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모든 것이 도민수의 눈에는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이때의 도민수는 이미 광기에 빠져 있었다. 도민수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두 손을 끊임없이 회전시키며, 하나하나의 법진을 발사했다. 이윽고 도민수의 뒤에서 거대한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가 나타났다.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는 온몸이 불길에 휩싸여 있었으며, 진태산이 소환한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보다도 두 배나 더 컸다. 이 점만 보더라도 도민수가 허풍을 떨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도민수는 진태산을 늘 무시했다. 만약 도민수가 조석용과 싸웠다면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다.한편, 도범은 마음속으로 그들을 대략적으로 평가해 보았다. 두 사람의 전투력은 대등하다고 생각한 순간, 도민수는 갑자기 분노에 찬 외침을 내지르며, 발끝으로 땅을 찍고 급격하게 도범에게 돌진해왔다. 마치 급강하하는 매처럼 빠르게 내려오는 도민수의 움직임에 먼저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그 열기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으며, 도범 주위의 공간을 왜곡시키며 점점 더 가까워졌다.그러나 도범은 여전히 평온한 표정을 지은 채, 제자리에서 연달아 법진을 발사했다. 이윽고 80개의 영혼의 검이 즉시 도범의 주위에 응집되었다. 순식간에 이 모든 영혼의 검은 하나의 거대한 영혼의 검으로 융합되어, 도범이 들고 있던 회흑색 장검과 하나가 되었다.현재 도범은 참멸현공을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한 상태였다. 그리고 이번 상대는 8품 종문의 내문 제자에 불과했기 때문에 도범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힘을 다하면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도범은 영혼 검을 20개 줄였다. 그때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도범의 귀에 울려 퍼졌다.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는 길게 목을 뻗으며, 불꽃으로 이루어진 눈동자로 도범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한편, 관중석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목을 빼고, 두 눈을 크게 뜨고 경기를 주시했다. 그들은 도범이 패배하는 장면을 가장 보고 싶어 했다. 도
도범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도민수의 말을 전혀 무시한 채, 양손으로 장검을 단단히 쥐었다. 회흑색 장검이 높이 치켜올려졌고, 이내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의 이마를 향해 내리쳤다.검은색 검광은 강력한 에너지 파동은 없었지만, 함부로 근접할 수 없는 기세를 지닌 채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를 향해 돌진했다.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는 다시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냈다. 도범은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의 얼굴에서 조롱 섞인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비록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가 도민수가 형상화한 무기의 잔상에 불과했지만, 도민수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이 무기는 이미 중급 지급 무기에 도달했으며, 도민수는 금오일식을 숙련 단계 이상으로 수련한 것으로 보였다. 세 번째 단계까지도 얼마 남지 않은 듯했다. 게다가 도민수는 진태산보다도 높은 신분을 가진 종문의 제자였다. 도민수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곧 친전 제자로 승급할 수 있을 것이다. 제법 유망한 재능임이 분명했다.이러한 생각이 도범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자, 참멸현공의 검광이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의 앞에 도달했다.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는 조롱하는 듯한 표정으로 온몸의 불꽃을 분출했다. 도민수는 그저 그런 검광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당연히 큰 피해를 줄 수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래서 이내 냉소를 터뜨리며 머릿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도민수의 웃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웬 소리가 도민수의 귓가를 스쳤다.