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상황이 복용한 구전단은?어의와 상선, 희상궁은 침상 곁에서 시립하고 있고, 푸바오는 이불에 쌓여 태상황의 침상에서 쉬고 있는데 이미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원경릉 보고 컹컹 왕왕 짖는다.원경릉은 푸바오는 보고 ‘쉿’하니 푸바오가 조용해 진다.예친왕이 이걸 보고 웃으며: “이 녀석이 초왕비 말은 잘 듣네? 거참 희한할 세.”원경릉은 미소를 띠고, “개는 사람을 알아보거든요.”“하긴,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태상황 폐하를 기쁘게 해드릴 수 있겠어? 이 개는 어떨 때 보면 사람보다 더 똑똑하다니까.” 예친왕은 생각에 잠긴 듯 말하고 명원제를 쳐다 본다.명원제도 묵묵히 예친왕을 바라보는데, 예친왕이 제대로 못헀다는 말을 하는 건가?명원제는 원경릉에게: “네가 의술을 알고 있다니, 가서 아바마마 용태가 어떠 신지 좀 보아라.”원경릉은 푸바오 곁을 지나갔다.희상궁과 상선이 길을 비키고, 원경릉이 태상황의 안색을 살펴보며 옆에 어의에게, “할바마마께서는 독에 당하셨는가?”어의는 방금 원경릉을 만났지만, 초왕을 살려냈다는 것을 들었기에 태도가 상당히 공손하다. “왕비마마께 아룁니다. 태상황 폐하께서는 확실이 독에 당한 증상을 보이십니다.”“내게 진단 일지를 보여줄 수 있겠는가?”어의는 약 상자에서 꺼내 원경릉에게 건네며, “왕비 마마, 보시지요.”원경릉은 태상황의 어제 쓰여진 일지를 펼쳐 보니, 토혈 2번, 계속 혼수상태, 맥박은 낮고 느린데다 힘이 없으며, 입술엔 청색증이 나타남, 예단(첫번째 진단)은 중독. 무슨 독에 중독된 것인지, 여기엔 쓰여 있지 않다.증상에 대한 약은 아래에 있지만 한약 약방문으로, 원경릉이 아는 해독 방법이다. 하지만 처방대로 약을 복용한 후에도 상황이 호전되지 않았다고 써 있다.다시 말해, 올바른 약을 처방한 게 아니다.원경릉은 계속 앞을 넘기다 태상황이 쭉 구전단(九轉丹)이라 불리는 환약 하나를 복용해 왔다는 것을 발견했다.“이 구전단이란 건 어떤 거지?” 원경릉이 물었다.“구전단은 태후 마마를 위해 만든
태상황 독살 미수의 범인은 누구?명원제와 예친왕이 앞으로 나가 살펴보니, 한 알은 쪼개진 가운데가 붉은색이고, 다른 한 알은 가운데가 옅은 노란빛이 도는 검정색이다.“두 알이 다른데 어찌 된 일인가?” 예친왕이 어의에게 물었다.어의는 영문을 몰라,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 약은 같은 약탕기에서 나왔는데 어찌 색이 다를 수가 있겠습니까?”“그렇다면 수고스럽겠지만 어의가 직접 살펴 보게, 어느 쪽에 독이 있는지.” 원경릉이 말했다.어의는 가운데가 붉은 알을 가리키며, “원래 이 색이 아닙니다. 이 가운데는 어째서 이렇게 선명하게 붉은지요?”어의는 약을 조금 떼어 잔에 넣고 물을 부은 뒤 은침을 넣자, 은침 전체가 까맣게 변했다. 이는 독성이 매우 강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황제 폐하!” 어의는 털썩 엎드려 무릎을 꿇고 입술을 와들와들 떨며,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누군가 약을 바꿔 친 것이 틀림없습니다. 내의원에서 지은 약은 전부 독이 없음을 검사했습니다.”명원제는 음산한 눈빛으로, “여봐라, 내의원을 봉쇄하고, 자세히 조사하라!”시위는 명을 받들어 밖으로 나갔다.예친왕이 원경릉을 보며, “너는 어째서 약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지?”원경릉이: “약이 하나 없다는 것은 누가 한 알을 가져갔다는 것인데, 왜 가져가야 했을까요? 분명한 건 독이 든 문제의 약을 회수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또 상선이 마지막으로 약을 드렸을 때 바닥에 떨어뜨렸다고 했는데, 그러면 순서가 엉망이 돼서 하필 가져간 약은 독이 없는 것이고, 본래 가져가려고 했던 독이 든 약이 여기 있는 것이지요.”“제대로 분석했구나!” 예친왕은 냉정한 빛으로, “감히 태상황께 독을 쓰다니, 목숨이 아깝지 않은 모양이구나.”명원제가 온통 어의에게 분노를 쏟아 붓자, 원경릉이 주저하며: “아바마마, 문제의 약이 반드시 내의원에서 나왔다고 만은 볼 수 없습니다.”명원제가 원경릉을 보며, “무슨 말이냐?”원경릉은: “이 약은 세 알인데, 독이 있는 약, 한 알만 가져가면
