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변객은 안풍 친왕을 찾아 자금단을 손에 넣었다. 안풍 친왕 쪽도 배치가 거의 끝나 날이 밝자 기본적으로 준공되었다.남변객은 자금단을 가진 후 재빨리 돌아갔다. 그는 홀로 온 데다 사방이 어둠에 가려져 있어 거의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누군가 알아차린다 하더라도 정탐꾼으로만 알 것이다.우문호는 자금단을 복용하고 상황이 조금 호전되었다. 그러나 군의관은 폐를 다쳤을 가능성이 있으니 자금단을 복용해도 며칠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 했다.태상황은 진지하게 군의관에게 물었다."자네의 추정으로 며칠이나 버틸 수 있는가?"군의관은 참작하다 답했다."보통 사람이라면 자금단을 복용하고 2~3일을 지탱할 수 있지만, 태자 전하께서는 내공의 기초가 있으시니 5일을 버티기에는 충분하옵니다."태상황은 눈살을 찌푸렸다. 수주부에서 경성으로 돌아가려면 5일은 부족할 것이다. 게다가 그는 중상을 입었기 때문에 서둘러 길을 재촉할 수 없다.그때, 남변객이 물었다."그럼 저와 다른 무림 인사들이 호송을 하고 가는 길 내내 내공을 불어넣어 버티게 한다면 며칠을 지탱할 수 있사옵니까?"군의관이 대답했다. "만약 내공으로 버틴다면 열흘도 가능할 것이옵니다. 그러나 소신도 장담할 수 없사옵니다. 내공을 주입하는 것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지요. 너무 세게 주입한다면 내출혈을 초래할 수 있으니 오히려 좋지 않사옵니다.""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는 아주 능숙하옵니다."남변객이 말했다.기왕 이렇게 된 이상 일을 늦춰서는 안 된다. 위왕과 손왕은 즉시 안배를 했고 수주부를 떠나기만 하면 밖에 늑대파의 훼천과 멸지가 응대할 것이다. 임시 무기고가 바로 그쪽에 있으니 훼천과 멸지가 함께 우문호를 경성으로 보낼 수 있다. 이렇게 수하의 사람이 있으니 더 안심할 수 있었다.우문호는 자금단을 복용한 후 깨어났고, 안왕을 제외한 삼대 거두와 친왕들도 모두 그의 곁을 지켰다.우문호는 고개를 여러 번 돌리다가 안왕이 보이지 않자 힘겹게 한마디 물었다."넷째는?""걱정
그는 어려서부터 고집이 세고 사람을 달랠 줄 몰랐으며 독립적이고 강인했기에 아바마마가 그를 위해 마음을 적게 쓰는 것도 정상이였다.경중.원경릉은 한밤중에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얼른 몸을 일으켜 앉았는데, 방금의 악몽을 떠올리니 온몸이 오싹하고 떨렸다. 꿈속에서 다섯째는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도처에 전쟁이 시작되어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저녁에 밖에서 지키고 있던 기라가 다급히 들어와 물 한 잔을 따라주며 물었다."태자비, 왜 그러시옵니까? 악몽을 꾸신 겁니까?"원경릉은 온통 땀투성이가 된 이마를 손을 뻗어 닦았고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기라가 건네준 물을 받아 벌컥벌컥 들이켜고서야 하얗게 질린 얼굴로 물었다."왜 저녁에 지키고 있는 것이냐? 지키지 말라고 했지 않느냐, 어서 돌아가서 자거라.""소인은 태자비께서 밤중에 겁을 먹고 악몽을 꾸실까 봐 걱정되옵니다. 괜찮으시옵니까?"기라는 잔을 건네받고 걱정스럽게 그녀를 바라보았다."괜찮다, 잠깐 악몽을 꾼 것 뿐이다."원경릉은 손을 뻗어 미간을 비볐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것을 느꼈다."악몽은 모두 반대로 되니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이제 겨우 사경밖에 안 됐으니 어서 주무시옵소서."기라는 그녀가 다시 생각을 하면 놀랄까 봐 두려워 무슨 악몽을 꾸었는지 감히 묻지 않았다.원경릉은 마음속으로 너무 두려웠고 알 수 없는 공포가 그녀를 휘감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이불을 젖히고 일어났다."쌍둥이를 보러 가겠다."다섯째가 예전에 위험을 무릅썼을 때 쌍둥이들은 모두 알고 있었고 작은 호랑이를 보내 구할 수도 있었다. 그녀는 쌍둥이에게서 안정감을 찾으려 했다.기라는 잔을 내려놓고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했다."태손들은 모두 잠들었사옵니다.""괜찮다. 그냥 한 번 보고 오마."원경릉은 신을 신었는데, 마치 솜 위에 발을 디딘 것처럼 붕 뜬 느낌이 들어 기라는 등불을 들고 소리쳤다."녹주야!"녹주는 장랑 아래에서 허리를 숙이고 달려와 원경릉이
