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봉희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몰랐다.“어떡하긴, 어차피 도범이 사람을 때린 거니 무슨 일이 생긴다면 우리랑은 상관없는 거지. 그리고 나는 도범을 우리 집 사위로 인정한 적 없어.”곧 나봉희가 단호하게 말했다.“맞아요, 나도 그런 형부 없어요!”박해일도 얼른 말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친근하게 도범을 형부라고 불렀던 일은 이미 잊은 듯했다.한편, 박시율은 무사하게 회사에서의 첫날을 보내고 있었다.용 씨 집안에서는 성남의 프로젝트에 투자를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땅을 매입해 부동산을 개발해 고급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었다.그리고 건축 방면의 구매를 금방 부임한 박시율에게 전적으로 맡겼다.박시율은 그것이 좋으면서도 당황스러웠다.그리고 박시율의 업무를 도와주기 위해 구매부의 주임을 그녀에게 붙여줬다.구매부 주임은 바로 최소희였다, 그녀는 용 씨 집안의 먼 친척이기도 했다.“소희 씨,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박시율이 웃으며 최소희에게 말했다.“박 부장님,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부장님 뜻대로 움직이겠습니다.”최소희가 웃으며 말했지만 그녀의 말속에는 뼈가 담겨있었다.“박 부장님, 제가 알기론 박 씨 집안도 건재사업을 하고 있잖아요,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맡으셨다고 박 씨 집안을 위해 편리를 도모할 생각을 하시는 건 아니겠죠? 저희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하는 거잖아요. 부장님이 박 씨 집안사람이라고 박 씨 집안을 찾아가서 합작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그 말을 들은 박시율이 억지로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그런 일까지 최 주임님께서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자기 할 일만 똑바로 하세요. 구매 쪽 일은 저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으니 저와 박 씨 집안의 관계를 이용해서 박 씨 집안을 돌볼 일은 없을 겁니다.”“네, 그럼 다행이네요!”최소희가 냉랭하게 웃더니 다시 덧붙였다.“대형 프로젝트이니 건재 방면에서 몇 백억은 벌 수 있잖아요, 이윤을 높일 수만 있다면 몇 천억도 벌 수 있을 텐데요
최소희가 사무실을 나선 뒤에야 박시율은 의자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주임이 나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네, 그리고 억지로 밥까지 사게 하고, 내가 허락하지 않았다면 뒤에서 쪼잔하다고 욕했을 거야, 부장이나 되어서 밥도 한 끼 안 사준다고. 그래, 됐다, 어제 도범이 어머니한테 준 100만 원도 있으니까 밥 한 끼 먹기에는 충분하겠지.”한편, 쉰은 넘어 보이는 한 남자가 흥분한 얼굴로 박 씨 집안으로 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큰 아버지, 무슨 일 있으세요?”박이성이 박준열을 보며 물었다. 오늘 그의 기분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어제 호텔에서 축하파티를 열어 박시율 앞에서 자신의 성과를 자랑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체면만 잃고 말았기 때문이었다.술이 깨고 나서야 그는 용신애가 멍청하게 도범 같은 쓰레기에게 한 달에 40억씩 주면서 용 씨 집안의 경호원으로 고용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눈엣가시인 박시율도 용신애의 소개를 받아 용 씨 집안으로 가서 구매부 부장까지 하게 되었다.“두 가지 일이 있는데 하나는 도범과 관련된 것이고 하나는 박시율이랑 관련된 겁니다, 도범에 관련된 소식은 나쁜 소식이고 박시율이랑 관련된 건 좋은 소식인데 어느 것부터 들으시겠어요?”박준열이 웃으며 물었다. “나쁜 소식부터 들어보자!”박준식이 침묵을 지키다 말했다.“오늘 우리 회사 직원이 마침 용 씨 저택 앞을 지나가다가 뭘 본 줄 알아?”“그냥 말해봐, 뭘 그렇게 뜸을 들이는 거야?”자꾸 뜸을 들이는 박준열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어르신이 재촉했다.“그게 도범이 전기스쿠터를 타고 용 씨 저택 앞에 갔는데 글쎄, 싸움이 일어났다는 겁니다.”박준열이 말을 하며 휴대폰을 꺼내더니 동영상 하나를 사람들에게 보여줬다.“이거 보세요, 그 직원이 찍은 건데 도범이 못 들어오게 하는 경호원들을 무시하고 억지로 들어가려고 하면서 그 집 경호원들까지 전부 때려눕혔어요!”“정말이네요!”박이성이 동영상을 보더니 속으로 기뻐했다.“이상하네, 출근하러 간 거 아니었나요? 그런데 왜
