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은 대오만아는 풀려난 뒤 연달아 얼굴이 벌게지도록 기침을 하면서도 하하 웃으며, “그들 상황을 알기는 쉽죠, 앞으로 간 다음 아래를 보면 전부 볼 수 있어요.”우문천이 한손으로 만아의 손목을 잡고, “그럼 앞장서!”우문천의 호흡곤란 증상은 완전히 없어졌고 눈앞에 길도 분명해지기 시작해서 심지어 여기는 절대로 정집사가 얘기한 하늘 권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만아가 그들을 어디로 데리고 들어갔는지는 모르지만, 5,000여명이 만약 안에 갇혀서 나올 수 없게 된다면, 헛된 희생이 되고 만다.우문천은 대오를 찾을 방법을 생각해 내서 그들을 길로 끌어내야 했다.만아는 이번엔 반항하지 않고 우문천에게 끌려 앞으로 갔다. 산길을 대략 반 시진 정도 걷고 작은 봉우리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마침내 산맥의 다른 쪽 산 위에 사람이 있는 게 보였다.이는 군대 대오로 그곳엔 엷은 운무가 있었지만, 걷는 모습이 보였고 앞에 길을 이끄는 사람은 정집사로 군인들의 발걸음이 매우 느리고 계속 주저앉는 것이 길을 잃은듯 해 보였다. “셋째형, 셋째형!” 우문천이 마음이 급해 그쪽 산을 향해 계속 소리쳤지만, 정집사 곁을 가는 위왕은 우문천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였고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누군가 기절하고 바로 병사들이 업는 것이 우문천과 같이 있을 때와 여전히 같은 상황이였다. 그들의 호흡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고, 앞으로 더듬거리며 걷는 발걸음을 봐서는 앞이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로 보인다. 하지만 우문천이 여기서 내려다 보면 아래 안개는 아주 얇게 한 층뿐이었다. “저들을 데리고 나와!” 우문천이 화가 나서 한 손으로 만아를 잡아 끌고 반대쪽 손으론 만아를 한 대 치려고 했으나 그는 태어나서 여자를 때려본 적이 한번도 없었고 또 이렇게 익숙한 얼굴에 어떻게 손찌검을 할 수 있을까, 화가 나서 이만 뿌드득 갈았다.만아가 미소를 거두더니 차갑게, “멋대로 무당 지대에 침입한 자는 죽어요, 저들은 나갈 수 없는 운명입니다.”“그럼 너를 죽이겠다!” 우문천이
혈술“우리 남강 북쪽이라고?” 우문천이 이 말을 듣고 만아를 노려보며, “그래서 넌 도대체 누구야? 넌 절대로 만아일 수가 없어.”“전 만아예요, 저도 남강 북쪽의 무녀라고요, 믿던 말던 마음대로 하세요.”우문천이 고개를 흔들고, “네가 만아라면 어떻게 사식이를 저 안에서 죽도록 내버려 둘 수가 있어? 넌 사식이와 제일 친한 사이 아니야?”만아가 살짝 옆으로 고개를 돌리며 작게 한숨을 쉬고, “사식이는 오면 안됐어요. 그런데 이미 와버렸으니 죽어야 하는 운명인 거겠죠.”이렇게 자기 소중한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어야 한다는 운명’이라는 말을 뱉고, 조금의 슬픔도 연민도 없는 모습을 보고 우문천은 절대로 그녀는 만아가 아니라고 확신했다. ‘귀신이 씐 건가?’우문천은 이렇게 해석할 수 밖에 없어서 자신의 허리띠를 풀러 자신과 만아의 손을 하나로 묶어 만아가 아무데도 가지 못하게 했다.한편 위왕 등 사람들은 여전히 뱅뱅 돌았다. 운무가 겹겹이 눈을 가리고 길을 분별할 방법이 없으니 갈 수록 많은 사람들이 호흡 곤란으로 쓰러졌다. 날은 이미 천천히 어두워져 만약 저녁에 어기서 밤을 보내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 쓰러질지 감도 안 잡힌다.“어때? 찾았어?” 안왕이 사람을 데리고 돌아오자 위왕이 바로 물었다.안왕이 고개를 흔들고 무거운 얼굴로, “우리가 만아에게 당했어, 만아가 안 보여, 천이도 안보이고.”위왕이 열 받아서 칼로 나무 하나를 찍어버리더니, “땅 권역을 무사히 나가길래 그 계집애를 믿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때부터 우릴 속이고 있었다니..!”안왕이 정집사를 보고, “자네는 우리를 데리고 하늘 권역을 나갈 방법이 있나?”정집사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얼굴은 이상하게 창백한 것이, “여기가 하늘 권역이라는 것부터 의심스럽습니다. 하늘 구역은 이렇지 않습니다.”“하늘 구역이 아니야? 그럼 어디야? 우리가 땅 권역을 나온 게 아니었어?” 안왕이 놀라서 물었다.정집사가 눈을 감더니 지나간 길을 찬찬히 더듬어 봤다. “땅 권역을
