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죽인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도범은 상관없다는 듯 밖을 한 번 내다봤다. 지유는 수아를 데리고 소나무 아래에서 놀고 있었다.“흥, 어디 이따가도 그렇게 당당하게 굴어보시지!”성경일은 더 이상 도범과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곧 도범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머지않아 여러 대의 차량이 집 밖에 멈춰 섰고 장건이 여러 명의 남자들을 데리고 성큼성큼 집안으로 들어섰다.장건은 마당으로 들어서자마자 욕을 내뱉었다.“누구야? 감히 우리 도련님을 때리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지금의 장건은 마침 분노에 사로잡힌 상태였다. 자신이 감히 상대조차 할 수 없는 놈을 만난 덕분에 애꿎은 손가락을 하나 잃었기 때문이었다.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성 씨 어르신의 전화를 받은 그는 도련님이 맞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당장 처리하라는 명을 받았다.“이 도범이라는 쓰레기가 나를 때렸다, 전쟁터에 좀 있었다고 생색내려는 건 가 본데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성경일은 장건이 사람들을 데리고 온 것을 보곤 순식간에 기세등등해져서 말했다.“젠장, 정말…”욕을 하며 마당 안으로 들어선 장건은 금방이라도 싸움판을 벌일 기세였다. 그는 이곳에서 더러워진 기분을 풀 생각이었다. 하지만 성경일 앞에 선 남자를 본 순간, 장건은 놀라서 제자리에 얼어버리고 말았다. “또 만날 줄 생각도 못 했네!”도범이 담담하게 웃으며 붕대를 감은 장건의 손을 바라봤다.“그래도 약속은 잘 지키는구나, 남자답네, 말한 대로 한 걸 보니!”성경일은 도범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어 미간을 찌푸리곤 장건을 보며 말했다.“둘이 만난 적 있어?”성경일의 말을 들은 장건이 씁쓸하게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도련님, 점심시간도 다 되어가는데 그만 돌아가는 게 어떨까요?”장건이 말을 하며 성경일을 향해 눈을 깜빡였다.“밥? 밥은 무슨 밥? 저놈 때려, 젠장, 오늘 이 화풀이를 하지 않으면 내가 사람도 아니다!”성경일이 분노에 찬 목
“어머니, 그래도 수아 아버지이고 두 분 사위인데 앞으로는 이 사람한테 그런 말 하지 마세요! 그리고 이미 지나간 일은 더 이상 입에 올리지 마세요!”박시율은 여전히 다른 이의 속마음을 헤아릴 줄 알 뿐만 아니라 착하기까지 했다.“우리는 저놈을 사위라고 인정한 적 없다, 이 일은 무효야!”나봉희가 말했다.“그래, 저놈만 아니었다면 내 다리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야!”도영호가 씩씩거리며 말했다.“하지만 저 이한테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 그때 저도 홧김에 도범이랑 결혼을 한 거라고요. 결국 임신까지 하게 될 줄 저도 몰랐다고요!”박시율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때 확실히 자신이 충동적으로 저지른 짓이었지만 아이를 지우기는 아까웠다.오늘 이런 결과를 맞이하게 된 것도 그때 저지른 잘못을 만회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다.“그렇다고 정말 아이를 낳을 필요까지는 없었잖아, 정말... 내가 너 때문에 제 명에 못 죽지!”나봉희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렸다.“그만하세요, 도범이 이렇게 전쟁터에서 무사히 돌아왔으니 앞으로 무슨 일이라도 찾아서 할 수 있다면 생활은 점점 나아질 거예요!”박시율의 말을 들은 도영호가 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 도범을 보니 화가 나기는 했지만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수아는 도영호의 외손주였고 자기 딸의 아이이기도 했다.“어디까지 좋아질 수 있을 것 같아? 우리가 예전에 살던 그 별장보다 편안할 수 있을 것 같아?”나봉희는 여전히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시율아, 우리 어머니는 어디에 계셔? 왜 안 보이는 거야?”도범이 미간을 찌푸리곤 물었다. 이곳에 발을 들인지 시간이 꽤 지났지만 자신의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유는 도범의 어머니께서도 이곳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고 얘기했었다.“지금 일 나가셨어, 너희 어머니는 배운 것도 별로 없고 나이도 많으셔서 청소부로 밖에 일할 수 없어. 월급은 얼마 안 되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보태줘서 우리 가족이 그나마 살아갈 수 있게 해주셨어.”박시율이 씁쓸하