두 사람 모두 멍한 표정을 지었고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지 못하는 듯했다. 눈동자에는 잠에서 채 깨어나지 않은 듯 흐릿한 빛이 반짝였다."왜 그래? 악몽 꿨어? 방금 아버지를 부르던데."원경릉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한 손으로 쌍둥이를 안았는데, 그들의 체온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그녀는 화들짝 놀라 쌍둥이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쌍둥이가 열이 나고 있었던 것이다!"녹주, 기라야. 너희는 어서 가서 물을 끓이고 유모를 깨우거라."원경릉은 바로 고개를 돌려 그들에게 명령을 한 후, 두 사람이 빠르게 나가자마자 그녀는 약상자를 꺼내 안에서 온도계로 쌍둥이의 체온을 확인했다.확인해 보니 무려 40도에 달하였다. 원경릉을 깜짝 놀랐다.유모는 태손들이 열이 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부랴부랴 일어나 변명했다. "잠들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어찌하여 이렇게 열이 난거지요..?"유모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원경릉은 그녀들이 쌍둥이를 걱정함과 동시에 자기들의 탓일까 봐 우려하는 것을 깨닫고는 괜찮다는 듯 말했다. "괜찮네, 아이가 열이 나고 고뿔에 걸리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네.""허나 태손들은 항상 괜찮았습니다. 아픈 적도 없었습니다."유모도 자신이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고 자책했다.원경릉은 그제야 자신이 어머니로서 걱정 없이 지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쌍둥이든 떡들이든 모두 이렇게 병이 난 적 없었다. 그저 쌍둥이가 현대에서 눈이 충혈된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아주 좋았다.그녀는 쌍둥이에게 물었다."어디 아프냐? 기침은? 목은 아프더냐?"쌍둥이가 머리를 나란히 흔들며 말했다."딱히 아픈데는 없어요."원경릉은 유모에게 물었다."낮에 콧물과 재채기를 한 적 있나요?"유모가 고래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니요. 오늘 정말 즐겁게 노셨습니다."떡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생이 열이 난다는 말을 듣고 만두는 조금 궁금했다."아파? 왜 병에 걸린 거야? 나는 병에 걸린 적 없는데...""병에 걸리지 않았어요!"쌍둥이가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열이 나서 아프다고 해도 헛소리는 하면 안 돼요!"만두가 패기 있게 고개를 돌려 칠성을 노려보았다."넌 무슨 꿈을 꿨니?"칠성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저는 아버지가 돌아오시는 꿈을 꿨어요.""맞아, 아버지는 곧 전쟁에서 이겨서 돌아오실 거야. 입은 밥 먹는 데 쓰는 것이지 함부로 말하는 데 쓰는 게 아니야."만두는 동생들을 혼내고 바로 고개를 돌려 원경릉을 위로했다. "걱정하지 마요 어머니. 아버지한테 정말 큰 일이 생긴다면 우리는 분명히 알 거예요. 우리가 모른다면 아버지께 작은 일이 생긴 것이나 아무 일도 없단 뜻이에요."그제서야 원경릉이 미소를 지었다."그래, 걱정하지 않을게. 어서 가서 자렴. 내가 동생들을 지키고 있을게. 동생들은 아직도 열이 나고 있어서 말이야.""예. 어머니, 이리 와서 주무세요!"만두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경단과 찰떡은 멍하니 앉아 바라보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의아한 표정이었다.원경릉은 그녀가 쌍둥이를 보고 있으면 되니 모두에게 돌아가 쉬라고 했다. 자리에 누운 후 쌍둥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조금 무서워하는 것 같아 보였다.원경릉도 사실 마음속으로는 두려워했다.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녀와 쌍둥이가 모두 다섯째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꿈을 꾸었으니,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틀림없이 그들도 모르게 생긴 텔레파시일 것이다.그러나 그녀는 아이들 앞에서 두려움을 드러내지 않았다. 잠시 후 아이들이 잠에 들면 미색을 찾아가 사람을 보내 알아보라고 하려고 마음 먹었다. "어머니, 겁먹지 마세요!"만두의 손이 그녀의 목을 휘감고는 꽉 안았다. 작은 얼굴이 그녀의 앞에 있었고 검고 밝은 눈동자에는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 "아버지는 정말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만두야."원경릉은 손을 뻗어 그의 작은 팔을 잡고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나는 걱정하지 않아. 그러니 만두도 내 걱정하지 말렴.""예. 저 방금 잠들었을 때 외할머니댁에 갔어요."만두가 그녀의 얼굴에 붙어 말했다.
