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에서 그는 아무런 친구도 사귀지 못했다. 유일한 친구 우문호도 출정하였으니 그는 한가하고 무료하여 사처를 어슬렁거렸다.찻집에서 많은 무림 사람들이 모두 전장으로 달려가 나라를 위해 힘을 쓴다는 말을 듣고 그는 어리석기 짝이 없다고 비웃어 댔다.전장에는 진정한 병사만 있으면 되지 그들 같은 오합지졸을 원할 리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제각기 생각이 있고 오기가 있는데 어떻게 조정의 지휘를 받으려 할까?게다가 이번 싸움은 승산이 높지 않아 경솔하게 전장으로 달려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으니 어찌 어리석지 않을 수 있을까?그는 비꼬며 웃다가 돈을 주고는 집으로 돌아가 옷 몇 벌을 정리했고,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병기를 꺼내들었다. 그는 말을 끌고 장터로 지날 때 식량을 조금 사서 말 등에 싣고 성 밖으로 향했다성을 나서자 그는 멍하니 사방을 둘러보다 고개를 가로저었다."어차피 갈 곳도 없으니 차라리 수주부에 가보는 것도 좋지, 뭐. 북당을 도와 전쟁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저 심심하기 그지없으니 구경 삼아 가는 것도 좋구나."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채찍질을 하며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홍엽은 이번에 먼 길을 나서며 심지어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다. 냉정언이 다음날 사람을 보내 그에게 물건을 보냈는데 대문 앞에 종이 한 장이 붙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위에는 ‘나는 수주부로 간다!’는 글이 쓰여 있었다.그 종이는 바람으로 인해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하인이 그를 도와 다시 붙여놓고 보고하러 돌아갔다.냉정언은 그 말을 듣고 살짝 웃으며 주변에 있는 시동에게 말했다."사람의 마음은 사실 나라의 정서에 의해 쉽게 따뜻해진다. 안 그러냐?"시동은 멍해졌다."소인은 모르옵니다!"그를 따뜻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닭 다리와 봉급을 많이 주는 것뿐이다.냉정언은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뒷짐을 지고 나갔다.백성들과 조정은 모두 이 전쟁을 토론하고 있다. 초왕부에서 몇 명의 왕비들도 자주 모일 정도로 모두 이 전쟁에 대해 말했다. 미색은 그
기왕 물건을 팔려고 하는 이상 태자비의 신분으로 황실의 친족들과 귀부인들을 호소하는 것이 가장 좋았다.원경릉은 이 생각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했고 모두들 아주 찬성했다. 특히 원용의는 전쟁터로 달려갈 수 없는 이상 힘을 조금 보탤 방법이 있으니 당연히 원한다.손 왕비가 말했다."며칠 후 안 왕비가 안지를 데리고 경성으로 돌아올 것이야. 지금 정화도 마침 있으니, 우리 함께 모여서 이 일을 처리하자꾸나."그리고 그녀는 요부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요부인께서 방법을 생각해서 모두를 동원해야 하옵니다. 이 일은 아무래도 요부인이 주최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니 말아지요. 우리 몇몇 동서들 중 요부인이 그래도 가장 일 처리를 잘하시옵니다."요부인이 미소를 지었다."나야 당연히 원한지 않겠느냐. 다들 나를 믿고 있는 이상 이 일을 맡도록 하겠다네.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다행히도 지금 모두들 이 전쟁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태상황께서 친히 지휘를 하시고 있으니 기부를 하게 하려면 태상황을 지지하라고만 말을 해도 될 것이다. 다른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모두들 함께 앉아 계획하기 시작했다. 돈을 기부해도 되고 식량을 기부해도 되며 철기와 솜옷을 기부해도 된다. 그리고 모든 기부금과 물품은 요부인이 통일적으로 접수하고 사람을 보내 수주부로 운송한다.황실의 며느리가 나선 데다 태자비가 앞장서기까지 하니 경중의 많은 사람들이 기부를 했다. 황실 친척과 일부 귀부인들을 제외하고도 경중의 많은 부잣집 부인들도 모두 기부금을 냈다. 초왕부는 순식간에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오고 가며 기부를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그렇게 짧디짧은 3일 만에 백만 냥이 넘는 은을 받았고 여러 물건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안왕비가 경중으로 돌아왔을 때 모금은 이미 끝났고, 은으로 식량을 구매해 사람을 시켜 물자와 함께 수주부로 바로 운송했다.이 일은 명원제의 귀에도 전해졌다. 명원제는 아주 의외라 생각했고 기뻐하며 미소를 머금고 목여 태감에게 말했다."황실의
