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트는 의심만아가 말했다. “무당지대는 음기가 최고인 곳으로 병장기는 최대한 가지고 들어가지 않는 게 좋습니다. 우리가 여기 약 5,000명이 있는데 적어도 절반의 무기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위왕이 앞장서서 반대했다.“병장기는 버릴 수 없네, 만약 병장기가 없으면 무당이 사는 곳에 들어가서 맨주먹으로 싸우란 말이냐?”만아가 손을 펼치며, “왕야, 만약 병사가 무당지대에서 길을 잃으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습니다. 경중을 파악해주세요!”만아의 말에 정십사는 의문이 들었다. 가만히 만아를 보고 있으니 어딘가 이상했기 때문이다.정집사는 사식이를 한쪽으로 불러내, “사식 아가씨, 만아에게 먹인 약이 정말 용태후가 주신 피로 쓴 卍자 부적입니까?”“맞아요, 태자비 마마께서 직접 저에게 주신 거예요.”“이상하네요.”사식이가 놀라서, “이상하다고요? 뭐가 이상해요? 만아가 이전 일을 전부 생각해 낸게 아닌가요?”정집사가 걱정하며 말했다.“2가지가 이상한데, 첫째로 무당의 모든 진법은 굉장히 복잡하고 수많은 현묘한 이치를 내포하고 있어요. 근데 딱 한 번 보고 진법의 배치를 기억했다고 하는 게… 진법은 천만번 변화를 부려도 쉽게 파회하는 것이 불가능 합니다. 두번째로는 만아가 종성술이 풀린 뒤로 지난 일을 기억하는 것 치곤 만아의 슬픔이 약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사식이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약을 먹은 뒤 만아가 지난 일을 기억하고도 눈에 띄게 슬퍼했다. 그리고 정서적으로도 거의 무너진 것도 잘 달래서 완화 시켰기 때문에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정집사가 이렇게 일깨워주니 사식이도 약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전에 일부를 기억한 것으로 만아는 호수에 뛰어들고 악몽까지 꿨는데 어째서 지금은 몇 마디에 바로 풀어지는 걸까?“무당지대에 들어갈 때 병장기를 들고 들어가지 말라는 건 전에 들어본 적이 없는 말로, 무당지대가 음기가 지극한 곳은 맞지만, 이건 인간의 기와 관련이 있지, 병장기나 몸에 지니는 것관 상관이 없어요.”
남강 북쪽의 산만아가 이어서 설명했다.“병사들의 무기는 대부분 전장에서 적을 죽였던 것으로 피를 묻혔던 도구죠. 무기는 강(罡)에 속하고 또 양(陽)에 속하는데 피는 음(陰)에 속하고 무당지대는 특히나 음기가 충천한 곳입니다. 강과 음이 대등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기는 오히려 제대로 다뤄지지 않아 자신을 해치고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해요. 제가 제안 드린 건 일부 무장을 해제해서 음양의 균형을 맞추기를 바라는 건데, 순왕 전하께서 병사들은 반드시 병장기가 있어야 한다고 싫어하시는 거예요! 정말 어리석다니까요.”사식이는 이 말을 듣고 일리가 있다 생각했지만, 마지막에 어리석다는 말에 위화감을 느꼈다.사식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서일과 상의해 볼 게, 서일이 왕야를 설득할 수 있을지.”“좋아요, 좋아요 가요!” 만아가 얼른 가자며 말했다. 사식이가 서일을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근영 군주께서 보내신 전서구는?”“말 위에 있지!” 서일은 사식이가 비밀스러운 걸 보곤, “왜 그래?”“군주께 서신을 전해. 만아가 약을 복용한 뒤로 좀 이상하니, 군주께서 대신 태후마마께 여쭤봐 주시라고.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전서구를 보낼 땐 다른 사람한테 절대로 들키면 안돼.”서일이 사식이에게, “너는 만아가 이상한 점 못 느꼈어?”“왜? 너는 만아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사식이가 서일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고 물었다.서일이 사식이를 더 가장자리로 끌더니, “약을 먹은 뒤 한바탕 통곡할 때, 만아 눈에 눈물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거 못 봤어? 눈도 안 붉어지고.. 네가 몇 마디 달래니까 아무렇지도 않아 하다니.. 만약 너였음 자신의 온 집안이 멸절을 당했을 때 누군가 몇 마디 위로해 준다고 아무렇지 않아할 수 있어?”사식이가 눈살을 찡그렸다. 세상에 둔감하기 짝이 없는 서일조차 이상하다고도 눈치챌 정도라니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얼른 전서구를 날려. 시간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알았어!”
