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와 찹쌀이 함께 일어나 원경릉의 곁으로 비집고 들어갔다."우리는 어머니랑 함께 동생들을 보고 있을래요."원경릉은 아주 비슷한 생김새의 세 개의 작은 얼굴과 그들의 얼굴에 드러난 철이 든 얌전함을 보며 마음속으로 위로를 받았다. 그녀는 억지로 그들을 재우지 않고 그들에게 자신과 함께 쌍둥이를 지키게 했다.반시간이 지나자, 쌍둥이의 열은 완전히 내렸다. 원경릉이 그들을 불렀고 그들은 어렴풋이 대답을 한 후 다시 잠들었다. 거의 새벽이 되자 떡들도 견디지 못하고 연달아 잠에 들었다.그러나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아 만두는 다시 눈을 뜨고 갑자기 화가 난 듯 욕설을 퍼부었다."아프다고 하더니 외할머니 댁에는 갈 수 있는 거야?!"이 말을 듣고서야 원경릉은 마음을 철저히 놓을 수 있었다. 외할머니 댁에 갈 수 있다는 것은 생각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쌍둥이를 깨워 그들에게 손을 뻗어 염력을 써보게 했다. 그러자 쌍둥이는 일어나 함께 손을 내밀었다. 탁자 위의 물잔이 두 사람을 향해 날아왔고 그들이 손바닥을 펴자 물잔은 안정적으로 그들의 손바닥에 떨어졌다.원경릉은 물잔을 들고 다시 그들의 이마를 어루만지며 물었다."아직도 아픈 것 같애?""아뇨! 지금은 안 아파요."쌍둥이가 동시에 말했다.한바탕 열이 나자 오히려 좋아지다니 참 이상했다.이미 오경이 지났으니 원경릉은 아예 잠을 자지 않고 일어나 미색을 찾아갔다.마침 희상궁과 기상궁도 왔다. 어젯밤 태손들이 열이 났다는 것을 듣고 두 사람 모두 긴장하기 그지없었다. 기상궁은 심지어 원 할머니를 청하러 가고 야단법석 이었다.미색은 깨어나 옷을 가볍게 걸치고 원경릉을 만나러 나왔는데, 원경릉의 얼굴에 다크서클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는 물었다."어제 밤 샜나요?""쌍둥이가 어젯밤 열이 나서 그거 보느라 잠을 자지 못했어."원경릉은 자리에 앉았고 이마가 지끈거리며 아픈 것을 느꼈다.미색은 그 말을 듣고 긴장했다."열이요? 괜찮아요? 왜 갑자기 열이 난 거죠
궁에 들어간 후 미색은 바로 명원제를 찾아가지 않고 호비의 궁으로 가 호비와 함께 임신의 여러 증상에 대해 의논했다. 대화가 깊어지고 나서야 그녀는 무심히 한마디 물었다."아바마마께서는 요즘 정무로 바쁘시죠? 마마님과 함께하실 시간이 있습니까?"호비가 웃으며 말했다."요 며칠 모두 나와 함께 수라를 들었어."미색이 물었다."아, 아바마마께서 마마님께 정말 잘해 주시는 것 같군요. 아바마마께서는 다른 분과 수라를 함께 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신다고 들었는데. 그러고 보니 아바마마께서 전쟁에 관해 많이 걱정하시나 봐요?"그러자 호비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이야 당연히 하시지. 그러나 폐하께서는 태상황과 태자에 대해 매우 자신 있다고 하셨어. 그리고 이번에 안풍 친왕까지 돕고 있으니 우리 북당이 반드시 이길 것이야."이렇게 매일 호비와 함께 수라를 들고 있으니, 태자는 무사할 것이다.그러나 미색은 태자비가 어젯밤에 꿈을 꾸었다는 것을 떠올렸는데, 만약 어젯밤 사고가 났다면 소식을 전할 겨를이 없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말했다."마마님과 아바마마의 수라를 지체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그럼 이만 돌아가고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호비가 웃으며 물었다."회왕비, 혹시 무슨 일 있는 것은 아니지?"미색은 자신이 호비를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호비는 항상 털털했지만 때때로 또 세심하기 그지없다. 특히 누군가가 황제에 관해 물을 때 유난히 세심하게 행동했다. 미색은 자리에 앉아 태자비가 어젯밤 악몽에 시달린 일을 말했다."태자비는 태자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봐 사람을 보내 알아봐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보내 알아보아도 며칠이 걸려야 돌아올 수 있으니, 아바마마께서 요 며칠 동안 달라진 점은 없는지 와서 알아보려 했어요. 만약 아바마마께서 낙관적이시라면 태자는 틀림없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겁니다."호비는 잠시 멈칫하다 말했다."하지만 악몽에 시달린 일을 진실로 여겨 서야
"목여 태감께서는 어서방 밖에서 시중을 들고 계십니다."호비는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수라간에 가서 인삼탕을 가져오거라. 내가 직접 가야겠다."이것은 조금 비정상적이다. 지금 조정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북막과의 대전이라 나머지 큰일은 모두 보류되었다. 전쟁을 제외하고 황제가 점심과 저녁 수라를 들지 않고 어서방에서 의논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그녀는 궁녀에게 인삼탕을 들고오라 명한 뒤 어서방으로 향했다. 어서방 안에는 금군이 지키고 있었고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그들은 호비인 것을 보고도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그러자 목여 태감이 멀리서 보고 다급히 다가왔다."마마, 여긴 어찌 오셨습니까?"