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아는 알고 있었다. 돌본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그녀는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까발리지는 않았다.고훈이 이렇게 나오는 것을 나무랄 수 없었기 때문이다.“난 당신과 강세헌의 관계가 궁금한데 얘기 좀 해줄 수 있어요?”고훈은 그녀를 바라보았다.송연아는 입에 음식을 집어넣으면서 말했다.“저와 강세헌은 부부예요.”“...”고훈은 깜짝 놀라서 입이 떡 벌어졌다.“뭐라고요?”그는 자신이 들은 말을 믿을 수 없었다.“나를 속이기 위해 아무 말이나 지어내지 마요! 강세헌이 미혼인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에요. 그가 결혼했다고요? 그것도 당신이랑? 농담 좀 그만할래요?”고훈은 납득할 수 없었다.그는 송연아가 강세헌 때문에 감히 그녀에게 아무 짓도 못 하도록 일부러 이런 말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송연아는 침착하게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거짓말 아니에요. 그 사람이 나를 찾는 이유는 나에게 복수하고 싶어서예요.”“당신에게 복수한다고?”고훈은 매우 흥미로워했다.“자세히 말해 봐요.”“우리는 비밀 결혼했기 때문에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당신이 믿지 않는 것도 이해해요. 제가 도망친 이유는 제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졌기 때문이에요. 그 사람이 어떻게 그걸 참겠어요. 그래서 사방으로 나를 찾고 있는 이유에요...”송연아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고훈은 이미 웃음을 터뜨렸다!안하무인인 강세헌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바람피웠다고?그는 망설임 없이 송연아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잘했어요.”이 순간 그는 송연아에게 감명을 받았다.알고 보니 송연아에게 당한 사람이 그만이 아니었다.강세헌도 손해를 봤다.그는 큰 소리로 웃고 싶었다.송연아는 담담하게 그를 흘겨봤다.“그렇게 기뻐요?”“난 강세헌에게 당한 게 적지 않아요. 당신이 그에게 한 방 날렸으니 나대신 복수한 거나 마찬가지인데 내게 어떻게 기쁘지 않을 수 있어요? 당신은 걱정하지 말고 여기에서 지내요. 난 당신을 괴롭히지 않을 거예요. 당신
그는 송연아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말했다.“강세헌과 결혼 생활을 이어가기도 싫고 남자친구와도 헤어졌으면 차라리 나랑...?”고훈은 송연아에게 누구의 아이인지 물어본 적이 있다.송연아는 남자친구의 아이이지만 이미 헤어졌다고 말했다.그래서 이제 아이는 아버지가 없다.“싫어요...”“급하게 거절하지 마요.”고훈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우리 몇 달 동안 같이 있었는데, 나 당신한테 꽤 잘해주지 않았어요? 이제는 친구 할 수 있지 않아요? 당신 앞으로도 계속 여기 있을 수는 없잖아요. 강세헌이 당신을 괴롭히지 못하게 하려면 당신한테 신분이 필요해요...”송연아는 그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그녀가 앞으로도 계속 여기에 머물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었다.밖에 나가면 언젠가는 강세헌에게 발각될 것이다.“난 당신의 방패가 될 수 있어요. 당신은 강세헌에게 그 아이가 내 아이라고 말해도 돼요.”고훈은 나쁜 의도를 가지고 말했다.지금 그의 나쁜 의도는 강세헌을 향한 것이었다.비록 그 아이는 고훈의 아이가 아니었지만, 강세헌이 그렇게 믿게 만들면 강세헌이 화가 나서 미치지 않을까?“안 돼요.”송연아는 거절했다. 그녀는 강세헌이 아이의 존재를 알기를 원하지 않았다.그 남자의 성격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혹시라도 그가 화가 나서 아이에게 무슨 짓이라도 한다면 어떡할까?그녀가 어렵게 지킨 아이인데 절대 위험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하지만 고훈의 말은 확실히 송연아가 정신을 차리게 만들었다.“아...”그녀는 갑자기 아랫배에 가라앉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그녀는 배를 잡았다.고훈은 그녀를 바라보았다.“배 아파요? 애가 곧 나오려는 거 아니에요?”송연아는 침착하게 말했다.“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그녀는 침착하게 천천히 일어났다.“저 병원에 데려다주세요.”고훈은 알았다고 말했다.한혜숙은 우유를 들고 올라가고 있었는데 송연아와 고훈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물었다.“두 사람 외출하려고요?”“곧 낳을 것 같아요.”고훈이 말했다
