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으로 북당으로위왕이 목소리를 낮춰 으르렁댔다.“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닥쳐!”하지만 안왕의 말을 따라오던 병사 중 일부가 듣고 이번 작전이 원래부터 위험한데 이제 남강 북쪽의 무녀까지 있다는 생각에 자연히 공포에 휩싸였다.만아를 야영지로 보내고 장수들이 만아를 죽이자고 제안을 하자 위왕이 기가 막혀서 물러가라고 꾸짖었으나 군사들의 들끓는 여론을 차마 막을 수 없었다.이때 군사들이 무질서해졌고 박원이 나서서 설득하자 잠시 진정이 되었다.그런데 사식이와 서일이 아직 쫓아오지 못해 20여리 정도 차이가 나는데 날은 이미 어두워져 산속에서 하룻밤 보내고 내일 다시 쫓아갈 수 밖에 없었다.그리고 대주 쪽에서는 우문호와 원경릉이 현대에서 돌아와 하루를 묵은 뒤 돌아가려고 하는 중이었다. 진정정은 우문호가 이렇게 빨리 돌아갈 줄 모르고 한 번은 만류했지만, 우문호가 걱정하며 말했다.“남강 북쪽에 변수가 많아. 원 선생은 돌려 보내고 난 서둘러 남강 북쪽으로 지원을 가야겠어.”진정정이 제안하기를, “어쨌든 우리 부부도 지금 일이 없으니, 나와 자네가 사람들을 데리고 남강 북쪽으로 지원을 가고, 근영이가 태자비와 아이들을 호송해 귀국하는 건 어때?”그러면 당연히 최고다. 하지만 우문호가 반대했다.“자네 그렇게 오래 떠나 있어도 되나?”“괜찮아, 지금 대주는 태평성대라 건곤검이 국내로 들어오면 내가 몇 개월 떠나 있는 건 문제 안돼.” 진정정이 은은한 눈빛으로 말했다.“그리고 자네와 같이 손 잡고 전장에 나갈 수 있으면 내게는 영광이지.”우문호가 진정정과 같이 갈 수 있다면, 험하고 힘든 여정은 바로 허니문으로 변할 것이다.우문호는 혼례를 올리고 두 사람이 허니문을 간다는 얘기를 현대에서 배웠다. 근데 두 사람의 흥겨운 여행이 바로 허니문이라니! 직진밖에 모르는 두 남자는 각자 집으로 돌아가 아내에게 바로 얘기했다. 근영은 기뻐하며 마침 북당에 연 정풍호를 시찰 하겠다고 했다.원경릉도 바라 마지 않는 것이 원경릉 맘속엔 한쪽은 정화군주 걱
거스를 수 있는 죽음자리에 앉은 뒤 진근영이 먼저 말을 꺼냈다.“공자께서는 역시 북당에 정착하실 예정이십니까?”“예, 북당은 산수가 훌륭해 건강에 좋지요!” 홍엽이 담담한 눈빛으로 진근영을 흘끔 보는데 진근영을 바라보는 걸 조금도 감출 기색이 없었다. “다른 의도가 없다면, 경치가 좋지 않은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진근영이 말했다.홍엽이, “군주께서는 참 지혜롭게 말씀하시는 군요, 한 수 배웠습니다.”“서로 띄워주는 걸 싫어해서요.” 진근영은 솔직해서 까놓고 말하는걸 좋아하지, 과장하는건 몹시 싫어한다.홍엽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아뇨, 띄워주는 게 아니라 그토록 많은 사람을 알고 지내지만, 군주는 저를 가장 탄복하게 했던 적수였습니다.”진근영이 연신 고개를 저었다.“당신이 전에 나를 적수로 여겼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바보처럼 가지고 놀았죠. 대주와 선비 북막의 전쟁이 시작된 것을 빌어 앉은 자리에서 어부지리까지 얻으셨으니.. 뜻대로 돼서 아주 좋으셨겠습니다?”홍엽이 눈살을 찌푸리며 따져 물었다.“군주께서는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대주와 선비 북막의 전쟁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전 개전 시기를 조금 앞당겼을 뿐으로 대주에게 손해를 입히지 않았고 오히려 대주를 도왔습니다. 안 그러면 황제 폐하께서 왜 저를 군왕으로 삼으셨겠습니까?”“당신들 같이 사람을 가지고 놀며 음모를 꾸미는 사람들은 뭐든 말이 되게 만들죠.” 진근영은 홍엽과 말다툼하기를 깔끔히 포기했다. 싫어하는 사람과 말을 섞고 싶지 않은지 벌떡 일어나 인사하고 총명 현명이에게 문 앞에서 지켜보게 했다.홍엽이 하는 수 없다는 듯 말했다.“군주께서는 절 싫어하시니 저도 억지 부릴 필요가 없군요.”“군주가 당신을 좋아하든 말든 나도 신경 안 쓰니까.”“그래요!” 홍엽이 젓가락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더니 원경릉에게 말했다. “입궁해서 태후 마마를 뵙고 사흘간 사라지셨다는데 사흘 동안 어디를 다녀오셨습니까? 저한테 알려주실 수 있나요?”원경릉이 고개를 들고 답