호비는 초조하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목여 태감이 억지웃음을 지어 보이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더욱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폐하께서 수라를 드시지 않았다고 들었네. 이렇게 드시지 않다 가는 몸이 상할까 봐 걱정되어서 왔다네. 마침 인삼탕을 끓였으니 이렇게 직접 가지고 왔어."그녀는 머리를 내밀고 보다가 의아해했다."안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 같네. 폐하께서는 아직도 의사하고 계신 건가?"목여 태감은 손을 뻗어 인삼탕을 받으며 말했다."마마, 돌아가십시오. 소인이 전하면 되옵니다. 폐하께서는 대신들과 정사를 의논하고 계셔서 마마께서 들어가기 불편합니다."호비가 대답을 한 뒤 다시 물었다."이렇게나 시간이 늦었는데 대체 무엇을 의논 하는 것인가? 무슨 일 생긴 건가?"목여 태감이 억지로 웃었다."소인도 모르옵니다. 소인도 들어가지 못하옵니다. 그러나 큰일은 아니라 그저 일상적인 보고일 뿐일 것입니다."호비는 고개를 끄덕이고 궁녀를 돌려보낸 뒤 목여 태감을 빤히 보았다. 그녀는 긴장과 걱정에 휩싸인 기색을 드러내며 물었다."태감께서는 나를 속이지 마시게. 설마 나의 아버지께 사고라도 난 것인가?"목여 태감은 깜짝 놀라 바삐 답했다."마마께서는 왜 그렇게 생각하시옵니까? 지금 호 대장군님은 괜찮으시옵니다."호비의
호비는 황제가 다쳤다는 말을 듣고 걱정이 되어 물었다."그럼 어의를 청해 보았는가?"목여 태감이 말했다."폐하께서는 어의를 찾지 않았사옵니다. 지금은 매우 초조한 상태시라 몇 마디 말만 하셔도 화를 내십니다. 방금 대신들이 좋지 않은 의견을 내자 이미 무릎까지 꿇었사옵니다. 아이고, 마마께서는 돌아가십시오. 소인이 마마에게 말했다는 것을 폐하께서 알게 해서는 안 되옵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인도 벌을 받아야 합니다."호비가 말했다."그럼 태감께서 폐하를 잘 보살피게나. 이 인삼탕도 달래서 드시게 하시게. 나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저 태자가 무사하기를 바랄 뿐이라네.""마마, 그럼 조심히 들어가십시오!"목여 태감은 어서방 쪽에서 인기척이 나는 것을 듣고 깜짝 놀라 얼른 인삼탕을 들어 배웅했다.호비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어서방 입구를 힐끗 쳐다 보았는데, 한 대신이 나서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그 대신이 위태부인 것을 단 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위태부의 발걸음은 힘이 없어 보였고 안색은 몹시 침울했다. 보아하니 태자의 상황은 정말 심각한 것 같다.호비는 떠난 후 마음속으로 정신이 없었다. 태자비의 꿈이 정말 들어 맞았다니, 이 일을 어찌해야 하면 좋을까? 그녀를 위해서라도 절대 그녀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그러나 회왕비는 내일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렇다면 회왕비에게 알려야 할까? 하지만 회왕비는 입이 가벼워 회왕비가 혹시라도 태자비에게 알리기라도 한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호비는 처음에는 그저 우문호만을 걱정했을 뿐이였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조정의 대신들이 했던 말들이 떠올랐고 그녀는 속으로 더욱 두려웠다. 만약 태자에게 일이 생긴데다가 황제가 이렇게 그녀를 아끼니 열째가 모든 대신들의 눈엣가시로 될 것이다. 비록 열째도 어리지만, 황제는 아직 젊다. 게다가 열째와 태손은 나이 차이가 크지 않아 그녀는 아직 어린 열째가 이런 소용돌이에 휘말릴까 봐 두려웠다. 그녀는 열째가 평생 형님들의
황귀비는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다섯째에게 절대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는 황태자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그에게 무슨 사고가 생긴다면 나라의 기반 전체가 흔들릴 것이다.형제 사이의 황위 쟁탈은 비록 가까스로 멈추어졌지만 이미 황제와 북당에게 크나큰 대가를 치르게 했다. 만약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태자에게 사고라도 난다면...황귀비의 눈동자가 천천히 호비의 얼굴로 향했다. 그녀가 긴장할 만도 하다. 그녀의 친가는 세력이 크고 그녀도 황제의 사랑을 받고 있기에 아직 어린 열째는 가장 쉽게 언급될 것이다. 그러나 태손의 명분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조정의 신하들은 결코 열째가 자리를 다투려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열째는...?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당황하지 말게. 태자한테는 반드시 아무 일도 없을 것이네. 내일 회왕비가 궁으로 들어왔을 때 그녀에게 이 일을 알려서는 안 되네. 회왕비는 태자비를 속이지 못할 것이야. 태자비가 이 일을 알고 아이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긴다면 큰일이네. 자네가 무심코 한 일이라고 해도 누군가는 자네의 책임을 추궁할 것이고 자네 모자를 궁지에 몰아넣을 것이네. 돌아간 후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고, 내일 회왕비가 묻더라도 황제께서 오지 않아 소식을 모른다고 전하게나."호비는 멈칫했다."