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안은 마음에 찔렸다. 오늘 그녀가 여기에 온 것은 확실히 제멋대로 결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송연아와 마주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그리고 그녀는 송연아를 때리지도 않았다.“전...”그녀는 더 해명하고 싶었지만 강세헌은 들어 줄 시간이 없었다.“장 비서, 이지안 씨를 내보내세요.”“네.”비서는 곧바로 이지안에게 걸어가 나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나가주세요.”이지안은 여전히 해명하고 있었다.“전 때리지 않았어요.”강세헌은 그녀의 말을 완전히 무시하고 송연아를 품에 안은 채 돌아서고는 갑자기 멈춰섰다.“다음번에 또 그러면 널 회사에서 내쫓을 거야.”이지안은 등골이 오싹했다.그렇게 노력했는데도 강세헌은 아직도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아니면 송연아가 도발해서 그런 걸까?그녀는 별장에서 쫓겨났는데 왜 다시 돌아와서 강세헌을 유혹하는 걸까?나쁜 년.도대체 어떤 여우 같은 속임수를 썼길래 강세헌이 그녀를 이렇게 좋아하게 만들었을까?젠장!!이지안은 분개했다!한편 이쪽에서.사무실로 돌아온 강세헌은 테이블에서 휴지를 집어 그녀의 몸에 묻은 커피 얼룩을 닦으며 말했다.“저 여자가 싫으면 바로 나한테 말해. 그냥 내쫓으면 돼.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하다가 정말 데이기라도 하면 어떡해?”송연아는 고개를 휙 들어 강세헌을 바라보았다. 너무 놀란 나머지 눈의 동공이 수축하였다.믿을 수 없는 그녀는 입을 열었다.“세, 세헌 씨 그게 무슨 말이에요?”강세헌이 말했다.“회사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있어. 방금 문 앞에서 있은 일을 확인했어.”그래서 그는 이지안이 그녀를 정말 때리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다.송연아의 모든 말과 행동은 의도적으로 이지안을 자극하고 있었다.이지안은 멍청해서 그녀의 속임수에 넘어갔다.“남편?”강세헌은 입술을 앙다물고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기쁨에 입꼬리가 올라갔다.“그 호칭이 마음에 드는군.”송연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녀는 너무 창피했다.그래서 부랴부랴 설명했다.“그게 사실
송연아는 난감하고 부끄러웠다.“맞아요. 나 세헌 씨를 좋아해요.”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몸부림쳤다.“이제 나를 놓아줄래요?”강세헌은 웃으며 말했다.“안 돼.”송연아는 불평했다.“계속 이렇게 안고 있으면 저 숨 못 쉬어요.”“난 널 죽이고 싶지 않아.”강세헌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 그의 입맞춤은 아주 가볍고 부드러웠는데 봄날의 산들바람처럼 사람의 마음을 간지럽혔다.송연아의 가슴이 떨렸고 그녀는 순순히 그의 품에 안겼다.강세헌은 그녀를 설레게 한 첫 남자였다. 원래 서로 마주칠 일도 없었던 두 사람은 서로 단단히 엮여 있었다. 어쩌면 이것이 그들 사이의 운명이었을까?윙윙-사무실 책상 위에 있는 강세헌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송연아는 그의 품에서 벗어나면서 말했다.“세헌 씨 전화 울려요.”강세헌은 그 소리를 들었지만 그냥 받지 않았다.송연아는 손을 뻗어 그의 핸드폰을 가져와 그에게 건네주었다. 임지훈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송연아가 말했다.“임지훈 씨 전화에요. 급한 일이 있는 게 틀림없어요.”강세헌은 핸드폰을 건네받고 전화를 받았다.곧 임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얼른 기사를 보세요.”강세헌은 벽에 걸려 있는 화상 회의가 가능한 스크린을 켰다. 배에서 일어난 사건은 언론을 뒤집어 놓았다.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었는데 강세욱으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강 씨 가문을 비난하고 있었다.각종 주장이 다 있었다. 어쨌든 듣기 좋은 말은 없었고, 강 씨 가문은 돈도 많으면서 양심 없게 다른 사람의 돈을 빼앗아 천벌을 받게 된다는 등 주장이었다.강세헌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어떻게 된 거야?”그는 경찰을 불렀었지만 언론사에 알린 적은 없었다.이 매체들은 어떻게 알았을까?“누군가 폭로한 것 같습니다. 배 위에서 있은 일들이 전부 폭로되었습니다.”임지훈이 말했다.“누가 폭로했지?”강세헌은 생각에 잠겼다.강세욱은 절대 스스로 무덤을 파고 뛰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렇다면 또 누가 있을까
