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1화

작가: 김세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9-07 13:17:20
그녀는 이 남자가 전에 건물에서 잔인하게 밀어뜨린 기억이 생생했다.

“송연아 씨.”

강세헌이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7월 6일 저녁에 하나병원에 있었어요?”

송연아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 당시 저는 하나병원의 의사였는데 병원에 있는 게 뭐가 잘못됐나요?”

송연아는 목이 바짝 마른 채로 그에게 되물었다.

강세헌이 왜 그날 밤을 언급하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그러니까 그날 밤에 병원에 있었다는 거네요. 연아 씨 근무가 아닌데 최지현 씨를 대신하여 출근한 거 맞아요?”

강세헌은 이미 최지현한테서 진실을 알게 되었다.

송연아에게 다시 한번 묻는 건 일말의 오차가 없길 바라서였다.

송연아는 입술을 앙다물더니 솔직하게 대답했다.

“맞아요. 그날 밤은 나랑 세헌 씨가 결혼한 첫날 밤이라 여느 때보다 기억이 생생해요. 세헌 씨는 별장에 가지 않았고 나는 지현이가 잠시 일이 생겨서 대신 근무해달라는 문자를 받고 병원에 갔어요...”

“그날 밤 상처를 입은 남자를 봤었죠?”

“세헌 씨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송연아가 그의 말을 가로채고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내 뒷조사해요?”

“묻는 말에만 대답해요. 봤어요 못 봤어요?”

강세헌은 흥분한 기색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송연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숨김없이 다 털어놓기로 했다. 어차피 강세헌은 모든 걸 다 알게 됐으니 그녀가 남김없이 말하면 강세헌이 그녀를 증오하게 될 것이고 덩달아 통쾌하게 이혼해 줄 테니 그땐 멀리 떠나기만 하면 된다.

“맞아요, 상처 입은 남자를 만났어요.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 같았는데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는 구분이 안 됐어요. 나를 납치했지만 해치진 않았어요. 그래서 나도 좋은 사람일 거로 믿고 구해주기로 했죠. 구하던 과정에 그 사람이 내게 탐욕을 보였고 난 거부하지 않았어요. 어차피 내 남편도 날 싫어하는데 눈앞의 남자랑 관계가 발생하면 신혼인 남편이 나를 역겨워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당신과 신혼 첫날밤인 그 밤에 딴 남자랑 관계를 맺고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미친 그날 밤   제92화

    강세헌이 곧장 병실 문을 열고 안에 들어서자 송연아가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한 채로 침대 옆에 엎드려 있었다.그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뭐 하는 거예요?”강세헌은 재빨리 달려가 그녀를 부축했다. 그는 차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그녀에게 물었다.“다리가 이 지경이 됐는데 아직도 도망치려고요?”송연아가 가볍게 머리를 내저었다. 지금 그녀는 다리가 멀쩡하다 해도 도망칠 기운이 전혀 없다.젖이 불어서 가슴이 마비될 지경이니까.“목이 말라서요.”강세헌은 그제야 바짝 마른 그녀의 입술이 갈라 터져 핏기가 어린 걸 발견했다.그는 송연아를 내려다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물 따라줄게요.”송연아는 침대에 다시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무기력하게 물었다.“세헌 씨, 대체 왜 날 안 놓아주는 거예요?”강세헌은 물을 따르다가 흠칫 손이 떨렸다. 그는 송연아에게 호감이 있다.다만 그녀에게 딴 남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차마 인정할 수가 없었다. 강세헌은 워낙 자존심이 강하니까.호감이 있어도 마음을 꾹 억누를 뿐이었다.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그날 밤 그 여자가 송연아라는 걸 알게 됐고 남자관계가 복잡하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강세헌은 더 이상 그녀를 향한 마음을 숨길 필요가 없다.그는 컵을 들고 침대 머리맡에 와서 앉아 송연아를 부축했다. 그녀는 가녀린 몸에 힘이 축 처져 강세헌의 품에 기댄 채 물을 마셨다.송연아는 입을 벌리고 물 한 컵을 조금씩 천천히 다 마셨다.“더 마실래요?”강세헌이 묻자 그녀는 졸린 듯 머리를 내저었다.강세헌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품에 안고서 그날 밤 일을 떠올렸다...송연아의 몸에 밴 기운이 늘 익숙하게 느껴졌는데 그 익숙함이 어디서 왔는지 인제 드디어 알게 됐다.그녀가 바로 강세헌을 주체하지 못하게 했던 그 여자였다.강세헌은 자신을 매료시키는 이런 기운이 너무 좋았다.송연아는 눈을 감고 잠든 척했다.그녀는 원래 강세헌이 병실을 나가면 간호사의 휴대폰을 빌려 한혜숙에게 연락하려고 했는데 그가 줄곧 나가질 않았다.