도민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방금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가 뿜어낸 불길이 회흑색 검광에 의해 둘로 갈라져, 두 개의 에너지로 나뉘어 사방으로 흩어진 것이 아니겠는가!검광은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의 공격을 가른 뒤, 순식간에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의 이마를 가로로 베어냈다. 이윽고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는 공중에서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비록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가 에너지로 형상화된 것이었으나, 도민수의 영혼 일부가 담겨 있었다.잠시 후, 영혼을
그 고통은 도민수를 미치게 했다. 도민수는 지금껏 크고 작은 부상을 겪은 적이 많았지만, 오늘처럼 빠져나올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을 느낀 적은 없었다. 마치 뜨거운 기름 가마솥에 던져져 한 번씩 끓여지고 튀겨지는 듯했다.“이게 무슨 힘이냐! 왜 내 영혼을 찢을 수 있는 거냐! 빨리 이걸 없애! 제발 없애 달라고!”이때 도민수는 거의 광기에 빠져 있었다. 극심한 고통이 도민수를 잡아 삼켰고, 이전의 오만함과 허풍을 완전히 잊게 만들었다. 대결 전, 도민수가 도범을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만들겠다고 했지만 상황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이제는 도민수가 위기에 빠져 도범에게 손을 거두어 달라고 애원하고 있으니까 말이다.한편, 도범은 도민수의 비명 소리를 듣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네가 하는 행동이 얼마나 웃긴지 몰라? 방금 전에는 날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하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나한테 살려 달라고? 네가 정말 그렇게 해도 되는 줄 아니?”이때 도민수는 이미 혼란에 빠진 상태라, 도범의 냉정한 말에도 오직 살려달라고만 애원했다. 차라리 자신을 죽여달라고, 빠르고 고통 없는 끝을 내달라고 간청했다.영혼이 부식되는 고통은 너무나도 견디기 힘들었다. 도민수는 이러한 뼛속까지 파고드는 고통을 처음 느껴보았다. 도민수는 세상에서 가장 강인한 사람이라도 이런 고통은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렇듯 도민수의 애원 소리가 귀에 들렸지만, 도범은 들리지 않는다는 듯 무시했다. 한편, 관중석은 다시금 침묵에 빠졌다. 도범이 첫 번째 공격으로 금오일식을 손쉽게 깬 후, 한 번의 공격으로 도민수의 가슴을 관통한 장면에 사람들은 눈을 크게 뜨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들은 어떻게 말로 현재의 심정을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충격 외에는 아무런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자신들이 방금 무슨 광경을 목격했는지를 깨달았다.이때, 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쳤다.“이 도범이라는 녀석은 도대체 누구죠? 대체 어느
“당신만 잘못 본 게 아니에요. 여기 있는 사람 중 제대로 본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요!”한편, 고통이 지속되면서 도민수는 서서히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도민수는 힘겹게 눈을 부릅뜨고, 핏발이 선 눈으로 도범을 노려보았다. 도민수의 표정에는 증오가 가득했으며, 마치 도범을 당장이라도 죽일 듯한 눈빛이었다.도민수는 거칠게 숨을 내쉬며 한참 후에야 간신히 입을 열었다.“널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넌 분명 음모를 썼어. 넌 연단사가 아니야!”사실, 도민수 자신도 본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저 도민수의 자존심이 도범의 강함을 인정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눈앞의 현실이 명백히 존재했지만, 도민수는 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피는 도민수의 상처를 타고 흘러내렸고, 점점 기운이 빠지면서 눈앞이 흐릿해졌다. 탁-대결 무대의 방어막이 마침내 해제되었다. 원건종의 제자들은 다시 무대로 몰려들었고, 도범은 손에 쥔 장검을 거두었다. 쿵-도민수는 무대에 무겁게 쓰러졌고, 원건종의 제자들은 서둘러 도민수를 부축했다.이때 도민수의 부상은 진태산의 부상보다도 심각했다. 이미 생명을 위협할 정도였다. 이윽고 의술이 뛰어난 제자가 도민수의 맥을 짚어보더니 낯빛이 급변하며 도범을 향해 소리쳤다.“감히 죽이려고 하다니! 우리 원건종의 보복이 두렵지 않단 말이냐!”도범은 그 제자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전혀 개의치 않아했다. 도범은 이 멍청한 자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2층에 들어갈 입탑 영패가 자신에게 떨어지길 기다렸다.한편, 원건종 제자는 도범이 본인들을 무시하자 모욕감을 느꼈다. 그래서 벌떡 일어나 다시 도범을 향해 외쳤다.“우리 원건종은 그냥 두지 않을 거다. 네가 오늘 이렇게 일을 망쳐 놓았으니, 내일이면 우리 원건종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다. 똑똑히 기억해 둬!”도범은 가볍게 숨을 들이마시고 냉소를 터뜨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도범을 바라보았다. 원건종 제자는 마치 도덕적 우위에
