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헌은 여전히 냉정하게 말했다.“신경 쓰지 마세요.”그렇게 말한 후 그는 위층으로 올라갔다.오은화는 감히 더 말하지도 못했다.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마음속으로 송연아가 걱정되었지만 감히 강세헌을 건드리지 못했다.그리고 그녀도 이 일에서 송연아가 먼저 잘못했다고 생각했다.어떻게 그렇게 도망칠 수 있을까?강세헌이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송연아가 사라진 몇 달 동안 최지현은 알랑거릴 기회가 생겼다.강세헌이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아도 매일 음식을 만들어 보내며 강세헌의 마음을 얻으려 했고 별장으로 들어가 여주인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오늘도 다르지 않았다.오은화는 그녀의 존재에 익숙해지고 있었다.그녀는 물건을 넘겨받으면서 말했다.“아가씨, 저희 도련님이 아가씨를 반기지 않으시니까 나가주세요.”최지현은 마음을 굽히지 않았다.“아주머니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아니면 세헌 씨가 한 말이에요?”“도련님께서 여러 번 말씀하셨어요. 더 물어볼 필요가 있나요?”오은화는 그녀가 입을 열 수 없게 공격했다.오은화는 최지현 같은 끈질긴 여자를 싫어했다.마치 잘 떨어지지 않는 파스처럼.주인님이 이미 싫다고 표현했는데도 여전히 뻔뻔스럽게 들러붙는다.정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아가씨, 도련님께서는 이미 결혼하셨으니까 이제 오지 마세요.”오은화는 그녀를 보고 싶지 않았다.최지현은 참으면서 말했다.“알아요. 그런데 송연아가 사라지지 않았어요?”“저희 사모님 다시 돌아오셨어요. 그러니까 유부남 탐내는 거 그만둬요.”오은화는 말을 마치고 문을 닫았다.그녀는 평소처럼 물건을 쓰레기통에 버리려 하다가 이번에는 갑자기 동작을 멈췄다. 그녀는 식자재가 전부 몸에 좋은 것들인 걸 보고 송연아를 몸보신해주러 지하실로 보낼 생각을 했다.최지현은 송연아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얼어붙어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오은화가 나오는 것을 본 그녀는 즉시 오은화의 팔을 붙잡았다.“진짜예요? 송연아가 돌아왔어요?”오은화가 대답했다.“도련님께
최지현은 놀라서 얼굴이 순식간에 하얘졌고 말을 더듬었다.“세, 세, 세헌 씨가 여기 어떻게...”강세헌은 성큼 걸어가서 그녀를 발로 찼다. 그리고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감히 날 속여!”최지현은 땅에 넘어졌다가 허둥지둥 일어났다.“전 세헌 씨를 속이지 않았어요...”그녀가 하는 말을 강세헌이 전부 들었다. 지금 최지현은 여전히 숨기려 하고 있다!그는 최지현과 보냈던 그날 밤을 계속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그는 이 여자가 당장 사라지기를 원했다!“아주머니, 이 사람 보고 있어요!”강세헌은 임지훈에게 전화를 걸어 와서 최지현을 처리하라고 말했다.전화를 끊고 그는 바닥에 누워있는 호흡이 약한 송연아를 바라보며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성큼 걸어가서 그녀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손을 들고 잠시 망설이다가 그녀의 얼굴을 만졌다. 떨림이 섞인 목소리로 부드럽게 불렀다.“연아 씨.”그날 밤 같이 있었던 여자가 송연아일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그의 심장이 떨렸다.송연아의 눈앞에 있던 실루엣이 서서히 흐려지더니 완전히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강세헌은 그녀를 들어서 안고 즉시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는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기사님, 차를 대기시켜요!”운전기사는 당장 차를 가지러 갔다.강세헌은 송연아를 안고 차에 올라탔다.“병원으로 가요.”기사가 대답했다.“네.”말한 후 그는 곧바로 차를 운전했다.기사가 빠르게 운전한 덕분에 병원에 도착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의사는 송연아에게 전신 검사를 했다.강세헌은 불안해하며 물었다.“목숨이 위험한 건 아니죠?”의사가 말했다.“당분간은 위험이 없습니다. 그런데 아마도 출산한 지 얼마되지 않기 때문에 몸이 너무 약합니다. 왼쪽 종아리뼈가 골절되어 확실히 나아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강세헌은 깜짝 놀랐다.“의사 선생님, 뭐라고 하셨어요? 출산했다고요?”의사가 사실대로 대답했다.“검사 결과로 보기에는 그렇습니다.”강세헌은 속에