    최신 업데이트 : 2023-09-07
  • 미친 그날 밤   제93화

    강세헌은 그녀의 다리를 힐긋 바라보며 해명했다.“그땐 내가 홧김에 그랬어요.”홧김에 그녀를 밀쳤다고 한다.송연아는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그러니까 그녀의 죽음을 무릅쓰고 건물에서 밀쳐낼 수 있다는 말인가?“내가 떨어져서 죽으면요?”“그럴 리는 없어요. 그 높이에서 떨어지면 기껏해서 장애인이 돼요.”강세헌이 죽 한술 떠서 호 불며 식힌 후 그녀의 입가에 갖다 댔다.송연아는 그런 강세헌이 실로 불편할 따름이었다.“죽에 독 탄 건 아니겠죠?”그녀가 예민한 게 아니라 강세헌의 태도를 진짜 헤아릴 수가 없었다.강세헌은 그녀를 몇 초 동안 빤히 쳐다봤다.‘너의 마음속에서 내가 그토록 용서할 수 없는 나쁜 놈인 거야?’“연아 씨를 계속 내 옆에 두고 못살게 굴어야죠. 당분간 죽일 생각 없어요.”강세헌이 일부러 악독하게 말을 내뱉었다.그 모습에 송연아는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그래, 이게 바로 세헌 씨지.’송연아는 입을 벌려 죽을 한 입 먹었다.강세헌은 인내심 있게 그녀에게 죽 한 그릇을 전부 다 먹였다.오은화가 닭국까지 끓여왔다. 강세헌이 국을 떠주려 하자 송연아가 손사래 쳤다.“나 배불러요.”너무 많이 먹으면 젖이 더 불까 봐 걱정됐다.그러면 가슴이 부풀어 올라 엄청 아플 것이다.강세헌이 그녀에게 물 한 컵 따라주었다.송연아는 두어 모금 마시고 자리에 누우려 했다.강세헌이 부축해주다가 부주의로 그녀의 가슴을 다쳤다.“스읍.”송연아는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왜 그래요?”강세헌이 물었다.송연아는 이불을 덮고 얼굴만 내민 채 담담하게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다만 강세헌은 바로 눈치챘다. 그녀가 가까이 기댈 때 가슴이 엄청 딱딱했고 옷도 다 젖어 있었다.강세헌은 잘 알진 못해도 얼추 알고는 있었다. 이제 막 출산한 그녀가 젖이 부풀어 올라 힘들어한다는 것을.“의사 선생님 불러올까요?”강세헌이 물었다.“아니요, 괜찮아요.”송연아가 대답했다.그녀는 의사라서 며칠만 참으면 나아진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최신 업데이트 : 2023-09-07
  • 미친 그날 밤   제94화