이 말은 마치 차가운 물을 그 제자의 머리 위에 들이부은 듯했다. 도범의 말에 원건종 제자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도범의 재능으로 보아 절대 작은 종문 출신일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출중한 실력은 분명 강력한 세력의 정성스러운 훈련을 통해 얻어진 것이다. 어쩌면 도범은 정말로 원건종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었다.이러한 생각에 원건종 제자는 마치 가슴에 커다란 돌덩이가 얹힌 듯 답답함을 느꼈고, 순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도범은 원건종 제자의 굳어버린 얼굴을 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은 뒤 다시 고개를 돌렸다.이윽고 붉은빛의 빛줄기가 반짝이며, 2층에 들어갈 입탑영패가 천천히 도범의 손바닥에 떨어졌다. 도범은 가볍게 웃으며 이들을 더 이상 쳐다보지 않고, 큰 걸음으로 관중석의 가장 높은 곳을 향해 걸어갔다.이미 대결에서 승리한 만큼, 도범은 더 이상 1층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도범이 침착한 걸음으로 한 걸음씩 최상층을 향해 올라갈 때, 주변의 수군거림은 다시 절정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호기심과 충격이 뒤섞인 눈빛으로 도범을 쳐다보며, 도범의 정체를 밝혀내고 싶어 하는 듯했다.“도범은 도대체 어느 종문 출신이죠? 설마 9품종문 출신이란 말인가요? 아니면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일까요?”“모르겠어요.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어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제자들의 이름들은 대강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초상화까지 본 적도 있지만, 도범이라는 이름과 일치하는 인물은 전혀 없었어요. 어쩌면 도범은 어떤 대단한 고수의 관문 제자일지도 몰라요.”“점점 흥미로워지네요. 뛰어난 재능을 가진 무사들이 속속히 이 바라문 세계에 들어왔군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이 이곳에 들어왔다면, 분명 이 세계에는 소중한 천재지보가 숨겨져 있을 거예요. 저는 이제 더 탐험하고 싶어졌어요!”“탐험은 무슨! 바라문 세계에서 2년을 무사히 살아남기만 해도 운이 좋은 거예요.”이 수군거림은 일부러 소리를 낮춘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도범을 비방할
아마도 한 차례의 탈락이 있었기 때문에 2층의 인원은 1층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이때, 생각 정리를 마친 오수경이 진지한 표정으로 도범에게 말했다.“방금 전에 곽치홍을 봤어.”이 말에 도범은 순간적으로 몸이 굳었다. 도범은 깜짝 놀라며 다시 물었다.“곽치홍을 봤다고? 확실해? 혹시 잘못 본 건 아니야?”도범의 첫 번째 생각은 오수경이 잘못 본 것일 거라는 것이었다. 누군가를 곽치홍으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곽치홍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도범과 오수경이 봉원곡에 들어간 직후 곽치홍은 사라졌다.오수경은 코를 훌쩍이며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리고는 이내 주름진 이마를 펴며 단호하게 말했다.“잘못 본 게 아니야. 그 사람은 분명 곽치홍이었어. 뒷모습뿐만 아니라 얼굴까지도 봤는데, 확실히 곽치홍이야! 내 가슴에 손을 얹고 하늘에 맹세해래도 할 수 있어!”오수경이 이렇게 진지한 어조로 말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기에, 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방금 오수경의 표정이 그랬던 것이 이해가 갔다.도범은 이내 잔뜩 찌푸린 얼굴로 방금 지나온 통로 입구를 돌아보았다. 만약 오수경이 정말 잘못 보지 않았다면, 곽치홍은 아직 1층에 있을 것이다.그러나 도범이 이상하게 생각한 것은 곽치홍이 연단사라는 사실이었다. 곽치홍에게는 천엽성에 들어갈 만한 실력이 없었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천엽성에 들어올 수 없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곽치홍을 천엽성으로 데려온 것일까?’모든 경로를 통해 조사해 보아도, 곽치홍은 현재 감금되어 있다는 소문이 대부분이었다. 곽치홍은 중간에 습격을 당한 사건의 주범으로, 미리 정보를 누설했기 때문에 이후의 일들이 벌어진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도범도 이 말을 듣고 곧바로 믿지는 않았지만, 의심해 보지도 않았다. 그 사건은 갑작스럽게 일어났고, 뒤늦게 돌아보면 많은 의문이 남아 있었다. 만약 곽치홍이 정말 사전에 정보를 누설한 것이라면,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했다. 곽치홍이 봉원곡을 배신했다면
