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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14화

원경릉마저 상당히 감동했다. 이 힘든 길을 걸어온 본인들이 참 뿌듯해졌다.

80만 냥 지폐를 명원제 수중에 전하자 명원제가 30만 냥만 꺼내고 나머지는 전부 우문호에게 돌려줬다. “가져가, 보위에 오를 때 혼사를 치를 테니 체면을 살려야지. 국고나 내탕고의 은자 쓰지 말고.”

황제의 황후 책봉례이므로 국고에서 은자를 지출해도 되지만 명원제는 황실 일은 국고의 은자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았고, 우문호도 그러길 바랐다.

우문호는 50만 냥 지폐를 들고 엉거주춤하게 말했다. “이건 모두의 효심을 아바마마께 표현한 것으로 소자는 받을 수 없습니다.”

명원제가 단호하게 말했다. “가져가서 아내에게 좀 좋은 걸 사줘. 그동안 솔직히 너무 홀대했어. 태자비는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야. 원래 내가 자식들에게 50만 냥을 모아오라고 시킨 건 그중 일부를 네 혼사에 쓰고 싶어서였어. 전에 너한테 준 돈은 쓸 수 없으니까. 알겠느냐?”

우문호가 고개를 저었다. “소자 받을 수 없습니다. 아바마마께서 이 은자가 필요 없으시면 소자가 형제들에게 돌려주겠습니다.”

명원제가 기각 막혀 냅다 화를 냈다. “넌 머리에 두부만 들었냐? 저들은 은자가 안 부족해. 은자가 없는 건 너라고. 이건 내가 널 위해 하는 마지막 일이야. 넌 그냥 가져가면 돼. 네가 필요 없으면 짐도 며느리에게 내리도록 하지. 태자비를 더는 초라하게 하지 마라. 황실의 왕비가 누려야 할 부귀영화를 태자비는 한 번도 누려본 적이 없어. 오히려 매일 걱정 근심에 종종거리며 집안일과 나랏일을 생각해 왔지. 근데 너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우문호는 눈가가 뜨거워져서 꿇어앉아 감사 인사를 올렸다. “아바마마, 손자 원 선생을 대신해 감사드립니다.”

명원제 얼굴이 그제서야 화색이 돌며 우문호를 일으켰다. “그럴 필요 없다네. 우리 우문씨 집안이 태자비에게 빚을 졌지. 태자비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해 주거라. 태상황 폐하를 구한 것을 시작으로 우리 우문씨 집안의 역량이 비로소 하나도 응집되기 시작했어. 짐도 태자비 영향을 받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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