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는 연애 한 번 못 해본 순진한 애라서 무조건 조심해. 평소에 팬티만 입고 돌아다니지 말고.”내가 민우와 얘기하고 있을 때, 갑자기 머리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여대생? 그것도 모쏠? 나한테 소개해 줄 수 있어요?”그 사람은 오민혁이었다.오민혁은 화인당에 몇 없는 솔로인데, 매일 연애하겠다고 노래를 불러대지만 언제 한번 성공하는 꼴을 본 적 없다.나는 순간 난감해졌다.“감히 누굴 노려요? 상대는 여대생이라고요. 아직 학교 다녀요. 본인이 그런 여자애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해요?”오민혁은 뻔뻔하게 말했다.“어울리지 못할 건 또 뭐예요? 아직 어울려 보지도 못했는데, 뭔 자격을 논해요?”‘헐, 말꼬리 잡으시겠다?’나는 아예 오민혁을 향해 발길질했다. 그러자 오민혁은 키득키득 웃으며 옆으로 피했다.“수호 형님, 그 여대생 나한테 소개해 줘요. 나도 여자 맛 좀 보게 해줘요. 나 지금 기운만 넘친다고요.”일전에 오민혁과 교류가 많지 않아 그가 이런 성격일 줄은 알지 못했다.그런데 지내고 보니 털털하고 뒤끝 없는 성격 같았다.전에 분명 기분이 안 좋다고 애먼 상대에게 화풀이했는데, 그걸 꽁해하지도 않고. 나는 오민혁의 이런 성격이 꽤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진지하게 말했다.“안 돼요. 상대는 내 여자 친구 사촌 동생이에요. 민혁 씨가 그 애를 해치게 둘 수 없어요.”“누가 해친대요? 그냥 진지하게 구애하겠다는 거잖아요. 결혼을 전제로. 그러면 괜찮죠?”나는 아예 오민혁을 째려봤다.“결혼이 무슨 애들 장난인 줄 알아요? 하고 싶으면 하게?”“에이, 시도도 안 해보고 어떻게 알아요. 시도할 기회도 안 주고, 어떻게 안 되는 줄 알아요?”“징그럽게 굴지 말고 저리 비켜요.”나는 오민혁의 엉덩이를 걷어차고 민우를 끌고 떠났다.난 절대 주선영을 오민혁한테 소개해 주지 않을 거다. 주선영한테는 더 좋은 남자가 어울린다.20여 분 뒤, 나는 민우를 데리고 내가 살고 있는 월세방에 도착했다.어젯밤 사고가 있은 탓에 주선영은
‘무슨 뜻이지?’‘내가 노출증 환자라고 생각하는 건가?’나는 너무 어이없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됐어. 설명하기도 귀찮아.’이런 일은 차라리 꺼내지 않는 게 상책이다. 안 그러면 말할수록 난감해질 테니까.나는 얼른 주전자 쪽으로 다가가 물 한 컵을 따랐다.그때 주선영이 갑자기 물었다.“수호 오빠, 오빠 학교 다닐 때 생리학 잘했죠?”“그건 의대생 기본 아니야? 생리학, 인체 구조는 다 기본이잖아. 그것도 못하면 혈 자리는 어떻게 파악하고 어떻게 한의사가 될 수 있겠어?”내 말에 주선영은 얼굴이 빨개지더니 부끄러운 듯 말했다.“난 그거 어려워요. 생리학 수업 들을 때 교수님이 보여주는 그림만 보면 너무 부끄러워요. 이번에도 C 학점 받았어요.”C학점이면 낙제라는 뜻이다. 그런 점수라면 앞으로 졸업에도 영향 줄 수 있다.나는 주선영의 말이 너무 놀라워 ‘저래서 어떻게 의학을 배우나’하는 생각마저 들었다.내가 한참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주선영이 말을 이었다.“수호 오빠, 혹시 저 좀 도와줄 수 있어요? 저 그쪽 지식 과외 좀 해 줘요.”“지식점은 모두 책에 있어. 진짜 배우고 싶으면 책 보면 돼. 네 가장 큰 문제는 태연하지 못하다는 거야. 의학을 배우는 애가 생리학과 인체 구조를 학습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그런데 그걸 부끄러워하면 어떡해?”내 말에 주선영의 눈시울은 점점 붉어졌다.“아마도... 어릴 때 겪은 일 때문에 그럴 수도 있어요.”그 말은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무슨 일을 겪었길래 그렇게 부끄러워해?”주선영은 입술을 깨문 채 붉은 눈으로 나를 봤다.“어릴 때, 남자 친척이 우리 집만 오면 엄마 아빠가 없는 틈에 자기 그걸 보게 했어요... 그때 너무 무서워서 엉엉 울었었는데. 그 뒤로 남자 몸을 마주하는 게 무서워요. 책 속에 있는 사진도 보지 못하겠어요.”처음에는 호기심에 질문한 거였는데, 주선영의 경험을 듣고 나니 화가 치밀었다.‘젠장. 그게 성추행이랑 뭐가 달라?’‘어린애한테 그런 게 얼마나 큰 상처로
