분을 눈치챘지만 찔리는 게 있어 가만히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세 식구는 아파트로 돌아왔고 문 안으로 들어선 채성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머니, 아버지, 대체 오늘 저녁 무슨 뜻으로 그러신 거예요? 아저씨 아줌마는 왜 왔어요? 진작 나한테 결혼 강요하면서 은미 씨 면박을 주려고 한 거죠?”“강요에 모욕이라니 얘가 무슨 소릴 지껄이는 거야!”부부는 찔리는 마음에 서로 마주보고는 일절 인정하지 않았고 그걸 본 채성휘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엄마, 아빠, 다른 사람들 다 바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오늘 밤 상황이 어떤지 눈만 있으면 누구나 알 수 있어요.”이 말을 들은 두 노인은 침울한 표정을 짓다가 결국 채은호가 화가 나서 이렇게 말했다.“그게 우리 탓이니? 우리한테 제대로 정보를 알려주지 않은 네 놈 탓이지. 은미 언니가 여씨 가문 사모님이란 걸 알았으면 우리가 그랬겠어?”“그래, 그 정도 나이 먹었으면 신중하게 일을 처리해야지. 대체 그 머리로 연구는 어떻게 하는 건지.”하지유도 남편을 따라 채성휘의 잘못을 따지기 시작하자 채성휘는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엄마, 아빠, 이건 제가 말씀드리고 안 드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두 분의 태도 문제예요. 분명히 오셔서 결혼에 대해 제대로 얘기하시겠다고 약속하셨잖아요.”“그래서 결혼 얘기 잘했잖아.”하지만 상대는 임은미가 아니라 한씨 집안이었지.부부는 차마 이 말까지 하지는 못했고 채은호는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잖아. 너와 은미 결혼은 원래대로 진행될 텐데.”“원래대로요?”채성휘는 부모님 때문에 기가 막혀 웃음이 났다.원래대로였다면 그가 이렇게까지 걱정하진 않았을 것이다.임은미는 눈에 모래알 하나 들어가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

  • 보스의 품격   제1218화 태도와 용기

    이후 이틀 동안 임은미는 고다정의 집에 계속 머물며 채성휘를 만나길 거부했다.이에 채성휘는 불안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 고다정에게 도와달라고 애원했지만 고다정은 동의하지 않았다.고다정은 임은미가 일부러 채성휘를 불안하게 만들어서 다그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당연히 망치지 않으려고 했다.그렇게 이틀이 더 지나고 임은미는 마침내 고다정의 집을 떠났고 채성휘도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은미 씨, 힘들게 해서 미안해요.”만나자마자 채성휘는 임은미에게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다.임은미는 수척해진 그의 얼굴을 보며 일부러 내비쳤던 차가움도 어느새 조금은 누그러져 있었다.“내가 힘들다는 건 알아요? 나랑 결혼하기 싫었으면 빨리 말해요. 난 내세울 것 하나 없어도 주제 파악 하나는 잘하니까.”“누가 그래요, 당신과 결혼하는 게 내 꿈이었는데.”채성휘는 서둘러 변명하며 동시에 미처 설명하지 못한 부분을 말해주었다.“부모님이 갑자기 그렇게 하실 줄 몰랐어. 이미 장모님, 장인어른과 결혼에 대해 의논하려고 얘기 끝났는데 약속을 어길 줄 몰랐어. 그리고 다시는 우리 결혼에 간섭하지 않기로 약속도 했어. 부모님 돌아오시면 그대 결혼 마무리하자.”그 말에 임은미도 마음이 풀렸지만 그럼에도 몇 마디 쏘아붙였다.“다정이와 여대표님이 저한테 준 것 때문에 결혼하겠다고 한 거 아니에요?”“...”채성휘는 2초 동안 침묵을 지키며 입술을 달싹이다가 말했다.“부정하지는 않을게요. 부모님은 돈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고다정 씨와 여 대표님이 주신 것들에 관심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은미 씨와 고다정 씨 관계도 눈여겨보고 있어요. 하지만 전 이미 계약서를 작성했고, 그것들은 고다정 씨와 여 대표님이 당신에게 줬으니 당신 거예요. 어떤 명분으로도 뺏을 수 없으며 그렇지 않으면 우린 이혼하고 앞으로 우리 아이들 양육권도 당신에게 넘기며 내 명의로 된 모든 재산을 은미 씨에게 넘긴다고 했어요. 여기 계약서를 줄 테니까 한번 보고 문제없으면 사인해요.”채성휘는 말이 끝나자마자

