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한 방울씩 바닥으로 떨어졌다.하지수는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울지 않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나이를 먹어가면서 모든 걸 긍정적으로 생각해왔다.어젯밤 송문수가 자신을 문밖으로 던져버렸을 때에도 담담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정말 죽을 만큼 수치스러웠다.속에서부터 존엄성 없는 감정이 참지 못하고 끊임없이 우러나왔다.그녀는 정말, 진짜 정말 송문수가 너무 싫었다.어렸을 때부터 싫었다.계지원은 전화 소리에 잠에서 깼다.오후 촬영 일정을 확인하고자 하는 전화였다.그는 육씨 저택에서 나왔어도 일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육씨 가문은 예수진에 비하면 그에게는 아주 잘해주는 편이었다.잠에서 깬 그는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단지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파서 힘들었다.역시 술은 좋은 게 아니구나.안 좋은 일을 잊지 않게 해주지도 않고, 오히려 더 심해져서 더욱 힘들게 한다.그는 침대에 누워 하도경과 송문수의 단톡방 대화를 보고 있었다.보다 보니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심지어 그는 전혀 몰랐다.오후가 되자 그는 제작진에게 가 야간 신을 촬영했다.야외 촬영.날씨가 조금 춥고 안개가 자욱해 언제 비가 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그들은 작은 동네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다.계지원은 배우를 내보내고 인서트를 따고 있었다.그때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그녀의 손에는 장바구니가 들려 있었고, 안에는 야채가 있는 것 같았다.옷차림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주 단단했다.사람들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계지원은 눈빛이 흔들렸다.그녀가 시선을 돌리는 순간 그는 고개를 숙여 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누었다.예수진은 마트에서 장을 보고 오던 길이었고, 동네에서 촬영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거의 한 눈에 계지원을 알아봤다. 그는 옷을 많이 입고 있진 않았고, 하얀색의 얇은 패딩을 입고 있었는데, 사람들 틈에서도 눈에 띄었다.그녀는 더 이상 보지 않고, 계지원의 앞을 떴다.그녀 스스로 그렇게 무장한 것을 생각하니, 계지원도
계지원은 그렇게 예수진의 다급한 뒷모습만 보고 있었다.쓸쓸하게 웃으면서.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사실 자신뿐이었다.그는 몸을 일으켰다.마치 온몸이 얼어붙은 것 같았다.그는 자리를 뜨려 했다.하지만 귀신이 들린 듯, 예수진의 뒤를 한 걸음 한 걸음 따라갔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날씨도 이렇게 춥고, 길에 사람들도 거의 없는데, 예수진 혼자, 혼자는... 위험하니까.그는 그렇게 거리를 유지하며 예수진의 뒤를 따라갔다.예수진은 정말 누군가 따라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떡볶이만 빨리 먹고 돌아갈 생각뿐이었다.빠른 걸음으로 포장마차에 가서 떡볶이 1인분을 외쳤다.사장님은 그녀와 수다도 떨었다. “오늘은 왜 남자친구랑 안 왔어?”“일이 있어서요.”예수진은 자신의 고개를 더욱 푹 숙였다.비록 꽁꽁 둘러 싸맸지만, 그래도 예전에는 꽤 유명한 사람이었으니, 들키고 싶지 않았다.“남자친구가 엄청 잘해주던데. 저번에 와서 너 준다고 떡볶이 사 가는데, 식을까 봐 옷 속에 품고 가더라. 방금 나온 떡볶이가 얼마나 뜨거운 지 아니?”예수진은 마음이 따뜻해졌다.어떨 때는 그녀가 밖에 나오고 싶지 않아서 하도경이 사다 주었다...진작 알았으면 일찍이 하도경이랑 사귀는 거였다.도대체 그때는 뭐가 마음에 안 들어서 혼자 끙끙 앓았을까.“천천히 먹어, 뜨거워.” 사장님이 그녀에게 떡볶이를 건네주며 말했다.“감사합니다.”예수진은 떡볶이를 먹으며 하도경에게 전화를 걸었다.두 사람의 달콤한 대화는 물론 심지어 방금 사장님과 예수진의 대화까지도 계지원은 다 들었다.그는 사실 정말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정말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떡볶이를 다 먹고, 예수진은 자신을 다시 꽁꽁 싸매고 자리를 떴다.역시 하도경과 계속 통화하고 있었다.이때 하늘에서 갑자기 눈이 날리기 시작했다.올해 장안시의 첫눈이었다.예수진은 조금 흥분해서 말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며 하도경과 기쁨을 나누면서 길을 건너고 있었다.“끼익
