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사우문호는 놀라서 심장박동이 거의 멎었다. 죽을 힘을 다해 낙하산 매듭을 풀어버리고 경공을 시전해 원경릉을 잡아 끌고 싶은데 조교가 붙잡고 팔꿈치로 찍어 누르자 우문호는 눈가가 빨개지며 있는 힘을 다해 큰 소리로, “원 선생, 원 선생!”원경릉 본인도 놀라서 죽기 일보직전으로 이런 속도로 떨어지면 피떡 확정이다. 원경릉은 우문호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이렇게 급속도로 떨어지는 중에는 바람 소리가 모든 것을 덮기 때문에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는데 이상하게 원경릉에게는 우문호의 목소리가 들렸다.공포가 모든 것을 압도했다. 아이들, 우문호, 부모님, 눈앞에 그들의 얼굴이 떠올랐고 원경릉은 가슴이 와들와들 떨리며 후회 막급이다. ‘왜 스카이다이빙을 했어?’의심할 여지없이 자신이 죽는다고 여긴 순간 속도가 갑자기 완만해진 것이 낙하산이 갑자기 펴진 것처럼 위로 들려졌다. 원경릉이 다급하게 고개를 들어보니 낙하산은 펴져 있지 않은 채로 두 사람이 천천히 내려오고 있다.원경릉은 상당히 놀라서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조교도 놀라서 얼이 빠진 채로 다시 한 번 힘껏 당기자 낙하산이 펴졌다. 하지만 낙하속도가 같은 것이 방금 그때 낙하산이 이미 펴진 것 같다.그들은 일단 우문호가 떨어진 해변에서 낙하산을 풀었다. 조교는 놀라서 얼굴이 흙빛이 된 상황에도 원경릉에게 어떤 지 물어보는 건 잊지 않았다. 원경릉은 놀라서 울음이 터졌고, 조교도 너무 놀랐기 때문에 원망할 수도 없으니 떨리는 목소리로, “낙하산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조교가 바로 검사해 보는데 저쪽에서 우문호도 내려와서 미친듯이 원경릉에게 달려와 원경릉을 끌어 안고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오빠도 뛰어왔는데 얼굴이 창백하기 이를 데가 없다. 먼저 뛰어내려서 조교가 그 고도에서 낙하산이 안 펴지면 위험하다는 말에 오빠도 완전 겁에 질렸었다.“괜찮아, 괜찮아.” 원경릉이 얼굴을 가리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데 두려움의 후폭풍 밀려왔다.오빠는 화도 나고 무섭기도 하고 직원을 찾아가 질문을 퍼붓자
아이들의 뇌검사전화 너머로 원교수가, “갑자기 눈이 충혈이 되는데 심하게 빨갛게 돼서 그래, 넌 걱정하지 마라. 우리 지금 곧 병원 도착해서 안과의사에게 보일 거야.”“예, 저희도 바로 갈게요.” 원경릉이 애간장이 탔다.멀쩡하다가 눈이 왜 갑자기 충혈이 되는 거지?셋이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이미 1시간 남짓 지나서 아이들이 막 검사를 마치고 나왔다. 원경릉이 칠성이를 안고 우문호가 환타를 안았는데 쌍둥이 눈이 전부 토끼 눈처럼 빨갛다. 원교수가, “걱정하지 마, 의사가 안약을 처방했으니 며칠 지나면 괜찮아 질 거야.”“왜 그랬 데요?” 오빠가, “결막염인가요?”“결막염도 약간 있는데 오닥터 말로는 과도하게 힘을 줘서 국부 혈관으로 혈액 유입이 급증해서 그런 것 같다고. 며칠 지나면 좋아질 거라고 하더군.”“아직 영아가 어떻게 과도하게 힘을 줄 수 있어요?” 오빠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원경릉은 문득 뭔가 떠올라 얼른, “충혈되기 전에 애들 어땠어요?”이때 엄마가 우리 떡들을 데리고 약을 받아 왔다. 원경릉의 질문에 딸을 달래며, “별다른 상황은 없었어, 그저 똥을 싸나 싶게 얼굴이 온통 빨개지는데도 안 나오는 거 같았어. 어쩌면 우유가 낯설어서 변비가 왔을 수도 있고, 기저귀를 살펴봤는데 똥도 안 싸고 그래서 오닥터에게 관장약을 처방해 달라고 했어. 있다가 쌍둥이들한테 써 봐야지, 우리 도련님들이 진짜…… 변비도 같이 걸리고 같이 못 싸네.”원경릉은 방금 낙하산이 펴지지 않았는데 속도가 떨어진 일과 쌍둥이가 관련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주진이 쌍둥이는 비범한 존재하고 했다. 혹시?원경릉이 아빠에게, “아빠, 쌍둥이 뇌CT찍을 수 있게 해 주실 수 있으세요? 하지만 CT필름은 다른 사람에게 보안을 유지하면서요.”“왜? 너 설마 쌍둥이 뇌에……”“아뇨, 아니 예요. 그냥 찍어보고 안심하려고요.” 원경릉은 이번에 자세한 얘기를 그다지 하지 않았다. 우리 떡들을 흘끔 보더니 기왕 다들 온 김에, “쟤들 셋도 하나씩 찍어줘요.