삼자대면진정정과 우문호는 외곽에서 소홍천, 박원 등과 합류했다. 소홍천이 대략의 상황을 얘기해 주며 만아가 약을 복용했고 문제 없을 거라고 했다.진근영의 전서구에 만아의 상황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쓰여 있지 않아서 우문호와 진정정은 소홍천의 이 얘기를 듣고 속으로 크게 안도하며 이번 작전에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외곽에서 하루 반나절을 근영군주와 원경릉이 오기를 기다렸는데 원경릉이 거의 탈진 상태가 되도록 달려와서 말에서 내릴 때까지 계속 숨을 몰아쉬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부축하며 원망하고 안타까움을 담은 말투로, “뭐 하러 왔어? 얼마나 위험한데? 애들은 어떻게 하고?”원경릉이 떨리는 다리를 주무르며 얼굴은 온통 먼지 투성이로, “이리 나리께서 데려갈 거야, 걱정하지 마, 아이들은 충분히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있어.”우문호가 원경릉의 얼굴을 닦아 주며, “그럼 넌 산에 들어가지 마, 군주와 여기서 기다리자.”원경릉이 웃으며, “그 멀리서 까지 왔는데 여기서 기다리라고? 내가 무슨 바본줄 알아? 당신들이랑 같이 들어갈 거야.”소홍천이, “사실 우리 다 갈 필요는 없어요, 만아 상황이 괜찮아서 만아와 정집사가 길을 안내하면, 무당 지대를 데리고 틀림없이 데리고 갈 수 있고, 사식이와 서일이가 예상치 못한 일을 만났을 경우를 대비해 우리가 구출할 수 있도록 가는 길에 표식을 해 놨을 거예요. 지금 우리에게 위험을 알리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크게 위험에 빠지진 않았을거에요. 우리는 여기서 기다리죠.”진근영이 정색하며, “아뇨, 그들은 이미 안에서 길을 잃지 않았을까 의심됩니다. 만아 상황은 맞지 않아요. 만아가 비록 신내림은 해결했지만, 혈술을 당했을 수도 있어서 저들을 미로 안에 끌어들여 죽였을 수 있어요. 그래서 그들이 사람을 내보낼 수 없었던 거예요. 우리가 어서 들어갈 것을 제안합니다! 서일이 가는 길에 표식을 해 두었으면 그들을 찾는 건 어렵지 않을 테니까요.”우문호가 놀라며 의아해, “만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어떻게 된
땅 권역잠시 후 우문호가, “이번에 난 홍엽을 믿어, 우리가 죽으면 홍엽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으니까. 그가 원하는 게 바로 약품이라면.”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모두 산으로 들어가는데 바깥 지역은 가기가 쉬워 놀랄 것도 위험한 것도 없었고 서일이 남긴 표식도 있어서 길도 잃지 않았다. 하지만 땅 권역으로 들어가니 표식이 명확하지 않고, 약간 어수선한 것이 어떤 곳은 심지어 표식이 2개였으며 약간 이상한 낌세가 들었다. 땅 권역에 들어가니 수많은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꽃이 만발하였는데, 홍엽이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 꽃들은 모두 독이 있고 건드리기만 한다면, 혈액에 닿을 필요도 없이 피부를 통해 독이 침투해 곧 죽게 된다고 했다.점점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니 표식이 없어졌고 발자국도 볼 수 없었다.진정정이 먼저 앞으로 가고 다시 돌아오더니, “이상해, 여기는 비가 내린 적도 없어… 대오가 지나갔다면 흔적이 남아있을텐데. 왜 흔적조차 없는 거지? 땅바닥에 있는 풀도 밟지 않았어. 멀쩡해. 여기에 온 적이 없는 건가?”우문호가 홍엽을 보고, “땅 권역에 다른 길도 있나?”홍엽이 고개를 흔들고,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우문호의 눈에 의혹의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진정정의 말 대로 대오가 지나갔다면 분명 흔적이 남았을 텐데 말발굽 자국도 없고 땅 위엔 나뭇잎이 쌓여 눌린 흔적조차 없이 더부룩하게 쌓여 있다. “그들이 여기를 지나갔을 리 없어. 우리가 잘못 왔던지, 아니면 그들이 잘못 갔던지.” 진정정이 고부동하게 말했다.모두 홍엽을 보고 의심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홍엽이 손을 내젓더니, “이 길을 아주 정확합니다. 열 번도 넘게 다닌 길이니까요. 만약 못 믿으시겠으면 직접 길을 찾아 가셔도 됩니다.”여기는 길이 많아 걸어서 대략 330m정도에 갈림길이 있고 어떤 곳은 심지어 3~4개로 길이 갈라져 있는데 어느 쪽 갈림길이든 모두 누군가 지나간 것 같진 않았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우문호는 상당히 미심쩍어하며, “처
미로로 가다홍엽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그들이 미로에 들어갔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요, 땅 권역에서 미로에 들어간 뒤 아무도 알리지 않는다면, 그들은 심지어 자신이 미로에 들어간 줄도 모르고 계속 맴돌기만 하는 거죠.”홍엽이 이렇게 말하자 모두의 마음 속엔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홍엽의 말은 즉, 그들이 땅 권역 미로로 가버렸다면, 들어가서 그들을 데리고 나오지 않는 한 영원히 나올 수 없다는 뜻이었다.홍엽은 우문호들이 뜻밖에도 미로에 들어가겠다고 하는 것을 듣고 어이가 없어 따져 물었다.“당신들이 들어가면, 영원히 나올 수 없을 가능성이 커요. 당신들 미쳤습니까? 결국 그들과 같이 죽겠다는 거예요? 전 그럼 당신들과 같이 갈 수 없어요.”원경릉이, “당신까지 우리와 같이 미로에 들어갈 필요 없어요. 그냥 우리를 들어가게 데려다 주기만 하면 돼요. 당신 말 대로 라면, 그들은 심지어 자신들이 미로에 있는 것조차 모르는 거니, 누군가 가서 그들에게 알려줘야 해요.”