    심재경은 더 따져 묻고 싶었지만 강세헌 때문에 이쯤에서 멈췄다. 그는 썩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강세헌은 심재경 때문에 송연아가 제대로 휴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너 따라 나와.”심재경이 풀이 죽은 채로 따라갔다.강세헌은 미간을 찌푸리며 휴대폰을 그에게 건넸다.“바보같이 왜 그래?”심재경이 곧바로 반박했다.“그래, 너 잘났다. 연아가 도망치면 사방으로 쫓아다니고 말이야. 세상에 널린 게 여자이고 널 좋아하는 여자들도 엄청 많은데 뭣 하러 연아 때문에 못 죽어 안달이야?”그는 원망을 다 늘려놓기 전에 한기를 느껴 대뜸 말을 멈췄다.강세헌은 그의 휴대폰이 삭제한 통화기록을 복원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 했는데 그것도 모르고 심재경은 그의 마음만 후벼팠다!강세헌은 휴대폰을 거두어들이며 차갑게 쏘아붙였다.“넌 산부인과 의사도 아니니 여기 있을 필요 없어. 당장 꺼져.”말을 마친 후 다시 병실로 들어갔다.심재경은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걸 알아채고 곧바로 해명했다.“미안해. 나도 마음이 급해서 그랬어. 화 풀어, 응?”강세헌은 그를 거들떠보지 않고 병실 문을 열었다. 안달이 난 심재경이 그의 옷깃을 잡아당기자 강세헌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이거 놔!”심재경은 바로 손을 놓으며 배시시 웃었다.“한 번만 봐줘. 이것 하나만 물을게. 너 그때 어디서 연아를 찾았어?”송연아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다.그녀가 숨어 지내는 곳이 어쩌면 안이슬이 숨어 지내는 곳일 수도 있다.어쨌거나 안이슬은 전에 송연아와 제일 친한 사이였으니까.심재경은 나름대로 눈치가 빠르고 머리가 빨리 돌았다.강세헌은 문을 닫고 복도 끝의 창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심재경도 뒤따라갔다.“너 연아 씨랑 알고 지낸 지 얼마나 됐어? 연아 씨에 관한 얘기 좀 해봐.”강세헌이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곧게 서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넓은 어깨와 좁은 허리라인이 어우러져 바닥에 비춘 그림자마저 눈부시게 빛났다.심재경은 내심 이런 생각이 들었다.‘연아가

    최신 업데이트 : 2023-09-07
  • 미친 그날 밤   제95화

    강세헌이 사람을 잘못 알아보고 제 아이까지 잃고 말았다.대가가 너무 커 감당할 수가 없었다.“연아 씨 아이는... 없어. 앞으로 연아 씨 앞에서 아이에 관한 말은 하지 마. 또 가슴 아파질라.”강세헌은 떨리는 목소리를 겨우 참으며 나지막이 말했다.심재경은 오히려 그럴 수도 있겠다는 듯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쌍둥이는 한 명이 유산되면 다른 한 명도 지켜내기 힘들어. 연아가 필사적으로 지켜내긴 했지만 감염될 위험이 너무 커. 유산할 때 아무리 유명한 산부인과 의사라 해도 자궁에 상처 주지 않는다는 보장은 못 해. 아이를 지켜내지 못한 것도 정상적인 일이야. 그래도 난 잘됐다고 생각해. 애 낳지 말라고 진작 권유했거든. 애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무턱대고 낳아서 혼자 키우는 게 말이 돼? 걔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강세헌은 그의 말을 들으니 더 괴로워졌다.그가 송연아를 극도로 미워하는 상황에서도 아이를 지켜내고 싶어 했으니, 그녀가 얼마나 강인하고 용기 있는 여자인지 가히 보아낼 수 있었다.“난 할 말 다 했어. 그래서 넌 대체 어디서 연아를 찾았는데? 제발 좀 얘기해줘.”심재경은 자신의 궁금증을 잊지 않았다.강세헌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마음을 추스른 후 겨우 휴대폰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통화기록을 복원하면 연아 씨가 방금 건 전화번호를 찾을 수 있어.”심재경이 흥분하며 두 눈을 반짝였다.그는 휴대폰을 가져와 재빨리 다뤘다. 잠시 후 통화기록이 복원되고 방금 번호를 찾아서 전화를 걸려던 순간, 그는 흠칫 놀라더니 호흡이 가빠졌다.심재경은 애써 심호흡하며 전화를 내걸었다....안이슬은 송연아와 통화할 때 심재경의 목소리를 듣고 눈가에 망연한 기색이 스쳐 지났다. 그녀는 한동안 멍하니 넋 놓고 있었다.통화를 마쳤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 목소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안이슬은 여전히 그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 익숙한 목소리를 잊을 수 없었다.“응애...”이때 침대에 누워있던 아기가