아이들을 데리고 연구소로원경릉은 속으로 짚이는 게 있어서, “아빠 더 검사할 필요 없어요. 여긴 어쨌든 병원이니 여기 데이터는 절대 보안을 유지할 수는 없잖아요. 제가 쟤들을 데리고 연구소에 주진을 찾아갈 게요.”오빠도 원경릉의 말에 찬성하고 일단 원교수와 엄마를 먼저 돌려보내고 그들은 다섯 아이들을 데리고 연구소로 달려가며 길에서 주진에게 전화를 했다.주진은 연구소에서 기다리다가 다들 도착하자 아이들에게 각종 스캐닝을 시작하는데 얻어낸 수치를 보고 자신도 놀라서 얼이 빠졌다.“박사님, 어떻게 보세요?” 주진이 물었다.원경릉이 자세히 본 뒤 주진에게, “내가 왜 이 계획을 멈추게 하려고 하는지 알겠죠?”주진이 한숨을 쉬더니, “박사님 생각은 알겠어요. 하지만 집념이 있는 것도 사실이예요. 그간의 세월도 아깝고요. 어쩌면 제가 잘못된 걸지도 모르죠, 하지만 지금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 어요.”“주진아, 약이 세상을 바꿔서 쌍둥이 같은 사람이 몇 명만 더 생겨나도 판세를 통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이 약은 내가 연구 개발한 거야. 내 몸에 주사했고, 다른 시공간이 이 몸을 제어해. 하지만 내가 주사한 약물은 아이들의 몸에서 끊임없이 세포를 활성화 시키고 있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발생한 거야. 일단 이 약품이 대량으로 적용되면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뭘 얼마나 할 수 있을 것 같아? 약물을 주사한 나라는 한 개체가 공교롭게도 물질을 아이들에게 전달해 줬어, 내가 아이들을 낳은 몸은 내가 약물을 주사한 신체가 아닌 데도 말이야. 넌 심지어 왜 이렇게 된 지도 모르고 있어. 이 점을 설명할 수 있게 되거든 그때 다시 나와 계속 연구할지 문제를 얘기하자, 어때?”주진은 오랜 시간 주지스님으로 지내면서 사실 많은 일에 통달했지만 마음 저 밑바닥에 집념은 버리지 못했다. 집념인지 고충인지 원경릉은 모르지만 주진 본인은 안다.하지만 원경릉은 주진이 왜 원경릉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알고 싶을 게 틀림 없다고 믿는다.우문호는 이런 수치나
이틀째 저녁 식사냉동고는 열 수 있는데 잠깐은 온도가 올라가지 않기 때문으로 주진이 열어서 우문호가 잘 볼 수 있도록 했다.냉기가 확 끼쳐 우문호는 온 몸이 한기로 부르르 떨며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에 손가락 끝을 살짝 대보니 얼음처럼 차가운 게 마음이 아파왔다. 눈물이 떨어지는 걸 막을 수가 없는데 곧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그리고 원경릉은 우문호의 손가락 끝이 냉동된 얼굴에 닿을 때 쓰다듬는 감촉이 얼굴 피부로 느껴지는 것으로 볼 때 두 신체는 감각이 서로 통하고 있다.우문호는 고개를 들어 붉어진 눈으로 원경릉에게 웃음을 지으려고 애쓰며, “내가 당신을 기억하고 있어. 앞으로 만약 당신을 찾지 못해도 난 당신이 여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걸 알아서 안 무서워.”원경릉이 뒤를 돌았다. 순간 눈가가 붉어졌다.천천히 냉동고를 닫는데 우문호는 아쉬운지 한번이라도 더 바라보더니 다시 원경릉을 바라봤다.우문호의 마음 속에는 두사람이 합쳐져 산같이 묵직한 존재가 되었다.연구소를 떠나는데 오늘 저녁은 나가서 먹을 거라 주진을 초대했다.오빠가 방을 예약해서 해산물 요리를 먹는데 요리가 테이블에 가득했다. 주진은 소박하게 채식하는 게 익숙해서 고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오빠는 주진을 위해 야채 요리 몇개를 더 주문했다.쌍둥이 일이 있어서 두 어르신은 계속 쌍둥이 걱정을 하고 있다. 둘 다 한 사람이 하나씩 안고 내려놓으려고 하지 않았다. 밥도 안고 먹었다.쌍둥이는 착하게 분위를 먹고 할아버지 할머니 품에서 자는데 자다가 깨서 눈동자를 굴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좀처럼 우는 걸 못 봤다.엄마는 애들 위장이 좀 약한 듯 해서 쌍둥이에게 유산균을 조금 타서 먹였다. 쌍둥이는 주는 대로 잘 먹어서 꿀떡꿀떡 다 마시더니 잠이 들었다.“아빠, 엄마, 애들 내려놓고 식사하세요.” 원경릉이 두분 다 별로 안 드시고 애들만 돌보시는 걸 보고 말했다.엄마는 눈이 빨개져서 손을 내젓더니, “너희 먹어, 우린 신경 쓰지 말고, 난 배 안고파. 내가 좀 안고 있을 게 안
주진이 약을 연구하는 이유저녁 밥을 먹고 주진과 원경릉은 밖에서 얘기를 나눴다. 주진이 원경릉에게, “계속 저와 홍엽공자와의 관계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물었죠? 말씀 드릴 게요. 홍엽공자의 외할아버지가 절 구해 주셨어요. 당시 전 막 시공을 넘어간 상태로 먹고 사는 것도 힘겹던 시절인데 그분이 절 거둬 주셨죠. 그때 그분은 막 혼인한 상태로 아내가 임신을 했어요. 솥에 밥 할 쌀이 없을 만큼 가난한 집이었는데 아내가 시집올 때 가져온 귀걸이를 팔아 절 위해 의원을 불러서 상처를 치료해 줬죠. 그 은혜를 전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홍엽의 외할아버지요? 하지만 제가 알기로 홍엽의 어머니 집안 환경은 그렇게 열악하지 않았어요.” 전에 우문호가 홍엽 어머니의 신상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원래 가족은 엄청나게 부귀를 누리지는 못했으나 부유한 가정이었다.“그들은 야반도주한 사이로 집안에서 인정받지 못했어요.” 