청사와 전서구정집사가 설명했다. “이 무당 지대는 원래 무당들이 장악하고 통제하는 곳으로 여기 나무, 바위가 놓인 것도 모두 일종의 진법으로 무당 지대를 느끼는 것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해도 마찬가지인 것이 왕야께서는 지금 해를 보실 수 없지만 누군가는 볼 수 있고 이 진법이 대단한 것은 각 사람의 기를 느껴 이로부터 시각적으로 변형해 나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어떻게?” 위왕이 의아해 하며 근처의 안왕에게 물었다. “넌 볼 수 있어?”안왕이 보더니 고개를 가로젓고, “아니!”우문천도 올려다보고 이상하게, “볼 수 있어요. 저기 있잖아요?” 손가락을 뻗어 가리키는데 위왕과 안왕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보면 운무만 휘감겨 있다. ‘해가 어디 있다는 거야?’“무당 지대에 들어왔으니 보이는 모든 것은 상식으로 추측할 수 없습니다. 그런 것에 매달리지 마세요. 계속 길을 가죠. 오늘밤 또 야영을 해야 합니다.”안왕이 듣고 약간 놀라서, “야영? 자네 말은 오늘 무당 지대를 떠나지 못한다는 말인가? 보기엔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데 오늘 걸어서 나갈 수 있는거 아닌가?”정집사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오늘 나가는 건 불가능 합니다. 지금 우리가 들어온 지 대략 한 시진정도 됐는데 아직 무당 지대의 바깥 권역까지 들어서지도 못했습니다. 무당지대는 바깥 권역, 땅 권역, 하늘 권역으로 나뉘어 있고, 하늘 권역에 들어가야 비로소 무당 지대의 가장 위험한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정집사가 위험이란 두 글자를 강조하자 위왕과 안왕의 마음이 무거워졌다.대오는 계속 전진하다 정오에 잠시 쉬며 육포와 물을 먹고는 또 계속 걸어갔다.점점 바위가 나무보다 많아지고 우연히 토끼가 출몰하는 걸 볼 수 있었다.“뱀이다! 너무 많아요, 전부 나무에 걸려 있습니다.” 갑자가 앞에서 누군가 놀라며 외쳤다. 사식이가 얼른 보자 정말 침이 가는 소나무에 청사(青蛇)가 가득 걸려 있었고 그 뱀들이 거꾸로 매달려 내려오더니 푸른 혀를 날름거리며 서서히 꿈틀거렸다.
혈술, 피의 저주진근영이 말했다. “태후 마마의 약은 전부 신비로워서 사식이가 이렇게 얘기했지만, 결코 실수할 리 없어요. 아니면 전서구를 보내 물어보죠. 전서구는 하루 천리를 날고 지금 우리는 겨우 삼백리를 왔으니 비둘기가 직선으로 날면, 그 쪽에 금방 도착할 거예요.”“좋아요, 여쭤봐요.” 원경릉은 마음 속으로 뭔가 석연치 않은 것이 지금 우문호와 진정정도 갔고 정말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 말이다.진근영이 바로 서신을 써서 다른 비둘기를 날려 보내고 몇 시진이 되지 않아 비둘기가 돌아왔는데 한쪽 발에 종이를 묶고, 반대쪽 다리에는 작은 연꽃이 묶여 있었다. 원경릉은 이렇게 정교한 연꽃을 한 평생 본 적이 없었고 꽃에선 은은하고 그윽한 향이 났다. 원경릉이 바로 종이를 펴자 용태후의 몇 마디가 적혀 있었다.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만아 몸에 신내림을 없애는 것 외에 혈술(血術)이 걸려 있는 것으로, 혈술은 무당의 생명을 저주 댓가로 삼는데 무고술이나 신내림 같은 강림현상이 아니므로 피로 쓴 부적으로는 풀 수가 없다. 죽어가는 무당이 혈술의 저주를 통해 다른 사람의 혈액 속에 기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내림이 혈술을 누를 수 있지만, 일단 신내림을 풀려고 시도하면, 피의 주문이 작동해 사람의 생각과 행동 모두 무당의 통제를 받게 한다. 연꽃을 만아 입 속에 넣고, 반 시진이 지난 후 만아의 손목을 긋고, 대략 반 그릇 정도의 피를 쏟아내면 혈술을 없앨 수 있다.또한, 만약 그들이 무당 지대의 땅 권역에 들어갔다면, 전서구가 들어갈 수 없으니 직접 가져다 주도록 명하되 무당 지대가 위험하므로 죽거나 다칠 수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말이 담겨 있었다. 원경릉이 다 보고 진근영에게 전하자 진근영은, “이렇게 하죠, 태자비 일행은 잠시 역관에 계시고 제가 직접 다녀올게요.”원경릉이 생각해 보더니, “저도 같이 갈 게요.”“태자비도 간다고요?” 진근영이 놀라서, “태자비는 무공을 못하고 내내 말을 타고 달리는 걸 견디기 힘들 것