    최신 업데이트 : 2023-09-07
  • 미친 그날 밤   제96화

    심재경은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에 숨이 멎을 것 같았다.하고 싶은 말이 굴뚝 같은데 정작 목이 메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안이슬은 송연아가 못 들은 줄 알고 다시 한번 물었다.“연아야?”심재경은 숨을 고르며 말했다.“나 연아 아니야.”안이슬은 흠칫 놀라더니 곧장 전화를 꺼버렸다.그녀는 휴대폰을 꼭 쥐고 어쩔 바를 몰랐다.한혜숙은 그녀의 수상한 낌새에 잔뜩 걱정하며 물었다.“왜 그래? 연아가 위험하대?”안이슬은 강세헌이 이미 송연아를 용운시로 데려간 줄 몰랐다. 연아가 아직도 고훈의 손에 있는 줄로 여겼다.안이슬이 머리를 절레절레 내저었다.“그런데 왜...”한혜숙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휴대폰이 또다시 울렸다.안이슬은 전화를 안 받고 발신자 번호만 뚫어지라 쳐다봤다.한혜숙은 의아한 눈길로 그녀에게 물었다.“왜 전화를 안 받아?”안이슬이 대답했다.“연아 아니에요.”그녀는 말하면서 문밖을 나섰다.거실을 지나 발코니에 왔지만 벨 소리는 여전히 끊기지 않았다. 안이슬도 잇달아 마음이 심란했다.심재경은 그녀가 받을 때까지 전화를 걸 기세였다.한참 고민하던 안이슬은 결국 전화를 받았다.심재경이 곧바로 말을 꺼냈다.“끊지 마.”안이슬은 잠시 침묵하다가 질문을 건넸다.“연아는 좀 괜찮아?”“나 너랑 연아 얘기 하려는 게 아니야.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해. 너 지금 어디야?”심재경이 초조한 마음으로 물었지만 안이슬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이에 심재경은 흥분 조로 쏘아붙였다.“그때 한마디 말도 없이 잠수 이별하고 내 눈앞에서 사라졌어. 내가 널 얼마나 찾아 헤맨 줄 알아? 우리 사이의 감정은 아무것도 아니었어? 너 나한테 뭐라도 얘기해야 하는 거 아니야?”안이슬은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우린 안 맞아...”“그런 쓸데없는 얘기는 집어치워. 지금 만나, 너 어디야? 그것만 말해!”심재경의 언성이 살짝 높아졌다.안이슬은 나지막이 말을 이어갔다.“재경아, 널 떠나겠다고 결심한 그 순간부터 우리 사이는 끝났어. 인제 각

    최신 업데이트 : 2023-09-07
  • 미친 그날 밤   제97화

    안이슬이 웃으며 답했다.“그래요. 저를 너무 어렵게 대할 필요 없어요. 연아처럼 생각해주세요.”한혜숙은 아기를 안고 가볍게 토닥거리며 잠을 재웠다. 그녀는 안이슬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연아도 애를 낳았으니 너도 이젠 슬슬 결혼해야지. 가짜 결혼 말고 제대로 된 결혼 말이야.”안이슬의 눈가에 눈물이 살짝 고였다. 그녀는 전혀 한혜숙이 오지랖이 넓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오히려 감동을 받았다.안이슬의 엄마도 돌아가시기 전에 한혜숙과 똑같은 말을 했었다.다만 이젠 엄마의 잔소리를 듣고 싶어도 들을 수가 없다.안이슬은 가볍게 웃을 뿐 아무 대답이 없었다....심재경은 가장 빠른 속도로 청양시에 도착했다.도착하니 아직 날이 밝지 않아 해 뜰 때까지 기다려서야 곧바로 안이슬과 약속한 장소로 달려갔다.약속 시간이 되자 안이슬이 찬이를 안고 그의 앞에 나타났다.밤새 한숨도 못 잔 심재경은 낯빛이 어둡고 눈앞이 캄캄했다.안이슬이 아기를 안고 왔지만 그는 별생각이 없었다.오직 그녀에게만 모든 신경이 쏠렸다.‘살 빠졌네, 전보다 훨씬 많이 빠졌어.’심재경은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를 바라보며 애틋한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이슬아.”안이슬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심재경은 그녀를 다시 보게 되니 마냥 기뻤다. 별다른 이유 없이 웃음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그거 알아? 네가 날 떠난 동안 매 순간 널 그리워했어.”안이슬은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다만 그녀는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차갑게 쏘아붙였다.“나 결혼했어. 이 아이는 내 아기야.”심재경은 순간 방망이로 머리를 처맞은 기분이었다!그제야 그녀 품에 안긴 아기에 시선이 쏠렸다.그는 짙은 두 눈으로 정색하며 물었다.“뭐, 뭐라고? 너... 결혼했어?”심재경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큰소리로 외쳤다.“난 안 믿어, 못 믿어!”안이슬은 그를 사랑하기에 절대 딴 남자와 결혼해 아이를 낳을 리가 없다.설사 그의 옆을 떠났다고 해도 그건 안이슬만의 또 다른

