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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69화

Author: 유애
원경릉은 아이를 안고 나가 안풍 친왕비에게 보여주었는데, 안풍 친왕비는 아이를 받아 안고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녀석한테 평생 자기 애는 없을 줄 알았는데 정말 잘됐네. 걔가 갈수록 사람 냄새가 난다니까! 근데 이 아이.. 정말 어렸을 때 이리율을 쏙 빼닮았네. 이리율은 어릴 때 너무 말랐지만.”

원경릉이 왕비를 보고 자리에 천천히 앉았다. “이리 나리가 이번에 상당히 긴장해 보이던데 아내가 아이를 낳을 때 남편이 긴장하는 건 당연하지만, 제 생각에 이리 나리는 태산이 무너져도 얼굴색 하나 안 변할 사람인데 이번엔 좀 심하게 긴장하더라고요. 이니 나리에게 무슨 사연이 있나요?”

왕비가 원경릉을 보고 약간 감동했다. “정말 꼼꼼하게 관찰했네. 이리율에게 관심을 가져줬구나. 사실 이리율은 너란 제자를 자랑스러워하지. 넌 이리율이 평생 단 하나 보호해야 할 여자야.”

“에?” 원경릉이 약간 당황했다. “첫 번째는 왕비 마마실걸요? 마마는 이리 나리의 사부님이시잖아요.”

“이리율은 어릴 때부터 누구의 보호가 필요 없다는 걸 알았어.” 왕비는 살짝 자기 이마를 아가 이마에 대고 원경릉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포대기를 토닥였다.

“이 아기는 복 받았네. 태평성대에 태어나 부모 출신은 존귀하지. 이 아이는 많은 사람들이 지키고 사랑하고 아낄 운명이야. 하늘의 사랑을 받은 아이니 이름을 이리천행이라 하자, 아이가 자라면 하늘의 도를 행해 백성을 보호하고 고통을 덜어주길 바라는 뜻으로. 어때?”

“하늘의 도를 행한다, 천행.. 이리천행.. 이름 참 좋은데요. 뜻도 깊고요!” 원경릉이 안풍 친왕비 말에 찬성했다. “이리 나리…. 아이 이름은 마마께서 붙이셨는데 이리 나리 부모님께서는요?”

이리 나리의 이력은 줄곧 베일에 싸여 있어 공주와 결혼할 때도 이리 집안에서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전에 듣기로 이리 나리도 부귀한 집안 출신으로 적어도 상인 집안일 거라고 했으나 이 외에 다른 건 아무것도 몰랐다.

원경릉은 원래 이리 나리 개인사를 수소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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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970화

    그러자 원경릉이 한 번도 보인적 없는 완력으로 미색을 끌고 나가 마차에 곧바로 태웠다.미색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위아래로 원경릉을 쳐다봤다. “언제부터 이렇게 힘이 세졌어요? 최근 무공수련이라도 한거예요? 계속 혜민서에 있지 않았어요? 이리 나리도 마마를 가르칠 틈이 없었는데. 폐하께서 직접 가르치신 건가요..? 폐하 성격에 마마께 무공을 가르치는 걸 마마께서는 참으실 수 있으세요?”“일단 그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물어볼 게 있어. 이리 나리 이력을 아는 게 있어?” 원경릉이 미색의 손을 누르며 물었다.“이리 나리 이력이요? 왜 갑자기 그런 개인적인 일을 물으시는 거지요?” 미색은 약간 의외였다.“그냥 우리가 이리 나리에 대해 아는 게 없는 거 같아서, 좀 알아두고 싶어서 그래.” 원경릉은 이리 나리가 거의 무너질 것 같은 모습을 본 순간을 떠올리며 속으로 강렬한 불안을 느꼈던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문령이 아이를 낳으면서 이리 나리 마음속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모양이었다.미색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사실 이리 집안이 어떤 상황인지 저도 잘 몰라요. 밖에 소문은 많이 돌죠. 누구는 이리 집안이 부유하다고 하고, 누구는 이리 집안이 어떤 방면에는 최고 부자라는 소리도 있지만 고아라는 말도 있어요. 제가 유일하게 아는 건 바로 이리 나리 어머니가 이리 나리를 낳을 때 난산으로 돌아가신 것으로, 이리 나리는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아 눈늑대봉에 나타난 것을 눈 늑대가 구해서 돌아왔다는 거예요.”원경릉이 화들짝 놀랐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눈늑대봉에 나타났다고? 누군가한테 버려진 거야?”“그건 잘 모르겠어요. 이리 나리가 얘기를 안 하시고 아무도 말도 꺼내지 못하게 하셔서 저도 무심코 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 마마께 눈 늑대를 달라고 하실 때 한 번 얘기하신 걸 들은 거예요.”원경릉이 놀라서 말했다. “어쩐지 이리 나리가 눈 늑대에 그렇게 깊은 집념을 보이더라. 알고 보니 이리 나리를 구한 게 눈 늑대였군.”미색이 고개를 끄덕