그러나 태자비에게 알리지 않고 나중에야 알게 된다면 신첩을 탓할 것입니다."황귀비도 머릿속이 착잡했지만 애써 이성의 끈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 알려준다고 한들 태자비가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전쟁터에는 태상황이 계시니 타당한 계획이 있을 것이네. 우리는 후궁의 사람이니 본디 전쟁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만약 태자비에게 알려줘야 한다면 우리가 아닌 폐하께서 알려주실 것이네. 괜찮네, 너무 당황하지 말게나. 태자는 반드시 괜찮을 것이야."호비가 낮게 중얼거렸다."예, 괜찮을 것입니다. 신첩은 비록 걱정이 지나쳤지만, 그저 태자께서 무사하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그는 제왕과 손왕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미 이 소식으로 인해 깜짝 놀라 눈가에 그에 못지않은 걱정이 드러나 있었다. 그러나 그들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그는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이 일어났을 때에야 누가 더욱 믿음직스러운지, 누가 더 상황을 안정시킬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다섯째는 결코 이렇게 당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아바마마, 소자는 수주부로 가고 싶사옵니다!"제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울고 싶었지만 차마 울지 못해 밤새 참다 보니 눈시울이 붉어진 상태였다. "폐를 끼치지 말거라. 네가 가서 무슨 도움이 될 수 있느냐?"명원제는 누가 자진하여 전쟁터로 향하는 것이 아닌. 북당과 다섯째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기에 일곱째의 슬프고 망연한 얼굴에서는 답을 얻을 수 없었다.이튿날 정오가 되어서야 두 번째 소식이 전해져왔다.냉정언이 다급히 낭독했다. 두 번째 서신은 태상황이 직접 쓴 거였다. 서신 속 내용에서는, 태자는 자금단을 복용한 후 태자비의 치료를 받기 위해 늑대파의 두 사람과 일부 무림 인사들이 경성으로 호송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중상을 입었기 때문에 경성으로 향하는 도중에 변고가 생길 수도 있으니, 방법을 강구하여 맞이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큰일이 생긴다고 했다. 명원제는 마지막 구절을 보고는 가슴이 갑자기 빨리 뛰기 시작했다.태상황이 무거운 말을 쓴 것으로 보아 다섯째의 부상이 아주 심각하여 언제든지 생명이 위태롭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즉시 사람을 소집하여 토론했다. 한참 토론을 한 뒤 냉정인이 태자의 부상을 더욱 심해지게 하지 않으려면 어의와 태자비도 동시에 출발하여 중간에서 만나야 길을 단축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그러나 태자비가 지금 임신을 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만약 그녀에게 다섯째한테 사고가 났다고 알려주면 그녀는 순식간에 슬픔과 초조한 상태에 빠질 것이다. 게다가 길을 재촉한다면 그녀가 과연 안정을 취할 수나 있을까?최악의 상황으로 태자를 구하지 못한 데다 태자비 쪽
모두 놀라고 말았다. 이건...!명원제가 목여 태감을 꾸짖었다."정말 미색에게 말을 하지 않은 것인가?"목여 태감이 다급히 앞으로 나가 미색을 부축하며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 말했다."폐하, 소인 감히 말하지 못했사옵니다. 회왕비께서 오시고 나면 다시 이야기 하려고 했사옵니니다."미색처럼 강한 여인도 기절할 정도이니 태자비의 연약한 몸집으로는 다 듣지도 못하고 기절할 수도 있었다.미색은 긴 치료를 거쳐 드디어 깨어났다. 방 안의 가득 수심에 찬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의 눈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내렸다.제왕이 황급히 말했다."여섯째 형은 괜찮사옵니다. 사고가 난 사람은 다섯째 형이옵니다."미색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고 심장은 내려앉았고, 또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눈물은 뚝 그쳤지만, 제자리에서 넋을 잃고 말았다. 태자에게 정말 일이 생겼다니!그녀는 곧 바로 마음속으로 태자비가 깜짝 놀라 미칠 수도 있다는 걱정부터 했다.그녀는 목여 태감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 앉았고 아랫배가 조금 아프다고 느꼈다. 방금 극도의 두려움으로 인해 온몸의 피가 순식간에 머리와 심장으로 몰려들었고 어지러워서 기절해 배를 부딪쳤는지도 모른다. 명원제는 어의를 찾아왔다. 진단 결과, 큰 문제는 없었고 아마 경악으로 인해 태아를 놀라게 했을 것이라고 했다. 명원제는 온몸에 식은땀이 났고 제왕의 의견이 맞다는 생각에 걱정을 굳혔다. 여섯째에게 사고가 났다고 말한 뒤 태자비를 가능한 한 빨리 출발하게 해야 한다.명원제는 혼비백산한 미색을 힐끗 보았다. 위기만 있고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는 태자비에게 다섯째한테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절대 알리지 말라고 여러 번 신신당부하고 나서야 제왕에게 직접 초왕부로 데려다주라고 명했다.미색은 가마에 앉아 있었는데, 여전히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었다.태자의 상황은 아주 심각할 것이다. 만약 정말 큰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다섯 아들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원경릉과 이렇게 오