고민하는 원경릉홍엽은 원경릉이 냉정하게 전혀 동요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며 분노했다.“당신을 줄곧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고자세로 생사 따위 깔보는 걸 보니.. 제가 당신을 잘못 봤군요. 자신은 생사 밖에 존재하는 초월적 존재라 그러든 말든 상관없다는 식이 제가 보기엔 위선자로 밖에 안 보여요. 제가 가식적이라고요? 만약 죽은 사람이 우문호나 당신의 아이면? 당신이 여전히 이렇게 동요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홍엽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갑게 원경릉을 째려보고 소매를 홱 떨치더니 가버렸다.원경릉은 홍엽의 분노한 뒷모습을 보며 쓴 웃음을 졌다. ‘에휴, 진짜 본 모습의 홍엽을 만난 셈 치자, 정말 유쾌하지 않았지만.’위선자다, 가식적이다, 구구절절이 핵심을 가르는데 반박할 수가 없다.왜냐면 원경릉이 바로 사망을 거스른 사례로, 본인은 죽음을 거스른 특권을 누리면서 다른 사람이 누리지 못하도록 때려 부숴버린 점은 경멸 받을 만한 행동이기 때문이다.진근영이 원경릉 앞에 나타났다. 홍엽에 대해 계속 경계하고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듣고 있다가 홍엽이 가자 방으로 들어온 것이었다.“홍엽 말 마음에 두지 마요, 태자비가 잘못 한 거 없으니까.” “전 괜찮아요. 홍엽의 분노를 접할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해놨으니깐요. 이건 처음부터 제가 잘못한 일이었어요. 다행히 바로잡아 정상으로 되돌릴 기회가 있어 계속 잘못한 채로 있지 않아도 됐지만.”“흠,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쓸 필요 없다 생각해요.”원경릉은 마음을 굳혔으나 홍엽의 말에 괴롭고 부끄럽기는 마찬가지였다.시무룩하게 방으로 돌아가자 우리 떡들과 쌍둥이가 방에 있어 원경릉은 유모들을 내보내고 쌍둥이를 품에 안은 채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실 엄마는 너희들이 보통의 애들이었으면 하고 더 바래.”경단이가 자상하고도 예민하게 원경릉 무릎에 엎드렸다.“엄마, 기분 안 좋아요?”“아니.” 원경릉이 쌍둥이를 내려놓고 경단이의 머리를 쓸어주며,
입구는 어디인가남강 북쪽, 서일과 사식이가 마침내 다음날 대오를 따라 잡았다.만아가 이미 배제된 상황으로 사식이가 만아에게 약을 먹인 후 위왕과 안왕에게 만아가 남강 북쪽의 무녀가 될 리 없다고 보장했다. 그러나 어젯밤 발광한 일로 많은 사람들이 만아를 불신하자, 사식이는 화를 내며 원씨 집안의 명예를 걸고 만약 만아가 대오에 해를 입히는 일이 발생하면, 원씨 집안에서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맹세했다.사식이 본인은 어려서 위세가 없지만, 원씨 집안은 그렇지 않다 생각했다. 이렇게 큰 소리를 치자 비로소 사람들은 진정됐지만, 만아에 대해서는 계속 신경을 곤두세웠다.만아가 약을 복용한 뒤로 종생술이 전부 풀렸다. 즉, 덮어두었던 기억이 한꺼번에 떠오르면서 멸문을 당하던 비참한 상황이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재생되어 만아는 거의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다행히 사식이가 계속 곁에서 달래고, 이끌어 줘서 천천히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만아는 정집사가 자신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이지 않았다.생긴 것도 심하게 다르고 목소리조차 닮지 않았다.사식이가 하나 더 가지고 온 해독약으로 정집사에게도 먹였는데, 전력으로 신내림에 대항할 필요가 없으니 정집사의 외모도 점점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고 때가 되면 만아도 자연스럽게 정집사를 인정할 것이다. 대략 사흘쯤 갔을까, 만아가 선두에 서서 순탄하게 독기를 피했고, 마침내 운무가 감도는 무당 지대에 도착했다. 하지만 무당 지대에 도착하자 정집사는 바로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다. 무당 지대의 진형을 정집사가 어느 정도 아는데 원래 입구는 산 아래 있다. 하지만 지금 여기 구름에 둘러 쌓인 사이에 처음에 입산하던 입구를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만약 입구조차 찾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돌격하면 더욱 길을 잃기 쉽다.“어떻게 된 거지?” 위왕이 정집사의 안색이 갑자기 변한 것을 보고 다가와 물었다.“왕야, 무당 지대의 진법이 바뀌었습니다.” “바뀌었다고?” 위왕이 당황해서, 눈 앞에 우뚝 솟은 큰 산을 바라