    최신 업데이트 : 2023-09-07
  • 미친 그날 밤   제98화

    대문짝만하게 적힌 고훈이란 이름을 본 순간, 미간이 저절로 구겨졌다.‘고훈이 갤러리 전시회를 열어? 게다가 나한테 일부러 초대장까지 주는 거야? 대체 왜 이러는 건데? 의도가 뭐야?’송연아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무슨 생각 해요?”이때 강세헌이 문을 열고 들어와 송연아의 손에 쥔 물건을 보더니 덥석 가져갔다.“뭐에요?”송연아도 숨기지 않고 대답했다.“고훈 씨가 보내온 거예요.”고훈이란 두 글자에 강세헌의 낯빛이 확 돌변했다.그는 미간을 구기며 초대장을 열어 내용을 읽어보았다.“가고 싶어요?”송연아는 아직 고훈과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녀서 별로 가고 싶지 않았다.하지만...강세헌을 자극해 하루빨리 이혼해주고 그녀를 놓아주길 바라는 마음에 일부러 말했다.“네, 가고 싶어요.”강세헌은 입술을 앙다물었다. 송연아가 어떤 마음인지 잘 모르지만 그야 당연히 그녀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고훈은 몇 번씩이나 그녀를 갖고 싶어 했으니까.이번에 전시회를 연 것도 아마 송연아를 위해서겠지.고훈은 비록 명문대 출신이라 지적이긴 하지만 예술 쪽으론 문외한이다!강세헌은 왠지 고훈이 다른 의도를 품고 갤러리 전시회를 여는 것 같았다.“지금은 산후조리 기간이라 푹 쉬어야 해요.”강세헌은 대충 핑계를 둘러댔다.하지만 송연아는 매우 단호했다.“나 갈 거예요.”강세헌이 하지 말라고 하면 그녀는 더 하고 싶어진다.그에게만 청개구리 기질을 보이는 듯싶다.남쪽으로 가라고 하면 그녀는 한사코 북쪽으로 간다.강세헌은 말없이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송연아는 그의 시선을 회피하며 단호하게 말했다.“나 무조건 갈래요.”“알았어요.”강세헌은 송연아가 전혀 뜻을 굽힐 기미가 없다는 걸 보아냈다.“나랑 함께 가요. 혼자 보내는 건 내가 마음이 안 놓여요.”송연아는 말문이 막혔다.“세헌 씨 엄청 바쁘잖아요. 가서 볼일 보세요. 저는 아주머니랑 함께 가면 돼요. 걱정 말아요, 이번엔 절대 안 도망칠 테니까. 세헌 씨가 나랑 이혼해줘야 나도 시름 놓고 떠나죠.”

    최신 업데이트 : 2023-09-07
  • 미친 그날 밤   제99화

    그녀의 차가운 표정을 본 강세헌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추워요?”“아니요.”송연아가 단답형으로 대답했다.그에게 한 글자도 더 말하기 싫은 듯했다.강세헌은 싸늘한 그녀의 말투에 기분이 살짝 가라앉았지만 더 헤아려주고 보듬어주기로 했다.그녀는 아이를 잃고 산후조리 중인 데다가 강세헌이 건물 아래로 밀쳐버렸으니 그를 미워해도 이해됐다. 충분히 원망할 짓을 했으니까.강세헌은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그녀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싶었다.그는 다른 쪽 차 문을 열고 그녀의 옆에 앉았다....갤러리 전시장에 도착한 후 기사가 먼저 내려 트렁크에서 휠체어를 가져왔다.강세헌도 차에서 내려 송연아를 안고 휠체어에 조심스럽게 앉혔다. 그녀의 다리에 얇은 담요도 덮어주었다.송연아는 고개 들어 주변을 쭉 둘러보았다. 고훈은 장소 선택이 참 탁월했다. 용운시 옛 성문은 나라의 보호를 받는 고대 건축물이라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어 여기 서서 봐도 역사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강세헌이 휠체어를 밀면서 그녀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문 앞엔 수많은 차들이 세워졌다.오늘 고훈은 적잖은 사람들을 초대했다.전시장에 들어선 후 송연아는 벽에 걸린 그림을 보더니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고훈이 왜 갤러리 전시회를 열었는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전에 그녀는 청양시에서 화실을 열었는데 나중에 고훈이 전부 폐쇄해버렸고 흔적조차 말끔히 지웠다. 목적은 바로 강세헌이 조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그 안에는 그녀의 그림이 엄청 많았다.이번에 갤러리 전시회를 주최한 의도가 강세헌을 엿 먹이기 위해서인가?송연아는 저절로 미간이 구겨졌다.‘마음대로 하라지 뭐. 세헌 씨가 이 일로 나랑 이혼해주면 오히려 잘된 일이잖아.’“강 대표.”고훈은 그들을 보자 하던 얘기를 마치고 재빨리 이쪽으로 걸어왔다.“너도 왔어? 나 너한테 초대장 안 보낸 것 같은데?”그의 전시회는 강세헌에게 보여주기 위해 주최한 것이다.강세헌이 무조건 올 거란 보장이 있었다.하여 고훈은 일부러 이렇게

