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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77화

Author: 유애
돌아가는 선물

그렇게 우문호는 먹고 또 먹으며, “여기는 이렇게 대단하게 발전해 있는데 신이 도와준 것도 있습니까?”

“신 아니고, 과학의 발전!” 오빠가 웃으면 설명했다.

우문호는 과학이란 개념이 아직도 모호한 상태라 멍하니, “과학이 신인가요?”

원경릉은 문득 처음 주진을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주진은 그때까지는 주지스님으로 과학의 끝은 신학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과학이 고도로 발전한 시대에 태어나서 자라 모든 게 저절로 이해됐던 것과 달리 우문호라는 고대인은 접해본 적이 없는 것으로 눈앞의 과학의 발전은 확실히 일종의 신학처럼 충격일 수 있다.

용태후의 그런 초능력과 비슷해서 어쩌면 앞으로의 어떤 시대에서는 용태후의 초능력이 일반적으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경릉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놀랍고 심지어 ‘신인가요?’라는 경탄이 터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주진의 말이 다시 생각나다니 참 기묘하다.

주진도 웃으며 원경릉을 흘깃 보고, “세상일 참 신기하죠?”

원경릉이 진심으로, “그러게.”

원교수가 차를 끓였는데 진피보이차(陳皮普洱)로 귤향이 물씬 풍겼다. 우문호는 전에 이런 차를 마셔본 적이 없어 상당히 흥미로운 것이 한 잔 마시고 나니 갈증도 없어지고 긴장도 풀렸다.

오빠가 다 마신 후 방에서 꾸러미를 여러 개 가져오더니, “이거 가져가, 전부 군것질이랑 아이들 옷, 그리고 태상황 폐하께 드릴 술과 담배, 또 시가 한 상자, 경릉이가 태상황 폐하 몸이 안 좋으셔서 술담배를 금한다고 하니 한모금만 맛보시고 느낌이 어떤 지만 보시는 걸로. 나머지는 태상황 폐하의 친한 벗인 재상과 소요공께 드리는 거, 황제 폐하께는 와인 한 병 가져왔어.”

큼직큼직한 봉지를 보고 우문호는 눈이 커졌는데, “이렇게 많은 물건을 어떻게 지고 가죠? 이렇게 많이 필요 없어요. 버블티 몇 잔 사면 되는데.”

어른 둘이 애들을 몇이나 데리고 있는데 다 못 짊어진다.

“우리가 지고 갈게요, 우리가 진다고요!” 우리 떡들이 얼른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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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명의 왕비   제 1978화

    기약 없는 헤어짐원경릉이 주진에게, “지금 저 아이의 대뇌를 제어하지 않는데 이렇게 오래 뉘어 놔도 될까?”“박사님이랑 거의 비슷하겠지만 약간 다른 게, 저 아이는 잔류 의식이 있어요. 이건 만두의 공이죠.”“어쩐지!” 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만두를 흘끔 보니 만두가 의기양양해서 원경릉을 향해 입을 헤 벌리고 웃는다.쌍둥이가 태어난 뒤로 우리 떡들의 존재감이 완전 마이너스가 돼서 한참을 분했겠구나.아침을 먹고 가족 사진을 찍었다. 오빠가 바로 인화하러 갔는데 아래층에 있어서 20분만에 사진을 가져올 수 있었다.헤어짐을 앞두고 다하지 못한 말이 늘 있지만 엄마는 아쉬운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 웃으며 원경릉과 다음에 오면 미니 웨딩을 해서 모두의 마음의 짐을 없애자는 아름다운 바램만 애기했다.다음이 언제가 될 지, 과연 다음이 있을 수나 있을지 모르지만 다들 그럴싸하게 얘기하며 심지어 엄마는 바로 웨딩드레스 사진을 찾아서 부부에게 보여줬다.우문호가 웨딩드레스를 보고 굉장히 아름답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왜 혼례를 치르는데 흰색을 입죠? 혼례는 붉은색을 입는 거 아닌가요?”“붉은 색도 있어, 한복을 입으면 돼지.” 엄마가 바로 붉은 색 요즘 한복을 찾아서 사위에게 전해줬다. “이런 건 어때?”“이거 예쁘긴 한데 상의가 몸매가 다 드러나서 민망한데요.” 우문호는 역시 좀 불만인지 아래로 계속 스크롤하더니 예전 스타일을 보고, “이건 괜찮네요. 이건 지금 저희들 옷이랑 별 차이 없어요.”“그건 폐백 때 입는 옷인데 경릉아, 넌 웨딩드레스가 좋아? 웨딩드레스를 입는 게 역시 예쁘긴 하지.” 원경릉이 다가와서 같이 보며, “웨딩드레스 좋죠. 자기도 양복 입어. 흰색 웨딩드레스에 흰색 양복, 잘 어울리네.”우문호는 역시 약간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스타일이라, “혼례는 그래도 붉은 색을 입는 게 아무래도 좋지, 그 양복이란 거 붉은 색도 있어?”“빨간색 양복이라고? 그건 너무 촌스러.” 원교수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원교수가 보기