강세헌은 할아버지가 화가 난 것을 못 본 것처럼 하면서 서류를 바로 휴지통에 버렸다.“저희 두 사람의 혼인 신고는 제가 직접 하러 갈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그렇게 말한 후 강세헌은 강의건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다리를 꼬았다.“할아버지, 오늘 이 서류를 보여주시려고 오신 거예요? 그런 거라면 전 이미 봤고 제 생각도 이미 전해드렸어요.”강의건은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너 지금 누구한테 말하고 있는지 알아?”그는 강세헌이 반응하기도 전에 기다리지 않고 계속 말했다.“너도 기사 봤지? 이 지경을 만들어 놓으면 너에게 무슨 좋은 점이 있기라도 하니?”“할아버지의 말씀은 강세욱이 제 아내와 아이를 잡아 가든 말든 손 놓고 보고 있기만 하라는 말씀인가요?”강세헌은 날카롭게 한 마디 반문했다.강의건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의 실수로 이제 강세헌의 존중과 인내심을 잃었다.강세헌은 강의건에게 불만이 없는 게 아니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부모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의건은 끝까지 둘째 아들을 보호해주었다.그렇다고 강세헌은 마음속의 불만 때문에 강의건을 배신하지는 않았다.부모님을 잃은 그에게 가족의 사랑이 그리웠기 때문이다.하지만 할아버지인 강의건은 어떻게 그를 이렇게 대할 수 있는가?그의 아이가 강세욱 손에 있는 것을 알면서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강세헌은 그걸 용납할 수 없었다.그는 이미 가장 중요한 가족을 잃었다. 이제 아이와 송연아가 그의 인생에 들어왔는데 그런 비극을 다시 반복할 수는 없었다.“대표님, 회사 주식이...”임지훈이 돌아왔다. 그는 다급히 대표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강세헌에게 보고하려고 했는데 강의건도 있는 것을 보고 바로 입을 다물었다.그는 송연아의 옆으로 가서 섰다.강의건은 화가 잔뜩 났지만 그렇다고 강세헌에게 어떻게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예전의 권력자로서는 방법이 있었다.그의 위망은 아직 있었다.“전 집사, 가서 회사 주식이 내려갔는지 알
전 집사는 말을 하려다가 말았다.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강의건은 콧방귀를 뀌었다.“너도 잘 알다시피 내가 죽으면 세헌이는 먼저 둘째 네에게 복수할거야.”전 집사는 눈을 내리깔았다.“그러니 내가 살아 있을 때 그의 힘을 깎아내려야겠어.”강의건은 흐린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강세헌의 힘이 그렇게 크지 않은 한, 둘째 네를 상대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큰 도련님께서 회사를 몇 년 동안 경영해 오셨고 어르신께서 아직 이사장이라는 직위를 가시고 계시지만 회사를 안 나오신 지도 오래 되셔서 아마 힘을 쓰지 못하실 것 같은데요?”사실 전 집사는 강의건이 예전처럼 감정으로 강세헌을 설득시키는 게 낫지, 회사에서 쫓아내는 수법을 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난 세헌에게 회사를 맡긴 것뿐이지 지분을 넘겨준 건 아니야.”강의건은 대비책을 생각해두고 있었다.그는 강세헌에 대해서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비록 강세헌은 한번도 둘째 네를 공격한 적은 없었지만, 강의건은 강세헌의 속내를 꿰뚫어 볼 수 없었다.