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눈앞에서 튀었고 안왕의 한쪽 팔이 바닥에 떨어졌다. 진 대장군은 살기로 가득한 붉은 눈으로 칼을 뽑아 다시 들어 올려 안왕의 머리를 노렸다.위왕은 말에서 떨어진 후 혼란 속에서 그를 힐끗 보았고, 혼비백산하여 온 힘을 다해 울부짖었다."넷째!"그는 발을 딛고 달려들어 안왕을 구하려 했지만 이내 북막군에게 에워싸여 버렸다. 그는 부상을 입은 야수처럼 비통하며 분노로 가득한 소리를 질렀지만 구하기는커녕 오히려 두 곳이나 다치고 말았다.안왕은 팔 하나를 잘려 중상을 입었고 그 와중에 또 큰 칼이 베여 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피할 수가 없었고 순간 온몸의 피가 굳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죽음이 눈앞에 닥치는 것을 보고 그는 벌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한 마디 소리쳤다."연아!"‘쨍그랑’소리와 함께 예리한 칼이 신속하게 날아와 진 대장군의 큰 칼에 부딪혔다. 그러나 단지 빗맞았을 뿐, 칼은 여전히 안왕의 머리를 스쳤고 머리카락 한 가닥을 베었다. 방금은 안왕이 자신의 머리가 여전히 자신의 목에 아직 잘 붙어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기세였다. 우문호는 사람들의 머리 위를 밟으며 쏜살같이 날아왔다. 그의 검은 이미 날려보냈으니 맨주먹으로만 다가왔고 곧 바로 북막병의 무기를 빼앗아 진 대장군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진 대장군은 쉽게 피했고 곧바로 그에게 반격을 가했다. 우문호는 공중에서 빠르게 물러섰지만 이내 다시 사람들의 머리를 밟고 계속 날아올라 달려들었다.홍엽과 남변객도 신속하게 달려왔고 세 사람은 진 대장군을 에워싸서 공격하기 시작했다. 주변에는 개미처럼 많은 군사들이 있어 수를 쓰기 어려웠고 가까운 거리의 공격은 진 대장군에게 큰 위협을 주지 못했다. 그리고 바로 누군가가 앞으로 길을 텄고, 쏟아부은 물처럼 북막군들이 몰려와 순식간에 그들 세 사람의 공격을 흐트러뜨려 버리고 말았다..우문호의 말도 인파에 휩쓸려갔고, 그는 그저 안왕을 안고서 포위망에서 벗어나려 시도했다. 안왕은 팔을 잃은 고통과 순간적인 출혈, 그리고
태상황은 철수하라고 명령했고 모든 군사들은 성으로 돌아갔다.우문호도 돌아가야 했다. 이제 철수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그는 몸부림을 치며 일어나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없으니 조금만 더 버텨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부상이 심해 숨을 쉬기조차 어려운 상태였고, 이 말을 한 뒤 거의 기절할 뻔했다.태상황은 부상을 당한 아들과 손자를 보며 마음이 아프고 분노가 가득했다. "지금 상대의 장군도 부상을 입었으니 우리가 철수를 하더라도 그들은 바로 군사를 이끌고 가지 않을 것이고 반드시 잠시 휴식을 하며 정비할 것이다. 그리고 안풍 친왕이 우리에게 준 시간이 이미 거의 다 되었다. 안풍 친왕은 일을 할 때 줄곧 여지를 남기니 마지막 순간까지는 지키지 못하더라도 대처할 방법이 있거나 앞당겨 일을 마칠 것이야."수보도 그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고 철수하여 성으로 돌아가 성문을 닫고 북막군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 명을 내렸다.대군은 신속히 철수해 성문을 닫았고 성벽에는 궁수가 자리를 잡았다.북막의 진 대장군은 부상을 입고 계속 성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긴급 치료를 받았다.우문호와 안왕의 부상은 꽤나 심각했고 홍엽도 그다지 적게 다치진 않았다. 군의관이 급히 와서 치료를 했다. 안왕은 한쪽 팔을 잃었지만 지혈을 하자 상황이 걱정스러울 정도는 아니었다.다만 우문호는 가슴을 베어 뼈가 보였고 등도 칼에 찔려 폐를 다쳤는지 호흡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태상황은 아주 초조했고 다른 친왕들에게 자금단이 있는지 물었다.그러나 자금단은 이미 안에서 전쟁을 하였을 때 소모되어 그 누구에게도 없었다.우문호의 호흡이 갈수록 미약해지자 무림의 고수들은 모두 자신의 문파에서 전해내려온 비법 약들을 꺼냈지만 복용한 후 효과가 아주 미미하여 조금 기를 살려 억지로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태상황은 마음이 복잡하고 당황스러워 남변객의 팔을 덥석 잡아당겼다."과인을 도와 성을 나가 안풍 친왕을 찾아주게나. 그에게는 자금단이 있을 것이니 가서 달라고 하게."남변객은 명을 받고 자리를 떠났다