주진이 지난 날을 얘기하는데 여전히 감동적인지, “나중에 그의 딸에게 문제가 생기자 아이를 데리고 북당으로 도망쳐 돌아왔는데 당시 저는 경성에 있었고 그런 일을 전혀 몰랐죠. 나중에 홍엽의 외할아버지를 찾으러 가려고 했지만 그들은 이미 죽었고 홍엽은 늑대골에 보내졌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그를 찾기 위해 잠입해 그를 데리고 도망치고 싶었는데 제가 갔을 때는 원숭이가 막 죽어가던 때로 저에게 원숭이를 데리고 나가라고 했어요. 눈늑대봉에 얼려서 숨겼어요. 원숭이는 그의 유일한 가족으로 원숭이를 구해야 해요. 당신이 개발한 약은 유일은 희망입니다. 하지만 그땐 당신이 시공간을 넘어올 줄 몰라서 희망은 까마득한 줄 알았죠. 하지만 그는 포기하려고 하지 않았어요.”원경릉은 이럴 줄 몰랐고 자기도 모르게 당황했다.“제가 전에 그의 의도를 모른다고 한 건 이건 홍엽공자와 원숭이 사이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예요. 하지만 당신은 계속 홍엽공자가 딴 마음을 품고 있다고 오해했어요. 지금 홍엽공자가 어떻게 변했는지 전 몰라요. 하지만 이전에 그는 비록 원한에 불타올랐지만
다음 황제?우문호가 뒤에서 원경릉을 안으며 걱정스럽게, “아이들한테 위험이 있을까?”“지금으로 봐서는 없을 것 같은데 쌍둥이는 반드시 독똑히 가르쳐야 해. 정확하게 옳고 그름 흑백의 관념을 가르치지 않으면 북당에 재앙을 초래하게 될 거야.”우문호가 원경릉을 앉히더니 심사숙고를 거친 듯한 엄숙한 얼굴로, “남강 문제가 평정이 된 뒤에 한 명을 키우고 싶어.”“자기 지금 단체 하나를 키우기 시작한 거 아니야? 자기가 전에 얘기한 거 기억하고 있어.”“아니, 단체가 아니야. 난 미래 북당의 보위를 이을 사람을 키우고 싶은 거야.”원경릉이 놀란 표정으로, “태자? 왜?”우문호가 신중하게, “쌍둥이 일을 겪으며 문득 든 생각인데 아직 무르익지 않았지만 정말 그렇게 할 거야. 원 선생 그 문제 생각해 본 적 있어? 만약 내가 황제가 되면 우리 아이들 중 하나가 결국 태자가 될 건데, 지금 보기론 만두지만 다섯 아이들이 각자의 능력이 있어. 만일 그중 한명이 만두의 황위를 넘본다면?”원경릉은 왜 이 문제를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우문호의 형제들도 태자 자리를 두고 죽기 살기로 싸우지 않았던가, 비록 지금 대세가 정해진 듯 싶지만 첫째가 아직 반전을 노리고 있고 넷째 마음이 정해지지 않아서 형제 간의 알력다툼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앞으로 원경릉의 다섯 아들이 태자 자리를 두고 형제애를 저버리고 싸우는 꼴은 눈에 흙이 들어가도 보기 싫다.“쟤들이 나중에 웅대한 계획과 기량이 있을지 장담할 수 없지만 능력은 분명 있을 거야. 특히 쌍둥이들은. 오늘도 당신의 위험을 감지하고 공간을 뛰어넘어서 당신을 구해내지 않았어. 이런 경우를 난 전에 듣지도 보지도 못 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원 선생, 난 모험을 할 수 없어. 아들의 목숨과 북당의 미래를 가지고 모험을 해서는 안돼. 황제는 내가 안 해도 돼.”원경릉이 작은 소리로, “하지만 아바마마는 분명 반대하실 걸.”“당분간 얘기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관찰 해야지 누가 제왕의 자질이 있는지.”“하지만
마지막 날우문호가 한참 생각하더니, “넷째는 계략이 심오하고 수단이 악랄하지만 치국을 논할 재능이 있는 게 다른 사람들보다 앞선 점이지. 여섯째는 잠재력이 있지만 전에 병을 앓으며 시간을 흘려 보냈어. 자극을 좀 줘서 제자리로 돌려놓는다면 안될 것도 없지. 아홉째는 지금으로선 아직 어떻다고 말하기 어려워.”걱정스런 눈빛으로 원경릉을 바라보며, “당신은 내 생각에 찬성해?”“자기가 결정한 건 다 찬성이야.” 원경릉은 찬성하고 말고, 완전 찬성한다.“하지만 당신은 원래 황후가 될 수 있어, 여자들의 세계의 정점에 서는 거라고!” 안도하며 눈을 빛냈다.원경릉이 우문호의 몸에 기대서 입꼬리를 살짝 들어올리더니, “황후 어쩌고 가 되는 거보다 아내와 엄마로 더욱 충실하고 싶어.”우문호가 원경릉을 가슴에 폭 안으며, “같이 힘내자!”둘이 자리에 눕고 우문호는 그녀의 방을 둘러봤다. 방은 심플하게 책상, 책장, PC, 옷장에 옷은 전부 여기 옷들로 침대맡에는 아직 그녀의 사진이 있다.여긴 그녀의 숨결로 가득하다. “어느 날 계승자를 발견하면 우리 여기로 돌아와서 살자.”“정말?” 원경릉이 우문호를 보고 감동해서, “정말 원해?”“당신 여기선 즐거워, 당신이 즐거운 걸 나도 하려고 노력할 거야.” 우문호가 원경릉의 이마에 뽀뽀하고 못내 아쉬운 눈빛이다.원경릉이 우문호의 목을 안고 뜨겁게 키스했다. 이 꿈은 아직 요원할지라도 우문호에게 그런 마음이 있다는 것만으로 원경릉은 너무나 감동받았다.사람은 각자 편한 곳이 있다. 우문호는 여기가 전혀 익숙하지 않은 데다 심지어 존귀한 신분조차 없는 일반인에 불과하지만 자신을 위해 이 낯선 시공간에 자리를 잡고 살기를 원하는 것 자체가 그 마음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다.우문호는 마음속에 생각이 있다. 그쪽은 항상 권력 중심으로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우문호가 걱정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철저하게 그럴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다.아이들이 여기로 돌아온다면 원경릉이 박사가 된 것처럼 유
