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릉은 아바마마도 그를 지지하지 않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쩐지 조정의 신하들도 모두 반대했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전쟁을 두려워한다.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나라가 부서지고 백성들이 의지할 곳을 잃기에 매일 마음이 조마조마할 것이다. 특히 지금은 모두가 태평성세라고 생각하니 이때 호전적이면 나라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 생각한다.그러나 북막의 도발은 언제 멈춘 적이 있는가? 애초에 대주와 손을 잡았을 때, 북막은 사실 진정으로 전쟁에 참여한 것이 아닌 실력을 축적해왔다. 그리고 강한 군사력을 가진 대주는 이 2년 동안 감히 해이해지지 못하고 줄곧 자신의 변강 실력을 장대시켰으며 국내에서 경제를 발전시켰다. 지금 진정정 부부도 모두 무성에서 선비와의 변경에 주둔하고 있으며, 무성과 100리 떨어진 곳은 북막의 령격으로 북막의 군사적 중지라고 할 수 있다.대주도 감히 해이해지지 못하는데 북당이 오히려 해이해지니 북막에서 북당을 치지 않으면 대체 어디를 치겠는가?하지만 이런 일들은 그녀도 도울 방법이 없었다. 걱정으로 인해 마음이 심란한 다섯째를 보며 그저 작은 소리로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우문호는 그녀의 손을 잡고 마음을 가다듬었다."됐다. 이런 말 안 하겠오. 오늘 너와 함께 수라를 들 거고 오늘은 관아에 돌아가지 않을 거다.""응!"원경릉은 대답을 하고 그와 함께 나갔다.밖에 있는 탕양과 서일도 따라가서 점심을 먹었고, 그 후 탕양과 우문호는 서재로 들어갔다.저녁 무렵이 되자 우문호는 위왕에게 서신을 보내 북막의 동향에 주의를 돌리게 했다.며칠이 지나자 냉정언의 서신이 돌아왔고, 곧 북강의 무당과 회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순조롭다면 전쟁을 평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강에서는 조건을 내걸었고, 다른 것들은 모두 해결이 쉽지만 유독 한 가지가 걸렸다. 그것은 바로 북강의 영구적인 세금을 면제하는 것과 군대를 주둔시키지 않고 관아와 관리를 파견할 수 없다는 것이였다. 즉 북강은 여전히 자치적이였으며 조정의
원경릉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북막이더냐? 북막 사람들이 이런 수단을 쓰다니. 백만 냥의 황금이단다!""이리 나리께서는 북막이 요 몇 년 동안 형편이 좋지 않아 국고가 일찍이 비어 있기 때문에 이 백만 냥의 황금은 독고 가의 것으로 의심된다 했사옵니다. 독고 가문에서 그와 동맹을 맺을 때 금을 숨긴 장소를 북막인에게 알렸답니다. 그래서 북막인은 이 황금을 가져간 후 먼저 태자의 목숨을 사려 하옵니다. 태자께서 전쟁에 앞서시니 태자에게 일단 사고가 나면 북당에는 황태자를 잃을 것이고 반드시 한동안 정세가 크게 흔들 것이옵니다. 북막은 그때를 틈 타 침공을 할 것이고 짐들이 반응할 기회도 주지 않을 것이 옵니다. 만약 전쟁을 신속하게 끝낼 수 있다면 백만 냥의 황금은 아주 가치 있게 쓴 편입니다. 왜냐하면 북막인들은 더 이상 소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3년에서 7년 정도 소모하면 어떻게 백만 냥의 황금에 그치겠습니까? 그러니 이 장사는 어떻게 보아도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지요."원경릉은 이번에 진정으로 제왕의 집안에서 태어난 비애를 느낄 수 있었다. 대권을 쥐었지만 오히려 자신을 위험한 지경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마마께서도 너무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이리 나리께서 이번에 온 것은 초왕부에 방어를 설치하는 동시에 암암리에 태자를 보호할 사람들도 안배할 것이옵니다. 아무래도 태자께서 항상 초왕부에 있을 수도 없으니 말이죠. 다만 이번에는 이전의 모든 위기들보다 더 심각합니다. 백만 냥의 황금이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사옵니다. 천지통에서 알아낸 소식에 따르면 늑대골 출신의 사람도 올 가능성이 높사옵니다.""늑대골 출신의 사람? 거의 대부분 다 죽지 않았더냐?"원경릉의 긴장하기 시작했다. 늑대골에서 나온 사람이 얼마나 모질고 무공 또한 얼마나 높은지 훼천과 홍엽을 보면 알 수 있었다."아닙니다. 늑대골은 3년에 한 무리가 나오는데 이 사람들은 나온 후 독고 가문을 위해 8년을 일하고, 8년 후 죽지 않았다면
