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와 전서구정집사가 설명했다. “이 무당 지대는 원래 무당들이 장악하고 통제하는 곳으로 여기 나무, 바위가 놓인 것도 모두 일종의 진법으로 무당 지대를 느끼는 것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해도 마찬가지인 것이 왕야께서는 지금 해를 보실 수 없지만 누군가는 볼 수 있고 이 진법이 대단한 것은 각 사람의 기를 느껴 이로부터 시각적으로 변형해 나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어떻게?” 위왕이 의아해 하며 근처의 안왕에게 물었다. “넌 볼 수 있어?”안왕이 보더니 고개를 가로젓고, “아니!”우문천도 올려다보고 이상하게, “볼 수 있어요. 저기 있잖아요?” 손가락을 뻗어 가리키는데 위왕과 안왕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보면 운무만 휘감겨 있다. ‘해가 어디 있다는 거야?’“무당 지대에 들어왔으니 보이는 모든 것은 상식으로 추측할 수 없습니다. 그런 것에 매달리지 마세요. 계속 길을 가죠. 오늘밤 또 야영을 해야 합니다.”안왕이 듣고 약간 놀라서, “야영? 자네 말은 오늘 무당 지대를 떠나지 못한다는 말인가? 보기엔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데 오늘 걸어서 나갈 수 있는거 아닌가?”정집사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오늘 나가는 건 불가능 합니다. 지금 우리가 들어온 지 대략 한 시진정도 됐는데 아직 무당 지대의 바깥 권역까지 들어서지도 못했습니다. 무당지대는 바깥 권역, 땅 권역, 하늘 권역으로 나뉘어 있고, 하늘 권역에 들어가야 비로소 무당 지대의 가장 위험한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정집사가 위험이란 두 글자를 강조하자 위왕과 안왕의 마음이 무거워졌다.대오는 계속 전진하다 정오에 잠시 쉬며 육포와 물을 먹고는 또 계속 걸어갔다.점점 바위가 나무보다 많아지고 우연히 토끼가 출몰하는 걸 볼 수 있었다.“뱀이다! 너무 많아요, 전부 나무에 걸려 있습니다.” 갑자가 앞에서 누군가 놀라며 외쳤다. 사식이가 얼른 보자 정말 침이 가는 소나무에 청사(青蛇)가 가득 걸려 있었고 그 뱀들이 거꾸로 매달려 내려오더니 푸른 혀를 날름거리며 서서히 꿈틀거렸다.
혈술, 피의 저주진근영이 말했다. “태후 마마의 약은 전부 신비로워서 사식이가 이렇게 얘기했지만, 결코 실수할 리 없어요. 아니면 전서구를 보내 물어보죠. 전서구는 하루 천리를 날고 지금 우리는 겨우 삼백리를 왔으니 비둘기가 직선으로 날면, 그 쪽에 금방 도착할 거예요.”“좋아요, 여쭤봐요.” 원경릉은 마음 속으로 뭔가 석연치 않은 것이 지금 우문호와 진정정도 갔고 정말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 말이다.진근영이 바로 서신을 써서 다른 비둘기를 날려 보내고 몇 시진이 되지 않아 비둘기가 돌아왔는데 한쪽 발에 종이를 묶고, 반대쪽 다리에는 작은 연꽃이 묶여 있었다. 원경릉은 이렇게 정교한 연꽃을 한 평생 본 적이 없었고 꽃에선 은은하고 그윽한 향이 났다. 원경릉이 바로 종이를 펴자 용태후의 몇 마디가 적혀 있었다.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만아 몸에 신내림을 없애는 것 외에 혈술(血術)이 걸려 있는 것으로, 혈술은 무당의 생명을 저주 댓가로 삼는데 무고술이나 신내림 같은 강림현상이 아니므로 피로 쓴 부적으로는 풀 수가 없다. 