남변객은 안풍 친왕을 찾아 자금단을 손에 넣었다. 안풍 친왕 쪽도 배치가 거의 끝나 날이 밝자 기본적으로 준공되었다.남변객은 자금단을 가진 후 재빨리 돌아갔다. 그는 홀로 온 데다 사방이 어둠에 가려져 있어 거의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누군가 알아차린다 하더라도 정탐꾼으로만 알 것이다.우문호는 자금단을 복용하고 상황이 조금 호전되었다. 그러나 군의관은 폐를 다쳤을 가능성이 있으니 자금단을 복용해도 며칠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 했다.태상황은 진지하게 군의관에게 물었다."자네의 추정으로 며칠이나 버틸 수 있는가?"군의관은 참작하다 답했다."보통 사람이라면 자금단을 복용하고 2~3일을 지탱할 수 있지만, 태자 전하께서는 내공의 기초가 있으시니 5일을 버티기에는 충분하옵니다."태상황은 눈살을 찌푸렸다. 수주부에서 경성으로 돌아가려면 5일은 부족할 것이다. 게다가 그는 중상을 입었기 때문에 서둘러 길을 재촉할 수 없다.그때, 남변객이 물었다."그럼 저와 다른 무림 인사들이 호송을 하고 가는 길 내내 내공을 불어넣어 버티게 한다면 며칠을 지탱할 수 있사옵니까?"군의관이 대답했다. "만약 내공으로 버틴다면 열흘도 가능할 것이옵니다. 그러나 소신도 장담할 수 없사옵니다. 내공을 주입하는 것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지요. 너무 세게 주입한다면 내출혈을 초래할 수 있으니 오히려 좋지 않사옵니다.""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는 아주 능숙하옵니다."남변객이 말했다.기왕 이렇게 된 이상 일을 늦춰서는 안 된다. 위왕과 손왕은 즉시 안배를 했고 수주부를 떠나기만 하면 밖에 늑대파의 훼천과 멸지가 응대할 것이다. 임시 무기고가 바로 그쪽에 있으니 훼천과 멸지가 함께 우문호를 경성으로 보낼 수 있다. 이렇게 수하의 사람이 있으니 더 안심할 수 있었다.우문호는 자금단을 복용한 후 깨어났고, 안왕을 제외한 삼대 거두와 친왕들도 모두 그의 곁을 지켰다.우문호는 고개를 여러 번 돌리다가 안왕이 보이지 않자 힘겹게 한마디 물었다."넷째는?""걱정
그는 어려서부터 고집이 세고 사람을 달랠 줄 몰랐으며 독립적이고 강인했기에 아바마마가 그를 위해 마음을 적게 쓰는 것도 정상이였다.경중.원경릉은 한밤중에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얼른 몸을 일으켜 앉았는데, 방금의 악몽을 떠올리니 온몸이 오싹하고 떨렸다. 꿈속에서 다섯째는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도처에 전쟁이 시작되어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저녁에 밖에서 지키고 있던 기라가 다급히 들어와 물 한 잔을 따라주며 물었다."태자비, 왜 그러시옵니까? 악몽을 꾸신 겁니까?"원경릉은 온통 땀투성이가 된 이마를 손을 뻗어 닦았고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기라가 건네준 물을 받아 벌컥벌컥 들이켜고서야 하얗게 질린 얼굴로 물었다."왜 저녁에 지키고 있는 것이냐? 지키지 말라고 했지 않느냐, 어서 돌아가서 자거라.""소인은 태자비께서 밤중에 겁을 먹고 악몽을 꾸실까 봐 걱정되옵니다. 괜찮으시옵니까?"기라는 잔을 건네받고 걱정스럽게 그녀를 바라보았다."괜찮다, 잠깐 악몽을 꾼 것 뿐이다."원경릉은 손을 뻗어 미간을 비볐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것을 느꼈다."악몽은 모두 반대로 되니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이제 겨우 사경밖에 안 됐으니 어서 주무시옵소서."기라는 그녀가 다시 생각을 하면 놀랄까 봐 두려워 무슨 악몽을 꾸었는지 감히 묻지 않았다.원경릉은 마음속으로 너무 두려웠고 알 수 없는 공포가 그녀를 휘감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이불을 젖히고 일어났다."쌍둥이를 보러 가겠다."다섯째가 예전에 위험을 무릅썼을 때 쌍둥이들은 모두 알고 있었고 작은 호랑이를 보내 구할 수도 있었다. 그녀는 쌍둥이에게서 안정감을 찾으려 했다.기라는 잔을 내려놓고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했다."태손들은 모두 잠들었사옵니다.""괜찮다. 그냥 한 번 보고 오마."원경릉은 신을 신었는데, 마치 솜 위에 발을 디딘 것처럼 붕 뜬 느낌이 들어 기라는 등불을 들고 소리쳤다."녹주야!"녹주는 장랑 아래에서 허리를 숙이고 달려와 원경릉이