돌아가는 선물그렇게 우문호는 먹고 또 먹으며, “여기는 이렇게 대단하게 발전해 있는데 신이 도와준 것도 있습니까?”“신 아니고, 과학의 발전!” 오빠가 웃으면 설명했다.우문호는 과학이란 개념이 아직도 모호한 상태라 멍하니, “과학이 신인가요?”원경릉은 문득 처음 주진을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주진은 그때까지는 주지스님으로 과학의 끝은 신학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과학이 고도로 발전한 시대에 태어나서 자라 모든 게 저절로 이해됐던 것과 달리 우문호라는 고대인은 접해본 적이 없는 것으로 눈앞의 과학의 발전은 확실히 일종의 신학처럼 충격일 수 있다.용태후의 그런 초능력과 비슷해서 어쩌면 앞으로의 어떤 시대에서는 용태후의 초능력이 일반적으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경릉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놀랍고 심지어 ‘신인가요?’라는 경탄이 터지기까지 하는 것이다.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주진의 말이 다시 생각나다니 참 기묘하다.주진도 웃으며 원경릉을 흘깃 보고, “세상일 참 신기하죠?”원경릉이 진심으로, “그러게.”원교수가 차를 끓였는데 진피보이차(陳皮普洱)로 귤향이 물씬 풍겼다. 우문호는 전에 이런 차를 마셔본 적이 없어 상당히 흥미로운 것이 한 잔 마시고 나니 갈증도 없어지고 긴장도 풀렸다.오빠가 다 마신 후 방에서 꾸러미를 여러 개 가져오더니, “이거 가져가, 전부 군것질이랑 아이들 옷, 그리고 태상황 폐하께 드릴 술과 담배, 또 시가 한 상자, 경릉이가 태상황 폐하 몸이 안 좋으셔서 술담배를 금한다고 하니 한모금만 맛보시고 느낌이 어떤 지만 보시는 걸로. 나머지는 태상황 폐하의 친한 벗인 재상과 소요공께 드리는 거, 황제 폐하께는 와인 한 병 가져왔어.”큼직큼직한 봉지를 보고 우문호는 눈이 커졌는데, “이렇게 많은 물건을 어떻게 지고 가죠? 이렇게 많이 필요 없어요. 버블티 몇 잔 사면 되는데.”어른 둘이 애들을 몇이나 데리고 있는데 다 못 짊어진다.“우리가 지고 갈게요, 우리가 진다고요!” 우리 떡들이 얼른 가서
목장에서는 전보다 훨씬 뛰어난 전투마들을 사육했기에, 우문호는 마치 보물을 자랑하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당장이라도 정정과 함께 보러 가고 싶어 했다.그러자 근영군주가 웃으며 말했다.“폐하께서 아직도 소년 같은 순수함을 지니시고 있다니, 참 보기 드물고 귀한 일이군요.”하지만 원경릉의 귀에는 이 말이 남편이 어린아이 같다는 말로만 들렸다.그녀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하하하. 사내들이 가끔 저렇게 유치할 때가 있잖습니까.”근영군주도 깊이 공감하며 말했다.“예. 평소엔 유치하다가도, 필요할 때는 놀라운 배짱과 결단력을 보여주지요. 집안을 지탱하기도 하고, 나라를 떠받치기도 하고. 안 그렇습니까?”원경릉도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남자들이 말을 타러 나가자, 원경릉과 근영군주는 궁전 안에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두가 몹시 심심해하자 원경릉은 친왕비들에게 아이를 궁으로 데려와 아이들끼리 놀게 했다.대주의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친왕비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궁에 들어왔다.사실 대두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는 많지 않았다. 미색의 두 아이와, 원용의의 아이 모두 대두보다 어렸지만, 놀 벗이 없는 상황에 나이가 어린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대두는 외동아들로 자라 성격이 다소 거칠었다. 하지만 미색의 딸인 란이 역시 성격이 강하고 고집스러웠다. 어머니인 미색을 닮아 태생이 강한 성격을 타고난 것이었다.게다가 그녀에게 무술을 배워 한창 센 척을 할 시기라 대두와 몇 마디 말다툼 끝에 결국 몸싸움으로 번져 버렸다.란이가 대두를 때리자, 대두는 얼굴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맞으면서도 전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참고만 있었다. 끝까지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란이는 평소 늑대파에서 무술 대련을 했기에 상대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서 맞고만 있는 멍청한 모습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부어오른 대두의 뺨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며 물었다.“어찌... 반격하지 않는 것입니까?”대두는 화난 표정으로 대답했다.“어찌
