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도범이 여전히 대답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던 순간, 도범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도민수를 바라보았다.“내가 너를 무시한 이유는 네가 정신적으로 문제 있다고 생각해서야. 정신 나간 사람과 쓸데없는 얘기 나누는 건 시간 낭비니까! 그런데 네가 이렇게까지 역겹게 구는 줄은 몰랐네. 무시해도 끝날 줄을 모르다니.”도범의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관중석은 다시 한번 기묘한 침묵에 빠졌다. 진태산과 조석용의 대결 후, 곧바로 다른 사람이 대결 무대에 올라가며 사람들의 함성이 이어졌지만, 도범의 말 한마디가 그 모든 소리를 멈추게 했다.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돌려 도범을 바라보며, 저 녀석 미친 거 아냐라는 표정을 지었다. '감히 도민수를 멍청이라고 부르다니? 도민수가 8품 종문 출신이며 원건종의 내문 제자라는 걸 모르는 건가? 도범, 도대체 머리에 물이 몇 그릇이나 들어간 거야. 무슨 생각으로 도민수를 이렇게 도발하는 거지!'도민수 역시 도범의 말에 잠시 멍해졌다. 도범이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되받아칠 줄은 몰랐고, 그 말은 자신이 한 것보다 훨씬 더 모욕적이었기 때문이다. 도범의 말에 도민수는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고, 손가락을 뻗어 도범을 가리키며 외쳤다.“뭐라고 했어!”도범은 어이없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귀 먹었냐? 방금 한 말 못 들었어? 못 들었으면 됐어. 정신 나간 사람한테 말 반복하는 데 시간 쓰고 싶지 않으니까. 못 들었으면 네 옆에 있는 사람한테 물어봐.”도범의 연이은 말은 주변을 다시 한번 조용하게 만들었다. 그 말은 도범이 아무런 부담 없이 내뱉은 것이었다. 원래 도민수는 도범의 눈에 멍청이일 뿐이었다. 그리고 도범은 단지 마음속에 있던 말을 꺼냈을 뿐이다. 관중들은 모두 눈을 크게 뜨고, 할 말을 잃은 듯 도범을 쳐다보았다.한참 후에야 누군가 말했다. “미쳤어요? 그렇게 말하는 건 도민수를 완전히 자극하는 거에요. 조금 후에 대결 무대에 올라가면 고문당해 죽을 수도 있어요. 죽음이 두렵지 않아요?”“그래요! 죽음이 두
도범은 다시 도민수를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속한 세력이 누군지,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왜 이렇게 말이 많아! 입 좀 다물어! 말이 많아봤자, 싸워보는 것만 못해!”이 말이 나오자 도범 옆에 서있던 오수경은 도범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한편, 도범의 이 몇 마디 말에 완전히 압도당한 도민수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도민수가 계속 끈질기게 말한다면 오히려 본인의 약점을 들어내는 꼴이었다. 결국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말이 많아봤자 싸우는 것만 못하지!” 도민수는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을 억누르며, 불타는 눈빛으로 도범을 응시했다. 도민수는 이미 마음속으로 대결 무대에 오르면, 도민수를 어떻게 고문할지 구상 중이었다. 결코 쉽게 항복하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항복할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도민수는 도범을 쉽게 죽게 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철저히 고문해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든 후에 끝낼 생각이었다. 이때, 오수경이 목소리를 낮춰 도범의 귀에 속삭였다.“도범 오빠, 오빠는 정말 6각형 인재야. 말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니. 나도 예전에 도범 오빠 말에 질려 죽을 뻔했지. 이번엔 저 사람 차례라니, 정말 어떻게 할지 기대되네.”오수경은 어깨를 들썩일 정도로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도범은 가볍게 미소를 지을 뿐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기다렸다. 도범은 그저 도민수가 잠잠해지길 바라며 한 말이었다. 물론 도민수는 정말 조용해졌으나, 주변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여전히 멈출 수 없었다.“도범 저녀석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요? 자신이 이렇게 행동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는 걸까요? 아니면 도민수를 상대할 방법을 이미 생각해 놓은 걸까요? 혹시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는 걸까요? 반드시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도민수와 비슷한 수준에서 싸울 수 있다고 믿는 건지 모르겠네요.”“연단사에 불과한 사람이 도민수와 맞먹는 실력을 가질 수는 없죠. 도범은 미친 게 틀림없어요. 미치지 않았다면 이런 말을 할 수