그의 오른팔인 임지훈조차도 전전긍긍하고 있었다.“조사해 보니 모든 단서가 여전히 청양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오랫동안 청양시에서 송연아 씨를 찾고 있었지만 흔적이 없었다가 오늘 누군가 청양시 제일병원에서 송연아 씨를 봤다고 연락이 왔습니다.”단서를 얻은 임지훈은 즉시 보고하러 왔다.강세헌은 검은색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옷깃이 살짝 열려있었다. 캐주얼한 옷차림에 진지함이 묻어났다.“가서 차를 대기시켜.”임지훈이 물었다.“직접 가시겠습니까?”강세헌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몇 달 동안 돌아다녀도 사람 하나를 못 찾아내? 임지훈, 너 실력이 점점 늘고 있네.”임지훈은 고개를 숙였다.“누군가 송연아 씨를 돕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여자가 혼자 숨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분명히 그 여자가 청양시에서 나타났다는 단서가 있었는데 저희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 단서도 청양시를 가리키고 있어서 제 생각에는 송연아 씨가 확실히 청양에 있는 것 같아요...”그는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고훈 씨가 청양시에 있지 않습니까?”임지훈은 문득 모든 것을 깨우친 듯했다.“저희는 처음부터 쭉 송연아 씨만 노리고 있었지만 송연아 씨를 잡을 수 있는 고훈을 잊고 있었어요. 그런데 송연아 씨가 정말 고훈 씨의 손에 넘어간 것이라면 무사할 수 있을까요? 고훈 씨가 송연아 씨를 잡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그는 송연아의 상황이 조금 걱정스러웠다.강세헌의 안색도 점점 어두워졌다.고훈이 송연아의 마음을 탐했고 강세헌은 그것을 잘 알고 있다.“지난 몇 번 송연아 씨가 고훈 씨의 손에서 벗어났으니까 저는 이번에도 아가씨가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직은 추측일 뿐이지만...”“추측이 아니야.”강세헌은 눈을 감았다. 전에는 송연아가 탈출한 것이 너무 화가 나, 전혀 진정하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임지훈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송연아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었다면 숨어서 지낼 수 없었을 것이다!고훈은 송연아에게서 손해를 본 게 많았다.
그는 들어와 앉으면서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강 사장, 오랜만이네.”방 안의 불빛은 어두웠다.강세헌은 어둠 속에서 나른하게 몸을 뒤로 젖혔다.아무도 그의 표정과 감정을 엿볼 수 없었다.고훈이 물었다.“무슨 일로 날 불렀어?”“고 사장이 성홍이랑 협력하기로 했는데, 성홍의 사장이 후회하고 있다면서?”강세헌의 목소리는 차분했다.하지만 고훈의 머리에 일격을 가했다!그는 강세헌이 망쳐 놓은 것이 틀림없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불편했지만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성홍이랑은 협력하지 않아도 그만이야.”강세헌은 가볍게 웃었다.“고 사장 마음이 넓네. 협력이 무산되면 고 사장은 대체 얼마를 손해보는 거야?”고훈의 표정은 약간 불안했다.이것은 의도적으로 그를 찔러보는 게 아닌가?그는 강세헌의 수법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강세헌이 만단의 준비를 하고 왔을 줄이야!고훈이 미처 막을 겨를도 없이 일격을 날렸다!“손해 좀 보지 뭐. 돈은 잃으면 또 벌면 되니까.”고훈의 말투는 강경했다.협력이 성사되지 않으면 그는 막대한 손실을 볼 것이다!“강 사장, 나를 찾은 이유가 설마 이 소식을 전하기 위한 것이었나?”고훈이 강세헌 앞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아마도 송연아의 행방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하지만 강세헌은 그에게 송연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아니면? 아, 더 있어. 고 사장이 천수에서 개발 중인 부동산이 무단 건축이 될 수 있어서 아마 조사를 위해 개발이 중단될 것 같아...”강세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훈은 이미 참을 수 없었다.“이런 식으로 나올 거야?”그는 분노했다.그는 협력의 실패를 참을 수 있었지만 천수에 많은 돈을 투자했고 작업이 중단되면 그 손실을 계산할 수 없을 것이다!강세헌은 아주 침착했고 조금의 감정조차 보이지 않았다.“비지니스는 전쟁터와 같은데 고 사장이 부주의로 실수하고 왜 내 탓을 하는 거야?”고훈은 이를 악물고 분노에 숨을 헐떡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떠났다.