계지원은 찰과상을 입었다.기사가 브레이크를 제때에 밟아서 너무 심하게 다치지 않았다.바닥에 마찰할 때 피를 꽤 많이 흘렸지만 다른 치명상은 없었다.그래도 혹시나 후유증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입원하며 관찰해 보기로 했다.의사가 설명을 마친 후 병실에 계지원과 예수진만 남게 되었다.예수진은 입원 수속을 하면서 받은 영수증과 약을 병상 옆 서랍장에 올려 놓았다.“이건 영수증이고 이건 약과 교체할 약들이에요. 여기 놓을게요. 휴대폰 혹시 고장 났어요?”계지원이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담담하고 낯설게 대했다.“아니면 내 휴대폰으로 육씨 저택에 전화할래요?”예수진이 자신의 휴대폰을 건넸다.“필요 없어.”계지원이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녀도 강요하지 않았다.아무튼 계지원은 육씨 가문 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걸 싫어했다.필경 육씨 식구들 앞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유지해야 하니 절대 먼저 육씨 가문에게 귀찮은 일을 만들어주지 않았다.“내가 간호사 불러올까요?”예수진이 또 물었다“됐어. 심하게 다친 것도 아니야.”계지원이 거절했다.“알았어요.”예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별일 없으면 나 먼저 갈게요.”예수진이 돌아서 나가려고 할 때였다.“수진아.”계지원이 불러서 그녀가 뒤돌아보았다.“손바닥 상처는 치료하고 가.”계지원이 말했다. 당시 그가 밀쳐낼 때 예수진이 넘어지면서 손바닥이 바닥에 마찰했다.그 바람에 손바닥에 핏자국이 났다.“알아요.”“너 지금…”그때 마침 예수진의 휴대폰이 울렸다.계지원이 하던 말을 삼켜버렸다.“도착했어?”예수진이 물으면서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계지원을 대하는 태도와 완전 하늘과 땅 차이었다.그가 시선을 돌려버리고 그녀가 전화하는 소리만 들었다.통화를 마치고 예수진이 휴대폰을 내리며 그에게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요?”“아니야.”계지원이 고개를 저었다.그 말에 예수진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늦은 시간이라서 돌아갈 때 조심하라고.”계지원이 말하자 예수진이 바로 직언했다.“내 남
한 달 동안 소이연은 육현경을 보지 못하고 메시지와 소식도 전달받지 못했다.그녀가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솔직히 그동안 바쁘게 보냈다. 한 달 동안 은하 그룹의 고급 의류를 순조롭게 출시하여 사회에서 아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은하 그룹의 주가도 상승하여 짧은 시간 내에 기업 가치가 올라 장안시에서 수많은 상류 그룹을 초과하기도 했다. 이 그룹에서도 몇 대를 거쳐 이어온 사업이라 소이연이 갑자기 기세가 높아지자 상업계에서 모두 향후 10년 동안 최고의 다크호스라고 여겼다.상업계에서 전설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외계에서 그녀에 대한 평가가 너무 높아 소이연은 오히려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명성이 높을수록 다른 사람의 시기를 받는다는 도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심지어 누군가 일부러 추켜 세운다고 의심했다.그녀가 상황을 통제할 수 없으면 순응할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본인 외에도 자신의 파트너를 책임져야 하니까.심문헌과 협력한 한 달 동안, 그는 장안에 올 시간이 많지 않아 대부분 메일로 교류했다.그녀는 마케팅 기획안과 수익 보고서를 제때에 심문헌에게 보내주면서 계속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익숙해졌다.소이연은 일주일 동안의 매출 보고서를 심문헌에게 제출한 후, 그의 전화를 받았다.“낙성에 올래요?”심문헌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한 달 동안 접촉한 후 심문헌은 겉으로는 점잖지만 일 처리하는 속도가 절대 꾸물거리지 않고 번개처럼 빠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시간을 굉장히 소중하게 여겼다.“네?”“할아버지가 이연 씨를 만나고 싶어 하셔요.”“왜요?”소이연이 물었다.“아마도 이연 씨가 마음에 드시나 보죠.”심문헌이 웃었다.“문헌 씨, 우리 협력은 비즈니스 가치를 기반으로 하고 심아윤이라는 공통 목표가 있기 때문이에요. 다른 누구도 연루시킨다고는 하지 않았어요.”“걱정 마세요. 할아버지가 잡아먹지 않아요.”“죄송해요. 거절할게요.”“다음 주에 심아윤의 가문에서 낙성시에 자선 파티를
”왜?”소이연은 애써 자신을 진정시키며 물었다.“돌아가서 설명할게.”“결혼 날짜를 발표하는 거야?”소이연이 직설적으로 말했다.그러자 그가 한참을 침묵했다.“예상했던 결과야. 나한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아.”소이연이 분명하게 말했다.“그것만은 아니야.”“육현경, 가끔 넌 정말 무서울 정도로 이기적이야.”소이연이 또박또박 말을 끊어서 했다.육현경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너와 심아윤의 결혼이 어쩔 수 없다고 쳐. 그래도 심아윤 입장에서 두 사람이 연인 사이이고 정당한 관계야. 이렇게 나한테 집착하고 놓아주지 않으면 심아윤에게 공평할까? 물론 나도 너그럽지 못해서 나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을 동정하지는 않아. 난 그냥 너의 무책임함이 지겨워서 그래. 심아윤한테도 그렇고 나한테도.”“난 심아윤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육현경이 다시 반복했다.