“게다가 도범이 자기 배후 세력을 밝히지 않는 걸 보면, 분명히 자유 무사일 거에요!”관중석에 있는 사람들은 다시 한번 끝없는 논쟁에 빠져들었다. 모두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각종 얘기가 오갔다. 그러나 가장 중심이 되는 논조는 몇 가지로 요약되었다. 그들은 도범이 금오일식을 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도민수를 무시한다고 믿었다.이렇게 사람들이 끝없이 자신의 견해를 주고받는 것을 들으면서, 오수경은 속으로 분노가 치밀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함부로 말하는 것이 참으로 얄밉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오수경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조용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어느덧 15분이 지났지만, 논쟁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격렬해졌다. 사람들은 도범의 배경을 캐묻기 시작하며, 끝까지 파헤치지 않으면 멈추지 않을 기세였다.이러한 상황에 오수경은 점점 더 화가 나고 짜증이 났다. 이윽고 오수경은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멍청이들! 아무것도 모르면서, 입만 살아서 지껄이고 있네!”그러자 도범은 가볍게 웃으며 태연하게 말했다.“그냥 내버려 둬. 저들이 뭐라고 하든 결과는 변하지 않을 거야.”시간은 계속 흐르고, 90 번째 대결이 끝난 후 드디어 91 번째 대결이 시작되었다. 도민수는 관중석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벌떡 일어섰다. 도민수의 두 눈은 처음부터 끝까지 도범에게서 떨어지지 않았고, 눈동자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도민수는 도범을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증오에 찬 눈빛을 하고 있었다. 방금 자신을 도발했던 사람들보다도 도범에 대한 증오가 훨씬 더 커 보였다.한편, 도범은 깊은 숨을 내쉬며 여유로운 모습으로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도민수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대결 무대로 걸어갔다.사람들은 조용히 도범의 뒷모습을 주시했다. 도범의 현재 상태가 연기인지 아니면 실제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도범이 발산하는 기운은 도민수를 압도하고 있었다.도민수가 아무
도민수는 오늘처럼 화가 난 적이 없었다. 이전에도 도발을 당한 적이 있었고, 더 심한 말을 들은 적도 있었지만, 이렇게 분노에 사로잡힌 것은 처음이었다. 한편, 도범은 도민수를 도발할 때조차 무심한 표정을 지었고, 마치 도민수를 전혀 눈에 두지 않는 듯했다. 조롱을 당하는 동시에 무시까지 당하는 기분은 도민수를 마치 불구덩이에 던져진 것처럼 불편하게 만들었다.이윽고 도민수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실눈을 뜬 채 악에 받친 목소리로 도범을 쏘아보며 외쳤다.“너도 방금 저들이 한 얘기를 들었지? 그래, 나와 진태산은 같은 무기를 수련했어. 하지만 네가 조석용이 금오일식을 어떻게 깼는지를 봤다고 해서, 너도 똑같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 분명히 말하지만, 그건 불가능해!”그 말에 도범은 말문이 막힌 듯 입꼬리가 움찔했다. 도범은 도민수와 쓸데없는 말을 주고받고 싶지 않았다. 단지 한 번의 대결일 뿐이었고, 이 뒤에도 여러 차례의 대결이 남아 있었다. 여기, 천수7현탑의 첫 번째 층에서 치르는 첫 번째 전투 따위에 신경 쓰지 않았다.그런데 도민수는 집요하게 입씨름을 걸어오며, 말다툼에서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도범은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는 왜 그렇게 할 말이 많은 거야? 왜 내가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확신하지? 너는 내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벌레라도 되는 거야? 대체 뭘 근거로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하는 건데.”방금 조석용이 금오일식을 깬 것은 분명 뛰어난 기술이었지만, 도범은 결코 조석용의 방식을 따라 같은 방법으로 금오일식을 깨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그러나 도민수는 도범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확신하며, 도범의 말을 듣고는 더욱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도범의 얼굴을 삿대질하며 말했다.“감히 부정해?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듣고 있어. 만약 네가 잠시 후에 조석용과 같은 방식을 쓴다면, 절대 사람들의 눈을 속일 수 없을 거야. 그때가 되면 네가 무슨 변명을 할지 기대되네.”도범은 눈살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도민수의 눈에는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이때의 도민수는 이미 광기에 빠져 있었다. 도민수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두 손을 끊임없이 회전시키며, 하나하나의 법진을 발사했다. 