“그러니까, 쓰레기들이 모여서 전쟁이니, 나라를 위해 서니, 그딴 소리 지껄이고 앉았네!”또 다른 노란색 머리를 한 남자도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퍽!”하지만 다음 순간, 두 사람은 눈앞이 어지러워지더니 저 멀리 날아가 등 뒤의 담벼락을 무너뜨렸다.“푸웁!”피를 토한 두 사람은 그 자리에 쓰러져 꼼짝도 하지 않았다.“아, 사람이 죽었어!”그 모습을 본 두 여자는 소리를 지르며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도망갔다.“도범, 지금 뭐 하는 거야? 사, 사람을 죽이다니, 저 사람들이 우리가 건드리지 못할 신분을 가진 사람이거나 어느 조직의 사람이면 어쩌려고 그래?”서정은 바닥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두 사람을 보곤 얼굴이 창백해졌다.“너, 너무 충동적인 거 아니야? 여기는 전쟁터가 아니야,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거라고. 여기가 아직 전쟁터이고 상대방이 적인 줄 알아? 그렇게 마음대로 죽이게?”“왜 항상 자기 성질을 못 죽여서 이렇게 일을 크게 키우는 거야? 저 사람들 그냥 몇 마디 한 것뿐이잖아!”박시율은 화가 나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하지만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두 여자가 자기 걱정에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을 본 도범은 마음이 따뜻해졌다.“어머니, 시율아, 걱정하지 마, 그냥 잠깐 정신을 잃은 것뿐이니까. 나도 나름 힘 조절한 거라고,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깨어날 거야.”도범이 웃으며 설명했다.“정말이야?”도범의 말을 들은 박시율이 얼른 두 사람 곁으로 다가가 손가락을 코에 대고 시험해 봤다. 그리고 한시름 놓으며 말했다.“아직 숨 쉬고 있으니까 큰 일은 없겠네.”“가자, 가, 얼른 가!”주위를 둘러본 서정이 얼른 말했다.“가요, 어머니, 이 일도 이제 그만두세요, 앞으로 복 누릴 일만 남았으니까.”도범이 두 사람을 보며 웃었다.“갑시다, 시간도 많이 남았으니까 옷이라도 몇 벌 사줄게요!”“몇 벌?”도범의 말을 들은 서정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네가 돈이 어디 있다고? 그리고 내가 일을 그만
“저 세 사람 이상하지 않아? 저렇게 꼬질한 옷 입고, 저 여자는 청소부 옷에 밀짚모자를 쓰고 들어오다니. 세상에, 여기 그래도 브랜드 전문점인데.”명품 백을 들고 옷을 고르려던 귀부인 한 명이 세 사람을 보더니 차갑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여사님, 지금 바로 쫓아내겠습니다!”옆에 있던 점원이 얼른 웃으며 귀부인에게 말하더니 다시 옆에 있는 점원을 바라봤다.“가서 나가라고 해, 격 떨어지게 정말!”점원은 즉시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세 사람 앞으로 다가왔다.“여기에서 옷을 살 생각인가요? 저희 매점은 해외상품만 취급하는 명품 럭셔리 매장인데...”여직원은 보통 이렇게 말을 하면 돈이 없는 손님들은 자신이 매장을 잘못 찾았다는 것을 깨닫고 조용하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번에 그녀는 사람을 잘못 봤다.“마침 럭셔리 매장을 찾고 있었는데 잘 됐네요. 제 아내와 어머니에게 비싼 옷을 사주려고 했던 참이었거든요, 너무 격 떨어지는 옷은 눈에 안 차서.”“네? 손님, 확실하세요?”여직원이 멍청하게 물었다.그러자 도범이 옆에 있던 박시율을 보며 대답했다.“이렇게 예쁜 아내를 두었는데 고급스러운 옷을 입는 것도 당연하잖아요.”“네, 그럼요, 당연하죠. 그런데 혹시라도 계산을 할 때가 되어서 곤란한 상황을 마주할까 봐 그런 거 아니겠어요?”여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매장의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았다면 직접 그들에게 돈도 없는 주제에 여기의 물건들을 살 수나 있겠냐고 했을 것이다.“무슨 곤란한 상황을 마주친다는 거죠?”직원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도범은 원피스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시율아, 저 원피스 괜찮네, 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됐어, 나 저런 색 안 좋아해. 도범, 우리 그냥 나가자!”박시율이 도범을 끌고 나가려고 했다. 결혼 전에는 그녀도 이런 매장에 자주 왔었다.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이런 매장에 오니 그녀는 마음대로 쇼핑을 즐길 수 없었다.“이런 색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좋은 핑계거리네.”그때 귀부인이 세