구전단의 비밀그리고 희매(喜梅)라는 아이가 하나 더 있는데 그 아이는 태상황의 세수 시중을 든다.마지막으로 내전에 들어와 청소를 하는 남나인은 커다란 침전을 혼자 청소한다. 태상황이 소란스러운 것을 싫어하시므로 대부분을 침대에 누워 있어, 남나인은 기본 반나절동안 내내 청소를 하고 있다.상선이 데려온 것은 전나인과 희매로, 남나인은 찾지 못했다.전나인과 희매는 이 일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고, 물었을 때 술술 답을 했으며 심지어 약을 어디에 두는지도 몰랐다.원경릉은: “이 남나인이 관건군요. 그가 침전의 청소를 담당하고 있으니, 먼지를 닦아 내며 약을 넣어둔 상자를 건드린 게 분명합니다. 그가 알고 있어도 이상할 게 없지요. 당장 그를 찾아와야 합니다.”명원제는 바로 명을 내려, 온 황궁을 이 잡듯이 뒤져 남나인을 찾아오라고 했다.반 시진이 지나고 남나인을 찾았다.그러나 남나인은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 냉궁(冷宮)의 쓰지 않는 우물에 버려져 있었다.시체를 발견한 것은 냉궁의 시위로, 명원제의 명을 받고 전 궁에서 남나인을 수색했기 때문에 냉궁의 시위가 어렴풋이 오늘 남나인이 냉궁에 오는 것을 본 적이 있는 것 같다고 해서 일대를 수색한 끝에 시체를 발견한 것이다.냉궁 시위는 불려와 명원제가 친히 심문했다.“남나인 외에 누가 냉궁을 들어간 적이 있느냐?”시위가 대답하길: “황상께 아룁니다, 소신은 남나인만 보았을 뿐입니다, 냉궁의 시위는 고작 넷이라, 돌아가며 야간 순찰을 돌기때문에 누가 들어오는지 여부는 소신이 확실히 알지 못합니다.”상선도 직접 남나인의 침대를 뒤져, 은 천냥과 교환할 수표를 찾아냈다.수표는 정풍호(鼎豐號, 돈을 바꿔주는 전장의 발행번호)가 찍힌 것이다.원경릉은 수표를 볼 줄 몰랐지만, 초왕부의 인장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자기도 모르게 변명을 하며, “아바마마, 왕야일리 없습니다.”명원제는 바보가 아니다, 만약 초왕이라면 결코 초왕부의 인장이 찍힌 수표책을 줄 리가 없다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다.
우문호에게 돌아온 원경릉원경릉은 살금살금 앞으로 나가 태상황 침대 앞에 섰다.고작 이틀을 비웠을 뿐인데 사람이 살이 쏙 빠지고, 누런 안색에 입술은 파랗다. 눈썹이 엉클어지고 무섭게 생긴 게 그나마 위엄을 지켰다.이 사람이 북당에서 과거 가장 용맹했던 남자다.그런데 지금은 자신의 생사조차 어쩌 지를 못한다.원경릉은 자신의 손을 태상황의 가슴에 올려놓고, 심장의 미약한 박동을 느껴보는데 호흡이 약간 어지럽다.“어떠냐?” 예친왕이 그가 청진하는 줄 알고 와서 물었다. 원경릉은 고개를 흔들며, “잘 모르겠습니다.”예친왕의 눈에 실망의 빛이 일렁였다.명원제는 오히려 평소와 같은 정신으로, 약을 조사하고 있는 어의를 바라본다.어의는 한 숨돌리며 와서 보고 하길, “황제 폐하, 주사에 등나무 독이 섞여 있었습니다.”“해독하기 어렵냐?” 예친왕이 물었다.“어렵지 않습니다, 무슨 독인지 알면, 그에 맞는 약을 쓰면 됩니다. 주사와 등나무 독에 기존에 드신 해독약은 효과가 없으니, 처방전을 바꾸는 것이 마땅합니다.”어의가 말했다.어의가 해독을 할 수 있으면 이제 원경릉과 상관없다. 명원제는 원경릉에게 우문호를 돌보라고 쫓아 보냈다.인사를 하고 나올 때 명원제는 원경릉을 보고: “오늘 밤은 궁에 머물며 짐과 저녁을 들도록 하자.”원경릉은 이게 얼마나 성은이 망극한 일인 줄 모르고 그저 일반적으로 한끼 먹는 거로, 좋든 나쁘든 한 식구가 되었으니 겸사겸사 밥이나 같이 먹자는 애기인줄 알고 나왔다.예친왕은 총애를 받든 모욕을 당하든 한결같은 원경릉의 모습을 저도 모르게 흡족하게 바라봤다.원경릉은 사실 그것에 대한 생각으로 애가 탔다. 그것은 다름아닌 우문호의 상처다.우문호의 상처는 꿰맨 지 얼마 되지 않아 실밥이 터졌을 수도 있고, 여하튼 입궁하는 길에 심하게 흔들리고, 몇 백 걸음이나 걸은 데다 시간을 지체했으니 아파서 돌아버릴 지경일지 모른다.하지만 이 방면에서 그 사람, 고통을 참는 능력으론 수준급이지.전에는 전각 안에 사람이 너무 많고
황제 폐하의 저녁 초대원경릉은 너무 피곤해서, “안으로 좀 들어가 봐, 나 좀 엎드리게.”“못 들어가.” 우문호가 뿌루퉁하게 대답하면서도 그녀의 지친 기색을 보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며 한 사람 누울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원경릉은 그의 옆에 두 손을 베고 엎드려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 “다 잘 됐으면 좋겠어, 며칠만 평온하게 보내게 해줘.”“만약 태상황 폐하가 아무일 없으시면, 넌 초왕부로 돌려보내 달라고 주청 드려.” 우문호가 말했다.“안 그래도 밥만 먹고 갈 거야.” 원경릉이 말했다.우문호는 뿌루퉁하게: “초왕부에 네가 먹을 밥이 없냐? 궁에 밥이 뭐가 맛있다고?”“황제 폐하께서 오늘 저녁 수라를 같이 하자고 하셨어.”우문호는 어안이 벙벙해서, “아바마마께서 너한테 같이 수라를 들자고 하셨다고? 너만 먹고 가라는 얘기 아니고?”아바마마는 혼자 수라를 드시는 것을 좋아해서, 황후의 궁에 가실 때조차 혼자 수라를 드신 후에 가셨다.그리고 우문호가 이만큼 클 동안 궁중이나 집안의 연회를 제외하고 아바마마와 같이 식사를 한 적이 없다.원경릉은 여전히 답답해서: “몰라, 그냥 그렇게만 말씀하셨는데. 아마 체면을 차리신 거겠지.”우문호는 아바마마가 어떤 사람에게도 체면을 차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아바마마 입장에서 식사는 신중한 일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아바마마가 보위에 오르신 후, 다른 사람과 단 둘이 식사를 하신 건 태상황 폐하 한 분 뿐이다.“황제 폐하를 모시고 수라를 들 땐 뭘 조심해야 해?”원경릉이 물었다.우문호의 얼굴이 구겨지며, “아무도 몰라.”원경릉은 고개를 약간 들고, “몰라?”우문호가 얘기하기 싫은 건 줄 알고, 곧 포기하고는: “만약 내가 창피 당하면, 그건 초왕부가 창피 당하는 건줄이나 알아.”우문호는 잠시 말이 없다가, “나는 아바마마와 단 둘이 식사를 한 적이 없어.”원경릉은 웃으며, “집에 아들이 그렇게 많은데 당연히 단둘이 못 먹지 않나, 나도 황제 폐하랑 단둘이 식사하는 건 아닐 꺼야.”“너랑 아