원경릉은 의아해하며 일어나 그들 두 사람의 이마를 바라보았는데, 미간에 약간 멍이 든 것 같았지만 뚜렷하지 않았다. 그녀는 손을 뻗어 가볍게 눌렀다."아파?""조금요!"원경릉이 물었다."오늘 넘어진 적 있어?"그러자 만두가 옆에서 대신 말했다."어제 나무에서 떨어졌는데 유모가 보지 못했어요."원경릉이 고개를 돌려 만두를 바라보았다."그 상황을 보고도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만두가 말했다."동생들이 아프지 않다고 해서요... 게다가 그들은 곧 좋아질 거니까요. 우리 몸에 난 상처는 빠르게 치유될 거니 그저 빠르거나 늦은 문제밖에 없으니깐요."원경릉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면 왜 어제 넘어졌는데 오늘까지도 낫지 않았어? 아니지. 벌써 새벽이 지났으니 3일째인데, 왜 아직도 아픈 거야?"쌍둥이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그저 손을 뻗어 이마와 눈썹 쪽을 살살 문질렀다."머리를 다친 건 아니겠지?"원경릉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물었다."혹시 토하고 싶거나 어지러워?"쌍둥이는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그냥 조금 아플 뿐이예요."두 사람의 능력은 뇌의 감지에 비롯된다. 뇌가 손상되면 다섯째의 사고를 감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원경릉은 몹시 마음이 안 좋았다. 그녀는 쌍둥이에게 검사를 진행할 수도 없어 쌍둥이의 부상이 대체 어떤 상태인지도 몰랐다. 비록 발열과 미세한 통증 외에 아무런 증상도 없었으나 뇌막출혈이 생길까 두려웠다. 나무에서 떨어진 것은 그저 작은 일이 아니다.그녀는 약상자를 열어 신경 영양제를 꺼내 두 사람에게 복용시켰다. 어디가 아픈지 다시 물었지만 부정적인 답안을 얻을 뿐이였다.다시 그들을 자게 하려 하자 그제서야 환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어머니, 그냥 지금은 물건을 들 수 없을 뿐이예요."이 말에 원경릉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물건을 들 수 없다고? 손을 움직이지 못하는 거야?"그녀는 얼른 그의 손을 잡고 확인했다."엄마의 손을 잡아봐. 움직일 수 있겠어?"환타가 그녀의 손을 잡았는데, 손가락 관절과 힘
만두와 찹쌀이 함께 일어나 원경릉의 곁으로 비집고 들어갔다."우리는 어머니랑 함께 동생들을 보고 있을래요."원경릉은 아주 비슷한 생김새의 세 개의 작은 얼굴과 그들의 얼굴에 드러난 철이 든 얌전함을 보며 마음속으로 위로를 받았다. 그녀는 억지로 그들을 재우지 않고 그들에게 자신과 함께 쌍둥이를 지키게 했다.반시간이 지나자, 쌍둥이의 열은 완전히 내렸다. 원경릉이 그들을 불렀고 그들은 어렴풋이 대답을 한 후 다시 잠들었다. 거의 새벽이 되자 떡들도 견디지 못하고 연달아 잠에 들었다.그러나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아 만두는 다시 눈을 뜨고 갑자기 화가 난 듯 욕설을 퍼부었다."아프다고 하더니 외할머니 댁에는 갈 수 있는 거야?!"이 말을 듣고서야 원경릉은 마음을 철저히 놓을 수 있었다. 외할머니 댁에 갈 수 있다는 것은 생각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쌍둥이를 깨워 그들에게 손을 뻗어 염력을 써보게 했다. 그러자 쌍둥이는 일어나 함께 손을 내밀었다. 탁자 위의 물잔이 두 사람을 향해 날아왔고 그들이 손바닥을 펴자 물잔은 안정적으로 그들의 손바닥에 떨어졌다.원경릉은 물잔을 들고 다시 그들의 이마를 어루만지며 물었다."아직도 아픈 것 같애?""아뇨! 지금은 안 아파요."쌍둥이가 동시에 말했다.한바탕 열이 나자 오히려 좋아지다니 참 이상했다.이미 오경이 지났으니 원경릉은 아예 잠을 자지 않고 일어나 미색을 찾아갔다.마침 희상궁과 기상궁도 왔다. 어젯밤 태손들이 열이 났다는 것을 듣고 두 사람 모두 긴장하기 그지없었다. 기상궁은 심지어 원 할머니를 청하러 가고 야단법석 이었다.미색은 깨어나 옷을 가볍게 걸치고 원경릉을 만나러 나왔는데, 원경릉의 얼굴에 다크서클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는 물었다."어제 밤 샜나요?""쌍둥이가 어젯밤 열이 나서 그거 보느라 잠을 자지 못했어."원경릉은 자리에 앉았고 이마가 지끈거리며 아픈 것을 느꼈다.미색은 그 말을 듣고 긴장했다."열이요? 괜찮아요? 왜 갑자기 열이 난 거죠