그리고 기왕부는 세 모녀에게 있어 악몽과도 같기에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요부인은 매우 담대했고 마음속의 말들을 한마디도 숨김없이 명원제에 전해주었다. 본디 명원제가 크게 노여워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오히려 이 말을 듣고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있다가 말했다."이왕 이렇게 된 이상 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거라. 너희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귀족 집안에서 키워낸 자식이 반드시 가난한 집안의 자제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그러자 요부인은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성은이 망극하옵니다!"명원제가 그녀를 보며 물었다."앞으로 어쩔 셈이냐?""앞으로는 그저 이렇게 지내려고 하옵니다. 지난날처럼 부귀영화를 누리지는 못해도 마음이 평온하니 예전보다 편안하다고 생각하옵니다."명원제가 말했다."너는 아직 젊으니 만약 새로운 사람을 찾는다 해도 짐은 막지 않을 것이다."요부인은 이 말을 듣고 바로 경악하며 고개를 들어 명원제를 바라보았다.명원제가 말했다."이 일에 대해서는 황귀비가 짐의 생각을 떠본 적이 있다. 물론 짐은 네가 그렇게 하도록 격려하는 것은 아니다만 네가 정말 그렇게 해도 좋다. 앞으로 누군가가 너와 함께 지낸다 해도 짐은 괜찮다. 이렇게나 오랫동안 아바마마라고 불렀으니 짐도 일찍이 너를 반쪽 딸로 생각한다. 네가 혼자인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너는 슬하에 딸만 둘이다 보니 이제 딸들이 시집가고 나면 혼자 얼마나 외롭겠느냐?"요부인은 꿈에서도 황제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 생각지 못했다. 그녀는 가슴이 찡해났고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고 목이 메었다."아바마마. 저... 저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사옵니다."명원제가 온화하게 말했다."그럼 한 번 생각해 보아도 무방하도다. 그가 승전을 마치고 돌아오면 짐은 그의 공은 기억할 것이다. 만약 너희들 모두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반드시 짐이 혼사를 하사해야 한다. 그래야 누구도 감히 군주를 경시하지 못할 것이다."요부인
요부인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았다."아바마마, 늑대골을 수하로 들이시려는 것입니까?""너는 똑똑한 아이라 시국에 대해서도 아주 똑 부러지게 꿰뚫어 보고 있으니 늑대골이 다섯째의 큰 걸림돌이라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짐은 더 이상 그에게 어떠한 문젯거리도 남기고 싶지 않다. 오직 거두어들여 조정에서 관리를 하게 하고 심지어 다섯째에게 쓰임을 당해야만 짐은 안심할 수 있다."늑대골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수하들은 원래 모두 독고가에서 양성한 것이라 무예가 뛰어나고 마음이 모질며 악랄하다. 적들을 모두 없앨 수 없다면 반드시 눈앞에 두고 지켜보아야 두 다리를 뻗고 잠에 들 수 있다. 이전에 북막의 현상령으로 인해 많은 자객들이 경성으로 들어왔고 항시 또 일어날 일들을 방비해야 한다. 다섯째는 앞으로 정사를 도맡아서 해야 하기에 시시각각 출입할 때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를 보호하게 할 수는 없다. 만약 늑대 골을 수하로 들일 수 있다면 쓰임이 많지 않더라도 큰 문제를 해결한 셈이된다.요부인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물러가자 목여 태감이 다소 이해가 되지 않은 듯 물었다."폐하, 요부인의 뜻을 보면 꼭 훼천에게 시집을 가려는 것은 아닌데, 왜 스스로 이 일을 성사시킨 것입니까?"그러자 명원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그녀의 진정한 뜻을 자네가 정말 추측할 수 있는가? 지금은 원치 않을 수도 있지만 앞으로는? 황귀비조차도 직접 와서 말을 해주고 짐의 그 며느리들은 말할 것도 없네. 특히 원경릉과 미색은 결코 그녀가 반평생을 외로이 보내게 하지 않을 거네. 만약 결국 훼천에게 시집을 가는 것이라면 그냥 짐이 혼사를 하사하고 훼천에게 작위를 봉하는 것이 낫네. 그럼 두 군주의 계부는 평범한 강호 사람이 아니게 되니 다른 사람들이 한 소리 하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 군주가 남편감을 찾을 때에도 얕잡아 보지 않을 것이네. 그리고 짐은 시종 늑대골에 대해 마음이 놓이지가 않다. 훼천에게 능력이 있어 늑대골을 밑으로 거두고 지금 출전까지 하여
그 말인 즉시, 삼대 거두와 우문호는 적어도 4일에서 5일은 미뤄야 한다는 얘기였다.우문호는 계속 높은 곳으로 물러설 수 없었다. 일단 너무 오래 숨어 있으면 북막인들이 산 아래로 내려갈 것이기 때문에 복병을 설치하는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없고 군량을 가로막는 것도 성공할 수 없다. 그러니 그는 여전히 싸워야 했다.이번 싸움에 대처하기 위해 안풍 친왕은 다시 병력을 배치하여 20만 명을 우문호에게 남기고 다시 5만 명을 수주부 성문 5리 밖으로 보내 진 대장군이 산을 공격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게 막고 병사를 이끌고 수주부를 나섰다. 이 5만 명은 적어도 한동안을 막아낼 것이고 그들이 매복을 설치하는 시간을 벌수 있다.