생각해 보면 이렇게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혼사를 정하는 것이 얼마나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가 남녀인지도 모르면서 성급한 부모들이 충동적으로 혼사를 결정해 버리다니 말이다. “대두가 아직 이리도 어린데, 벌써 혼사를 이야기하다니요, 우리 만두는 아직 애 입니다.”우문호는 괜히 기분이 답답해졌다.현대로 다녀온 뒤, 사람들이 늦은 결혼과 출산을 선호하는 것을 본 그는 생각이 바뀌었다. 열몇 살에 혼사를 하는 것은 성장의 억압이나 다름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혼사 이야기를 한다고 당장 하는 건 아니오. 그저 약속만 하고, 몇 년 후에 하겠다는 거네.”“어찌 이리도 태연한 것이오?”우문호가 원경릉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며 그녀가 그들이 빚을 받으러 온 걸 모르는 건가 싶었다.“난 걱정 없소. 딸을 보내고 싶지 않으면 당신처럼 쓸데없는 부담감 없이 그냥 바로 거절할 것이오. 형제간의 정이 거절로 인해 상할까 봐 고민한다니, 억지로 혼사를 성사하는 것이 더 정을 상하게 할 것이오.”그러자 우문호가 말했다.“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마음이 편치가 않소.”후궁에서의 우문호는 조정에서의 단호하고 강력한 모습과는 완전히 딴 사람이었다. 조정에 나서기만 하면 단호하고 과감하며, 마치 번개 같은 결단력을 보여주는 반면, 후궁에서의 그는 망설임도 많고 잔소리도 많은 사람이었다. 원경릉이 다른 왕비들과 대화할 때, 그들도 가끔씩 이 얘기를 꺼내곤 했었다. 다들 다섯째의 평소 잔소리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며 놀라했다. 하지만 다른 친왕들의 의견은 달랐다. 그들은 그가 예전보다 훨씬 결단력이 있어졌다고 말했다.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리 나리는 한숨을 쉬며, 결국 결단력 넘치는 황제도 결국 자식들 문제에서는 고민에 빠지는구나 싶었다.8월 14일, 정정 대장군 가족이 북당의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초왕부에 머물렀다.그들은 초왕부에 머문 직후 탕양의 안내로 우문호를 만나기 위해 궁으로 들어갔다.아무리 큰 걱정도 오래된 벗 앞에서
예전에 원가에서 온 가문이 강북부로 이주한 적이 있었다.북쪽은 바람과 모래가 거셌지만 원가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고향과 비슷한 정감을 느끼게 했다.이리 나리는 원가의 사업을 줄이도록 도우며, 관리하기 쉬운 몇몇 가게만 남겼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에게 장사를 내려놓아도 괜찮은지 물은 적 있었는데, 그때 일곱째 아가씨가 말했었다.“그런 말 마시오. 내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으니 이제 만족스럽소. 열심히 해서 큰 성과를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오. 평생 바삐 지낼 수도 없잖소.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뭐 하겠소? 다 잘 살기 위해 번 것이오. 가업을 나눠 받은 돈만 해도 평생 다 못 쓸 만큼 많소. 그리고 가게들도 계속 돈을 벌 텐데 뭐가 아쉽겠소?”탕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손에 익은 일이라, 혹시라도 아쉬워할까봐 걱정했소. 사실 나도 당신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이 싫었소. 당신만 괜찮다면 다행이오.”일곱째 아가씨는 미소를 지었고, 그의 말에 모두가 기뻐했다.“한가해지는 것도 괜찮소. 1년에 두세 달은 약도성에 가서 지내면 얼마나 여유롭겠소.”하지만 탕양이 눈살을 찌푸렸다. 1년에 두세 달이면, 왕복하는 시간까지 더해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고, 그 말은 반년 동안이나 그의 곁에 없다는 뜻이었다.게다가 그도 경성을 몇 달씩 떠나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은 황제 곁을 하루라도 떠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물론 그는 늘 함께하고 싶었지만, 오래된 부부였기에 항상 붙어있을 필요는 없었다.북당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었다. 원가가 일부 사업을 매각하면서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가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싸웠고, 좋은 위치에 있는 가게들은 더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원래 원가는 모든 가게를 이리 나리에게 넘기려 했지만, 이리 나리는 거절했다.그리고 안풍친왕이 먼저 나서서 이리 나리가 이미 너무 많은 가게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경성에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독점 우
원경릉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일곱째요? 일곱째는 분명 원용의에게 말할 것이고, 원용의는 또 사식이에게 얘기할 것이고, 사식이도 분명 서일에게 전할 것일 텐데요. 만약 서일이 알게 되면, 이제 북당 전체가 다 알게 될 것이오.”우문호는 순간 당황해하며 말했다.“그건 내가 생각지도 못했네.”원경릉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마 지금쯤 황실 친왕들 사이에서 이미 탕양의 이야기가 뒷말로 오가고 있을 것이었다. 겨우 부인을 얻었는데, 밤에 함께 자지 못한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우문호는 탕 대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들 뒤에서 탕양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여인들이 수군거리니, 남자들은 그를 도우려 했다.