그는 원경릉이 이미 뒤뜰로 간 것을 보고 나서야 탕양을 꽉 잡고 앞문으로 걸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탕대인, 여섯째 형에게 사고가 난 것이 아니라 다섯째 형한테 난 것이옵니다. 그러니 탕대인이 따라가 길에서 반드시 형수에게 잘 숨겨야 하옵니다. 절대 길에서 태자비에서 사고가 나게 해서는 안 되옵니다."그러자 탕양은 놀라서 정신을 잃을 뻔했고 입술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예?""그런 표정 짓지 마시오. 다섯째 형수는 아주 똑똑하니 들키면 큰일날 것이옵니다. 안정을 찾아야 하옵니다. 이 일은 모두 탕대인에게 맡길 테니 어서 안배하시오."제왕이 다급히 말했다.탕양은 고개를 돌려 이를 악물었고 눈가에는 의연한 빛이 드러났다. 그리고 성큼성큼 걸어 밖으로 나갔다.사식이은 회왕에게 일이 생겼다는 것을 듣고는 바로 미색을 위로하러 왔다. 미색은 의자에 앉았지만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혹시라도 방심해서 사식이에게 모두 말해버릴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잠시 후 사식이에게 말했다."가서 물건 좀 치워주거라. 난... 난 여기 좀 앉아 있으면서 마음을 가라앉혀야겠다."사식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는 누가 위로를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서둘러 돌아가 원경릉을 도와 물건을 정리했다.원경릉은 쌍둥이의 방에서 쌍둥이의 열을 확인했고 기라와 녹주도 이미 물건 정리를 돕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사식이가 들어오는 것을 보며 말했다."이번에 외출하면 아마 반달 정도 걸릴 것이야. 탕대인도 나를 따라갈 것이니 초왕부의 일들은 너와 상궁에게 맡기마.""원 언니, 걱정하지 말고 가셔도 되옵니다. 제가 다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사식이는 물건을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다가 슬픔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회왕비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정말 괴롭군요. 그녀의 손이 얼마나 차가운지… 걱정이 될 것입니다."원경릉이 한숨을 내쉬었다."그럴 것이야. 게다가 이 일은 정말 너무 큰 일이니 말이야. 여섯째의 몸이 원래 그다지 좋지 않았으니 이러다가
대오가 경성으로 돌아올 때 홍엽도 원숭이와 같이 돌아왔는데, 그도 풍도성에서 힘을 보탰다. 사실 홍엽이 안 가도 안풍 친왕이 모든 걸 다 준비해 둬서, 안풍 친왕 능력이면 안지여 정도 상대하기는 식은 죽 먹기였다.이리 나리 일행은 경성에 도착해, 우선 집으로 돌아가 공주와 천행이를 보고 가족이 함께 밥을 먹은 뒤 입궁해서 경과를 보고했다.사적인 원한은 한두 마디로, 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은 지금 받아야 할 벌을 받고 있으며 아직 죽이지 않았다고 했다남은 건 정사를 논하는 것이었다.“어머니와 같이 풍도성에서 보름 정도 지내며 기본적인 민심을 파악했는데, 천문 세가는 백성들 사이에서 아직 명망이 높아 보입니다. 풍도성 백성들은 사실 세금이 너무 많고 경제가 번영한 성과가 전부 안지여 수중에 떨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어 안지여의 통치에 불만이 있었다고 합니다. 조정에서 풍도성을 접수한 것에 백성들 대부분은 찬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천하태평이냐 하면 그럴 순 없는 것이, 일부는 성주가 자기들의 황제라 여기고, 조정이 풍도성을 접수한 것이 풍도성이 침략당했다고 여겨 나중에 약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부를 임명하실 때 신중하셔야 할 것입니다.”우문호가 말했다. “흠, 큰할아버지께서 천거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박원이라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그러자 이리 나리의 눈빛이 빛났다. “제 아버지가 추천한 사람이니 전 찬성입니다!”“아버지?” 우문호가 의아해하며 이리 나리를 쳐다봤다. ‘안풍 친왕비가 사부님이면 안풍 친왕은 사부의 남편 아닌가? 어떻게 아버지가 되지? 사부님의 배우자니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맞지 않나?’“흠, 안풍 친왕은 제 아버지십니다!” 이리 나리는 더 설명할 생각이 없는지 어쨌든 그렇다고 주장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한 번도 그를 아버지라 부른 적 없지만, 마음속에서만큼은 진정한 아버지였다.“하하하!” 우문호도 그저 웃으며 더는 묻지 않았다.이리 나리가 퇴청할 때 우문호가 이리 나리를 부르자 고개를 돌렸다. “무