이윽고 도민수의 뒤에서 거대한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가 나타났다.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는 온몸이 불길에 휩싸여 있었으며, 진태산이 소환한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보다도 두 배나 더 컸다. 이 점만 보더라도 도민수가 허풍을 떨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도민수는 진태산을 늘 무시했다. 만약 도민수가 조석용과 싸웠다면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다.한편, 도범은 마음속으로 그들을 대략적으로 평가해 보았다. 두 사람의 전투력은 대등하다고 생각한 순간, 도민수는 갑자기 분노에 찬 외침을 내지르며, 발끝으로 땅을 찍고 급격하게 도범에게 돌진해왔다. 마치 급강하하는 매처럼 빠르게 내려오는 도민수의 움직임에 먼저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그 열기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으며, 도범 주위의 공간을 왜곡시키며 점점 더 가까워졌다.그러나 도범은 여전히 평온한 표정을 지은 채, 제자리에서 연달아 법진을 발사했다. 이윽고 80개의 영혼의 검이 즉시 도범의 주위에 응집되었다. 순식간에 이 모든 영혼의 검은 하나의 거대한 영혼의 검으로 융합되어, 도범이 들고 있던 회흑색 장검과 하나가 되었다.현재 도범은 참멸현공을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한 상태였다. 그리고 이번 상대는 8품 종문의 내문 제자에 불과했기 때문에 도범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힘을 다하면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도범은 영혼 검을 20개 줄였다. 그때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도범의 귀에 울려 퍼졌다.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는 길게 목을 뻗으며, 불꽃으로 이루어진 눈동자로 도범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한편, 관중석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목을 빼고, 두 눈을 크게 뜨고 경기를 주시했다. 그들은 도범이 패배하는 장면을 가장 보고 싶어 했다. 도
도범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도민수의 말을 전혀 무시한 채, 양손으로 장검을 단단히 쥐었다. 회흑색 장검이 높이 치켜올려졌고, 이내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의 이마를 향해 내리쳤다.검은색 검광은 강력한 에너지 파동은 없었지만, 함부로 근접할 수 없는 기세를 지닌 채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를 향해 돌진했다.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는 다시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냈다. 도범은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의 얼굴에서 조롱 섞인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비록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가 도민수가 형상화한 무기의 잔상에 불과했지만, 도민수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이 무기는 이미 중급 지급 무기에 도달했으며, 도민수는 금오일식을 숙련 단계 이상으로 수련한 것으로 보였다. 세 번째 단계까지도 얼마 남지 않은 듯했다. 게다가 도민수는 진태산보다도 높은 신분을 가진 종문의 제자였다. 도민수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곧 친전 제자로 승급할 수 있을 것이다. 제법 유망한 재능임이 분명했다.이러한 생각이 도범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자, 참멸현공의 검광이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의 앞에 도달했다.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는 조롱하는 듯한 표정으로 온몸의 불꽃을 분출했다. 도민수는 그저 그런 검광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당연히 큰 피해를 줄 수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래서 이내 냉소를 터뜨리며 머릿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도민수의 웃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웬 소리가 도민수의 귓가를 스쳤다.도민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방금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가 뿜어낸 불길이 회흑색 검광에 의해 둘로 갈라져, 두 개의 에너지로 나뉘어 사방으로 흩어진 것이 아니겠는가!검광은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의 공격을 가른 뒤, 순식간에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의 이마를 가로로 베어냈다. 이윽고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는 공중에서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비록 금색의 세 발 달린 까마귀가 에너지로 형상화된 것이었으나, 도민수의 영혼 일부가 담겨 있었다.잠시 후, 영혼을
