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제왕과 손왕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미 이 소식으로 인해 깜짝 놀라 눈가에 그에 못지않은 걱정이 드러나 있었다. 그러나 그들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그는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이 일어났을 때에야 누가 더욱 믿음직스러운지, 누가 더 상황을 안정시킬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다섯째는 결코 이렇게 당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아바마마, 소자는 수주부로 가고 싶사옵니다!"제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울고 싶었지만 차마 울지 못해 밤새 참다 보니 눈시울이 붉어진 상태였다. "폐를 끼치지 말거라. 네가 가서 무슨 도움이 될 수 있느냐?"명원제는 누가 자진하여 전쟁터로 향하는 것이 아닌. 북당과 다섯째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기에 일곱째의 슬프고 망연한 얼굴에서는 답을 얻을 수 없었다.이튿날 정오가 되어서야 두 번째 소식이 전해져왔다.냉정언이 다급히 낭독했다. 두 번째 서신은 태상황이 직접 쓴 거였다. 서신 속 내용에서는, 태자는 자금단을 복용한 후 태자비의 치료를 받기 위해 늑대파의 두 사람과 일부 무림 인사들이 경성으로 호송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중상을 입었기 때문에 경성으로 향하는 도중에 변고가 생길 수도 있으니, 방법을 강구하여 맞이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큰일이 생긴다고 했다. 명원제는 마지막 구절을 보고는 가슴이 갑자기 빨리 뛰기 시작했다.태상황이 무거운 말을 쓴 것으로 보아 다섯째의 부상이 아주 심각하여 언제든지 생명이 위태롭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즉시 사람을 소집하여 토론했다. 한참 토론을 한 뒤 냉정인이 태자의 부상을 더욱 심해지게 하지 않으려면 어의와 태자비도 동시에 출발하여 중간에서 만나야 길을 단축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그러나 태자비가 지금 임신을 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만약 그녀에게 다섯째한테 사고가 났다고 알려주면 그녀는 순식간에 슬픔과 초조한 상태에 빠질 것이다. 게다가 길을 재촉한다면 그녀가 과연 안정을 취할 수나 있을까?최악의 상황으로 태자를 구하지 못한 데다 태자비 쪽
모두 놀라고 말았다. 이건...!명원제가 목여 태감을 꾸짖었다."정말 미색에게 말을 하지 않은 것인가?"목여 태감이 다급히 앞으로 나가 미색을 부축하며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 말했다."폐하, 소인 감히 말하지 못했사옵니다. 회왕비께서 오시고 나면 다시 이야기 하려고 했사옵니니다."미색처럼 강한 여인도 기절할 정도이니 태자비의 연약한 몸집으로는 다 듣지도 못하고 기절할 수도 있었다.미색은 긴 치료를 거쳐 드디어 깨어났다. 방 안의 가득 수심에 찬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의 눈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내렸다.제왕이 황급히 말했다."여섯째 형은 괜찮사옵니다. 사고가 난 사람은 다섯째 형이옵니다."미색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고 심장은 내려앉았고, 또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눈물은 뚝 그쳤지만, 제자리에서 넋을 잃고 말았다. 태자에게 정말 일이 생겼다니!그녀는 곧 바로 마음속으로 태자비가 깜짝 놀라 미칠 수도 있다는 걱정부터 했다.그녀는 목여 태감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 앉았고 아랫배가 조금 아프다고 느꼈다. 방금 극도의 두려움으로 인해 온몸의 피가 순식간에 머리와 심장으로 몰려들었고 어지러워서 기절해 배를 부딪쳤는지도 모른다. 명원제는 어의를 찾아왔다. 진단 결과, 큰 문제는 없었고 아마 경악으로 인해 태아를 놀라게 했을 것이라고 했다. 명원제는 온몸에 식은땀이 났고 제왕의 의견이 맞다는 생각에 걱정을 굳혔다. 여섯째에게 사고가 났다고 말한 뒤 태자비를 가능한 한 빨리 출발하게 해야 한다.명원제는 혼비백산한 미색을 힐끗 보았다. 위기만 있고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는 태자비에게 다섯째한테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절대 알리지 말라고 여러 번 신신당부하고 나서야 제왕에게 직접 초왕부로 데려다주라고 명했다.미색은 가마에 앉아 있었는데, 여전히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었다.태자의 상황은 아주 심각할 것이다. 만약 정말 큰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다섯 아들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원경릉과 이렇게 오