“그런데 두 분 모두 저한테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었는데, 제 성적이 나빠 실망할까 봐 걱정돼요.”“넌 가만 보니 생각이 너무 많아. 뭐든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볼지부터 생각하니 진짜 너를 잃는 거야.”이런 성격은 좋지 않다. 남을 만족하기 위해 항상 본인이 고생하니까.본인도 즐겁지 못하면서 남을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뭐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그래서인지 이제는 남주 누나와 백연우 쌤 같은 성격이 좋다고 느껴진다.소탈하고 자유롭고. 자기한테 그 어떤 압력도 부담도 주지 않으니까.“저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어릴 때부터 이랬어요.”“성격이 그런 건 네 탓이 아니야.”나는 계속해서 주선영을 위로했다.그러자 주선영은 코를 훌쩍이며 말을 이었다.“수호 오빠, 저 정말 생각을 바꾸고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그래서 오빠 도움이 필요해요.”나는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책 가져와. 내가 도와줄게.”주선영은 그제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책가방에서 책을 찾았다. 하지만 얼마 뒤, 이내 입을 삐죽거리며 나왔다.“어떡해요? 책을 두고 왔어요.”“그럼 내일 돌아오면 가르쳐 줄게.”“안 돼요. 교수님이 제 학습 정황 확인하겠다고 했어요... 제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면 부모님을 부르겠댔어요.”‘뭔 선생님이 이래? 대학에서 무슨 학부모를 불러?’나는 속으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그러다 나중에야 생리학 교수님이 주선영 어머니 친구라는 걸 알게 됐다.‘난 또 주선영의 머리가 너무 나빠서 이런 방식으로 압력 주는 줄 알았네.’나는 머리를 마구 긁적였다.“아니면... 내가 차로 데려다줄 테니까, 학교에서 책 가져올래?”주선영은 겸연쩍게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그 생각 했어요.”“그럼 가자.”벌써 9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 차로 갔다 다시 돌아오면 아마 11시가 될 거다. 때문에 나는 얼른 책을 가지고 돌아와 주선영을 가르쳐주고 일찍 잘 생각이었다.우리는 강북대 한의과 대학에 도착하자마자 함께 여자 기숙사 쪽으로 걸어
때는 밤 11시.형님 집 아래에 있는 공원에서 야간 러닝을 하던 중, 풀숲 속에서 들려오는 남녀의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진동성, 설마 안 되는 거야? 집에서는 느낌 안 산다고 해서 여기까지 왔더니, 왜 아직도 안 돼?”‘저거 우리 형수님 목소리 아니야?’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여자가 내 형수님 고태연이라는 걸 알아버렸다.‘형과 형수는 밥 먹으러 간다고 했는데? 왜 공원 풀숲에 있는 거지?’여자 친구는 한 번도 안 사귀어 봤지만 동영상은 그래도 많이 봤다고 자부하기에, 나는 곧바로 두 사람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버렸다.‘형과 형수님이 이런 스릴을 좋아할 줄은 몰랐네. 그것도 공원에서.’순간 몰래 엿듣고 싶다는 생각을 참을 수 없었다.형수는 얼굴도 예쁘장한데 몸매는 더 끝내준다. 그런 형수의 신음소리라니 이건 꿈에 그리던 일이었다.살금살금 수풀 쪽으로 걸어가 몰래 머리를 내밀었더니 형수님이 형 위에 앉아 있었다. 물론 나를 등지고 있었지만 등 라인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순간 입이 바싹 마르고 아랫배에 열기가 올라왔다.하지만 이렇게 매력적인 형수님 앞에서 형은 영 맥을 못 췄다.“태연아, 나 여전히 안 되는데.”그 말에 형수가 버럭 화를 냈다.“약도 없네, 정말. 이제 고작 서른다섯이면서 왜 이렇게 쓸모가 없어? 안 서면 싸기라도 해야 할 거 아니야. 아무것도 없으면 애는 어떻게 가져? 계속 이러면 나 다른 사람 만난다? 당신은 애 싫을지 몰라도 나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잔뜩 화가 난 형수가 바지를 입고는 수풀 밖으로 걸어 나오자 놀란 나는 헐레벌떡 도망쳤다.집에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형수가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다.‘쾅’ 닫히는 문소리에 내 가슴도 ‘철렁’ 내려앉았다.‘깜짝 놀랐네. 형과 형수님 사이가 이렇게 안 좋을 줄이야.’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욕구가 많아진다더니 형수님도 욕구 불만인 게 틀림없었다. ‘하긴, 형처럼 비실비실한 몸으로 형수님을 어떻게 만족시키겠어?
