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자대면진정정과 우문호는 외곽에서 소홍천, 박원 등과 합류했다. 소홍천이 대략의 상황을 얘기해 주며 만아가 약을 복용했고 문제 없을 거라고 했다.진근영의 전서구에 만아의 상황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쓰여 있지 않아서 우문호와 진정정은 소홍천의 이 얘기를 듣고 속으로 크게 안도하며 이번 작전에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외곽에서 하루 반나절을 근영군주와 원경릉이 오기를 기다렸는데 원경릉이 거의 탈진 상태가 되도록 달려와서 말에서 내릴 때까지 계속 숨을 몰아쉬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부축하며 원망하고 안타까움을 담은 말투로, “뭐 하러 왔어? 얼마나 위험한데? 애들은 어떻게 하고?”원경릉이 떨리는 다리를 주무르며 얼굴은 온통 먼지 투성이로, “이리 나리께서 데려갈 거야, 걱정하지 마, 아이들은 충분히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있어.”우문호가 원경릉의 얼굴을 닦아 주며, “그럼 넌 산에 들어가지 마, 군주와 여기서 기다리자.”원경릉이 웃으며, “그 멀리서 까지 왔는데 여기서 기다리라고? 내가 무슨 바본줄 알아? 당신들이랑 같이 들어갈 거야.”소홍천이, “사실 우리 다 갈 필요는 없어요, 만아 상황이 괜찮아서 만아와 정집사가 길을 안내하면, 무당 지대를 데리고 틀림없이 데리고 갈 수 있고, 사식이와 서일이가 예상치 못한 일을 만났을 경우를 대비해 우리가 구출할 수 있도록 가는 길에 표식을 해 놨을 거예요. 지금 우리에게 위험을 알리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크게 위험에 빠지진 않았을거에요. 우리는 여기서 기다리죠.”진근영이 정색하며, “아뇨, 그들은 이미 안에서 길을 잃지 않았을까 의심됩니다. 만아 상황은 맞지 않아요. 만아가 비록 신내림은 해결했지만, 혈술을 당했을 수도 있어서 저들을 미로 안에 끌어들여 죽였을 수 있어요. 그래서 그들이 사람을 내보낼 수 없었던 거예요. 우리가 어서 들어갈 것을 제안합니다! 서일이 가는 길에 표식을 해 두었으면 그들을 찾는 건 어렵지 않을 테니까요.”우문호가 놀라며 의아해, “만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어떻게 된
땅 권역잠시 후 우문호가, “이번에 난 홍엽을 믿어, 우리가 죽으면 홍엽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으니까. 그가 원하는 게 바로 약품이라면.”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모두 산으로 들어가는데 바깥 지역은 가기가 쉬워 놀랄 것도 위험한 것도 없었고 서일이 남긴 표식도 있어서 길도 잃지 않았다. 하지만 땅 권역으로 들어가니 표식이 명확하지 않고, 약간 어수선한 것이 어떤 곳은 심지어 표식이 2개였으며 약간 이상한 낌세가 들었다. 땅 권역에 들어가니 수많은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꽃이 만발하였는데, 홍엽이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 꽃들은 모두 독이 있고 건드리기만 한다면, 혈액에 닿을 필요도 없이 피부를 통해 독이 침투해 곧 죽게 된다고 했다.점점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니 표식이 없어졌고 발자국도 볼 수 없었다.진정정이 먼저 앞으로 가고 다시 돌아오더니, “이상해, 여기는 비가 내린 적도 없어… 대오가 지나갔다면 흔적이 남아있을텐데. 왜 흔적조차 없는 거지? 땅바닥에 있는 풀도 밟지 않았어. 멀쩡해. 여기에 온 적이 없는 건가?”우문호가 홍엽을 보고, “땅 권역에 다른 길도 있나?”홍엽이 고개를 흔들고,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우문호의 눈에 의혹의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진정정의 말 대로 대오가 지나갔다면 분명 흔적이 남았을 텐데 말발굽 자국도 없고 땅 위엔 나뭇잎이 쌓여 눌린 흔적조차 없이 더부룩하게 쌓여 있다. “그들이 여기를 지나갔을 리 없어. 우리가 잘못 왔던지, 아니면 그들이 잘못 갔던지.” 진정정이 고부동하게 말했다.모두 홍엽을 보고 의심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홍엽이 손을 내젓더니, “이 길을 아주 정확합니다. 열 번도 넘게 다닌 길이니까요. 만약 못 믿으시겠으면 직접 길을 찾아 가셔도 됩니다.”여기는 길이 많아 걸어서 대략 330m정도에 갈림길이 있고 어떤 곳은 심지어 3~4개로 길이 갈라져 있는데 어느 쪽 갈림길이든 모두 누군가 지나간 것 같진 않았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우문호는 상당히 미심쩍어하며, “처