이때 순왕이 제때에 도착하였고 이끌고 온 군사들은 비록 조금에 불과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기에 일정한 압력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북당군의 적은 인원수는 정녕 병력을 배치하는 장군이 포진을 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지만 다행히도 사람은 적어도 갖추어야 할 것은 모두 갖추어져 있으며 각 곳에도 모두 적절하게 배치되었다.그리고 우문호도 대전을 준비하였다. 연이은 유격전으로 인해 북막인들은 이미 점점 더 조급해지고 점점 더 인내심을 잃어갔기 때문이다. 만약 전쟁에 맞서지 않는다면 북막대군은 결국 물러날 것이다.일단 그들이 모두 수주부에서 물러나면 모든 배치가 수포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러므로 우문호는 삼대 거두와 내일 북막인과 정면으로 맞붙어야 한다고 상의했다.안풍 친왕이 성을 떠나 매복을 설치한지도 이미 이틀이 지났다. 다시 말하면 일단 맞붙으면 우문호는 적어도 이틀을 버텨야 한다.20만 병사로 북막의 백만 병사를 상대하여 이틀을 막아낼 수 있을지는 정말 낙관적이지 않다.밤새 삼대 거두와 결전 전야의 의논을 하였지만 다들 모두 좋은 계략이 없었고 그저 싸워야 한다는 몇 글자뿐이었다.그것도 죽도록 싸워야 한다!기왕 이렇게 된 이상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이 그냥 머리를 틀어막고 때리면 된다.우문호는 어떤 대가를 치르든,
우문호는 그의 온화한 얼굴을 보고 그동안 모두가 추측하고 있던 일이 순간 생각나 목소리를 낮추고 몰래 물었다."할바마마, 혹시 그때 안풍 친왕비에게... 크흠, 조금 뜻이 있지 않겠습니까?"태상황이 그를 흘겨보았다."조금 뜻이 있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누가 너한테 말했어?"우문호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상선이요. 할바마마가 당시 안풍 친왕비를 만났을 때 안풍 친왕비는 아직 국공부의 셋째 아가씨였다고 하셨어요. 다시 말해서 할바마마는 큰 할바마마보다도 더 일찍이 왕비를 아셨습니다."태상황은 좋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그것은 모두 오해이다.""그럼 좋아하신 적 없으시옵니까?"우문호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만약 없다면 왜 상선과 희 상궁이 모두 말한 적 있을까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태상황이 눈을 가늘게 뜨고 당시의 일을 회상했다."예, 큰 할마마마를 만났을 때, 그녀는 자칭 국공부의 셋째 아가씨 소낙연이라고 했지. 나중에야 비로소 그녀가 신분을 숨기려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네 큰 할마마마는 그 후 전혀 이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대체 무슨 뜻이 있겠느냐? 네 큰 할마마마는 과인의 생명을 구한 은혜가 있고 양육의 은혜도 있다. 과인은 평생 그녀에게 감사하다.""그런데 왜 그렇게 그녀를 무서워하세요? 그리고 그 후에 두 분은 거의 만나지 않았잖아요.""그녀는 엄했다. 특히 과인에게 엄했다.”"하지만 사랑이 깊으면 책망도 강해지는 법. 그녀가 과인을 챙겨준 정을 과인은 평생 마음속에 기억할 것이다. 후에 왜 만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외부에서 추측하는 황권의 일과는 상관이 없다. 그들은 천하가 안정된 후에야 경성을 떠났고, 심지어는 북당도 떠났어. 과인은 당시 매우 화가 나서 그들에게 남아 달라고 부탁했고 우리 몇 사람이 며칠 동안 부탁을 했는데도 그들은 그냥 단호하게 가버렸지. 너무 밉군."말이 막바지에 달하자 태상황의 말투에는 여전히 조금의 원망이 담겼고 또 두 마디를 덧붙였다."이렇게 많은 고난을 다 겪었는데
북망의 당황은 일시적인 것일 뿐, 곧 진법을 조정하여 겹겹이 몰아붙였고 인원수에서 북당군을 완전히 깔아뭉갤 수 있다.북당군도 비할 데 없는 용감함과 강인함을 내비치었다. 소용공은 끝까지 사수하며 물러서지 않았고 사람을 데리고 진 대장군을 향해 곧장 달려갔다. 장군과 장군의 대진, 병사와 병사의 싸움, 수주부는 순간 피바다로 물들었다.눈이 빨갛게 달아오를 때까지 싸우고 있는데 말 한 마리가 빠르게 달려왔고, 이내 두 마리, 세 마리, 십여 마리, 심지어 몇 백 마리까지 되었다. 먼지가 자욱한 가운데 누군가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 들렸다."남변객이 태상황을 도우러 왔습니다!""12영의 자객이 태상황을 도우러 왔습니다!""아미문 전체가 태상황을 도우러 왔습니다!""사해파에서도 태상황을 도우러 왔습니다!"점점 더 많은 사람들과 점점 더 많은 말을 탄 사람들이 채찍을 휘두르며 달려왔다. 검과 칼이 칼집에서 나오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전해졌고 백여만 명의 전쟁터에 이렇게 천 명의 사람들의 왔고,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십여 만 명의 기세를 뿜어냈다.태상황과 우문호는 적을 죽이고 있다 고개를 돌렸고, 그림자가 아른거리고 칼과 검이 날아다니며 검기가 하늘을 찌를 듯한 차가운 억새를 뿜어내는 것을 보았고 검기가 닿는 곳마다 사람의 피가 흘러넘쳤다.이로 인해 곧바로 군심이 크게 격려되었다. 본래 적은 인수로 많은 사람과 싸우고 있어 그저 용기에만 의지하고 있을 뿐이었는데, 지금 무림 속의 사람들이 모두 도와주는 것을 보아 북당 전체가 비할 데 없이 단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격려는 모두를 갑자기 들끓게 만들었고 수많은 적을 상대할 만한 용기로 적을 향해 돌진하게 했다. 홍엽 또한 장창을 들고 전장에 뛰어들었고 장창으로 단번에 휩쓸었다. 그가 말에 채찍질을 하며 우문호의 앞으로 왔을 때 붉은 옷은 피로 물들어 붉은색의 깊이가 달랐다.그는 우문호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한 손으로 얼굴의 핏자국을 닦으며 말했다."맞사옵니다. 저도 북당인이옵니다!"이것은 그