“애교야, 왔어? 얼른 들어와.”내가 한참 답답해하고 있을 때, 형수가 다가와 낯선 여자를 친절하게 맞이했다.여자는 형수의 초대로 곧장 집 안에 들어섰다.그러자 형수가 우리를 소개했다.여자는 형수의 친한 친구인데, 이름은 이애교, 바로 옆집에 살고 있었다.“애교야, 이 사람은 동성 씨와 같은 마을에 살던 동생이야, 정수호라고, 어제 왔어.”애교라는 여자는 이상한 눈으로 나를 보더니 이내 빙그레 웃었다.“동성 씨한테 이렇게 어리고 잘생긴 동생이 다 있었어?”“수호 씨 이제 막 대학 졸업했어. 그러니 당연히 젊지. 젊을 뿐만 아니라 엄청 튼실해.”내 착각일지 모르겠으나 형수의 마지막 한마디는 무척 의미심장했다. 심지어 눈길마저 내 아래를 흘끗거렸다.그 동작에 나는 더 불편해졌다.그때, 애교 누나가 나를 위아래로 훑더니 물었다.“태연아, 네가 말했던 마사지사가 설마 이 사람이야?”“맞아. 수호 씨가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한테 마사지를 배웠대. 솜씨가 엄청 좋아.”형수는 말을 마치자마자 나를 봤다.“아까 미처 말하지 못했는데, 사실 내 친구가 허리와 척추가 아프다고 해서요. 가끔 가슴도 답답하대요. 원래는 한의사를 불러 마사지 좀 받게 하려고 했는데, 수호 씨가 마침 마사지할 줄 알잖아요. 그래서 한번 받아보게 하려고요.”‘그런 거였군.’나는 단번에 승낙했다.‘형과 형수가 나를 이곳에서 머물게 해주고 일자리도 알아봐 줬는데, 이런 일 정도야 당연히 도와야지.’그때, 애교 누나가 부끄러운지 형수를 옆으로 끌고 갔다.“이건 좀 아니지 않나? 너무 젊은데?”“젊은 게 뭐 어때서? 젊을수록 좋은 거 아니야? 젊어야 힘이 좋고, 그래야 너 같은 유부녀를 편하게 모실 수 있잖아.”“무슨 헛소리하는 거야. 나 그런 사람 아니거든.”애교 누나는 얼굴을 붉혔다.그러자 형수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농담이야. 네가 그쪽으로 생각하니까 그렇지. 솔직히 말해봐, 네 남편 반년 동안 집에 안 왔는데, 그동안 하고 싶지 않았어?”“너 계속 이러면
나는 마치 나쁜 짓을 한 어린애처럼 벌떡 일어났다.“형수님, 형수님이 여긴 어쩐 일이에요?”애교 누나도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심지어 양 볼은 어느새 사과처럼 빨갛게 무르익었다.“태연아, 그런 거 아니야. 나랑 수호 씨 아무 일도 없었어. 그냥 가슴이 답답해서 마사지해 준 것뿐이야.”애교 누나가 구구절절 설명하자 형수가 피식 웃었다.“내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긴장해? 아니면 나 몰래 정말 나쁜 짓이라도 했어?”나와 애교 누나는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그와 동시에 당혹스러웠다.‘내가 감히 형수님 친구를 어떻게 하려 하다니, 만약 형수님이 알면 분명 쫓아낼 거야.’그때 애교 누나가 안절부절못하더니 일이 있다는 핑계로 서둘러 집을 나갔다.형수는 그런 애교 누나의 뒷모습을 보며 멍해 있다가 한참 뒤에 나를 보며 물었다.“수호 씨, 내 친구 어떻게 같아요?”“네?”형수한테서 갑자기 이런 질문을 받으니 나는 마음이 혼란스러워 말까지 더듬었다.“좋죠. 예쁘고 몸매도 좋고 성격도 좋잖아요.”“그럼 내 친구 꼬시라고 하면 그럴 의향 있어요?”형수의 말에 나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마음도 혼란스러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문제는 형수가 방금 내가 형수 친구를 어떻게 해보려던 걸 발견하고 일부러 떠보는 것일까 봐 걱정되었다.내가 긴장하고 있을 때, 형수가 내 팔을 잡으며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긴장할 거 없어요. 솔직히 말하면 돼요.”“형수님, 저 난처하게 하지 마세요. 애교 누나는 형수님 친구인데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감히라고요? 아래가 이렇게 단단해졌으면서.”형수는 내 아래를 흘긋거리며 말했다.순간 너무 쪽팔리고 난감해 나는 얼른 허리를 숙였다.“와, 사이즈 보통 아니네요.”내 착각일지 모르겠으나 내 아래를 본 순간 형수의 눈빛이 변했다.그때 형수가 말을 이었다.“나 농담 아니에요. 애교와 잠자리를 가져요. 형 도와주는 셈 치고.”‘뭐지? 애교 누나와 자는