  • 보스의 품격   제1219화 더 이상 마음 약해지지 않도록

    “대표님, 방금 E국 쪽에서 유라가 실종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며칠 전, 마크는 여준재에게 유라에 대한 반란을 일으켜 유라의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도움을 요청했다.여준재는 당연히 마다할 리 없었고 심지어 이번 사건으로 유라가 수감되기를 바랐다.유라가 힘을 잃으면 고다정에 대한 위협은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하지만 여준재는 많은 사람들이 둘러싼 상황에서 유라가 실종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표정이 어두워졌다.“사람 보내서 찾아봤어? 주요 출구와 항로까지 전부.”“수색을 다 해봤지만 유라의 단서를 찾지 못했습니다.”구남준은 사실대로 보고했고 여준재는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가늘게 떴다.몇 초 후, 그는 다시 입을 열고 물었다.“유라 측근들은 다 잡았어?”그 말에 구남준은 단번에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단 한 명도 도망치지 않고 모두 잡혔습니다.”말하고 보니 구남준은 이상함을 눈치챘다.유라의 심복들은 모두 잡혀서 그 세력이 일거에 무너졌는데 그 여자는 대체 어떻게 그들의 추적을 피한 걸까.도저히 알 수 없었던 구남준은 여준재에게 시선을 돌렸고 여준재는 당연히 의아한 그의 눈빛을 잃고 무심하게 말했다.“전에도 말했지만, 유라를 과소평가하지 마. 사생아들 사이에서 눈에 띄어 책임자가 될 수 있었던 건 운이 아니라 진짜 실력이었어.”구남준은 그 말을 듣고 변명하고 싶었다.그가 유라를 과소평가한 것이 아니지만 뭔가 이상했다.분명 덫을 놓아 다른 사람들까지 다 잡힌 게 분명한데 왜 유라만 혼자 도망쳤을까.여준재는 그의 눈에 담긴 감정을 못 본 척하며 다시 말했다.“유라는 모든 걸 잃었고 이 사건의 배후에 내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분명 내게 복수하려고 하겠지만 성공할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도 알겠지. 그 타깃은 다정 씨와 준이, 윤이가 될 테니까 그동안 소담과 소민에게 다정 씨와 준이, 윤이 곁을 항상 지켜보라고 해. 추가로 저택과 산 위의 요양원에도 사람 보내서 지켜봐.”여준재보다 미쳐가는 유라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