그녀는 이 남자가 전에 건물에서 잔인하게 밀어뜨린 기억이 생생했다.“송연아 씨.”강세헌이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7월 6일 저녁에 하나병원에 있었어요?”송연아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되물었다.“그 당시 저는 하나병원의 의사였는데 병원에 있는 게 뭐가 잘못됐나요?”송연아는 목이 바짝 마른 채로 그에게 되물었다.강세헌이 왜 그날 밤을 언급하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그러니까 그날 밤에 병원에 있었다는 거네요. 연아 씨 근무가 아닌데 최지현 씨를 대신하여 출근한 거 맞아요?”강세헌은 이미 최지현한테서 진실을 알게 되었다.송연아에게 다시 한번 묻는 건 일말의 오차가 없길 바라서였다.송연아는 입술을 앙다물더니 솔직하게 대답했다.“맞아요. 그날 밤은 나랑 세헌 씨가 결혼한 첫날 밤이라 여느 때보다 기억이 생생해요. 세헌 씨는 별장에 가지 않았고 나는 지현이가 잠시 일이 생겨서 대신 근무해달라는 문자를 받고 병원에 갔어요...”“그날 밤 상처를 입은 남자를 봤었죠?”“세헌 씨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송연아가 그의 말을 가로채고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내 뒷조사해요?”“묻는 말에만 대답해요. 봤어요 못 봤어요?”강세헌은 흥분한 기색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송연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숨김없이 다 털어놓기로 했다. 어차피 강세헌은 모든 걸 다 알게 됐으니 그녀가 남김없이 말하면 강세헌이 그녀를 증오하게 될 것이고 덩달아 통쾌하게 이혼해 줄 테니 그땐 멀리 떠나기만 하면 된다.“맞아요, 상처 입은 남자를 만났어요.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 같았는데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는 구분이 안 됐어요. 나를 납치했지만 해치진 않았어요. 그래서 나도 좋은 사람일 거로 믿고 구해주기로 했죠. 구하던 과정에 그 사람이 내게 탐욕을 보였고 난 거부하지 않았어요. 어차피 내 남편도 날 싫어하는데 눈앞의 남자랑 관계가 발생하면 신혼인 남편이 나를 역겨워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당신과 신혼 첫날밤인 그 밤에 딴 남자랑 관계를 맺고
강세헌이 곧장 병실 문을 열고 안에 들어서자 송연아가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한 채로 침대 옆에 엎드려 있었다.그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뭐 하는 거예요?”강세헌은 재빨리 달려가 그녀를 부축했다. 그는 차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그녀에게 물었다.“다리가 이 지경이 됐는데 아직도 도망치려고요?”송연아가 가볍게 머리를 내저었다. 지금 그녀는 다리가 멀쩡하다 해도 도망칠 기운이 전혀 없다.젖이 불어서 가슴이 마비될 지경이니까.“목이 말라서요.”강세헌은 그제야 바짝 마른 그녀의 입술이 갈라 터져 핏기가 어린 걸 발견했다.그는 송연아를 내려다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물 따라줄게요.”송연아는 침대에 다시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무기력하게 물었다.“세헌 씨, 대체 왜 날 안 놓아주는 거예요?”강세헌은 물을 따르다가 흠칫 손이 떨렸다. 그는 송연아에게 호감이 있다.다만 그녀에게 딴 남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차마 인정할 수가 없었다. 강세헌은 워낙 자존심이 강하니까.호감이 있어도 마음을 꾹 억누를 뿐이었다.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그날 밤 그 여자가 송연아라는 걸 알게 됐고 남자관계가 복잡하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강세헌은 더 이상 그녀를 향한 마음을 숨길 필요가 없다.그는 컵을 들고 침대 머리맡에 와서 앉아 송연아를 부축했다. 그녀는 가녀린 몸에 힘이 축 처져 강세헌의 품에 기댄 채 물을 마셨다.송연아는 입을 벌리고 물 한 컵을 조금씩 천천히 다 마셨다.“더 마실래요?”강세헌이 묻자 그녀는 졸린 듯 머리를 내저었다.강세헌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품에 안고서 그날 밤 일을 떠올렸다...송연아의 몸에 밴 기운이 늘 익숙하게 느껴졌는데 그 익숙함이 어디서 왔는지 인제 드디어 알게 됐다.그녀가 바로 강세헌을 주체하지 못하게 했던 그 여자였다.강세헌은 자신을 매료시키는 이런 기운이 너무 좋았다.송연아는 눈을 감고 잠든 척했다.그녀는 원래 강세헌이 병실을 나가면 간호사의 휴대폰을 빌려 한혜숙에게 연락하려고 했는데 그가 줄곧 나가질 않았다.
