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수준의 영혼 충격파는 더이상 도범에게 큰 영향을 주는 못했다. 이윽고 도범은 천천히 일어나 아까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몇 발자국을 떼기도 전에, 앞길이 막혔음을 깨달았다.이곳이 바로 도범이가 방금 전에 발을 들여놓은 그 장소였다. 손을 뻗어 주위를 살피니, 주변 공간이 진득해지며 그 진득함이 순식간에 도범을 온전히 휘감았다. 한숨 돌릴 새도 없이, 눈앞이 환해지며 다시 영혼전 내부로 돌아왔다.그때, 도범의 눈앞에는 방금 전까지 생각에 잠겨 있던 공양의 모습이 들어왔다. 공양은 도범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이미 하루가 저물고 반나절이 흐른 후였기에 놀랐던 공양의 마음도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양이 여전히 문 앞에 머물렀던 이유는 도범이 언제 나올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그리고 공양은 도범이가 문을 나설 때 지친 기색을 보일 것이라 여겼지만, 도범은 마치 잠에서 깨어난 듯 생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이에 공양은 입가를 씰룩이며 도범의 비범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까 까지만 해도 냉소적인 표정을 짓던 공양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드디어 나왔네요! 계속 안 나오면 정말로 진법에 문제가 생겼는지 확인하려던 참이었어요.”도범이가 이렇게 오랫동안 난이도 2급에 속하는 진법의 문 안에서 수련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분명 많은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도범은 결국 견디지 못했다. 만약 도범이가 계속해서 그 안에서 수련을 한다면, 공양은 정말로 진법의 문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 안에는 그렇게 강한 영혼 충격파가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도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양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설마 제가 이 안에 오래 있었다는 소식을 퍼뜨리신 건 아니겠죠?”도범은 영혼전의 난이도가 얼마나 높은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소식이 새어 나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만약 이 소식이 알려진다면 소문혁이 경계할 것이고, 소문혁이 만반의 준비해서 나선다면, 도범이가 손
공양은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되물었다.“무슨 말이죠? 난이도를 조정한다고요?”공양이 귀신 본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자, 도범은 본능적으로 코를 만지며, 진법의 문을 나서기 전에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공양을 바라보았다. 너무 과장된 행동을 하면 공양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이다.소문혁과의 대결이 없었다면, 공양이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가늠이 안된다. 하지만 지금 도범에게는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도범은 가볍게 숨을 내쉬고 다시 말했다. “난이도 4급으로 조정하려고요. 지금 당장 조정해주세요.”이번에는 공양이 제대로 들었다. 하지만 이해한 것과 동시에 공양의 표정은 경직되었고, 입을 크게 벌린 채 눈알이 거의 튀어나올 듯했다.“미쳤어요? 당신이 미친 거예요, 아니면 내가 미친 거예요? 난이도 4급으로 조정해달라니,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말하는 거예요? 우리 종문의 관리자조차 쉽게 도전하지 않는 난이도예요, 거기 들어가면 도범 씨 영혼이 충격파에 맞아 바보가 될 수도 있다고요.”그러자 도범은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 공양 선배님은 난이도를 조정만 해주시면 돼요.”공양은 온몸이 굳어졌다. 그는 이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도범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만약 도범의 재능을 직접 본 것이 아니었다면, 공양은 도범의 머리가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어떻게 이런 미친 소리를 할 수 있는 거지?’공양은 한숨을 쉬며 도범을 위아래로 여러 번 살펴보았다. 딱 봐도 곤란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도범 씨가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건 알겠어요. 제가 아는 모든 사람들보다 뛰어나죠. 친전 제자들조차도 영혼 속성에서 도범 씨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범 씨가 맘대로 영혼전 난이도를 도전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예요. 만약 제가