  • 명의 왕비   제 1979화

    헤어짐의 순간엄마는 뒤를 돌아 눈물을 닦고 계속 모두와 사진을 보는데 손만은 약간 떨고 있고 입술도 미세하게 떨어서 웃으며 말하지만 목소리가 틀려졌다.원경릉은 엄마의 어깨에 기대서 엄마 손을 잡았다. 엄마는 얼른 원경릉과 손을 맞잡고 꽉 움켜주었다.“사흘이 정말 빨리 갔구나.” 원교수의 말끝에 아쉬움이 묻어나고 눈에서 깊은 상실감이 느껴졌다. 요 이틀간 계속 아내에게 마음 잘 단속하라고 했는데 아내는 실망하거나 가슴 아픈 기색을 표현하지 않는데 정작 본인이 억누를 수가 없게 되고 말았다.원교수는 아내와 양쪽에 앉아 딸을 안았다. 원교수는 이성적인 사람으로 어떤 때도 냉정하지만 냉정한 사람이 일단 감정이 무너지면 수습하기란 쉽지 않다.아무도 눈물을 흘리지 않지만 숨이 점점 가빠왔다.우문호가, “다들 괴로워하지 마세요. 우리가 이번에 올 수 있었듯이 다음에도 분명이 그럴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러분들이 그쪽으로 한 번 오실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할 겁니다.”“정말 가능할까?” 오빠가 전에는 생각도 못했지만 정말 꼭 한번 가보고 싶어 졌다.주진이, “경호를 파악해내면 어려운 일도 아니 예요.”희망의 불꽃이 모두의 마음 속에 피어 올랐다. 정말로 다시 만날 기회가 있다면 이번 이별이 뭐가 두렵겠어?엄마는 원경릉의 어깨를 두드리며 용기를 북돋았다, “쌍둥이에게 우유 좀 주고 배부르면 가렴.”원교수가, “쟤들에게 안약 좀 넣어주마. 오늘 보니 눈에 충혈된 게 많이 돌아왔더구나.”“많이 좋아졌어요.” 원경릉이 일어나서 도왔다.우문호와 오빠는 베란다에서 얘기를 나누는데 오빠가 한숨을 쉬더니 잘생긴 이목구비가 이별의 감정으로 굳어져서, “매부가 동생한테 잘 할 거 알아, 그래서 동생에게 잘하라고 잔소리 하는 건 아닌 거 같고, 오히려 둘이 잘 지내고 집안에 별고없이 지냈으면 좋겠어. 두 어르신은 내가 잘 돌볼 게.”“예, 알겠습니다.” 우문호가 형님에게, “다음번에 만나길 기대합니다. 우리 다시 번지점프 하러 가요.”“스카이다이빙은?” 오빠가 웃

  • 명의 왕비   제 1980화

    감동한 서일과 나타난 만아시공의 통로를 나오니 용태후의 침궁이다.원경릉은 오래동안 감정을 추스를 수 없다. 눈 깜짝할 사이에 또 집을 떠나게 되다니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용태후가 위로하며, “너무 힘들어 말아요, 마음만 있다면 다시 만날 수 있을 테니까.”원경릉이 눈물 어린 눈으로 용태후를 보고, “만약 앞으로 집이 그리우면 다시 한 번 보내 달라고 애원할 수 있나요?”“좋지 않네!” 용태후가 웃으며 원경릉을 보고, “스스로 생각해 봐. 조금만 더 고민하면 경호의 비밀을 풀 수 있을 테니까.”그래, 경호가 있지. 원경릉은 몰래 결심했다. ‘돌아가서 만아 일을 처리하고 나면 우리 떡들을 데리고 경호에 가자.’그리고 사식이와 서일에게 피로 쓴 부적을 들고 바로 남강으로 가라고 했다.둘이 혼인한 뒤로 이렇게 먼 곳까지 단독으로 나가본 적이 없고, 이번은 모험이 도사리고 있는 지라 서일이 줄곧 불안해서 사식이에게 시시콜콜 잔소리를 하며 만약 위험이 닥치면 기회를 봐서 바로 도망치고 절대로 자신에게 관여하지 말라고 했다.사식이는 서일과 반대로 하는 전문이라 채찍을 휘둘러 말을 달리며 해바라기처럼 찬란한 미소를 띠고, “아니, 난 자기랑 죽어도 같이 죽을 건데.”서일은 어이가 없어서 사식이를 쫓아가며, “혼례 올릴 때 뭐라고 했어, 큰 일은 다 내 말 듣는다고 했지.”“나랏일이 큰일이지, 개인의 생사 오욕은 다 작은 일이라고.” 사식이가 웃으며, “할머니가 그렇게 가르쳐 주셨어.”“혼인을 했으면 남편 말을 따르는 거야. 너 지금 내 말 들어야 해.” 서일이 화를 내며, “이 말 잘 기억해. 만약 위험이 닥치면 반드시 도망갈 것, 도망가서 날 구할 방법을 생각할 것.”“포기해, 서일. 이 문제에 있어서는 난 영원히 자기 말 안 들을 거니까. 기왕 같이 가는 김에 자기가 위험에 빠지면 난 절대로 도망가지 않을 거야. 자기랑 혼인했다는 건 자기와 생사를 함께 하겠다고 결심한 거라고. 내가 위험하면 자기는 날 버리고 신경 안 쓸 거야?”서일이 이 말

