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오른팔인 임지훈조차도 전전긍긍하고 있었다.“조사해 보니 모든 단서가 여전히 청양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오랫동안 청양시에서 송연아 씨를 찾고 있었지만 흔적이 없었다가 오늘 누군가 청양시 제일병원에서 송연아 씨를 봤다고 연락이 왔습니다.”단서를 얻은 임지훈은 즉시 보고하러 왔다.강세헌은 검은색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옷깃이 살짝 열려있었다. 캐주얼한 옷차림에 진지함이 묻어났다.“가서 차를 대기시켜.”임지훈이 물었다.“직접 가시겠습니까?”강세헌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몇 달 동안 돌아다녀도 사람 하나를 못 찾아내? 임지훈, 너 실력이 점점 늘고 있네.”임지훈은 고개를 숙였다.“누군가 송연아 씨를 돕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여자가 혼자 숨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분명히 그 여자가 청양시에서 나타났다는 단서가 있었는데 저희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 단서도 청양시를 가리키고 있어서 제 생각에는 송연아 씨가 확실히 청양에 있는 것 같아요...”그는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고훈 씨가 청양시에 있지 않습니까?”임지훈은 문득 모든 것을 깨우친 듯했다.“저희는 처음부터 쭉 송연아 씨만 노리고 있었지만 송연아 씨를 잡을 수 있는 고훈을 잊고 있었어요. 그런데 송연아 씨가 정말 고훈 씨의 손에 넘어간 것이라면 무사할 수 있을까요? 고훈 씨가 송연아 씨를 잡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그는 송연아의 상황이 조금 걱정스러웠다.강세헌의 안색도 점점 어두워졌다.고훈이 송연아의 마음을 탐했고 강세헌은 그것을 잘 알고 있다.“지난 몇 번 송연아 씨가 고훈 씨의 손에서 벗어났으니까 저는 이번에도 아가씨가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직은 추측일 뿐이지만...”“추측이 아니야.”강세헌은 눈을 감았다. 전에는 송연아가 탈출한 것이 너무 화가 나, 전혀 진정하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임지훈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송연아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었다면 숨어서 지낼 수 없었을 것이다!고훈은 송연아에게서 손해를 본 게 많았다.
그는 들어와 앉으면서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강 사장, 오랜만이네.”방 안의 불빛은 어두웠다.강세헌은 어둠 속에서 나른하게 몸을 뒤로 젖혔다.아무도 그의 표정과 감정을 엿볼 수 없었다.고훈이 물었다.“무슨 일로 날 불렀어?”“고 사장이 성홍이랑 협력하기로 했는데, 성홍의 사장이 후회하고 있다면서?”강세헌의 목소리는 차분했다.하지만 고훈의 머리에 일격을 가했다!그는 강세헌이 망쳐 놓은 것이 틀림없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불편했지만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성홍이랑은 협력하지 않아도 그만이야.”강세헌은 가볍게 웃었다.“고 사장 마음이 넓네. 협력이 무산되면 고 사장은 대체 얼마를 손해보는 거야?”고훈의 표정은 약간 불안했다.이것은 의도적으로 그를 찔러보는 게 아닌가?그는 강세헌의 수법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강세헌이 만단의 준비를 하고 왔을 줄이야!고훈이 미처 막을 겨를도 없이 일격을 날렸다!“손해 좀 보지 뭐. 돈은 잃으면 또 벌면 되니까.”고훈의 말투는 강경했다.협력이 성사되지 않으면 그는 막대한 손실을 볼 것이다!“강 사장, 나를 찾은 이유가 설마 이 소식을 전하기 위한 것이었나?”고훈이 강세헌 앞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아마도 송연아의 행방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하지만 강세헌은 그에게 송연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아니면? 아, 더 있어. 고 사장이 천수에서 개발 중인 부동산이 무단 건축이 될 수 있어서 아마 조사를 위해 개발이 중단될 것 같아...”강세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훈은 이미 참을 수 없었다.“이런 식으로 나올 거야?”그는 분노했다.그는 협력의 실패를 참을 수 있었지만 천수에 많은 돈을 투자했고 작업이 중단되면 그 손실을 계산할 수 없을 것이다!강세헌은 아주 침착했고 조금의 감정조차 보이지 않았다.“비지니스는 전쟁터와 같은데 고 사장이 부주의로 실수하고 왜 내 탓을 하는 거야?”고훈은 이를 악물고 분노에 숨을 헐떡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떠났다.