황제와 수라를 들게 된 원경릉황후의 중신궁(中珅宮)제왕과 주명취가 입궁해 평소처럼 우선 황후에게 문안 인사를 드리러 갔다.주명취가 궁에 들어서는데 황후는 안색이 그다지 좋지 않고, 답답한 듯 가슴을 만지며 앉아 있다.주명취가 황후 앞에서 착한 척을 하고 인사를 드려도, 황후는 답답하고 울적한 기색이다.주명취는 황후 마음에 근심이 있는 줄 알았지만, 웃음을 머금고 제왕에게: “왕야께서 녹왕에게 들려주시려고 시를 하나 지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어서 가보세요.”제왕은 시 쓰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녹왕이 좋아한다. 제왕과 녹왕은 모두 황후의 소생으로 엄마가 같다. 이토록 박복한 동생이 좋아한 다니, 동생이 마음의 안식이라도 얻으라고 제왕이 시 짓는 걸 공부하기 시작했다.오늘 부를 한 수 지어왔는데 녹왕 앞에서 자랑하길 바라니 주명취의 말대로 제왕은 웃으며 녹왕에게 갔다.제왕이 나가자, 주명취는 궁 안에 시중드는 사람을 내보내고 황후 옆에 앉아 물었다: “고모, 무슨 일이 에요?”황후는 아들이 나가자 그제서야 분통을 터트리며, “이 몸이 황제 폐하와 결혼해서 20년이 넘었는데, 결혼식 이후로 나와 단둘이 수라를 든 적이 없거늘, 오늘밤, 원경릉과 단둘이 수라를 드시겠다는 전교를 내리셨지 뭐냐.”주명취는 대경실색해, “원경릉이요? 궁에 압송되어 심문 당하지 않았나요? 어째서 갇혀 있지 않죠?”주명취는 입궁하면서 묻지 않았던 건, 원경릉은 죄가 무거우니 감옥에 갇혔거나, 일단 창 없는 방에 갇혀 있을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찬찬히 조사한 끝에 초왕비의 지위를 박탈 당하고, 남은 죄에 대한 처벌로 서민의 신분에 처해질 줄 알았는데.주황후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갇혀? 원경릉이 황제 폐하와 수라를 들면, 단둘 뿐인데, 황제폐하 앞에서 무슨 말을 할지 알게 뭐냐.”주명취는 속으로 가슴이 철렁했다. 원경릉이 최근 상당히 똑똑해 진 것 같고, 주명취에 대한 의심을 황제 폐하 앞에서 조금이라도 언급한다면, 뒷일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원경릉, 황제와 단둘이 수라를 들다첫 음식은 탕이다.정교한 작은 탕 그릇 두 개에 담아 명원제와 원경릉 앞에 놓는다. 그릇 덮개를 벗겨 가니 냄새가 퍼져 원경릉의 코를 자극한다.아직도 보글보글 끊는 걸 집게 손가락으로 냉큼 먹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게 한이다.원경릉이 생각하는 수라는 이렇게 간단한 게 아니었다. 황제의 수라는 전부 독이 없는지 확인하고 손 씻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궁녀가 앞으로 나와 원경릉을 위해 탕을 앞 접시에 덜어주고, 은 국자를 놓아준다. 명원제 쪽에는 목여태감이 시중을 들고 있다.원경릉은 감히 꼼짝 못하고, 명원제가 은 국자를 들어 탕을 마시기 시작하자, 겨우 한 숨돌리고 손을 뻗어 국자를 집었다.너무 배고픈데 마침 맛있는 음식이 앞에 있어 긴장이 자연스럽게 풀렸다. 황제가 뭘 묻든 이미 답이 정해져 있으니 두려울 게 뭐가 있냐 싶다.탕을 입에 넣고 아직 넘기지도 않았는데, 밖에서 급박한 발소리가 들려와 원경릉은 국자를 내려놓고 밖을 쳐다봤다.목여태감은 조금 화가 난 듯, 빠른 걸음으로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안색이 다소 변한 채 안으로 들어와: “황제 폐하, 황후께서 옥체가 미령 하시어 혼절하셨다 합니다.”명원제는 이마를 찡그리며, 일어서서, “가마를 대령하라!”원경릉은 다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황제 폐하께서 가셨으니 혼자 마음 편히 먹으면 된다.정말 너무 배가 고파서 얌전히 우아를 떨며 먹을 수가 없었다.명원제는 이런 원경릉을 위 아래로 훑어보더니, “따라 오너라.”원경릉의 아쉬운 눈빛이 탕 그릇에 어른어른 비치며, “예!” 답했다.그녀가 일어서자, 목여태감이 폐하께서 걸칠 윗옷을 가져오고, 명원제는 원경릉을 등지고 상선의 시중을 받아 겉옷을 걸치고 옷에 주름을 바로 잡고 있다.원경릉은 배가 고파 눈에 뵈는 게 없어져서 명원제와 목여태감이 안 보는 틈을 타, 미친듯이 탕 그릇을 입에 가져가 두 모금에 한 그릇을 흡입하니, 팔팔 끓던 탕이 입천장에서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며 위까지 홀랑 데어서 눈