두 사람 모두 멍한 표정을 지었고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지 못하는 듯했다. 눈동자에는 잠에서 채 깨어나지 않은 듯 흐릿한 빛이 반짝였다."왜 그래? 악몽 꿨어? 방금 아버지를 부르던데."원경릉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한 손으로 쌍둥이를 안았는데, 그들의 체온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그녀는 화들짝 놀라 쌍둥이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쌍둥이가 열이 나고 있었던 것이다!"녹주, 기라야. 너희는 어서 가서 물을 끓이고 유모를 깨우거라."원경릉은 바로 고개를 돌려 그들에게 명령을 한 후, 두 사람이 빠르게 나가자마자 그녀는 약상자를 꺼내 안에서 온도계로 쌍둥이의 체온을 확인했다.확인해 보니 무려 40도에 달하였다. 원경릉을 깜짝 놀랐다.유모는 태손들이 열이 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부랴부랴 일어나 변명했다. "잠들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어찌하여 이렇게 열이 난거지요..?"유모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원경릉은 그녀들이 쌍둥이를 걱정함과 동시에 자기들의 탓일까 봐 우려하는 것을 깨닫고는 괜찮다는 듯 말했다. "괜찮네, 아이가 열이 나고 고뿔에 걸리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네.""허나 태손들은 항상 괜찮았습니다. 아픈 적도 없었습니다."유모도 자신이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고 자책했다.원경릉은 그제야 자신이 어머니로서 걱정 없이 지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쌍둥이든 떡들이든 모두 이렇게 병이 난 적 없었다. 그저 쌍둥이가 현대에서 눈이 충혈된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아주 좋았다.그녀는 쌍둥이에게 물었다."어디 아프냐? 기침은? 목은 아프더냐?"쌍둥이가 머리를 나란히 흔들며 말했다."딱히 아픈데는 없어요."원경릉은 유모에게 물었다."낮에 콧물과 재채기를 한 적 있나요?"유모가 고래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니요. 오늘 정말 즐겁게 노셨습니다."떡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생이 열이 난다는 말을 듣고 만두는 조금 궁금했다."아파? 왜 병에 걸린 거야? 나는 병에 걸린 적 없는데...""병에 걸리지 않았어요!"쌍둥이가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열이 나서 아프다고 해도 헛소리는 하면 안 돼요!"만두가 패기 있게 고개를 돌려 칠성을 노려보았다."넌 무슨 꿈을 꿨니?"칠성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저는 아버지가 돌아오시는 꿈을 꿨어요.""맞아, 아버지는 곧 전쟁에서 이겨서 돌아오실 거야. 입은 밥 먹는 데 쓰는 것이지 함부로 말하는 데 쓰는 게 아니야."만두는 동생들을 혼내고 바로 고개를 돌려 원경릉을 위로했다. "걱정하지 마요 어머니. 아버지한테 정말 큰 일이 생긴다면 우리는 분명히 알 거예요. 우리가 모른다면 아버지께 작은 일이 생긴 것이나 아무 일도 없단 뜻이에요."그제서야 원경릉이 미소를 지었다."그래, 걱정하지 않을게. 어서 가서 자렴. 내가 동생들을 지키고 있을게. 동생들은 아직도 열이 나고 있어서 말이야.""예. 어머니, 이리 와서 주무세요!"만두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경단과 찰떡은 멍하니 앉아 바라보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의아한 표정이었다.원경릉은 그녀가 쌍둥이를 보고 있으면 되니 모두에게 돌아가 쉬라고 했다. 자리에 누운 후 쌍둥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조금 무서워하는 것 같아 보였다.원경릉도 사실 마음속으로는 두려워했다.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녀와 쌍둥이가 모두 다섯째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꿈을 꾸었으니,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틀림없이 그들도 모르게 생긴 텔레파시일 것이다.그러나 그녀는 아이들 앞에서 두려움을 드러내지 않았다. 잠시 후 아이들이 잠에 들면 미색을 찾아가 사람을 보내 알아보라고 하려고 마음 먹었다. "어머니, 겁먹지 마세요!"만두의 손이 그녀의 목을 휘감고는 꽉 안았다. 작은 얼굴이 그녀의 앞에 있었고 검고 밝은 눈동자에는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 "아버지는 정말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만두야."원경릉은 손을 뻗어 그의 작은 팔을 잡고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나는 걱정하지 않아. 그러니 만두도 내 걱정하지 말렴.""예. 저 방금 잠들었을 때 외할머니댁에 갔어요."만두가 그녀의 얼굴에 붙어 말했다.