Latest chapter

  • 보스의 품격   제1270화 마지막화

    “하윤 씨, 좋아해요. 제 여자친구가 되어줄래요?”임지호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눈앞의 여자애를 바라보며 긴장해서 손에 땀을 쥐었다.하윤은 잠깐 얼떨떨해하더니 이내 환한 웃음을 지었다.“네.”그녀의 얼굴에 피어난 예쁜 미소를 보고 임지호도 해맑게 웃었다.햇빛 아래 선남선녀는 너무 잘 어울렸다.임은미와 고다정은 구석에 숨어 이를 지켜보며 들떠서 소곤거렸다.“하윤이 저렇게 활짝 웃는 걸 보니 서로 고백한 것 같아.”“고백한 게 맞아. 둘이 같이 앉은 걸 봐.”“역시 내 실력이 아직 녹슬지 않았어. 내가 나서면 안 맺어지는 커플이 없다니까.”임은미는 마침내 자화자찬하기 시작했다.고다정은 그녀를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속으로 저 남자애가 하윤을 좋아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이렇게 무모하게 나섰다가 맺어주는 게 아니라 끝내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두 사람은 한참 더 보다가 호기심이 충족된 듯 제대로 자리에 앉아 요리를 주문했다.기왕 온 김에 뭘 좀 먹어야지.식사하면서 고다정이 감탄했다.“애들이 어느새 커서 애인까지 생겼네.”“그러게. 우리도 늙었어.”임은미도 같이 탄식했다.뒤이어 그녀는 맞은편의 절친을 바라보며 물었다.“앞으로 무슨 계획 있어?”“보름 동안 쉬면서 준재 씨랑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 후 새로운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할 거야.”고다정은 자기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임은미는 이 말을 듣고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너 점점 일벌레가 되어가는 것 같다.”“그건 내가 이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야.”고다정이 웃으면서 말했다.둘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청아한 목소리가 그들의 귓전을 때렸다.“여하준 씨, 거기 서요.”이 소리를 듣고 눈빛을 주고받는 고다정과 임은미의 머릿속에 똑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이런 우연이! 이 작은 레스토랑에서 두 남매를 모두 만난다고?’하윤도 너무 뜻밖이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여하준 쪽을 바라보았다.“오빠?!”“하윤?!”여하준도 이때 하윤과 그 옆의 청년을 발견하고 미간을

  • 보스의 품격   제1269화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다

    하윤은 정말 돌아오지 않았다.하민이 가지 못하게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여준재에게는 무척 즐거운 밤이었다....이튿날 아침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했다.금빛 햇살이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와 이불 밖에 나온 고다정의 피부에 내려앉았다.피부에 생긴 흔적에서 어젯밤에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 수 있었다.여준재는 일찍 깼지만 아침의 따스함을 놓치기 싫어 고다정을 안고 만족스럽게 침대에 누워있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갑자기 누군가가 방문을 쾅쾅 두드렸다.“엄마, 일어나요.”하윤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여준재는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역시 자식은 빚쟁이라는 말이 맞다. 이전에 좋아했던 만큼 지금은 싫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품속의 여인이 깨어났다.고다정이 정신이 흐릿한 상태로 물었다.“누가 밖에서 문을 두드려요?”“하윤이에요. 내가 돌려보낼 테니 자요.”여준재가 그녀를 풀어주고 일어나려 했다. 너무 졸렸던 고다정은 막지 않았다.그녀는 오후까지 자고 임은미가 전화해서야 겨우 일어났다.30분 후 두 사람은 시내 중심의 쇼핑몰에서 만났다.임은미는 잠이 덜 깬 것 같은 고다정을 보고 놀려댔다.“너랑 여 대표님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좀 절제해.”“나한테만 그러지 말고 너도 절제해. 목에 난 흔적이 가려지지도 않아.”지금의 고다정은 약간 야한 농담에도 얼굴을 붉히던 10년 전의 고다정이 아니다.지금의 그녀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역습한다.임은미도 말문이 막히지 않았나.그녀는 채성휘와 자주 싸우지만 둘 사이의 감정에는 조금도 영향이 없었다.그녀가 코웃음을 쳤다.“네가 이겼어. 이제 너를 쉽게 놀리지 못하겠어.”그녀는 말하면서 고다정과 어느 가게에 들어갈지 사방을 둘러보는데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다.“다정아, 저기 하윤이 아니야?”“하윤이?”고다정이 놀라며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정말 멀지 않은 곳의 레스토랑에 하윤과 깔끔해 보이는 잘생긴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것이