“이 세 벌 모두 다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자기는 어때,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들면 사!”점원들은 더 이상 도범을 무시할 수 없어 옆에서 조용히 서있었다.자신을 자기라 칭하는 도범의 말을 들은 박시율이 얼굴을 붉혔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비싼 것 같아!”박시율은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은 채 세 벌의 옷을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마음만으로도 충분하니까 하나만 사주면 돼, 그렇게 많이 살 필요 없어!”“돈 없으면 없다고 하면 되지, 어디서 있는 척이야. 오늘 돈 안 내면 여기서 나갈 생각도 하지 마!”박시율의 말을 들은 귀부인이 옆에서 냉랭하게 웃으며 말했다.점원들은 귀부인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고소해했다. 돈도 없는 주제에 행패를 부리는 세 사람이 자신들보다 더 대단한 사람을 만났으니 이 사태를 수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도범은 세 벌의 옷을 집어 들더니 자신에게 뺨을 맞은 여직원에게 주며 말했다.“이 세 벌로 할게요, 담아주세요.”“정말 살 생각인 건가요? 세 벌을 합치면 3500만 원인데…”멍청하게 질문을 던진 여직원이 결국 길을 안내했다.“손님, 이쪽으로 오세요.”도범은 여직원을 따라 계산대로 가더니 금색의 카드 한 장을 꺼냈다. “이, 이걸로 계산해 드리면 되나요?”여직원이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 이런 은행 카드를 그녀도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요? 2조 원 안에는 비밀번호 없어도 계산 가능합니다.” 도범이 성가시다는 듯 점원을 한 눈 보더니 한 쪽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박시율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하지만 점원은 도범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눈앞의 남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알고 있는 것 중에 블랙카드만이 19억 안에 비밀번호 없이 계산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도범은 2조 원 안에 비밀번호 없이 계산을 할 수 있다고 했으니 당연히 허풍을 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원은 여전히 웃음기를 머금은 얼굴
“결판? 어떻게 결판을 낸다는 거야? 이 일에서 나도 잘못한 게 있잖아. 그리고 할아버지는 어쨌든 내 할아버지인데 할아버지까지 때리겠다는 거야?”박시율이 씁쓸하게 웃더니 다시 말했다.“이번에 가면 너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있어, 시간이 지나갔으니 할아버지께서도 화가 많이 가라앉으셨을 거야. 듣기 좋은 말을 한다면 더 이상 따지지 않을 지도 몰라.”“응, 노력해 볼게. 될수록 싸우지 않도록 할게, 괜히 너한테 또 한 소리 들을라.”도범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박 씨 집안사람들이 자신의 신분을 알지 못하는 상황하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 궁금했다.그리고 이번에 돌아온 이유도 장군 자리를 그만두고 자신의 여자와 함께 어머니에게 효도를 해드리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기 위함이었다.세 사람은 빠르게 박 씨 저택에 도착했다.“그 자식 간땡이가 부었구나, 감히 박 도련님을 때리다니. 그분이 얼마나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인지 몰라서 그런 건가?”“그러니까, 이번에는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데. 데릴사위 주제에 전쟁터에 좀 나가있었다고 나대기는, 자기가 무슨 신분인지 보지도 않고!”차에서 내리자마자 세 사람은 문을 지키고 있던 경비 두 명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하지만 경비원은 세 사람을 보자마자 입을 다물었다.그중의 한 명은 웃으며 박시율에게 인사를 건네기까지 했다.“시율 아가씨, 오셨군요. 제가 지금 바로 회장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괜찮아요! 우리가 알아서 들어가면 되니까!”박시율이 차갑게 말하더니 복잡한 심정으로 대문을 바라봤다.이곳에는 그녀의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기억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크고 난 뒤, 박 씨 집안에서 그렇게 많은 일들을 겪게 될 줄 그녀도 몰랐다. 그리고 이 집에서 쫓겨나리라고는 더더욱 생각하지도 못했다.박시율은 그런 생각들을 하며 두 사람과 함께 집안으로 들어섰다.별장의 문 어구에 도착하자마자 안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범 그 자식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자기가 누군지 알고 감히 이성이를