“알린다고 나올 수 있습니까? 너무 순진한 거 아닌가요? 제가 말했죠. 당신이 죽는 걸 막으러 온 거라고. 전 당신을 미로로 데려가지 않을 겁니다.” 홍엽이 담담하게 말했다.우문호가, “원 선생은 안 가도, 나는 가. 내가 들어가는 건 괜찮지?”홍엽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왜 굳이 희생을 하죠?”“저들은 내 형제야, 난 반드시 그들을 데리고 나올 거야.” 우문호가 굳건하게 말했다.“자신을 희생해서?” 홍엽은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형제면 뭐? 들어가면 열에 아홉은 죽는다.우문호는 홍엽을 한쪽으로 데리고 가더니 공손하게 예를 취하며, “한 가지 공자의 인정에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만약 제가 들어가서 나오지 못하게 된다면, 번거롭겠지만.. 저들을 데리고 남강 북쪽에서 멀리 떠나 주시면 더없이 감사하겠습니다.”홍엽이, “이건 자살행위예요.”“예, 그치만 공자 제 소원을 들어 주세요.” 우문호는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았고
미로에서 일행을 찾아우문호가 예를 취하더니, “고맙습니다!”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몇 가지를 당부 하려는데 원경릉이 이미 한 걸음 먼저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홍엽이 깜짝 놀라, “원경릉, 약속을 지키지 않다니!”홍엽이 손을 뻗어 원경릉을 데리고 나오려고 했으나 원경릉이 잽싸게 안으로 달려 들어가며, “공자 길을 안내 해줘서 고마워요. 사정상 어쩔 수 없이 약속을 지키지 못 했어요!”원경릉은 이미 보이지 않은 채 목소리만 울려 나오는데 우문호가 깜짝 놀라 바로 뒤 따라 들어갔다. 다행히 엷은 운무속에 원경릉이 있는 걸 발견했다.우문호가 앞으로 와서 원경릉의 손을 잡았고 두 사람은 뒤를 돌아보는데 사람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가 천천히 진정정과 진근영이 나타났고, 소홍천과 박원도 나타났다. 또 잠시 후 홍엽과 못난이도 나타났는데 홍엽의 얼굴이 단지 조금 불쾌해 보였다.그러니까, 결국엔 모두가 미로로 들어왔다.한편 위왕 등은 산 속에서 몇 바퀴를 계속 돌았고, 쓰러지는 사람이 갈 수록 늘어 다음날이 되자몇 명은 임종 상태가 되어 모두의 마음에 절망이 가득 찼다.이 땅 권역은 왜 계속 맴돌기만 하지?피로하고 지친 일행은 산속을 계속 도느라 가져온 육포도 떨어졌고 물도 다 마셨다. 사람이 며칠 안 먹을 수는 있지만, 물은 마시지 않을 수는 없어 절망이 점점 더 퍼져 나갔다.정집사는 그들이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감히 말할 수 없는 것이 일단 말로 뱉으면 모두 더욱 절망할 것이고 심지어 정집사를 죽여 분풀이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계속 출구를 찾기 위해 애 쓰는데 정집사도 호흡이 약간 곤란해 지는 것이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증거로, 환각이 약간씩 나타났다.하지만 다른 사람에 비해 정집사는 그래도 나은 편이라, 계속 사방을 찾아다니는 게 다른 사람들보다 정신을 더 버티게 만들어줬다.오후가 되어 한 병사가 칼을 뽑아 자결했는데 그는 처음 기절했던 사람으로 계속 질식의 고통을 느끼며 다른 사람의 등에 업혀서 왔다. 그러다 마침내 자신
탈출이 관건우문호 일행을 보고 안왕은 뜻밖에도 잠시 코끝이 찡함을 느꼈다. 절망 중에 구하러 온 사람이 우문호 일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우문호와 묵묵히 바라보더니 서로 고개를 끄덕이고, 정집사가 상황을 얘기하며 그들을 데리고 대오로 돌아갔다.태자가 옥황상제가 강림하듯 나타나자 순간 군사들의 사기가 높아졌다. 홍엽은 대오의 상당수 사람들의 상황이 심각한 것을 보고 각자 손에 든 녹색 잎을 돌렸다.진근영이, “여기도 녹색 잎이 있는데 왜 여기 있는 걸 따서 보면 안되죠?”“여기서 보는 모든 것은 전부 진짜라고 할 수 없습니다. 녹색 잎 등나무 줄기가 어쩌면 뱀 또는,다른 더 위험한 것일 수가 있죠. 다행히 그들이 만지지는 않았군요.” 정집사가, “아무것도 만지지 말라고 산에 들어오기 전에 제가 경고했습니다.”진근영이, “왜 녹색 잎으로 보면 환각이 줄어들 수 있는 거죠?”정집사가 대신 설명하며, “녹색은 생명의 색, 나뭇잎은 진실 세계의 물건으로 보고 있으면, 환각을 줄일 수 있어 환각으로 생긴 호흡곤란을 서서히 풀 수 있습니다.”정집사는 이 원리를 알고 있었지만, 미로에 들어온 뒤라 이미 진짜 녹색 잎으로 찾을 길이 없었다.그 자리에서 호흡곤란을 겪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원경릉이 약상자를 가져가서 기관지확장 스프레이를 꺼내 모든 사람들에게 뿌려주었다. 솔직히 말해 환각이란 심리 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기관지 폐색이지만, 심리가 생리에 영향을 미치는거 이므로, 스프레이로 신속하게 호흡곤란은 해결됐다.자진한 사병을 얼른 지혈한 뒤 다른 치료를 못하자 모두 그가 곧 죽을 거라고 생각해 아무도 그를 보러 가지 않았고, 옆에 뉘어 두고 손을 뻗어 그의 코에 대 목숨을 확인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즉 그의 사망을 아는 것 조차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대오가 다시금 동요할까 봐 걱정됐다.사병의 검사를 마치고 그가 아직 숨이 남아 있자 원경릉이 얼른 응급처치를 시행했다. 복부에 상처는 창자를 이미 꿰뚫어버려 이런 상황에서 수술을 한다는 게