그는 원경릉이 이미 뒤뜰로 간 것을 보고 나서야 탕양을 꽉 잡고 앞문으로 걸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탕대인, 여섯째 형에게 사고가 난 것이 아니라 다섯째 형한테 난 것이옵니다. 그러니 탕대인이 따라가 길에서 반드시 형수에게 잘 숨겨야 하옵니다. 절대 길에서 태자비에서 사고가 나게 해서는 안 되옵니다."그러자 탕양은 놀라서 정신을 잃을 뻔했고 입술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예?""그런 표정 짓지 마시오. 다섯째 형수는 아주 똑똑하니 들키면 큰일날 것이옵니다. 안정을 찾아야 하옵니다. 이 일은 모두 탕대인에게 맡길 테니 어서 안배하시오."제왕이 다급히 말했다.탕양은 고개를 돌려 이를 악물었고 눈가에는 의연한 빛이 드러났다. 그리고 성큼성큼 걸어 밖으로 나갔다.사식이은 회왕에게 일이 생겼다는 것을 듣고는 바로 미색을 위로하러 왔다. 미색은 의자에 앉았지만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혹시라도 방심해서 사식이에게 모두 말해버릴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잠시 후 사식이에게 말했다."가서 물건 좀 치워주거라. 난... 난 여기 좀 앉아 있으면서 마음을 가라앉혀야겠다."사식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는 누가 위로를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서둘러 돌아가 원경릉을 도와 물건을 정리했다.원경릉은 쌍둥이의 방에서 쌍둥이의 열을 확인했고 기라와 녹주도 이미 물건 정리를 돕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사식이가 들어오는 것을 보며 말했다."이번에 외출하면 아마 반달 정도 걸릴 것이야. 탕대인도 나를 따라갈 것이니 초왕부의 일들은 너와 상궁에게 맡기마.""원 언니, 걱정하지 말고 가셔도 되옵니다. 제가 다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사식이는 물건을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다가 슬픔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회왕비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정말 괴롭군요. 그녀의 손이 얼마나 차가운지… 걱정이 될 것입니다."원경릉이 한숨을 내쉬었다."그럴 것이야. 게다가 이 일은 정말 너무 큰 일이니 말이야. 여섯째의 몸이 원래 그다지 좋지 않았으니 이러다가
구사는 문어 뒤에서 하늘을 바라보았는데, 검은색 옷자락이 바람에 날려 펄럭이는 소리를 냈다."이 먹구름은 정말 이상한 것 같사옵니다. 폭우는 천둥과 번개가 치고 난 뒤 곧바로 내리옵니다. 허나 지금 이미 30분이나 지났는데도 비가 오지 않았사옵니다."원경릉도 비교적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지금 이미 배가 조금 커져 길을 너무 서둘러서는 안 되기에 반나절이나 하루 일찍 출발하는 것이 상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30분이 지나고 나서야 하늘은 갈라진 듯이 광풍이 불었고 폭우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천지는 어두컴컴해졌고 비가 끊임없이 대청으로 들어왔다. 구사와 제왕은 거센 비 때문에 본청으로 돌아가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탕양은 초조하게 밖으로 나가 마구간이 무너질까 봐 걱정되어 보러 갔다. 그때, 탕양이 뛰어나가자마자 탁 하는 굉음이 들려왔고 이내 탕양의 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너희들은 누구냐? 여긴 어떻게 들어온 것이냐?"초왕부의 시위들과 금군이 비를 무릅쓰고 달려갔고 두 사람이 바닥에 쓰러져 버둥거리며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소 몸에 딱 붙는 옷을 입고 있었고 옷에는 이상한 부호가 수놓아져 있어 행색이 괴이해 보였다. 머리는 짧다 못해 거의 민머리랑 비슷했다.여자는 긴 머리를 올려 맸고 옷차림이 남자와 마찬가지로 아주 이상했다. 두 사람 모두 나이가 많은 편은 아닌 것처럼 보였고 대략 서른 안팎이 되어 보였다. 남자의 얼굴은 망연했다.여자는 탕양을 보자마자 그를 불렀다."탕대인!"빗줄기는 천천히 걷혔고 먹구름도 바람에 멀리 사라져 하늘은 다시 빛을 발했다. 탕양은 이 낯선 여자를 보았는데, 머리를 아무리 굴려도 누구인지 생각나지 않아 의심스럽게 물었다."당신들은?"그 남자는 여자가 탕양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눈빛이 밝아졌다. 그는 곧장 앞으로 걸어가 탕양의 손을 잡았다."당신이 바로 탕대인이셨군요. 오래전부터 탕대인의 이름을 들었사옵니다!"탕양은 이 사람에게 왠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어디서 본