팬티는 부드럽고 나른한 데다 심지어 형수의 냄새까지 배어 있었다.손에 감각이 느껴지자 저도 모르게 아침에 몰래 엿들었던 소리가 뇌리에 재생되며 점차 흥분되었다.‘형수와 뭘 진짜로 할 수는 없지만 팬티로 상상하는 건 괜찮잖아.’나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벨트를 풀고 팬티를 밀어 넣었다. 하지만 내 손이 아래에 닿으려 할 때 노크 소리가 들렸고, 너무 놀란 나머지 나는 그대로 뿜을 뻔했다.‘집에 나와 형수님 둘뿐이니 노크한 사람은 형수님이겠지?’나는 서둘러 그 팬티를 꺼내 목욕 타월 선반 위에 올려다 놓고 나서 조심스럽게 말했다.“형수님, 왜 그러세요?”“수호 씨, 안에서 무슨 나쁜 짓 했어요?”‘이런 말을 묻는다고?’“네? 아, 아니요.”나는 찔려서 말을 더듬었다.“그런데 왜 그렇게 떨어요?”형수의 한마디에 나는 가슴이 철렁해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형수가 아무리 개방적이라고 해도 본인과 나는 안 된다고 명확히 말했는데, 만약 내가 형수의 팬티를 가지고 그런 짓을 한 걸 들키면 내가 본인 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해 쫓아내면 어떡하지?’하지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나는 애써 설명했다.“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배가 아파서 식은땀이 난 것뿐이에요.”“갑자기 식은땀이 왜 나요? 혹시 어디 아파요?”형수는 이내 나를 걱정했다.“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좀 불편해요.”“문 좀 열어봐요. 어디 봐봐요.”“이, 이제 괜찮아요.”“내외할 거 뭐 있어요? 수호 씨 내 눈에는 아직 애예요. 그러니 얼른 문 열어요.”그 말을 들은 순간 실망감이 휘몰아쳤다. ‘내가 형수님 눈에 고작 애였다니. 어쩐지 내 앞에서 거침없더라니. 나는 그런 상대로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나 보네.’나는 허리를 숙여 화장실 문을 열었다. 형수는 들어오자마자 나를 보는 게 아니라 목욕 타월을 놓은 선반 위를 확인했다.나는 마음이 찔려 형수의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그때 형수가 선반 쪽으로 걸어가더니 나한테 웃으며 물었다.“혹시 내 팬티 건드렸어
애교 누나는 팬티를 벗어 가방 안에 넣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창밖을 내다봤다.하지만 얼굴은 이미 빨갛게 달아올랐고, 긴장했는지 두 다리를 꽉 붙이고 있었다.나는 백미러로 그 과정을 전부 눈에 담았다.수줍어하고 불안해하는 애교 누나의 모습은 너무 매력적이었다.특히 두 다리는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다.‘형수 정말 대박이네, 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애교 누나가 저런 행동을 했지?’웅웅-그때 핸드폰이 갑자기 울려 확인해 보니 형수가 보낸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봤어요?]나는 너무 흥분하고 설레는 마음에 뭘 말해야 할지 몰라 싱긋 미소를 날렸다.그러자 형수의 문자가 또 날아왔다.[애교도 수호 씨처럼 부끄러운가 봐요. 하지만 내가 천천히 마음을 열게 할 테니까 기회 잡아요.][네.]답장을 보내고 나니 심장이 더 두근거렸고 가슴이 벅차올랐다.‘형수 진짜 대박이네.’쇼핑몰에 도착하자 형수는 자꾸만 나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자꾸만 피하는 애교 누나 때문에 나는 답답하기만 했다.그러다 잠깐 휴식하는 사이, 애교 누나가 화장실에 간 틈을 타 형수가 내게 물었다.“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내가 기회를 그렇게 많이 만들어줬는데 왜 접근하지 않아요?”“형수님, 저도 싫어서 안 한 게 아니라 애교 누나가 자꾸만 일부러 저를 피해요. 제가 본인한테 딴마음 품고 있다는 걸 의심하는 것 같아요.”“그게 접근한 거예요? 아침에 배웠잖아요. 여자를 상대할 때 너무 선비처럼 굴면 안 돼요. 애교가 멀리하면 수호 씨가 가까이 가야죠.”“애교가 하지 말라고 한다고 안 할 거예요? 강제로라도 해야죠. 남자는 남자답게 먼저 대시해봐요. 남자다운 모습 보여줘야죠. 그러다가 슬쩍 건드리면 애교도 서서히 넘어갈 거예요. 그렇게 안 하면 수호 씨 같은 굼뜬 성격에 언제 애교를 손에 넣겠어요?”이 방면에서 내가 좀 뻣뻣한 건 확실하다. 학교 다닐 때는 공부만 하느라 여자애를 사귈 생각도 못 했으니 성숙한 유부녀는 더 알 리 없다.나는 알 듯 말 듯해 고개를 끄
“그런데 두 분 모두 저한테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었는데, 제 성적이 나빠 실망할까 봐 걱정돼요.”“넌 가만 보니 생각이 너무 많아. 뭐든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볼지부터 생각하니 진짜 너를 잃는 거야.”이런 성격은 좋지 않다. 남을 만족하기 위해 항상 본인이 고생하니까.본인도 즐겁지 못하면서 남을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뭐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그래서인지 이제는 남주 누나와 백연우 쌤 같은 성격이 좋다고 느껴진다.소탈하고 자유롭고. 자기한테 그 어떤 압력도 부담도 주지 않으니까.“저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어릴 때부터 이랬어요.”“성격이 그런 건 네 탓이 아니야.”나는 계속해서 주선영을 위로했다.