  • 보스의 품격   제1268화 둘만의 세상

    이 말을 들은 하윤은 즉시 고다정의 말에 흥미를 보였다.“저, 오빠, 그리고 이모 세 사람 외에 또 있어요?”그녀는 의문스레 고다정을 쳐다보았다. 설마 그때 아빠, 엄마를 맺어주려고 애쓴 사람이 또 있나?그런데 그녀가 말하자마자 고다정이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일 줄이야.“그래, 너와 오빠, 이모가 도와준 걸 말하는 거야. 그때 너희 셋이 나랑 너희 아빠를 맺어주려고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어? 그러니까 너 혼자 좋아하는 사람을 쫓아다니면 이뤄지기 힘들지 않겠어?”“좀 일리가 있네요.”갑자기 엄마한테 설득당한 하윤이 무심코 말했다.“그럼 엄마랑 이모가 좀 방법을 생각해 주세...”‘요’자를 내뱉기 전에 그녀는 씩씩거리며 또 한 번 엄마를 째려보았다.“또 엄마한테 걸려들었어요.”고다정은 이번에는 정말 참을 수 없어 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계집애, 어렸을 때와 똑같이 잘 속아.”그녀는 너무 웃어서 눈물까지 나왔다.이를 보고 화가 난 하윤이 손을 뻗어 고다정을 간지럽히려 했다.“엄마 나빠요.”그렇게 모녀는 온천에서 웃고 떠들었다.이쪽의 따뜻한 분위기와 달리 남자 노천탕은 썰렁했다.“자식, 어렸을 때는 귀여웠는데 크면 클수록 얄미워.”옆방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여준재는 눈앞의 두 아들이 보면 볼수록 눈에 거슬렸다.하준이 판에 박은 것 같이 똑같은 표정으로 아빠를 힐끗 쳐다보더니 시큰둥하게 말했다.“피차일반입니다.”하민은 형과 아빠가 티격태격하자 조용히 구석에 숨었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집안에서 지위가 가장 낮다는 것을 알았다.여준재는 막내아들의 속마음을 모른 채 자기한테 말대꾸하는 큰아들을 보며 문득 한 가지 꾀가 떠올랐다.“너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허구한 날 남의 마누라를 생각하지 말고 네 마누라를 찾아. 아니면 네 할머니한테 맞선을 주선하라고 할까?”그렇다. 여준재가 생각해 낸 방법은 하준을 결혼시키는 것이다.‘이 자식이 자기 마누라가 생기면 더 이상 내 마누라를 생각하지 않겠지.’하준이 그의 생각을 모를

  • 보스의 품격   제1267화 왜 이렇게 사이가 좋아요?

    그날 저녁 여씨 삼남매는 결국 남아서 고다정을 축하해 주었다.식사가 끝난 후 임은미는 두 딸을 데리고 떠나갔다.가기 전에 그녀는 고다정과 내일 오후에 같이 쇼핑하기로 약속했다.임은미를 보낸 후 다섯 식구는 남녀가 분리된 온천 노천탕에 갔다.고다정은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이렇게 느긋한 시간을 보낸 게 얼마 만인가.그녀가 눈을 감고 즐기고 있을 때 어깨 위에 갑자기 손이 올라오더니 그녀의 어깨를 주물렀다.고개를 돌려 보니 둘째 딸이 그녀의 뒤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다.“엄마...”“왜?”고다정이 나지막이 묻자 하윤이 바짝 붙으며 말했다.“엄마가 아빠한테 사정 좀 해 주시면 안 돼요?”그녀는 고다정의 환심을 사려고 방긋 웃었다.“오늘 엄마랑 단둘이 시간을 보내려는 아빠의 계획을 제가 망쳤으니 아빠가 틀림없이 내일 저한테 일을 시킬 거예요.”그녀가 이렇게 단언하는 원인은 그동안 이런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학교 다닐 때는 그녀가 엄마한테 너무 달라붙는다고 아빠가 그녀를 속여 공부를 많이 시켰다.후에 점차 크고 오빠가 폭로해서야 그녀는 아빠의 꾀에 넘어갔다는 것을 알았다.고다정은 고민 가득한 딸애 얼굴을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이 계집애는 어릴 때부터 말을 잘 듣지 않았는데, 매번 아빠의 권위에 도전했다가, 결국 비참하게 혼쭐이 나고 불쌍한 모습으로 엄마를 찾아왔다.“이제야 두려워? 이모를 꼬드길 때는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생각 안 했어?”“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요. 엄마가 원래 여가 시간이 많지 않은데 아빠가 항상 엄마를 차지하니까.”계집애는 말하면서 고다정의 어깨를 껴안고 또 응석을 부렸다.애교 공세에 당할 수 없는 고다정은 이내 동의했다.하윤은 기쁜 나머지 고다정을 안고 뽀뽀하더니 배시시 웃었다.“역시 엄마밖에 없어요.”“너도 참, 빨리 온천에 몸을 담가.”고다정이 말하면서 그녀를 잡아당겨 노천탕에 앉혔다.그러나 하윤은 가만히 앉아 있지 못했다. 그녀는