원경릉은 의아해하며 일어나 그들 두 사람의 이마를 바라보았는데, 미간에 약간 멍이 든 것 같았지만 뚜렷하지 않았다. 그녀는 손을 뻗어 가볍게 눌렀다."아파?""조금요!"원경릉이 물었다."오늘 넘어진 적 있어?"그러자 만두가 옆에서 대신 말했다."어제 나무에서 떨어졌는데 유모가 보지 못했어요."원경릉이 고개를 돌려 만두를 바라보았다."그 상황을 보고도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만두가 말했다."동생들이 아프지 않다고 해서요... 게다가 그들은 곧 좋아질 거니까요. 우리 몸에 난 상처는 빠르게 치유될 거니 그저 빠르거나 늦은 문제밖에 없으니깐요."원경릉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면 왜 어제 넘어졌는데 오늘까지도 낫지 않았어? 아니지. 벌써 새벽이 지났으니 3일째인데, 왜 아직도 아픈 거야?"쌍둥이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그저 손을 뻗어 이마와 눈썹 쪽을 살살 문질렀다."머리를 다친 건 아니겠지?"원경릉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물었다."혹시 토하고 싶거나 어지러워?"쌍둥이는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그냥 조금 아플 뿐이예요."두 사람의 능력은 뇌의 감지에 비롯된다. 뇌가 손상되면 다섯째의 사고를 감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원경릉은 몹시 마음이 안 좋았다. 그녀는 쌍둥이에게 검사를 진행할 수도 없어 쌍둥이의 부상이 대체 어떤 상태인지도 몰랐다. 비록 발열과 미세한 통증 외에 아무런 증상도 없었으나 뇌막출혈이 생길까 두려웠다. 나무에서 떨어진 것은 그저 작은 일이 아니다.그녀는 약상자를 열어 신경 영양제를 꺼내 두 사람에게 복용시켰다. 어디가 아픈지 다시 물었지만 부정적인 답안을 얻을 뿐이였다.다시 그들을 자게 하려 하자 그제서야 환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어머니, 그냥 지금은 물건을 들 수 없을 뿐이예요."이 말에 원경릉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물건을 들 수 없다고? 손을 움직이지 못하는 거야?"그녀는 얼른 그의 손을 잡고 확인했다."엄마의 손을 잡아봐. 움직일 수 있겠어?"환타가 그녀의 손을 잡았는데, 손가락 관절과 힘
만두와 찹쌀이 함께 일어나 원경릉의 곁으로 비집고 들어갔다."우리는 어머니랑 함께 동생들을 보고 있을래요."원경릉은 아주 비슷한 생김새의 세 개의 작은 얼굴과 그들의 얼굴에 드러난 철이 든 얌전함을 보며 마음속으로 위로를 받았다. 그녀는 억지로 그들을 재우지 않고 그들에게 자신과 함께 쌍둥이를 지키게 했다.반시간이 지나자, 쌍둥이의 열은 완전히 내렸다. 원경릉이 그들을 불렀고 그들은 어렴풋이 대답을 한 후 다시 잠들었다. 거의 새벽이 되자 떡들도 견디지 못하고 연달아 잠에 들었다.그러나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아 만두는 다시 눈을 뜨고 갑자기 화가 난 듯 욕설을 퍼부었다."아프다고 하더니 외할머니 댁에는 갈 수 있는 거야?!"이 말을 듣고서야 원경릉은 마음을 철저히 놓을 수 있었다. 외할머니 댁에 갈 수 있다는 것은 생각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쌍둥이를 깨워 그들에게 손을 뻗어 염력을 써보게 했다. 그러자 쌍둥이는 일어나 함께 손을 내밀었다. 탁자 위의 물잔이 두 사람을 향해 날아왔고 그들이 손바닥을 펴자 물잔은 안정적으로 그들의 손바닥에 떨어졌다.원경릉은 물잔을 들고 다시 그들의 이마를 어루만지며 물었다."아직도 아픈 것 같애?""아뇨! 지금은 안 아파요."쌍둥이가 동시에 말했다.한바탕 열이 나자 오히려 좋아지다니 참 이상했다.이미 오경이 지났으니 원경릉은 아예 잠을 자지 않고 일어나 미색을 찾아갔다.마침 희상궁과 기상궁도 왔다. 어젯밤 태손들이 열이 났다는 것을 듣고 두 사람 모두 긴장하기 그지없었다. 기상궁은 심지어 원 할머니를 청하러 가고 야단법석 이었다.미색은 깨어나 옷을 가볍게 걸치고 원경릉을 만나러 나왔는데, 원경릉의 얼굴에 다크서클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는 물었다."어제 밤 샜나요?""쌍둥이가 어젯밤 열이 나서 그거 보느라 잠을 자지 못했어."원경릉은 자리에 앉았고 이마가 지끈거리며 아픈 것을 느꼈다.미색은 그 말을 듣고 긴장했다."열이요? 괜찮아요? 왜 갑자기 열이 난 거죠
대오가 경성으로 돌아올 때 홍엽도 원숭이와 같이 돌아왔는데, 그도 풍도성에서 힘을 보탰다. 사실 홍엽이 안 가도 안풍 친왕이 모든 걸 다 준비해 둬서, 안풍 친왕 능력이면 안지여 정도 상대하기는 식은 죽 먹기였다.이리 나리 일행은 경성에 도착해, 우선 집으로 돌아가 공주와 천행이를 보고 가족이 함께 밥을 먹은 뒤 입궁해서 경과를 보고했다.사적인 원한은 한두 마디로, 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은 지금 받아야 할 벌을 받고 있으며 아직 죽이지 않았다고 했다남은 건 정사를 논하는 것이었다.“어머니와 같이 풍도성에서 보름 정도 지내며 기본적인 민심을 파악했는데, 천문 세가는 백성들 사이에서 아직 명망이 높아 보입니다. 풍도성 백성들은 사실 세금이 너무 많고 경제가 번영한 성과가 전부 안지여 수중에 떨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어 안지여의 통치에 불만이 있었다고 합니다. 조정에서 풍도성을 접수한 것에 백성들 대부분은 찬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천하태평이냐 하면 그럴 순 없는 것이, 일부는 성주가 자기들의 황제라 여기고, 조정이 풍도성을 접수한 것이 풍도성이 침략당했다고 여겨 나중에 약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부를 임명하실 때 신중하셔야 할 것입니다.”