송연아는 마음이 불안했다. 강세헌이 청양시에 나타났을 때 그녀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래서 강세헌에게 항복하실 생각인가요?”송연아가 물었다.“그럴 리가요!”고훈은 강세헌 때문에 난 화를 참고 있었다.“강세헌이 당신을 찾고 싶어 할수록 난 찾을 수 없게 만들 거예요...”말을 하는 도중에 그는 오늘 한혜숙과 아이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머님은요? 아이는요?”고훈이 물었다.송연아는 사실대로 말했다.“어젯밤에 다른 곳으로 숨으러 갔어요.”그녀는 지난 몇 달 동안 별장에서 조용히 지내면서 경호원들과 잘 어울렸고, 고훈은 처음처럼 그녀를 면밀히 관찰하지 않았기 때문에 틈을 노린 것이었다.“날 못 믿어요?”고훈의 얼굴은 사나워졌고 송연아에게 배신당한 기분이 들었다.지난 몇 달 동안 송연아에게 얼마나 잘해줬는데!송연아는 그를 바라보았다.“내가 당신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강세헌이 나를 찾으려고 왔는데 먼저 준비해 놓아야 하지 않겠어요? 당신이 어제 그를 만나러 가서 나의 행방을 폭로하면 어떡해요? 강세헌이 나를 데려가는 건 괜찮은데, 그러다가 내 아이를 다치게 하면 어떡해요?”그래서 그녀는 한혜숙에게 아이를 데리고 나가서 먼저 숨겨달라고 했다.겉으로 보기에 그녀는 고훈과 친구처럼 지냈지만 사실 그녀는 항상 마음속으로 그를 경계했다.이해관계가 얽힌 관계였으니까.친구 같은 건 없었다!고훈은 송연아가 이미 자신을 친구로 생각하고 있는 줄 알았다.그런데 생각밖에 그녀는 여전히 그를 경계하고 있었다.“송연아, 당신은 정말 잔인한 사람이에요!”고훈은 분노했다.그의 두 손은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갑자기 문이 덜컹거리더니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고훈은 놀라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강세헌은 이미 부하들과 함께 별장을 지키는 경호원들을 제압하고 집 안으로 들이닥쳤다.“당신들이 어떻게 여길 찾아왔어?”고훈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청양시에서 그는 자신의 손바닥으로
임지훈이 다가가서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송연아는 창문에서 떨어졌다.강세헌은 냉랭하게 지시를 내렸다.“가서 사람 데리고 가.”말을 마치고 그는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임지훈은 창문에서 내려다보았다. 비록 2층이라 너무 높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밀려 떨어지면 무조건 다칠 것이다.그는 약간의 동정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송연아에게는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그녀가 먼저 강세헌을 건드렸기 때문이다.누가 그녀더러 잘 지내다가 갑자기 도망치라고 했는가?그들을 몇 달 동안이나 찾게 만들었다!일 층에서.송연아는 땅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온몸이 아팠지만 다리가 특별히 더 아팠다. 그녀는 떨면서 다리를 만졌는데 아마도 다리뼈가 골절된 것 같았다.임지훈은 사람을 시켜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조금의 부드러움도 없이 거칠었다!송연아는 저항할 힘이 없었다.마치 뼈가 없는 꼭두각시처럼 그들이 끌고 가도록 내버려 두었다.이곳은 고훈의 영역이었지만 강세헌은 준비를 하고 왔기 때문에 데려온 사람들이 많았고 고훈도 할 수 없이 송연아가 끌려가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그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부주의한 자신에게 화가 났다.교활하고 간사한 강세헌에게 화가 났다!“강세헌, 아직 안 끝났어!”고훈은 펄쩍 뛰며 화를 냈다!강세헌은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바로 돌아갔다.송연아의 몸은 원래도 약했는데 차에 올라타자 바로 기절했다.임지훈이 물었다.“몸에 피가 묻어 있는 걸 보아 크게 다친 것 같은데 병원에 먼저 보낼까요?”“그럴 필요 없어.”강세헌이 바로 대답했다.그 높이에서 떨어져도 죽지 않을 것이다.그는 잘 알고 있었다.불구가 된다면 도망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좋을 것이다!임지훈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강세헌이 무척 화가 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송연아에게 교훈을 주려는 것이다.송연아는 용운시로 돌아왔고 강세헌은 그녀를 가두었다.그녀가 깨어났을 때 주위는 온통 어둠이었다.그녀는 이곳이 어디인지, 얼마나 오랫동안 의