물론 부부 사이의 일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는 없었기에, 대신 탕양을 술자리로 초대해 술로 고민을 푸는 방법을 제안했다.그렇게 며칠째 술을 마시던 탕양은 자신의 비밀이 모두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제 탓입니다. 폐하가 비밀을 지키지 못한다는 걸 깜빡했습니다.”제왕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이런 일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여인은 때로 달래줄 필요가 있는 법이다.”그러자 탕양이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말했다.“제가 폐하께 이 이야기를 했을 땐, 혼례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알고 있다. 서두르지는 말거라.”모두가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탕양을 바라보았지만, 탕양은 더 이상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그들은 이미 혼인했지만, 오랜 부부 생활을 한 터라, 남녀 간의 정이 때로는 하루아침에 급격히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탕 대인은 돌아가자마자 일곱째 아가씨에게 이 일을 전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말이지, 어찌 허구한 날 남의 부부 일에만 관심을 가지니, 할 일이 없나 보오.”“신경 쓰지 마시오. 우리가 잘 살면 그만이니.”탕양은 일곱째 아가씨를 안으며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원경릉은 궁으로 돌아와 이 일을 다섯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섯째가 말했다.“사실 한 번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그저 경성만 한 바퀴 둘러보면 되지 않소.”“아이들을 데려다줄 때 휘종제 어르신께서 슬퍼하셨소. 이번 생에 고향으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돌멩이 하나를 건네주니, 그걸 안고 울었소.”“정말 안타깝소!”다섯째는 증조할아버지 생각에 마음 아파했지만,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큰할아버지께서 그를 데려오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오. 휘종제 어르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 않소? 몇 번 만나보니, 활달하고 산만한 성격에 무슨 사고를 일곱째인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소.”“맞소.”원경릉도 깊이 공감했다. 특히 그가 전화로 끈질기게 설득할 때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다른 일은 없었소? 부모님 건강은 어땠소? 처남은 여자 친구가 생겼소? 만두는 공부를 잘하고 있소?”다섯째가 끊임없이 질문했다. “괜찮소. 부모님 건강도 괜찮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고혈압이 생겨서 약을 오래 드셔야 하오. 오빠는 여자 친구가 없네. 주진과 아직도 서로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은 상황이오. 만두는 걱정 안 해도 되네. 내년에 돌아올 것이니.”“다행이오!”다섯째가 기뻐해 하며 말했다. 그는 늘 만두의 능력을 눈여겨보았기에, 그가 돌아오면 나라의 일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많은 부담을 짊어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괜히 기대가 되었다.“추 할머니 병은 어떠하신가?”다섯째가 또 물었다.“아직은 괜찮소. 아주 좋아졌네. 약에 내성이 생기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원경릉이 말하자 다섯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분들이 늘 건강해지시길 바랄 뿐이오.”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적성루 사람들에게 감동하기 쉬운데, 하물며 북당의 황제인 자신은 오죽하겠는가.“계란은 소식 왔소?”원경릉이 물었다.“왔네. 보시오!”다섯째는 소매 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냈는데, 비둘기를 통해 받은 그 편지에는 몇 줄의 짧은