싹 트는 의심만아가 말했다. “무당지대는 음기가 최고인 곳으로 병장기는 최대한 가지고 들어가지 않는 게 좋습니다. 우리가 여기 약 5,000명이 있는데 적어도 절반의 무기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위왕이 앞장서서 반대했다.“병장기는 버릴 수 없네, 만약 병장기가 없으면 무당이 사는 곳에 들어가서 맨주먹으로 싸우란 말이냐?”만아가 손을 펼치며, “왕야, 만약 병사가 무당지대에서 길을 잃으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습니다. 경중을 파악해주세요!”만아의 말에 정십사는 의문이 들었다. 가만히 만아를 보고 있으니 어딘가 이상했기 때문이다.정집사는 사식이를 한쪽으로 불러내, “사식 아가씨, 만아에게 먹인 약이 정말 용태후가 주신 피로 쓴 卍자 부적입니까?”“맞아요, 태자비 마마께서 직접 저에게 주신 거예요.”“이상하네요.”사식이가 놀라서, “이상하다고요? 뭐가 이상해요? 만아가 이전 일을 전부 생각해 낸게 아닌가요?”정집사가 걱정하며 말했다.“2가지가 이상한데, 첫째로 무당의 모든 진법은 굉장히 복잡하고 수많은 현묘한 이치를 내포하고 있어요. 근데 딱 한 번 보고 진법의 배치를 기억했다고 하는 게… 진법은 천만번 변화를 부려도 쉽게 파회하는 것이 불가능 합니다. 두번째로는 만아가 종성술이 풀린 뒤로 지난 일을 기억하는 것 치곤 만아의 슬픔이 약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사식이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약을 먹은 뒤 만아가 지난 일을 기억하고도 눈에 띄게 슬퍼했다. 그리고 정서적으로도 거의 무너진 것도 잘 달래서 완화 시켰기 때문에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정집사가 이렇게 일깨워주니 사식이도 약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전에 일부를 기억한 것으로 만아는 호수에 뛰어들고 악몽까지 꿨는데 어째서 지금은 몇 마디에 바로 풀어지는 걸까?“무당지대에 들어갈 때 병장기를 들고 들어가지 말라는 건 전에 들어본 적이 없는 말로, 무당지대가 음기가 지극한 곳은 맞지만, 이건 인간의 기와 관련이 있지, 병장기나 몸에 지니는 것관 상관이 없어요.”
남강 북쪽의 산만아가 이어서 설명했다.“병사들의 무기는 대부분 전장에서 적을 죽였던 것으로 피를 묻혔던 도구죠. 무기는 강(罡)에 속하고 또 양(陽)에 속하는데 피는 음(陰)에 속하고 무당지대는 특히나 음기가 충천한 곳입니다. 강과 음이 대등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기는 오히려 제대로 다뤄지지 않아 자신을 해치고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해요. 제가 제안 드린 건 일부 무장을 해제해서 음양의 균형을 맞추기를 바라는 건데, 순왕 전하께서 병사들은 반드시 병장기가 있어야 한다고 싫어하시는 거예요! 정말 어리석다니까요.”사식이는 이 말을 듣고 일리가 있다 생각했지만, 마지막에 어리석다는 말에 위화감을 느꼈다.사식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서일과 상의해 볼 게, 서일이 왕야를 설득할 수 있을지.”“좋아요, 좋아요 가요!” 만아가 얼른 가자며 말했다. 사식이가 서일을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근영 군주께서 보내신 전서구는?”“말 위에 있지!” 서일은 사식이가 비밀스러운 걸 보곤, “왜 그래?”“군주께 서신을 전해. 만아가 약을 복용한 뒤로 좀 이상하니, 군주께서 대신 태후마마께 여쭤봐 주시라고.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전서구를 보낼 땐 다른 사람한테 절대로 들키면 안돼.”서일이 사식이에게, “너는 만아가 이상한 점 못 느꼈어?”“왜? 너는 만아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사식이가 서일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고 물었다.서일이 사식이를 더 가장자리로 끌더니, “약을 먹은 뒤 한바탕 통곡할 때, 만아 눈에 눈물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거 못 봤어? 눈도 안 붉어지고.. 네가 몇 마디 달래니까 아무렇지도 않아 하다니.. 만약 너였음 자신의 온 집안이 멸절을 당했을 때 누군가 몇 마디 위로해 준다고 아무렇지 않아할 수 있어?”사식이가 눈살을 찡그렸다. 세상에 둔감하기 짝이 없는 서일조차 이상하다고도 눈치챌 정도라니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얼른 전서구를 날려. 시간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알았어!”