궁에 들어간 후 미색은 바로 명원제를 찾아가지 않고 호비의 궁으로 가 호비와 함께 임신의 여러 증상에 대해 의논했다. 대화가 깊어지고 나서야 그녀는 무심히 한마디 물었다."아바마마께서는 요즘 정무로 바쁘시죠? 마마님과 함께하실 시간이 있습니까?"호비가 웃으며 말했다."요 며칠 모두 나와 함께 수라를 들었어."미색이 물었다."아, 아바마마께서 마마님께 정말 잘해 주시는 것 같군요. 아바마마께서는 다른 분과 수라를 함께 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신다고 들었는데. 그러고 보니 아바마마께서 전쟁에 관해 많이 걱정하시나 봐요?"그러자 호비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이야 당연히 하시지. 그러나 폐하께서는 태상황과 태자에 대해 매우 자신 있다고 하셨어. 그리고 이번에 안풍 친왕까지 돕고 있으니 우리 북당이 반드시 이길 것이야."이렇게 매일 호비와 함께 수라를 들고 있으니, 태자는 무사할 것이다.그러나 미색은 태자비가 어젯밤에 꿈을 꾸었다는 것을 떠올렸는데, 만약 어젯밤 사고가 났다면 소식을 전할 겨를이 없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말했다."마마님과 아바마마의 수라를 지체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그럼 이만 돌아가고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호비가 웃으며 물었다."회왕비, 혹시 무슨 일 있는 것은 아니지?"미색은 자신이 호비를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호비는 항상 털털했지만 때때로 또 세심하기 그지없다. 특히 누군가가 황제에 관해 물을 때 유난히 세심하게 행동했다. 미색은 자리에 앉아 태자비가 어젯밤 악몽에 시달린 일을 말했다."태자비는 태자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봐 사람을 보내 알아봐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보내 알아보아도 며칠이 걸려야 돌아올 수 있으니, 아바마마께서 요 며칠 동안 달라진 점은 없는지 와서 알아보려 했어요. 만약 아바마마께서 낙관적이시라면 태자는 틀림없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겁니다."호비는 잠시 멈칫하다 말했다."하지만 악몽에 시달린 일을 진실로 여겨 서야
"목여 태감께서는 어서방 밖에서 시중을 들고 계십니다."호비는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수라간에 가서 인삼탕을 가져오거라. 내가 직접 가야겠다."이것은 조금 비정상적이다. 지금 조정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북막과의 대전이라 나머지 큰일은 모두 보류되었다. 전쟁을 제외하고 황제가 점심과 저녁 수라를 들지 않고 어서방에서 의논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그녀는 궁녀에게 인삼탕을 들고오라 명한 뒤 어서방으로 향했다. 어서방 안에는 금군이 지키고 있었고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그들은 호비인 것을 보고도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그러자 목여 태감이 멀리서 보고 다급히 다가왔다."마마, 여긴 어찌 오셨습니까?"호비는 초조하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목여 태감이 억지웃음을 지어 보이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더욱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폐하께서 수라를 드시지 않았다고 들었네. 이렇게 드시지 않다 가는 몸이 상할까 봐 걱정되어서 왔다네. 마침 인삼탕을 끓였으니 이렇게 직접 가지고 왔어."그녀는 머리를 내밀고 보다가 의아해했다."안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 같네. 폐하께서는 아직도 의사하고 계신 건가?"목여 태감은 손을 뻗어 인삼탕을 받으며 말했다."마마, 돌아가십시오. 소인이 전하면 되옵니다. 폐하께서는 대신들과 정사를 의논하고 계셔서 마마께서 들어가기 불편합니다."호비가 대답을 한 뒤 다시 물었다."이렇게나 시간이 늦었는데 대체 무엇을 의논 하는 것인가? 무슨 일 생긴 건가?"목여 태감이 억지로 웃었다."소인도 모르옵니다. 소인도 들어가지 못하옵니다. 그러나 큰일은 아니라 그저 일상적인 보고일 뿐일 것입니다."호비는 고개를 끄덕이고 궁녀를 돌려보낸 뒤 목여 태감을 빤히 보았다. 그녀는 긴장과 걱정에 휩싸인 기색을 드러내며 물었다."태감께서는 나를 속이지 마시게. 설마 나의 아버지께 사고라도 난 것인가?"목여 태감은 깜짝 놀라 바삐 답했다."마마께서는 왜 그렇게 생각하시옵니까? 지금 호 대장군님은 괜찮으시옵니다."호비의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