  • 명의 왕비   제 2971화

    우문호는 자기가 외삼촌이 된다는 것이 기뻐서 원경릉에게 아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자꾸 물었다. 원경릉이 웃음을 지었다. “그래, 우리 그때 같이 가자. 외삼촌인데 조카한테 선물도 해야 하고.”“걱정하지 마, 목여한테 준비하라고 했어. 때 되면 여덟째랑 우리 애들이랑 같이 이리 저택으로 가자!” 우문호 또한 기쁜듯 힘차게 말했다.누구를 닮았는지는 세삼때 출궁해서 보기로 했다.우문호는 자신이 아버지로서의 비결을 전수해 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느꼈다. 이리 나리가 다른 건 뭐든지 다 알지만 아빠는 처음이라 허둥지둥할 게 분명하니 자신처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곁에서 하나하나 가르쳐줘야 한다는 것이다.원경릉은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채로 알았다고 했고 우문호는 너무 흥분한 탓에 원경릉이 이상한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심지어 목여를 불러 황제의 신분으로 아이에게 이름을 하사하려고 했다.원경릉이 얼른 말렸다. “그럴 필요 없어, 아기 이름 붙였어. 이리천행이라고, 안풍 친왕비께서 붙여주셨어.”우문호가 미간을 찡그리며 물었다. “천행? 어쩌자고 역병 이름을 붙이신 거야? 재수 없게. 안 좋아, 안 좋다고!”생각지도 못한 우문호의 반응에 원경릉도 놀라서 잠시 생각해 보니 유행성 돌림병이 떠올랐다. 천행은 역병 이름이긴 하지만 왕비가 아마 그것을 놓칠리는 없었다. “천행이라고 해도 단순히 유행성 돌림병만 지칭하는 건 아니고 보살이 수련하는 오행 중 하나도 그렇게 부른다고 들었어. 그리고 자연법칙을 따르고 흐름에 따라 행한다는 의미가 있잖아?”그리고 왕비는 ‘하늘의 도를 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즉, 자연의 순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기에유행성 돌림병 어쩌고와는 아무 관계도 없다.어쨌든 이 아이는 계란이와 같은 운명으로 많은 별들이 하나의 달을 에워싸듯 추앙받을 것으로 이름은 그다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이리천행 듣기 좋잖아.’원경릉은 다음날 혜민서로 돌아갔다. 지금 혜민서 쪽은 할머니가 약재를 제련하는 실험실을 짓기 위해 확장 건축하고 있어 자신이 지켜봐

  • 명의 왕비   제 2972화

    하지만 미색도 이리 나리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눈늑대봉에 버려졌다고 했으니 이리 나리의 모친이 난산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래서 그 탓을 전부 이리 나리에게 돌린것이라는 가능성이 있었다. 민간에도 그런 미신을 믿는 사람이 있지만 난산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 많은 평민 백성이 전부 산모의 죽음이 난산 때문이라고 간신히 살아남은 아이에게 분노를 쏟아내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렇게 살아남은 아이를 너무도 소중히 여긴다. 하지만 매정한 아버지도 있으니 이리 나리 일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왕비 마마께서 그러시는데 이리 나리 가족을 전부 다 죽었데요.” 원경릉이 슬쩍 떠봤다.하지만 소요공은 처음듣는 듯 놀라 물었다. “다 죽어요? 정말입니까? 어머니만 돌아가신 게 아니었어요…?”보아하니 소요공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본래 원경릉도 더 이상 떠볼 필요 없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도사린 불안감이 점점 강해져서 시시각각 초조해지기 시작했다.원경릉은 궁으로 돌아와 경단이 늑대를 세삼때 데려가서 한 달간 이리 나리에게 빌려 주기로 경단이와 상의했다. 원경릉은 이게 이리 나리에게 위로가 될지는 확신이 가지 않았지만, 늘 눈 늑대를 갈망했었고, 전에 며칠을 빌려줬을 때도 몹시 기뻐했던 것을 기억했다. 원경릉은 눈 늑대와 새로 태어난 아이가 이리 나리의 심령에 위안이 되어 붕 뜬 마음이 평온을 되찾기를 바랄 뿐이었다.세삼 때가 되자 원경릉 가족은 눈 늑대를 데리고 이리 저택을 찾았다. 이리 나리는 눈 늑대를 보더니 역시나 좋아하며 눈 늑대를 끌고 허스키와 후원으로 가더니 그들에게는 인사도 건네지 않았다.세삼 의식도 꽤 거창해서 안풍 친왕비가 주관해서 씻긴 후 원경릉이 안아서 공주에게 주는데 공주 눈가가 빨갛게 된 것이 운 모양이었다.원경릉이 좌우를 물리고 침대에 앉아 부드럽게 우문령에게 물었다. “왜 그래? 누가 서럽게 했어? 이리 나리가 잘 안 해주셔?”공주가 침대에 앉더니 아이를 안았다. 얼굴이 초췌한 것이 아직 창백한데 억지로