청사와 전서구정집사가 설명했다. “이 무당 지대는 원래 무당들이 장악하고 통제하는 곳으로 여기 나무, 바위가 놓인 것도 모두 일종의 진법으로 무당 지대를 느끼는 것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해도 마찬가지인 것이 왕야께서는 지금 해를 보실 수 없지만 누군가는 볼 수 있고 이 진법이 대단한 것은 각 사람의 기를 느껴 이로부터 시각적으로 변형해 나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어떻게?” 위왕이 의아해 하며 근처의 안왕에게 물었다. “넌 볼 수 있어?”안왕이 보더니 고개를 가로젓고, “아니!”우문천도 올려다보고 이상하게, “볼 수 있어요. 저기 있잖아요?” 손가락을 뻗어 가리키는데 위왕과 안왕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보면 운무만 휘감겨 있다. ‘해가 어디 있다는 거야?’“무당 지대에 들어왔으니 보이는 모든 것은 상식으로 추측할 수 없습니다. 그런 것에 매달리지 마세요. 계속 길을 가죠. 오늘밤 또 야영을 해야 합니다.”안왕이 듣고 약간 놀라서, “야영? 자네 말은 오늘 무당 지대를 떠나지 못한다는 말인가? 보기엔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데 오늘 걸어서 나갈 수 있는거 아닌가?”정집사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오늘 나가는 건 불가능 합니다. 지금 우리가 들어온 지 대략 한 시진정도 됐는데 아직 무당 지대의 바깥 권역까지 들어서지도 못했습니다. 무당지대는 바깥 권역, 땅 권역, 하늘 권역으로 나뉘어 있고, 하늘 권역에 들어가야 비로소 무당 지대의 가장 위험한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정집사가 위험이란 두 글자를 강조하자 위왕과 안왕의 마음이 무거워졌다.대오는 계속 전진하다 정오에 잠시 쉬며 육포와 물을 먹고는 또 계속 걸어갔다.점점 바위가 나무보다 많아지고 우연히 토끼가 출몰하는 걸 볼 수 있었다.“뱀이다! 너무 많아요, 전부 나무에 걸려 있습니다.” 갑자가 앞에서 누군가 놀라며 외쳤다. 사식이가 얼른 보자 정말 침이 가는 소나무에 청사(青蛇)가 가득 걸려 있었고 그 뱀들이 거꾸로 매달려 내려오더니 푸른 혀를 날름거리며 서서히 꿈틀거렸다.
혈술, 피의 저주진근영이 말했다. “태후 마마의 약은 전부 신비로워서 사식이가 이렇게 얘기했지만, 결코 실수할 리 없어요. 아니면 전서구를 보내 물어보죠. 전서구는 하루 천리를 날고 지금 우리는 겨우 삼백리를 왔으니 비둘기가 직선으로 날면, 그 쪽에 금방 도착할 거예요.”“좋아요, 여쭤봐요.” 원경릉은 마음 속으로 뭔가 석연치 않은 것이 지금 우문호와 진정정도 갔고 정말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 말이다.진근영이 바로 서신을 써서 다른 비둘기를 날려 보내고 몇 시진이 되지 않아 비둘기가 돌아왔는데 한쪽 발에 종이를 묶고, 반대쪽 다리에는 작은 연꽃이 묶여 있었다. 원경릉은 이렇게 정교한 연꽃을 한 평생 본 적이 없었고 꽃에선 은은하고 그윽한 향이 났다. 원경릉이 바로 종이를 펴자 용태후의 몇 마디가 적혀 있었다.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만아 몸에 신내림을 없애는 것 외에 혈술(血術)이 걸려 있는 것으로, 혈술은 무당의 생명을 저주 댓가로 삼는데 무고술이나 신내림 같은 강림현상이 아니므로 피로 쓴 부적으로는 풀 수가 없다. 죽어가는 무당이 혈술의 저주를 통해 다른 사람의 혈액 속에 기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내림이 혈술을 누를 수 있지만, 일단 신내림을 풀려고 시도하면, 피의 주문이 작동해 사람의 생각과 행동 모두 무당의 통제를 받게 한다. 연꽃을 만아 입 속에 넣고, 반 시진이 지난 후 만아의 손목을 긋고, 대략 반 그릇 정도의 피를 쏟아내면 혈술을 없앨 수 있다.또한, 만약 그들이 무당 지대의 땅 권역에 들어갔다면, 전서구가 들어갈 수 없으니 직접 가져다 주도록 명하되 무당 지대가 위험하므로 죽거나 다칠 수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말이 담겨 있었다. 원경릉이 다 보고 진근영에게 전하자 진근영은, “이렇게 하죠, 태자비 일행은 잠시 역관에 계시고 제가 직접 다녀올게요.”원경릉이 생각해 보더니, “저도 같이 갈 게요.”“태자비도 간다고요?” 진근영이 놀라서, “태자비는 무공을 못하고 내내 말을 타고 달리는 걸 견디기 힘들 것
연회는 계속 진행되었고, 냉정언은 술잔을 들고 계속 탕양에게 술을 권했다. 잔을 몇 번이나 주고 받자, 탕양은 머리가 머리가 어지러워져 말조차 똑바로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연회가 끝난 후, 냉정언이 일곱째 아가씨에게 말했다."술을 꽤 마셨다 보니, 탕양이 좀 취한 것 같네. 정원에 나가 산책을 조금 하면서 술기운을 가시는 것이 어떻소?"일곱째 아가씨도 약간 취한 상태였기에, 바람을 쐬며 땀을 내면 술이 깰 것 같다며 동의했다."예. 그럼 다들 돌아가서 쉬시지요. 제가 호명과 함께 탕 대인을 돌보겠습니다.""좋소. 수고하시게나!"냉정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자, 어서 돌아가시게!"그렇게 사람들은 모두 새가 흩어지는 것 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일곱째 아가씨는 호명과도 함께 산책할 생각이었는데, 빠르게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이 어이가 없는듯 웃음을 터뜨렸다.그러고는 탕양의 붉게 상기된 얼굴을 보고 물었다."괜찮습니까? 