강세헌은 그녀의 다리를 힐긋 바라보며 해명했다.“그땐 내가 홧김에 그랬어요.”홧김에 그녀를 밀쳤다고 한다.송연아는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그러니까 그녀의 죽음을 무릅쓰고 건물에서 밀쳐낼 수 있다는 말인가?“내가 떨어져서 죽으면요?”“그럴 리는 없어요. 그 높이에서 떨어지면 기껏해서 장애인이 돼요.”강세헌이 죽 한술 떠서 호 불며 식힌 후 그녀의 입가에 갖다 댔다.송연아는 그런 강세헌이 실로 불편할 따름이었다.“죽에 독 탄 건 아니겠죠?”그녀가 예민한 게 아니라 강세헌의 태도를 진짜 헤아릴 수가 없었다.강세헌은 그녀를 몇 초 동안 빤히 쳐다봤다.‘너의 마음속에서 내가 그토록 용서할 수 없는 나쁜 놈인 거야?’“연아 씨를 계속 내 옆에 두고 못살게 굴어야죠. 당분간 죽일 생각 없어요.”강세헌이 일부러 악독하게 말을 내뱉었다.그 모습에 송연아는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그래, 이게 바로 세헌 씨지.’송연아는 입을 벌려 죽을 한 입 먹었다.강세헌은 인내심 있게 그녀에게 죽 한 그릇을 전부 다 먹였다.오은화가 닭국까지 끓여왔다. 강세헌이 국을 떠주려 하자 송연아가 손사래 쳤다.“나 배불러요.”너무 많이 먹으면 젖이 더 불까 봐 걱정됐다.그러면 가슴이 부풀어 올라 엄청 아플 것이다.강세헌이 그녀에게 물 한 컵 따라주었다.송연아는 두어 모금 마시고 자리에 누우려 했다.강세헌이 부축해주다가 부주의로 그녀의 가슴을 다쳤다.“스읍.”송연아는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왜 그래요?”강세헌이 물었다.송연아는 이불을 덮고 얼굴만 내민 채 담담하게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다만 강세헌은 바로 눈치챘다. 그녀가 가까이 기댈 때 가슴이 엄청 딱딱했고 옷도 다 젖어 있었다.강세헌은 잘 알진 못해도 얼추 알고는 있었다. 이제 막 출산한 그녀가 젖이 부풀어 올라 힘들어한다는 것을.“의사 선생님 불러올까요?”강세헌이 물었다.“아니요, 괜찮아요.”송연아가 대답했다.그녀는 의사라서 며칠만 참으면 나아진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심재경은 더 따져 묻고 싶었지만 강세헌 때문에 이쯤에서 멈췄다. 그는 썩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강세헌은 심재경 때문에 송연아가 제대로 휴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너 따라 나와.”심재경이 풀이 죽은 채로 따라갔다.강세헌은 미간을 찌푸리며 휴대폰을 그에게 건넸다.“바보같이 왜 그래?”심재경이 곧바로 반박했다.“그래, 너 잘났다. 연아가 도망치면 사방으로 쫓아다니고 말이야. 세상에 널린 게 여자이고 널 좋아하는 여자들도 엄청 많은데 뭣 하러 연아 때문에 못 죽어 안달이야?”그는 원망을 다 늘려놓기 전에 한기를 느껴 대뜸 말을 멈췄다.강세헌은 그의 휴대폰이 삭제한 통화기록을 복원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 했는데 그것도 모르고 심재경은 그의 마음만 후벼팠다!강세헌은 휴대폰을 거두어들이며 차갑게 쏘아붙였다.“넌 산부인과 의사도 아니니 여기 있을 필요 없어. 당장 꺼져.”말을 마친 후 다시 병실로 들어갔다.심재경은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걸 알아채고 곧바로 해명했다.“미안해. 나도 마음이 급해서 그랬어. 화 풀어, 응?”강세헌은 그를 거들떠보지 않고 병실 문을 열었다. 안달이 난 심재경이 그의 옷깃을 잡아당기자 강세헌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이거 놔!”심재경은 바로 손을 놓으며 배시시 웃었다.“한 번만 봐줘. 이것 하나만 물을게. 너 그때 어디서 연아를 찾았어?”송연아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다.그녀가 숨어 지내는 곳이 어쩌면 안이슬이 숨어 지내는 곳일 수도 있다.어쨌거나 안이슬은 전에 송연아와 제일 친한 사이였으니까.심재경은 나름대로 눈치가 빠르고 머리가 빨리 돌았다.강세헌은 문을 닫고 복도 끝의 창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심재경도 뒤따라갔다.“너 연아 씨랑 알고 지낸 지 얼마나 됐어? 연아 씨에 관한 얘기 좀 해봐.”강세헌이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곧게 서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넓은 어깨와 좁은 허리라인이 어우러져 바닥에 비춘 그림자마저 눈부시게 빛났다.심재경은 내심 이런 생각이 들었다.‘연아가