미로를 나가는 법원경릉이 마음을 정하고 그들이 가본 모든 길을 그녀에게 알려 달라고 했다. 어떻게 뱅뱅 돌고, 어떻게 돌아돌아 결국엔 제자리로 왔는지, 어쨌든 그들은 어느 쪽 길을 가든 전부 여기로 돌아오고 마는 것이었다. 원경릉이 공터에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리며 갔던 길을 전부 표시하다가 하나의 미궁 형식을 발견했다. 출구를 찾으려면 이 미궁을 깨뜨려야 했다.홍엽과 정집사는 모두 이렇게 따지는 게 계속 가는 것만 못하다고 생각했다. 걷는 건 적어도 실제적으로 상황을 알 수 있고, 걷다 보면 어쩌면 나갈 수 있을 지도 모른다.홍엽의 시녀 못난이는 특히 원경릉에게 증오심을 품고 한 발로 원경릉의 그림을 지워버리더니 화를 내며, “정말 사사건건 일을 만들고 다니시네요, 들어오지 말라니까 굳이 들어오고! 심지어 이번에 우리 공자를 죽이려고 하다니.”원경릉이 많은 그림을 그렸는데 못난이가 발로 지워버리자, 원경릉은 가만 있는데 도리어 우문호가 열 받아서 날카롭게 쏘아붙였다.“당신 집 공자는 자기 스스로 온 거고 우리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어디서 짜증이야?”못난이가 화가 잔뜩 나 도검을 칼집에서 뽑아 싸우려 들자 홍엽이 낮은 목소리로, “못난이, 물러서라!”못난이는 분이 가라앉지 않았지만, 홍엽의 명령에는 복종만이 있으므로 씩씩거리며 검을 거두고 물러났다.우문호가 쪼그리고 앉아 원경릉에게, “괜찮아?”원경릉이 마치 다짐을 한 것처럼 그걸 뚫어지게 보더니 지형도를 지우고 우문호의 질문에도 반응이 없다.우문호도 다시 말을 걸고 싶었지만, 나뭇가지로 엄청 빠르게 방금 그림을 다시 그리더니 이괘(離卦)의 괘 모양으로 행로의 빈틈을 지우니 5개 양수의 형세가 변하는데, 이(離)는 화(火)가 되고 이괘는 상진(上震)이라 진(震)은 뇌(雷), 우레를 뜻하니 뇌화(雷火)가 충천(冲天)한다. 원경릉의 나뭇가지가 빈틈 위쪽으로 이동하더니 꼬불꼬불한 구비에서 하나의 돌파구를 찾아냈다.원경릉이 팔짝팔짝 뛰며 큰 소리로, “찾았어요! 어떻게 여기서 나가는지 드디어 알아
냉정언은 자기도 모르게 죄책잠이 들어 미간을 찌푸렸다.‘이번에 정말 큰일을 저지른 것인가?’그는 그저 탕양에게 술을 먹여 일곱째 아가씨에게 진심 어린 말을 꺼낼 용기를 주고자 했을 뿐이었다. 그동안 탕양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황제뿐만 아니라 모두가 알고 있었고, 다들 그를 안타까워했었다.탕양은 다섯째가 초왕이었을 때부터 초왕부와 다섯째, 그리고 나라와 백성을 위해 많은 일을 해왔다. 그렇게 반평생을 북당을 위해 헌신했으나, 그를 진정으로 주목한 이는 많지 않았다. 특히 과거에 자신도 용납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탓에 평생을 스스로도 용서하지 못한채, 조정을 위해 뛰어난 공을 세우고도 관직이나 봉록을 거절하며 죄를 속죄하듯 살았다. 하지만 진심으로 그를 아끼는 사람들은 그를 탓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누구나 실수를 범할 수 있는 법이니까. 탕양은 이미 그 누구보다 훌륭히 잘해왔고, 게다가 정과 의리에 발목 잡힌 것은 많은 영웅이 저지르는 흔한 실수였다. 고금의 역사를 통틀어, 결코 그 혼자만이 저지른 행동이 아니었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와 벗이라는 관계를 유지하려 했지만, 그의 마음속에서는 늘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술에 취하지 않은 이상, 맑은 정신으로는 절대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을 것이기에, 술에 취하게 하면, 경성이 아닌 변방의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몇 마디 속마음 정도는 털어놓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하지만 예상외로, 탕 대인의 마음속에 얼마나 많은 감정이 쌓였던 건지... 만취 상태에서 무슨 일을 저지른 것 같았다. 대체 이 마음을 얼마나 오랫동안 품었던 것일까?상황이 아주 복잡해졌다.‘탕 대인 아주 못 쓰겠구먼! 이를 어찌 마무리 짓는단 말이냐…?!’원가의 상대하기 쉽지 않은 여장군들을 떠올리니, 냉정언은 순간 뒷골이 땡겨 머리를 쥐어뜯었다.그러고 나서 고개를 돌리니, 냉명여가 눈 앞에 서 있었다. 냉명여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버지, 탕 대인은 어찌 일곱째 아가씨와 그런 일을 벌인