원경릉 황제 폐하와 독대하다식탁엔 정적이 흐르고, 마지막 음식을 먹을 때까지 아무 말이 없는데, 원경릉이 세어보니 탕부터 못 되도 10개는 넘었다. 원래 황제 폐하는 검소하시다고 알고있었는데, 이렇게 사치스럽다니, 두 사람이 요리 9개에 찌개 하나, 밥은 알아서 먹고 싶은 만큼, 대단하네.목여태감이 황제 폐하에게 뜨거운 물수건을 건네자, 입가를 닦는다.남은 음식을 내가고 원경릉은 황후가 편찮으시니 황제 폐하도 별다른 질문 없이 황후에게 가실 거라 생각했다.원경릉이 일어나, 예를 차려 인사하며: “아바마마께서 황후 마마를 찾아 뵙는데 감히 시간을 지체하시게 할 수 없으니, 며느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앉거라!” 명원제가 탁자를 지긋이 누르며, 위엄 있는 눈빛으로 원경릉의 얼굴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손을 흔들며 목여태감과 비룡전에서 시중을 들던 나인들을 내보냈다.명원제와 원경릉은 마주 앉아 서로의 거리는 어깨 하나 정도 폭이라, 비룡전에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압박감이 다시 고개를 쳐든다.그러나 밥을 먹고 나니 원경릉은 상당히 여유가 생겼다.“다섯째 녀석과 잘 지내고 있느냐?”원경릉은 안색을 단정히 했다, 결국 본론이 나왔다.이 문제는 비록 예상 밖이었지만 답은 어렵지 않다. 한 줄이면 된다. ‘욕을 퍼붓고 심하게 때린다.’그녀는 방긋 웃으며, “손님을 대하듯 서로 공경하고 있습니다!”명원제는 그녀를 보고 웃는 듯 마는 듯, “다섯째 성정은 어떠냐?”“왕야는 충직하고 어지신 분입니다!” 원경릉은 양심을 걸리는 것을 꼭꼭 감추고 미소를 띄며 말했다. 황제가 알고자 하는 건 이게 아니다. 황제는 그들 부부관계가 화목하든지 말든지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명원제는 웃기 시작했다.마치 재미난 얘기를 들은 것처럼 말이다.원경릉은 웃는 표정을 유지하려고 애썼다.“혼례를 치른지 일년이 되었지? 태중에 소식이 없으니 손님처럼 대한다는 게 그런 뜻은 아닐 텐데.” 명원제는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직구를 던지는 데도 원경릉은 여전히 맞받아
홍엽이 조용하고도 냉정한 말투로 물었다. “공무를 보러 가는 것이냐?”“저는 원래 공사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공무를 보러 가는 것도 여행이라 할 수 있죠.”냉정언이 온화한 눈빛으로 냉명여를 바라보았다. “손자도 이제 다 컸으니, 함께 데리고 나가 바깥세상을 경험해 볼 때가 되었지.”냉명여가 고개를 들었다. 냉정한의 눈빛은 다시 싸늘하게 변했다.이 집안에서 냉정한은 엄격했으며, 홍엽은 편애를 받았다. 그렇기에 둘은 서로 보완이 되었다.“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짐부터 싸야겠네요. 얼마나 가 있는 겁니까?”홍엽이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면 되니 일수는 생각할 필요 없다. 어쨌든 우문호는 항상 나에게 짐을 지우고 있었으니, 우리도 즐길 때가 되었지.”냉정언이 복수하듯 말했다.홍엽이 웃었다. “정말 그럴 만도 합니다.”그의 수양딸을 만나러 가는 길이니, 무척이나 기뻤다.홍엽이 우문호에게 품고 있는 가장 큰 불만은 자신과 수양딸 사이를 막고 있는 것이었다. 분명 자신의 수양딸임에도 우문호가 독점하고 있으니, 너무나도 과한 처사였다.황제가 된 사람들의 성격은 대체로 좋지 않았다.세 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원숭이가 조용히 성을 빠져나갔다. 흠차라고는 하지만 어떠한 허례허식도 없었다.그들이 떠난 뒤, 탕양도 약도성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탕양은 최근 몇 년 동안 바쁘게 일하며 많이 늙었고, 머리카락은 흰머리가 수북했다.그는 이전에 우문호의 최측근 신하였으며 지금은 우문호의 전반적인 심부름꾼이었다. 관직이 내려져 고용된 것이 아닌, 그저 유용한 사람으로써 투입된 것이었다. 그는 우문호에게 직접 보고를 올렸으며, 어떤 관청에서도 그를 관리할 수 없었다.근래 몇 년 동안 그는 병부에서 군사를 정리하고 호부에서 전국의 땅과 세금을 다루며 새로운 정책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었다. 또한 이부에서 심사에 참여하고 형부에서 중대 사건을 옆에서 다루었다.황후는 탕대인이 벽돌과도 같아 필요한 곳 어디에서든 쓰일 수