우문호가 말했다. “흠, 큰할아버지께서 천거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박원이라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그러자 이리 나리의 눈빛이 빛났다. “제 아버지가 추천한 사람이니 전 찬성입니다!”“아버지?” 우문호가 의아해하며 이리 나리를 쳐다봤다. ‘안풍 친왕비가 사부님이면 안풍 친왕은 사부의 남편 아닌가? 어떻게 아버지가 되지? 사부님의 배우자니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맞지 않나?’“흠, 안풍 친왕은 제 아버지십니다!” 이리 나리는 더 설명할 생각이 없는지 어쨌든 그렇다고 주장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한 번도 그를 아버지라 부른 적 없지만, 마음속에서만큼은 진정한 아버지였다.“하하하!” 우문호도 그저 웃으며 더는 묻지 않았다.이리 나리가 퇴청할 때 우문호가 이리 나리를 부르자 고개를 돌렸다. “무
“우선 박원이랑 소홍천 의사부터 물어보자. 억지로 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동안 그들이 날 많이 도와줬으니 전부 원하는 대로 하자고.” 우문호가 말했다.“그러자!” 원경릉이 일어서며 말했다. “오늘 저녁 애들 데리고 어머님께 가서 수라를 들려면 빨리움직여야 해. 꾸물대면 늦을거야.”그러자 우문호도 계란이를 안고 일어섰다. “그래, 우리 황조모한테 가서 맘마 먹자.”우문호가 나가서 부르자 아이들이 달려와, 같이 왁자지껄하게 수라를 들러 황태후 전으로 갔다.황태후는 원래 우문호에게 할 말이 있었지만, 식사 자리에 아이들이 있어서 기다렸다가 저녁을 다 먹은 뒤 우문호와 아이들이 나가서 놀고, 원경릉이 황태후와 얘기를 나눌 때 말을 꺼냈다.“천행이가 태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부마를 풍도성으로 보낼 수가 있지.. 공주가 얼마나 괴로웠을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공주는 사정을 훤히 알고 있어서, 이리 나리께서 풍도성에 가는 걸 지지하셨는걸요.”“말은 그렇게 해도, 출산 후에 여자 곁엔 남편이 있어야 하는 법이야. 하지만 이것도 단지 우리 가족끼리 하는 얘기일 뿐이고, 조정 일을 내가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는 노릇이지.”황태후는 이리 나리가 풍도성으로 간 진정한 목적을 전혀 몰랐으며, 단순히 어지러운 형국을 정리하러 갔다고만 알았기 때문에 순수하게 공주를 아끼는 마음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어마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이리 나리는 이미 돌아오는 중이래요.” 원경릉이 위로하자 황태후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거 잘됐네!”온 가족이 별빛을 받으며 천천히 소월궁을 거닐었다.계란이는 아빠 품에서 잠이 들었고, 아이들은 놀다 지쳐서 아빠 엄마를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으며, 목여 태감이 궁인 둘을 데리고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가운데, 궁 안은 인적이 드물어 밤이 되자 상당히 고요했다.“어마마마께서 공주를 아끼셔서, 이리 나리가 하필 이때 풍도성에 보냈냐고 하셨어.” 원경릉이 말했다.“날 원망하셨어?” 우문호는 품에 있는 아이가 깰
늑대파 사람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질질 끌고 나가는데, 소여쌍은 여전히 미친사람처럼 웃어대기만 했다.이리봉청은 그들이 끌려 나가는 것을 보자, 눈앞에 안지여가 자신을 데리고 소여쌍의 침대 앞으로 가서 소여쌍의 그 악랄한 말을 듣던 순간이 떠올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여리여리하고 아름답던 그녀가 이렇게 변해 버린 게 꿈처럼 느껴졌다.풍도성을 접수한 뒤 안풍 친왕은 관리들을 새롭게 임명했고, 더 이상 성주 같은 것을 두지 않고 조정과 이부에 적합한 인사를 선발해 풍도성 지부로 앉힐 것을 요청했다. 풍도성은 더 이상 이전의 독립 자치 지역이 아닌, 다른 주나 현과 마찬가지로 조정에 귀속되어 통일서 있게 다스리게 되었다.더불어 안풍 친왕은 별도로 서신을 써서 황제인 우문호에게 보냈는데, 풍도성을 추천하지만, 이건어디까지나 건의와 추천이니 황제가 생각하는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안풍 친왕의 추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동시에 안지여의 잔당들이 계속 나타났다.안풍 친왕이 이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오고, 호랑이와 눈 늑대, 회색 늑대까지 출동시킨 건 바로 모든 세력을 강화하고, 신속하게 진압해 풍도성을 조정에 복귀시키고 보름 만에 비적을 토벌하며 기본적인 숙청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박원은 잔당의 남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안풍 친왕의 영패를 가지고 부근에 5천 명의 군사를 파견시켜 풍도성을 지켰다. 이리 나리는 자금을 지원해 천문 세가의 묘를 이장하였는데, 이전 무덤은 안지여가 고른 곳으로 폐허에 가까워, 그는 천문 세가 사람들이 그런 곳에서 안식을 취하기를 원하지 않았다.