바깥 권역과 땅 권역한편 위왕은 병사들을 데리고 날이 저물도록 나아 갔는데 아직도 무당 지대의 바깥 권역을 벗어나지 못했고, 가는 길에 뱀을 본 것 외에도 독충이 날뛰는데 생긴 건 개 벼룩 같은데 벼룩보다 훨씬 커서 발가락만한 크기였다. 정집사가 미리 경고한 덕에 독충에 접촉하지 않아 특별한 일은 생기지 않았다.곧 무당 지대의 땅 권역에 거의 다 와 나아가려 하는데 날이 이미 어두워져서 더 갈 수 없으므로 위왕의 명에 따라 그 자리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가기로 했다.무당 지대 밖에서 소홍천과 박원 등도 야영을 하며 사람을 보내 입산할 수 있는 다른 길이 있는지 여기 저기 순찰하게 시켰다. 이로써 무당 지대 바깥 권역은 전부 정확히 꿰뚫 수 있었다. 소홍천은 일처리를 세밀하게 해서 사람을 보내 바깥 권역을 이해하는 것 외에 두 사람을 보내 편지를 날렸다. 우문호와 진정정은 사람을 데리고 남강 북쪽으로 오는 도중에 진근영의 편지를 받았다. 진근영과 원경릉도 남강 북쪽으로 달려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우문호가 듣고 다급해 져, “원 선생이 왜 오는 거야? 이게 무슨 헛소리야? 무공도 못하면서.”“침착해, 우리가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태자비 마마 한 분 보호 못 하겠어?” 진정정은 걱정보다 오히려 태자비가 와서 잘됐다고 생각했다. 일단 전쟁을 시작하면, 반드시 사상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여기에 태자비가 있으면 바로 치료할 수 있다. 이번 작전은 급했고 임시로 소규모의 군사를 빌린 거라 틀림없이 군의관을 데리고 있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우문호는 원 선생에게 떠나 있으라고 해도 원선생이 반대할 것이므로 고개를 젓고 탄식하기를, “정말 어쩔 수가 없다니까, 남강 일로 그렇게 오래 소란을 일으켰는데, 자기 시녀 만아에 관한 일이면 줄곧 빠지려고 안 해. 됐다. 자네 말 대로 원 선생을 보호 못 할 이유도 없지.”진정정이 물을 몇 모금 마시더니, “그럼 우리가 먼저 남강 북쪽에 도착해서 그녀들을 기다렸다가 같이 무당지대에 들어가자.”
길잡이가 바뀌다“맞습니다. 하늘 권역이 가장 위험합니다.” 정집사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왜 그래?” 위왕이 정집사의 표정이 좀 이상한 걸 발견하고 물었다.“무당 지대에서 사용하는 진법이 제가 아는 것과 같지 않습니다. 바깥 권역은 그래도 가긴 좋았는데, 이 땅 권역에 도착하니 점점 저도 정확하게 안내하고 있다고 장담을 못하겠습니다.”이렇게 말하고 만아를 봤다.만아는 바위 옆에서 쉬며 조용히 그들의 말을 듣고 정집사가 쳐다볼 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 어떻게 가는 지 알아요. 저를 믿어주세요.”정집사의 시선이 복잡해 지면서, “하늘 진을 넌 정말 어떻게 가는지 아니?”“당연히 알죠, 제가 길을 안내할게요!” 만아가 위왕에게 굳은 눈빛으로, “무당 지대를 병사 하나도 다치지 않고 나갈 거라고 보장해요!”위왕이 만아를 보고 또 정집사를 보더니 정집사 눈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당황하는 것을 보고 위왕은 아차 싶었다. 만아의 말은 믿기엔 부족한 것이 위왕은 경험이 있는 장수로 만아의 확고부동한 눈빛에 안심보다 불안을 느꼈다.그러나 지금 오직 만아에 의지할 수밖에 없고, 만아의 속내는 아무도 모른다.결국엔 지금 선택의 여지가 없어 그저 만아가 길을 안내하는걸 따라가는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만아가 정집사의 길 안내 역할을 대신하게 되면서 계속 앞으로 걸어가고 사식이는 만아가 가는 대로 따라가며, “만아야, 이 땅 권역은 얼마나 걸어야 나갈 수 있어?”만아가, “오래 걸리지 않아요, 3~4시진만 앞으로 더 가면, 바로 하늘 권역일것 입니다.”“정말 우리가 안전할 거라고 확신해?” 사식이는 호흡이 곤란한 게 느껴지고 입술도 창백해졌다.만아가 멈춰서 사식이를 보더니 울 것 같은 얼굴로 억울하다는 듯이, “아가씨도 저를 못 믿으세요?”사식이는 만아의 울 것 같은 얼굴을 보고 또 모두가 만아에게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생각하더니 만아가 이번 길에 얼마나 억울할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 “아니야, 그런 뜻이 아니야. 난 널 믿어.