그러자 주선영은 코를 훌쩍이며 말을 이었다.“수호 오빠, 저 정말 생각을 바꾸고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그래서 오빠 도움이 필요해요.”나는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책 가져와. 내가 도와줄게.”주선영은 그제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책가방에서 책을 찾았다. 하지만 얼마 뒤, 이내 입을 삐죽거리며 나왔다.“어떡해요? 책을 두고 왔어요.”“그럼 내일 돌아오면 가르쳐 줄게.”“안 돼요. 교수님이 제 학습 정황 확인하겠다고 했어요... 제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면 부모님을 부르겠댔어요.”‘뭔 선생님이 이래? 대학에서 무슨 학부모를 불러?’나는 속으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그러다 나중에야 생리학 교수님이 주선영 어머니 친구라는 걸 알게 됐다.‘난 또 주선영의 머리가 너무 나빠서 이런 방식으로 압력 주는 줄 알았네.’나는 머리를 마구 긁적였다.“아니면... 내가 차로 데려다줄 테니까, 학교에서 책 가져올래?”주선영은 겸연쩍게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그 생각 했어요.”“그럼 가자.”벌써 9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 차로 갔다 다시 돌아오면 아마 11시가 될 거다. 때문에 나는 얼른 책을 가지고 돌아와 주선영을 가르쳐주고 일찍 잘 생각이었다.우리는 강북대 한의과 대학에 도착하자마자 함께 여자 기숙사 쪽으로 걸어
‘무슨 뜻이지?’‘내가 노출증 환자라고 생각하는 건가?’나는 너무 어이없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됐어. 설명하기도 귀찮아.’이런 일은 차라리 꺼내지 않는 게 상책이다. 안 그러면 말할수록 난감해질 테니까.나는 얼른 주전자 쪽으로 다가가 물 한 컵을 따랐다.그때 주선영이 갑자기 물었다.“수호 오빠, 오빠 학교 다닐 때 생리학 잘했죠?”“그건 의대생 기본 아니야? 생리학, 인체 구조는 다 기본이잖아. 그것도 못하면 혈 자리는 어떻게 파악하고 어떻게 한의사가 될 수 있겠어?”내 말에 주선영은 얼굴이 빨개지더니 부끄러운 듯 말했다.“난 그거 어려워요. 생리학 수업 들을 때 교수님이 보여주는 그림만 보면 너무 부끄러워요. 이번에도 C 학점 받았어요.”C학점이면 낙제라는 뜻이다. 그런 점수라면 앞으로 졸업에도 영향 줄 수 있다.나는 주선영의 말이 너무 놀라워 ‘저래서 어떻게 의학을 배우나’하는 생각마저 들었다.내가 한참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주선영이 말을 이었다.“수호 오빠, 혹시 저 좀 도와줄 수 있어요? 저 그쪽 지식 과외 좀 해 줘요.”“지식점은 모두 책에 있어. 진짜 배우고 싶으면 책 보면 돼. 네 가장 큰 문제는 태연하지 못하다는 거야. 의학을 배우는 애가 생리학과 인체 구조를 학습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그런데 그걸 부끄러워하면 어떡해?”내 말에 주선영의 눈시울은 점점 붉어졌다.“아마도... 어릴 때 겪은 일 때문에 그럴 수도 있어요.”그 말은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무슨 일을 겪었길래 그렇게 부끄러워해?”주선영은 입술을 깨문 채 붉은 눈으로 나를 봤다.“어릴 때, 남자 친척이 우리 집만 오면 엄마 아빠가 없는 틈에 자기 그걸 보게 했어요... 그때 너무 무서워서 엉엉 울었었는데. 그 뒤로 남자 몸을 마주하는 게 무서워요. 책 속에 있는 사진도 보지 못하겠어요.”처음에는 호기심에 질문한 거였는데, 주선영의 경험을 듣고 나니 화가 치밀었다.‘젠장. 그게 성추행이랑 뭐가 달라?’‘어린애한테 그런 게 얼마나 큰 상처로
“상대는 연애 한 번 못 해본 순진한 애라서 무조건 조심해. 평소에 팬티만 입고 돌아다니지 말고.”내가 민우와 얘기하고 있을 때, 갑자기 머리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여대생? 그것도 모쏠? 나한테 소개해 줄 수 있어요?”그 사람은 오민혁이었다.오민혁은 화인당에 몇 없는 솔로인데, 매일 연애하겠다고 노래를 불러대지만 언제 한번 성공하는 꼴을 본 적 없다.나는 순간 난감해졌다.“감히 누굴 노려요? 상대는 여대생이라고요. 아직 학교 다녀요. 본인이 그런 여자애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해요?”오민혁은 뻔뻔하게 말했다.“어울리지 못할 건 또 뭐예요? 아직 어울려 보지도 못했는데, 뭔 자격을 논해요?”‘헐, 말꼬리 잡으시겠다?’나는 아예 오민혁을 향해 발길질했다. 그러자 오민혁은 키득키득 웃으며 옆으로 피했다.“수호 형님, 그 여대생 나한테 소개해 줘요. 나도 여자 맛 좀 보게 해줘요. 나 지금 기운만 넘친다고요.”일전에 오민혁과 교류가 많지 않아 그가 이런 성격일 줄은 알지 못했다.그런데 지내고 보니 털털하고 뒤끝 없는 성격 같았다.