말투가 강한 것이 분노를 억누르는 것 같았다.“그건 네 일이야. 어떻게 하든 다 네가 선택할 일이야. 나 지금은 열심히 노력해서 내 인생을 살고 싶어. 더는 날 방해하지 않으면 안 돼?”소이연도 감정을 통제하지 못했다.“낙성에 오지 마. 내가 약속할게. 내 개인적인 일을 해결하기 전에 다시는 널 귀찮게 하지 않을게.”육현경이 약속했다.“누가 나한테 초대장을 보냈어? 심태섭이야?”소이연이 물었다.“그래.”“내가 심태섭을 거절하면 상업계에서 계속 몸을 담을 수 있을까?”“지금은 너의 칼끝을 거두어야 할 때야.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너를 노리고 있어.”“내가 칼끝을 거두면 그 사람들이 날 노리지 않을까? 육현경, 내가 뭘 하든 다른 사람에겐 눈엣가시야. 이 모든 것이 다 너 때문이고.”“내가 다 보상할게.”“필요 없어!”소이연이 단호하게 거절했다.“무조건 낙성에 갈 거야. 자선 파티에도 갈 거야. 너와 심아윤이 결혼 날짜를 발표하든 말든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소이연, 내 충고를 들어. 감정적으로 그러지 말고.”“너는 내가 화풀이하려고 낙성에 가는 줄 알아? 내가
”현경은 이연 씨를 해치지 않아요.”“근데 정말 내 한계를 건드렸어요!”소이연이 벌컥 문을 닫아버렸다.계지원도 소이연이 화났다는 걸 알고 있다.육현경의 처사 때문에 그녀가 쉽게 용서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소이연은 속에서 불이 나는 것 같았다.그래도 자신을 계속 진정시키며 어떻게 나갈 방법이 없는지 냉정하게 생각했다.그녀의 세계에서 육현경이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그 누구라도 허락하기 싫었다!소이연이 눈을 찔끔 감고 심문헌에게 전화했다.“몇 시에 도착해요? 내가 마중하러 갈게요.”심문헌이 전화를 받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누가 길을 막아서 가지 못해요.”상대방의 당황함이 휴대폰 너머로 느껴졌다.“육현경인가요?”“네.”“내가 도와줄까요?”“네.”“지금 바로 갈게요.”심문헌은 고민도 하지 않고 말했다.“알겠어요.”소이연이 전화를 끊었다.유일한 희망은 심문헌밖에 없었다.점심 시간이 되자 소이연이 문을 열었다.계지원이 아직도 밖에 서있고 몇몇 경호원들도 여전히 공손한 자세로 서있었다.“들어오세요.”소이연이 계지원을 집으로 불렀다.계지원이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봤다.“점심 드세요.”“네.”계지원은 거절하지 않고 소이연의 집으로 들어갔다.“면 끓이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드실래요?”소이연이 물었다.“고마워요.”소이연이 주방에 들어가서 국수 두 그릇을 들고 왔다.두 사람은 식탁에 앉아 아주 점잖게 먹기 시작했다.“육씨 저택에서 나왔어요?”소이연이 먼저 물었다.“네.”“가능성이 없다면 떠날 필요도 없잖아요.”“될 대로 되겠죠.”계지원이 담담하게 말했다.왠지 속세를 다 꿰뚫어본 느낌이 들었다.마치 자신이 잘 지내든 안 지내든 어떻게 지내든 상관없는 것 같았다.슬픔은 마음이 죽은 것보다 더 컸다.“수진이 지금 잘 지내고 있어요.”소이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밥할 줄도 알아서 시간이 되면 자기 음식 솜씨를 맛보라면서 집에 지수 씨랑 나를 초대하기도 해요.”“네.”계지원
점심을 먹은 뒤, 소이연은 계지원을 쫓아내지 않았다.계지원도 자발적으로 나가지 않고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기 시작했다.소이연은 서재에서 일을 처리하고 두 사람은 겉보기엔 화기애애했다.계지원이 소파에 앉아서 계속 하품을 했다.그동안 계속 불면증에 시달렸고 가끔 밤새울 때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졸려서 안절부절못하지는 않았다.그냥 텔레비전을 보는 게 너무 지루해서 졸린다고 생각했다.계지원은 휴대폰을 꺼내 영상을 보다가 또 뉴스도 검색했다.뉴스에 온통 오늘 저녁 심씨 그룹에서 여는 자선 파티에 대한 소식으로 가득했다.보다가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다.계지원은 결국 참지 못하고 휴대폰을 쥔 채로 잠들어버렸다.그때 소이연이 서재에서 나왔다.계지원이 소파에 쓰러져 고르게 숨을 쉬는 것을 확인했다.소이연이 그에게 수면제를 먹인 것이다.평소 그녀도 불면증이 있어 수면제를 집에 챙겨 놓고 있었다.수면제의 효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빨랐다.적어도 30분에서 1시간은 기다려야 완전히 숙면을 취할 거라 생각했다.계지원이 엊저녁에 제대로 자지 못해서 몸이 피곤하여 효과가 빨리 퍼진 것 같았다.“지원 씨.”소이연이 그를 불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그저 미간을 찌푸리는 게 다였다.계지원은 이미 깊은 잠에 들어서 눈을 뜨지도 못했다.소이연은 그가 깊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문 쪽으로 향했다.심호흡을 한 뒤 벌컥 문을 열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빨리 들어와 보세요. 지원 씨가 갑자기 쓰러졌어요.”문 앞에서 지키고 있던 두 남자는 서로 멀뚱히 쳐다보기만 할 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빨리 들어와서 병원에 데려가세요! 혹시 죽기라도 하면 누가 책임질 거예요?”소이연이 다급하게 재촉했다.두 남자가 더 생각할 사이도 없이 소이연이 잡아당겼다.그들도 따라서 집으로 들어갔다.계지원이 소파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았다.“계 선생.”한 경호원이 그를 불렀다.계지원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 눈을 뜰 수가 없었