  • 명의 왕비   제 1981화

    남강 북쪽에 가겠다고 안달만아가 말했다. “집사님 처지가 가엽다는 거 저도 알아요. 강북 사람들이 남편과 딸을 죽였으니 그들이 뼈에 사무치게 증오스러워서 이번에 복수를 결행하시는 거죠. 제가 힘이 되어 드릴게요. 절 믿으세요.”“난 복수하고 싶지 않아!” 정집사가 하늘을 보고 탄식하며 절망과 슬픔으로 말했다. “복수에 성공할 수 없다든건 잘 알지만, 따라가는 건 네가 위험을 무릅쓰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일 뿐이야. 네가 태자비 마마의 말을 믿던 안 믿던 내가 네 어미인건 분명한 사실이야. 내 말 듣고 돌아가거라. 넌 이 세상에 남은 남강왕의 유일한 핏줄이니, 남강 북쪽 사람들이 널 가만 둘 리가 없어, 널 잡아서 무녀로 삼고 말 거야! 넌 정말 남강 남쪽 사람들과 적이 되기를 원하는 거니?”만아는 얼굴을 찌푸리며, ‘어휴 정말 불쌍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정집사님, 정신차리세요! 전 정말 집사님 딸이 아니라고요, 집사님께 이 말이 얼마나 잔인한지 알아요. 제가 집사님 딸인 척을 하면 어쩌면 집사님께는 위로가 되고 마음은 좀 더 편안해 지시겠죠. 하지만 전 정말 아닌 걸요. 전 거짓말로 집사님을 속일 수 없어요. 복수하기 싫으시면 남강 북쪽에는 가지 마시고 이만 돌아가세요. 순왕 전하께서 저와 함께 가실 거예요. 전 반드시 남강 북쪽에 다녀와야 해요.”말을 마치고 만아는 돌아갔다.정집사는 만아를 꺾을 수 없어, 결국 순왕 말 대로 만아를 데리고 갈 수 밖에 없었다.만아 때문이든 어쨌든 길에서 반나절을 지체했다는 건 얼른 따라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셋째형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문천이 아는 셋째형은 분명 군주를 구하려고 분명 애가 탈 것이다. 기왕 남강 부근까지 온 거 오래 기다려야 한다면, 그냥 사람들을 데리고 출발해 버릴 같았다.사식이와 서일은 며칠 늦게 출발했지만, 두 사람은 이끌고 가는 대오도 없이 가벼운 몸이라 말을 달려 빨리 갈 수 있었고, 대주 수도에서 남강으로 가는 길은 강북부나 경성에서 남강으로 가는 길보다