전에 분명 기분이 안 좋다고 애먼 상대에게 화풀이했는데, 그걸 꽁해하지도 않고. 나는 오민혁의 이런 성격이 꽤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진지하게 말했다.“안 돼요. 상대는 내 여자 친구 사촌 동생이에요. 민혁 씨가 그 애를 해치게 둘 수 없어요.”“누가 해친대요? 그냥 진지하게 구애하겠다는 거잖아요. 결혼을 전제로. 그러면 괜찮죠?”나는 아예 오민혁을 째려봤다.“결혼이 무슨 애들 장난인 줄 알아요? 하고 싶으면 하게?”“에이, 시도도 안 해보고 어떻게 알아요. 시도할 기회도 안 주고, 어떻게 안 되는 줄 알아요?”“징그럽게 굴지 말고 저리 비켜요.”나는 오민혁의 엉덩이를 걷어차고 민우를 끌고 떠났다.난 절대 주선영을 오민혁한테 소개해 주지 않을 거다. 주선영한테는 더 좋은 남자가 어울린다.20여 분 뒤, 나는 민우를 데리고 내가 살고 있는 월세방에 도착했다.어젯밤 사고가 있은 탓에 주선영은
“그래. 네 안목 뛰어나. 임설아 진짜 좋은 애야.”나는 추억에 잠겨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민우의 어깨를 툭툭 치려 했지만, 손을 든 순간 너무 아파 미간을 찡그렸다.그러자 모태진이 얼른 다가와 나를 부축했다.“수호 씨, 돌아가서 붕대 다시 감아 줄게요.”나는 복잡한 마음으로 모태진을 바라봤다.모태진이 전에 나를 오해한 것만 생각하면 기분이 아주 나빴다. 심지어 앞으로 모태진 일에 참견도 하지 않을 거라고 속으로 맹세까지 했었다.하지만 한의관에 문제가 생기고, 나한테 일이 생기니 모태진은 누구보다 진심으로 나를 걱정했다.게다가 방금 전 한은솔이 그 노랑머리 놈과 다시 붙어 다니는 걸 본 탓에,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도 됐다.하지만 워낙 속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성격인지라, 모른 척하려니 답답해 미칠 것만 같았다. 결국 나는 방금 전 있었던 일을 모태진에게 사실대로 털어 놓았다.“어쨌든 할 말은 이미 했으니 성택은 본인이 알아서 해요.”이 말을 하고 난 뒤, 나는 속이 후련해서 다시 화인당으로 향했다.내가 돌아오자 동료들은 일사불란하게 나를 도와 붕대를 감아주었다.사실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었다. 그저 간단한 외상이라 물약만 발라주면 나을 정도였다.동료들은 내 덕분에 위기를 넘겼다면서 나를 공신 대접해 줬고, 그 덕분에 내 마음도 흐뭇했다.책임을 짊어지는 게 이렇게 성취감 있을 줄은 몰랐다.가게에 몇 없는 여직원들도 나에게 은근히 친절하게 굴었다.“수호 오빠, 오늘 저녁 시간 있으면 같이 식사라도 할까요?”“수호 오빠, 최근에 새 영화가 개봉했던데, 제가 영화표 쏠게요.”나는 웃으며 손을 저었다.“난 됐어요. 다른 사람과 함께 가요.”오민혁이 얼른 맞장구쳤다.“그래요. 차라리 나랑 같이 가요. 나 아직 솔로예요. 우리 수호 형님은 주변에 널린 게 여자라 두 사람한테 기회가 없을걸요.”“쳇, 수호 오빠처럼 실력이나 기르고 데이트 신청해요.”여직원들이 퉁명스럽게 말을 던지고 하나 둘 떠나가자 오민혁은 울적한 표정
심지어 굉장히 체면이 서고 우쭐했다.‘내가 김진호를 제압하고 이 깡패들한테 겁을 줬다니, 너무 대단한걸.’하지만 나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여전히 칼을 김진호의 목에 겨누었다.“네가 절대 그냥 물러서지 않을 줄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은 몰랐어. 정 사장님과 화인당을 노리고, 나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네가 목적에 달성하지 않은 이상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란 거 난 알아. 하지만 경고할게. 화인당은 건드리지 마. 나도 건드리지 마. 앞으로 화인당 한 번만 더 노리고 날 꼭지가 돌게 하면,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나는 말하면서 손에 힘을 주었다. 그 순간 칼날이 김진호의 살갗을 찢으며 빨간 피가 흘러나왔다.김진호는 목에 통증이 느껴지자 소스라치게 놀라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그래, 네 말대로 할게. 얼른 칼 치워. 나 목에 스크래치 났잖아.”나는 손쓸 때에도 계속 김진호를 주의하고 있어, 대동맥은 피해 공격했다.하지만 사람이 공포에 질리면 머리가 새하얗게 질린다고, 김진호는 그런 것까지 생각할 수 없었다.나는 놈들더러 우리 쪽 사람을 모두 풀어주게 하고, 짐을 챙기게 한 뒤 당장 이곳을 떠나게 했다.김진호는 이번에 정말 놀란 듯 허둥지둥 기어 일어나더니 제 목을 감싸 쥔 채 기사에게 소리쳤다.“병원, 병원으로 가. 얼른! 나 죽기 싫다고.”승합차가 멀어지자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겨우 한시름 놨을 때, 민우와 모태진이 함께 쳐들어왔다.“수호 씨, 괜찮아요?”“김진호 그 개자식. 아까 분명 가는 척하더니 또 돌아오던데, 역시 너한테 시비 걸러 온 거였구나. 너 어쩌다 이 지경으로 쥐어 터졌어? 그 개자식, 만나기만 해봐라...”나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별일 아니야. 그냥 가벼운 외상이야. 뼈를 다친 것도 아니야. 그 지식 이번에 제대로 놀랐을걸.”“대체 어떻게 된 거야?”나는 방금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설명해 줬다.그러자 민우는 박장대소하며 나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대단한데. 내 전매특허를