“우선 박원이랑 소홍천 의사부터 물어보자. 억지로 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동안 그들이 날 많이 도와줬으니 전부 원하는 대로 하자고.” 우문호가 말했다.“그러자!” 원경릉이 일어서며 말했다. “오늘 저녁 애들 데리고 어머님께 가서 수라를 들려면 빨리움직여야 해. 꾸물대면 늦을거야.”그러자 우문호도 계란이를 안고 일어섰다. “그래, 우리 황조모한테 가서 맘마 먹자.”우문호가 나가서 부르자 아이들이 달려와, 같이 왁자지껄하게 수라를 들러 황태후 전으로 갔다.황태후는 원래 우문호에게 할 말이 있었지만, 식사 자리에 아이들이 있어서 기다렸다가 저녁을 다 먹은 뒤 우문호와 아이들이 나가서 놀고, 원경릉이 황태후와 얘기를 나눌 때 말을 꺼냈다.“천행이가 태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부마를 풍도성으로 보낼 수가 있지.. 공주가 얼마나 괴로웠을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공주는 사정을 훤히 알고 있어서, 이리 나리께서 풍도성에 가는 걸 지지하셨는걸요.”“말은 그렇게 해도, 출산 후에 여자 곁엔 남편이 있어야 하는 법이야. 하지만 이것도 단지 우리 가족끼리 하는 얘기일 뿐이고, 조정 일을 내가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는 노릇이지.”황태후는 이리 나리가 풍도성으로 간 진정한 목적을 전혀 몰랐으며, 단순히 어지러운 형국을 정리하러 갔다고만 알았기 때문에 순수하게 공주를 아끼는 마음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어마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이리 나리는 이미 돌아오는 중이래요.” 원경릉이 위로하자 황태후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거 잘됐네!”온 가족이 별빛을 받으며 천천히 소월궁을 거닐었다.계란이는 아빠 품에서 잠이 들었고, 아이들은 놀다 지쳐서 아빠 엄마를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으며, 목여 태감이 궁인 둘을 데리고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가운데, 궁 안은 인적이 드물어 밤이 되자 상당히 고요했다.“어마마마께서 공주를 아끼셔서, 이리 나리가 하필 이때 풍도성에 보냈냐고 하셨어.” 원경릉이 말했다.“날 원망하셨어?” 우문호는 품에 있는 아이가 깰
늑대파 사람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질질 끌고 나가는데, 소여쌍은 여전히 미친사람처럼 웃어대기만 했다.이리봉청은 그들이 끌려 나가는 것을 보자, 눈앞에 안지여가 자신을 데리고 소여쌍의 침대 앞으로 가서 소여쌍의 그 악랄한 말을 듣던 순간이 떠올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여리여리하고 아름답던 그녀가 이렇게 변해 버린 게 꿈처럼 느껴졌다.풍도성을 접수한 뒤 안풍 친왕은 관리들을 새롭게 임명했고, 더 이상 성주 같은 것을 두지 않고 조정과 이부에 적합한 인사를 선발해 풍도성 지부로 앉힐 것을 요청했다. 풍도성은 더 이상 이전의 독립 자치 지역이 아닌, 다른 주나 현과 마찬가지로 조정에 귀속되어 통일서 있게 다스리게 되었다.더불어 안풍 친왕은 별도로 서신을 써서 황제인 우문호에게 보냈는데, 풍도성을 추천하지만, 이건어디까지나 건의와 추천이니 황제가 생각하는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안풍 친왕의 추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동시에 안지여의 잔당들이 계속 나타났다.안풍 친왕이 이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오고, 호랑이와 눈 늑대, 회색 늑대까지 출동시킨 건 바로 모든 세력을 강화하고, 신속하게 진압해 풍도성을 조정에 복귀시키고 보름 만에 비적을 토벌하며 기본적인 숙청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박원은 잔당의 남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안풍 친왕의 영패를 가지고 부근에 5천 명의 군사를 파견시켜 풍도성을 지켰다. 이리 나리는 자금을 지원해 천문 세가의 묘를 이장하였는데, 이전 무덤은 안지여가 고른 곳으로 폐허에 가까워, 그는 천문 세가 사람들이 그런 곳에서 안식을 취하기를 원하지 않았다.풍도성에 온지 거의 한 달가량 될 때쯤, 대군은 경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돌아가기 전에 미색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보러 갔다가, 돼지우리에서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사는 것을 보고 그제야 비로소 맺혀 있던 한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미색은 이리 나리와 어머님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두 사람은 이미 안지여가 누군지 잊은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리봉청에게 있어 모든 건 지나가지 않았고, 36년 전 일은 여전히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어머니, 그를 어떻게 처분하시겠어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없어 함께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리봉청이 다시 되묻자 이리 나리가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말했다. “제게 처분하라고 하면 전 그를 죽여 버릴 겁니다.”