“좋은 생각이십니다. 가능한 빠를 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조정의 은혜를 이어 갈 수도 있습니다.”냉정언은 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 들였다.그리고 잠시 멈칫하고는 우문호를 바라 보았다.“그리고 공주님을 보살 피라는 말씀이시지요?”“역시 지혜로운 수보구나. 짐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꿰뚫어 보고 있어.”우문호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폐하께서 공주님을 아끼시는 건 궁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인이 궁에 들어오기 전에 폐하께서 갔다 오실 줄 알았습니다.”“짐이 생각 해보았지. 지금 때에 약도성에 들리면 이득이야. 조정을 향한 백성의 믿음도 생기고, 결코 짐이 백성을 버리지 않았다는 뜻이 될 테니 말이야. 하지만 내가 조정을 떠나면 나에게 반심을 가진 자들이 모여서 내란을 일으킬 수 있어. 자네를 수보의 신분으로 보내는 게 제일 안전한 방법이네.”냉정언이 고개를 끄덕였다.“옳으신 말씀입니다. 사실 소인은 폐하께서 직접 가실 것 같아 설득을 해볼 생각이었습니다.”우문호는 애매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짐이 자식들 때문에 나랏일을 뒤로 미루는 사람으로 보이는가.”“공주님이라면 그럴지도 모르지요.”냉정언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소인이 폐하를 너무 얕보았나 봅니다.”“짐도 구분은 할 줄 아네. 쉽게 위험 속에 몸을 던지는 사람이 아니야.”게다가 그는 집에서 제일 약한 사람이 아닌가. 냉정언이 답했다.“네, 알겠습니다. 홍엽 공자에게 일러 두겠습니다. 내일 출발 할 수 있게 말입니다.”“홍엽 공자도 가는 것인가?”우문호가 눈을 크게 떴다.“소인이 오랜만에 나가는 외출 입니다. 제 아들도 바깥 세상 한번 구경 시켜줘야 하지 않겠습니까.”우문호가 의미심장한 태도로 답했다.“그래, 명여도 데려가게. 사내 아이는 많이 둘러 보는 게 좋지.”“명어 그 아이는 홍엽 공자를 잘 따릅니다.”냉정언이 말했다.“그래, 네가 누굴 데려가든 상관없다.네가 가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우문호는 허공에 손을 흔들었다.말을 끝나
하지만 새해의 기쁨도 초 닷새 날까지뿐이었다.초 엿샛날이 되자 각 부서들이 하나둘씩 출근하기 시작했다.우문호의 표정이 좋지 않다.출근 때문이 아니라 택란이 약도성에 다녀오겠다는 말 때문이다.약도성은 큰 화재 때문에 재건설을 했다.그녀는 직접 두 눈으로 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게다가 형제들도 곧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원경릉은 우문호를 하룻 밤 내내 설득하기 바빴다.곧이어 우문호는 위왕과 안왕에게 임무를 주었다. 강북부에 도착하면 즉시 그에게 보고를 하라는 내용이었다.위왕과 안왕은 억울하기 그지없었다.왕의 위치에 오르니 사람도 변한다는 사실이 와닿았다.우문호는 한 사람씩 배웅을 해주었다.하지만 아이들은 반겨 하지 않았다.그들의 삼촌을 지켜줘야 할 뿐만 아니라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기 때문이다.하지만 우문호는 자신의 결정을 굽히지 않았다.옆에 있던 서일도 같이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그 이유는 출장 비용을 황후가 흔쾌히 내어 주기 때문이다.아이들이 또다시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역란은 자신이 벌써 열 살이라며 강조했다.나이가 어떻게 되든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역란아, 아바마마가 마음이 아프다.궁에 남아 나와 더 놀아주지 않겠어?”마차가 지나가고, 경단이 역란에게 물었다.“이만하면 됐습니다. 조금만 더 지내면 싫어하실 거예요.”역란이 혀를 내밀고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이고, 이 녀석아.”경단은 역란의 말에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적당한 거리가 아련함을 만든다.’마차가 천천히 성 밖을 나갔다.한편, 어서방 안.30분 전, 우문호가 냉정언에게 바둑을 두자고 불렀다.몇 판을 졌지만 우문호는 화도 내지 않고, 바둑판을 엎지도 않았다.다음 판이 또 시작되자 냉정언이 그를 말렸다.“폐하, 무슨 일이 있으시면 말씀을 하세요. 계속하셔도 저한테 질 뿐입니다.”“지지 않을 걸세!”우문호가 그를 노려 보았다.냉정언이 차를 한 입 들이켰다.“그래서 무슨 일 이십니까?”우문호의 인내심