강의건은 강세헌의 부모가 일찍 돌아갔기 때문에 그의 안정감과 가족의 따뜻함이 부족하다고 느꼈다.강의건이 진심으로 강세헌을 다정하게 대한다면 그는 분명히 감동받을 것이다.그러나 강의건은 강세욱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 강세헌의 아이를 포기하고 돌보지 않았고 또 그 때문에 강세욱과 강세헌이 아이의 일로 다투게 만들었다.강세헌이 화를 내지 않으면 그것은 비정상이다.“왜, 내가 틀렸다고 생각해?”강의건이 물었다.전 집사가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어떻게 감히....사무실에서.임지훈은 강세헌에게 다가가 물었다.“어르신께서 정말 화 나셨나요?”강세헌의 표정이 침울했다.실망이 큰 것 같았다.할아버지에 대한 실망이.“대표님, 현재로써 가장 좋은 방법은 주가를 안정시키는 것입니다. 회사의 주가가 더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임지훈은 조급했다.하지만 강세헌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오래 전부터 준비를 해오셨던거예요?”임지훈은 뒤늦게 깜짝 놀랐다.임지훈은 이제 강의건이 무슨 수를 써도 두렵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의 말투는 한결 가벼워졌다.“어르신께서 이렇게 무정하실 줄은 정말 몰랐어요.”경영권을 되찾겠다는 말도 하다니.강세헌의 얼굴은 무표정이었다.자신이 대비책을 준비한 것에 대해 안도하지도, 위협을 안 받을 것에 대해 기쁘하지도 않았다.실망감이 더 컸다.송연아는 그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고, 마음속으로 그를 공감했다.그래서 그녀는 강세헌의 손을 잡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난 당신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강세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배신하고 떠나더라도 그녀는 그의 곁에 머물고 결코 그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강세헌은 그녀를 내려다보고는 자신의 품에 껴안았다.송연아도 그의 가늘지만 근육으로 다져진 허리를 껴안았다!임지훈은 다급히 고개를 숙이고 눈치 있게 사무실을 나가면서 문을 닫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비서에게 당부했다.“방해 안되게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아요.”비서가 대답했다.“알겠습니다.”비서는 잠시 망설이다가 임지훈을 불러 세웠다.“이번 일이 대표님께 위협이 될까요?”임지훈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걱정하지 마요.”비서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어르신께서 화나신 것 같아서 걱정돼요...”“우린 지금 직면한 일을 해결하고 나머지는 대표님께서 직접 처리하실 거예요. 너무 걱정할 필요도 없고 회사 사람들이 불안하게 외부에 이야기해서도 안 되요.”임지훈이 그녀를 타일렀다.비서는 바로 알아듣고 말했다.“제가 쓸데없는 생각이 많았네요.”임지훈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가서 일 봐요. 나도 가 봐야 해요.”“지훈 씨...”“네?”임지훈이 뒤돌아봤다.비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별일 아니에요. 일하러 갈게요.”그녀와 임지훈은 오랫동안 파트너로 같이 일했고 강세헌의 왼팔 오른팔이었다. 두 사람의 충성심은 의심
송연아는 한혜숙이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다가가서 한혜숙을 뒤에서 껴안았다.“엄마, 고마워요.”한혜숙은 웃으면서 그녀의 손을 두드렸다.“바보야, 아직도 나한테 그렇게 예의를 갖출 거니? 난 네 엄마인데 당연히 네가 잘 되길 바라지.”한혜숙은 송연아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내가 눈이 멘 것도 아니고 너희 둘이...”송연아는 살짝 부끄러워하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엄마.”“알았어, 알았어. 말 안 할게.”