탕양은 지금까지 살면서 술에 취해 저지른 잘못이 단 하나뿐이었다. 비록 그 일도 나중에 사실이 아니었음이 밝혀졌지만, 그 일로 그는 술에 취하면 정말로 이성과 기억을 잃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렇기에 그 후로 술을 마시더라도 되도록이면 취하지 않게 애썼다. 하지만 어젯밤은 예외였다. 그는 이곳 사람 모두를 믿고 있었기에 경계를 풀었던 것이다.남녀 간의 일도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가 되어서 어젯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의부님! 의부님!"바로 그때, 문밖에서 호명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탕양은 화들짝 놀라며 재빨리 호통쳤다."일단 들어오지 말거라!"그는 급히 이불을 걷어내고, 바닥에서 옷을 찾아 황급히 입은 후, 이마를 문지르며 정신을 가다듬은 뒤에야 문을 열어 주었다.문밖에서 호명이 물었다."이제 막 일어나신 겁니까? 아직도 취기로 힘드십니까?"탕양은 머릿속이 어지럽고 복잡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답했다."괜찮다. 무슨 일이더냐?""식사하시라고 부르러 왔습니다. 아! 일곱째 아가씨께서 경성으로 돌아간 것을 알고 계십니까? 같이 가실 줄 알았는데 먼저 떠나셨더군요.""… 돌아갔다고?!"탕양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예!"호명이 그의 얼굴을 보다가 잠시 멈칫하며 말했다."의부님… 혹시 어젯밤 누구에게 맞으셨습니까?"탕양은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만져 보았는데, 그제야 얼굴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그는 황급히 동경을 찾아 얼굴을 비춰보았는데, 왼쪽 뺨에 여러 개의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 누군가에게 뺨을 맞은 것 같았다.그러자 어렴풋이 한 여인이 세게 뺨을 때리며 욕설을 퍼붓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떠올랐다.하지만 여전히 머릿속이 텅 비어 있어 창백해진 안색으로 생각에 잠겼다.‘설마 내가 취기를 빌어... 그래서 떠난 것이었구나...’이번 사건은 목숨을 내놓고 속죄해도 부족할 정도였다."말을 준비하거라! 어서!"탕양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며 소리
연회는 계속 진행되었고, 냉정언은 술잔을 들고 계속 탕양에게 술을 권했다. 잔을 몇 번이나 주고 받자, 탕양은 머리가 머리가 어지러워져 말조차 똑바로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연회가 끝난 후, 냉정언이 일곱째 아가씨에게 말했다."술을 꽤 마셨다 보니, 탕양이 좀 취한 것 같네. 정원에 나가 산책을 조금 하면서 술기운을 가시는 것이 어떻소?"일곱째 아가씨도 약간 취한 상태였기에, 바람을 쐬며 땀을 내면 술이 깰 것 같다며 동의했다."예. 그럼 다들 돌아가서 쉬시지요. 제가 호명과 함께 탕 대인을 돌보겠습니다.""좋소. 수고하시게나!"냉정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자, 어서 돌아가시게!"그렇게 사람들은 모두 새가 흩어지는 것 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일곱째 아가씨는 호명과도 함께 산책할 생각이었는데, 빠르게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이 어이가 없는듯 웃음을 터뜨렸다.그러고는 탕양의 붉게 상기된 얼굴을 보고 물었다."괜찮습니까? 걸을 수 있겠습니까?"그러자 탕양이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났는데, 술에 많이 취한듯 몸을 심하게 휘청거렸다."어찌 못 걷겠습니까? 취하지 않았습니다!""예. 그럼, 몇 걸음 더 걸어보시지요. 정말 못 걸으시겠으면 방으로 돌아가 쉬시고요. 취기를 덜어줄 탕을 준비하라고 하겠습니다."그러자 탕양은 허리에 손을 얹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걸어나갔다. 곧게 뻗은 직선을 그리며 터벅터벅 걷고는 뒤돌아 일곱째 아가씨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보시지요. 얼마나 똑바로 걷는지! 안 취했습니다. 이제 믿을 수 있습니까?"일곱째 아가씨는 그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하하하. 예, 안 취하셨네요. 그럼 이만 나가서 함께 산책하시지요."그녀는 그가 오래 걷지 못할거라고 생각해, 방으로 데려가 쉬게 하기로 했다.역시나 문을 나서자마자 탕양은 난간을 붙잡고 비틀비틀 걷기 시작했다. 하도 휘청거리는 탓에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기에, 일곱째 아가씨는 결국 어쩔 수 없이 그를 부축했다.그러자