이리봉청은 알았다며 대답만 했다가, 다시 30분쯤 걷다가 정자에 앉아 을 때 말을 덧붙였다. “난 안 죽일 거야.”이리 나리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또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반대야. 그 인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약해진 거지. 사실 며칠 동안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인간을 백번이라도 죽이겠지만, 난 그럴 수 없더구나. 아들아, 게다가 오늘 천문 세가 대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 더욱 마음을 굳혔단다.”이리봉청이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 원래 온통 사람 소리로 가득한 곳이였다. 그들의 웃던 광경이 눈앞에 비치는가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 세가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엾게도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아서 제일 어린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이리봉청의 얼굴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자와 소여쌍을 밖에 내버리고 사람을 시켜 지켜보도록 해. 죽게 두지 말고 계속 살려둬. 36년은 더 살면서 이 세상의 고생을 모두 겪어야, 내 마음에 맺힌 한이 풀리고 억울한 망자들도 안식에 들지!”이리 나리는 온몸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네, 전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안지여와 소여쌍은 버려졌다. 짧은 며칠 사이에 안지여는 의기양양하던 성주에서 시궁창 쥐로 변해, 사람들이
안지여는 풍도성 지하감옥에 갇혔다. 빛 한 줄기 없는 지하감옥에서 사방에 끝없는 어둠과 절망만이 안지여를 삼키고 있었다.훼천의 형벌은 12 시진 후면 사라져서, 앞으로 안지여는 그저 한 명의 폐인일 뿐이었다.안지여의 결사대가 성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전에, 이리봉청은 오 선생을 찾아내 안지여가 저지른 모든 죄를 고백하게 하고 안풍 친왕이 친필로 받아 적었다. 안지여가 당시 천문 세가를 해친 경위를 소상히 써 내려간 뒤, 오 선생과 안풍 친왕의 직인을 찍고 인쇄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안지여의 죄악은 하늘을 찔러 백성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안지여의 결사대의 옛 부하들이 본래 성을 공격해 들어가 안지여를 구출할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안지여의 죄상이 공포된 뒤로 많은 사람들이 해산하였다. 유일하게 무대장군만이 수천 명을 데리고 성으로 쳐들어왔지만, 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가 이미 대비해둔 덕분에, 경성에서 굴러온 돌이 무대장군의 박힌 돌을 빼내는 전투를 벌였다.풍도성에 온 지 7일째, 안풍 친왕은 풍도성을 접수하고 성에 살던 사람을 쫓아내며 서민으로 강등시켰다.안지여와 소여쌍에 대한 처분은 이리봉청에게 넘겼다.안지여는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6일을 지내는 동안, 처음엔 침착한 척 가장했으나 사흘째가 되자 울부짖으며 악독한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나흘째가 되자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며 참회했다.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안지여는 일어나 걸을 수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몫숨을 끊을 힘도 없었다.그 와중에 매일 누군가가 먹고 마시도록 해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어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훼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망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으로, 온 마음으로 죽기를 바라지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안간힘을 쓴 뒤 다시 절망에 빠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사람을 한없이 죽였다 살렸다 괴롭힌다고 했다.결국 안지여를 죽일지 말지 여부는 이리봉청에게 달렸는데, 그녀는 안지여를 단번에 죽여 천문 세가