한혜숙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네가 행복하기만 하면 돼.”송연아는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한혜숙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난 가서 밥 차릴게.”송연아는 어머니를 놓아주고 돌아 서서 소파 쪽으로 걸어갔다.강세헌은 찬이를 안지 않았고 옆에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아이를 바라보았다.찬이는 크고 동그란 눈을 깜빡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아이는 신기한 듯 울지도 않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으며 그저 가만히 누워 있었다.강세헌도 고개를 숙이고 그를 바라보았다.송연아는 물 한 잔을 따라 오면서 물었다.“뭘 보고 있어요?”강세헌은 머리를 들지 않고 동문서답했다.“넌 계속 의사가 되고 싶은 거야 아니면 사업을 배우고 싶은 거야?”송연아는 소파에 앉았다. 그녀의 시선은 부드럽게 찬이에게 떨어졌다. 그녀의 꿈은 뛰어난 의사가 되는 것이었다. 지금은 송예걸이 회사를 경영하고 있기도 하고 잘해내려고 하는 것 같지만 지금은 완전히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송예걸은 똑똑해 보이지만 아직 혼자서 모든 것을 맡기에는 부족했다!강세헌은 그녀의 생각을 알아차린 듯 말했다.“내가 너를 도와줄 수 있어.”송연아는 테이블에서 책 하나를 집어 들고 그에게 보여주었다.“난 이미 공부하고 있어요. 물론 세헌 씨처럼 성공한 사람이 자신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 해 주면 기꺼이 들을 거예요.”강세헌은 웃으면서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꼬집었다.“장난꾸러기.”송연아는 그를 밀쳤다.“아파요.”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
“너 부잣집 사모님이야.”강세헌이 웃으면서 말했다.식탁 앞에 서 있는 한혜숙은 이쪽을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딸이 드디어 행복하게 살 수 있고 찬이에게도 가족이 생겼다는 사실에 안도했다.“너희들 빨리 이리로 와.”한혜숙은 나중에 음식이 식으면 맛이 없을 거라면서 재촉했다.강세헌이 말했다.“송예걸의 일을 확인하면 바로 나한테 연락해.”전화 건너편에서 대답하자 그는 전화를 끊고 송연아와 함께 걸어갔다.찬이가 잠이 들었기 때문에 그들은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세헌이 취향이 무엇인지 몰라서 내 마음대로 만들었는데 그래도 많이 먹어.”한혜숙은 강세헌에게 음식도 집어 주고 국도 떠주었다.아마도 사위를 바라보는 장모님의 마음인 건가. 사위를 보면 볼수록 더 기쁜 가보다!강세헌은 불편하게 느끼지 않았고 오히려 오늘의 분위기가 오랜만에 집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했다.“저와 연아가 혼인신고를 마치면 장모님께서 좋은 날을 골라주세요. 연아에게 결혼식을 해 주고 싶어요.”이것은 어른에게 드리는 약속이자 송연아에 대한 인정과 확인이었다.한혜숙은 그가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다. 이전에는 두 사람 모두 결혼을 원하지 않았었는데 이제 함께 하게 되었으니 결과가 필요하긴 했다.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좋아. 꼭 좋은 날 골라 줄게.”“감사합니다.”강세헌이 말했다.“이제부터 우리는 한 가족이야. 가족끼리는 두 말 하지 않는 거야.”한혜숙은 강세헌이 그렇게 사려 깊게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그가 송연아를 진심으로 아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비록 그들의 시작은 아름답지 않았지만 결말은 완벽했다.아이도 있는 세 식구의 행복한 가정이었다.한혜숙의 얼굴에는 기쁨의 미소가 가득했다.식사 후 강세헌이 물었다.“저 여기 있어도 되겠습니까?”한혜숙이 대답하기 전에 송연아가 먼저 말했다.“안 돼요.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식도 올릴 예정이면 결혼식이 끝나고 내가 찬이를 데리고 빌라로 돌아갈게요.”