김진호는 당한 건 무조건 갚는 성격인 데다 속이 좁고 질투심도 많은 사람이다. 그런 그가 나한테 얻어맞았으니 그대로 넘어갈 리 없었다. 그는 진작 다시 돌아와 제 체면을 바로 세울 계획을 꾸몄다.그리고 아까 수천당에 있을 때, 김진호는 정태곤이 나 때문에 나선 게 아니라 소여정 때문에 나섰다는 걸 이미 눈치챘다. 때문에 소여정이 떠나면 나에게 천천히 갚아줄 생각이었다.그리고 그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소여정과 정태곤이 떠나자마자 김진호는 곧바로 소리치며 다시 쳐들어왔다.나는 놈들이 생각지도 못한 순간 이렇게 갑자기 쳐들어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게다가 김진호 패거리가 들어오자마자 방망이를 휘둘러대는 바람에, 우리 쪽 사람들은 반격할 틈도 없이 하나 둘 쓰러졌다.그때 김진호가 사람들 틈에 서서 나를 삿대질하며 소리쳤다.“다른 사람은 상관하지 말고 저 개자식부터 패!”김진호의 명령에 모든 깡패들은 일제히 나를 봤다.기세등등한 놈들을 본 순간, 상황이 시상치 않다는 걸 깨달은 나는 곧장 도망쳤다.그러자 김진호가 뒤에서 바짝 쫓아오며 소리쳤다.“정수호, 어딜 도망치려고?”나 혼자서 놈들을 상대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얼마 가지 못해 잡히고 말았다.놈들은 나를 바닥에 내팽개치더니 두말 없이 나에게 주먹질하며 발길질했다.나는 머리를 감싸려고 다른 곳이 아픈 건 상관할 겨를이 없었다.놈들은 나를 아무 반격도 못 할 정도로 때린 뒤에야 동작을 멈췄다. 그때 김진호가 다가와 내 앞에 멈춰 섰다.난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었다. 김진호 성격에 분명 나를 모욕하고 내 자존심을 깎아내릴 거다. 심지어 이 기회에 정 사장님의 화인당까지 빼앗아 갈 수도 있었다.내가 물론 사회 경험이 부족하지만, 그동안 정태곤과 양동준한테서 배운 게 있다.그건 바로 사람은 반드시 독해야 한다는 거다.사람은 독해야 상대한테 위협을 가할 수 있다.때문에 김진호가 몸을 쪼그려 나에게 다가올 때, 나는 온몸에서 전해지는 고통을 참은 채 그를 공격했다.나는 얼른 부러진 테이
나는 김진호를 호되게 한 방 먹이면 그가 겁을 먹을 줄 알았다. 하지만 김진호는 무서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아마도 김진호의 눈에 나는 무서워할 가치도 없는 사람인 모양이었다.“그래! 오늘은 실력 있는 사람이 널 도와줬겠지만, 네가 계속 그렇게 운이 좋을까? 앞으로 내 손에 걸리지 않도록 기도하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후회하게 될 테니까.”김진호의 눈빛에 나는 저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었다.오늘 일로 내가 김진호에게 단단히 밉보였다는 걸 알고 있다. 게다가 김진호 성격에 무조건 나에게 복수하려 할 거다.하지만 그렇다고 겁을 먹어야 하나?아니, 난 더 이상 찌질하게 지낼 수 없다. 변하겠다고, 강해지겠다고 한 이상 절대 이대로 물러날 수 없었다.때문에 나는 김진호에게 발길질했다.“네가 그렇게 대단하면 우선 날 잡고나 말해. 꺼져!”나는 놈들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그러자 김진호는 노랑머리 놈의 부축을 받으며 천수당을 떠났다.놈들이 떠난 뒤에도 나는 여전히 불안했다.그때 소여정이 다가와 말했다.“이대로 보내주면 안 됐어.”“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상대가 패배를 인정할 때까지 때려야지! 복종할 때까지 때려야 상대가 다시는 수호 씨를 건드릴 엄두도 내지 못해. 안 그러면 후환을 남기는 거나 다름없어. 상대는 오히려 배로 복수할 거고.”이러고 보니 소여정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역시 나는 이런 방면에서 경험이 적어 누군가의 가르침이 필요하다.“그럼 이제 어떡해요? 지금 쫓아가도 늦지 않았겠죠?”내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밖에서 엔진 소리가 들리더니 김진호 패거리가 승합차를 타고 떠나버렸다.이로써 나는 오늘 큰 실수를 한 셈이다.하지만 소여정이 말했다.“내가 왜 막지 않은 줄 알아? 수호 씨는 이쪽 경험이 부족해서 경험 삼을 필요가 있어. 그리고 앞으로 더 큰 문제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처리할지 직접 겪고 느껴 봐야지.”나도 소여정의 결정을 이해한다. 하지만 내 실력으로 어떻게 김진호 패거리를