강세헌은 여전히 냉정하게 말했다.“신경 쓰지 마세요.”그렇게 말한 후 그는 위층으로 올라갔다.오은화는 감히 더 말하지도 못했다.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마음속으로 송연아가 걱정되었지만 감히 강세헌을 건드리지 못했다.그리고 그녀도 이 일에서 송연아가 먼저 잘못했다고 생각했다.어떻게 그렇게 도망칠 수 있을까?강세헌이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송연아가 사라진 몇 달 동안 최지현은 알랑거릴 기회가 생겼다.강세헌이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아도 매일 음식을 만들어 보내며 강세헌의 마음을 얻으려 했고 별장으로 들어가 여주인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오늘도 다르지 않았다.오은화는 그녀의 존재에 익숙해지고 있었다.그녀는 물건을 넘겨받으면서 말했다.“아가씨, 저희 도련님이 아가씨를 반기지 않으시니까 나가주세요.”최지현은 마음을 굽히지 않았다.“아주머니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아니면 세헌 씨가 한 말이에요?”“도련님께서 여러 번 말씀하셨어요. 더 물어볼 필요가 있나요?”오은화는 그녀가 입을 열 수 없게 공격했다.오은화는 최지현 같은 끈질긴 여자를 싫어했다.마치 잘 떨어지지 않는 파스처럼.주인님이 이미 싫다고 표현했는데도 여전히 뻔뻔스럽게 들러붙는다.정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아가씨, 도련님께서는 이미 결혼하셨으니까 이제 오지 마세요.”오은화는 그녀를 보고 싶지 않았다.최지현은 참으면서 말했다.“알아요. 그런데 송연아가 사라지지 않았어요?”“저희 사모님 다시 돌아오셨어요. 그러니까 유부남 탐내는 거 그만둬요.”오은화는 말을 마치고 문을 닫았다.그녀는 평소처럼 물건을 쓰레기통에 버리려 하다가 이번에는 갑자기 동작을 멈췄다. 그녀는 식자재가 전부 몸에 좋은 것들인 걸 보고 송연아를 몸보신해주러 지하실로 보낼 생각을 했다.최지현은 송연아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얼어붙어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오은화가 나오는 것을 본 그녀는 즉시 오은화의 팔을 붙잡았다.“진짜예요? 송연아가 돌아왔어요?”오은화가 대답했다.“도련님께
최지현은 놀라서 얼굴이 순식간에 하얘졌고 말을 더듬었다.“세, 세, 세헌 씨가 여기 어떻게...”강세헌은 성큼 걸어가서 그녀를 발로 찼다. 그리고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감히 날 속여!”최지현은 땅에 넘어졌다가 허둥지둥 일어났다.“전 세헌 씨를 속이지 않았어요...”그녀가 하는 말을 강세헌이 전부 들었다. 지금 최지현은 여전히 숨기려 하고 있다!그는 최지현과 보냈던 그날 밤을 계속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그는 이 여자가 당장 사라지기를 원했다!“아주머니, 이 사람 보고 있어요!”강세헌은 임지훈에게 전화를 걸어 와서 최지현을 처리하라고 말했다.전화를 끊고 그는 바닥에 누워있는 호흡이 약한 송연아를 바라보며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성큼 걸어가서 그녀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손을 들고 잠시 망설이다가 그녀의 얼굴을 만졌다. 떨림이 섞인 목소리로 부드럽게 불렀다.“연아 씨.”그날 밤 같이 있었던 여자가 송연아일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그의 심장이 떨렸다.송연아의 눈앞에 있던 실루엣이 서서히 흐려지더니 완전히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강세헌은 그녀를 들어서 안고 즉시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는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기사님, 차를 대기시켜요!”운전기사는 당장 차를 가지러 갔다.강세헌은 송연아를 안고 차에 올라탔다.“병원으로 가요.”기사가 대답했다.“네.”말한 후 그는 곧바로 차를 운전했다.기사가 빠르게 운전한 덕분에 병원에 도착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의사는 송연아에게 전신 검사를 했다.강세헌은 불안해하며 물었다.“목숨이 위험한 건 아니죠?”의사가 말했다.“당분간은 위험이 없습니다. 그런데 아마도 출산한 지 얼마되지 않기 때문에 몸이 너무 약합니다. 왼쪽 종아리뼈가 골절되어 확실히 나아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강세헌은 깜짝 놀랐다.“의사 선생님, 뭐라고 하셨어요? 출산했다고요?”의사가 사실대로 대답했다.“검사 결과로 보기에는 그렇습니다.”강세헌은 속에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지금 막 들었는데 유정 씨와 결혼한다면서요. 지금 방씨 가문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난리 났어요.”임지훈이 웃었다.“저 이래 봐도 능력 있는 남자예요.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아요. 봐요, 결혼도 금방 하죠?”구애린이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짝이 있네요.”찬이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지훈이 삼촌, 축하해요.”“고마워.”임지훈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재경이 물었다.“그런데 데릴사위로 들어간다고 하던데요?”심재경의 말에 모두 놀라며 시선이 일제히 임지훈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다. 임지훈의 조건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있고 능력도 있어서 충분히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데 말이다.