“매화장에서 새해를 보내고 정월 초이틀에 돌아오마. 세뱃돈은 한 사람당 하나씩이니, 욕심은 부리면 안 되느니라!”원경릉이 종이에 적힌 글을 소리내어 읽었다.“매화장에 가셨다고? 혼자서 보낸다고 하시지 않았나?”우문호는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다.‘매화장에 무슨 볼거리라도 생긴 걸까? 우린 초대도 못 받았는데.’“어쩔 수 없지요, 그만 갑시다.”원경릉이 말했다.그들이 자신들의 세뱃돈을 꺼냈다.돌아가려던 찰나, 다른 부부들과 마주쳤다.미색부부, 손왕 부부와 공주 부부도 온 것이다.그들의 손엔 선물을 들고 있었다.우문호는 반대로 아무것도 들고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얼굴을 붉혔다.“다들 어디가신 겁니까?”미색이 성큼 들어와 그들에게 물었다.“매화장에 가셨어.”원경릉이 종이를 내보였다.곧이어 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새뱃돈은 한 사람당 하나씩.”“너무 대충 준비 하셨네.”회왕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매년 새해에는 시끌벅적하게 보냈기 때문이었다.그는 어젯 밤,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하지만 어딘가 부족한 마음이 들어 아침 일찍 찾아온 것이다.새해에 숙왕이 없으니 무언가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모두 실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저 멀뚱멀뚱하게 서로를 바라볼 뿐이다.‘새해에 집에 있으면 새해의 느낌이 없지 않은가.’이때, 우문호가 의견을 내놓았다.“매화장에 가보는 게 어떻겠습니까?”“좋아, 지금 출발 하자구나.”손왕이 서둘러 답했다.한편, 매화장 안.전 명원제는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그는 그저 혼자 조용히 새해를 맞이하고 싶었다.어제까지만 해도 모두 각자 새해를 보낸 다는 소식에 그는 기뻐했다.광대짓을 안 해도 된다는 생각에 해방감을 느낀 것이다.하지만 기쁨도 잠시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와 매화장을 꽉 채웠다.무상황이 나타나 노인들끼리 같이 새해를 보내자고 제안을 한 것이다.그는 공간이 넓고, 옆으로 산이 있다는 이유로 매화장을 택했다. 전 명원제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도 노인이기 때문이다.그리하여
원경릉은 그의 말에 마음이 아팠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각도 하기 싫은 문제였다.형제들과 다르게 그는 노화세포를 전혀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 사실을 그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우문호는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다.그도 자식들의 회복 능력을 보면서 알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원경릉에게 직접 말한 적은 없다.우문호는 그녀를 바라 보았다.부부라서 마음이 통한 것일까.그는 그녀의 마음을 대략 읽고 있었다.원경릉은 수술을 하고 나서 전혀 늙지 않았다.일부로 어두운 색깔의 옷을 입어도 여전히 젊어 보였다.반대로 우문호는 하얀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나기 시작했다.어쩌면 국가의 일을 처리하느라 노화가 빠른 것일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는 그의 나이에 맞는 모습으로 점차 변해갔다.아직 눈가에 주름도 없고, 늙어 보이지 않지만 그는 곧 자신에게 닥칠 일이라고 생각했다.원경릉에게 주사를 맞겠다고 한 것도 그저 한순간의 충동일 뿐이다.사실 그는 그녀가 늙지 않고, 죽지 않는 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았다.하지만 몇십 년 뒤에 그녀의 인생에 자신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생각하면 할수록 조급해질 수 밖에 없었다.그는 서둘러 생각을 접었다.'지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같이 있는 시간을 즐겨야 한다.'요즘들어 우문호는 운명을 믿기 시작했다.원경릉이 자신에게 온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그 다음 날, 온 가족이 숙왕부에 도착했다.그들이 일찍 깨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대문이 닫혀 있었다.만두가 문을 두드렸다.아무런 대답이 없자 우문호가 바짝 긴장했다.“무슨 일 일어난 건 아니겠지?”“제가 들어가 보겠습니다!”곧이어 만두가 재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아들의 의외의 행동에 우문호가 깜짝 놀랐다.“만두가 언제 무술을 배운 거야?”원경릉은 무술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그리고 혹시 몰라 다르게 답했다.“저도 만두가 무술을 배웠을 줄은 몰랐습니다.”곧이어 만두가 안에서 문을 열었