  • 명의 왕비   제 2973화

    공주의 침실을 나온 후 원경릉은 이리 나리를 찾아 후원으로 향했다. 이리 나리는 허스키와 눈 늑대와 후원에서 뛰어 놀고 있었는데 정말 즐거워 보였다. 봄날의 햇살이 후원의 작은 연못에 금빛 가루를 뿌려놓은 듯 아름다웠고, 막 새순이 돋은 수양버들은 바람을 맞아 한들거렸다. 눈 늑대와 허스키는 수양버들 사이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이리 나리는 신나게 웃고 있었다.원경릉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리 나리는 다른 누구 앞에서도 이런 기쁜 웃음을 보여준 적이 없는데, 유독 눈 늑대를 대할 때는 모든 경계심을 풀고 진심 어린 미소를 짓는구나.이리 나리가 세상을 경계하며 담을 쌓고, 일찌감치 현실을 자각해 사람의 본질을 꿰뚫어 본 것일까?하지만 이리 나리를 알고 지내오는 모든 시간동안 이리 나리는 항상 사람을 진심으로 대해왔으며 누구도 속이거나 무시한 적이 없었다. 나라에 난이 일어났을 때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앞장섰으며, 돈이든 사람이든 이리 나리를 필요로 할 때 거절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이리 나리는 진심을 다해 사는 사람으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유유자적하게 지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공주에게 착실하게 잘한 것을 모두 눈으로 확인했다. 공주가 시집온 지 몇 년 동안 전혀 건드리지 않은 것은 공주가 앞으로 임신, 출산과 양육을 견디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몸을 보양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무슨 생각 하세요?”갑작스런 질문에 원경릉이 정신을 차렸는데, 언제부터 이리 나리가 자기 앞에 서 있었는지 아직 미소가 가시지 않은 얼굴로 원경릉을 보고 있었다.“아뇨, 아무 생각도 안 했어요. 이리 나리와 늑대가 이렇게 즐거운데 방해하면 안 되는 게 아닐까 싶어서요.” 원경릉이 웃음을 지었다.이리 나리가 빙긋 웃으며 정자로 가더니 느긋하게 앉았다. 비단옷에 백옥같이 빛나는 외모, 맑은 기상, 여기에 약간의 시원스러움과 자유분방함이 어울려 지난날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앉으세요!”원경릉이 이리 나리 맞은편에 앉았는데 이리 나리 눈 밑이 검어진 게 보였