이상하다 이상해하룻밤을 쉬고 다음날 다들 만아에 대한 아무 의심없이 안심하고 다시 따라가며 발걸음을 옮겼다. 하늘 권역에 들어가자 모든 감각이 이상한 것이, 매우 음습하고 차가웠고 나무는 땅 권역보다 더 많아 보였다. 게다가 전부 커다랗게 하늘을 향해 치솟은 고목들로, 길도 명확하지 않아 모두 들풀을 밟으며 걸어갔다. 낙엽이 높게 쌓여 땅은 미끄럽고, 습도가 높아서 숨쉬기가 약간은 곤란했다.운무는 땅 권역보다 더 짙어서 가시거리가 5~6m정도로 모두가 길을 잘 따라올 수 있도록 만아가 나뭇가지를 꺾어 자신의 붉은 손수건을 매고 그걸로 운무를 헤치면서 갔다. 뒤따르는 사람들은 이 붉은 색을 보며 따라가 대오에서 떨어져 낙오될 일이 없었다. 사식이는 호흡이 갈수록 곤란해져 산에 앉아있는데, 사람들의 거칠고 낮은 숨소리만 들을 수 있었고, 가끔 누군가 기침을 하였고 점점 여기저기서 기침소리가 들려왔다.“누가 기절했다!” 대오에서 갑자기 큰 외침이 들려 위왕이 빠른 걸음으로 뒤로 갔다. 기절한 자는 사병으로 얼굴은 청색증을 보이고 입술은 창백한데다가 약간 보랏빛이 도는 것이 호흡곤란 증상 같았다. “좀 비켜, 에워싸지 말고.” 위왕이 낮은 목소리로 얘기하며 옷으로 바람을 불고 사병의 인중을 누르자 잠시 후 천천히 깨어났으나 그는 이미 걸을 수 없는 상태였다. “업고 가자, 다들 돌아가면서 업어!” 위왕이 명령했다.한 명을 업고 계속 앞으로 가는데 갈 수록 많은 사람들이 이어서 쓰러졌다. 한 시진 동안 수십명이 쓰러졌고 사식이도 버티지 못해 결국 서일에게 업혔다.위왕은 답답한 심정으로 만아에게 물었다. “이 하늘 구역은 얼마나 오래 있어야 벗어날 수 있니?”만아가 붉은 손수건을 들고 조용히 위왕을 보며, “적어도 6시진이요, 이것 또한 최대한 빨리 갔을 때 얘기입니다.”“아직 5시진이나 더 가야 한다고?” 위왕이 크게 놀라, “6시진이면 해가 지네, 그럼 여기서 하룻밤을 더 보낸다는 소리 아닌가? 그게 어떻게 가능하나?”만아가 미소를 지으며
돌변한 만아“신경 쓰지 마세요, 만약 만아가 빨리 가면 무슨 수를 써서든지 반드시 쫓아가셔야 합니다!” 정집사 마음 속에도 말할 수 없는 이유로 우문천을 재촉해서 만아를 따라가게 했다.정집사는 가장 최악의 가능성은 말하지 않았다. 그건 바로 만아가 혈술에 당했을수도 모른다는 일이다.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적은 것이 정집사가 아는 바에 따르면, 그동안 무당 한 명이 폐관 한 것 외엔 지금까지 죽은 무당이 없었며 이 혈술은 무당의 목숨을 사용해야만 해서 만약 혈술을 하기 위해 무당 한 명을 희생해야 한다면, 너무 슬픈 일이기 때문이다.우문천도 깊이 신경 쓰지 않고 하늘 권역이 매우 기괴하다는 생각으로 앞으로 가 길을 안내하는 만아를 쫓아갔다.만아가 빨리 가자 우문천도 빨리 가는데 이상한 것이 만아라는 목적이 있어 그녈 쫓을 때 우문천의 호흡은 전처럼 그렇게 곤란하지 않았고, 눈 앞의 운무도 그렇게 짙지 않다.우문천은 하늘 권역을 이제 거의 다 빠져나가는 줄 알고 황급히 모두에게 소리치길, “얼른……”우문천은 말을 멈추고 기괴하다는 듯 뒤쪽의 길을 봤다. 뒤쪽 길은 거의 안개가 없는데 방금 그의 뒤를 따르고 있던 큰 대오가 이미 보이지 않았다.우문천은 순간 가슴이 철렁해서 고개를 돌려 만아에게 묻는데, 배가 아픈 느낌이 들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여 내려다 보니 배에 비녀가 꽂혀 있었고 선혈이 흘러나왔다.그림자 하나가 천천히 물러가서 1장(3.3m)정도 거리에서 우문천을 보더니 얼굴에 음흉한 미소를 띠었다.“만아, 너……” 우문천이 배를 쥐었다. 진짜가 아닌 그저 몽환적인 느낌 뿐이었다. 두 손에 피가 젖어 물들었고 배에 통증을 느끼니 비로소 사실인걸 깨달았다. 만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왕야, 죄송합니다!”“…대체 왜?” 우문천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만아에게, “네가 왜 나를 찌르지? 난 널 구해준 적이 있는데...”“왕야는 쫓아오시면 안되니까요!” 만아가 고개를 들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작게 숨을 토해내며, “무당 지대는
목장에서는 전보다 훨씬 뛰어난 전투마들을 사육했기에, 우문호는 마치 보물을 자랑하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당장이라도 정정과 함께 보러 가고 싶어 했다.그러자 근영군주가 웃으며 말했다.“폐하께서 아직도 소년 같은 순수함을 지니시고 있다니, 참 보기 드물고 귀한 일이군요.”하지만 원경릉의 귀에는 이 말이 남편이 어린아이 같다는 말로만 들렸다.그녀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하하하. 사내들이 가끔 저렇게 유치할 때가 있잖습니까.”근영군주도 깊이 공감하며 말했다.“예. 평소엔 유치하다가도, 필요할 때는 놀라운 배짱과 결단력을 보여주지요. 집안을 지탱하기도 하고, 나라를 떠받치기도 하고. 안 그렇습니까?”원경릉도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남자들이 말을 타러 나가자, 원경릉과 근영군주는 궁전 안에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두가 몹시 심심해하자 원경릉은 친왕비들에게 아이를 궁으로 데려와 아이들끼리 놀게 했다.대주의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친왕비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궁에 들어왔다.사실 대두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는 많지 않았다. 미색의 두 아이와, 원용의의 아이 모두 대두보다 어렸지만, 놀 벗이 없는 상황에 나이가 어린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대두는 외동아들로 자라 성격이 다소 거칠었다. 하지만 미색의 딸인 란이 역시 성격이 강하고 고집스러웠다. 어머니인 미색을 닮아 태생이 강한 성격을 타고난 것이었다.