걸을 수 있겠습니까?"그러자 탕양이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났는데, 술에 많이 취한듯 몸을 심하게 휘청거렸다."어찌 못 걷겠습니까? 취하지 않았습니다!""예. 그럼, 몇 걸음 더 걸어보시지요. 정말 못 걸으시겠으면 방으로 돌아가 쉬시고요. 취기를 덜어줄 탕을 준비하라고 하겠습니다."그러자 탕양은 허리에 손을 얹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걸어나갔다. 곧게 뻗은 직선을 그리며 터벅터벅 걷고는 뒤돌아 일곱째 아가씨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보시지요. 얼마나 똑바로 걷는지! 안 취했습니다. 이제 믿을 수 있습니까?"일곱째 아가씨는 그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하하하. 예, 안 취하셨네요. 그럼 이만 나가서 함께 산책하시지요."그녀는 그가 오래 걷지 못할거라고 생각해, 방으로 데려가 쉬게 하기로 했다.역시나 문을 나서자마자 탕양은 난간을 붙잡고 비틀비틀 걷기 시작했다. 하도 휘청거리는 탓에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기에, 일곱째 아가씨는 결국 어쩔 수 없이 그를 부축했다.그러자
"탕 대인이 저를 예쁘다고 말해 주셔서 정말 기쁩니다. 그러니 일곱째 아가씨께도 예쁘다고 말해 보십시오. 분명히 기뻐하실 것입니다!"하지만 탕 대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다를 겁니다. 일곱째 아가씨는 이제 그런거에 좋아할 나이를 지났습니다. 지금 그녀에게 예쁘다고 말하면, 그저 무미건조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어찌 그럴 리 있습니까? 누구나 칭찬받는 것을 좋아하는 법입니다. 탕 대인, 대인께서 정말 재능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십니까?"탕 대인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예? 하하하. 그렇습니까?""예! 모두가 그렇게 말했습니다!"탕 대인은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미소를 지었다."과찬입니다.""기분 좋으십니까?"택란이 묻자 탕 대인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다, 이내 뜻을 알아차리고 멈칫하며 말했다."이 녀석!"택란은 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탕 아저씨도 누군가에게 꼭 사랑받으시길 바랍니다."탕 대인은 이 말에 크게 감동해서 택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예. 고맙습니다."저녁엔 계약이 성공한 기념으로 연회가 열렸다.소박한 술자리긴 했지만, 커다란 술통들이 준비되어 있어 모두 마음껏 마시며 즐길수 있었다.택란은 술을 마시지 않기에, 주 아가씨가 매실청을 대신 준비해 주었다. 새콤달콤한 맛이 택란의 마음에 쏙 들었다.술잔을 주고받으며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자, 모두 패기 있게 약도성을 북당에서 제일가는 도성으로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다.일곱째 아가씨는 벌써 독산을 어떻게 개발할지부터 고민하고 있었는데, 독산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막막했기에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하기 시작했다.각자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지만 대부분이 경치를 개발하자는 내용이었다.반면, 택란은 새로운 생각을 제안했다. 독산에 온천이 있으니 오두막을 지어 온천을 끌어들여 돈을 받고 여러 개의 탕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어떻겠냐며, 온천수가 몸에 좋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자고 제의하였다.택란의 생각은 이 시절
탕양은 자신이 여자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자부했었다. 특히 일곱째 아가씨처럼 강인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삶을 더 선호하기에 굳이 자신과 인연을 맺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는 그의 큰 착각이었다.여인의 마음은 늘 갈대처럼 변덕스럽고, 아무리 강인한 사람이라도 다정함이 필요한 순간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일곱째 아가씨는 오랫동안 혼자 외롭게 지내왔는데, 중년에 접어들며 그 외로움이 더욱 깊어진 것이다.누군가 곁에 있다면, 삶의 방식도 달라질 수 있지만, 물론 잘못된 연으로 나빠질 가능성도 있었다.원가의 가훈은 항상 군주에게 충실하며, 엄청난 용기도 있었다. 심지어는 원가에서 키운 닭조차 남의 집의 닭보다 더욱 용감할 정도였다.하지만 한 번의 좌절로 인해 사랑을 믿지 않겠다는 것이 과연 용기있는 행동 일까?물론 그녀가 반드시 탕양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어울리는 사람을 만나 다시 한번 용기를 내볼 수도 있었다.하지만 탕양이 먼저 용기를 내어 말한다면, 그녀 역시 그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여태껏 그녀의 마음에 들어온 사람은 오직 탕양뿐이었다.