송연아는 미간을 찌푸렸다.“저 예걸이를 본 것 같아요.”강세헌은 고개를 돌려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네가 잘못 본 거 아니야?”강세헌이 물었다.송연아는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 없어요.”그녀는 잘못 봤을 수 없다. 방금 그 사람은 분명히 송예걸이었다.그녀가 오늘 그에게 전화했을 때 그의 어조는 매우 긴장했었고 방금도 숨어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으니 분명 뭔가 이상했다!“내가 지훈이한테 알아보라고 했으니 예걸이가 회사에서 무슨 짓을 버리고 있다면 아마 곧 연락이 올 거야.”강세헌은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말했다.“보지 말고 가자.”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은 점점 더 불안해졌다!그러나 그녀의 나쁜 예감은 곧 현실이 되었다.임지훈이 조사한 결과, 배에서 있었던 일을 언론에 흘린 사람은 놀랍게도 송예걸이었다.송연아는 믿을 수 없었다.“어떻게 예걸이가 그럴 수 있지? 걔는 그렇게 할 이유가 없을 텐데?”하지만 최근 송예걸의 이상한 행동은 그가 뭔가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혹시 알아냈어요? 요즘 예걸이가 뭐 하고 있던가요?”송연아는 임지훈에게 물었다.임지훈이 말했다.“확인해 봤는데 이상한 점은 발견해지 못했어요.”“이상하네요.”송연아는 미간을 찌푸렸다.윙윙-송연아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배를 탈 때 핸드폰을 압수당했었고 갈 때도 서둘러 찬이를 병원으로 데려가느라 잊고 있었다.임지훈이 그녀의 휴대폰을 되찾아 돌려준 것이었다.그녀는 전화를 받았다.한혜숙이 건 전화였는데 그녀의 목소리가 매우 불안했다.“연아야 빨리 돌아와. 찬이가 이상한 것 같아.”“무슨 일이에요?”“나도 몰라. 찬이가 갑자기 경련을 일으켰는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 이미 구급차를 불렀으니까 빨리 돌아와.”송연아가 말했다.“알았어요.”“무슨 일이 생겼어?”강세헌이 물었다.지금 상황이 확실한 것도 아니었고 강세헌도 강 씨 가문의 일을 처리해야 할 테니 그녀는 찬이의 상황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무것도 아니에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지금 막 들었는데 유정 씨와 결혼한다면서요. 지금 방씨 가문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난리 났어요.”임지훈이 웃었다.“저 이래 봐도 능력 있는 남자예요.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아요. 봐요, 결혼도 금방 하죠?”구애린이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짝이 있네요.”찬이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지훈이 삼촌, 축하해요.”“고마워.”임지훈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재경이 물었다.“그런데 데릴사위로 들어간다고 하던데요?”심재경의 말에 모두 놀라며 시선이 일제히 임지훈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다. 임지훈의 조건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있고 능력도 있어서 충분히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데 말이다.“하긴, 방씨 가문에 가장이 필요하긴 해요.”심재경이 그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했다....임지훈의 결혼식으로 송연아와 강세헌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일정을 늦췄다. 아무도 심재경의 결혼식을 보러 왔다가 임지의 결혼식까지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건 임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듯이 방유정과의 결혼은 정말로 찰나의 결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 역시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임지훈이 진원우에게 말했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진원우가 말했다.“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방씨 가문은 돈도 많고 유정 씨도 예쁘고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만족해.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아서 그래.”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었는데 이제 프랑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결혼식은 방씨 가문에서 모두 준비했는데 방유정 딸 하나이고 또 사위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방씨 가문의 친척들도 꽤 많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록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임지훈 측은 심재경이 준비했는데 심재경 본인도 금방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에 익숙한지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방유정은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값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
“잠도 잤는데 왜요? 모른 척하려고요?”방유정이 옷을 입더니 침대에서 꼼짝 안 하는 임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임지훈이 말했다.“내 옷을 가져오지 않았잖아요. 나 입을 옷 없어요.”방유정은 그제야 임지훈이 옷이 없다는 걸 생각했다.“가져다 줄게요.”그녀는 곧바로 차에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올라갔다.“뭐 입을지는 알아서 찾아서 입고 내려와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방유정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임지훈은 침대에서 내려 결혼 얘기이니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그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방유정은 부모님 가운데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임지훈이 건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저기...”“우리 딸 줄게요.”“아니에요. 지훈 씨가 저한테 시집 오는 거예요.”방유정이 정정했다.“...”“...”“...”방유정을 제외한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유정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유정은 자신이 여자이며 이 집안에 다른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아버지가 중병이고 자기는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기에 어찌 보면 자기가 남편을 찾는다기보다는 방씨 가문의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인제야 그녀는 부모가 조급해하는 의도를 이해했고 그녀 역시 가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임지훈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임지훈을 각별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지 않겠는가.“유정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임지훈은 뼈대가 있는 남자로서 데릴사위 할 생각은 없었다.방유정이 말했다.“후회하면 안 돼요!”“왜 안 돼요? 유정 씨가 뭘 원하든지 저 모두 만족시켜 줄 수...”“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방유정이 외치자, 임지훈은 오히려 우스웠다. 한 여자가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다니!“우리 유정이가 시집가는 거 맞아요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