게다가 그녀에게 무술을 배워 한창 센 척을 할 시기라 대두와 몇 마디 말다툼 끝에 결국 몸싸움으로 번져 버렸다.란이가 대두를 때리자, 대두는 얼굴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맞으면서도 전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참고만 있었다. 끝까지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란이는 평소 늑대파에서 무술 대련을 했기에 상대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서 맞고만 있는 멍청한 모습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부어오른 대두의 뺨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며 물었다.“어찌... 반격하지 않는 것입니까?”대두는 화난 표정으로 대답했다.“어찌
생각해 보면 이렇게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혼사를 정하는 것이 얼마나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가 남녀인지도 모르면서 성급한 부모들이 충동적으로 혼사를 결정해 버리다니 말이다. “대두가 아직 이리도 어린데, 벌써 혼사를 이야기하다니요, 우리 만두는 아직 애 입니다.”우문호는 괜히 기분이 답답해졌다.현대로 다녀온 뒤, 사람들이 늦은 결혼과 출산을 선호하는 것을 본 그는 생각이 바뀌었다. 열몇 살에 혼사를 하는 것은 성장의 억압이나 다름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혼사 이야기를 한다고 당장 하는 건 아니오. 그저 약속만 하고, 몇 년 후에 하겠다는 거네.”“어찌 이리도 태연한 것이오?”우문호가 원경릉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며 그녀가 그들이 빚을 받으러 온 걸 모르는 건가 싶었다.“난 걱정 없소. 딸을 보내고 싶지 않으면 당신처럼 쓸데없는 부담감 없이 그냥 바로 거절할 것이오. 형제간의 정이 거절로 인해 상할까 봐 고민한다니, 억지로 혼사를 성사하는 것이 더 정을 상하게 할 것이오.”그러자 우문호가 말했다.“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마음이 편치가 않소.”후궁에서의 우문호는 조정에서의 단호하고 강력한 모습과는 완전히 딴 사람이었다. 조정에 나서기만 하면 단호하고 과감하며, 마치 번개 같은 결단력을 보여주는 반면, 후궁에서의 그는 망설임도 많고 잔소리도 많은 사람이었다. 원경릉이 다른 왕비들과 대화할 때, 그들도 가끔씩 이 얘기를 꺼내곤 했었다. 다들 다섯째의 평소 잔소리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며 놀라했다. 하지만 다른 친왕들의 의견은 달랐다. 그들은 그가 예전보다 훨씬 결단력이 있어졌다고 말했다.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리 나리는 한숨을 쉬며, 결국 결단력 넘치는 황제도 결국 자식들 문제에서는 고민에 빠지는구나 싶었다.8월 14일, 정정 대장군 가족이 북당의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초왕부에 머물렀다.그들은 초왕부에 머문 직후 탕양의 안내로 우문호를 만나기 위해 궁으로 들어갔다.아무리 큰 걱정도 오래된 벗 앞에서
예전에 원가에서 온 가문이 강북부로 이주한 적이 있었다.북쪽은 바람과 모래가 거셌지만 원가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고향과 비슷한 정감을 느끼게 했다.이리 나리는 원가의 사업을 줄이도록 도우며, 관리하기 쉬운 몇몇 가게만 남겼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에게 장사를 내려놓아도 괜찮은지 물은 적 있었는데, 그때 일곱째 아가씨가 말했었다.“그런 말 마시오. 내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으니 이제 만족스럽소. 열심히 해서 큰 성과를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오. 평생 바삐 지낼 수도 없잖소.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뭐 하겠소? 다 잘 살기 위해 번 것이오. 가업을 나눠 받은 돈만 해도 평생 다 못 쓸 만큼 많소. 그리고 가게들도 계속 돈을 벌 텐데 뭐가 아쉽겠소?”탕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손에 익은 일이라, 혹시라도 아쉬워할까봐 걱정했소. 사실 나도 당신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이 싫었소. 당신만 괜찮다면 다행이오.”일곱째 아가씨는 미소를 지었고, 그의 말에 모두가 기뻐했다.“한가해지는 것도 괜찮소. 1년에 두세 달은 약도성에 가서 지내면 얼마나 여유롭겠소.”하지만 탕양이 눈살을 찌푸렸다. 1년에 두세 달이면, 왕복하는 시간까지 더해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고, 그 말은 반년 동안이나 그의 곁에 없다는 뜻이었다.게다가 그도 경성을 몇 달씩 떠나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은 황제 곁을 하루라도 떠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물론 그는 늘 함께하고 싶었지만, 오래된 부부였기에 항상 붙어있을 필요는 없었다.북당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었다. 원가가 일부 사업을 매각하면서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가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싸웠고, 좋은 위치에 있는 가게들은 더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원래 원가는 모든 가게를 이리 나리에게 넘기려 했지만, 이리 나리는 거절했다.그리고 안풍친왕이 먼저 나서서 이리 나리가 이미 너무 많은 가게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경성에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독점 우