그리고 어쩌면 시도해 봐야만 서로 맞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탕양과 잘 맞는다고 느끼는 건 그녀가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아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착각일지도 모르니 말이다.경성으로 돌아간 후에도 탕양이 말을 꺼내지 않는다면, 그녀는 공개적으로 구혼에 나설 생각이었다. 한편, 택란이 주 아가씨와 함께 밖으로 나가며 물었다."탕 대인이 왜 나쁜 사람인 것이오?""여인을 훔쳐봤습니다.""탕 대인이 아가씨를 좋아하지 않소? 어찌 못 보는 것이오?"주 아가씨는 택란이 이런 부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공주에게 가르쳐야겠다고 마음먹으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사내가 여인을 사모하면 상대의 시선을 바라보지, 다른 곳을 쳐다보지 않습니다. 그러니 탕 대인은 일곱째 아가씨를 사모하는 것이 아닙니다.""그
그녀는 탕양을 힐긋 바라보는데, 예전의 담담하고 온화한 모습 없이 뜨겁게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그녀는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기에, 절대 먼저 말을 꺼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평생 그렇게 죽을 때까지 버틴다 해도, 제자리에 머물러 기다리지 않을 것이었다."탕 대인, 지금 어디를 보는 것이오?"그때, 냉정언이 물었다."예? 무슨 말이십니까?"탕양은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냉정언을 바라보자, 냉정언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께서 계속 일곱째 아가씨의 가슴팍을 보고 있었소.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것이오?"이 말이 끝나자마자, 모두가 술렁이며 이상한 시선으로 탕양을 바라보았다.그러자 주 아가씨가 급히 택란의 귀를 막으며 말했다."보지도, 듣지도 마십시오!"탕양은 크게 당황하며 두 손을 마구흔들었다."아닙니다! 전 그러지 않았습니다! 냉 대인께서 잘못 보신 겁니다.""아니오. 분명 아가씨의 옷깃과 가슴을 보고 있었소!"말을 마치자마자 냉 대인은 숭이를 안고 단호하게 밖으로 나갔고, 탕양은 얼굴을 붉히며 변명이라도 하기 위해 일곱째 아가씨를 쳐다봤다. 그러자 일곱째 아가씨는 기침을 하며 옷깃을 정리한 뒤 소리쳤다. "흥. 변태!"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도 돌아서 나가버렸다.탕양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당황한 얼굴로 주 아가씨와 홍엽을 보며 말했다."다들 보지 않았습니까? 제가 그런 게 아니라는..."홍엽이 소매를 휘두르며 말했다."눈이 자네 얼굴에 달려 있는데, 자네가 누굴 보고 어디를 보는지 우리가 어찌 알겠는가?"주 아가씨는 택란의 손을 잡고 나가며 말했다."마마, 이제 탕 대인 같은 사람하고 어울리지 마십시오. 인품이 좋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탕양은 여전히 몹시 당황한 상태였다. 냉정언의 한마디에 그의 처지가 아주 난감해져 버렸다.그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명여야..."냉명여 또한 귀를 막고 밖으로 달려 나가며 외쳤다."탕 대인께서는 정말 나쁜 사람이십니다!"탕양은 그만 머리를 감싼
이처럼 독산은 마치 진실한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처럼 가장 진솔한 생각을 감출 수 없게 만들었다.일곱째 아가씨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탕양을 바라보며 말했다."저를 배신한 것을 아직 기억하고 계십니까?"탕양은 그동안 일곱째 아가씨와 이 일을 얘기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항상 담담한 태도로 과거 이야기를 피하며 언급하지 않았었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이 말을 꺼내니, 탕양은 잠시 멍해졌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연히 기억하고 있지요..."일곱째 아가씨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기억하고 있다면, 제가 독산을 얻을 수 있게 잘 도우십시오. 독산을 개발할 수 있다면 앞으로 15년간의 수익은 전부 제 것이 될 겁니다. 그리고 15년 뒤에는 이익을 반으로 나누겠습니다. 절대 3할만 받을 수는 없습니다."탕양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폐하께 이미 3할이라고 말씀드렸는 걸요.""그건 대인의 일이지요. 폐하를 오랫동안 모셔 왔으니, 대인의 공로를 인정하고 배려해 주실 것입니다. 이건 대인께서 누구의 이익을 우선시할지에 달린 것 아닙니까?"그러자 탕양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가씨, 3할이라도 충분히 좋은 제안이지 않습니까? 그저 길만 새로 만들면 되고, 심지어는 조정에서 나서서 도와줄 것이니, 초반 투자 비용도 그렇게 많이 들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하면, 놀러 오는 자들에게 먹거리와 즐길 거리로 돈을 적잖이 벌 수 있습니다.""반으로 나누는 것까지만 양보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익을 중시하는 상인인 것을 잘 알지 않습니까."탕양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예. 폐하께 돌아가 말씀은 드리겠지만… 무조건 그 조건을 따내겠다고 장담할 순 없습니다.""못 따내도 그만입니다."일곱째 아가씨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앞으로 제가 독산에 몇 번이나 올 수 있겠습니까? 어차피 조정에서 독산을 얻는다고 해도, 굳이 그렇게 많은 돈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탕양이 웃으며 답했다."이곳에서 지내면서 머물어도 되지 않습니까? 늘