  • 명의 왕비   제 2974화

    이리 나리는 대답하지 않고 눈 늑대를 불러 품에 안았다. 원경릉은 이리 나리를 한동안 바라보고 천천히 뒤돌아 나왔다.궁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문호와 아이들은 새로 생긴 사촌 동생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전부 사촌 동생은 여동생처럼 예쁘지 않지만 그래도 예뻐해 줄 수 있다고 했다.원경릉은 아이들이 흥미진진하게 얘기하는 것을 흘려들었다. 같이 웃고는 있었지만 여전히 이리 나리 일에 대한 생각뿐이었다.우문호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원경릉에게 한마디 했다. “안풍 친왕비 마마는 계속 이리 저택에 사실 건가? 우리가 갈 때도 전혀 돌아갈 의사가 없으시던데.”“소요공께서 그러시는데 왕비 마마는 며칠 이리 저택에 머무실 거래.”“그래? 왕비 마마께서 이리 나리에게 정말 잘해 주시네.” 우문호가 목을 움츠리며 잠시 있다가 다시 의문스러운지, “하지만 내가 알기론 안풍 친왕 부부는 전에 현대로 돌아갔다고 했는데 왜 다시 돌아오신 거지?”“소요공 말씀으론 안풍 친왕 부부께서 아쉬워하셨다는데.”“아쉬워도 좀 더 놀고 돌아와야지, 전에 당신이 한 얘기 기억하는 게 만약 평형을 유지하며 두 시공간을 왕복하는 동안 시간은 같은 속도로 흐른다고 했어. 그 말은 안풍 친왕 부부가 돌아가서 며칠도 못 있었던 거지. 지난번 두 분이 얼마나 미친 듯이 즐기셨는지 기억하지? 저분들이 정말 벗어날 생각이었으면 분명 일 년은 아쉽고 뭐고 할 틈도 없으셨을걸.”원경릉이 이런 생각이냐며 물었다. “자기 말은 저분들이 뭔가 일이 터질 걸 알고, 서둘러 돌아오셨다는 거야?”우문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환타 쌍둥이를 앞으로 안았다. “아마 갈 때는 너무 기뻐서 그 일을 잊었다가 나중에 좀 냉정을 되찾고 떠오르신 걸 거야. 그래서 부랴부랴 돌아오셨을테고…. 우리 눈앞에 그렇게 큰 일이 뭐가 있겠어? 나라는 평안하고 두 분의 발목을 잡던 건 황조부, 평남왕 등 몇몇 분에 기껏해야 이리 나리 정도에 불과하잖아. 어쩌면 이리 나리가 아빠가 되는 걸 보고 싶으셨을 수도 있지. 떠들썩한 기분으로 돌

  • 명의 왕비   제 2975화

    안풍 친왕비 말대로 이리 나리의 대뇌를 통해 과거 사건 전체를 복기한다는 뜻은, 이리 나리 대뇌에서 기억 저장을 담당하는 부분에 침투한다는 말이다. 비록 지금의 원경릉이라면 못 할 것도 없지만 그러려면 상대가 원경릉에게 아무런 경계심도 느끼지 않고 잠이 들어야 했다. 최면은 보통 피최면자의 말을 통해 대뇌에 침투하는 것인데, 원경릉이 하려는 것은 이리 나리의 기억 영역에서 해당 기억을 찾아내는 것으로 이리 나리 본인이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기억까지 다룰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반인들은 아기 때를 기억하지 못한다. 아기 때 기억은 사실 대뇌의 깊숙한 곳에 잠재되어 있지만 끊임없이 들어온 정보에 덮여 기억조차 할 수 없게 된다.보통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의 대뇌에 침투할 수 없지만 원경릉은 가능했다. 원경릉의 뇌파는 다른 사람과 달라서 다른 사람의 대뇌에 침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사고를 제어하고 심지어 기억을 이식할 수도 있었다. 원경릉이 사고의 과도한 발달을 제어하는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쉽게 가능한 일이지만. 약을 복용한 뒤로 대뇌를 상당 수준 억제해 자신의 초능력에 천천히 익숙해질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하고 있었다.이때 원경릉이 안풍 친왕비에게 물었다. “왕비 마마께서는 제가 뭘 하길 바라세요?”안풍 친왕비가 답했다. “이리율이 겪었던 일을 새로운 기억으로 이식하는 걸 시도해 봤으면 해. 너한테는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넌 최면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까.”원경릉이 고개를 흔들었다. “최면술을 통해 기억을 심는 건 다른 사람에게는 가능할지 몰라도 이리 나리에게는 안 돼요. 이리 나리의 방어 기제는 일반인과 비교할 수 없어요. 기억을 제대로 심지 못하면 오히려 정신적으로 상당한 혼란을 일으킬 거고, 과거에 겪었던 일들이 이리 나리의 지금 모습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어요. 제 생각이 기우(기나라 사람들이 하늘이 내려앉는 것에 걱정하였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일까요?”그리고 실질적으로 원경릉이 최면으로 기억을 이식