미로로 가다홍엽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그들이 미로에 들어갔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요, 땅 권역에서 미로에 들어간 뒤 아무도 알리지 않는다면, 그들은 심지어 자신이 미로에 들어간 줄도 모르고 계속 맴돌기만 하는 거죠.”홍엽이 이렇게 말하자 모두의 마음 속엔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홍엽의 말은 즉, 그들이 땅 권역 미로로 가버렸다면, 들어가서 그들을 데리고 나오지 않는 한 영원히 나올 수 없다는 뜻이었다.홍엽은 우문호들이 뜻밖에도 미로에 들어가겠다고 하는 것을 듣고 어이가 없어 따져 물었다.“당신들이 들어가면, 영원히 나올 수 없을 가능성이 커요. 당신들 미쳤습니까? 결국 그들과 같이 죽겠다는 거예요? 전 그럼 당신들과 같이 갈 수 없어요.”원경릉이, “당신까지 우리와 같이 미로에 들어갈 필요 없어요. 그냥 우리를 들어가게 데려다 주기만 하면 돼요. 당신 말 대로 라면, 그들은 심지어 자신들이 미로에 있는 것조차 모르는 거니, 누군가 가서 그들에게 알려줘야 해요.”“알린다고 나올 수 있습니까? 너무 순진한 거 아닌가요? 제가 말했죠. 당신이 죽는 걸 막으러 온 거라고. 전 당신을 미로로 데려가지 않을 겁니다.” 홍엽이 담담하게 말했다.우문호가, “원 선생은 안 가도, 나는 가. 내가 들어가는 건 괜찮지?”홍엽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왜 굳이 희생을 하죠?”“저들은 내 형제야, 난 반드시 그들을 데리고 나올 거야.” 우문호가 굳건하게 말했다.“자신을 희생해서?” 홍엽은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형제면 뭐? 들어가면 열에 아홉은 죽는다.우문호는 홍엽을 한쪽으로 데리고 가더니 공손하게 예를 취하며, “한 가지 공자의 인정에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만약 제가 들어가서 나오지 못하게 된다면, 번거롭겠지만.. 저들을 데리고 남강 북쪽에서 멀리 떠나 주시면 더없이 감사하겠습니다.”홍엽이, “이건 자살행위예요.”“예, 그치만 공자 제 소원을 들어 주세요.” 우문호는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았고
미로에서 일행을 찾아우문호가 예를 취하더니, “고맙습니다!”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몇 가지를 당부 하려는데 원경릉이 이미 한 걸음 먼저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홍엽이 깜짝 놀라, “원경릉, 약속을 지키지 않다니!”홍엽이 손을 뻗어 원경릉을 데리고 나오려고 했으나 원경릉이 잽싸게 안으로 달려 들어가며, “공자 길을 안내 해줘서 고마워요. 사정상 어쩔 수 없이 약속을 지키지 못 했어요!”원경릉은 이미 보이지 않은 채 목소리만 울려 나오는데 우문호가 깜짝 놀라 바로 뒤 따라 들어갔다. 다행히 엷은 운무속에 원경릉이 있는 걸 발견했다.우문호가 앞으로 와서 원경릉의 손을 잡았고 두 사람은 뒤를 돌아보는데 사람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가 천천히 진정정과 진근영이 나타났고, 소홍천과 박원도 나타났다. 또 잠시 후 홍엽과 못난이도 나타났는데 홍엽의 얼굴이 단지 조금 불쾌해 보였다.그러니까, 결국엔 모두가 미로로 들어왔다.한편 위왕 등은 산 속에서 몇 바퀴를 계속 돌았고, 쓰러지는 사람이 갈 수록 늘어 다음날이 되자몇 명은 임종 상태가 되어 모두의 마음에 절망이 가득 찼다.이 땅 권역은 왜 계속 맴돌기만 하지?피로하고 지친 일행은 산속을 계속 도느라 가져온 육포도 떨어졌고 물도 다 마셨다. 사람이 며칠 안 먹을 수는 있지만, 물은 마시지 않을 수는 없어 절망이 점점 더 퍼져 나갔다.정집사는 그들이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감히 말할 수 없는 것이 일단 말로 뱉으면 모두 더욱 절망할 것이고 심지어 정집사를 죽여 분풀이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계속 출구를 찾기 위해 애 쓰는데 정집사도 호흡이 약간 곤란해 지는 것이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증거로, 환각이 약간씩 나타났다.하지만 다른 사람에 비해 정집사는 그래도 나은 편이라, 계속 사방을 찾아다니는 게 다른 사람들보다 정신을 더 버티게 만들어줬다.오후가 되어 한 병사가 칼을 뽑아 자결했는데 그는 처음 기절했던 사람으로 계속 질식의 고통을 느끼며 다른 사람의 등에 업혀서 왔다. 그러다 마침내 자신
탈출이 관건우문호 일행을 보고 안왕은 뜻밖에도 잠시 코끝이 찡함을 느꼈다. 절망 중에 구하러 온 사람이 우문호 일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우문호와 묵묵히 바라보더니 서로 고개를 끄덕이고, 정집사가 상황을 얘기하며 그들을 데리고 대오로 돌아갔다.태자가 옥황상제가 강림하듯 나타나자 순간 군사들의 사기가 높아졌다. 홍엽은 대오의 상당수 사람들의 상황이 심각한 것을 보고 각자 손에 든 녹색 잎을 돌렸다.진근영이, “여기도 녹색 잎이 있는데 왜 여기 있는 걸 따서 보면 안되죠?”“여기서 보는 모든 것은 전부 진짜라고 할 수 없습니다. 녹색 잎 등나무 줄기가 어쩌면 뱀 또는,다른 더 위험한 것일 수가 있죠. 다행히 그들이 만지지는 않았군요.” 정집사가, “아무것도 만지지 말라고 산에 들어오기 전에 제가 경고했습니다.”진근영이, “왜 녹색 잎으로 보면 환각이 줄어들 수 있는 거죠?”정집사가 대신 설명하며, “녹색은 생명의 색, 나뭇잎은 진실 세계의 물건으로 보고 있으면, 환각을 줄일 수 있어 환각으로 생긴 호흡곤란을 서서히 풀 수 있습니다.”정집사는 이 원리를 알고 있었지만, 미로에 들어온 뒤라 이미 진짜 녹색 잎으로 찾을 길이 없었다.그 자리에서 호흡곤란을 겪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원경릉이 약상자를 가져가서 기관지확장 스프레이를 꺼내 모든 사람들에게 뿌려주었다. 