“걱정하지 마세요, 그때가 되면 도범이 우리 집 데릴사위가 아니라고 하면 되니까. 그리고 전에 했던 약속을 다들 알고 있잖아요, 왕호 도련님께서도 우리랑 도범이 한 약속을 알고 있으니까요. 우리가 정말 도범 신분을 인정했더라면 도범이랑 박시율을 박 씨 집안에서 쫓아냈을 리도 없잖아요!”박이성의 말을 들은 어르신도 고개를 끄덕였다.“이성이 말이 맞다, 우리는 아직 도범 신분을 인정한 적 없으니 도범을 박 씨 집안사람이라고 할 수 없어. 그럼 좋은 소식이라는 건 뭐냐? 시율이랑 연관이 있는 거라고? 시율이가 정말 용 씨 집안에 가서 일을 하게 된 거냐?”그 말을 들은 박준열의 표정이 진지해졌다.“어르신, 이건 어제 다 얘기된 일이잖아요, 그리고 시율이 능력 있는 아이잖아요, 2억도 많은 건 아니에요. 용 씨 집안이고 부장 자리잖아요.”“그럼 무슨 좋은 소식이 있다는 거예요?”박이성이 묻자 사람들도 의아한 얼굴로 박준열을 바라봤다.“제가 듣기론 용 씨 집안에서 성남의 땅을 매입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땅이 얼마나 큰 지 다들 알고 있겠죠. 그리고 용 씨 집안에서 부동산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했어요, 남산토지라고 고급 아파트를 건축하기로 해서 대량의 건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남산토지 프로젝트를 맡은 구매팀 부장이 바로 시율이라는 겁니다, 이것보다 더 좋은 소식이 어디 있겠습니까?”박준열이 눈을 반짝이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이렇게 큰 프로젝트에 적지 않은 건재가 수요될 겁니다, 적어도 천억은 벌 수 있다고요, 이천억을 벌 가능성도 있고요.”“세상에, 그렇게 많은 이윤을 벌어들일 수 있다니! 하긴 땅이 크니 돈을 많이 벌 만도 하겠네요.”“시율이가 책임자라고 하니 건재를 구매할 때에 무조건 우리 박 씨 집안을 찾아오겠죠.”소식을 들은 박 씨 집안 친척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렇게 되면 저희 박 씨 집안도 이류 가문으로 될 가능성도 있겠네요?”하지만 박 씨 어르신은 미간을 찌푸렸다.“좋은 일이긴 하다만 시율
“맞아요, 시율이 어쨌든 우리 박 씨 집안사람이니 이렇게 큰 프로젝트의 책임자로서 당연히 우리를 생각해 줘야죠.”박시연이 웃으며 말했다. 박 씨 집안이 이류 가문이 된다면 어디를 가도 당당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렇게 되면 박시연과 함께 놀던 삼류 가문의 사람들은 박시연을 부러워하고 잘 보이려고 아부를 떨 게 분명했다.“그러니까요, 시율이 우리 집안사람이니 당연히 우리를 생각해 줘야죠!”박준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박이성을 보며 말했다.“그런데 이성아, 시율이한테 사과할 거면 무조건 성실한 태도로 해야 돼, 알겠지?”“걱정 마세요, 시율이가 저희 집안을 돌봐줘서 돈을 벌게 한다면 시율이한테도 돈을 좀 쥐여줄 생각이에요.”“그런 일은 조심하는 게 좋아, 다른 사람이 알게 해서는 안 돼, 다른 사람이 알고 제보라도 한다면 좋지 않으니까, 시율이도 금방 가서 용 씨 집안사람들의 믿음을 완전히 얻진 못했을 거다.” 박 씨 어르신은 이 관계를 이용해서 프로젝트를 따내고 싶지 않았지만 박 씨 집안을 이류 가문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결국 타협했다. 그리고 박 씨 집안의 재료는 질량이 좋았기에 용 씨 집안에서도 뭐라고 말을 못 할 것이다.박 씨 집안에게 있어서 이는 좋은 기회가 분명했다. 적어도 이삼 년은 지속되어야 할 프로젝트였기에 일단 이 프로젝트를 따낼 수 있다면 적어도 이삼 년은 아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박시율의 사무실에서 나온 최소희는 구매팀의 직원들을 보며 말했다.“자, 좋은 소식 하나 알려드릴게요, 오늘 저녁에는 야근하지 말고 칼퇴 합시다.”그녀의 말을 들은 직원들의 얼굴에 웃음이 걸렸다, 심지어 어떤 이는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잠깐만, 잠깐만요, 제 말 아직 안 끝났어요.”최소희가 직원들을 진정시키며 다시 말을 이었다.“새로 오신 부장님께서 오늘 저녁을 사주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노래방도 쏘시겠다고 합니다. 최고로 좋은 호텔이랑 노래방에 갈 예정인데 다들 어떠세요?”“너무 좋아요!”“