“떳떳? 그런 옷 안 입었으면 믿을 뻔했네요!”박시연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안에 옷이 꽤 많아 보이는데 시율이한테도 사줬나 봐요. 합치면 적어도 몇 백만 원은 할 텐데.”박시윤은 말을 하며 쇼핑백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원피스 하나를 집어 들었다.“아니, 이건 한정판인데. 이 원피스 적어도 몇 천만 원은 할 텐데, 그것도 최근에 나온 신상인데!”그 말을 들은 박 씨 집안사람들이 의아하게 서로를 쳐다봤다.이런 원피스를 그들도 살 수는 있었지만 도범이 이런 옷을 살 수 있다는 건 이상했다.더구나 시계나 액세서리도 아닌 원피스 하나를 사는데 몇 천만 원을 쓸 때에는 그들도 한 번쯤은 고민을 해봐야 했다.“치마 다시 넣어두세요, 괜히 만졌다가 시율이 원피스만 더럽히지 말고.”원피스를 꺼낸 박시연을 본 도범이 어두워진 안색으로 말했다.도범의 말을 들은 박시연이 생각에 잠기더니 원피스를 다시 넣었다. 그리곤 웃으며 말했다.“이제 알겠네요, 당신들 짝퉁을 산 거죠. 쯧쯧, 보기에는 정말 진짜 같아서 하마터면 믿을 뻔했네요.”사람들도 그제야 깨달은 듯한 얼굴이었다. 그들은 여전히 저렇게 가난한 세 사람이 한정판 원피스를 살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서정의 손에 들린 쇼핑백에 담긴 옷들이 전부 짝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박시연, 이게 진짜든 가짜든 너랑은 딱히 상관없는 거잖아, 이거 내 남편이 나한테 사준 선물이야. 우리 남편이 사준 게 진짜든 가짜든 나는 다 좋아!”박시율은 끊임없이 자신들을 얕잡아보는 박시연을 보다 비아냥거리며 말했다.“나이도 적지 않은데 남자친구 하나 없는 누구보다는 낫지 않아? 설마 지금 나를 부러워하는 건 아니겠지?”“너…”박시연은 화가 났다. 자신도 누구에게 뒤처지는 외모를 가진 건 아니었지만 확실히 남자친구가 없었기에 박시율의 말을 들으니 기분이 언짢아졌다.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차갑게 웃으며 맞받아쳤다.“너를 부러워하다니? 농담하는 거지? 네가 박 씨 집안에서 쫓겨난 걸 부러워해야 하는 거니?
박 씨 어르신도 마음이 복잡했다. 그의 마음은 도범이 추측한 것과 비슷했다.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던 사람이 박이성을 전쟁터에 내보내지 않기 위해 도범을 데릴사위로 들인 것은 이미 박 씨 집안을 망신시킨 것이었다.그런데 그것보다 더 체면을 깎이는 일이 일어날 줄 그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박시율과 도범이 결혼을 한 이튿날, 도범은 전쟁터로 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시율은 임신 소식을 알려왔다.그날 밤, 박시율이 술을 많이 마셨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도범이 박시율을 범한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했었다.하지만 박시율이 원해서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알고 박 씨 어르신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었다.결국, 박 씨 어르신은 박시율과 그녀의 부모님, 그리고 14살이었던 그녀의 동생까지 박 씨 집안에서 쫓아냈던 것이었다.하지만 박시율이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만든 것은 박이성이 저지른 짓이었다.“정말 제 마음대로 적어도 되는 건 가요?”도범이 냉랭하게 웃으며 물었다.“그럼! 마음대로 적거라!”도범이 드디어 돈 때문에 마음을 바꾼 줄 알고 박 씨 어르신은 속으로 기뻐했다. 박시율은 얼굴도 예뻤고 비즈니스에도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기에 도범과 이혼을 하고 나면 돈 많은 사람을 찾는 건 일도 아니었다.심지어 지금 성 도련님이 박시율을 따라다니고 있지 않은가.“당연하지, 우리 어르신께서는 한다면 하시는 분이야. 그러니까 얼른 적어!”나봉희가 흥분해서 말했다. 그리고 얼른 의아한 얼굴을 한 박시율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딸, 저거 봐, 내가 말했지. 도범은 그냥 배은망덕한 놈이야, 너는 도범을 위해서 아이를 낳고 5년을 기다리면서 고생했는데 저놈 결국 돈을 선택했잖아, 현실은 이런 거야!”박시율은 멍청하게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그동안 그 많은 고생을 하면서 기다렸는데 결국…“범아, 너, 너 바보야? 저렇게 좋은 마누라를 어디 가서 찾을 수 있다고? 설마 돈 때문에 마누라랑 딸까지 버리려고 하는 거야? 시율이 너를 위해서 5년 동안 온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