그들은 한창 죽이고 있었고 싸우면 싸울수록 용감해졌다. 북막군은 비록 사람은 많지만 며칠을 조급해했고 지금 강력하게 공격을 했지만 오히려 상대가 갈수록 용맹해지는 것을 보았다. 주변의 전우들은 하나하나 상대의 무기 밑에서 죽어나갔고 때때로 던져오는 화약무기로 인해 걸핏하면 폭파 소리가 곁에서 울려 겁이 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공격의 나팔이 계속 울리니 그들은 결국 앞으로 돌진할 수밖에 없었다.이와 동시에 안왕과 위왕은 군대를 이끌고 북막인의 식량 대오를 가로막았다. 북만인들은 식량 대오에 대해 항상 지나치게 방심했다. 비록 이 방면에서 한두 번 손해를 본 것이 아니였지만, 진 대장군은 이 길에서 줄곧 공격을 하여 북당의 성지를 점령하면 식량을 끊임없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성을 에워싼지 며칠이 지나서야 그들은 신속하게 북당을 공격하는 것이 다소 유치한 생각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고 군사를 돌려보내 식량을 지원하라고 명했다. 다만 북막은 본래 가뭄이 심하여 식량이 부족했고, 게다가 기화가 변성 일대의 주현에서 마구 식량을 구매하여 사재기하기 시작하여 조정의 조달 업무가 어려워졌고 부득이하게 먼저 병사를 보내 일부를 압송할 수밖에 없었다. 보낸 지원 병사들은 병력이 비교적 약하여 신속하게 안왕과 위왕에 의해 가로막혔고 심지어는 사람들도 모두 섬멸되었다.가로막은 후 바로 성으로 돌아가 대부대를 지원하였다. 이 식량들은 북막인의 손에 전해지지 않았고 그들이 이 이틀을 버틸 수 있다 하더라도 결국 시주부를 포기해야 한다. 그들이 병사를 움직인 이상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고, 반드시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매복된 범위 안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안풍친왕부부는 사람을 데리고 성을 떠나 진공하는 길에 매복했다. 요 며칠간 날이 조금 어두워 호 대장군은 비가 올 가봐 걱정했다. 안풍 친왕은 점을 쳐서 비가 오지 않는다고 했고 비가 와도 영향을 주지 않으니 계속 일을 하라고 했다.호 대장군은 그의 말을 그다지 믿지 않았다. 필경
대오가 경성으로 돌아올 때 홍엽도 원숭이와 같이 돌아왔는데, 그도 풍도성에서 힘을 보탰다. 사실 홍엽이 안 가도 안풍 친왕이 모든 걸 다 준비해 둬서, 안풍 친왕 능력이면 안지여 정도 상대하기는 식은 죽 먹기였다.이리 나리 일행은 경성에 도착해, 우선 집으로 돌아가 공주와 천행이를 보고 가족이 함께 밥을 먹은 뒤 입궁해서 경과를 보고했다.사적인 원한은 한두 마디로, 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은 지금 받아야 할 벌을 받고 있으며 아직 죽이지 않았다고 했다남은 건 정사를 논하는 것이었다.“어머니와 같이 풍도성에서 보름 정도 지내며 기본적인 민심을 파악했는데, 천문 세가는 백성들 사이에서 아직 명망이 높아 보입니다. 풍도성 백성들은 사실 세금이 너무 많고 경제가 번영한 성과가 전부 안지여 수중에 떨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어 안지여의 통치에 불만이 있었다고 합니다. 조정에서 풍도성을 접수한 것에 백성들 대부분은 찬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천하태평이냐 하면 그럴 순 없는 것이, 일부는 성주가 자기들의 황제라 여기고, 조정이 풍도성을 접수한 것이 풍도성이 침략당했다고 여겨 나중에 약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부를 임명하실 때 신중하셔야 할 것입니다.”우문호가 말했다. “흠, 큰할아버지께서 천거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박원이라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그러자 이리 나리의 눈빛이 빛났다. “제 아버지가 추천한 사람이니 전 찬성입니다!”“아버지?” 우문호가 의아해하며 이리 나리를 쳐다봤다. ‘안풍 친왕비가 사부님이면 안풍 친왕은 사부의 남편 아닌가? 어떻게 아버지가 되지? 사부님의 배우자니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맞지 않나?’“흠, 안풍 친왕은 제 아버지십니다!” 이리 나리는 더 설명할 생각이 없는지 어쨌든 그렇다고 주장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한 번도 그를 아버지라 부른 적 없지만, 마음속에서만큼은 진정한 아버지였다.“하하하!” 우문호도 그저 웃으며 더는 묻지 않았다.이리 나리가 퇴청할 때 우문호가 이리 나리를 부르자 고개를 돌렸다. “무