풍도성에 온지 거의 한 달가량 될 때쯤, 대군은 경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돌아가기 전에 미색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보러 갔다가, 돼지우리에서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사는 것을 보고 그제야 비로소 맺혀 있던 한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미색은 이리 나리와 어머님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두 사람은 이미 안지여가 누군지 잊은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리봉청에게 있어 모든 건 지나가지 않았고, 36년 전 일은 여전히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어머니, 그를 어떻게 처분하시겠어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없어 함께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리봉청이 다시 되묻자 이리 나리가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말했다. “제게 처분하라고 하면 전 그를 죽여 버릴 겁니다.”이리봉청은 알았다며 대답만 했다가, 다시 30분쯤 걷다가 정자에 앉아 을 때 말을 덧붙였다. “난 안 죽일 거야.”이리 나리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또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반대야. 그 인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약해진 거지. 사실 며칠 동안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인간을 백번이라도 죽이겠지만, 난 그럴 수 없더구나. 아들아, 게다가 오늘 천문 세가 대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 더욱 마음을 굳혔단다.”이리봉청이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 원래 온통 사람 소리로 가득한 곳이였다. 그들의 웃던 광경이 눈앞에 비치는가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 세가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엾게도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아서 제일 어린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이리봉청의 얼굴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자와 소여쌍을 밖에 내버리고 사람을 시켜 지켜보도록 해. 죽게 두지 말고 계속 살려둬. 36년은 더 살면서 이 세상의 고생을 모두 겪어야, 내 마음에 맺힌 한이 풀리고 억울한 망자들도 안식에 들지!”이리 나리는 온몸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네, 전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안지여와 소여쌍은 버려졌다. 짧은 며칠 사이에 안지여는 의기양양하던 성주에서 시궁창 쥐로 변해, 사람들이
안지여는 풍도성 지하감옥에 갇혔다. 빛 한 줄기 없는 지하감옥에서 사방에 끝없는 어둠과 절망만이 안지여를 삼키고 있었다.훼천의 형벌은 12 시진 후면 사라져서, 앞으로 안지여는 그저 한 명의 폐인일 뿐이었다.안지여의 결사대가 성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전에, 이리봉청은 오 선생을 찾아내 안지여가 저지른 모든 죄를 고백하게 하고 안풍 친왕이 친필로 받아 적었다. 안지여가 당시 천문 세가를 해친 경위를 소상히 써 내려간 뒤, 오 선생과 안풍 친왕의 직인을 찍고 인쇄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안지여의 죄악은 하늘을 찔러 백성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안지여의 결사대의 옛 부하들이 본래 성을 공격해 들어가 안지여를 구출할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안지여의 죄상이 공포된 뒤로 많은 사람들이 해산하였다. 유일하게 무대장군만이 수천 명을 데리고 성으로 쳐들어왔지만, 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가 이미 대비해둔 덕분에, 경성에서 굴러온 돌이 무대장군의 박힌 돌을 빼내는 전투를 벌였다.풍도성에 온 지 7일째, 안풍 친왕은 풍도성을 접수하고 성에 살던 사람을 쫓아내며 서민으로 강등시켰다.안지여와 소여쌍에 대한 처분은 이리봉청에게 넘겼다.안지여는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6일을 지내는 동안, 처음엔 침착한 척 가장했으나 사흘째가 되자 울부짖으며 악독한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나흘째가 되자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며 참회했다.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안지여는 일어나 걸을 수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몫숨을 끊을 힘도 없었다.그 와중에 매일 누군가가 먹고 마시도록 해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어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훼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망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으로, 온 마음으로 죽기를 바라지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안간힘을 쓴 뒤 다시 절망에 빠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사람을 한없이 죽였다 살렸다 괴롭힌다고 했다.결국 안지여를 죽일지 말지 여부는 이리봉청에게 달렸는데, 그녀는 안지여를 단번에 죽여 천문 세가