이리 나리와 우문호는 서재에서 대략 한 시진이 넘도록 말했다. 이리 나리가 상황을 알려준 후 그들은 어떻게 방어를 배치하고 어떻게 무기를 서둘러 연구개발하여 조중 신하들과 아바마마께서 전쟁에 동의하도록 설득하는지를 상의했다.우문호는 두려워하지 않았고 그저 원 선생이 무서워할까 봐 걱정되었기에 그래서 이리 나리와 상의한 후 바로 소월각으로 돌아가 원경릉을 찾았다.미색은 이미 나간 상태였고 원경릉은 방에서 다바오를 위해 옷을 꿰매고 있었다. 다바오는 그녀의 발밑에 엎드려 큰 귀를 쫑긋 세웠다. 우문호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다바오는 꼬리를 흔들며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우문호는 앞으로 가 원경릉을 안고 그녀의 붉어진 눈시울을 바라보며 말했다."걱정하지 말거라. 괜찮다."원경릉은 그를 보며 눈시울이 더욱 붉어졌다."늑대파가 있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괜찮을 것이다. 게다가 쌍둥이도 있고 떡들도 있고 설랑이랑 호랑이까지 있으니까 우리는 그들한테 지지 않을 것이야."다바오는 두 번 낑낑 소리를 냈고 원경릉은 다바오를 보며 웃었지만 웃음소리에는 울컥함이 배어 있었다.“다바오도 도울 수 있다네."우문호는 그녀가 애써 걱정스러움을 감추는 것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손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아 위로해주었다. "맞소. 그래서 더 걱정할 필요가 없다네. 나와 이리 나리는 이미 계획이 있다. 신속하게 군사만 내보낸다면 이 현상령이 더 이상 두렵지 않을 것이야. 일단 군사를 내보내면 북막사람들은 더 이상 이 황금을 쓰려 하지 않고 반드시 다시 가져가 전쟁을 준비할 거다.""알겠소."원경릉은 자신이 있다는 그의 말을 듣고 왠지 마음이 놓였다. 사실 그는 어느덧 북당이라는 나라를 일으킬 수 있는 영웅으로 성장해 있었기에 그 해 초에 알게 된 사람과는 완전 딴판이다.그녀는 그에게 자신이 있었다. 몇 번의 위기도 넘겨왔는데 이번도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두 사람은 서로 껴안고 서로에게 힘을 주었다. 그녀를 놓아주었을 때 그녀의 눈빛은 다시 의연한 빛을 되찾았다.그
원경릉은 바느질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것이냐? 괜히 그거 땜에 마음속이 불안해지지 않느냐. 무슨 칠순 여든이 되는 노인네가 살아생전을 회상하는 것처럼 말하지 마소."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웃기 시작했다."그려, 말하지 않으마."원경릉이 말했다."당신도 아쉬워하거나 후회하지 마오. 당신은 평생 나한테 잘해주는 것으로 과거에 했던 잘못을 메워야 하기 때문이오. 그리고 이번 생에는 나보다 먼저 갈 생각은 하지도 마오. 어떤 고비든 이를 악물고 버텨서 넘겨야 한다네.""그런 당연한 소리를!"그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원경릉은 미소를 지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옷을 다 꿰매고 다바오에게 입히자 다바오가 득의양양하게 갔다.우문호는 원경릉을 안고 말했다."안심하오. 아무리 큰 고비라도 내가 짊어질 것이니!"원경릉은 그의 품에 기대어 힘찬 심장소리를 들으며 묵묵히 답했다.태상황께서 편찮으셔서 원경릉은 다음날 궁으로 갔다.그녀는 사실 궁에 들어갈 때 태상황이 그녀를 보고 싶어 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태상황은 그녀가 오는 것을 보고 아주 기뻐했다.세 사람은 대전에서 바둑판을 두었고, 소요공과 수보는 바둑을 두고 태상황이 관전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원경릉과 몇 마디 얘기도 나눌 수 있었다.세 사람 모두 기침이 좀 나고 콧소리가 심해서 고뿔이 심하게 걸린듯했다. 그러나 어의가 처방한 약을 드시고 있으니 원경릉은 약을 따로 처방하지 않았다.태상황은 왜 다섯째가 오지 않느냐고 물었고 원경릉이 답했다."신하를 소집하여 일을 의논하고 있사옵니다. 내일 시간이 나면 오라고 전하겠습니다.""바쁘면 일을 보라 하거라. 과인은 괜찮으니 급히 올 필요 없다네. 그저 물어본 것이다."태상황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혹시 요 며칠 다섯째가 무슨 말을 하더냐?"원경릉은 태상황이 무엇을 묻는지 알고 있다. 이 건곤전에서 그녀는 너무 많은 것을 꺼릴필요 없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원경릉은 이런 말을 듣고 하마터면 뛰어오를 뻔했다."출정을 하시려는 것이옵니까?"