죽어가는 무당이 혈술의 저주를 통해 다른 사람의 혈액 속에 기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내림이 혈술을 누를 수 있지만, 일단 신내림을 풀려고 시도하면, 피의 주문이 작동해 사람의 생각과 행동 모두 무당의 통제를 받게 한다. 연꽃을 만아 입 속에 넣고, 반 시진이 지난 후 만아의 손목을 긋고, 대략 반 그릇 정도의 피를 쏟아내면 혈술을 없앨 수 있다.또한, 만약 그들이 무당 지대의 땅 권역에 들어갔다면, 전서구가 들어갈 수 없으니 직접 가져다 주도록 명하되 무당 지대가 위험하므로 죽거나 다칠 수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말이 담겨 있었다. 원경릉이 다 보고 진근영에게 전하자 진근영은, “이렇게 하죠, 태자비 일행은 잠시 역관에 계시고 제가 직접 다녀올게요.”원경릉이 생각해 보더니, “저도 같이 갈 게요.”“태자비도 간다고요?” 진근영이 놀라서, “태자비는 무공을 못하고 내내 말을 타고 달리는 걸 견디기 힘들 것
바깥 권역과 땅 권역한편 위왕은 병사들을 데리고 날이 저물도록 나아 갔는데 아직도 무당 지대의 바깥 권역을 벗어나지 못했고, 가는 길에 뱀을 본 것 외에도 독충이 날뛰는데 생긴 건 개 벼룩 같은데 벼룩보다 훨씬 커서 발가락만한 크기였다. 정집사가 미리 경고한 덕에 독충에 접촉하지 않아 특별한 일은 생기지 않았다.곧 무당 지대의 땅 권역에 거의 다 와 나아가려 하는데 날이 이미 어두워져서 더 갈 수 없으므로 위왕의 명에 따라 그 자리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가기로 했다.무당 지대 밖에서 소홍천과 박원 등도 야영을 하며 사람을 보내 입산할 수 있는 다른 길이 있는지 여기 저기 순찰하게 시켰다. 이로써 무당 지대 바깥 권역은 전부 정확히 꿰뚫 수 있었다. 소홍천은 일처리를 세밀하게 해서 사람을 보내 바깥 권역을 이해하는 것 외에 두 사람을 보내 편지를 날렸다. 우문호와 진정정은 사람을 데리고 남강 북쪽으로 오는 도중에 진근영의 편지를 받았다. 진근영과 원경릉도 남강 북쪽으로 달려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우문호가 듣고 다급해 져, “원 선생이 왜 오는 거야? 이게 무슨 헛소리야? 무공도 못하면서.”“침착해, 우리가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태자비 마마 한 분 보호 못 하겠어?” 진정정은 걱정보다 오히려 태자비가 와서 잘됐다고 생각했다. 일단 전쟁을 시작하면, 반드시 사상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여기에 태자비가 있으면 바로 치료할 수 있다. 이번 작전은 급했고 임시로 소규모의 군사를 빌린 거라 틀림없이 군의관을 데리고 있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우문호는 원 선생에게 떠나 있으라고 해도 원선생이 반대할 것이므로 고개를 젓고 탄식하기를, “정말 어쩔 수가 없다니까, 남강 일로 그렇게 오래 소란을 일으켰는데, 자기 시녀 만아에 관한 일이면 줄곧 빠지려고 안 해. 됐다. 자네 말 대로 원 선생을 보호 못 할 이유도 없지.”진정정이 물을 몇 모금 마시더니, “그럼 우리가 먼저 남강 북쪽에 도착해서 그녀들을 기다렸다가 같이 무당지대에 들어가자.”