솔직히 말해 환각이란 심리 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기관지 폐색이지만, 심리가 생리에 영향을 미치는거 이므로, 스프레이로 신속하게 호흡곤란은 해결됐다.자진한 사병을 얼른 지혈한 뒤 다른 치료를 못하자 모두 그가 곧 죽을 거라고 생각해 아무도 그를 보러 가지 않았고, 옆에 뉘어 두고 손을 뻗어 그의 코에 대 목숨을 확인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즉 그의 사망을 아는 것 조차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대오가 다시금 동요할까 봐 걱정됐다.사병의 검사를 마치고 그가 아직 숨이 남아 있자 원경릉이 얼른 응급처치를 시행했다. 복부에 상처는 창자를 이미 꿰뚫어버려 이런 상황에서 수술을 한다는 게
미로를 나가는 법원경릉이 마음을 정하고 그들이 가본 모든 길을 그녀에게 알려 달라고 했다. 어떻게 뱅뱅 돌고, 어떻게 돌아돌아 결국엔 제자리로 왔는지, 어쨌든 그들은 어느 쪽 길을 가든 전부 여기로 돌아오고 마는 것이었다. 원경릉이 공터에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리며 갔던 길을 전부 표시하다가 하나의 미궁 형식을 발견했다. 출구를 찾으려면 이 미궁을 깨뜨려야 했다.홍엽과 정집사는 모두 이렇게 따지는 게 계속 가는 것만 못하다고 생각했다. 걷는 건 적어도 실제적으로 상황을 알 수 있고, 걷다 보면 어쩌면 나갈 수 있을 지도 모른다.홍엽의 시녀 못난이는 특히 원경릉에게 증오심을 품고 한 발로 원경릉의 그림을 지워버리더니 화를 내며, “정말 사사건건 일을 만들고 다니시네요, 들어오지 말라니까 굳이 들어오고! 심지어 이번에 우리 공자를 죽이려고 하다니.”원경릉이 많은 그림을 그렸는데 못난이가 발로 지워버리자, 원경릉은 가만 있는데 도리어 우문호가 열 받아서 날카롭게 쏘아붙였다.“당신 집 공자는 자기 스스로 온 거고 우리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어디서 짜증이야?”못난이가 화가 잔뜩 나 도검을 칼집에서 뽑아 싸우려 들자 홍엽이 낮은 목소리로, “못난이, 물러서라!”못난이는 분이 가라앉지 않았지만, 홍엽의 명령에는 복종만이 있으므로 씩씩거리며 검을 거두고 물러났다.우문호가 쪼그리고 앉아 원경릉에게, “괜찮아?”원경릉이 마치 다짐을 한 것처럼 그걸 뚫어지게 보더니 지형도를 지우고 우문호의 질문에도 반응이 없다.우문호도 다시 말을 걸고 싶었지만, 나뭇가지로 엄청 빠르게 방금 그림을 다시 그리더니 이괘(離卦)의 괘 모양으로 행로의 빈틈을 지우니 5개 양수의 형세가 변하는데, 이(離)는 화(火)가 되고 이괘는 상진(上震)이라 진(震)은 뇌(雷), 우레를 뜻하니 뇌화(雷火)가 충천(冲天)한다. 원경릉의 나뭇가지가 빈틈 위쪽으로 이동하더니 꼬불꼬불한 구비에서 하나의 돌파구를 찾아냈다.원경릉이 팔짝팔짝 뛰며 큰 소리로, “찾았어요! 어떻게 여기서 나가는지 드디어 알아
미로의 탈출구를 계산하다대오가 원경릉을 따라서 바보처럼 왔다 갔다 6~7번을 반복하고 여전히 여기로 돌아오자 안왕도 슬슬 짜증이 났다. “또 갈 필요 없어, 원래부터 나갈 필요가 없는 거였어. 역시 계속 사람을 보내 길을 찾는게 좋겠어. 지금 이렇게 대규모로 출동하면, 전부 힘을 뺄 뿐이야.”우문호와 위왕은 이유를 파악하고 손으로 안왕을 저지했다. 그가 이번 구덩이엔 전에 원경릉이 던진 돌멩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아니, 우리는 돈 게 아니야, 우리는 총 6개의 구덩이를 지났고 각 구덩이가 보기엔 똑같은데 사실은 다 달라.”안왕이 구덩이와 반대편의 언덕을 보고 의심스러운지, “어디가 다르다는 거야? 분명히 똑같은데.”“태자비 마마께서 전에 던진 돌이 여기엔 없어.” 위왕이 말했다.안왕은 원경릉이 돌을 던지는 것을 봤으나 흘끔 보고, “여기 구덩이마다 돌이 천지인데 전부 쌓여 있으니 구분할 방법이 없겠지, 태자비 마마께서 던진 게 여기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어?”우문호가 고개를 흔들고, “원 선생이 던진 돌은 전부 길 옆에서 판 거라 이끼가 있는데 이 구덩이에 있는 건 전부 이끼가 없어요. 자세히 좀 봐요.”안왕이 내려가서 구덩이 돌을 보니 정말 표면 어디에도 이끼가 없었다. “그럼 계속 앞으로 가보든지...”그러자 못난이도 아무 말 하지 않고 얌전히 홍엽의 뒤에 서 대오를 따라 갔다.이렇게 다시 6~7 구덩이를 지나 마지막으로 작은 토산이 나왔다. 이 토산은 원래 언덕과 달랐으며 원래보다 높고 나무 다섯 그루가 성기게 있었는데, 네 그루가 모두 기울어져 마주 열린 모습이 여덟 팔자(八字)같았고 한 그루가 가운데 있어 만약 가운데것을 가린다면, 문처럼도 보였다.토산을 올라가니 밖이 어떤 곳 인지는 보이지 않앗고 마치 공허와 같았다.정집사가 다가와 놀라고 기뻐하며, “이게 바로 출구입니다. 바깥은 땅 권역 세상이에요!”이 말을 듣고 다들 기뻐 환호했다. 위왕이 대오를 데리고 먼저 나갔다. 몇 그루 나무 사이