모두 걸어 나와 이 장면을 보고 놀라서 넋을 잃었다. 태자비에게 사촌 오라버니가 한 명 더 있다니? 정후의 아들인 건가? 왜 들어본 적 없을까? 게다가 이런 옷차림은 정말 보기에 이상할 따름이였다. 그러나 탕양은 두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얼굴이 조금 닮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쩐지 방금 그를 보았을 때도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원경릉은 다른 사람들의 의심스러운 눈빛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계속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오빠가 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해 계속 울다 웃기를 반복했다."외삼촌? 외삼촌!"그때, 뒤에서 놀라움과 기쁨이 뒤섞인 아이들의 함성이 들려왔다.원경릉의 오빠가 몸을 돌리자, 다섯 명의 아이가 쏜살같이 그를 향해 달려들자 그는 갑자기 기쁘면서도 서글픈 감정이 들었다. 꿈에서마저 그들이 돌아가는 장면을 되새기며 지냈는데 지금 정말 그들이 눈앞에 나타나니 사나이라고 해도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쪼그리고 앉아 손을 벌렸고 다섯 아이는 그의 몸에 달려들어 그를 바닥에 넘어트리기까지 했다. 그는 손으로 바닥을 지탱하며 아이들의 흥분한 표정을 바라보았는데 가슴에 무언가가 가득 차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아이들의 이마를 어루만지며 목이 멘 목소리로 말했다."착한 아이들!"이 틈을 타서 탕양이 원경릉을 보며 물었다."태자비, 태자비의 사촌 오라버니십니까?"원경릉은 모두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서야 자신의 추태를 깨달았다. 그녀는 얼른 눈물을 닦고 설명했다. "그렇네. 나의 사촌 오라버니이라네. 일 년 내내 밖에 있다 보니 거의 돌아오시지 않다네. 오라버니께서는 아주 뛰어난 의사라네."탕양은 조금 의심스러웠다. 일 년 내내 밖에서 지내는 사촌 오빠라면 황손들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태손과 황손들이 그를 보고 이렇게 흥분할 리가 있을까? 마치 오랜만에 다시 만난 것과도 같아 보였지만 그가 초왕부를 관리하는 동안 한 번도 원경주라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주진은 천천히 걸어갔는데 익숙한 얼굴들이
원경릉은 제왕의 걱정을 알아차리고 그를 한쪽으로 끌고 가 정중하게 말했다."일곱째, 나는 나의 목숨을 걸고 오라버니가 세작이 아니라는 것에 장담할 수 있다네. 심지어 오라버니께서 함께 간다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네."제왕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허나 정후 대감의 사람이니 저는 따라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그는 다섯째 형수를 믿지 않는 것이 아니고 다만 정후 댁의 남자를 믿지 못할 뿐이였다. 물론 원륜문은 제외이다."나는 반드시 오라버니를 데리고 가야 한다네."원경릉은 전혀 의논할 여지가 없는 말투로 말했다.그러자 제왕은 난처해져 구사와 탕양을 불러 상의했다. 탕양은 태자비를 무조건 믿고 있다. 아니, 구사가 정후 댁의 사람이라고 하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처의 사촌 오라버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그러자 제왕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다들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시니 함께 갑시다."원경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리자, 아이들이 외삼촌을 안고 떠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 보였다. 아이들을 아무리 달래보아도 손을 놓지 않아 원경릉은 결국 화를 냈다. 그제서야 아이들은 아쉬워하며 외삼촌에게 빨리 돌아오라고 애원했다.원경릉의 오빠는 먼저 할머니를 뵙고 싶었지만 모두 급히 떠나려 해서 할머니가 어디 계시는지 원경릉에게 물었다. 그러자 원경릉은 할머니께서 관아에 계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신다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만약 저녁에 출발하면 시간이 지체되니 그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재빨리 회왕을 치료하고 돌아와 할머니를 봬야겠다고 다짐했다. 일행이 집을 나서자 원경릉은 특별히 오빠와 주진을 자신의 마차에 타게 했다. 비록 남녀가 함께 같은 마차에 타는 것은 타당하지 않지만, 남매가 오랫동안 헤어졌다 다시 만났으니 틀림없이 해야 할 말도 많을 것이라 모두 이해해주었다.마차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원경주가 원경릉과 몇 마디 나누기도 전에 주진이 바로 물었다."냉동 창고에서 뇌를 발견했는데 위에는 첫 번째 실