“우선 박원이랑 소홍천 의사부터 물어보자. 억지로 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동안 그들이 날 많이 도와줬으니 전부 원하는 대로 하자고.” 우문호가 말했다.“그러자!” 원경릉이 일어서며 말했다. “오늘 저녁 애들 데리고 어머님께 가서 수라를 들려면 빨리움직여야 해. 꾸물대면 늦을거야.”그러자 우문호도 계란이를 안고 일어섰다. “그래, 우리 황조모한테 가서 맘마 먹자.”우문호가 나가서 부르자 아이들이 달려와, 같이 왁자지껄하게 수라를 들러 황태후 전으로 갔다.황태후는 원래 우문호에게 할 말이 있었지만, 식사 자리에 아이들이 있어서 기다렸다가 저녁을 다 먹은 뒤 우문호와 아이들이 나가서 놀고, 원경릉이 황태후와 얘기를 나눌 때 말을 꺼냈다.“천행이가 태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부마를 풍도성으로 보낼 수가 있지.. 공주가 얼마나 괴로웠을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공주는 사정을 훤히 알고 있어서, 이리 나리께서 풍도성에 가는 걸 지지하셨는걸요.”“말은 그렇게 해도, 출산 후에 여자 곁엔 남편이 있어야 하는 법이야. 하지만 이것도 단지 우리 가족끼리 하는 얘기일 뿐이고, 조정 일을 내가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는 노릇이지.”황태후는 이리 나리가 풍도성으로 간 진정한 목적을 전혀 몰랐으며, 단순히 어지러운 형국을 정리하러 갔다고만 알았기 때문에 순수하게 공주를 아끼는 마음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어마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이리 나리는 이미 돌아오는 중이래요.” 원경릉이 위로하자 황태후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거 잘됐네!”온 가족이 별빛을 받으며 천천히 소월궁을 거닐었다.계란이는 아빠 품에서 잠이 들었고, 아이들은 놀다 지쳐서 아빠 엄마를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으며, 목여 태감이 궁인 둘을 데리고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가운데, 궁 안은 인적이 드물어 밤이 되자 상당히 고요했다.“어마마마께서 공주를 아끼셔서, 이리 나리가 하필 이때 풍도성에 보냈냐고 하셨어.” 원경릉이 말했다.“날 원망하셨어?” 우문호는 품에 있는 아이가 깰
늑대파 사람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질질 끌고 나가는데, 소여쌍은 여전히 미친사람처럼 웃어대기만 했다.이리봉청은 그들이 끌려 나가는 것을 보자, 눈앞에 안지여가 자신을 데리고 소여쌍의 침대 앞으로 가서 소여쌍의 그 악랄한 말을 듣던 순간이 떠올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여리여리하고 아름답던 그녀가 이렇게 변해 버린 게 꿈처럼 느껴졌다.풍도성을 접수한 뒤 안풍 친왕은 관리들을 새롭게 임명했고, 더 이상 성주 같은 것을 두지 않고 조정과 이부에 적합한 인사를 선발해 풍도성 지부로 앉힐 것을 요청했다. 풍도성은 더 이상 이전의 독립 자치 지역이 아닌, 다른 주나 현과 마찬가지로 조정에 귀속되어 통일서 있게 다스리게 되었다.더불어 안풍 친왕은 별도로 서신을 써서 황제인 우문호에게 보냈는데, 풍도성을 추천하지만, 이건어디까지나 건의와 추천이니 황제가 생각하는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안풍 친왕의 추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동시에 안지여의 잔당들이 계속 나타났다.안풍 친왕이 이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오고, 호랑이와 눈 늑대, 회색 늑대까지 출동시킨 건 바로 모든 세력을 강화하고, 신속하게 진압해 풍도성을 조정에 복귀시키고 보름 만에 비적을 토벌하며 기본적인 숙청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박원은 잔당의 남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안풍 친왕의 영패를 가지고 부근에 5천 명의 군사를 파견시켜 풍도성을 지켰다. 이리 나리는 자금을 지원해 천문 세가의 묘를 이장하였는데, 이전 무덤은 안지여가 고른 곳으로 폐허에 가까워, 그는 천문 세가 사람들이 그런 곳에서 안식을 취하기를 원하지 않았다.풍도성에 온지 거의 한 달가량 될 때쯤, 대군은 경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돌아가기 전에 미색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보러 갔다가, 돼지우리에서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사는 것을 보고 그제야 비로소 맺혀 있던 한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미색은 이리 나리와 어머님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두 사람은 이미 안지여가 누군지 잊은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리봉청에게 있어 모든 건 지나가지 않았고, 36년 전 일은 여전히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어머니, 그를 어떻게 처분하시겠어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없어 함께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리봉청이 다시 되묻자 이리 나리가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말했다. “제게 처분하라고 하면 전 그를 죽여 버릴 겁니다.”이리봉청은 알았다며 대답만 했다가, 다시 30분쯤 걷다가 정자에 앉아 을 때 말을 덧붙였다. “난 안 죽일 거야.”