땅 권역, 하늘 권역안왕이 눈만 멀뚱멀뚱 뜨고 다 듣더니 마지막 말에 떫은 감 씹은 얼굴로, “아..이해했..어요.”한쪽에서 얘기를 듣던 사람이 전부 안왕을 보고 역시 견문이 넓은 사람은 다르다며 자기들은 태자비가 하는 말을 한 마디도 못 알아 들었는데, 안왕은 과연 전부 알아듣는다며 매우 감탄했다!잠시 쉬었다가 정집사는 사람들을 데리고 물을 찾으러 갔다.이제 이 땅 권역은 정집사가 익숙한 바로 그 땅 권역이다!우문호와 진정정 및 안왕과 위왕은 우문천 일을 상의하며 지금 정화군주를 구하는 일 외에 우문천과 만아도 구해야 하므로 방안을 세워야 했다.물을 마시고 원경릉은 다친 사람을 소독하고 약을 바꿔주었다. 정집사의 인도에 따라 나무를 베서 들 것을 만들어 다친 사람들을 옮길 수 있어 훨씬 편해졌다.미로에서 한 명도 죽지 않다니 홍엽은 참으로 행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길에 오르며 원경릉 곁에 가서, “당신은 아마 처음 미로에서 나올 수 있었던 사람일 걸요. 게다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탈출에 성공하다니. 분명 남강 북쪽의 무당이 당신이 죽지 않아 아주 열 받을 겁니다!”“생문을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은데 들어간 사람이 대부분 절망에 묶여 있는 상태로 분명 죽을 게 틀림 없다고 생각하니 더 나오기 힘든겁니다. 살고자 하는 의지가 없으면, 정말 안에서 죽어버리니깐요.”홍엽의 눈이 더이상 과거의 원한의 눈빛이 아니였다.“당신은 확실히 대단해요, 원숭이 말이 맞았어. 당신은 천재에요! 비록 천하에 행복을 가져오지 않은 건 좀 안타깝지만.”원경릉은 홍엽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아 엷은 미소를 띠고, “천하를 혼란에 빠뜨리지 않는 게 바로 천하에 행복을 가져오는 일이죠.”원경릉이 약간 머뭇거리더니, “공자도 세상을 놀라게 할 재주를 품은 사람이예요. 당신 방법에 지금까지 아무도 맞서지 못했고 정말 당신과 적이 된다면, 당신 혼자 천군만마의 역할을 하게 될거에요. 가볍게 웃는 사이 숙나라를 멸망시키고.. 생각해보면 당신은 역시
목장에서는 전보다 훨씬 뛰어난 전투마들을 사육했기에, 우문호는 마치 보물을 자랑하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당장이라도 정정과 함께 보러 가고 싶어 했다.그러자 근영군주가 웃으며 말했다.“폐하께서 아직도 소년 같은 순수함을 지니시고 있다니, 참 보기 드물고 귀한 일이군요.”하지만 원경릉의 귀에는 이 말이 남편이 어린아이 같다는 말로만 들렸다.그녀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하하하. 사내들이 가끔 저렇게 유치할 때가 있잖습니까.”근영군주도 깊이 공감하며 말했다.“예. 평소엔 유치하다가도, 필요할 때는 놀라운 배짱과 결단력을 보여주지요. 집안을 지탱하기도 하고, 나라를 떠받치기도 하고. 안 그렇습니까?”원경릉도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남자들이 말을 타러 나가자, 원경릉과 근영군주는 궁전 안에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두가 몹시 심심해하자 원경릉은 친왕비들에게 아이를 궁으로 데려와 아이들끼리 놀게 했다.대주의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친왕비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궁에 들어왔다.사실 대두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는 많지 않았다. 미색의 두 아이와, 원용의의 아이 모두 대두보다 어렸지만, 놀 벗이 없는 상황에 나이가 어린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대두는 외동아들로 자라 성격이 다소 거칠었다. 하지만 미색의 딸인 란이 역시 성격이 강하고 고집스러웠다. 어머니인 미색을 닮아 태생이 강한 성격을 타고난 것이었다.게다가 그녀에게 무술을 배워 한창 센 척을 할 시기라 대두와 몇 마디 말다툼 끝에 결국 몸싸움으로 번져 버렸다.란이가 대두를 때리자, 대두는 얼굴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맞으면서도 전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참고만 있었다. 끝까지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란이는 평소 늑대파에서 무술 대련을 했기에 상대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서 맞고만 있는 멍청한 모습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부어오른 대두의 뺨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며 물었다.“어찌... 반격하지 않는 것입니까?”대두는 화난 표정으로 대답했다.“어찌
생각해 보면 이렇게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혼사를 정하는 것이 얼마나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가 남녀인지도 모르면서 성급한 부모들이 충동적으로 혼사를 결정해 버리다니 말이다. “대두가 아직 이리도 어린데, 벌써 혼사를 이야기하다니요, 우리 만두는 아직 애 입니다.”우문호는 괜히 기분이 답답해졌다.현대로 다녀온 뒤, 사람들이 늦은 결혼과 출산을 선호하는 것을 본 그는 생각이 바뀌었다. 열몇 살에 혼사를 하는 것은 성장의 억압이나 다름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혼사 이야기를 한다고 당장 하는 건 아니오. 그저 약속만 하고, 몇 년 후에 하겠다는 거네.”“어찌 이리도 태연한 것이오?”우문호가 원경릉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며 그녀가 그들이 빚을 받으러 온 걸 모르는 건가 싶었다.“난 걱정 없소. 딸을 보내고 싶지 않으면 당신처럼 쓸데없는 부담감 없이 그냥 바로 거절할 것이오. 