앞에서 검정색 승용차에서 두 사람이 내리더니 차 앞을 막았다.“내가 나가서 볼게.”뒷좌석에 앉은 경호원이 그들을 발견하고 차에서 내렸다.귀찮은 일을 빨리 해결하고 병원에 가려고 했다.소이연은 손잡이를 잡은 손에서 식은땀이 났다.경호원이 내려서 몇 걸음 가는 것을 확인하더니 재빨리 차 문을 열고 뛰어내렸다.운전석에 앉은 경호원이 눈치를 채고 차에서 내려 그녀를 막으려고 했다.하지만 소이연은 이미 뒤를 따라오던 검정색 차량에 앉은 뒤였다.경호원에 달려간 순간 승용차는 이미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멀리 떠나버렸다.어쩔 수 없는 경호원은 얼굴을 찡그리며 휴대폰을 들고 보고했다.“육 선생. 소이연 씨가 도망쳤어요.”…소이연은 심문헌의 승용차에 올라탔다.가슴이 지금도 두근거렸다.그녀는 심호흡을 하며 자신을 진정시켰다.심문헌은 옆에 앉아 그 모습을 보고 싱긋 웃었다.소이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돌아봤다.재미난 구경이라도 보는 것 같은 태도에 기분이 언짢았다.“소이연 씨의 능력에 다시 한번 감탄했어요.”심문헌이 입을 열었다.“육현경이 철저하게 감시해도 이렇게 쉽게 빠져나오다니.”소이연은 대답하지 않았다.쉽게 빠져나온 것이 아니라 계지원이 무방비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그녀는 자신을 믿는 사람을 속인 것이다.그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결국은 거절해버렸다.소이연은 심문헌과 같이 그의 개인 비행기를 타고 낙성시에 도착했다.심문헌은 그녀를 데리고 낙성시에서 최고급 개인 병원으로 향했다.“가시죠.”심문헌이 말했다.“당신을 믿어도 되는 거죠?”“오늘 나와 낙성시에 오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이연 씨는 나를 믿었어요.”심문헌은 자랑으로 여기며 미소를 지었다.소이연이 입술을 깨물며 그를 따라 병원으로 들어갔다.지금 그녀가 만나러 가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다.바로 심문헌의 할아버지, 심태정이다.소이연은 심태정을 본 적도 없고 뉴스에서 그의 사진을 본 적도 없다.하지만 병상에 누운 사람이 그렇게 큰 살상력이
하도경은 분명 송문수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물론 그가 지금까지 쭉 위험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현재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하지만 송문수가 위험을 무릅쓰고 고집을 부린다면 두 사람의 목숨이 희생될 수도 있었다.“하도경, 오늘 이 판은 내가 만든 거고 만약 어떤 사고가 발생한다면 모두 나와 엮이게 될 거야.”송문수가 단호하게 말했다.하도경은 그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라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바라보았다.하지수는 군중 속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집이 너무 작아 군중들 속에 묻혔다.송문수는 어디에 있든 항상 먼저 그녀를 발견했다.이 순간, 하지수와 그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그가 가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생명은 위태로웠다.그녀는 송문수가 죽는 것을 원치 않았다.그녀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송문수의 시선은 하지수에게 몇 초만 머물렀고 그는 재빨리 눈을 피했다.하지수가 용기를 내어 말할 준비를 하는 순간 송문수의 뒷모습만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구조 준비를 시작했다.그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지휘하며 질서 있게 구조를 시작하였다.먼저 돌을 옮겨 자동차의 뒷바퀴 밑에 깔아주어 자동차가 쓰러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았다.다음 단계는 레이서 중 일부가 경주용 자동차의 후미를 누르고 나머지가 자동차의 후미를 잡아당기는 것이다.무엇이든 준비되어 있다.송문수가 자동차 가까이 다가갔다.자동차에 타고 있던 남자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송문수는 망치로 유리를 깨뜨렸다.송문수는 남자를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고 그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는 차 문을 당기기 시작했다.한 번씩 당길 때마다 자동차는 흔들리고 있었다.주변의 바위들도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모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무력으로 그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남성을 구하