일곱째 아가씨는 산 입구에서 지옥의 불꽃을 보자마자 순간 홀린 듯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꿈속에서 본 그 꽃이 눈앞에 펼쳐지니,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것 같았다.탕양이 손을 뻗어 꽃을 따려 하자, 일곱째 아가씨가 급히 소리쳤다."지금 뭐 하는 것입니까? 당장 멈추십시오!"하지만 탕양은 이미 지옥의 불꽃을 손에 쥔 채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이것이 바로 해독제입니다."그는 손바닥에서 꽃을 비벼 즙을 내고는 일곱째 아가씨의 손을 잡아 즙을 그녀의 손등에 묻혔다. 즙은 선혈처럼 선명한 붉은빛을 띠고 있어, 일곱째 아가씨의 손등에 피가 묻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자 그녀가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며 물었다."정말입니까? 이렇게 신기하단 말입니까…?"그제야 그녀는 과거 산속에서 넘어졌을 때, 얼굴이 지옥의 불꽃에 닿아 꽃 즙이 묻고 나니, 정신이 돌아왔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는 그때 자신의 강한 의지로 깨어난 것인줄 알고 있었다."이걸 어떻게 알게 되신 겁니까?"일곱째 아가씨가 호기심 어린 눈길로 묻자, 탕양은 숨기지 않고 답했다."안풍친왕이 말해준 것입니다. 예전에 독산에 와서 방 장군의 유해를 찾을 때 산을 드나든 적이 있었는데, 이 비밀을 알고 있었기에 독산을 드나드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지금 손등에 지옥의 불꽃 즙을 바른 이상, 산에 들어가도 환각에 휘말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독산의 절경을 마음껏 감상하실 수 있다는 말입니다!""그렇습니까? 독산의 비밀을 푸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고 여겼는데, 이렇게 쉽게 지옥의 불꽃으로 독성을 없앨 수 있었다니요…!"일곱째 아가씨가 중얼거리며 탄식하자, 탕양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예. 겉보기엔 어려운 일도, 걷기 힘든 길도, 내리기 힘든 결정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답니다.""어찌 말 속에 다른 뜻이 있는 것 같습니다?"일곱째 아가씨가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힐끗 바라봤다.그러자 탕양이 당황한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독산은 약도성에서 ‘귀역’이라고도 불린다.약도성 백성들은 거의 독산에 들어가지 않는다. 해마다 보물을 찾아 벼락부자가 되길 꿈꾸며 산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무사히 나오는 사람은 극소수였기 때문이다.심지어 살아서 나온 사람 중에서도 정신이 나가거나 미쳐버린 자들이 적지 않다.그래서 조정 신하가 독산에 들어가겠다는 소식은 백성들의 큰 주목을 받았고, 심지어 일부는 관저로 직접 찾아와 독산이 위험하다고 경고하며 요괴와 귀신이 들끓으니 절대 들어가지 말라며 충고까지 했다.그러자 탕양은 그들에게 독산에 요괴나 귀신이 있는 곳이 아닌, 신령과 신선들이 지내는 신성한 곳이라 말했다. 그동안 산에 들어갔던 백성들이 그만 욕심에 사로잡혀 신령을 거슬렀기에 독산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경외심을 품고 신앙심을 가지고 들어가면 무사히 나올 수 있다며 설명까지 덧붙였다. 그리고 이 말은 당대 국사가 직접 언급한 것이라며, 이를 검증하기 위해 자신이 파견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탕양 또한 이 말을 하면서도 내심 불안했다. 사실은 이 이야기 모두 황제가 부유한 이들과 이웃 나라의 신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근거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독산의 풍경은 북당에서의 유일무이한 절경이었기에 탕양은 결국 독산의 모습을 드러내고 개방하자는 제안에 동의했던 것이다. 탕양의 말을 믿는 사람은 그저 소수에 불과했고, 믿지 않는 사람, 의심하거나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저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산에 들어가기 전, 탕양이 일곱째 아가씨에게 물었다.“정말 나와 함께 들어갈 셈입니까?”일곱째 아가씨는 젊은 시절 한 번 독산에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멀리 가기도 전, 산속에서 만난 지옥의 불꽃에 매료되었다. 그렇게 꽃밭에서 넘어진 후, 정신을 차리자마자 황급히 산을 빠져나왔던 것이다.하지만 산을 떠난 후에도 그 붉은 색의 꽃은 그녀의 마음속에 잊히지 않았고, 마치 주문에 걸린 듯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다시 독산에 오자, 과거의