“하지만 그렇게 하면 결국 허탕을 칠 수도 있어. 자칫하면 손해만 볼 수도 있지. 따라서 우리는 지금 곽치홍과 어떻게 대치할지 신중하게 계획해야 해!”도범은 눈썹을 치켜올린 채, 오수경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은 듯 보였다. 이런 상황이 예전이었다면 도범은 아마 오수경에게 설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도범은 오수경을 믿고 있었고, 오수경을 자신과 같은 편으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도범과 오수경 사이는 이미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윽고 도범은 오수경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이 문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 곽치홍이 바라문 세계에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 충분해. 곽치홍과 지금 당장 대면할 필요는 없어.”도범의 말을 들은 오수경은 반박했다. 곽치홍이 사라진 이후, 오수경은 그 일로 인해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계속 고민해왔다. 오수경은 목소리를 높이며 약간 흥분된 상태로 말했다.“왜 곽치홍과 대면하지 않으려는 거지? 뭐가 그렇게 신경 쓰이는 거야?”도범은 2층에 있는 무사들을 한 번 둘러보며 조용히 말했다.“항상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가 바라문 세계에 온 목적이 무엇인지라는 거야. 곽치홍이 봉원곡을 떠날 수 있었던 것은 곽치홍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해. 분명 봉원곡의 고위층이 이를 묵인했을 거야.그렇다면 우리에게 충분한 힘이 생기기 전까지는 이 일에 끼어들지 말아야 해. 동방 장로든 다른 장로든, 심지어 조백미까지도 이 일을 철저히 숨기고 있어.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지.그만큼 큰 음모가 있다는 증거야. 만약 큰 음모라면, 우리 두 사람과의 직접적인 관련은 적을 수도 있어. 저들이 우리를 해치지 않는 한, 우리는 지금 곽치홍 일행과 대면할 필요가 없어. 먼저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게 우선이야.”오수경은 도범의 말이 매우 타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묵과할 수 없었다. 곽치홍을 봤던 사실을 마치 보지 않은 듯이 묻어두는 것에 불만을 느꼈다.도범은 오수경
“이 칠현대는 당시 남겨진 거래 전용 장소야. 입탑영패를 손에 넣으면, 이 정보를 입탑영패를 가진 자의 뇌리에 자동으로 전달되게 되어 있어.”사람들이 이 장소의 용도를 알게 되면, 거래를 원하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몰려들기 마련이었다. 도범이 이런 설명을 마치자, 오수경은 이전의 고민을 완전히 잊은 듯 보였다.도범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수경이 계속 곽치홍의 일로 괴로워하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오수경에게 모든 걸 설명해 주는 것도 지쳤고, 사실 도범 자신도 이 사건이 여러 가지 수수께끼로 얽혀 있음을 느꼈다.그리고 충분한 실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는 이 모든 수수께끼를 풀려고 하는 것은 무리였다. 알아도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있기 마련이니까.이렇듯 도범과 오수경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칠현대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최소한 수천 명이 모여 있었고, 여러 가지 물건이 담긴 수많은 노점이 여기저기 분포되어 있었다. 고급 무기의 옥패, 각종 고급 단약, 그리고 사적 원한 해결을 돕는 이들도 보였다.다양한 물건들이 오수경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했다. 오수경은 이쪽을 구경했다가, 저쪽으로 가서 구경하는 것을 반복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얼굴을 찌푸린 채 말했다.“바깥세상의 거래는 잘 몰라도, 기본 상식 정도는 알아. 여긴 뭔가 이상해. 물건 값이 바깥보다 훨씬 비싸. 어떤 건 바깥보다 몇 배나 높아. 뭔가 문제가 있어.”오수경은 도범이 자신을 믿지 않을까 봐 걱정하여 도범을 한 노점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는 거기 놓인 한 알의 단약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거, 설마 눈꽃단 아닌가? 바깥에서는 1만 영정 정도면 최고가인데, 여기선 2만에 팔고 있어. 값이 두 배로 뛰었어! 너무 터무니없지 않아?”오수경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지하게 물었다. 도범은 그런 그를 보며 답답한 듯 팔을 잡아당기며, 함부로 가리키지 말라는 듯했다. 이때, 노점을 지키던 사람이 오수경의 손짓과 오수경의 말을 듣자마자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