형제간의 정이 거절로 인해 상할까 봐 고민한다니, 억지로 혼사를 성사하는 것이 더 정을 상하게 할 것이오.”그러자 우문호가 말했다.“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마음이 편치가 않소.”후궁에서의 우문호는 조정에서의 단호하고 강력한 모습과는 완전히 딴 사람이었다. 조정에 나서기만 하면 단호하고 과감하며, 마치 번개 같은 결단력을 보여주는 반면, 후궁에서의 그는 망설임도 많고 잔소리도 많은 사람이었다. 원경릉이 다른 왕비들과 대화할 때, 그들도 가끔씩 이 얘기를 꺼내곤 했었다. 다들 다섯째의 평소 잔소리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며 놀라했다. 하지만 다른 친왕들의 의견은 달랐다. 그들은 그가 예전보다 훨씬 결단력이 있어졌다고 말했다.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리 나리는 한숨을 쉬며, 결국 결단력 넘치는 황제도 결국 자식들 문제에서는 고민에 빠지는구나 싶었다.8월 14일, 정정 대장군 가족이 북당의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초왕부에 머물렀다.그들은 초왕부에 머문 직후 탕양의 안내로 우문호를 만나기 위해 궁으로 들어갔다.아무리 큰 걱정도 오래된 벗 앞에서
예전에 원가에서 온 가문이 강북부로 이주한 적이 있었다.북쪽은 바람과 모래가 거셌지만 원가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고향과 비슷한 정감을 느끼게 했다.이리 나리는 원가의 사업을 줄이도록 도우며, 관리하기 쉬운 몇몇 가게만 남겼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에게 장사를 내려놓아도 괜찮은지 물은 적 있었는데, 그때 일곱째 아가씨가 말했었다.“그런 말 마시오. 내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으니 이제 만족스럽소. 열심히 해서 큰 성과를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오. 평생 바삐 지낼 수도 없잖소.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뭐 하겠소? 다 잘 살기 위해 번 것이오. 가업을 나눠 받은 돈만 해도 평생 다 못 쓸 만큼 많소. 그리고 가게들도 계속 돈을 벌 텐데 뭐가 아쉽겠소?”탕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손에 익은 일이라, 혹시라도 아쉬워할까봐 걱정했소. 사실 나도 당신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이 싫었소. 당신만 괜찮다면 다행이오.”일곱째 아가씨는 미소를 지었고, 그의 말에 모두가 기뻐했다.“한가해지는 것도 괜찮소. 1년에 두세 달은 약도성에 가서 지내면 얼마나 여유롭겠소.”하지만 탕양이 눈살을 찌푸렸다. 1년에 두세 달이면, 왕복하는 시간까지 더해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고, 그 말은 반년 동안이나 그의 곁에 없다는 뜻이었다.게다가 그도 경성을 몇 달씩 떠나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은 황제 곁을 하루라도 떠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물론 그는 늘 함께하고 싶었지만, 오래된 부부였기에 항상 붙어있을 필요는 없었다.북당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었다. 원가가 일부 사업을 매각하면서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가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싸웠고, 좋은 위치에 있는 가게들은 더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원래 원가는 모든 가게를 이리 나리에게 넘기려 했지만, 이리 나리는 거절했다.그리고 안풍친왕이 먼저 나서서 이리 나리가 이미 너무 많은 가게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경성에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독점 우
원경릉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일곱째요? 일곱째는 분명 원용의에게 말할 것이고, 원용의는 또 사식이에게 얘기할 것이고, 사식이도 분명 서일에게 전할 것일 텐데요. 만약 서일이 알게 되면, 이제 북당 전체가 다 알게 될 것이오.”우문호는 순간 당황해하며 말했다.“그건 내가 생각지도 못했네.”원경릉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마 지금쯤 황실 친왕들 사이에서 이미 탕양의 이야기가 뒷말로 오가고 있을 것이었다. 겨우 부인을 얻었는데, 밤에 함께 자지 못한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우문호는 탕 대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들 뒤에서 탕양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여인들이 수군거리니, 남자들은 그를 도우려 했다.물론 부부 사이의 일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는 없었기에, 대신 탕양을 술자리로 초대해 술로 고민을 푸는 방법을 제안했다.