송연아는 마음이 불안했다. 강세헌이 청양시에 나타났을 때 그녀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래서 강세헌에게 항복하실 생각인가요?”송연아가 물었다.“그럴 리가요!”고훈은 강세헌 때문에 난 화를 참고 있었다.“강세헌이 당신을 찾고 싶어 할수록 난 찾을 수 없게 만들 거예요...”말을 하는 도중에 그는 오늘 한혜숙과 아이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머님은요? 아이는요?”고훈이 물었다.송연아는 사실대로 말했다.“어젯밤에 다른 곳으로 숨으러 갔어요.”그녀는 지난 몇 달 동안 별장에서 조용히 지내면서 경호원들과 잘 어울렸고, 고훈은 처음처럼 그녀를 면밀히 관찰하지 않았기 때문에 틈을 노린 것이었다.“날 못 믿어요?”고훈의 얼굴은 사나워졌고 송연아에게 배신당한 기분이 들었다.지난 몇 달 동안 송연아에게 얼마나 잘해줬는데!송연아는 그를 바라보았다.“내가 당신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강세헌이 나를 찾으려고 왔는데 먼저 준비해 놓아야 하지 않겠어요? 당신이 어제 그를 만나러 가서 나의 행방을 폭로하면 어떡해요? 강세헌이 나를 데려가는 건 괜찮은데, 그러다가 내 아이를 다치게 하면 어떡해요?”그래서 그녀는 한혜숙에게 아이를 데리고 나가서 먼저 숨겨달라고 했다.겉으로 보기에 그녀는 고훈과 친구처럼 지냈지만 사실 그녀는 항상 마음속으로 그를 경계했다.이해관계가 얽힌 관계였으니까.친구 같은 건 없었다!고훈은 송연아가 이미 자신을 친구로 생각하고 있는 줄 알았다.그런데 생각밖에 그녀는 여전히 그를 경계하고 있었다.“송연아, 당신은 정말 잔인한 사람이에요!”고훈은 분노했다.그의 두 손은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갑자기 문이 덜컹거리더니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고훈은 놀라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강세헌은 이미 부하들과 함께 별장을 지키는 경호원들을 제압하고 집 안으로 들이닥쳤다.“당신들이 어떻게 여길 찾아왔어?”고훈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청양시에서 그는 자신의 손바닥으로
임지훈이 다가가서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송연아는 창문에서 떨어졌다.강세헌은 냉랭하게 지시를 내렸다.“가서 사람 데리고 가.”말을 마치고 그는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임지훈은 창문에서 내려다보았다. 비록 2층이라 너무 높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밀려 떨어지면 무조건 다칠 것이다.그는 약간의 동정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송연아에게는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그녀가 먼저 강세헌을 건드렸기 때문이다.누가 그녀더러 잘 지내다가 갑자기 도망치라고 했는가?그들을 몇 달 동안이나 찾게 만들었다!일 층에서.송연아는 땅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온몸이 아팠지만 다리가 특별히 더 아팠다. 그녀는 떨면서 다리를 만졌는데 아마도 다리뼈가 골절된 것 같았다.임지훈은 사람을 시켜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조금의 부드러움도 없이 거칠었다!송연아는 저항할 힘이 없었다.마치 뼈가 없는 꼭두각시처럼 그들이 끌고 가도록 내버려 두었다.이곳은 고훈의 영역이었지만 강세헌은 준비를 하고 왔기 때문에 데려온 사람들이 많았고 고훈도 할 수 없이 송연아가 끌려가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그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부주의한 자신에게 화가 났다.교활하고 간사한 강세헌에게 화가 났다!“강세헌, 아직 안 끝났어!”고훈은 펄쩍 뛰며 화를 냈다!강세헌은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바로 돌아갔다.송연아의 몸은 원래도 약했는데 차에 올라타자 바로 기절했다.임지훈이 물었다.“몸에 피가 묻어 있는 걸 보아 크게 다친 것 같은데 병원에 먼저 보낼까요?”“그럴 필요 없어.”강세헌이 바로 대답했다.그 높이에서 떨어져도 죽지 않을 것이다.그는 잘 알고 있었다.불구가 된다면 도망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좋을 것이다!임지훈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강세헌이 무척 화가 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송연아에게 교훈을 주려는 것이다.송연아는 용운시로 돌아왔고 강세헌은 그녀를 가두었다.그녀가 깨어났을 때 주위는 온통 어둠이었다.그녀는 이곳이 어디인지, 얼마나 오랫동안 의