  • 보스의 품격   제1266화 치열한 쟁탈전

    한편, 서쪽 외곽에 위치한, YS그룹에서 개발한 온천 리조트에 세련된 곡선미를 자랑하는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도착했다.차가 천천히 입구에 멈춰 서더니 검은색 수작업 맞춤 양복을 입은 여준재가 차에서 뛰어내렸다.똑바로 선 후 그는 돌아서서 허리를 살짝 굽히더니 차 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준수한 얼굴에서는 꿀 뚝뚝 다정함이 넘쳐흘렀다.“부인, 도착했습니다.”검은색 여성 정장 차림의 고다정이 가늘고 예쁜 손을 우아하게 여준재의 손바닥 위에 얹더니 차에서 내렸다.지금의 그녀는 풋풋함을 벗은 대신 카리스마와 여유가 넘쳤다.옆에 있던 매니저가 알랑거리며 그녀를 맞이했다.“사모님의 교베르 의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건 저와 직원들의 작은 성의입니다. 인류 의학에 공헌한 사모님께 감사드립니다.”말하고 나서 그는 들고 있던 꽃다발을 건넸다.사방에서 박수와 축하가 쏟아졌다.“축하드립니다, 사모님.”“사모님, 진짜 대단하십니다!”“사모님은 제 롤모델입니다!”이 말을 듣고 고다정은 얼굴에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감사합니다.”옆에 서 있는 여준재도 눈에 자랑스러운 기색이 가득했다.뒤이어 두 사람은 매니저의 안내로 룸에 들어섰다.룸에는 이미 고다정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준비돼 있었다.두 사람이 오붓하게 식사하고 있을 때 가방 속에 있는 고다정의 휴대폰이 울렸다.임은미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은미야, 무슨 일이야?”고다정이 전화를 받았다.옆에 있던 여준재는 이 말을 듣고 두 눈을 가늘게 떴다.고다정을 쳐다보던 그는 그녀와 시선이 딱 마주쳤다.고다정의 표정을 보니, 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제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은미가 축하 파티를 준비했다고 오래요.”“은미 씨는 인터넷을 안 본대요?”여준재가 답답한 듯 한마디 했다. 그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분명 고다정은 그의 아내인데, 지난 12년간 그는 아내와 단둘이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 궐에서 전하를 만나는 것보다 어려웠다.안팎에 강적이 있는 데다 고다정이 그동안 암세포를

  • 보스의 품격   제1265화 12년 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어느새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12년간 지도층이 바뀌고, 많은 연예인이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심지어 국제 정세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 등 많은 일들이 발생했지만 여준재와 고다정의 애정 전선은 변함이 없었다.현재 두 사람은 주변에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잉꼬부부가 됐다.사람들이 그들을 부러워하는 것은 금실이 좋은 것도 있지만 잘생기고 철이 든 아들딸을 두었기 때문이다.지금 여씨 가문의 큰 도련님, 아가씨, 작은 도련님 얘기가 나오면 엄지척 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특히 여하준은 19세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부모를 도와 두 회사를 관리하고 있다.물론 여하윤도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어 젊은 나이에 세계 최고의 콘서트홀에서 연주했을 정도로 뛰어나다.그리고 여씨 가문의 작은 도련님은 형, 누나만큼 대단하지는 않지만 어려서부터 말솜씨가 좋아 많은 귀염을 받았고, 지금은 연예계 인기 아역 스타다....운산공항 로비의 스크린에 최신 국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12년 만에 암세포를 죽이는 약을 개발해 낸 고다정 교수님의 교베르 의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는 우리 인류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연구 성과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암을 두려워할 필요도, 암 얘기에 놀랄 필요도 없게 됐습니다.”뉴스 진행자는 감격을 금치 못했다.최근 몇 년 고다정 연구팀의 약물 연구 덕분에 암세포 억제제가 꾸준히 개진되긴 했지만 암세포를 철저히 소멸할 수는 없어 암에 걸린 후 결국 치료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이 뉴스는 방송되자마자 많은 행인의 주의를 끌었다.인터넷에서도 큰 화제가 됐고 고다정에 대한 축복이 쏟아졌다.[고 원장님이 해낼 줄 알았어!][너무 기쁜데 어떡하지? 우리나라를 빛낸 고 원장님을 지지하기 위해 약방에 가서 그 회사 약들을 대량 구매할 거야.][나도. 우리 집에는 환자가 없지만 이 약들을 필요한 기관에 기증할 수 있어!][하하하, 속이 다 시원하네. 그때 고 원장님이 안 된