원경릉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일곱째요? 일곱째는 분명 원용의에게 말할 것이고, 원용의는 또 사식이에게 얘기할 것이고, 사식이도 분명 서일에게 전할 것일 텐데요. 만약 서일이 알게 되면, 이제 북당 전체가 다 알게 될 것이오.”우문호는 순간 당황해하며 말했다.“그건 내가 생각지도 못했네.”원경릉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마 지금쯤 황실 친왕들 사이에서 이미 탕양의 이야기가 뒷말로 오가고 있을 것이었다. 겨우 부인을 얻었는데, 밤에 함께 자지 못한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우문호는 탕 대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들 뒤에서 탕양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여인들이 수군거리니, 남자들은 그를 도우려 했다.물론 부부 사이의 일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는 없었기에, 대신 탕양을 술자리로 초대해 술로 고민을 푸는 방법을 제안했다.그렇게 며칠째 술을 마시던 탕양은 자신의 비밀이 모두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제 탓입니다. 폐하가 비밀을 지키지 못한다는 걸 깜빡했습니다.”제왕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이런 일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여인은 때로 달래줄 필요가 있는 법이다.”그러자 탕양이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말했다.“제가 폐하께 이 이야기를 했을 땐, 혼례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알고 있다. 서두르지는 말거라.”모두가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탕양을 바라보았지만, 탕양은 더 이상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그들은 이미 혼인했지만, 오랜 부부 생활을 한 터라, 남녀 간의 정이 때로는 하루아침에 급격히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탕 대인은 돌아가자마자 일곱째 아가씨에게 이 일을 전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말이지, 어찌 허구한 날 남의 부부 일에만 관심을 가지니, 할 일이 없나 보오.”“신경 쓰지 마시오. 우리가 잘 살면 그만이니.”탕양은 일곱째 아가씨를 안으며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원경릉은 궁으로 돌아와 이 일을 다섯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섯째가 말했다.“사실 한 번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그저 경성만 한 바퀴 둘러보면 되지 않소.”“아이들을 데려다줄 때 휘종제 어르신께서 슬퍼하셨소. 이번 생에 고향으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돌멩이 하나를 건네주니, 그걸 안고 울었소.”“정말 안타깝소!”다섯째는 증조할아버지 생각에 마음 아파했지만,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큰할아버지께서 그를 데려오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오. 휘종제 어르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 않소? 몇 번 만나보니, 활달하고 산만한 성격에 무슨 사고를 일곱째인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소.”“맞소.”원경릉도 깊이 공감했다. 특히 그가 전화로 끈질기게 설득할 때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다른 일은 없었소? 부모님 건강은 어땠소? 처남은 여자 친구가 생겼소? 만두는 공부를 잘하고 있소?”다섯째가 끊임없이 질문했다. “괜찮소. 부모님 건강도 괜찮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고혈압이 생겨서 약을 오래 드셔야 하오. 오빠는 여자 친구가 없네. 주진과 아직도 서로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은 상황이오. 만두는 걱정 안 해도 되네. 내년에 돌아올 것이니.”“다행이오!”다섯째가 기뻐해 하며 말했다. 그는 늘 만두의 능력을 눈여겨보았기에, 그가 돌아오면 나라의 일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많은 부담을 짊어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괜히 기대가 되었다.“추 할머니 병은 어떠하신가?”다섯째가 또 물었다.“아직은 괜찮소. 아주 좋아졌네. 약에 내성이 생기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원경릉이 말하자 다섯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분들이 늘 건강해지시길 바랄 뿐이오.”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적성루 사람들에게 감동하기 쉬운데, 하물며 북당의 황제인 자신은 오죽하겠는가.“계란은 소식 왔소?”원경릉이 물었다.“왔네. 보시오!”다섯째는 소매 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냈는데, 비둘기를 통해 받은 그 편지에는 몇 줄의 짧은