태상황은 그녀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아 콧방귀를 뀌었다."어찌 우리를 무시하는 것이느냐? 우리가 전쟁에서 싸울 때 너는 어디에 있었는지도 모른다.""맞다네. 예전에 황궁 별채에서도 우리는 똑같이 갑옷을 입고 적에게 대항하지 않았는가?"소요공이 묻자 원경릉이 다급히 말했다."그게 어떻게 똑같습니까? 그때는 안풍 친왕 부부도 있었사옵니다.""그들이 없어도 우리는 너무 뒤처지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이 싸움은 매우 중요하니 그들도 아마 올 것이야!”태상황이 말했다."하지만 조정에 무관이 없는 것도 아니고 어찌 태상황께서 지휘를 하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건 절대 안 돼옵니다. 전쟁터가 얼마나 험악한데, 태상황께서는 지금 몇 걸음 걸으셔도 숨을 헐떡이고 심장도 좋지 않아 갈 수 없습니다."원경릉은 그의 말이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태상황은 몸이 이렇게 나쁘고 몇 년 전에 거의 목숨을 잃을 정도였다. 비록 운이 좋아 구해냈지만 요 몇 년 동안 강해져 봤자였다. 항상 때때로 병이 나고 심장병과 천식까지, 이 모두 작은 병이 아니다. 전쟁터에 나가 정말 발작이라도 일으키면 누가 그를 구할 수 있을까?원경릉은 절대 동의할 수 없었지만 상대는 그녀의 동의를 구할 생각도 없이 간단명료하게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이미 결정을 내렸다네!"원경릉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그때 별채에서 한바탕 싸우고 나서 싸우는 것에 빠져버린 건가? 전쟁에도 빠져들 수 있나?"태자비."소요공은 자리를 바꾸어 태사의자에 앉았고 마치 대장군과도 같은 위엄을 풍겼다."내가 묻겠네. 두 군사가 대적했지만 강약에 큰 차이가 있다네. 강자가 이기는가 아니면 약자가 이기는가?"원경릉은 그의 지혜로운 눈동자를 바라보았다."그것은 만약 병력의 강약 차이가 크다면 강자가 이길 가능성이 조금 더 높을 것이옵니다.""좋네. 태자비는 강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강자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네. 그럼 강약
"이것을 말하기에는 너무 일러요. 아바마마께서 전쟁에 동의하지도 않으시고 조중에도 지지하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그러자 태상황은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과인이 그의 동의가 필요하느냐?""태상황께서는 정사에 간섭하지 않으시지 않습니까?"원경릉은 간섭하지 않을 수 있으면 될수록 간섭하지 않는 그의 원칙을 알고 있었고 특히 이런 큰일에는 더욱 그러했다.태상황은 그녀를 보며 유유히 뒤로 기대었다."지난날 간섭하지 않은 것은 오늘날 과인의 뜻대로 하기 위해서다."원경릉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잠시 넋을 잃었다."다섯째는 아직 이 일을 모르는 것이지요?""돌아가서 다섯째에게 알려주면 된다. 사실 그가 아느냐 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다섯째는 출전할 수 없기 때문이야. 다섯째의 성격으로 보아 우리를 따라 전쟁터에 나간다면 우리를 보호하느라 언제 전쟁에 전념할 수 있겠느냐?"원경릉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그럼 아마 다섯째가 동의를 하지 않을 것 같사옵니다."태상황이 또 웃기 시작했다."그가 동의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수 있느냐? 우리를 막을 수 있느냐?"원경릉이 말했다."할바마마, 전장은 너무 위험하니 가지 않으셨으면 좋겠사옵니다."소요공은 빈랑을 물고 무심히 말했다."우리는 본디 무장 출신이네. 다만 후에 한 사람은 본업에 충실하지 않고 황제가 되었고 두 사람은 생각이 바뀌어 큰 관리가 되어 이 나라를 잘 관리하려 노력했다네. 허나 무장의 가장 좋은 귀착점은 바로 전쟁터에서 죽는 것이네. 나는 정말 죽어야 한다면 오히려 전쟁터에서 죽어야 우리가 가장 원하는 귀착점이라고 생각한다네."이 말을 듣고 원경릉은 마음을 쓸어내렸고, 그녀는 곧 그에게 설득될 것 같았다. 그러나 태상황의 건강을 떠올리고 그녀는 단념하지 않고 수보를 바라보았다."이 일을 희상궁께서는 아십니까? 희상궁께서 아시면 슬퍼하지 않을까요?"희상궁이 밖에서 걸어 들어오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나는 동의한다네!"원경릉은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았다."동의하신다니요?