  • 보스의 품격   제1264화 평생 행복하게 살자

    열 몇 시간 후 비행기는 드디어 평온하게 착륙했다. 여준재가 낮은 소리로 옆에서 달게 자는 아내를 깨웠다.“여보, 일어나요.”그 소리에 고다정이 눈을 뜨더니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눈앞의 낯선 환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여기 어디예요?”“아직 비밀이에요. 비행기에서 내리면 알 거예요.”여준재는 그녀의 손을 잡고 비행기에서 내린 후 공항을 나섰다.그들을 마중 나온 차량이 벌써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차에 탄 후 고다정이 또 한 번 참지 못하고 물었다.“우리 지금 어디 가요?”“먼저 밥 먹으러 가요. 지금 너무 배고프죠?”여준재가 기사에게 근처의 가장 좋은 레스토랑으로 가자고 말했다.고다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할 때 아무것도 먹지 않은 데다 이렇게 장시간 비행한 까닭에 확실히 배가 고팠다.레스토랑에 도착한 두 사람은 웨이터의 안내에 따라 룸에 들어갔다.주문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레스토랑 직원이 예쁘게 플레이팅된 음식들을 들여왔다.훈훈하고 달콤한 분위기 속에서 여준재가 고다정의 식사를 챙겼다.이때 고다정의 휴대폰이 울렸는데, 국내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엄마, 아빠랑 같이 어디 갔어요?”쌍둥이의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다.이 목소리를 들은 고다정은 갑자기 뜨끔했다.“컥컥, 엄마랑 아빠가 일이 있어서 외출했어. 며칠 뒤에 돌아오니까 집에 얌전히 있어. 할머니, 할아버지 말을 잘 듣고. 알았지?”“흥! 엄마랑 아빠가 둘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몰래 나간 거잖아요.”쌍둥이가 직접 고다정의 거짓말을 폭로했다.고다정은 무안해하며 도와달라는 듯 여준재를 바라보았다.당연히 아내 편인 여준재는 휴대폰을 받아 들고 말했다.“아빠와 엄마가 신혼여행 중이야. 돌아갈 때 너희 선물을 사 갈게.”말하고 나서 그는 직접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기 건너편에서 신호가 끊긴 스마트워치를 바라보는 쌍둥이의 앳된 얼굴에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아빠 나빠.”“너무 나빠!”쌍둥이는 아빠한테 잔뜩 화가 났다.이때 임은미가 오더니 그들의 안색이 안 좋은