“별다른 뜻은 없소. 오늘 밤에 유난히 감성적이라 그저 한마디 해본 거네. 사실 너무 감동해서 그러네. 비록 항상 탕 대인에게 빨리 혼인하라고 재촉하긴 했지만, 그가 일곱째 아가씨와 혼인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소.”“괜찮소!”원경릉은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어쨌든 탕양은 우리와 함께 걸어온 사람이오. 그러니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게 된 건 우리 모두에게 기쁜 일이오.”우문호는 벌써 술에 취한듯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술에 취하면 항상 눈앞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했는데, 익숙한 천장, 익숙한 사람, 익숙한 탁자와 의자. 취기가 돌며 모든 것들이 꿈처럼 느껴졌다.그는 마치 다시 초왕 우문호로 돌아간 듯했고, 갓 원경릉과 마음이 통했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그 당시 외부 정세는 불안정했고, 태자 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막 시작되었던 때였다. 형제끼리 반목하며, 치열하게 싸웠던 시절을 돌아보면 잃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원 선생, 몇 년간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지만, 되돌아보니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지네. 사실 모든 행운과 행복은 원 선생의 잘못된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오. 원 선생이 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땠었을까 싶네.”그러자 원경릉이 말했다.“누군가가 이 세상에 몇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고 했소.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네. 아마도 어떤 공간에서는 내가 없는 대신 다른 사람이 당신과 함께 있을 수도 있소.”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세상 속의 나는 정말 불쌍할 것이오.”“그건 모르오. 어쨌든 그곳의 당신은 나를 모르고, 우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도 모를 것이오. 각자가 행복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르오. 어떤 사람들은 매 끼니 고기가 있는 게 최대의 행복일 수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봉급이 오르길 바랄 것이오. 또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기를 바라기도 하고
우문호는 혼인을 하사하는 조서를 내렸다. 이는 탕양의 혼사에 화룡점정을 더하는 일이었다.온 경성 사람들이 탕양이 황제를 모시는 신하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혼사에 주목했다.탕양은 왕부에서부터 황제를 지지해 온 충신이었으며, 군신 간의 정은 형제의 관계에 못지않았다.거기에 황제가 직접 혼인을 하사했으니,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그래서 다들 두터운 예물을 준비해 축하하러 왔다.혼례는 초왕부에서 열렸다. 비록 초왕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경사에 많은 지원이 몰렸다. 여러 왕부에서 사람을 보내왔고, 미색은 돈에 힘까지 보태며 혼사 지출의 3할이나 부담했다.희상궁도 돌아와 모든 일을 총괄했다. 희상궁은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여전히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났다. 그녀는 여러 왕부에서 온 사람들을 지휘하며 완벽하게 일을 조율했다.혼례 당일, 황제와 황후도 참석했다.신부가 도착하여, 혼례를 올릴 때 우문호와 원경릉은 상석에 앉아 신랑 신부의 절을 받고는, 그 다음으로 기상궁도 절을 받았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이 드디어 철이 들었고, 가정을 이루었으니 정말 기쁘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마음이 풀립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잔소리하지 마시지요.”“잔소리는 계속할 것이다. 이젠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지.”우문호는 걱정이 끝이 없다는 듯 말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이 낳는 일은 하늘에 맡겨야 하네.”“그래도 몇 가지 비법을 전수해 줄 수는 있소.”우문호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좀 더 크게 말해보시오. 다른 사람들이 못 들을까 봐 걱정이오?”원경릉이 그를 흘겨보았다.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바라보며 부러움 섞인 표정을 지었다. 많은 사람이 첩을 두고도 황제만큼 자식을 많이 두지는 못했지만, 황제는 복도 많고 자식도 많은 사람이었다. 저녁 연회에서 우문호는 과음했지만 원경릉은 그를 막지 않았다. 이런 노부의 감격은 술로 달래야 한