그렇게 며칠째 술을 마시던 탕양은 자신의 비밀이 모두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제 탓입니다. 폐하가 비밀을 지키지 못한다는 걸 깜빡했습니다.”제왕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이런 일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여인은 때로 달래줄 필요가 있는 법이다.”그러자 탕양이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말했다.“제가 폐하께 이 이야기를 했을 땐, 혼례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알고 있다. 서두르지는 말거라.”모두가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탕양을 바라보았지만, 탕양은 더 이상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그들은 이미 혼인했지만, 오랜 부부 생활을 한 터라, 남녀 간의 정이 때로는 하루아침에 급격히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탕 대인은 돌아가자마자 일곱째 아가씨에게 이 일을 전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말이지, 어찌 허구한 날 남의 부부 일에만 관심을 가지니, 할 일이 없나 보오.”“신경 쓰지 마시오. 우리가 잘 살면 그만이니.”탕양은 일곱째 아가씨를 안으며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원경릉은 궁으로 돌아와 이 일을 다섯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섯째가 말했다.“사실 한 번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그저 경성만 한 바퀴 둘러보면 되지 않소.”“아이들을 데려다줄 때 휘종제 어르신께서 슬퍼하셨소. 이번 생에 고향으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돌멩이 하나를 건네주니, 그걸 안고 울었소.”“정말 안타깝소!”다섯째는 증조할아버지 생각에 마음 아파했지만,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큰할아버지께서 그를 데려오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오. 휘종제 어르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 않소? 몇 번 만나보니, 활달하고 산만한 성격에 무슨 사고를 일곱째인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소.”“맞소.”원경릉도 깊이 공감했다. 특히 그가 전화로 끈질기게 설득할 때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다른 일은 없었소? 부모님 건강은 어땠소? 처남은 여자 친구가 생겼소? 만두는 공부를 잘하고 있소?”다섯째가 끊임없이 질문했다. “괜찮소. 부모님 건강도 괜찮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고혈압이 생겨서 약을 오래 드셔야 하오. 오빠는 여자 친구가 없네. 주진과 아직도 서로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은 상황이오. 만두는 걱정 안 해도 되네. 내년에 돌아올 것이니.”“다행이오!”다섯째가 기뻐해 하며 말했다. 그는 늘 만두의 능력을 눈여겨보았기에, 그가 돌아오면 나라의 일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많은 부담을 짊어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괜히 기대가 되었다.“추 할머니 병은 어떠하신가?”다섯째가 또 물었다.“아직은 괜찮소. 아주 좋아졌네. 약에 내성이 생기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원경릉이 말하자 다섯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분들이 늘 건강해지시길 바랄 뿐이오.”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적성루 사람들에게 감동하기 쉬운데, 하물며 북당의 황제인 자신은 오죽하겠는가.“계란은 소식 왔소?”원경릉이 물었다.“왔네. 보시오!”다섯째는 소매 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냈는데, 비둘기를 통해 받은 그 편지에는 몇 줄의 짧은
“별다른 뜻은 없소. 오늘 밤에 유난히 감성적이라 그저 한마디 해본 거네. 사실 너무 감동해서 그러네. 비록 항상 탕 대인에게 빨리 혼인하라고 재촉하긴 했지만, 그가 일곱째 아가씨와 혼인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소.”“괜찮소!”원경릉은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어쨌든 탕양은 우리와 함께 걸어온 사람이오. 그러니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게 된 건 우리 모두에게 기쁜 일이오.”우문호는 벌써 술에 취한듯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술에 취하면 항상 눈앞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했는데, 익숙한 천장, 익숙한 사람, 익숙한 탁자와 의자. 