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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46화

기왕은 슬퍼했다. 그는 붉은 눈으로 방 안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는 조각상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우문호는 처참한 표정으로 주저앉아 있는 기왕의 모습을 보고 그가 유후궁(劉側妃)에 대한 마음이 깊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우문호는 앞으로 나가 앉았다. “형님,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기왕은 그제야 천천히 눈을 돌려 흐리멍덩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왔구나!”

“응, 부황께서 와보라고 하셨습니다.”그는 사건 조사하러 왔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우문호가 말하지 않아도 기왕은 우문호가 온 목적을 알고 있었다. 기왕은 몸을 곧게 펴고 앉아 표정을 가다듬었다.

“묻고 싶은 게 있으면 물어봐. 다른 부중 사람들에게는 다 물어봤잖아.”

“형수님을 빼고는 다 물어봤습니다.”우문호가 답했다.

기왕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담담하게 “네 형수는 몸이 안 좋아서 부중의 일은 하나도 몰라. 그녀에게 물어봐도 소용없을 거야.”라고 말했다.

“후궁의 시녀가 말하길, 후궁이 사고를 당하기 전에 부친으로부터 황량한 생활을 견딜 수 없어 형님에게 부황께 사정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편지를 받았다고 합니다.”우문호가 말했다.

기왕은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일이 있었지. 하지만 본왕은 그 부탁을 들어줄 수 없었어. 그녀의 부친이 죄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내가 다시는 그런 부탁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었지”

“형님께서 당부를 하셨다고요?”

기왕은 수심에 잠긴 채 괴로워했다.

“본왕이 너무 모진 말을 해서 그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같아…….”

“형님께서는 자결했다고 보십니까?” 우문호가 물었다.

기왕은 우문호를 보며 “자결이 아니면? 타살이라는 말이냐?”라고 물었다.

“아직 조사 중입니다.”

“조사해 보거라.” 기왕은 지친 모습으로 손을 저었다.

“이 사건 외에 혹시 후궁에게 혹시 다른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기왕은 차갑게 웃으며 “무슨 안 좋은 일? 그녀가 본왕의 아이를 임신했지 않는가? 아들만 잘 낳으면 평생 귀한 대접을 받으면 잘 살았을 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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