탕양이 뜨거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거짓말이라면 제 목숨을 앗아가도 됩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그의 시선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돌고 돌아 결국 대인과 함께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미리 말하자면 혼사가 너무 급작스럽게 성사되어 저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시집간 후에도 그저 명목상 부부로만 살 뿐, 당분간은 벗으로 지낼 것입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혼사를 승낙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없던 걸로 하시지요.”그러자 탕양이 거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답했다.“받아들이겠습니다. 무엇이든 다 좋습니다. 혼사만 승낙한다면 그저 명분이라도 상관없습니다!”이로써 드디어 그의 수년간의 바람이 이루어졌다.일곱째 아가씨가 담담히 말했다.“그렇다면 어디서 지낼지 생각해 보시지요. 하지만 대인 방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으니, 그곳에 지낼 수는 없습니다.”탕양이 다급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황후 마마와 상의를 해보았습니다. 지금 초왕부에 아무도 살지 않으니, 우선 그곳에서 지내시지요. 전에 그 방은 저도 쓰지 않고, 바로 서일에게 줬습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저택을 따로 살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전에 혼자였을 땐 그런 생각까지 하지 못 했습니다. 초왕부도 누군가 관리해야 하는 터라... 하지만 아가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돈을 모아 작은 집이라도 살 수 있습니다.”일곱째 아가씨는 초왕부를 둘러보았는데, 그리 호화롭지는 않았지만, 분위기가 몹시 편안했다. 하지만 황제의 옛 저택이라, 평생 이곳에서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우선은 이곳에서 지내고, 나중에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지으십시다.”땅을 사고 집을 짓는다는 것은 돈 많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탕양은 순간 자기가 보잘 것 없게 느껴졌다.그가 쭈뼛거리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일은… 꼭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두겠습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땅도 제가 사고, 집도 제가 지을 것입니다. 나중에 대인이 잘못이라
노태군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안 된다. 혼인 전에는 신랑 신부가 만날 수 없어. 이건 풍습이고 규칙이니, 어길 수 없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이 혼사에 정해진 규칙이 있긴 합니까? 어머니께서는 제가 그를 만나 오히려 싸움이 나서 혼사가 그릇될까 봐 걱정되시는 것 아닙니까? 어머니께 약속했으니, 반드시 혼사를 올릴 것입니다. 이제 마음이 놓이십니까?”노태군은 이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좋다. 너도 장사하는 사람이니 신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약속했으니, 절대 번복할 수 없어. 목을 매겠다는 이 어미의 결심은 너가 반대하면 언제든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일곱째 아가씨가 이를 갈며 투덜댔다.“이렇게 얄미운 늙은이는 정말 처음입니다!”“나도 너처럼 고집 센 딸은 처음 본다.”노태군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원가 사람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일곱째 아가씨가 시집가는 것이 정말 꿈만 같게 느껴졌다.일곱째 아가씨의 혼사는 원가 사람들에게 마음의 짐과도 같았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가 무사히 경성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을 내쉬고 나니,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감정이 북받쳤다. 그녀에게 아무 일도 없다는 생각에 그는 코끝이 다 시큰 거렸다.그날 밤, 일곱째 아가씨가 초왕부로 탕양을 찾아가자, 탕양은 그녀를 안으로 들인 후, 단둘이 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탕양은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붉은색 옷차림에 머리를 단정히 올려 깔끔하고 우아한 모습이 여전히 돋보였다.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남아 있었지만, 오히려 그녀의 매력을 더해 주었다.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패기 넘치던 청춘 시절이었는데, 눈 깜짝할 새에 이렇게나 많이 늙어 버렸다.탕양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수많은 감정이 얽혀 있었지만, 한마디 말도 제대로 꺼낼 수가 없었다.특히 약도성에서의 일을 겪고 난 뒤라, 첫마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