이리 나리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또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반대야. 그 인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약해진 거지. 사실 며칠 동안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인간을 백번이라도 죽이겠지만, 난 그럴 수 없더구나. 아들아, 게다가 오늘 천문 세가 대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 더욱 마음을 굳혔단다.”이리봉청이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 원래 온통 사람 소리로 가득한 곳이였다. 그들의 웃던 광경이 눈앞에 비치는가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 세가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엾게도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아서 제일 어린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이리봉청의 얼굴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자와 소여쌍을 밖에 내버리고 사람을 시켜 지켜보도록 해. 죽게 두지 말고 계속 살려둬. 36년은 더 살면서 이 세상의 고생을 모두 겪어야, 내 마음에 맺힌 한이 풀리고 억울한 망자들도 안식에 들지!”이리 나리는 온몸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네, 전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안지여와 소여쌍은 버려졌다. 짧은 며칠 사이에 안지여는 의기양양하던 성주에서 시궁창 쥐로 변해, 사람들이
안지여는 풍도성 지하감옥에 갇혔다. 빛 한 줄기 없는 지하감옥에서 사방에 끝없는 어둠과 절망만이 안지여를 삼키고 있었다.훼천의 형벌은 12 시진 후면 사라져서, 앞으로 안지여는 그저 한 명의 폐인일 뿐이었다.안지여의 결사대가 성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전에, 이리봉청은 오 선생을 찾아내 안지여가 저지른 모든 죄를 고백하게 하고 안풍 친왕이 친필로 받아 적었다. 안지여가 당시 천문 세가를 해친 경위를 소상히 써 내려간 뒤, 오 선생과 안풍 친왕의 직인을 찍고 인쇄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안지여의 죄악은 하늘을 찔러 백성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안지여의 결사대의 옛 부하들이 본래 성을 공격해 들어가 안지여를 구출할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안지여의 죄상이 공포된 뒤로 많은 사람들이 해산하였다. 유일하게 무대장군만이 수천 명을 데리고 성으로 쳐들어왔지만, 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가 이미 대비해둔 덕분에, 경성에서 굴러온 돌이 무대장군의 박힌 돌을 빼내는 전투를 벌였다.풍도성에 온 지 7일째, 안풍 친왕은 풍도성을 접수하고 성에 살던 사람을 쫓아내며 서민으로 강등시켰다.안지여와 소여쌍에 대한 처분은 이리봉청에게 넘겼다.안지여는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6일을 지내는 동안, 처음엔 침착한 척 가장했으나 사흘째가 되자 울부짖으며 악독한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나흘째가 되자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며 참회했다.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안지여는 일어나 걸을 수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몫숨을 끊을 힘도 없었다.그 와중에 매일 누군가가 먹고 마시도록 해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어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훼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망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으로, 온 마음으로 죽기를 바라지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안간힘을 쓴 뒤 다시 절망에 빠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사람을 한없이 죽였다 살렸다 괴롭힌다고 했다.결국 안지여를 죽일지 말지 여부는 이리봉청에게 달렸는데, 그녀는 안지여를 단번에 죽여 천문 세가