수주부 지뢰 폭발주진은 휴대폰을 꺼내 앨범을 열더니 물었다. “봐요, 이거 선배가 원래 냉동고에 넣었던 샘플이죠?”원경릉은 주진이 보여준 사진을 보고 샬레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난 냉동고에 넣은 적이 없는 걸, 당시에 이미 조수한테 하라고 시켰지.”“그럼 선배 조수가 착각한 거네요. 되는대로 샬레를 냉동고에 넣었는데 영하 십 몇 도에서 대뇌가 생성되어버린 거겠죠.” 주진의 목소리가 조금씩 작아지는 것이 누가 들어도 황당한 소리였기 때문이다.그러자 원경릉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불가능해. 너무 터무니없는 소리야.”정적이 흐른 후 원경릉이 다시 의심스럽다는 듯 말했다. “뇌간 세포가 다시 살아난 뒤 스스로 대뇌를 클론복제 한 게 아니라면? 그렇다는 건 오랜 시간 후 신체가 클론 복제될 수도 있다는 거 아냐?”“어쩌면 그럴 가능성도 있죠.” 주진이 씁쓸한 표정으로 웃었다.원경릉은 머리속에 복잡한 감정이 휘몰아쳤다. 사실 그때는 원숭이가 의식을 통해 다른 시공간의 원숭이를 제어할 수 있었기에 홍엽과 만나는 것이 이상하다고 여겼다. 왜냐하면 원숭이는 차에 치여 100% 완전히 죽어서 원경릉의 원래 몸과는 달랐기 때문이다.원경릉의 대뇌는 죽지 않았다.그렇다면 이렇게 생겨난 대뇌가 원숭이의 의식도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원숭이는 도대체 죽은 것인가 아닌가? 의식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수주부!태상황은 서일을 수주부 탐문 조사에서 불러들여 훼천과 멸지를 데리고 무림 인사들과 태자가 경성으로 돌아오는 것을 호송하도록 했다.북막의 대군이 계속 밖에 있어 매복 사정권 안으로 들어온 적이 없었으므로 호송하는 무리는 수주부 밖에서 떠날 수 없었다. 그리고 이것은 고개를 넘어 험한 길을 각오하고 떠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험한 길을 가는 장점은 바로 거리가 매우 가깝다는 것으로 무려 이틀의 시간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태산준령을 넘는 건 태자의 상처에 좋지 않은데다 마차로 운송할 수 없어 태자를 들쳐 메고 갈 수밖
임종 직전의 우문호매복 사정거리를 기다렸던 북당군이 앞뒤로 협공하는 탓에 북막군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반나절의 계속되는 폭발로 사방에서 연기가 피어 오르고 공격명령이 사방팔방에서 울려 퍼지는데 이때 나타난 북당군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하늘나라 병사와 장수처럼 용맹하고 강인해서 막아낼 수가 없었다.원래 용맹이랑 하면 북막군인데 지금은 서로 입장을 바꾼 듯했다. 진대장군은 이번 전투가 이렇게 처참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전란의 불길 속에 안풍친왕 부부가 채찍을 휘두르며 말을 달려오는 것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공포로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이 안풍친왕 부부는 북막 사람에게는 악몽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이를 악물고 칼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가 큰 소리로 고함을 쳤다. “돌진하라, 어서 돌진하라!”순식간에 해와 달이 빛을 잃어 버렸고 북당의 승리가 눈앞까지 다가왔다.이와 동시에 검마 남변객은 사람들을 데리고 우문호를 피신 시키느라 산길을 걸어 태산준령을 넘어 남쪽으로 갔다. 모두 우문호의 상처를 걱정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우문호가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도록 주의하며 발걸음을 향했다. 훼천은 계속 경성에 서신을 보내 경로에 대한 답을 들었다.이틀 후 그들은 무안부에 도착했고, 이리 나리와 회왕도 합류했다.우문호의 상황은 이미 상당히 안 좋아져서 피를 두번이나 토해, 억지로 정신을 놓지 않고 있을 뿐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겨우 인삼탕을 흘려 넣어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였다.회왕은 우문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완전히 넋을 잃어 버렸다. 그리고 무안부에서 나름 이름난 의원을 불러 우문호를 치료하게 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전부 고개를 흔들며, “태자 전하께서는 이미 임종 단계에 들어가셨다”고 말했다. 회왕과 서일은 심하게 놀랐으나 티는 내지 못하고 둘 다 문 밖에 서서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이리 나리는 집안 비전의 약을 바로 가져와서 먹였다. 약효가 있던 없던 약을 복용한 뒤 계속 길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