원경릉이 돌아가자 마침 그 자리에는 이리 나리도 있었다. 그녀는 태상황과 수보, 그리고 소요공의 결정을 그들에게 알려주었다.우문호가 듣고는 고개를 저었다.“일단 전쟁이 시작되고 나면 어떻게든 어르신들을 전장에 내보내서는 안된다네. 우리 북당에 장군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나와 셋째 형님 모두 지휘를 할 수 있다네. 넷째 형님은 병사를 이끌지 않게 해도 전장에 나가는 것은 가능하다네. 그리고 남강에서 이미 좋은 소식이 전해져왔으니 아홉째도 돌아올 수 있네. 지금 조중의 장군은 비록 예전과 같지 않지만 그래도 어르신들이 지휘를 나서야 할 정도는 아니라네."이리 나리가 모처럼 쓴웃음을 지었다."북막에서는 어떻게든 생각지 못했을 것이옵니다. 이쪽에서 현상금으로 태자를 협박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르신들이 궁중에서 들볶을 수 있을 줄은 예상하지도 못했겠지요. 만약 어르신들이 출정하여 지휘를 하신다면 군중의 사기는 반드시 크게 북돋아질 것이고 북막사람들이 들어도 심장이 떨려올 것입니다. 태상황의 이 수법은 정말 북막이 넋을 잃게 한 방 날렸을 겁니다."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물었다. "지금 편들어 줄 때 입니까?"이리 나리가 말했다."저는 단지 일만 논할 뿐이옵니다. 요 몇 년 동안 태상황께서 사람들에게 준 인상은 병들고 나이가 많으며 몸이 성치 않다는 겁니다. 그 누가 생각을 해도 태상황께서는 전장에 나갈 수 없을 것입니다. 북막에서는 그를 이 빠진 노인네라 여겼는데 어찌 언젠가 그가 갑옷을 입고 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겠습니까? 만약 안풍 친왕 부부도 전쟁터에 나간다면 더 대단하지요."그러자 우문호가 반박했다. "누가 뭐라 해도 할바마마를 전쟁터에 내보낼 수 없사옵니다.""체면에 얽매이지 마시오.""이게 어떻게 체면과 관련이 있사옵니까? 그는 저의 할아버지인데 어떻게 그를 모험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이리 나리는 자신의 가족이 위험에 맞닥뜨리게 할 것이옵니까?"우문호가 단도직입적으로 세게 묻자 이리 나리가 자애롭게 원경릉을 바라보았다."당연히
명원제는 그때 어서방에서 정무(政務)를 보고 있었고, 밖에는 많은 대신들이 부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태상황의 명을 듣고 명원제는 곧바로 다녀갔다.대전에 들어서자 우문호가 세 사람에게 둘러싸여 찻상 옆에 앉아있는 것을 보았고 검 세 자루를 보니 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대전에 들어가 태상황에게 물었다."아바마마, 짐에게 무슨 일로 오라고 하신 것이옵니까?"그는 말을 하며 우문호를 싸늘하게 힐긋 쳐다보았다. 그는 아마도 우문호가 궁에 들어와 태상황을 설득하여 조중의 일에 간섭하고 그가 내세우는 관점을 지지할 사람을 찾으려는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우문호는 아주 억울하게 그를 바라보았고 태상황은 그를 앉으라고 명한 뒤 말했다."너희 부자 두 사람은 여기에 앉아 우리 세 사람의 무공이 퇴보하였는지 한 번 보거라."그러자 명원제가 멈칫했다. 어서방 쪽은 아주 바쁜 상황인데 감히 그를 불러서 무공을 겨루는 것을 보라니!하지만 그는 하기 싫다고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기에 그저 상황을 받아들였다. "그럼, 짐이 한 번 보겠사옵니다."세 사람은 동시에 일어났고, 각기 검 한 자루를 들고 마당으로 갔다.바람이 불어오자 세 사람의 옷소매는 휘날리고 있었다. 태상황의 등은 아주 꼿꼿했고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우문호는 그 모습을 보며 그가 검을 들기도 힘들어한다고 느꼈을때 그는 바로 놀라서 입을 떡 벌렸고 눈은 휘둥그레졌다. 태상황이 그 무거운 검을 들어 올렸고 곧 번개와도 같은 속도로 주수보를 향해 찔렀기 때문이다. 주수보는 몸을 날렵하게 피했고 몇 번의 깔끔한 회전으로 검을 피했다. 그리고 소요공은 칼을 들고 허공으로 뛰어 올라 태상황을 향해 검을 찍어 내렸다. 태상황은 허리를 굽혀 바닥에서 한 번 구르고 난 뒤 재빨리 뛰어 올라 다시 검을 들고 소요공을 향해 찔렀다.소요공은 뒤로 공중회전을 하며 2장 넘게 멀리 뛰여 올랐지만 수보가 허공에서 날아왔다. 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검은 이미 그를 향해 찔러오고 있었고, 소요공이 허허 웃으며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