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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지유는 도범을 데리고 도심을 벗어난 곳에 위치한 낡은 집 앞으로 왔다.

마당 앞에는 커다란 소나무가 있었는데 밖에서 보니 무척이나 고요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하지만 집이 너무나도 낡았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그러니까 우리 어머니랑 시율이, 장인어른 장모님께서 이런 곳에서 지내고 있었다는 거야?”

눈앞의 집을 보니 도범은 괴로워졌다.

박시율은 박 씨 집안의 아가씨였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에게 미녀 대표님이라는 말까지 들었을 정도였다. 도도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향해 사랑을 갈구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아이를 남겨두기 위해 집에서 쫓겨나 이런 곳에서 지내고 있었다!

도범의 말을 들은 지유가 쓸쓸하게 웃었다.

“도련님 처남도 이곳에 계세요, 5년 전에는 어렸었지만 지금은 열아홉이 되었는데 모두 이곳에서 지내고 계세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지유의 말을 들은 도범이 눈시울을 붉혔다.

“시율이가 고생을 많이 했겠구나!”

하지만 도범은 곧 마당 옆에 세워진 벤틀리를 발견했다.

“이 벤틀리는 뭐야?”

도범이 미간을 찌푸린 채 의아하게 물었다.

“저도 모르겠어요, 자주 오지 않아서. 5년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어요, 시율 아가씨는 도련님이 오시기를 늘 기다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아가씨 부모님께서는 진작에 인내심을 잃으셨어요, 그리고 도련님께 불만을 품고 계셔서… 심지어 결혼 첫날밤, 도련님께서 시율 아가씨께서 술에 취한 틈을 타 강제로 아가씨랑 하룻밤을 보낸 거라고 했어요…”

지유가 미간을 찌푸린 채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쩔 수 없지, 천천히 보답해 드리는 수밖에. 다 같이 고생을 많이 했겠구나!”

도범이 한숨을 쉬었다. 그도 자신의 여자 옆에서 그녀를 보호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집안에 발을 들인 도범은 얼마 가지 못하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지유에게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

집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은 도범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안에서는 박시율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그 자식 5년 동안 감감무소식이었으니 죽은 게 분명해요. 내일 제가 사망신고를 하고 올 테니 곧 우리 시율이를 아내로 맞이할 수 있을 거예요!”

“하하, 그럼 수고 좀 해주세요!”

성 씨 집안 도련님이 웃음을 터뜨리며 덧붙였다.

“어머니, 사실 사망증명 같은 건 별 상관없어요. 혼인 신고서 그거 종이 쪼가리 하나에 지나지 않는 것뿐이잖아요, 저 성경일 그렇게 속 좁은 사람 아닙니다. 때가 되면 성대하게 결혼식을 올리면 그만이지요, 제일 중요한 건 시율이가 저랑 결혼하는 걸 허락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허락하죠, 당연히 허락해야죠!”

박시율의 어머니가 가슴을 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랑 시율이 아빠가 시율이를 설득할 테니까!

“그래요? 하지만 시율이 성격이 너무 고집스럽긴 해요!”

“그때 시율이가 기를 쓰고 그 잡종을 낳지만 않았더라면 우리 모두 박 씨 집안에서 쫓겨나서 이런 데서 고생을 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5년 전의 시율이 우리 중주에서 제일 이름있는 미녀였는데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좀 보세요.”

성 씨 도련님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니까요, 이게 다 그 배달부 때문이에요. 가짜 결혼이라고 해놓고 결국 우리 시율이 임신까지 시켜놓고.”

박시율의 어머니가 다시 덧붙였다.

“우리 시율이도 너무 어리석었어요, 기어코 그 잡종을 자기 자식이라고 감싸면서 키우겠다고 했으니!”

“괜찮아, 아버님, 아머님, 저 정말 진심으로 시율이 좋아해요. 시율이 저랑 결혼하고 나면 아무 걱정도 하지 않고 살 수 있을 겁니다!”