마지막 바퀴.기다림은 하지수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녀의 심장은 평소보다 더 심하게 뛰고 있었다.잠깐 그녀의 심장에 과부하가 올 것 같았다.그녀는 세 번째 바퀴를 마치고 돌아오는 송문수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시합의 승패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그저 그가 안전하기를 바랐을 뿐이다.“큰일 났어!”옆에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하지수는 깜짝 놀라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듣는 것이 두려웠다.그런 소식을 듣는다면 하지수는 정말 견딜 수 없었다.“누군가의 차량이 추락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남자는 잔뜩 긴장한 채 입을 열었다.“문제의 차량이 언덕 중간쯤에 있다고 합니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당황했다.그들은 다급하게 남아있는 차량과 오토바이를 타고 산의 언덕 중간쯤으로 향했다.하도경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그는 하지수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지수?”하지수는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서둘러 따라갔다.레이싱 엔터테인먼트 혹 대회가 열리면 전용 레이싱 트랙은 다른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차에 앉아 있는 하지수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하도경도 긴장했다.사고에 누가 연루되었는지, 사고의 심각성 여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차는 언덕을 반쯤 올라갔다.방금 경주에 참여했던 모든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많은 차량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하지수가 차에서 내렸을 때 어느 쪽이 송문수의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멀리서 그녀는 경주용 자동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것도 목격했다.가드레일은 모두 변형되어 있었고 경주용 자동차는 이미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으며 앞쪽 끝이 언덕의 중간쯤에 매달려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차에 탄 사람과 함께 언덕을 굴러 내려갈 수 있었다.아니.이 높은 산에서 떨어지면 목숨은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하지수는 미친 듯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하도경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사고
“좋아.”송문수가 대답했다. 그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한 대를 향해 걸어갔다. 헬멧을 쓰고 차에 탑승했다. 하지수는 송문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녀의 뒤에서 하도경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문수는 운전 실력이 뛰어나. 그의 차는 여러 번 개조된 슈퍼카라서 안전해. 게다가 그의 레이싱 친구가 장안시에서 특별히 가져온 거라 절대 사고 나지 않을 거야.”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녀는 하도경 옆에 서 있었다. 세 팀으로 나뉜 자동차들이 심판의 신호와 함께 경주를 시작했다.온 산에 귀청이 찢어질 듯한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수는 내내 긴장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그녀는 놀라 죽을 것 같았다. 오히려 하도경은 매우 신나 보였다. 그는 주변의 응원단과 함께 소리쳤다. “문수 왔어!”하도경이 흥분하며 말했다.“1등으로 달리고 있어!” 하지수는 그의 자동차가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훨!”송문수는 그녀 앞을 스쳐 지나갔다.아직 두 바퀴가 남았다. 하지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숫자를 세었다. “문수는 레이싱에서 거의 지지 않아. 타고난 실력이 있거든.”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말했다.“사실, 문수는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단순히 여자를 밝히는 사람이 아니야. 진지하게 임하는 일은 뭐든 잘 해내지.” 하지수는 하도경을 바라보았다. 하도경이 송문수에 대해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은 몰랐다. 송문수라는 사람의 능력을 떠나 육현경과 계지원의 비교로 보면 송문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하도경은 친구로서 그를 옹호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이 진짜야. 문수를 잘 이해하면 그가 가진 많은 면을 알게 될 거야. 그런 모습은 너를 놀라게 할 거야.”하도경은 하지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듯 반복했다. 하지수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도경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으니 그녀는 하지수의 체면을 세워주지