“하긴, 방씨 가문에 가장이 필요하긴 해요.”심재경이 그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했다....임지훈의 결혼식으로 송연아와 강세헌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일정을 늦췄다. 아무도 심재경의 결혼식을 보러 왔다가 임지의 결혼식까지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건 임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듯이 방유정과의 결혼은 정말로 찰나의 결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 역시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임지훈이 진원우에게 말했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진원우가 말했다.“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방씨 가문은 돈도 많고 유정 씨도 예쁘고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만족해.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아서 그래.”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었는데 이제 프랑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결혼식은 방씨 가문에서 모두 준비했는데 방유정 딸 하나이고 또 사위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방씨 가문의 친척들도 꽤 많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록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임지훈 측은 심재경이 준비했는데 심재경 본인도 금방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에 익숙한지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방유정은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값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
“잠도 잤는데 왜요? 모른 척하려고요?”방유정이 옷을 입더니 침대에서 꼼짝 안 하는 임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임지훈이 말했다.“내 옷을 가져오지 않았잖아요. 나 입을 옷 없어요.”방유정은 그제야 임지훈이 옷이 없다는 걸 생각했다.“가져다 줄게요.”그녀는 곧바로 차에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올라갔다.“뭐 입을지는 알아서 찾아서 입고 내려와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방유정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임지훈은 침대에서 내려 결혼 얘기이니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그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방유정은 부모님 가운데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임지훈이 건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저기...”“우리 딸 줄게요.”“아니에요. 지훈 씨가 저한테 시집 오는 거예요.”방유정이 정정했다.“...”“...”“...”방유정을 제외한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유정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유정은 자신이 여자이며 이 집안에 다른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아버지가 중병이고 자기는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기에 어찌 보면 자기가 남편을 찾는다기보다는 방씨 가문의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인제야 그녀는 부모가 조급해하는 의도를 이해했고 그녀 역시 가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임지훈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임지훈을 각별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지 않겠는가.“유정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임지훈은 뼈대가 있는 남자로서 데릴사위 할 생각은 없었다.방유정이 말했다.“후회하면 안 돼요!”“왜 안 돼요? 유정 씨가 뭘 원하든지 저 모두 만족시켜 줄 수...”“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방유정이 외치자, 임지훈은 오히려 우스웠다. 한 여자가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다니!“우리 유정이가 시집가는 거 맞아요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