“별다른 뜻은 없소. 오늘 밤에 유난히 감성적이라 그저 한마디 해본 거네. 사실 너무 감동해서 그러네. 비록 항상 탕 대인에게 빨리 혼인하라고 재촉하긴 했지만, 그가 일곱째 아가씨와 혼인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소.”“괜찮소!”원경릉은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어쨌든 탕양은 우리와 함께 걸어온 사람이오. 그러니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게 된 건 우리 모두에게 기쁜 일이오.”우문호는 벌써 술에 취한듯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술에 취하면 항상 눈앞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했는데, 익숙한 천장, 익숙한 사람, 익숙한 탁자와 의자. 취기가 돌며 모든 것들이 꿈처럼 느껴졌다.그는 마치 다시 초왕 우문호로 돌아간 듯했고, 갓 원경릉과 마음이 통했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그 당시 외부 정세는 불안정했고, 태자 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막 시작되었던 때였다. 형제끼리 반목하며, 치열하게 싸웠던 시절을 돌아보면 잃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원 선생, 몇 년간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지만, 되돌아보니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지네. 사실 모든 행운과 행복은 원 선생의 잘못된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오. 원 선생이 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땠었을까 싶네.”그러자 원경릉이 말했다.“누군가가 이 세상에 몇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고 했소.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네. 아마도 어떤 공간에서는 내가 없는 대신 다른 사람이 당신과 함께 있을 수도 있소.”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세상 속의 나는 정말 불쌍할 것이오.”“그건 모르오. 어쨌든 그곳의 당신은 나를 모르고, 우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도 모를 것이오. 각자가 행복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르오. 어떤 사람들은 매 끼니 고기가 있는 게 최대의 행복일 수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봉급이 오르길 바랄 것이오. 또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기를 바라기도 하고
우문호는 혼인을 하사하는 조서를 내렸다. 이는 탕양의 혼사에 화룡점정을 더하는 일이었다.온 경성 사람들이 탕양이 황제를 모시는 신하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혼사에 주목했다.탕양은 왕부에서부터 황제를 지지해 온 충신이었으며, 군신 간의 정은 형제의 관계에 못지않았다.거기에 황제가 직접 혼인을 하사했으니,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그래서 다들 두터운 예물을 준비해 축하하러 왔다.혼례는 초왕부에서 열렸다. 비록 초왕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경사에 많은 지원이 몰렸다. 여러 왕부에서 사람을 보내왔고, 미색은 돈에 힘까지 보태며 혼사 지출의 3할이나 부담했다.희상궁도 돌아와 모든 일을 총괄했다. 희상궁은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여전히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났다. 그녀는 여러 왕부에서 온 사람들을 지휘하며 완벽하게 일을 조율했다.혼례 당일, 황제와 황후도 참석했다.신부가 도착하여, 혼례를 올릴 때 우문호와 원경릉은 상석에 앉아 신랑 신부의 절을 받고는, 그 다음으로 기상궁도 절을 받았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이 드디어 철이 들었고, 가정을 이루었으니 정말 기쁘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마음이 풀립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잔소리하지 마시지요.”“잔소리는 계속할 것이다. 이젠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지.”우문호는 걱정이 끝이 없다는 듯 말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이 낳는 일은 하늘에 맡겨야 하네.”“그래도 몇 가지 비법을 전수해 줄 수는 있소.”우문호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좀 더 크게 말해보시오. 다른 사람들이 못 들을까 봐 걱정이오?”원경릉이 그를 흘겨보았다.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바라보며 부러움 섞인 표정을 지었다. 많은 사람이 첩을 두고도 황제만큼 자식을 많이 두지는 못했지만, 황제는 복도 많고 자식도 많은 사람이었다. 저녁 연회에서 우문호는 과음했지만 원경릉은 그를 막지 않았다. 이런 노부의 감격은 술로 달래야 한