하지수는 그들이 사치스러운 고급 클럽에 가라 생각했지만 눈을 뜨자마자 산 정상에 와 있었다. 서울 시내와는 꽤 먼 것 같았다. “여기가 어디야?”하지수는 낯선 환경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렇게 외지고 조용한 곳이라면 송문수가 그녀를 처리할 생각인지 의심이 들었다.“클라이맥스 레이싱해 본 적 있어?”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답했다. “레이싱?” “몰랐지? 문수는 슈퍼 레이서야.” “...”그녀는 전혀 몰랐다. 모두가 모르는 사실일 것이다. 그저 그가 놀이를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을 뿐, 레이싱이 취미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게다가 매우 위험하다. 하지수의 표정이 확실히 변화했다. 하도경은 그런 두려움은 전혀 느끼지 못한 듯 말했다.“오늘 문수가 몇몇 레이서들을 초대했어. 곧 그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차를 운전할 때 정말 멋져.” 하지수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송문수가 이미 차에서 내린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주변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하지수는 급히 차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많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질주해 왔다. 하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지고 두려워졌다. 차가 멈추고 많은 남녀가 내렸다.그들은 화려한 옷을 입었고, 거의 모든 사람이 문신을 하고 있었다.보기에는 좋은 사람들 같지 않았다. “문수.”한 남자가 다가왔다. 드레드락과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다.“갑자기 드리프트 하러 오다니?” 송문수는 원래 서울에서 레이싱할 생각이 없었다. 아마도 감정을 발산하고 싶어서였다. 어젯밤 송승우의 전화 때문에 조금 짜증이 나서 오늘 오후와 저녁에 친구들과 놀고 싶었다. 그는 레이싱 그룹에 메시지를 남겼고 놀랍게도 전국에서 사람들이 하루 만에 모였다. 일정도 이미 잡혔고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하지수가 그의 생활권에 참여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물론 그녀가 참여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하지수는 착한 소녀여서 어릴 적부터
하지수는 송문수와 하도경을 따라 나갔다. 차는 천씨 가문의 차량으로, 운전사는 천씨 가문 소속이었다. 하도경은 조수석에, 송문수와 하지수는 뒷좌석에 앉았다.송문수와 하도경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여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다.대화의 대부분은 그들 간의 이야기였다. 하지수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았지만, 시끄럽다고 느끼지 않고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받았다.“승우 오빠.”하도경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송문수는 잠시 시선을 멈췄다. 하도경은 그 모습을 보고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송문수는 금세 원래의 태도로 돌아와 하도경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문수랑 함께 있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문수랑 함께 있다고? 어디야?”송승우는 놀라며 물었다. 사실 그는 멀리 가지 않았다. 물론 호텔 앞에는 없었지만, 하지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랬다.그는 오늘 송문수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히 말했다.