말을 마친 도범은 곧바로 진법의 문으로 걸어갔다. 그의 굳건한 걸음걸이와 담담한 표정은 잠시 동안 공양을 다시 멍하게 만들었다.이제 공양의 눈에 도범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공양은 마치 수천 년 동안 변하지 않는 바위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꿋꿋하게 서 있었다.‘어쩌면 이 사람은 정말로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난이도 4급의 영혼 충격파가 얼마나 극단적인데.’공양은 또 다시 본능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여전히 짙은 어둠이 도범을 둘러싸고 있었고, 난이도 2급 공간보다 더 짙고 점성이 강해 도범의 걸음을 방해했다. 도범은 주변 공간이 마치 두 통의 접착제를 부은 것처럼 몸에 달라붙어 모든 방향으로의 이동을 막는 것처럼 느꼈다.하지만 이 저항은 그리 강하지 않았기에, 두 배의 힘을 사용해 세 걸음을 내디딜 수는 있었다. 이곳이 바로 도범이가 이전에 멈춰 섰던 위치였다.그때, 익숙한 딱딱 소리가 다시 들려왔고,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영혼 충격파가 멀리서부터 쉬익하는 소리와 함께 다가왔다. 이 영혼 충격파는 도범이 이전에 느꼈던 것들보다 몇 배나 강했으며, 도범의 육체를 아랑곳하지 않고 직접 도범의 영혼을 강타했다. 이번에는 통증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혼란스러워졌다. 마치 천 개의 개미가 도범의 영혼을 꽉 잡고 갈기갈기 찢는 것 같았다.도범은 또 다시 비명을 질렀다. 물론 한 번 경험을 한 적이 있었기에 두 번째 영혼 충격파를 마주한다면, 강도가 몇 배나 높아졌어도 견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도범은 자신이 난이도 4급의 영혼 충격파를 너무 얕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펑-소리와 함께 깊은 한숨을 내쉬며, 도범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첫 번째 넘어짐에서는 아직 힘이 남아 있었으나, 이번에는 도범에게서 모든 힘을 빼앗아 갔고, 그 바람에 도범은 바닥에 거칠게 몸을 부딪쳤다. 더욱이, 도범을 공포에 떨게 한 것은 영혼을 향한 충격파가 도범의 내면을 침투하여 영혼의 울림을 변화시키려 한
도범이 이를 악물고 버티는 동안, 소문혁은 칠성 대전 앞에서 주변의 동료들과 유쾌하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소문혁도 도범과의 대결 때문에 일종의 유명 인사가 되었다.비록 신입 외문 제자를 도발하는 일이 겉으로 드러내기 부끄러운 일이긴 하지만, 소문혁은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불명예스러운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소위 말하는 정의를 실현한다는 명목을 내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소문혁은 주변 사람들에게 도범과 같이 실력이 없는 사람은 독립된 방을 가질 자격이 없다며, 자신이 하는 행동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퍼뜨렸다.“장 선배도 칠성 대전에 임무를 받으러 오셨나요? 최근에 재미있는 임무가 있었나요? 저는 방금 300점의 포인트를 모두 써버려서, 이제 무기 법각에 가서 현급 하위 무기를 하나 교환하려 하는데 포인트가 좀 부족해요.”그러자 소문혁에게 장 선배라고 불리는 사람이 고개를 돌려 소문혁을 바라보며 말했다.“별로 재미있는 임무는 없었어. 최근에 우리 종문이 혼원문과 전쟁을 준비하느라 바빠서, 좋은 임무는 전쟁이 시작된 후에나 받을 수 있을 거야.”소문혁은 한숨을 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최근에 임무가 너무 부족한 탓에 포인트를 다 써버렸어요. 본래는 종문의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수련을 서두르려고 했는데, 이제 보니 굶주림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네요.”소문혁이 말하는 굶주림은 배가 고프다는 것이 아니라 공법과 무기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러자 장 선배가 눈살을 찌푸리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문혁 후배가 공법이나 무기가 부족하다고? 다른 사람들이 부족하다고 말한다면 이해가 되겠는데, 넌 그럴 수 없잖아? 시 장로님께서 널 그렇게 두지 않으실 텐데.”소문혁은 이 말을 듣고 가볍게 웃으며 자부심이 가득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비록 시 장로님이 우리 가문의 장로이시긴 하지만, 저 같은 후손 때문에 양극종의 규칙을 어기실 분이 아니세요. 양극종의 모든 제자는 자신이 번 포인트로 공법과 무기