최소희는 말을 마치자마자 복도로 나가 전화를 걸었다.통화를 마친 그녀가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려던 그때, 최소희와 사이가 꽤 좋던 여직원 하나가 다가와 말했다.“최 주임님, 주임님께서 여기에서 일을 한 세월이 얼마인데 공로는 없어도 고생은 했잖아요, 이번에 주임님께서 부장님으로 승진을 해야죠. 아무리 사람이 없다고 해도 박시율이 오자마자 부장 자리를 꿰차는 건 너무 하지 않아요?”여직원이 최소희를 대신해 불만을 토로했다.그 말을 들으니 최소희는 다시 화가 났지만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어쩌겠어요, 박시율 씨 능력 있는 분이잖아요, 그리고 신애 아가씨께서 직접 모셔온 분이니 저희 대표님 말을 들어야죠. 박시율 씨 박 씨 집안사람 중에서도 여장부에 속하잖아요.”“무슨, 박 씨 집안에서 쫓겨난 지 5년이나 되었다고 들었어요, 예전에 쓰레기를 줍는 걸 본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신애 아가씨께서 왜 저런 사람을 마음에 들어 했는지 모르겠어요.”여직원이 씩씩거리며 말을 이었다.“주임님 모든 청춘을 회사에 바쳤는데 이번에 저 여자가 오지 않았다면 부장 자리는 무조건 주임님의 것이 됐을 거예요, 그리고 정말 박시율이 이 회사에 들어온다고 해도 최 주임님께서 부장으로 승진을 하고 박시율은 주임 자리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 말을 들은 최소희도 이를 악물더니 냉랭하게 웃었다.“부장 자리도 그렇게 쉬운 자리는 아닙니다, 박시율도 잘 하지 못한다면 그 자리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는 거죠.”말을 마친 최소희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루비 씨, 이번에 부장님이 회식자리를 마련하라고 한 건 그저 다 같이 밥이나 먹자는 소리였거든.”그 말을 들은 루비도 얼른 최소희의 말속에 담긴 뜻을 알아차렸다.“그러니까 그 호텔로 갈 생각은 없었다는 거예요?”“네, 그리고 노래방 소리는 꺼내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부장님께서 똑바로 말을 하지 않았으니 제가 모르는 척하고 호텔을 잡은 거예요.”최소희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웃었다.“루비 씨도
“높다고요? 전에 부장처럼 2000만 원 월급에 각종 수당까지 합쳐서 3000만 원쯤 하는 거 아니었어요?”최소희가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아니요, 제가 듣기로는 2억 월급에 보너스까지 있다고 했어요. 저도 월급이 왜 그렇게 높은지는 알 수 없지만 너무한 거 아니에요? 박시율이 용 씨 집안의 친척이라고 하면 몰라, 그런 것도 아닌데 부장 자리에 앉혀주고 월급까지 그렇게 많이 주다니요!”루비의 말을 들은 최소희는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자신이 부장 자리에 앉으면 역시나 그렇게 많은 월급이 주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욱 아쉬웠다, 그녀는 그래도 용 씨 집안의 먼 친척에 속했기 때문이었다.박시율이 없었다면 부장 자리는 무조건 자신의 될 것이 분명했기에 그녀는 오후 내내 우울했다.“여러분, 오늘 제가 첫 출근을 해서 여러분들과 얼굴도 익힐 겸 밥을 살 생각인데 다들 최 주임님께 얘기 들으셨죠?”퇴근시간이 되어 사무실 밖으로 나온 박시율이 웃으며 물었다.스무 명이 넘는 직원들에게 밥을 사주려면 적어도 몇 십만 원은 써야 했다.5년 동안 힘들게 살아온 박시율에게 있어서 몇 십만 원을 쓰는 것도 가슴이 아팠지만 자신이 2억의 월급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것도 큰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박 부장님, 감사합니다, 정말 너무 통 크세요, 저 6성급 호텔은 처음 가봐요.”