길잡이가 바뀌다“맞습니다. 하늘 권역이 가장 위험합니다.” 정집사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왜 그래?” 위왕이 정집사의 표정이 좀 이상한 걸 발견하고 물었다.“무당 지대에서 사용하는 진법이 제가 아는 것과 같지 않습니다. 바깥 권역은 그래도 가긴 좋았는데, 이 땅 권역에 도착하니 점점 저도 정확하게 안내하고 있다고 장담을 못하겠습니다.”이렇게 말하고 만아를 봤다.만아는 바위 옆에서 쉬며 조용히 그들의 말을 듣고 정집사가 쳐다볼 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 어떻게 가는 지 알아요. 저를 믿어주세요.”정집사의 시선이 복잡해 지면서, “하늘 진을 넌 정말 어떻게 가는지 아니?”“당연히 알죠, 제가 길을 안내할게요!” 만아가 위왕에게 굳은 눈빛으로, “무당 지대를 병사 하나도 다치지 않고 나갈 거라고 보장해요!”위왕이 만아를 보고 또 정집사를 보더니 정집사 눈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당황하는 것을 보고 위왕은 아차 싶었다. 만아의 말은 믿기엔 부족한 것이 위왕은 경험이 있는 장수로 만아의 확고부동한 눈빛에 안심보다 불안을 느꼈다.그러나 지금 오직 만아에 의지할 수밖에 없고, 만아의 속내는 아무도 모른다.결국엔 지금 선택의 여지가 없어 그저 만아가 길을 안내하는걸 따라가는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만아가 정집사의 길 안내 역할을 대신하게 되면서 계속 앞으로 걸어가고 사식이는 만아가 가는 대로 따라가며, “만아야, 이 땅 권역은 얼마나 걸어야 나갈 수 있어?”만아가, “오래 걸리지 않아요, 3~4시진만 앞으로 더 가면, 바로 하늘 권역일것 입니다.”“정말 우리가 안전할 거라고 확신해?” 사식이는 호흡이 곤란한 게 느껴지고 입술도 창백해졌다.만아가 멈춰서 사식이를 보더니 울 것 같은 얼굴로 억울하다는 듯이, “아가씨도 저를 못 믿으세요?”사식이는 만아의 울 것 같은 얼굴을 보고 또 모두가 만아에게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생각하더니 만아가 이번 길에 얼마나 억울할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 “아니야, 그런 뜻이 아니야. 난 널 믿어.
이상하다 이상해하룻밤을 쉬고 다음날 다들 만아에 대한 아무 의심없이 안심하고 다시 따라가며 발걸음을 옮겼다. 하늘 권역에 들어가자 모든 감각이 이상한 것이, 매우 음습하고 차가웠고 나무는 땅 권역보다 더 많아 보였다. 게다가 전부 커다랗게 하늘을 향해 치솟은 고목들로, 길도 명확하지 않아 모두 들풀을 밟으며 걸어갔다. 낙엽이 높게 쌓여 땅은 미끄럽고, 습도가 높아서 숨쉬기가 약간은 곤란했다.운무는 땅 권역보다 더 짙어서 가시거리가 5~6m정도로 모두가 길을 잘 따라올 수 있도록 만아가 나뭇가지를 꺾어 자신의 붉은 손수건을 매고 그걸로 운무를 헤치면서 갔다. 뒤따르는 사람들은 이 붉은 색을 보며 따라가 대오에서 떨어져 낙오될 일이 없었다. 사식이는 호흡이 갈수록 곤란해져 산에 앉아있는데, 사람들의 거칠고 낮은 숨소리만 들을 수 있었고, 가끔 누군가 기침을 하였고 점점 여기저기서 기침소리가 들려왔다.“누가 기절했다!” 대오에서 갑자기 큰 외침이 들려 위왕이 빠른 걸음으로 뒤로 갔다. 기절한 자는 사병으로 얼굴은 청색증을 보이고 입술은 창백한데다가 약간 보랏빛이 도는 것이 호흡곤란 증상 같았다. “좀 비켜, 에워싸지 말고.” 위왕이 낮은 목소리로 얘기하며 옷으로 바람을 불고 사병의 인중을 누르자 잠시 후 천천히 깨어났으나 그는 이미 걸을 수 없는 상태였다. “업고 가자, 다들 돌아가면서 업어!” 위왕이 명령했다.한 명을 업고 계속 앞으로 가는데 갈 수록 많은 사람들이 이어서 쓰러졌다. 한 시진 동안 수십명이 쓰러졌고 사식이도 버티지 못해 결국 서일에게 업혔다.위왕은 답답한 심정으로 만아에게 물었다. “이 하늘 구역은 얼마나 오래 있어야 벗어날 수 있니?”만아가 붉은 손수건을 들고 조용히 위왕을 보며, “적어도 6시진이요, 이것 또한 최대한 빨리 갔을 때 얘기입니다.”“아직 5시진이나 더 가야 한다고?” 위왕이 크게 놀라, “6시진이면 해가 지네, 그럼 여기서 하룻밤을 더 보낸다는 소리 아닌가? 그게 어떻게 가능하나?”만아가 미소를 지으며