안지여의 이마에 파란 힘줄이 불끈불끈했으나 냉정을 가장했다. “내가 두려워할 줄 알았나 보지? 죽음도 두렵지 않은데 뭘 더 두려워하겠어?”“넌 두려울 것이야!” 이리봉청이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를 보고 살짝 그의 팔을 잡았다. “내가 오는 길에 늑대파 사람이 그러던데, 천하에서 제일 잔혹한 형벌을 아는 사람이 늑대파에 있다고. 그게 사실인 것이냐?”이리 나리가 가볍게 답했다. “물론 사실이죠. 훼천이라고 합니다. 늑대골 출신이에요.”“안지여가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보고 싶구나.” 이리봉청이 말했다.이리 나리가 엄숙한 태도로 명을 내렸다. “훼천!”그러자 훼천이 급히 나왔다. “이리 나리, 분부하시지요!”이리 나리는 그가 짐짓 냉정한 척하고 있으나 눈빛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몸까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워 훼천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시작해!”안지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욕했다. “난 네 아버지거늘,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 같으니라고!”이리봉청이 이 말을 듣고 잠시 주저하는 눈빛으로 이리 나리를 바라봤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 아버지는 오직 저를 키워주신 안풍 친왕뿐이십니다.”이리봉청이 살짝 안도했다. “저 인간이 단지 나만 해쳤으면 네 체면을 봐서 놔줬겠지만 천문 세가의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난 용서할 수 없구나.”“이리봉청, 너 언제 이렇게 악랄하게 변했어? 죽이려거든 그냥 죽여. 난 천문 세가 사람을 죽이긴 했어도 그들을 괴롭히진 않았어. 네가 날 죽이려거든 깨끗하게 단번에 죽여!”안지여가 크게 노해 몇 번 몸부림을 치다가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배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훼천이 가까이 다가가자, 눈에 두려움이 깊어졌는데, 늑대골 출신 훼천은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뿜어져 나와 안지여를 덜덜 떨게 했다.“이리율!” 안풍 친왕비는 시ㅈ가하기 전에 이리 나리를 불렀다. “내가 여기서 네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 넌 먼저 나가 있거라!”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에게
안지여에게 구원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리 나리 일행이 성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오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풍 친왕비가 미리 사람을 풍도성으로 보내 각처, 특히 성 수비군과 군대에 잠입시켜, 음식에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을 풀어, 오늘 중독 증상이 나타나도록 독의 분량을 조절했다.적어도 내일까지는 안지여를 도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독성은 적어도 이틀이 지나야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틀 동안 그들은 설사와 전신 무기력으로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와서 도울 수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기력을 회복할 때쯤이면, 안지여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는 성을 통제하고, 안지여 부부를 제압해 두 사람을 줄로 묶고 지혈시켜 주었다.안지여는 요 몇 년 동안 자신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는 풍도성이 부유하기 때문으로, 돈으로 많은 사람을 살 수 있었으며, 여러 곳에서 추켜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절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유는 진정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주변의 떠돌이 비적은 작은 마을 규모로 너무 작아서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그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적이 너무 약해서였다.조정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적 없는 비적었기에 일격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이리 나리는 둘을 중정에 묶어 두었다. 온 바닥에 남은 음식과 깨진 기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안지여는 마음속 깊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를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많은 고수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런 결말을 맞다니 너무 불쾌했다.