취기가 돌며 모든 것들이 꿈처럼 느껴졌다.그는 마치 다시 초왕 우문호로 돌아간 듯했고, 갓 원경릉과 마음이 통했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그 당시 외부 정세는 불안정했고, 태자 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막 시작되었던 때였다. 형제끼리 반목하며, 치열하게 싸웠던 시절을 돌아보면 잃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원 선생, 몇 년간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지만, 되돌아보니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지네. 사실 모든 행운과 행복은 원 선생의 잘못된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오. 원 선생이 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땠었을까 싶네.”그러자 원경릉이 말했다.“누군가가 이 세상에 몇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고 했소.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네. 아마도 어떤 공간에서는 내가 없는 대신 다른 사람이 당신과 함께 있을 수도 있소.”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세상 속의 나는 정말 불쌍할 것이오.”“그건 모르오. 어쨌든 그곳의 당신은 나를 모르고, 우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도 모를 것이오. 각자가 행복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르오. 어떤 사람들은 매 끼니 고기가 있는 게 최대의 행복일 수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봉급이 오르길 바랄 것이오. 또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기를 바라기도 하고
우문호는 혼인을 하사하는 조서를 내렸다. 이는 탕양의 혼사에 화룡점정을 더하는 일이었다.온 경성 사람들이 탕양이 황제를 모시는 신하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혼사에 주목했다.탕양은 왕부에서부터 황제를 지지해 온 충신이었으며, 군신 간의 정은 형제의 관계에 못지않았다.거기에 황제가 직접 혼인을 하사했으니,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그래서 다들 두터운 예물을 준비해 축하하러 왔다.혼례는 초왕부에서 열렸다. 비록 초왕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경사에 많은 지원이 몰렸다. 여러 왕부에서 사람을 보내왔고, 미색은 돈에 힘까지 보태며 혼사 지출의 3할이나 부담했다.희상궁도 돌아와 모든 일을 총괄했다. 희상궁은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여전히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났다. 그녀는 여러 왕부에서 온 사람들을 지휘하며 완벽하게 일을 조율했다.혼례 당일, 황제와 황후도 참석했다.신부가 도착하여, 혼례를 올릴 때 우문호와 원경릉은 상석에 앉아 신랑 신부의 절을 받고는, 그 다음으로 기상궁도 절을 받았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이 드디어 철이 들었고, 가정을 이루었으니 정말 기쁘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마음이 풀립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잔소리하지 마시지요.”“잔소리는 계속할 것이다. 이젠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지.”우문호는 걱정이 끝이 없다는 듯 말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이 낳는 일은 하늘에 맡겨야 하네.”“그래도 몇 가지 비법을 전수해 줄 수는 있소.”우문호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좀 더 크게 말해보시오. 다른 사람들이 못 들을까 봐 걱정이오?”원경릉이 그를 흘겨보았다.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바라보며 부러움 섞인 표정을 지었다. 많은 사람이 첩을 두고도 황제만큼 자식을 많이 두지는 못했지만, 황제는 복도 많고 자식도 많은 사람이었다. 저녁 연회에서 우문호는 과음했지만 원경릉은 그를 막지 않았다. 이런 노부의 감격은 술로 달래야 한