강세헌은 여전히 냉정하게 말했다.“신경 쓰지 마세요.”그렇게 말한 후 그는 위층으로 올라갔다.오은화는 감히 더 말하지도 못했다.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마음속으로 송연아가 걱정되었지만 감히 강세헌을 건드리지 못했다.그리고 그녀도 이 일에서 송연아가 먼저 잘못했다고 생각했다.어떻게 그렇게 도망칠 수 있을까?강세헌이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송연아가 사라진 몇 달 동안 최지현은 알랑거릴 기회가 생겼다.강세헌이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아도 매일 음식을 만들어 보내며 강세헌의 마음을 얻으려 했고 별장으로 들어가 여주인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오늘도 다르지 않았다.오은화는 그녀의 존재에 익숙해지고 있었다.그녀는 물건을 넘겨받으면서 말했다.“아가씨, 저희 도련님이 아가씨를 반기지 않으시니까 나가주세요.”최지현은 마음을 굽히지 않았다.“아주머니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아니면 세헌 씨가 한 말이에요?”“도련님께서 여러 번 말씀하셨어요. 더 물어볼 필요가 있나요?”오은화는 그녀가 입을 열 수 없게 공격했다.오은화는 최지현 같은 끈질긴 여자를 싫어했다.마치 잘 떨어지지 않는 파스처럼.주인님이 이미 싫다고 표현했는데도 여전히 뻔뻔스럽게 들러붙는다.정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아가씨, 도련님께서는 이미 결혼하셨으니까 이제 오지 마세요.”오은화는 그녀를 보고 싶지 않았다.최지현은 참으면서 말했다.“알아요. 그런데 송연아가 사라지지 않았어요?”“저희 사모님 다시 돌아오셨어요. 그러니까 유부남 탐내는 거 그만둬요.”오은화는 말을 마치고 문을 닫았다.그녀는 평소처럼 물건을 쓰레기통에 버리려 하다가 이번에는 갑자기 동작을 멈췄다. 그녀는 식자재가 전부 몸에 좋은 것들인 걸 보고 송연아를 몸보신해주러 지하실로 보낼 생각을 했다.최지현은 송연아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얼어붙어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오은화가 나오는 것을 본 그녀는 즉시 오은화의 팔을 붙잡았다.“진짜예요? 송연아가 돌아왔어요?”오은화가 대답했다.“도련님께
최지현은 놀라서 얼굴이 순식간에 하얘졌고 말을 더듬었다.“세, 세, 세헌 씨가 여기 어떻게...”강세헌은 성큼 걸어가서 그녀를 발로 찼다. 그리고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감히 날 속여!”최지현은 땅에 넘어졌다가 허둥지둥 일어났다.“전 세헌 씨를 속이지 않았어요...”그녀가 하는 말을 강세헌이 전부 들었다. 지금 최지현은 여전히 숨기려 하고 있다!그는 최지현과 보냈던 그날 밤을 계속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그는 이 여자가 당장 사라지기를 원했다!“아주머니, 이 사람 보고 있어요!”강세헌은 임지훈에게 전화를 걸어 와서 최지현을 처리하라고 말했다.전화를 끊고 그는 바닥에 누워있는 호흡이 약한 송연아를 바라보며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성큼 걸어가서 그녀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손을 들고 잠시 망설이다가 그녀의 얼굴을 만졌다. 떨림이 섞인 목소리로 부드럽게 불렀다.“연아 씨.”그날 밤 같이 있었던 여자가 송연아일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그의 심장이 떨렸다.송연아의 눈앞에 있던 실루엣이 서서히 흐려지더니 완전히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강세헌은 그녀를 들어서 안고 즉시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는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기사님, 차를 대기시켜요!”운전기사는 당장 차를 가지러 갔다.강세헌은 송연아를 안고 차에 올라탔다.“병원으로 가요.”기사가 대답했다.“네.”말한 후 그는 곧바로 차를 운전했다.기사가 빠르게 운전한 덕분에 병원에 도착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의사는 송연아에게 전신 검사를 했다.강세헌은 불안해하며 물었다.“목숨이 위험한 건 아니죠?”의사가 말했다.“당분간은 위험이 없습니다. 그런데 아마도 출산한 지 얼마되지 않기 때문에 몸이 너무 약합니다. 왼쪽 종아리뼈가 골절되어 확실히 나아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강세헌은 깜짝 놀랐다.“의사 선생님, 뭐라고 하셨어요? 출산했다고요?”의사가 사실대로 대답했다.“검사 결과로 보기에는 그렇습니다.”강세헌은 속에