"탕 대인이 저를 예쁘다고 말해 주셔서 정말 기쁩니다. 그러니 일곱째 아가씨께도 예쁘다고 말해 보십시오. 분명히 기뻐하실 것입니다!"하지만 탕 대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다를 겁니다. 일곱째 아가씨는 이제 그런거에 좋아할 나이를 지났습니다. 지금 그녀에게 예쁘다고 말하면, 그저 무미건조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어찌 그럴 리 있습니까? 누구나 칭찬받는 것을 좋아하는 법입니다. 탕 대인, 대인께서 정말 재능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십니까?"탕 대인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예? 하하하. 그렇습니까?""예! 모두가 그렇게 말했습니다!"탕 대인은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미소를 지었다."과찬입니다.""기분 좋으십니까?"택란이 묻자 탕 대인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다, 이내 뜻을 알아차리고 멈칫하며 말했다."이 녀석!"택란은 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탕 아저씨도 누군가에게 꼭 사랑받으시길 바랍니다."탕 대인은 이 말에 크게 감동해서 택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예. 고맙습니다."저녁엔 계약이 성공한 기념으로 연회가 열렸다.소박한 술자리긴 했지만, 커다란 술통들이 준비되어 있어 모두 마음껏 마시며 즐길수 있었다.택란은 술을 마시지 않기에, 주 아가씨가 매실청을 대신 준비해 주었다. 새콤달콤한 맛이 택란의 마음에 쏙 들었다.술잔을 주고받으며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자, 모두 패기 있게 약도성을 북당에서 제일가는 도성으로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다.일곱째 아가씨는 벌써 독산을 어떻게 개발할지부터 고민하고 있었는데, 독산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막막했기에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하기 시작했다.각자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지만 대부분이 경치를 개발하자는 내용이었다.반면, 택란은 새로운 생각을 제안했다. 독산에 온천이 있으니 오두막을 지어 온천을 끌어들여 돈을 받고 여러 개의 탕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어떻겠냐며, 온천수가 몸에 좋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자고 제의하였다.택란의 생각은 이 시절
탕양은 자신이 여자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자부했었다. 특히 일곱째 아가씨처럼 강인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삶을 더 선호하기에 굳이 자신과 인연을 맺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는 그의 큰 착각이었다.여인의 마음은 늘 갈대처럼 변덕스럽고, 아무리 강인한 사람이라도 다정함이 필요한 순간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일곱째 아가씨는 오랫동안 혼자 외롭게 지내왔는데, 중년에 접어들며 그 외로움이 더욱 깊어진 것이다.누군가 곁에 있다면, 삶의 방식도 달라질 수 있지만, 물론 잘못된 연으로 나빠질 가능성도 있었다.원가의 가훈은 항상 군주에게 충실하며, 엄청난 용기도 있었다. 심지어는 원가에서 키운 닭조차 남의 집의 닭보다 더욱 용감할 정도였다.하지만 한 번의 좌절로 인해 사랑을 믿지 않겠다는 것이 과연 용기있는 행동 일까?물론 그녀가 반드시 탕양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어울리는 사람을 만나 다시 한번 용기를 내볼 수도 있었다.하지만 탕양이 먼저 용기를 내어 말한다면, 그녀 역시 그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여태껏 그녀의 마음에 들어온 사람은 오직 탕양뿐이었다.그리고 어쩌면 시도해 봐야만 서로 맞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탕양과 잘 맞는다고 느끼는 건 그녀가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아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착각일지도 모르니 말이다.경성으로 돌아간 후에도 탕양이 말을 꺼내지 않는다면, 그녀는 공개적으로 구혼에 나설 생각이었다. 한편, 택란이 주 아가씨와 함께 밖으로 나가며 물었다."탕 대인이 왜 나쁜 사람인 것이오?""여인을 훔쳐봤습니다.""탕 대인이 아가씨를 좋아하지 않소? 어찌 못 보는 것이오?"주 아가씨는 택란이 이런 부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공주에게 가르쳐야겠다고 마음먹으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사내가 여인을 사모하면 상대의 시선을 바라보지, 다른 곳을 쳐다보지 않습니다. 그러니 탕 대인은 일곱째 아가씨를 사모하는 것이 아닙니다.""그