돌변한 만아“신경 쓰지 마세요, 만약 만아가 빨리 가면 무슨 수를 써서든지 반드시 쫓아가셔야 합니다!” 정집사 마음 속에도 말할 수 없는 이유로 우문천을 재촉해서 만아를 따라가게 했다.정집사는 가장 최악의 가능성은 말하지 않았다. 그건 바로 만아가 혈술에 당했을수도 모른다는 일이다.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적은 것이 정집사가 아는 바에 따르면, 그동안 무당 한 명이 폐관 한 것 외엔 지금까지 죽은 무당이 없었며 이 혈술은 무당의 목숨을 사용해야만 해서 만약 혈술을 하기 위해 무당 한 명을 희생해야 한다면, 너무 슬픈 일이기 때문이다.우문천도 깊이 신경 쓰지 않고 하늘 권역이 매우 기괴하다는 생각으로 앞으로 가 길을 안내하는 만아를 쫓아갔다.만아가 빨리 가자 우문천도 빨리 가는데 이상한 것이 만아라는 목적이 있어 그녈 쫓을 때 우문천의 호흡은 전처럼 그렇게 곤란하지 않았고, 눈 앞의 운무도 그렇게 짙지 않다.우문천은 하늘 권역을 이제 거의 다 빠져나가는 줄 알고 황급히 모두에게 소리치길, “얼른……”우문천은 말을 멈추고 기괴하다는 듯 뒤쪽의 길을 봤다. 뒤쪽 길은 거의 안개가 없는데 방금 그의 뒤를 따르고 있던 큰 대오가 이미 보이지 않았다.우문천은 순간 가슴이 철렁해서 고개를 돌려 만아에게 묻는데, 배가 아픈 느낌이 들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여 내려다 보니 배에 비녀가 꽂혀 있었고 선혈이 흘러나왔다.그림자 하나가 천천히 물러가서 1장(3.3m)정도 거리에서 우문천을 보더니 얼굴에 음흉한 미소를 띠었다.“만아, 너……” 우문천이 배를 쥐었다. 진짜가 아닌 그저 몽환적인 느낌 뿐이었다. 두 손에 피가 젖어 물들었고 배에 통증을 느끼니 비로소 사실인걸 깨달았다. 만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왕야, 죄송합니다!”“…대체 왜?” 우문천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만아에게, “네가 왜 나를 찌르지? 난 널 구해준 적이 있는데...”“왕야는 쫓아오시면 안되니까요!” 만아가 고개를 들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작게 숨을 토해내며, “무당 지대는
길을 잃은 대오만아는 풀려난 뒤 연달아 얼굴이 벌게지도록 기침을 하면서도 하하 웃으며, “그들 상황을 알기는 쉽죠, 앞으로 간 다음 아래를 보면 전부 볼 수 있어요.”우문천이 한손으로 만아의 손목을 잡고, “그럼 앞장서!”우문천의 호흡곤란 증상은 완전히 없어졌고 눈앞에 길도 분명해지기 시작해서 심지어 여기는 절대로 정집사가 얘기한 하늘 권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만아가 그들을 어디로 데리고 들어갔는지는 모르지만, 5,000여명이 만약 안에 갇혀서 나올 수 없게 된다면, 헛된 희생이 되고 만다.우문천은 대오를 찾을 방법을 생각해 내서 그들을 길로 끌어내야 했다.만아는 이번엔 반항하지 않고 우문천에게 끌려 앞으로 갔다. 산길을 대략 반 시진 정도 걷고 작은 봉우리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마침내 산맥의 다른 쪽 산 위에 사람이 있는 게 보였다.