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하고 안지여 부부 앞으로 가서, 그녀가 안지여 부부를 내려다보자, 그들은 낭패에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이리봉청은 분노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그들을 죽이면 커다란 복수는 이뤄 천문 세가 망자의 원혼은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쉽게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리 나리가 검을 휘두르며 안지여를 겨누자, 안지여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후퇴했다.공자들은 돕고 싶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에게 바로 제압당했다. 안지여는 이리율 것으로 그들은 주변 사람을 제압하기만 할 뿐 옆에 서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이리율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를 가르친 안풍 친왕 부부를 제외하고,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이리율의 검법은 신속하고 맹렬해서 안지여는 상대하느라 쩔쩔매고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성안의 호위들은 늑대 무리와 늑대파, 홍매문 사람들에게 막히는 바람에 안지여는 홀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30분을 못 가서 안지여는 질게 틀림없었다.놀란 나머지 계속 실성해 있던 소여쌍이 갑자기 이리봉청을 향해 바싹 마른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광적인 집착과 분노에 사로잡혀 성질을 부렸다. “멈춰, 다들 멈추라고. 안 그러면 내가 이년을 죽여버릴 것이니까!”소여쌍은 무공을 할 줄 알았지만 잘하지 못한 것이 어릴 때부터 계속 중병을 앓아 무공 연습에 소홀했고 성주 부인이 된 뒤로는 더욱 병기에 가까이할 일이 없었지만, 공력만큼은 아직 약간 있었다.소여쌍은 증오의 힘으로 이리봉청의 목을 졸랐는데, 소여쌍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리봉청의 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안풍 친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서려 하자, 안풍 친왕비가 말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참으라는 눈짓을 하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모두가 이리봉청이 제압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으로 뭔가를 쥐고 있어 소여쌍의 어깨 위를 휘감고 팔을 눌러 소여쌍이 머리를 돌리게 했다. 이리봉청 손에 쥔 것은 바늘로, 그대로 소여쌍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들어갔다.소여쌍이 절규하며 이리봉청을 놔주고 선혈이 흐르는 눈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며 새된 소리를 지르는데, 원망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쏟아
풍도성 중정에는 안지여의 아들들과 사위가 그의 곁에 남았는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점점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이 사람들, 아주 대단하구나!’안지여는 이리봉청을 보고 비록 조금 냉정해 보였지만, 여전히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갑자기 소여쌍이 큰 소리로 웃으며, 몸을 앞뒤로 흔들며 눈물을 찔끔거리더니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가리키며 원망했다. “뜻밖에 네가 안 죽었단 말이지? 게다가 아들까지 있고. 참으로 황당하구나. 정말 너무 황당해. 원래 죽어야 했을 인간은 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할 사람은 36년간 괴로움을 당했어. 이리봉청 네가 날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넌 이제 지옥에 떨어져야 해.”이리봉청은 소여쌍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는데, 그녀 눈에는 지금 안지여만 들어왔다.안지여는 36년을 살아왔지만, 이리봉청에게 있어 36년은 마치 사라진 시간처럼 멸문지화의 원한이 어제 일 같았다.안지여도 이리봉청의 눈에서 분노와 악랄함을 보고, 처음으로 마음속에 두려움을 느꼈다.안지여는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네 사람을 데리고 가. 지난 일을 묻지 않을 테니. 그렇지 않으면 풍도성에서 곧바로 10만 대군이 올 것으로, 살아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이리봉청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우리는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네 성으로 쳐들어갈 수 있어. 넌 이미 졌어.”안지여가 웃었다. “졌다고? 그래?”안지여는 수하의 대장군이 믿음직해서, 그들을 당하게 놔줄 수도 있다고 여겼다. 대장군의 부대는 분명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 아마 지금쯤이면 궁수들이 이미 배치를 마치고 그들을 전부 쏴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머니, 저자와 말 섞으실 필요 없어요. 앉아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의자를 올리더니 이리봉청을 부축해서 앉혔다.안지여가 이리 나리를 보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