“그래, 그래. 잘 된 일이야.”우문호가 기뻐했다.곧이어 손을 뻗어 딸의 이마를 어루만졌다.“내 딸이 그래도 제일 착하구나.”“아바마마, 편애하면 아니 되옵니다.”칠성은 우문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편애라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그러고는 그의 그릇에 닭다리 하나를 올려 주었다.“자, 이건 칠성이거다.”“저희도 먹고 싶습니다!”옆에 있던 4명의 아들들이 우문호에게 그릇을 내밀었다.“닭다리는 딱 2개밖에 없구나. 칠성이에게 하나를 주었으니, 남은 하나는...”“아바마마! 저 주십시오.”택란이 그릇을 내밀었다.“어..”곧이어 원경릉도 그릇을 내밀었다.“저도 주십시오!”우문호는 한 손으로 닭다리를 잡은 채 자신의 앞에 놓인 그릇 6개를 바라보았다.잠시 고민하고는 원경릉의 그릇에 닭다리를 올렸다.“내 아내가 고생이 많지!”그리고 서둘러 닭 고기를 집어 다른 그릇에 올려 두었다. 그는 이마 위로 손을 올렸다.“내일 닭을 더 많이 잡으라고 해야겠구나, 한 사람에 닭다리 하나씩 먹을 수 있게 말이야.”그의 말이 끝나고 자리에는 웃음꽃이 피었다.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웃어 보였다.좋은 아버지가 되기는 쉽지 않구나,라고 생각했다.만두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바마마, 저희가 장난 좀 친 것뿐입니다.마음에 두지 마십시오.게다가 여자라고는 어마마마와 여동생뿐입니다.저희 남자형제들이 양보하는 게 맞지요.”나머지 형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큰 형의 말에 어떻게 동생들이 토를 달 수 있겠는 가.그리고 동생들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아바마마도 지켜 주셔야 합니다.아바마마가 저희 집안에서 제일 약한..”칠성은 닭다리를 뜯으면서 애매한 말을 내던졌다.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형제들이 반찬을 집어 그녀의 그릇에 두었다.만두가 입을 열었다.“그만 이야기하고 밥 먹어. 닭다리로도 부족한 거야?”칠성은 그의 말에 풀이 죽었다.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다시 닭다리를 뜯었다.우문호는 원경릉을 바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 된다. 술은 19세부터 마실 수 있는 법이다.”만두는 약간 실망한 듯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예. 말을 따르겠습니다.”기분이 좋아진 우문호는 팔꿈치로 원경릉을 살짝 찌르며 말했다.“한 모금만 주오. 아직 어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리다고 하기도 훨씬 지난 나이네. 집에서 한 모금 정도는 괜찮소. 밖에서는 안 마시면 되지.”경단과 찰떡도 원경릉을 바라보며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기만을 기다렸다.원경릉은 아이들이 모두 아빠와 함께 술을 마시고 싶어 하는 걸 보며, 오늘처럼 즐거운 날은 한 번쯤 허락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직접 아이들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작은 잔에 술향이 은은하게 퍼졌고, 아이들은 금세 웃음을 터뜨렸다.세 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문호를 향해 잔을 높이며 말했다.“아바마마, 아바마마께 한 잔 올리겠습니다!”우문호는 아이들의 풋풋함을 간직한 똑같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성인이 되려고 애쓰는 그들을 보며 그는 뿌듯함과 감동이 교차했다. 그는 아이들과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그래, 부자끼리 한잔하자!”참으로 묘한 느낌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품에 안겨 있던 작은 아이들이 지금은 그와 함께 잔을 부딪치고 있었다.현대에서 지내는 동안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아이들이 어느 순간 훌쩍 커버린 듯한 착각이 들었다.은은한 촛불이 아이들의 기뻐하는 얼굴을 비췄다. 탁자 아래, 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잡고 서로 미소를 주고받았다.아이들은 부모님에게 열심히 음식을 챙겨주었다. 환타가 원경릉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어마마마, 드시지요. 아바마마도 손잡지 마시고 어서 드십시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그래. 먹자, 다 같이 밥 먹자!”그녀는 그릇에 담긴 음식을 우문호의 그릇으로 조금 옮기며 말했다.“다 못 먹으니, 조금 먹어주시오.”우문호가 답했다.“그럼, 좋아하는 것만 먹고, 싫어하는 건 나한테 주시오.”그는 그릇을 내려놓고 새우를 까서 마늘장에 찍어