이는 군대 대오로 그곳엔 엷은 운무가 있었지만, 걷는 모습이 보였고 앞에 길을 이끄는 사람은 정집사로 군인들의 발걸음이 매우 느리고 계속 주저앉는 것이 길을 잃은듯 해 보였다. “셋째형, 셋째형!” 우문천이 마음이 급해 그쪽 산을 향해 계속 소리쳤지만, 정집사 곁을 가는 위왕은 우문천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였고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누군가 기절하고 바로 병사들이 업는 것이 우문천과 같이 있을 때와 여전히 같은 상황이였다. 그들의 호흡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고, 앞으로 더듬거리며 걷는 발걸음을 봐서는 앞이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로 보인다. 하지만 우문천이 여기서 내려다 보면 아래 안개는 아주 얇게 한 층뿐이었다. “저들을 데리고 나와!” 우문천이 화가 나서 한 손으로 만아를 잡아 끌고 반대쪽 손으론 만아를 한 대 치려고 했으나 그는 태어나서 여자를 때려본 적이 한번도 없었고 또 이렇게 익숙한 얼굴에 어떻게 손찌검을 할 수 있을까, 화가 나서 이만 뿌드득 갈았다.만아가 미소를 거두더니 차갑게, “멋대로 무당 지대에 침입한 자는 죽어요, 저들은 나갈 수 없는 운명입니다.”“그럼 너를 죽이겠다!” 우문천이
혈술“우리 남강 북쪽이라고?” 우문천이 이 말을 듣고 만아를 노려보며, “그래서 넌 도대체 누구야? 넌 절대로 만아일 수가 없어.”“전 만아예요, 저도 남강 북쪽의 무녀라고요, 믿던 말던 마음대로 하세요.”우문천이 고개를 흔들고, “네가 만아라면 어떻게 사식이를 저 안에서 죽도록 내버려 둘 수가 있어? 넌 사식이와 제일 친한 사이 아니야?”만아가 살짝 옆으로 고개를 돌리며 작게 한숨을 쉬고, “사식이는 오면 안됐어요. 그런데 이미 와버렸으니 죽어야 하는 운명인 거겠죠.”이렇게 자기 소중한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어야 한다는 운명’이라는 말을 뱉고, 조금의 슬픔도 연민도 없는 모습을 보고 우문천은 절대로 그녀는 만아가 아니라고 확신했다. ‘귀신이 씐 건가?’우문천은 이렇게 해석할 수 밖에 없어서 자신의 허리띠를 풀러 자신과 만아의 손을 하나로 묶어 만아가 아무데도 가지 못하게 했다.한편 위왕 등 사람들은 여전히 뱅뱅 돌았다. 운무가 겹겹이 눈을 가리고 길을 분별할 방법이 없으니 갈 수록 많은 사람들이 호흡 곤란으로 쓰러졌다. 날은 이미 천천히 어두워져 만약 저녁에 어기서 밤을 보내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 쓰러질지 감도 안 잡힌다.“어때? 찾았어?” 안왕이 사람을 데리고 돌아오자 위왕이 바로 물었다.안왕이 고개를 흔들고 무거운 얼굴로, “우리가 만아에게 당했어, 만아가 안 보여, 천이도 안보이고.”위왕이 열 받아서 칼로 나무 하나를 찍어버리더니, “땅 권역을 무사히 나가길래 그 계집애를 믿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때부터 우릴 속이고 있었다니..!”안왕이 정집사를 보고, “자네는 우리를 데리고 하늘 권역을 나갈 방법이 있나?”정집사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얼굴은 이상하게 창백한 것이, “여기가 하늘 권역이라는 것부터 의심스럽습니다. 하늘 구역은 이렇지 않습니다.”“하늘 구역이 아니야? 그럼 어디야? 우리가 땅 권역을 나온 게 아니었어?” 안왕이 놀라서 물었다.정집사가 눈을 감더니 지나간 길을 찬찬히 더듬어 봤다. “땅 권역을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