그녀는 탕양을 힐긋 바라보는데, 예전의 담담하고 온화한 모습 없이 뜨겁게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그녀는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기에, 절대 먼저 말을 꺼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평생 그렇게 죽을 때까지 버틴다 해도, 제자리에 머물러 기다리지 않을 것이었다."탕 대인, 지금 어디를 보는 것이오?"그때, 냉정언이 물었다."예? 무슨 말이십니까?"탕양은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냉정언을 바라보자, 냉정언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께서 계속 일곱째 아가씨의 가슴팍을 보고 있었소.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것이오?"이 말이 끝나자마자, 모두가 술렁이며 이상한 시선으로 탕양을 바라보았다.그러자 주 아가씨가 급히 택란의 귀를 막으며 말했다."보지도, 듣지도 마십시오!"탕양은 크게 당황하며 두 손을 마구흔들었다."아닙니다! 전 그러지 않았습니다! 냉 대인께서 잘못 보신 겁니다.""아니오. 분명 아가씨의 옷깃과 가슴을 보고 있었소!"말을 마치자마자 냉 대인은 숭이를 안고 단호하게 밖으로 나갔고, 탕양은 얼굴을 붉히며 변명이라도 하기 위해 일곱째 아가씨를 쳐다봤다. 그러자 일곱째 아가씨는 기침을 하며 옷깃을 정리한 뒤 소리쳤다. "흥. 변태!"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도 돌아서 나가버렸다.탕양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당황한 얼굴로 주 아가씨와 홍엽을 보며 말했다."다들 보지 않았습니까? 제가 그런 게 아니라는..."홍엽이 소매를 휘두르며 말했다."눈이 자네 얼굴에 달려 있는데, 자네가 누굴 보고 어디를 보는지 우리가 어찌 알겠는가?"주 아가씨는 택란의 손을 잡고 나가며 말했다."마마, 이제 탕 대인 같은 사람하고 어울리지 마십시오. 인품이 좋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탕양은 여전히 몹시 당황한 상태였다. 냉정언의 한마디에 그의 처지가 아주 난감해져 버렸다.그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명여야..."냉명여 또한 귀를 막고 밖으로 달려 나가며 외쳤다."탕 대인께서는 정말 나쁜 사람이십니다!"탕양은 그만 머리를 감싼
이처럼 독산은 마치 진실한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처럼 가장 진솔한 생각을 감출 수 없게 만들었다.일곱째 아가씨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탕양을 바라보며 말했다."저를 배신한 것을 아직 기억하고 계십니까?"탕양은 그동안 일곱째 아가씨와 이 일을 얘기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항상 담담한 태도로 과거 이야기를 피하며 언급하지 않았었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이 말을 꺼내니, 탕양은 잠시 멍해졌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연히 기억하고 있지요..."일곱째 아가씨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기억하고 있다면, 제가 독산을 얻을 수 있게 잘 도우십시오. 독산을 개발할 수 있다면 앞으로 15년간의 수익은 전부 제 것이 될 겁니다. 그리고 15년 뒤에는 이익을 반으로 나누겠습니다. 절대 3할만 받을 수는 없습니다."탕양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폐하께 이미 3할이라고 말씀드렸는 걸요.""그건 대인의 일이지요. 폐하를 오랫동안 모셔 왔으니, 대인의 공로를 인정하고 배려해 주실 것입니다. 이건 대인께서 누구의 이익을 우선시할지에 달린 것 아닙니까?"그러자 탕양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가씨, 3할이라도 충분히 좋은 제안이지 않습니까? 그저 길만 새로 만들면 되고, 심지어는 조정에서 나서서 도와줄 것이니, 초반 투자 비용도 그렇게 많이 들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하면, 놀러 오는 자들에게 먹거리와 즐길 거리로 돈을 적잖이 벌 수 있습니다.""반으로 나누는 것까지만 양보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익을 중시하는 상인인 것을 잘 알지 않습니까."탕양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예. 폐하께 돌아가 말씀은 드리겠지만… 무조건 그 조건을 따내겠다고 장담할 순 없습니다.""못 따내도 그만입니다."일곱째 아가씨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앞으로 제가 독산에 몇 번이나 올 수 있겠습니까? 어차피 조정에서 독산을 얻는다고 해도, 굳이 그렇게 많은 돈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탕양이 웃으며 답했다."이곳에서 지내면서 머물어도 되지 않습니까? 늘