안지여의 이마에 파란 힘줄이 불끈불끈했으나 냉정을 가장했다. “내가 두려워할 줄 알았나 보지? 죽음도 두렵지 않은데 뭘 더 두려워하겠어?”“넌 두려울 것이야!” 이리봉청이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를 보고 살짝 그의 팔을 잡았다. “내가 오는 길에 늑대파 사람이 그러던데, 천하에서 제일 잔혹한 형벌을 아는 사람이 늑대파에 있다고. 그게 사실인 것이냐?”이리 나리가 가볍게 답했다. “물론 사실이죠. 훼천이라고 합니다. 늑대골 출신이에요.”“안지여가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보고 싶구나.” 이리봉청이 말했다.이리 나리가 엄숙한 태도로 명을 내렸다. “훼천!”그러자 훼천이 급히 나왔다. “이리 나리, 분부하시지요!”이리 나리는 그가 짐짓 냉정한 척하고 있으나 눈빛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몸까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워 훼천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시작해!”안지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욕했다. “난 네 아버지거늘,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 같으니라고!”이리봉청이 이 말을 듣고 잠시 주저하는 눈빛으로 이리 나리를 바라봤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 아버지는 오직 저를 키워주신 안풍 친왕뿐이십니다.”이리봉청이 살짝 안도했다. “저 인간이 단지 나만 해쳤으면 네 체면을 봐서 놔줬겠지만 천문 세가의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난 용서할 수 없구나.”“이리봉청, 너 언제 이렇게 악랄하게 변했어? 죽이려거든 그냥 죽여. 난 천문 세가 사람을 죽이긴 했어도 그들을 괴롭히진 않았어. 네가 날 죽이려거든 깨끗하게 단번에 죽여!”안지여가 크게 노해 몇 번 몸부림을 치다가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배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훼천이 가까이 다가가자, 눈에 두려움이 깊어졌는데, 늑대골 출신 훼천은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뿜어져 나와 안지여를 덜덜 떨게 했다.“이리율!” 안풍 친왕비는 시ㅈ가하기 전에 이리 나리를 불렀다. “내가 여기서 네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 넌 먼저 나가 있거라!”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에게
안지여에게 구원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리 나리 일행이 성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오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풍 친왕비가 미리 사람을 풍도성으로 보내 각처, 특히 성 수비군과 군대에 잠입시켜, 음식에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을 풀어, 오늘 중독 증상이 나타나도록 독의 분량을 조절했다.적어도 내일까지는 안지여를 도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독성은 적어도 이틀이 지나야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틀 동안 그들은 설사와 전신 무기력으로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와서 도울 수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기력을 회복할 때쯤이면, 안지여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는 성을 통제하고, 안지여 부부를 제압해 두 사람을 줄로 묶고 지혈시켜 주었다.안지여는 요 몇 년 동안 자신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는 풍도성이 부유하기 때문으로, 돈으로 많은 사람을 살 수 있었으며, 여러 곳에서 추켜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절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유는 진정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주변의 떠돌이 비적은 작은 마을 규모로 너무 작아서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그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적이 너무 약해서였다.조정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적 없는 비적었기에 일격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이리 나리는 둘을 중정에 묶어 두었다. 온 바닥에 남은 음식과 깨진 기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안지여는 마음속 깊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를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많은 고수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런 결말을 맞다니 너무 불쾌했다.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하고 안지여 부부 앞으로 가서, 그녀가 안지여 부부를 내려다보자, 그들은 낭패에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이리봉청은 분노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그들을 죽이면 커다란 복수는 이뤄 천문 세가 망자의 원혼은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쉽게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리 나리가 검을 휘두르며 안지여를 겨누자, 안지여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후퇴했다.