“그렇다면 아버지 말씀을 잘 듣거라. 네 양아버지께서는 아바마마처럼 늘 칭찬하고 좋은 말만 해주시지 않느냐? 집안에서 누군가는 엄격하고 누군가는 따뜻한 법이다. 애정 어린 따스함을 즐겨도 되지만, 엄격한 가르침 또한 잘 따라야 한다.”하지만 냉명여는 아직 어려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대충 끄덕이며 말했다.“열심히 무술을 연마하여, 나중에 꼭 누나를 도와드리러 오겠습니다.”택란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좋다. 그럼, 너를 기다리마!”냉명여는 뜨거워진 자신의 얼굴이 부끄러워져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그녀가 머리를 쓰다듬는 것이 못내 편안하게 느껴졌다.다른 한편, 탕 대인과 일곱째 아가씨도 약도성에 도착해, 약도성의 관저는 순식간에 북적이기 시작했다.호명은 이제 조정의 명을 받고 약도성의 관리로 임명되었는데, 조정에서 약도성을 시찰하러 온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약도성에서 장사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기에 의부인 탕양과 일곱째 아가씨를 극진히 모셨다.일곱째 아가씨는 재력이 뛰어나니, 그녀가 약도성에서 장사를 시작한다면, 도성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독산이요?”이때, 그녀가 갑자기 독산에 관심을 보이자, 호명이 멈칫했다.“독산은 굉장히 위험한 곳입니다. 이곳 백성들조차 들어가기를 꺼리지요. 안에 미혼진이 있어,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고 합니다.”탕 대인이 말했다.“그건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이틀 후, 우리는 독산에 따로 갈 계획이다. 그러니 그 전에 일곱째 아가씨를 잘 모시고, 도성 곳곳과 약도성을 보여주도록 하거라. 아가씨가 독산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50만 냥을 투자할 것이고, 그중 30만 냥은 약도성의 길을 만들고 발전을 위해 쓰이게 할 것이다.”그러자 호명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30만 냥이라니요! 정말 단비 같은 소식입니다! 지진으로 인해 많은 길이 끊기고, 집들이 무너졌습니다. 인근 주부에서 도움을 주고, 조정에서도 예산을 지원해 주었지만, 아직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만약
택란은 금나라 어린 황제의 의도를 들은 후 화들짝 놀랐다. 그는 택란이 금나라에서 죽었다고 생각해 시신을 찾을 수 없으니, 그녀의 가족에게 묘를 만들게 시켜 혼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전하러 왔던 것이었다.또한, 택란은 어린 황제가 정말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꽤 의외였다. 게다가 충직하게 그녀의 가족을 찾아다니며 길을 잃은 원혼이 되지 않도록 도와주려 했으니 말이다.“그가 실망하겠소. 이 도성에 다섯째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어도, 딸 이름이 택란인 자는 없을 테니.”그러자 주 아가씨가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정말 찾았지 뭡니까? 서자림 근처 마을에 다섯째라 불리는 자가 있었습니다. 마침 집안에 란이라는 딸아이가 6개월 전부터 종적을 감추었지요. 게다가 다섯째라는 사람은 지진으로 두 다리를 잃은 상태였고, 집안에 란이의 언니도 있어서 금나라 어린 황제가 사람을 보내 그들을 데려갔다고 합니다.”“정말 그런 우연이 있단 말이오?”택란이 놀라며 말했다.“예. 그 다섯째 사람도 딸이 죽은 줄 알고 슬피 울면서 상을 치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후에 딸과 함께 황제의 사람들을 따라갔습니다.”택란이 피식 웃었다. 정말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었다. 다만 그의 딸의 이름은 란이인데, 그녀는 금나라 어린 황제에게 자신의 이름이 택란이라고 했다.한 글자 차이로 생긴 오해였다. 어쨌든 금나라 어린 황제가 은혜를 갚기 위해 한 일이니,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었지만, 어린 황제가 이런 일까지 신경을 쓸 겨를이 있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마 금나라에 무슨 변화가 생기기라도 한 걸까?해가 바뀌며 어린 황제도 이제 14살이 되었기에, 만약 조정 대신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권력을 되찾을 가능성도 있었다.그와의 짧은 인연을 생각하며, 택란은 그가 권력을 되찾기를 바랐다. 물론, 그가 권력을 잡으면 약도성에도 좋은 일일 것이기에, 만약 실현이 된다면, 택란은 금나라에 가서 두 나라 간 자원 채굴을 논의할 계획이었다.한편, 서일이 떠난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