  • 명의 왕비   제 1982화

    정집사의 충고밤에 사람들이 모두 모이자 정집사가 지도를 그려 그들에게 보여주며 설명했다.“남강은 산성으로, 사면이 산으로 둘러 쌓여 있습니다. 산으로 들어간 뒤에야 비로소 남강성(南疆城)으로 사방이 병풍처럼 산으로 둘러쳐져 있어 조정이 공격해 들어가기 쉽지 않습니다. 이게 황제 폐하께서 남강 스스로 내전을 치르고 조정이 지원하는 방식을 생각하신 이유기도 합니다. 남강 북쪽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로 나눠져 있습니다. 첫번째 길은 남강 남쪽을 지나치는 길이지만, 중간에 여러 산이 남북을 갈라놓고 있는 관계로 이 산들을 넘어야만 합니다. 지금 남강 남 북쪽 변방을 전부 군이 주둔해 지키고 있으므로 남강 남쪽을 지나가는 경로는 발각되기 쉽지요.”정집사는 잠시 지도를 조정하더니, 다른 길을 가리키며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여기는 직접 남강 북쪽으로 진입하는 길로 변경에 주둔군이 없습니다. 산세가 험준하고 일부 밀림은 일년 내내 아무도 다니는 사람이 없고 독기와 독사가 출몰해서 보통 사람들은 들어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두려운 건 독사가 아니라 독기로 입산할 때는 반드시 대낮에 해가 비칠 때, 얼굴에 수건을 하고 거독환(祛毒丸, 해독제)을 먹어야 합니다. 입산한 뒤 앞으로 10리 정도 가면 남강 북쪽 지대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제부터가 진짜 위험합니다. 백성 모두가 병사로 외부인을 보면, 바로 공격해 들어올 게 틀림없죠. 그들의 무고술은 막는다고 막아지는 게 아닙니다. 그 곳의 아름다운 꽃을 만져서도 안되고, 짐승도 잡아서는 안되며, 독충, 개미 같은 게 발 밑을 지나갈 때도 최대한 밟지 말아야 합니다.”정집사가 손가락을 위쪽으로 이동해 지도를 가리켰다.“여기가 남강 북쪽에서 제일 높은 산 입니다. 그래서 들어가 사람을 구하려면, 이 산을 무조건 올라야 합니다. 무당은 전부 산꼭대기에 사는데 무당이 지내는 진법이 깔려 있고 아홉 고개 13구비마다 길을 잃게 만들어 놔서 모두 같이 가야만 하고 흩어져서는 안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안에서 길을 잃고 혼자의 힘으

  • 명의 왕비   제 1983화

    남강북쪽 산길정집사가 위왕에게 말했다.“제가 말씀 드린 것처럼 이성을 잃은 자의 목숨은 다른 목숨을 대신하는 겁니다. 이성을 잃은 자의 피를 입에 쏟아 부어 피로 깨어나게 부르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건 피 두세방울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신속하게 대량의 피를 주입해야 합니다. 그렇게 때로는 피를 전부 흘려 넣어 불러도 깨어나지 못하기도 하고, 깨어났다고 해도 이미 방대한 양의 피를 흘렸기 때문에 무당 지대라는 위험한 곳에서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될 뿐입니다.”위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머리로 기억해 두었다.정집사가 큰 소리로 외쳤다.“이번에 남강 북쪽 길을 통해 무당 지대로 들어가는 것을 선택한다면, 도중에 틀림없이 위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반드시 꼭 명심해야 하는 점은, 시작엔 서로 도우며 지켜줘야 하지만, 무당 지대에 들어선 뒤론 누군가 실종됐다 해도 절대 구하려 들면 안 된다는 겁니다. 심지를 굳건히 하여 기이한 것을 대했을 때 감히 흥미를 느끼거나 만져서는 안됩니다. 특히 아름다운 꽃, 특이한 무늬와 색의 동물과 짐승이 신비롭고 기이하게 느껴질 텐데 경외하는 마음을 품되 절대로 멀리 해야 합니다. 조종당하고 싶지 않다면, 제 말을 꼭 기억하셔야 할겁니다.”위왕이 나가서 장수들에게 정집사의 말을 전달한 후 모두에게 이번 작전의 위험을 알리고 마음의 준비를 하게 했다.다음날 대오가 출발해 반나절이 지난 뒤 서일과 사식이가 역참에 도착해 그가 이미 남강 북쪽 산길로 진입했다는 걸 알아냈다. 대략의 루트를 물어보고 사식이와 서일도 출발했다.가는 길을 재촉해 날이 저물기 전, 대오를 따라잡을 수 있길 바랬다.만아는 산을 오르기 시작했을 때부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머리속에서 끊임없이 소리가 들리고 눈앞에도 환각이 보이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에 갇힌듯 했다.만아는 처음엔 억지로 참고 견뎌냈다. 하지만 해질 무렵 산꼭대기에서 굽이굽이 이어진 산봉우리를 보는데 갑자기 눈앞에 한 폭의 광경이 나타났다. 전에 한번