그 고통은 도민수를 미치게 했다. 도민수는 지금껏 크고 작은 부상을 겪은 적이 많았지만, 오늘처럼 빠져나올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을 느낀 적은 없었다. 마치 뜨거운 기름 가마솥에 던져져 한 번씩 끓여지고 튀겨지는 듯했다.“이게 무슨 힘이냐! 왜 내 영혼을 찢을 수 있는 거냐! 빨리 이걸 없애! 제발 없애 달라고!”이때 도민수는 거의 광기에 빠져 있었다. 극심한 고통이 도민수를 잡아 삼켰고, 이전의 오만함과 허풍을 완전히 잊게 만들었다. 대결 전, 도민수가 도범을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만들겠다고 했지만 상황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이제는 도민수가 위기에 빠져 도범에게 손을 거두어 달라고 애원하고 있으니까 말이다.한편, 도범은 도민수의 비명 소리를 듣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네가 하는 행동이 얼마나 웃긴지 몰라? 방금 전에는 날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하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나한테 살려 달라고? 네가 정말 그렇게 해도 되는 줄 아니?”이때 도민수는 이미 혼란에 빠진 상태라, 도범의 냉정한 말에도 오직 살려달라고만 애원했다. 차라리 자신을 죽여달라고, 빠르고 고통 없는 끝을 내달라고 간청했다.영혼이 부식되는 고통은 너무나도 견디기 힘들었다. 도민수는 이러한 뼛속까지 파고드는 고통을 처음 느껴보았다. 도민수는 세상에서 가장 강인한 사람이라도 이런 고통은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렇듯 도민수의 애원 소리가 귀에 들렸지만, 도범은 들리지 않는다는 듯 무시했다. 한편, 관중석은 다시금 침묵에 빠졌다. 도범이 첫 번째 공격으로 금오일식을 손쉽게 깬 후, 한 번의 공격으로 도민수의 가슴을 관통한 장면에 사람들은 눈을 크게 뜨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들은 어떻게 말로 현재의 심정을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충격 외에는 아무런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자신들이 방금 무슨 광경을 목격했는지를 깨달았다.이때, 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쳤다.“이 도범이라는 녀석은 도대체 누구죠? 대체 어느
“당신만 잘못 본 게 아니에요. 여기 있는 사람 중 제대로 본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요!”한편, 고통이 지속되면서 도민수는 서서히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도민수는 힘겹게 눈을 부릅뜨고, 핏발이 선 눈으로 도범을 노려보았다. 도민수의 표정에는 증오가 가득했으며, 마치 도범을 당장이라도 죽일 듯한 눈빛이었다.도민수는 거칠게 숨을 내쉬며 한참 후에야 간신히 입을 열었다.“널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넌 분명 음모를 썼어. 넌 연단사가 아니야!”사실, 도민수 자신도 본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저 도민수의 자존심이 도범의 강함을 인정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눈앞의 현실이 명백히 존재했지만, 도민수는 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피는 도민수의 상처를 타고 흘러내렸고, 점점 기운이 빠지면서 눈앞이 흐릿해졌다. 탁-대결 무대의 방어막이 마침내 해제되었다. 원건종의 제자들은 다시 무대로 몰려들었고, 도범은 손에 쥔 장검을 거두었다. 쿵-도민수는 무대에 무겁게 쓰러졌고, 원건종의 제자들은 서둘러 도민수를 부축했다.이때 도민수의 부상은 진태산의 부상보다도 심각했다. 이미 생명을 위협할 정도였다. 이윽고 의술이 뛰어난 제자가 도민수의 맥을 짚어보더니 낯빛이 급변하며 도범을 향해 소리쳤다.“감히 죽이려고 하다니! 우리 원건종의 보복이 두렵지 않단 말이냐!”도범은 그 제자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전혀 개의치 않아했다. 도범은 이 멍청한 자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2층에 들어갈 입탑 영패가 자신에게 떨어지길 기다렸다.한편, 원건종 제자는 도범이 본인들을 무시하자 모욕감을 느꼈다. 그래서 벌떡 일어나 다시 도범을 향해 외쳤다.“우리 원건종은 그냥 두지 않을 거다. 네가 오늘 이렇게 일을 망쳐 놓았으니, 내일이면 우리 원건종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다. 똑똑히 기억해 둬!”도범은 가볍게 숨을 들이마시고 냉소를 터뜨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도범을 바라보았다. 원건종 제자는 마치 도덕적 우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