안지여의 이마에 파란 힘줄이 불끈불끈했으나 냉정을 가장했다. “내가 두려워할 줄 알았나 보지? 죽음도 두렵지 않은데 뭘 더 두려워하겠어?”“넌 두려울 것이야!” 이리봉청이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를 보고 살짝 그의 팔을 잡았다. “내가 오는 길에 늑대파 사람이 그러던데, 천하에서 제일 잔혹한 형벌을 아는 사람이 늑대파에 있다고. 그게 사실인 것이냐?”이리 나리가 가볍게 답했다. “물론 사실이죠. 훼천이라고 합니다. 늑대골 출신이에요.”“안지여가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보고 싶구나.” 이리봉청이 말했다.이리 나리가 엄숙한 태도로 명을 내렸다. “훼천!”그러자 훼천이 급히 나왔다. “이리 나리, 분부하시지요!”이리 나리는 그가 짐짓 냉정한 척하고 있으나 눈빛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몸까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워 훼천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시작해!”안지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욕했다. “난 네 아버지거늘,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 같으니라고!”이리봉청이 이 말을 듣고 잠시 주저하는 눈빛으로 이리 나리를 바라봤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 아버지는 오직 저를 키워주신 안풍 친왕뿐이십니다.”이리봉청이 살짝 안도했다. “저 인간이 단지 나만 해쳤으면 네 체면을 봐서 놔줬겠지만 천문 세가의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난 용서할 수 없구나.”“이리봉청, 너 언제 이렇게 악랄하게 변했어? 죽이려거든 그냥 죽여. 난 천문 세가 사람을 죽이긴 했어도 그들을 괴롭히진 않았어. 네가 날 죽이려거든 깨끗하게 단번에 죽여!”안지여가 크게 노해 몇 번 몸부림을 치다가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배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훼천이 가까이 다가가자, 눈에 두려움이 깊어졌는데, 늑대골 출신 훼천은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뿜어져 나와 안지여를 덜덜 떨게 했다.“이리율!” 안풍 친왕비는 시ㅈ가하기 전에 이리 나리를 불렀다. “내가 여기서 네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 넌 먼저 나가 있거라!”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에게
안지여에게 구원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리 나리 일행이 성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오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풍 친왕비가 미리 사람을 풍도성으로 보내 각처, 특히 성 수비군과 군대에 잠입시켜, 음식에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을 풀어, 오늘 중독 증상이 나타나도록 독의 분량을 조절했다.적어도 내일까지는 안지여를 도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독성은 적어도 이틀이 지나야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틀 동안 그들은 설사와 전신 무기력으로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와서 도울 수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기력을 회복할 때쯤이면, 안지여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는 성을 통제하고, 안지여 부부를 제압해 두 사람을 줄로 묶고 지혈시켜 주었다.안지여는 요 몇 년 동안 자신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는 풍도성이 부유하기 때문으로, 돈으로 많은 사람을 살 수 있었으며, 여러 곳에서 추켜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절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유는 진정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주변의 떠돌이 비적은 작은 마을 규모로 너무 작아서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그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적이 너무 약해서였다.조정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적 없는 비적었기에 일격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이리 나리는 둘을 중정에 묶어 두었다. 온 바닥에 남은 음식과 깨진 기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안지여는 마음속 깊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를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많은 고수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런 결말을 맞다니 너무 불쾌했다.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하고 안지여 부부 앞으로 가서, 그녀가 안지여 부부를 내려다보자, 그들은 낭패에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이리봉청은 분노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그들을 죽이면 커다란 복수는 이뤄 천문 세가 망자의 원혼은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쉽게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리 나리가 검을 휘두르며 안지여를 겨누자, 안지여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후퇴했다.