탕양이 뜨거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거짓말이라면 제 목숨을 앗아가도 됩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그의 시선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돌고 돌아 결국 대인과 함께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미리 말하자면 혼사가 너무 급작스럽게 성사되어 저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시집간 후에도 그저 명목상 부부로만 살 뿐, 당분간은 벗으로 지낼 것입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혼사를 승낙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없던 걸로 하시지요.”그러자 탕양이 거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답했다.“받아들이겠습니다. 무엇이든 다 좋습니다. 혼사만 승낙한다면 그저 명분이라도 상관없습니다!”이로써 드디어 그의 수년간의 바람이 이루어졌다.일곱째 아가씨가 담담히 말했다.“그렇다면 어디서 지낼지 생각해 보시지요. 하지만 대인 방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으니, 그곳에 지낼 수는 없습니다.”탕양이 다급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황후 마마와 상의를 해보았습니다. 지금 초왕부에 아무도 살지 않으니, 우선 그곳에서 지내시지요. 전에 그 방은 저도 쓰지 않고, 바로 서일에게 줬습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저택을 따로 살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전에 혼자였을 땐 그런 생각까지 하지 못 했습니다. 초왕부도 누군가 관리해야 하는 터라... 하지만 아가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돈을 모아 작은 집이라도 살 수 있습니다.”일곱째 아가씨는 초왕부를 둘러보았는데, 그리 호화롭지는 않았지만, 분위기가 몹시 편안했다. 하지만 황제의 옛 저택이라, 평생 이곳에서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우선은 이곳에서 지내고, 나중에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지으십시다.”땅을 사고 집을 짓는다는 것은 돈 많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탕양은 순간 자기가 보잘 것 없게 느껴졌다.그가 쭈뼛거리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일은… 꼭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두겠습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땅도 제가 사고, 집도 제가 지을 것입니다. 나중에 대인이 잘못이라
노태군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안 된다. 혼인 전에는 신랑 신부가 만날 수 없어. 이건 풍습이고 규칙이니, 어길 수 없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이 혼사에 정해진 규칙이 있긴 합니까? 어머니께서는 제가 그를 만나 오히려 싸움이 나서 혼사가 그릇될까 봐 걱정되시는 것 아닙니까? 어머니께 약속했으니, 반드시 혼사를 올릴 것입니다. 이제 마음이 놓이십니까?”노태군은 이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좋다. 너도 장사하는 사람이니 신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약속했으니, 절대 번복할 수 없어. 목을 매겠다는 이 어미의 결심은 너가 반대하면 언제든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일곱째 아가씨가 이를 갈며 투덜댔다.“이렇게 얄미운 늙은이는 정말 처음입니다!”“나도 너처럼 고집 센 딸은 처음 본다.”노태군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원가 사람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일곱째 아가씨가 시집가는 것이 정말 꿈만 같게 느껴졌다.일곱째 아가씨의 혼사는 원가 사람들에게 마음의 짐과도 같았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가 무사히 경성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을 내쉬고 나니,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감정이 북받쳤다. 그녀에게 아무 일도 없다는 생각에 그는 코끝이 다 시큰 거렸다.그날 밤, 일곱째 아가씨가 초왕부로 탕양을 찾아가자, 탕양은 그녀를 안으로 들인 후, 단둘이 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탕양은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붉은색 옷차림에 머리를 단정히 올려 깔끔하고 우아한 모습이 여전히 돋보였다.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남아 있었지만, 오히려 그녀의 매력을 더해 주었다.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패기 넘치던 청춘 시절이었는데, 눈 깜짝할 새에 이렇게나 많이 늙어 버렸다.탕양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수많은 감정이 얽혀 있었지만, 한마디 말도 제대로 꺼낼 수가 없었다.특히 약도성에서의 일을 겪고 난 뒤라, 첫마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