    최신 업데이트 : 2023-09-07

최신 챕터

  • 미친 그날 밤   제1265화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 미친 그날 밤   제1264화

    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 미친 그날 밤   제1263화

    “지금 막 들었는데 유정 씨와 결혼한다면서요. 지금 방씨 가문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난리 났어요.”임지훈이 웃었다.“저 이래 봐도 능력 있는 남자예요.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아요. 봐요, 결혼도 금방 하죠?”구애린이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짝이 있네요.”찬이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지훈이 삼촌, 축하해요.”“고마워.”임지훈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재경이 물었다.“그런데 데릴사위로 들어간다고 하던데요?”심재경의 말에 모두 놀라며 시선이 일제히 임지훈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다. 임지훈의 조건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있고 능력도 있어서 충분히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데 말이다.“하긴, 방씨 가문에 가장이 필요하긴 해요.”심재경이 그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했다....임지훈의 결혼식으로 송연아와 강세헌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일정을 늦췄다. 아무도 심재경의 결혼식을 보러 왔다가 임지의 결혼식까지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건 임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듯이 방유정과의 결혼은 정말로 찰나의 결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 역시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임지훈이 진원우에게 말했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진원우가 말했다.“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방씨 가문은 돈도 많고 유정 씨도 예쁘고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만족해.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아서 그래.”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었는데 이제 프랑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결혼식은 방씨 가문에서 모두 준비했는데 방유정 딸 하나이고 또 사위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방씨 가문의 친척들도 꽤 많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록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임지훈 측은 심재경이 준비했는데 심재경 본인도 금방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에 익숙한지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방유정은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값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

  • 미친 그날 밤   제1262화

    “잠도 잤는데 왜요? 모른 척하려고요?”방유정이 옷을 입더니 침대에서 꼼짝 안 하는 임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임지훈이 말했다.“내 옷을 가져오지 않았잖아요. 나 입을 옷 없어요.”방유정은 그제야 임지훈이 옷이 없다는 걸 생각했다.“가져다 줄게요.”그녀는 곧바로 차에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올라갔다.“뭐 입을지는 알아서 찾아서 입고 내려와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방유정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임지훈은 침대에서 내려 결혼 얘기이니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그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방유정은 부모님 가운데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임지훈이 건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저기...”“우리 딸 줄게요.”“아니에요. 지훈 씨가 저한테 시집 오는 거예요.”방유정이 정정했다.“...”“...”“...”방유정을 제외한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유정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유정은 자신이 여자이며 이 집안에 다른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아버지가 중병이고 자기는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기에 어찌 보면 자기가 남편을 찾는다기보다는 방씨 가문의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인제야 그녀는 부모가 조급해하는 의도를 이해했고 그녀 역시 가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임지훈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임지훈을 각별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지 않겠는가.“유정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임지훈은 뼈대가 있는 남자로서 데릴사위 할 생각은 없었다.방유정이 말했다.“후회하면 안 돼요!”“왜 안 돼요? 유정 씨가 뭘 원하든지 저 모두 만족시켜 줄 수...”“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방유정이 외치자, 임지훈은 오히려 우스웠다. 한 여자가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다니!“우리 유정이가 시집가는 거 맞아요

  • 미친 그날 밤   제1261화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

  • 미친 그날 밤   제1260화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 미친 그날 밤   제1259화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 미친 그날 밤   제1258화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 미친 그날 밤   제1257화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