장이수가 입가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 “문혁 선배님, 한참 찾았네요. 혁이 말로는 문혁 선배님이 무기법각에 계신다고 해서, 거기서 한참을 수소문한 끝에 선배님이 칠성 대전에 임무를 받으러 오셨다는 걸 알았어요.”그러자 소문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장이수를 쳐다보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어? 미리 말하지만, 나 요즘 정말 바빠. 별일 아니면 괜히 나를 귀찮게 하지 마.”장이수는 소문혁의 태도에 전혀 개의치 않고 여전히 아부하는 태도를 취했다.“물론 중요한 일을 있죠. 문혁 선배님, 저 보고 계속 도범을 주시하라고 하셨잖아요? 그쪽에서 소식이 왔어요. 도범 씨는 지금 영혼전에 있다고 합니다.”이 말을 듣자마자 소문혁은 급히 고개를 돌려 장이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뭐라고? 그 녀석이 영혼전에 갔다고? 그 50점으로 무기법각에 가서 제대로 된 공법이나 무기를 교환할 줄 알았는데, 어쩌다가 영혼전에 가게 된 거야? 정신을 수련하려고 간 건가?”이러한 생각에 소문혁은 도범이가 우스워서 참지 못하고 키득거렸다. 그러자 장이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정말로 영혼전에 갔어요. 그리고 제가 알아본 바로는, 그 녀석은 영혼전에만 간 게 아니라 진법의 문에도 들어갔다고 해요. 보아하니 정말로 영혼 속성의 공법이나 무기를 수련하려는 것 같아요.”이 말을 듣고 소문혁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농담을 들은 것처럼 웃는 바람에 주변 많은 제자들의 시선을 끌었다.“하느님 맙소사, 이 녀석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자극해서 미쳐버린 건가? 영혼전에 가다니! 만약 도범 그 녀석이 목영전이나 금영전에 갔다면, 나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텐데. 그런데 영혼전에 갔다니, 정말 미친 건가? 영혼 속성의 공법이나 무기가 얼마나 수련하기 어려운지는 수련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어. 공격력은 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수련할 수 있는 건 아니야. 그 녀석은 정말 미친 거야.”장이수도 웃으며 맞장구를 쳤
소문혁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됐어, 그저 형식적으로 하는 거겠지. 도범은 나와 같은 도박장에 서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해야 할 거야.”소문혁이 끊임없이 장이수과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도범은 이미 백열화 단계에 도달하여 제3의 영혼의 검을 결집하는 단계에 있었다.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도범은 영혼 충격파의 세례를 받는 동시에 참멸현공의 법칙을 운용하여 제3의 영혼의 검을 정제했다. 이제 도범은 왜 영혼전이 영혼 속성의 무기와 공법 수련 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지 완전히 이해했다. 실제로 그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수련 중인 무기와 공법을 하나의 조각품에 비유한다면, 처음 수련을 시작할 때는 마치 조각되지 않은 원석과 같고, 지속적인 수련은 이 원석을 끊임없이 닦고 조각하는 것과 같다. 영혼 충격파는 수련자가 이 원석을 더 빠르게 가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끼와 같지만, 이 과정은 매우 잔혹하다. 조금만 잘못 다루어도 쉽게 목숨을 잃을 수 있다.이렇게 도범은 자신이 얼마나 오래 이곳에 머물렀는지 모르게 되었다. 도범은 영혼 충격파를 지속적으로 저항하면서, 무릇 진원이든 영혼의 힘이든 대량으로 소모되고 있음을 느꼈다.모든 수련 시간을 합친다면, 5일 째 되었을 쯤, 도범에게 계속 충격을 주던 영혼 충격파가 갑자기 사라졌고, 주변의 어둠과 점성도 마치 희석된 액체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이 모든 것을 목격한 도범은 잠시 멍해 있다가 천천히 일어났다. 유감스럽게도 도범은 제3의 영혼의 검을 아직 완성하지 못했고, 얼추 모형만 결집했다. 제3의 영혼의 검을 완성하려면, 아직 며칠 더 갈고 닦아야 한다.이윽고 도범이 진법의 문을 나서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공양이 그를 맞이했다. 공양은 손에 든 진법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쩔 수 없어요, 시간이 다 됐어요.”도범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의 도범은 들어갔을 때보다 다소 수척해 보였다. 난이도 4급에 달하는 영혼 충격파 아래에서 버틴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게