그녀는 이 남자가 전에 건물에서 잔인하게 밀어뜨린 기억이 생생했다.“송연아 씨.”강세헌이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7월 6일 저녁에 하나병원에 있었어요?”송연아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되물었다.“그 당시 저는 하나병원의 의사였는데 병원에 있는 게 뭐가 잘못됐나요?”송연아는 목이 바짝 마른 채로 그에게 되물었다.강세헌이 왜 그날 밤을 언급하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그러니까 그날 밤에 병원에 있었다는 거네요. 연아 씨 근무가 아닌데 최지현 씨를 대신하여 출근한 거 맞아요?”강세헌은 이미 최지현한테서 진실을 알게 되었다.송연아에게 다시 한번 묻는 건 일말의 오차가 없길 바라서였다.송연아는 입술을 앙다물더니 솔직하게 대답했다.“맞아요. 그날 밤은 나랑 세헌 씨가 결혼한 첫날 밤이라 여느 때보다 기억이 생생해요. 세헌 씨는 별장에 가지 않았고 나는 지현이가 잠시 일이 생겨서 대신 근무해달라는 문자를 받고 병원에 갔어요...”“그날 밤 상처를 입은 남자를 봤었죠?”“세헌 씨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송연아가 그의 말을 가로채고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내 뒷조사해요?”“묻는 말에만 대답해요. 봤어요 못 봤어요?”강세헌은 흥분한 기색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송연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숨김없이 다 털어놓기로 했다. 어차피 강세헌은 모든 걸 다 알게 됐으니 그녀가 남김없이 말하면 강세헌이 그녀를 증오하게 될 것이고 덩달아 통쾌하게 이혼해 줄 테니 그땐 멀리 떠나기만 하면 된다.“맞아요, 상처 입은 남자를 만났어요.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 같았는데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는 구분이 안 됐어요. 나를 납치했지만 해치진 않았어요. 그래서 나도 좋은 사람일 거로 믿고 구해주기로 했죠. 구하던 과정에 그 사람이 내게 탐욕을 보였고 난 거부하지 않았어요. 어차피 내 남편도 날 싫어하는데 눈앞의 남자랑 관계가 발생하면 신혼인 남편이 나를 역겨워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당신과 신혼 첫날밤인 그 밤에 딴 남자랑 관계를 맺고
강세헌이 곧장 병실 문을 열고 안에 들어서자 송연아가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한 채로 침대 옆에 엎드려 있었다.그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뭐 하는 거예요?”강세헌은 재빨리 달려가 그녀를 부축했다. 그는 차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그녀에게 물었다.“다리가 이 지경이 됐는데 아직도 도망치려고요?”송연아가 가볍게 머리를 내저었다. 지금 그녀는 다리가 멀쩡하다 해도 도망칠 기운이 전혀 없다.젖이 불어서 가슴이 마비될 지경이니까.“목이 말라서요.”강세헌은 그제야 바짝 마른 그녀의 입술이 갈라 터져 핏기가 어린 걸 발견했다.그는 송연아를 내려다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물 따라줄게요.”송연아는 침대에 다시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무기력하게 물었다.“세헌 씨, 대체 왜 날 안 놓아주는 거예요?”강세헌은 물을 따르다가 흠칫 손이 떨렸다. 그는 송연아에게 호감이 있다.다만 그녀에게 딴 남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차마 인정할 수가 없었다. 강세헌은 워낙 자존심이 강하니까.호감이 있어도 마음을 꾹 억누를 뿐이었다.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그날 밤 그 여자가 송연아라는 걸 알게 됐고 남자관계가 복잡하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강세헌은 더 이상 그녀를 향한 마음을 숨길 필요가 없다.그는 컵을 들고 침대 머리맡에 와서 앉아 송연아를 부축했다. 그녀는 가녀린 몸에 힘이 축 처져 강세헌의 품에 기댄 채 물을 마셨다.송연아는 입을 벌리고 물 한 컵을 조금씩 천천히 다 마셨다.“더 마실래요?”강세헌이 묻자 그녀는 졸린 듯 머리를 내저었다.강세헌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품에 안고서 그날 밤 일을 떠올렸다...송연아의 몸에 밴 기운이 늘 익숙하게 느껴졌는데 그 익숙함이 어디서 왔는지 인제 드디어 알게 됐다.그녀가 바로 강세헌을 주체하지 못하게 했던 그 여자였다.강세헌은 자신을 매료시키는 이런 기운이 너무 좋았다.송연아는 눈을 감고 잠든 척했다.그녀는 원래 강세헌이 병실을 나가면 간호사의 휴대폰을 빌려 한혜숙에게 연락하려고 했는데 그가 줄곧 나가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