그때, 여직원 하나가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제 처음을 박 부장님이랑 함께 할 줄은 몰랐어요.”“애 나이가 몇인데 무슨 소리 하는 거야!”옆에 있던 남자 직원이 농담을 했다.“6성급 호텔 처음 간다고 말하고 있는 거잖아요, 무슨 생각 하는 거예요? 그리고 부장님은 남자도 아니잖아요. 밥 먹고 노래방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신나요!”“6성급 호텔? 최고급 노래방?”박시율은 그 말을 듣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그저 최소희에게 야근을 하지 말고 밥이나 한 끼 먹자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을 뿐인데 최소희가 제멋대로 직원들에게 말을 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네, 부장님
“네, 부장님께서 부탁하신 거잖아요, 그래서 큰 룸으로 예약했어요, 최저 소비 금액이 3500만 원입니다. 부장님 한 달에 2억씩 받는다면서요, 이 정도는 괜찮겠죠?”최소희가 웃으며 물었다.“세상에, 룸을 예약해 주셨다고요? 부장님, 저희한테 너무 잘해주는 거 아니에요? 최저 소비 금액이 3500만 원인 곳이라니!”최소희의 말을 들은 직원들이 들떠서 말했다.그 모습을 본 박시율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최저 소비 금액이 3500만 원이라니, 게다가 노래방까지 간다면 얼마나 많은 돈을 써야 할지도 몰랐다.박시율은 최소희를 욕하고 싶었다, 왜 자신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제멋대로 호텔을 예약한 건지, 너무나도 괘씸했다.하지만 박시율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최소희를 욕한다면 자신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말이다. 최소희는 이곳에서 오래 일한 주임님이었기에 그녀를 따르는 사람도 꽤 많을 것이 분명했다.만약 평범한 식당을 간다면 기대를 했던 직원들은 실망할 게 뻔했다, 그리고 뒤에서 박시율을 쪼잔하다고 욕할 것이다. 그랬기에 이곳에서 최소희를 욕하는 것은 박시율에게 그 어떤 유리한 점도 없었다.“왜요? 박 부장님, 부장님께서 저한테 안배하라고 한 거잖아요, 뭐 잘못된 것이라도 있는 거예요?”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박시율을 보며 최소희가 속으로 웃었다.박시율은 얼른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고 웃으며 말했다.“로얄 호텔 말하는 거죠? 갑시다, 아직 시간이 이르니 두 시간 드릴게요, 집에 가서 옷 바꿔 입고 준비하고 오세요.”“네, 알겠습니다. 부장님!”제일 흥분했던 여직원이 신이 나서 말했다.“부장님 정말 짱이에요, 6성급 호텔에서 밥을 사주시다니, 이런 상사는 저도 처음 봅니다.”“그러니까요,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네요.”직원들이 흥분해서 각자 한마디씩 했다.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최소희는 멍청해졌다, 박시율이 정말 허락할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5년 동안 일도 하지 않고 쓰레기를 줍는 걸 목격한 사람도 있었는데 적어도 5, 6천
모든 이들이 떠나고 나서야 박시율이 우울한 얼굴로 회사를 나섰다.그녀에게는 2000만 원밖에 없었는데 팀원들에게 밥을 사려면 6, 8천만 원이 있어야 했다.하지만 박시율에게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박소희의 뜻대로 된다면 그녀는 앞으로 회사에서 버텨내기가 힘들어질 것이 분명했다.그리고 돈이 많이 든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월급도 낮지 않았기에 첫 월급만 받게 된다면 많이 여유로워질 수 있었다.결국 그녀는 나봉희에게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전에 도범이 내놓은 2억중 1억 8천만 원은 나봉희의 손에 있었기에 지금 그녀에게 돈을 내놓게 해 급한 불을 꺼야 했다.“어머니…”“시율아, 회사는 어때?”