송문수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좋지 않은 관계를 고려할 때, 송문수는 하지수에게서 멀어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는 하지수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준비가 되었다고 믿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하지수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는 하지수가 어릴 때부터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이었다고 생각했기에, 문제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도움을 청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래서 하지수에게 잘 위로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대답은 송문수와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완전히 다른 답이었다. “우리는 지금 서울 구경하러 나갔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둘이 나가서 놀고 있다고?”송승우는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송문수와 하도경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나도 따라 나갔어요.” “너... 개의하지 않냐?”송승우가 물었다. “뭘 개의치는데요?”하지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내 말은, 너와 송문수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함께 놀
“오해라고?”송문수는 무관심한 듯 말했다. “오해야.”하지수는 확신하며 말했다.“승우 오빠가 사진을 올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안 올린다고 해서 그게 존재하지 않는 일이 되나? 너희 사이에 감정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건가? ” 그건 웃기는 일이다. “아니야.”하지수는 초조하게 대답했다. 평소에 송문수가 이렇게 말 잘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성적도 좋지 않고 평소엔 느긋하게 지내던 그가 지금은 그녀를 말문이 막히게 만들고 있었다.“내 말은, 그저 관광객으로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그가 올리면서 상황이 애매해진 거야. 그래서 네가 오해할까 봐 걱정됐어.”하지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그래서 돌아온 거야.” 송문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하지수가 자신을 조금은 좋아하는 것 같았다.“결국 돌아와서 내가 본 건 이런 장면이라니!”하지수는 방금의 장면을 떠올리며 다시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말없이 있었다. 그냥 너무 힘들고 속상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걸까? 부부로서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속상한 건지, 아니면 그에게 진짜 호감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하지수는 어릴 적부터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송승우가 돌아왔고 송승우가 하지수를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송승우를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다음번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어?”하지수가 그에게 물었다. 송문수는 입술을 다물고 말없이 있었다. “네가 정말로 원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송문수는 여전히 침묵했다. “어때?”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나쁘지 않았다. 송문수는 사실 출소 이후로 여성과의 접촉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대답을 그는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저 하지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수는 죄책감 때문에 그와 함께 있
송문수는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는 하지수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이런 말의 위험성을 알고 있을까?정말 자각이 없는 걸까?하지수는 송문수의 붉어진 얼굴과 귀를 바라보며 찡그렸다. 이건 착각일까? 송문수가 부끄러워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많은 전투를 경험한 사람이 이런 표정을 보이다니?그녀가 잘못 본 걸까? 하지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송문수의 뺨을 만졌다. 송문수는 순간 얼어붙었다.하지수가 말했다.“정말 뜨거워.” “너 뭐 하는 거야?” 송문수는 재빨리 몸을 떼었다. 하지수는 찡그렸다. 그가 정말로 자신을 싫어하는구나. 하지만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단지 소통과 교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감정은 천천히 쌓일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네가 얼굴이 붉어졌다고 생각해.”