성 씨 도련님이 말을 하며 옥팔찌 하나를 꺼냈다.

“제가 다른 사람한테 부탁해서 해외에서 가지고 온 옥팔찌입니다, 가격을 메길 수도 없는 것이니 장모님께 선물해 드리지요!”

“이, 이걸 어떻게 제가 가지겠어요?”

......

문밖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도범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지더니 주먹을 쥐었다.

간신히 화를 억누른 그가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박시율의 어머니가 귀찮다는 듯한 목소리로 문을 열었다.

“누구세요?”

박시율의 어머니 나봉희는 도범을 보다 다시 의아하게 수아를 보며 말했다.

“당신 왜 우리 수아를 안고 있는 거야?”

“할머니, 우리 아빠예요!”

박수아가 도범을 보며 말했다.

“아빠가 그랬어요, 아빠가 돌아오면 앞으로 그 누구도 저랑 엄마를 괴롭히지 못할 거라고 했어요!”

그 말을 들은 나봉희는 제자리에 굳어있다 놀라서 말했다.

“옳다구나, 도범 네 녀석이 아직도 살아있었다는 말이야… 무슨 낯짝으로 다시 돌아온 거야? 우리 딸 청춘 돌려내, 너 때문에 우리 가족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누가, 누가 돌아왔다고? 도범 그 자식이 돌아왔다고?”

박시율의 아버지는 절뚝거리며 도범에게 다가가더니 그의 멱살을 잡고 말했다.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놈, 네가 우리 시율이를 더럽히지만 않았더라도 우리 시율이가 쓰레기를 주우면서 살 필요는 없었을 거야. 너만 아니었더라면 다른 사람한테 맞아서 내 다리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그 말을 들은 도범은 놀랐다. 박시율은 왜 쓰레기를 주우면서 살아야 하는 거고, 박시율 아버지의 다리는 왜 이렇게 되어야 했던 거지?

물론 그때 도범의 잘못은 없었다. 모든 것은 박시율이 술에 취해 주동적으로 도범을 찾아온 것이기 때문이었지만 도범도 술을 마신 상태였다.

하지만 박시율 가족을 이렇게 만든 것은 결국 도범이었다.

그랬기에 박영호와 나봉희가 이렇게 자신을 미워하고 화를 내는 것도 도범은 이해가 갔다.

도범은 속으로 자책하기 시작했다. 그때 자신이 충동적으로 굴지만 않았더라도 박시율 가족은 고생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지유야, 밖에서 수아 데리고 좀 놀고 있어!”

도범이 안고 있던 수아를 지유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하필이면 지금 돌아올 게 뭐람, 왜 왔어, 그냥 전쟁터에서 죽어버리지!”

나봉희가 통곡하며 말했다.

“우리 시율이가 행복한 꼴을 못 보겠다, 이거야? 이 짐승만도 못한 것!”

“내가 혼쭐을 내줘야겠어!”

박영호가 도범의 뺨을 때리려 그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박영호의 손은 도범에게 단단히 붙잡혔다.

“아버님, 죄송합니다. 제가 모두를 고생하게 만들었어요, 하지만 어떻게 되었든 시율이가 수아를 낳았으니 제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 저 이렇게 시율이 저버릴 수 없어요, 저를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려준 시율이 행복하게 만들어 줄 거예요.”

“이놈이, 감히 내 손을 잡아, 얼른 꺼져!”

박영호는 화가 났지만 도범의 힘이 워낙 셌기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놈이 여기를 떠나게 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성 씨 도련님이 웃으며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잘 돌아왔어, 죽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되었으니 시율이랑 이혼을 하면 되겠네. 그리고 수아는 네 아이니까 네가 키우는 것이 마땅해. 그러니까 수아 네가 데리고 가!”

말을 마친 성경일이 다시 웃으며 덧붙였다.

“나도 다른 사람을 위해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았으니까, 저 덤받이만 사라진다면 나랑 시율이는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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