약 30분 뒤, 김진호는 사람들을 데리고 천수당에 나타났다.원수끼리 만나면 눈에 쌍심지를 켠다고, 나와 김진호는 서로를 못마땅하게 여겼다.김진호와 함께 온 사람은 전에 나에게 시비 걸었던 깡패들이었다.그중 노랑머리 사내는 바로 안명훈이었다. 다만 안명훈 옆에 또 익숙한 얼굴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다름 아닌 한은솔이었다.한은솔을 보자 나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모태진과 만나는 거 아니었나? 왜 또 저 노랑머리 자식과 어울리지?’‘저 여자는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하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을 때, 김진호가 싸늘한 얼굴로 나를 삿대질했다.“정수호, 네 놈이 소란 피웠어? 너 정호섭 개야? 왜 그렇게 목숨 바쳐 충성해?”나는 김진호의 손을 쳐냈다.“배은망덕한 자식. 정 사장님이 그동안 얼마나 잘해줬는데, 이런 짓을 벌이다니. 넌 짐승만도 못해!”김진호는 이를 갈았다.“정호섭이 나한테 잘해줬다고? 잘해준다는 사람이 나를 해고해?”“그건 네가 먼저 잘못했잖아. 네가 계속 네 무덤을 파지 않았다면 사장님이 왜 너를 해고하겠어?”“헛소리 집어치워! 난 그저 돈 벌겠다고 아득바득한 것밖에 없어. 그게 뭐가 잘못된 건데?”김진호는 못마땅한 듯 소리쳤다.그 모습에 나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아무리 돈이 좋아도 정당한 방법으로 벌어야지, 넌 수단 방법 가리지 않았잖아. 너 같은 놈을 두고 미꾸라지 한 마리가 도랑물을 흐린다는 거야. 너를 계속 남겨두면 가게 평판이 곤두박질쳤을걸.”김진호는 귀찮다는 듯 내 말을 잘랐다.“도덕의 잣대로 날 평가하려 하지 마. 넌 가게 이름에 먹칠하는 짓 안 했어? 본인은 늙은 여편네들이랑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무슨 자격으로 나를 말해?”퍽!나는 두말 없이 김진호에게 주먹을 날렸다. 내가 그럴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김진호는 나한테 정통으로 맞아 코피를 흘렸다. 완전히 꼭지가 돌아버린 그는 깡패들을 향해 소리쳤다.“덤벼! 저 자식 족쳐!”놈들이 달려들기 전, 소여정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짝!정태곤은 아무 말 없이 다가가 주덕팔의 뺨을 후려갈겨 그를 바닥에 때려눕혔다. 그러고도 끝나지 않았는지 또 성큼성큼 걸어가자, 주덕팔은 경기를 일으키며 연신 뒷걸음쳤다.“뭐, 뭐 하려는 거야? 경고하는데, 다가오지 마. 내가 이 구역 깡패를 알아...”정태곤은 그 말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깡패? 좋아. 이름이 뭔데? 지금 당장 전화해서 여기로 오라고 해.”“당, 당신이 그렇게 대단하면 나한테 전화할 기회라도 줘.”정태곤은 팔짱을 낀 채 느긋하게 말했다.“지금 기회 줄게. 쳐.”주덕팔은 다급히 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해 말했다.“김진호, 당장 사람 불러서 여기로 모여.”김진호라는 이름을 들은 순간, 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김진호가 주덕팔과 한패가 되었다는 게 분했다.‘정 사장님이 평소 얼마나 잘해줬는데, 이 개자식이 감히 다른 사람과 손을 잡고 정 사장님을 모함해? 역겨워서 원.’나는 주덕팔에게 다가가 핸드폰을 빼앗아 오고는 전화에 대고 소리쳤다.“김진호, 이 개자식아! 이런 짓을 벌인 게 네놈일 줄은 몰랐네.”김진호는 내 목소리를 알아들었는지 피식 웃었다.“정수호, 너였어? 빨리 기어올랐네? 정호섭이 그렇게 되니까 네가 바로 2인자가 된 거야? 너 사모님이랑 잤지?”김진호의 말에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이 개자식이 헛소리 지껄이지 마. 사모님은 그런 분 아니야.”“사모님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고, 네가 좋은 놈이 아니라는 건 알아. 나한테서 윤 사모님을 빼앗아 간 것도 모자라 그렇게 많은 여자들과 애매모호한 관계를 유지하다니. 넌 여자 등에 빨대 꽂는 등신이잖아.”그 말에 자존심이 단단히 긁힌 나는 이를 악물고 반박했다.“아니야!”“쳇, 네가 아니라고 해서 아닌 게 아니야. 아무튼 태 눈에 넌 그냥 쓸모없는 등신이야.”나는 심호흡을 하며 애써 냉정을 유지했다.그때 소여정이 다가와 내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아 가더니 말했다.“정수호가 여자 덕을 보면 뭐 어때서? 적어도 그럴 자본이 있는데, 넌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