도범이 영혼전을 떠날 무렵, 공양은 갑자기 그를 불러 세웠다. “곧 소문혁과 도박장에서 대결을 펼치거라면서요?”그러자 도범은 눈살을 찌푸린 채 뒤돌아서서 공양을 바라보았다. 도범은 공양이가 단순히 물어보려고 한 말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 소식은 거의 모든 외문 제자가 알고 있는 것이었다.모두 이 일을 차후의 웃음거리로 여겼고, 도범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도범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기다렸다. 그러자 공양이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계속 말했다.“도범 씨는 지금 공헌 포인트가 많이 부족하죠, 맞죠? 그런데 도범 씨 모습을 보니 아직도 영혼전에서 계속 수련하고 싶어하는 걸로 보이네요?”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조건만 허락된다면, 도범은 이 한 달 동안 계속 영혼전에 머무르고 싶었다.비록 영혼 충격파에 지속적으로 시달리겠지만, 도범의 실력은 조금씩 향상되고 있었다. 물론 도범도 소문혁을 눈에 두지 않았지만, 현재의 실력으로는 소문혁을 신중하게 대해야만 했다.그때, 공양이 약간 미안한 듯 어색하게 기침을 하고는, 허리를 곧게 펴고 말했다. “신입 외문 제자에게 특별한 혜택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신입 외문 제자에게도 혜택이 있다고?’도범은 이런 말을 전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양극종에 들어온 이후로, 도범은 계속 혼자서 지내 왔고 다른 사람들과는 크게 접촉하지 않았다. 사실상 도범은 공양과 제일 많이 대화를 나누었다. 공양도 도범의 그런 모습을 보고 당연히 도범이가 이 사실을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이윽고 공양이 한숨을 쉬고 계속 말했다. “도범 씨는 양극종에 들어와 신입 외문 제자가 된 지 아직 한 달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혜택 조건에 부합합니다. 500개의 하급 영정으로 50점의 종문 공헌 포인트를 교환할 수 있어요. 사실 이 혜택은 관리자님이 당신들에게 알려줘야 하는 건데, 이를 담당하는 문우 집사님이 왜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어요.”이 말을 들은 도범은
자신의 숙소로 돌아온 후, 도범은 서무 제자 조백천에게 칠성 대전에 가서 이 혜택대로 교환해 오도록 서둘러 일을 맡겼다. 외문 제자나 내문 제자들을 도와주는 일이 바로 서무 제자들이 해야 할 일이었기 때문이다.그리고 조백천은 이미 몇 년간 제자로 있었기에, 이런 일은 손에 익었다. 그는 곧장 도범의 신분 옥패를 가지고 칠성 대전으로 갔고, 도범은 조백천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사실, 이런 작은 일은 도범 혼자서도 처리할 수 있었지만, 도범은 사람들 속에 섞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도범은 현재 외문 제자들 사이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었기에, 만약 소문혁을 우연이라도 만나게 된다면 둘 사이에 또다시 다툼이 발생할 것이었다. 그런 일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소문혁 같은 인물이라면 도범을 보자마자 비웃는 것은 물론이고, 도범은 그런 인물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도범이 자신의 방에서 한 시간 정도 기다린 후, 조백천이 신분 옥패를 들고 돌아왔다. 성공적으로 교환했지만, 조백천의 표정은 왠지 모르게 다소 미묘했다. 요동치는 눈동자가 그의 마음을 대변하며 도범에게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이를 알아 챈 도범도 눈썹을 치켜 올리며 조백천을 방 안으로 들였다. 그리고는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할 말이 있으신 거면 말씀해보세요.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아니면 누군가 백천 선배님을 괴롭히고 있는 겁니까?”조백천은 머리를 흔들며 급히 찻잔을 양손으로 받아 들었다. “아뇨, 누구도 저를 괴롭히지 않았어요. 저는 이미 몇 년 동안 이곳에서 지냈고, 외문 제자나 내문 제자들도 우리 잡무 제자들을 경멸할지라도, 저 같은 선배를 고의로 괴롭히진 않아요. 그게 아니라 방금 혜택을 교환할 때 좀 이상했거든요.”도범은 깜짝 놀란 듯, 손짓으로 조백천에게 계속 말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조백천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혜택을 교환하는 일은 제가 자주 하는 일이에요. 새로 입문한 외문 제자들은 입문 다음 날, 이 500 개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