공자들은 돕고 싶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에게 바로 제압당했다. 안지여는 이리율 것으로 그들은 주변 사람을 제압하기만 할 뿐 옆에 서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이리율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를 가르친 안풍 친왕 부부를 제외하고,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이리율의 검법은 신속하고 맹렬해서 안지여는 상대하느라 쩔쩔매고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성안의 호위들은 늑대 무리와 늑대파, 홍매문 사람들에게 막히는 바람에 안지여는 홀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30분을 못 가서 안지여는 질게 틀림없었다.놀란 나머지 계속 실성해 있던 소여쌍이 갑자기 이리봉청을 향해 바싹 마른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광적인 집착과 분노에 사로잡혀 성질을 부렸다. “멈춰, 다들 멈추라고. 안 그러면 내가 이년을 죽여버릴 것이니까!”소여쌍은 무공을 할 줄 알았지만 잘하지 못한 것이 어릴 때부터 계속 중병을 앓아 무공 연습에 소홀했고 성주 부인이 된 뒤로는 더욱 병기에 가까이할 일이 없었지만, 공력만큼은 아직 약간 있었다.소여쌍은 증오의 힘으로 이리봉청의 목을 졸랐는데, 소여쌍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리봉청의 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안풍 친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서려 하자, 안풍 친왕비가 말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참으라는 눈짓을 하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모두가 이리봉청이 제압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으로 뭔가를 쥐고 있어 소여쌍의 어깨 위를 휘감고 팔을 눌러 소여쌍이 머리를 돌리게 했다. 이리봉청 손에 쥔 것은 바늘로, 그대로 소여쌍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들어갔다.소여쌍이 절규하며 이리봉청을 놔주고 선혈이 흐르는 눈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며 새된 소리를 지르는데, 원망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쏟아
풍도성 중정에는 안지여의 아들들과 사위가 그의 곁에 남았는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점점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이 사람들, 아주 대단하구나!’안지여는 이리봉청을 보고 비록 조금 냉정해 보였지만, 여전히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갑자기 소여쌍이 큰 소리로 웃으며, 몸을 앞뒤로 흔들며 눈물을 찔끔거리더니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가리키며 원망했다. “뜻밖에 네가 안 죽었단 말이지? 게다가 아들까지 있고. 참으로 황당하구나. 정말 너무 황당해. 원래 죽어야 했을 인간은 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할 사람은 36년간 괴로움을 당했어. 이리봉청 네가 날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넌 이제 지옥에 떨어져야 해.”이리봉청은 소여쌍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는데, 그녀 눈에는 지금 안지여만 들어왔다.안지여는 36년을 살아왔지만, 이리봉청에게 있어 36년은 마치 사라진 시간처럼 멸문지화의 원한이 어제 일 같았다.안지여도 이리봉청의 눈에서 분노와 악랄함을 보고, 처음으로 마음속에 두려움을 느꼈다.안지여는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네 사람을 데리고 가. 지난 일을 묻지 않을 테니. 그렇지 않으면 풍도성에서 곧바로 10만 대군이 올 것으로, 살아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이리봉청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우리는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네 성으로 쳐들어갈 수 있어. 넌 이미 졌어.”안지여가 웃었다. “졌다고? 그래?”안지여는 수하의 대장군이 믿음직해서, 그들을 당하게 놔줄 수도 있다고 여겼다. 대장군의 부대는 분명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 아마 지금쯤이면 궁수들이 이미 배치를 마치고 그들을 전부 쏴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머니, 저자와 말 섞으실 필요 없어요. 앉아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의자를 올리더니 이리봉청을 부축해서 앉혔다.안지여가 이리 나리를 보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