  • 명의 왕비   제 2976화

    이리 나리는 숨소리가 점점 골라지고 온 몸에 긴장이 풀리며 수면 상태에 들어갔다. 안풍 친왕비가 살짝 불러도 반응이 없어 그녀는 한참동안 사랑이 넘치는 눈빛으로 물끄러미 이리 나리를 바라보다가 문을 열고 나갔다.원경릉은 밖에서 기다리다가 안으로 들어갔고 안풍 친왕비가 문 앞을 지켰다.원경릉은 창문을 다 닫고 사랑채 안의 휘장을 전부 내려 어둡게 했다. 방안은 마치 황혼을 지난 어두운 밤 같았다.원경릉은 방금 안풍 친왕비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는데, 엷은 침향이 느껴지며 마음이 아주 고요해졌다.은은한 안개가 온천지를 뒤덮자, 혼란스러운 미로에 빠진 듯 눈앞에 구불구불한 샛길이 보이고 의식을 연장하자 수많은 촉감이 생겨났다. 원경릉이 못 들어갈 곳이 없어서 앞으로 뚫고 나가며 모든 정보를 수집했다. 어떤 건 이리 나리의 기억이고, 또 어떤 건 사건이 있었던 후에 알았던 정보로, 이것으로 당시 진상을 복기하기에 충분했다.36년 전, 풍도성.풍도성은 북당 건국 초기 이미 북당에 귀순했으나 계속 자치권을 인정받아 매년 조공만 바치기면 조정은 상관하지 않는 지역이었다.성주 안지여는 안 씨 집안에서 가장 뛰어난 후계자로 젊은 나이에 성주의 자리를 이어받아 이리 집안 큰 아가씨를 아내로 맞았다.이리 집안은 풍도성에서 명성이 자자한 천문 세가인데, 천문이란 별의 형태를 보고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파악하는 것으로, 천문 세가는 하늘의 뜻에 순행하는 집안을 말한다.그런 이리 집안의 가주가 누군가를 위해 하늘을 거슬러 운명을 바꾼 탓 때문에 참혹한 횡액을 당해, 큰 아가씨인 이리봉청이 가주가 되었다. 그렇게 이리봉청이 가주가 된 지 3년 만에 풍도성 성주 안지여에게 시집을 갔고, 그해 그녀의 나이는 18세였다.이리봉청은 천문 능력을 이어받아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역천개명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 능력을 갖춘 자는 하늘의 뜻에 순행해야 하는데, 역천개명 할 경우 그 저주가 역천개명을 행한 사람에게 돌아오게 된다. 이리봉청의 아버지가 바로 그렇게

  • 명의 왕비   제 2977화

    따뜻했던 안지여가 극도의 냉혈한으로 돌변해 이리봉청에게 한 가지를 제안했는데, 바로 어떤 사람을 위해 역천개명을 시행하라는 것이었다.역천개명은 이리봉청의 수명을 깎아야 했고 참혹한 횡액을 당할 것이 분명했지만 안지여는 그런 것을 전혀 개의치 않았고, 그녀가 죽고 싶지 않으면 역천개명의 저주를 곧 태어날 아이에게 넘겨야 한다고 협박까지 했다.안지여의 이러한 협박은 이리봉청을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뜨리기 충분했다. 슬픔과 분노로 흽싸여 금방이라도 미쳐버릴 지경이었지만 마음의 고통을 겨우 누르고 안지여에게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는지만 무를 뿐이였다. 이리봉청의 뱃속에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는 안지여의 아이였기 때문이었다!안지여는 성주 저택 본관 태사의에 앉아 두 손으로 의자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며 조금의 자비도 없이 차갑게 말했다. “맞아. 걔도 내 아이지. 그래서 그 아이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가 나한테 있는 거야. 내 아이가 역천개명의 저주를 받는 거니까 내가 너한테 빚진 건 이제 없는 셈이군.”이 말은 원경릉의 가슴을 다시금 후벼팠다. 분명 이리 나리가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들은 것이겠지만 이리 나리의 뇌리에 깊게 박혀있었고, 원경릉도 이 말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이 말이 이리봉청에게 얼마나 큰 상처였을지 상상이 갔다.이리봉청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당장 선택해야 했다. 사실 선택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게 이리봉청에게는 오직 한가지 선택지만 있을 뿐이었다. 안지여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천문 세가의 사람은 전부 죽음을 맞이해야 했기 때문이었다.북당 황제는 너무 멀리 있었다. 실질적으로 풍도성 황제는 안지여로 안지여가 죽이겠다면 죽이는 거였다. 하지만 천문 세가 백성들에게 깊은 존경을 받고 있어 일반적인 경우라면 민심이 두렵기에 안 지어가 천문 세가 사람을 건드릴 수는 없었다. 그런 안지여가 누군가를 위해 민심을 잃고 천하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더라도 역천이하겠다는 것이다.안지여가 아끼는 사람은 바로 소여쌍으로, 안지여의 사촌 여동생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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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3377화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 명의 왕비   제3376화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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