다섯째는 평소 아이들의 자잘한 일들에 항상 주목했다. 아이들을 자랑스러워하다가 금세 우울해지곤 했는데, 원경릉은 그의 모습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게 그의 즐거움이었고, 그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했다.계란이의 길쭉한 팔다리가 앞으로 절대 키가 작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다만 아직 클 나이에 이르지 않았다.원경릉은 예전에 아이들이 빨리 자라길 바랐지만, 이제는 천천히 자라길 바랐다. 그래야 아이들이 곁에 머무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길어질 것이다.섣달그믐날 그들은 연회를 올렸다. 관례대로라면 숙왕부에서 무상황과 함께 보내야 했지만, 올해는 무상황이 미리 사람을 보내 섣달그믐날 숙왕부는 아무런 손님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명을 전했다. 어르신들끼리 다채롭게 보낼 준비가 되어 있으니, 아이들이 와서 방해하지 못하게 하라고 뜻을 전했다.다섯째는 오히려 이 소식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동안 어르신들 앞에서 태상황으로서 위엄을 세우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대우는커녕 오히려 재롱까지 부려야 했기에, 그는 항상 처지가 곤란했었다.무상황이 사람을 보내 궁에 있는 우문호에게 각자 알아서 새해를 보내고, 올해는 함께 모이지 않기로 소식을 전했다.황태후도 어린 공주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친정 식구들과 명절을 함께 보내본 적이 없다며 어린 공주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갔다.우문호 역시 만족스러웠다. 항상 북적이는 설날을 보내다 보면, 기진맥진하게 되니 차라리 가족끼리 조용히 보내는 게 훨씬 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여덟 식구끼리 쉴 수도 있었다.이 소식을 들은 후, 우문호는 아이와 원경릉이 좋아하는 음식을 해놓으라 미리 전했다. 원경릉은 원 할머니를 초대하려 했지만, 원 할머니는 한참 망설이다가 단호히 거절했다. 자주 그녀와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밥도 먹지만 숙왕부의 어르신들과는 그런 기회가 적으니, 이번에는 그들과 함께 명절을 보내겠다고 했다.원경릉은 이 말을 듣고 의아했다. 어르신들과
추 할머니의 건강 상태는 약을 먹은 후 많이 안정되었다. 이전에 폐종양이 신경을 압박해 유발했던 통증이 크게 완화되었고, 이제는 진통제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통증이 사라졌으니, 삶의 질도 개선되었다. 추 할머니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자, 모두가 기뻐했다.숙왕부의 노인들은 갑자기 건강 관리에 눈을 뜬 것처럼 건강한 음식을 먹고,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햇빛을 쬐기 시작했다.운동은 늘 해왔던 일이지만, 과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적당한 운동을 하게 되었다.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그들의 전담 의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 외에도 식단을 짜고, 그에 따라 식사하도록 했다.다들 갑자기 이렇게 말을 잘 들으니,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의아해했다. 나중에야 그들이 회의를 열었고, 새로운 목표를 세운 것을 알게 되었다.그 목표는 바로 20년 후의 북당을 보는 것이었다. 안풍친왕과 무상황이 말하길, 20년 후의 북당은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북당은 그들 심혈을 기울여 온 나라니, 더 나은 북당을 보기 위해 기꺼이 노력하고자 했다.원경릉과 우문호는 마음이 놓였다. 집안에 노인이 있으면 보물이 있는 것과 같고, 나라에 이런 노인들이 있다면 나라의 기반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우문호는 걱정 없이 북당을 힘차게 이끌 수 있었다.그렇게 북당의 경제 발전이 최우선 순위에 놓였다.이리 나리는 나라의 발전을 지휘하는 사람으로서 이전의 여유로운 삶을 지낼 수 없었다. 그는 바쁜 나날을 보내며 산업마다 노조를 설립하였고, 각 노조는 나라의 법에 따라 방향을 잡고 나아가고 있었다.그들은 주변 나라와 장사를 하며 자원을 구매했다.지금 우문호와 이리 나리는 약도성의 철광에 목표를 맞추고 있었다. 북당의 철광 자원은 충분하지 않아 그동안 계속 구매해 왔었다. 하지만 금속은 수출량이 제한적이었기에, 이를 극복하려면 자원을 개발해야 했다.약도성의 철광은 매우 풍부했다. 조사 결과, 금나라와 접경한 산맥 외에도 다른 광산 자원이 발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