일곱째 아가씨는 산 입구에서 지옥의 불꽃을 보자마자 순간 홀린 듯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꿈속에서 본 그 꽃이 눈앞에 펼쳐지니,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것 같았다.탕양이 손을 뻗어 꽃을 따려 하자, 일곱째 아가씨가 급히 소리쳤다."지금 뭐 하는 것입니까? 당장 멈추십시오!"하지만 탕양은 이미 지옥의 불꽃을 손에 쥔 채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이것이 바로 해독제입니다."그는 손바닥에서 꽃을 비벼 즙을 내고는 일곱째 아가씨의 손을 잡아 즙을 그녀의 손등에 묻혔다. 즙은 선혈처럼 선명한 붉은빛을 띠고 있어, 일곱째 아가씨의 손등에 피가 묻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자 그녀가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며 물었다."정말입니까? 이렇게 신기하단 말입니까…?"그제야 그녀는 과거 산속에서 넘어졌을 때, 얼굴이 지옥의 불꽃에 닿아 꽃 즙이 묻고 나니, 정신이 돌아왔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는 그때 자신의 강한 의지로 깨어난 것인줄 알고 있었다."이걸 어떻게 알게 되신 겁니까?"일곱째 아가씨가 호기심 어린 눈길로 묻자, 탕양은 숨기지 않고 답했다."안풍친왕이 말해준 것입니다. 예전에 독산에 와서 방 장군의 유해를 찾을 때 산을 드나든 적이 있었는데, 이 비밀을 알고 있었기에 독산을 드나드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지금 손등에 지옥의 불꽃 즙을 바른 이상, 산에 들어가도 환각에 휘말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독산의 절경을 마음껏 감상하실 수 있다는 말입니다!""그렇습니까? 독산의 비밀을 푸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고 여겼는데, 이렇게 쉽게 지옥의 불꽃으로 독성을 없앨 수 있었다니요…!"일곱째 아가씨가 중얼거리며 탄식하자, 탕양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예. 겉보기엔 어려운 일도, 걷기 힘든 길도, 내리기 힘든 결정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답니다.""어찌 말 속에 다른 뜻이 있는 것 같습니다?"일곱째 아가씨가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힐끗 바라봤다.그러자 탕양이 당황한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독산은 약도성에서 ‘귀역’이라고도 불린다.약도성 백성들은 거의 독산에 들어가지 않는다. 해마다 보물을 찾아 벼락부자가 되길 꿈꾸며 산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무사히 나오는 사람은 극소수였기 때문이다.심지어 살아서 나온 사람 중에서도 정신이 나가거나 미쳐버린 자들이 적지 않다.그래서 조정 신하가 독산에 들어가겠다는 소식은 백성들의 큰 주목을 받았고, 심지어 일부는 관저로 직접 찾아와 독산이 위험하다고 경고하며 요괴와 귀신이 들끓으니 절대 들어가지 말라며 충고까지 했다.그러자 탕양은 그들에게 독산에 요괴나 귀신이 있는 곳이 아닌, 신령과 신선들이 지내는 신성한 곳이라 말했다. 그동안 산에 들어갔던 백성들이 그만 욕심에 사로잡혀 신령을 거슬렀기에 독산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경외심을 품고 신앙심을 가지고 들어가면 무사히 나올 수 있다며 설명까지 덧붙였다. 그리고 이 말은 당대 국사가 직접 언급한 것이라며, 이를 검증하기 위해 자신이 파견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탕양 또한 이 말을 하면서도 내심 불안했다. 사실은 이 이야기 모두 황제가 부유한 이들과 이웃 나라의 신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근거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독산의 풍경은 북당에서의 유일무이한 절경이었기에 탕양은 결국 독산의 모습을 드러내고 개방하자는 제안에 동의했던 것이다. 탕양의 말을 믿는 사람은 그저 소수에 불과했고, 믿지 않는 사람, 의심하거나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저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산에 들어가기 전, 탕양이 일곱째 아가씨에게 물었다.“정말 나와 함께 들어갈 셈입니까?”일곱째 아가씨는 젊은 시절 한 번 독산에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멀리 가기도 전, 산속에서 만난 지옥의 불꽃에 매료되었다. 그렇게 꽃밭에서 넘어진 후, 정신을 차리자마자 황급히 산을 빠져나왔던 것이다.하지만 산을 떠난 후에도 그 붉은 색의 꽃은 그녀의 마음속에 잊히지 않았고, 마치 주문에 걸린 듯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다시 독산에 오자, 과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