공자들은 돕고 싶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에게 바로 제압당했다. 안지여는 이리율 것으로 그들은 주변 사람을 제압하기만 할 뿐 옆에 서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이리율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를 가르친 안풍 친왕 부부를 제외하고,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이리율의 검법은 신속하고 맹렬해서 안지여는 상대하느라 쩔쩔매고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성안의 호위들은 늑대 무리와 늑대파, 홍매문 사람들에게 막히는 바람에 안지여는 홀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30분을 못 가서 안지여는 질게 틀림없었다.놀란 나머지 계속 실성해 있던 소여쌍이 갑자기 이리봉청을 향해 바싹 마른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광적인 집착과 분노에 사로잡혀 성질을 부렸다. “멈춰, 다들 멈추라고. 안 그러면 내가 이년을 죽여버릴 것이니까!”소여쌍은 무공을 할 줄 알았지만 잘하지 못한 것이 어릴 때부터 계속 중병을 앓아 무공 연습에 소홀했고 성주 부인이 된 뒤로는 더욱 병기에 가까이할 일이 없었지만, 공력만큼은 아직 약간 있었다.소여쌍은 증오의 힘으로 이리봉청의 목을 졸랐는데, 소여쌍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리봉청의 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안풍 친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서려 하자, 안풍 친왕비가 말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참으라는 눈짓을 하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모두가 이리봉청이 제압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으로 뭔가를 쥐고 있어 소여쌍의 어깨 위를 휘감고 팔을 눌러 소여쌍이 머리를 돌리게 했다. 이리봉청 손에 쥔 것은 바늘로, 그대로 소여쌍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들어갔다.소여쌍이 절규하며 이리봉청을 놔주고 선혈이 흐르는 눈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며 새된 소리를 지르는데, 원망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쏟아
풍도성 중정에는 안지여의 아들들과 사위가 그의 곁에 남았는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점점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이 사람들, 아주 대단하구나!’안지여는 이리봉청을 보고 비록 조금 냉정해 보였지만, 여전히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갑자기 소여쌍이 큰 소리로 웃으며, 몸을 앞뒤로 흔들며 눈물을 찔끔거리더니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가리키며 원망했다. “뜻밖에 네가 안 죽었단 말이지? 게다가 아들까지 있고. 참으로 황당하구나. 정말 너무 황당해. 원래 죽어야 했을 인간은 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할 사람은 36년간 괴로움을 당했어. 이리봉청 네가 날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넌 이제 지옥에 떨어져야 해.”이리봉청은 소여쌍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는데, 그녀 눈에는 지금 안지여만 들어왔다.안지여는 36년을 살아왔지만, 이리봉청에게 있어 36년은 마치 사라진 시간처럼 멸문지화의 원한이 어제 일 같았다.안지여도 이리봉청의 눈에서 분노와 악랄함을 보고, 처음으로 마음속에 두려움을 느꼈다.안지여는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네 사람을 데리고 가. 지난 일을 묻지 않을 테니. 그렇지 않으면 풍도성에서 곧바로 10만 대군이 올 것으로, 살아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이리봉청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우리는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네 성으로 쳐들어갈 수 있어. 넌 이미 졌어.”안지여가 웃었다. “졌다고? 그래?”안지여는 수하의 대장군이 믿음직해서, 그들을 당하게 놔줄 수도 있다고 여겼다. 대장군의 부대는 분명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 아마 지금쯤이면 궁수들이 이미 배치를 마치고 그들을 전부 쏴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머니, 저자와 말 섞으실 필요 없어요. 앉아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의자를 올리더니 이리봉청을 부축해서 앉혔다.안지여가 이리 나리를 보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