강세헌이 사람을 잘못 알아보고 제 아이까지 잃고 말았다.대가가 너무 커 감당할 수가 없었다.“연아 씨 아이는... 없어. 앞으로 연아 씨 앞에서 아이에 관한 말은 하지 마. 또 가슴 아파질라.”강세헌은 떨리는 목소리를 겨우 참으며 나지막이 말했다.심재경은 오히려 그럴 수도 있겠다는 듯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쌍둥이는 한 명이 유산되면 다른 한 명도 지켜내기 힘들어. 연아가 필사적으로 지켜내긴 했지만 감염될 위험이 너무 커. 유산할 때 아무리 유명한 산부인과 의사라 해도 자궁에 상처 주지 않는다는 보장은 못 해. 아이를 지켜내지 못한 것도 정상적인 일이야. 그래도 난 잘됐다고 생각해. 애 낳지 말라고 진작 권유했거든. 애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무턱대고 낳아서 혼자 키우는 게 말이 돼? 걔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강세헌은 그의 말을 들으니 더 괴로워졌다.그가 송연아를 극도로 미워하는 상황에서도 아이를 지켜내고 싶어 했으니, 그녀가 얼마나 강인하고 용기 있는 여자인지 가히 보아낼 수 있었다.“난 할 말 다 했어. 그래서 넌 대체 어디서 연아를 찾았는데? 제발 좀 얘기해줘.”심재경은 자신의 궁금증을 잊지 않았다.강세헌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마음을 추스른 후 겨우 휴대폰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통화기록을 복원하면 연아 씨가 방금 건 전화번호를 찾을 수 있어.”심재경이 흥분하며 두 눈을 반짝였다.그는 휴대폰을 가져와 재빨리 다뤘다. 잠시 후 통화기록이 복원되고 방금 번호를 찾아서 전화를 걸려던 순간, 그는 흠칫 놀라더니 호흡이 가빠졌다.심재경은 애써 심호흡하며 전화를 내걸었다....안이슬은 송연아와 통화할 때 심재경의 목소리를 듣고 눈가에 망연한 기색이 스쳐 지났다. 그녀는 한동안 멍하니 넋 놓고 있었다.통화를 마쳤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 목소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안이슬은 여전히 그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 익숙한 목소리를 잊을 수 없었다.“응애...”이때 침대에 누워있던 아기가
심재경은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에 숨이 멎을 것 같았다.하고 싶은 말이 굴뚝 같은데 정작 목이 메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안이슬은 송연아가 못 들은 줄 알고 다시 한번 물었다.“연아야?”심재경은 숨을 고르며 말했다.“나 연아 아니야.”안이슬은 흠칫 놀라더니 곧장 전화를 꺼버렸다.그녀는 휴대폰을 꼭 쥐고 어쩔 바를 몰랐다.한혜숙은 그녀의 수상한 낌새에 잔뜩 걱정하며 물었다.“왜 그래? 연아가 위험하대?”안이슬은 강세헌이 이미 송연아를 용운시로 데려간 줄 몰랐다. 연아가 아직도 고훈의 손에 있는 줄로 여겼다.안이슬이 머리를 절레절레 내저었다.“그런데 왜...”한혜숙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휴대폰이 또다시 울렸다.안이슬은 전화를 안 받고 발신자 번호만 뚫어지라 쳐다봤다.한혜숙은 의아한 눈길로 그녀에게 물었다.“왜 전화를 안 받아?”안이슬이 대답했다.“연아 아니에요.”그녀는 말하면서 문밖을 나섰다.거실을 지나 발코니에 왔지만 벨 소리는 여전히 끊기지 않았다. 안이슬도 잇달아 마음이 심란했다.심재경은 그녀가 받을 때까지 전화를 걸 기세였다.한참 고민하던 안이슬은 결국 전화를 받았다.심재경이 곧바로 말을 꺼냈다.“끊지 마.”안이슬은 잠시 침묵하다가 질문을 건넸다.“연아는 좀 괜찮아?”“나 너랑 연아 얘기 하려는 게 아니야.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해. 너 지금 어디야?”심재경이 초조한 마음으로 물었지만 안이슬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이에 심재경은 흥분 조로 쏘아붙였다.“그때 한마디 말도 없이 잠수 이별하고 내 눈앞에서 사라졌어. 내가 널 얼마나 찾아 헤맨 줄 알아? 우리 사이의 감정은 아무것도 아니었어? 너 나한테 뭐라도 얘기해야 하는 거 아니야?”안이슬은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우린 안 맞아...”“그런 쓸데없는 얘기는 집어치워. 지금 만나, 너 어디야? 그것만 말해!”심재경의 언성이 살짝 높아졌다.안이슬은 나지막이 말을 이어갔다.“재경아, 널 떠나겠다고 결심한 그 순간부터 우리 사이는 끝났어. 인제 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