탕양이 뜨거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거짓말이라면 제 목숨을 앗아가도 됩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그의 시선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돌고 돌아 결국 대인과 함께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미리 말하자면 혼사가 너무 급작스럽게 성사되어 저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시집간 후에도 그저 명목상 부부로만 살 뿐, 당분간은 벗으로 지낼 것입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혼사를 승낙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없던 걸로 하시지요.”그러자 탕양이 거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답했다.“받아들이겠습니다. 무엇이든 다 좋습니다. 혼사만 승낙한다면 그저 명분이라도 상관없습니다!”이로써 드디어 그의 수년간의 바람이 이루어졌다.일곱째 아가씨가 담담히 말했다.“그렇다면 어디서 지낼지 생각해 보시지요. 하지만 대인 방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으니, 그곳에 지낼 수는 없습니다.”탕양이 다급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황후 마마와 상의를 해보았습니다. 지금 초왕부에 아무도 살지 않으니, 우선 그곳에서 지내시지요. 전에 그 방은 저도 쓰지 않고, 바로 서일에게 줬습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저택을 따로 살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전에 혼자였을 땐 그런 생각까지 하지 못 했습니다. 초왕부도 누군가 관리해야 하는 터라... 하지만 아가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돈을 모아 작은 집이라도 살 수 있습니다.”일곱째 아가씨는 초왕부를 둘러보았는데, 그리 호화롭지는 않았지만, 분위기가 몹시 편안했다. 하지만 황제의 옛 저택이라, 평생 이곳에서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우선은 이곳에서 지내고, 나중에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지으십시다.”땅을 사고 집을 짓는다는 것은 돈 많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탕양은 순간 자기가 보잘 것 없게 느껴졌다.그가 쭈뼛거리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일은… 꼭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두겠습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땅도 제가 사고, 집도 제가 지을 것입니다. 나중에 대인이 잘못이라
노태군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안 된다. 혼인 전에는 신랑 신부가 만날 수 없어. 이건 풍습이고 규칙이니, 어길 수 없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이 혼사에 정해진 규칙이 있긴 합니까? 어머니께서는 제가 그를 만나 오히려 싸움이 나서 혼사가 그릇될까 봐 걱정되시는 것 아닙니까? 어머니께 약속했으니, 반드시 혼사를 올릴 것입니다. 이제 마음이 놓이십니까?”노태군은 이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좋다. 너도 장사하는 사람이니 신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약속했으니, 절대 번복할 수 없어. 목을 매겠다는 이 어미의 결심은 너가 반대하면 언제든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일곱째 아가씨가 이를 갈며 투덜댔다.“이렇게 얄미운 늙은이는 정말 처음입니다!”“나도 너처럼 고집 센 딸은 처음 본다.”노태군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원가 사람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일곱째 아가씨가 시집가는 것이 정말 꿈만 같게 느껴졌다.일곱째 아가씨의 혼사는 원가 사람들에게 마음의 짐과도 같았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가 무사히 경성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을 내쉬고 나니,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감정이 북받쳤다. 그녀에게 아무 일도 없다는 생각에 그는 코끝이 다 시큰 거렸다.그날 밤, 일곱째 아가씨가 초왕부로 탕양을 찾아가자, 탕양은 그녀를 안으로 들인 후, 단둘이 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탕양은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붉은색 옷차림에 머리를 단정히 올려 깔끔하고 우아한 모습이 여전히 돋보였다.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남아 있었지만, 오히려 그녀의 매력을 더해 주었다.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패기 넘치던 청춘 시절이었는데, 눈 깜짝할 새에 이렇게나 많이 늙어 버렸다.탕양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수많은 감정이 얽혀 있었지만, 한마디 말도 제대로 꺼낼 수가 없었다.특히 약도성에서의 일을 겪고 난 뒤라, 첫마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