하지만 박시율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나봉희가 다시 말했다.“시율아, 너 얼른 도범이랑 이혼하는 게 좋을 거야, 빠를수록 좋아, 내일이나 모래 시간을 내서 얼른 가서 이혼해. 아니면 그놈이 언젠가는 우리를 다시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거야.”박시율은 그 말을 들으니 어이가 없어졌다.“어머니, 저한테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저 도범이랑 이혼 안 해요, 할아버지 칠순잔치 때 도범이 60억을 못 내놓는다고 해도 이혼 안 할 거예요!”“너 왜 그렇게 말을 안 듣니, 그때 너희 할아버지랑 우리 말을 듣지 않고 아이를 남겨둬서 우리 집이 이렇게 된 거야. 내가 어쩌다가 이런 불효한 자식을 낳아서는, 자기 부모를 잡아먹으려고 하네.”나봉희가 갑자기 박시율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말문이 막힌 박시율은 더 이상 이 일을 두고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어머니, 저 급한 일이 있어서 전화한 거예요, 돈이 모자라서 그러는데 6000만 원 좀 보내주세요.”“6000만 원?”돈 얘기가 나오자 나봉희가 목소리를 높였다.“그렇게 많은 돈을 어디에 쓰려고? 돈 벌려고 출근한 거 아니었어? 왜 이렇게 많은 돈이 필요한 건데? 설마 도범 그 쓰레기 같은 게 전기스쿠터를 타다가 명품 자동차를 긁은 건 아니지?”나봉희의 말을 들은 박시율은 자신의 어머니의 상상력에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
두 번째 방법은 고도의 신법을 필요로 하며, 일반적인 무사로서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첫 번째 방법도 강력한 실력이 필요하기에, 주위 사람들이 도범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빙봉천리의 감금 아래에서 도범은 결코 빠져나갈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따라서 모두가 도범이 반드시 패배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도범의 경맥이 감금되면 오양수가 도범을 결코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한편, 도범은 한 손에 장검을 쥐고, 다른 손으로는 연달아 법진을 만들어냈다. 이윽고 백 개의 영혼검이 하나로 융합되어, 거대한 영혼 검이 되어 회흑색 장검 속에 흡수되었다.도범이 전승 상태로 참멸현공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비록 빙봉천리가 지급 상급 무기일지라도, 도범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도범은 현재 참멸현공을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한 상태였고, 영혼검과의 융합으로 생성된 힘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힘이다.도범은 분노에 차서 큰 소리로 포효하며 단칼에 검을 휘둘렀다. 이윽고 회흑색 장검에서 거대한 검기가 날아가면서 하늘을 뒤덮은 얼음망이 도범의 앞에 닥쳐왔다.모두는 쾅쾅하는 몇 번의 뚜렷한 소리를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단해 보이던 빙봉천리가 도범의 한 줄기 검기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게다가 이 검기는 빙봉천리를 부순 뒤에도 힘이 전혀 소모되지 않은 채 여전히 앞으로 돌진했다. 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뒤따라오던 오양수조차 반응하지 못했다.현재 도범의 참멸현공은 대원만의 경지에 도달했다. 비록 빙봉천리가 지급 상급 무기라 할지라도, 참멸현공 앞에서는 종이장처럼 부서질 뿐이었다.모두가 도범이 빙봉천리에 온몸이 봉쇄되어, 도살당할 어린 양처럼 될 것을 기대했으나, 그들의 모든 환상은 산산이 부서졌다. 검날이 빙봉천리를 부순 후, 곧장 반응하지 못한 오양수를 향해 돌진했다. 검날이 오양수의 면전 3척 앞에 닿기 직전에야 오양수는 자신을 보호하려 했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평상시라면 오양수는 공격과 동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