  • 보스의 품격   제1263화 불쌍한 솔로 구남준

    이 말이 나오자 고다정과 임은미는 서로 마주 보며 웃더니 손을 잡고 무대 옆으로 나와 하객들을 등지고 섰다.“부케를 받은 사람은 내년에 솔로 탈출합니다.”두 사람이 부케를 던진 후 뒤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자가 입을 열었다.“부케를 누가 받았는지 신부님들 뒤를 돌아보세요.”고다정과 임은미는 두 젊은 아가씨가 부케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축복의 말을 건넸다.“두 분도 내년에 행복을 찾길 바랍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두 아가씨가 감사 인사를 했다.사람들 뒤에 서 있던 구남준은 속이 답답하기 그지없었다.분명 자기도 동작이 빠른데 부케를 하나도 받지 못하다니. 설마 평생 혼자 살 운명인가?...결혼식이 끝난 후 신혼방으로 돌아온 두 사람.“피곤하죠? 좀 쉴래요?”여준재가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안쓰러워했다.“아니요. 방금 결혼식장에서 잠깐 쉬었더니 지금 괜찮아요. 당신 먼저 옷부터 갈아입어요.”고다정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알았어요. 고생했어요, 여보.”순간 여준재가 고다정을 꽉 껴안더니 다정하게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여준재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고다정은 황급히 그의 입술을 피하더니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주의를 주었다.“아직 밤도 아닌데, 이미지에 좀 신경 쓰세요.”“당신 앞에서 무슨 이미지에 신경 써요? 당신을 안고 자려는 것뿐인데.”여준재는 이 말을 듣고 억울한 표정으로 고다정을 바라보았다.“알았어요. 놀리지 않을게요.”여준재의 불쌍한 모습을 보고 고다정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당신은 웃을 때 진짜 예뻐요.”여준재가 넋이 나간 듯 고다정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당신도 참.”그의 칭찬에 고다정은 얼굴이 더 빨개졌다.여준재는 고개를 숙이더니 고다정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고다정은 피하려고 했지만 여준재가 그녀를 꽉 껴안고 반항하지 못하게 했다.키스는 오랫동안 지속됐고, 고다정이 호흡 곤란이 올 정도가 돼서야 여준재는 그녀

  • 보스의 품격   제1262화 결혼식(하)

    결혼식 현장은 환상적이었다.전 세계 명문가에서 대표를 파견해 참석했다.이렇게 많은 유명인들 앞이라 고다정과 임은미는 몹시 긴장했다.“준재 씨, 좀... 긴장돼요.”가볍게 입술을 깨물며 여준재를 쳐다보는 고다정의 눈에는 약간 당황한 기색이 감돌았지만 수줍음과 기대감도 보였다.“괜찮아요. 제가 항상 곁에 있을게요.”여준재가 약간 차가운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더니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긴장 풀어요. 당신은 신부 노릇만 잘하면 돼요. 다른 건 다 저한테 맡겨요.”여준재의 말을 들은 고다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마음이 놓이는 대신 열정이 넘치고 약간 기대도 됐다.“신부가 진짜 예쁘네.”“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에요.”“신부네 집안도 보통이 아니래. 여씨 가문이 더 번창하겠어.”하객들이 쑥덕거렸다. 그중 고다정을 부러워하는 상류층 부잣집 따님도 적지 않았다.오늘 여준재는 유난히 멋있었다. 매끈한 양복 차림에 준수한 외모가 불빛 아래에서 유달리 돋보였다.고다정은 여준재와 팔짱을 끼고 사람들의 부러운 눈빛 속에서 천천히 버진로드의 종점을 향해 걸어갔다.두 사람이 무대에 선 후 채성휘와 임은미가 뒤늦게 입장했다.이들 둘도 버진로드를 따라 행진해 여준재와 고다정의 옆에 섰다.결혼식 사회자는 두 쌍의 신랑 신부가 모두 입장한 것을 보고 결혼식의 시작을 알렸다.“존경하는 하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결혼식을 시작합니다!”이 말이 끝나자 무대 아래의 하객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오늘 이 자리에 계신 모든 하객분이 증인이 되어 두 쌍의 신랑 신부가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도록 축복해 주시길 바랍니다.”사회자의 말에 무대 아래에서 또 한 번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여준재 씨는 옆에 있는 아름답고 우아한 신부를 아내로 맞아 평생 사랑하고 아끼고 보호하고 돌보기를 원합니까?”사회자가 웃음 띤 얼굴로 무대 위에 서 있는 여준재를 보며 물었다.“물론입니다!”여준재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한 후 확고한 눈빛으로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