  • 명의 왕비   제 1984화

    만아의 신내림정집사가 품에서 약병을 꺼내더니 한 알을 만아에게 먹이고 우문천에게 전했다.“열이 나는 게 틀림없어요, 열로 머리가 멍해 졌나 봅니다.”“정집사가 먹인 약은 뭔가? 열을 내릴 수 있나?” 우문천이 만아 얼굴을 보니 무서울 정도로 하얀데 눈 밑만 어지럽게 검붉은 것이 열이 나기 시작하는 것 같기도 했다.“가능합니다. 이 약이 몇 알 있으니 계속 약을 줘서 호전 시킬 수 있어요.” 정집사가 대충 말하며자기가 돌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우문천은 조금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만아는 다섯째 형수 측근으로, 가장 총애하고 신뢰하는 아이다. 만약의 경우가 생겨서는 안되지만, 성인 남자인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답답했다.“그럼 자네가 잘 돌봐 주게. 한 시진 정도 더 가서 우리는 야영을 해야 할 것이야.”남강 북쪽에서는 해가 진 뒤에 갈 수가 없어 밤에는 반드시 야영을 하며 쉬어야 한다. 그리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지만 이 곳에서 계속 앞으로 나갈 수 있다.우문천이 간 뒤 정집사는 만아를 가슴에 품더니, “내 말 들어, 넌 지금 아무 생각도 하지 마. 그저 어서 빨리 정화군주를 구해내서 태자비 마마께서 기뻐하는 생각만 하면 돼. 머릿속에 모든 잡념은 전부 버려. 알겠지?”만아는 몸을 약간 떨며 말했다. “정집사님이 저에게 먹인 약이 뭔 가요?”“안심해라, 이 약은 너에게 해가 되지 않아. 그저 체력을 증가시켜 주려는 거야.” 정집사는 마음이 혼란스러운 것이 신내림의 악독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정집사도 지금 환청이 시작되었지만, 본인은 만아와 달랐다. 정집사는 피맺힌 원한을 품고 누구보다 강인한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사술도 정집사를 무너뜨리지 못한다.그리고 만아에게 먹인 약은 무슨 체력 증진제나 보약이 아니라, 사실 고독의 일종으로, 만아가 미쳐서 날뛰거나 이성을 잃었을 때 바로 혼절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적어도 만아가 정집사의 시선 밖으로 벗어날 리 없게 하기 위해서다.“정집사님, 제가 병에 걸린

  • 명의 왕비   제 1985화

    만아는 남강 북쪽 무녀한편, 우문천이 머리가 온통 피로 물든 만아를 안고 돌아왔는데 만아의 두 손은 축 쳐져 있는 게 이미 정신을 잃은 것 같았고, 피가 머리부터 베어 나와 상처가 어떤 지 가늠을 할 수 없었다.정집사는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어떻게 된 거요?”우문천이 만아를 평지에 내려놓고 말했다.“일단 지혈부터.”정집사가 덜덜 떨며 금창약(金瘡藥, 외상에 뿌리는 가루)을 꺼냈다. 정집사는 오기 전에 약을 여러 개 챙겼는데 마침내 쓰게 되었다. “어떻게 된 거야?” 위왕과 안왕이 같이 와서 물었다.우문천의 얼굴에도 손에도 온통 피투성이라 그는 대충 쓱쓱 닦더니 답했다. “셋째형, 넷째형, 저도 쟤가 왜 저런 지 모르겠어요. 갑자기 내가 쫓아가지도 못하게 빨리 달리다가 결국 혼자 나무에 부딪혔어요.”위왕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왜 쟤를 데리고 왔지?”그의 물음에 우문천이 고개를 흔들었다.“자기가 따라온 거예요! 그리고 오기 전에 절 찾아와서 무당 지대의 진법을 무력화 시키는 걸 안다며 자기가 정화군주를 구출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했어요.”“무당지대의 진법을 파괴할 수 있다고?” 위왕이 이 말을 듣자 안색이 풀어지며 말했다.“그럼 지금은 어떻게 된 거야? 아픈 건가?”정집사가 침통함을 숨기고 말했다.“만아는 지금 저항하고 있는 겁니다. 남강 북쪽 무당의 힘에 대항해서, 쟤는……대단해요.” 정집사의 고독을 이겨내고 무당의 부름에 대항하는 심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무에 부딪히고 바로 달려나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무당의 힘에 대항하다니? 어떻게 된 일인가?” 위왕이 물었다.정집사가 만아의 상황에 대해 목구멍까지 할 말이 차 올랐지만,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다.안왕이 오히려 더 조급해 졌다. “아는 게 있으면서 말을 안 한다면, 쟤가 모두를 해칠 수도 있어.”정집사는 이 길이 상당히 험난할 거라 숨길 수 없겠다 싶어 대강의 전후 사정을 털어놓았지만, 만아 엄마의 신분만은 숨겼다.

Pinakabagong kabanata

  • 명의 왕비   제3377화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 명의 왕비   제3376화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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