하지수가 말했다. “내가 붉어졌다고? 내가 그런 사람이야?”송문수는 부인했다.“이건 화가 난 거야 알겠어? 화가 나서 가슴이 두근거려서.” “뭘 그렇게 화내?”하지수가 물었다. “내 사람을 쫓아냈으니 내가 뭐로 화내지 않겠냐?” “내가 보완할 수 있어.” “하지수, 너 조금 자제할 수 없어? 누구한테 배운 거야? 이렇게 무례하게.” 송문수는 화가 나서 성질을 부렸다. “내가 내 남편한테... 그게 무례한 거야?”하지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녀의 얼굴도 붉어지고 귀와 목도 빨갛게 변했다. 마치 익은 게살 같았다. 송문수의 아담한 목이 움직였다. 그 깊은 욕망이 그를 자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게다가 그녀가 방금 뭐라고 했지? 남편... 그는 시선을 아래로 돌려 하지수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다시 화가 치밀었다.“아직도 안 입고 있니?” 하지수는 붉어진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그녀는 송문수를 흔들지 못했다.비록 그녀가 이 날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준비한 것이 많았다. “정말 성가셔.”송문수는 하지수가 오랫동안 아무 행동을 하지 않
그는 다른 여자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늘 그 여자도 그냥 형식적으로 불렀을 뿐이었다. 송승우가 하지수를 도덕적으로 강요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하지수의 관계를 깔끔하게 끊고 싶어 했다. “한번 해보면 어때?”하지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해보지 않을 거야.”송문수는 단칼에 거절했다.“하지수, 너...” 송문수는 정말 화가 나버릴 지경이었다. 하지수가 몰래 연습했다는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어올랐다. “해보지 않으면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 알겠어?” “필요 없어.” “송문수, 그렇게 싫어해?”하지수는 겨우 참았던 눈물이 이제는 미친 듯이 쏟아졌다.“울지 마.”송문수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하지수가 언제 이렇게 잘 울었어?크면서 울고 있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 특히 결혼한 후 하지수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다. 성숙하고 침착해져서 울지도 웃지도 않았다. 송문수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수가 이런 감정을 억누르고 송승우에게만 보여줬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 하지수는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평소의 침착함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여자를 내보내.”하지수는 침대에 앉아 있는 여자를 가리켰다. 여자는 이 순간 두 사람의 시선에 충격을 받았다. 오늘 큰 거래를 성사했고 가격이 맨몸으로 뛰어다니게 할 만큼 좋았다. 여자는 올 때 모든 매력을 한껏 발산하려 했고, 돈이 문제인 게 아니라 진짜 남자를 보고 나니 뭔가 대박을 터뜨린 기분이었다.잘생길 뿐만 아니라 경험이 많은 여자는 직감적으로 이 남자가 큰 만족감을 줄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여자는 자신의 모든 기술을 사용했지만 남자는 여자를 한 번도 보지 않고 규칙을 지키라고 했다. 둘은 같은 이불 속에 누워 있었는데 여자를 만지지 말라고 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여자는 혼란스러웠지만 돈을 위해서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지금 이 장면이 벌어졌다. 여자는 입을 다물고 있지 않았다.
“하지수, 너 미쳤어?” 송문수는 하지수의 등을 강하게 바라보며 눈이 금세 충혈되었다. 그의 표정은 분노라기보다는 당황스러움이 더 컸다.하지수가 자신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여러 가지 반응을 떠올려보았다. 송문수를 때리며 분을 풀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수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그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둘째, 침대에 있는 여자를 쫓아낼 수도 있었다.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다. 셋째, 돌아서서 그냥 떠날수도 있었다.이 세 번째 가능성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상관없다면 아무 반응도 없을 것이다. 사실 하지수는 방금 떠났었다. 그런데 왜 다시 돌아온 거지?그리고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하다니, 송문수는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웠다. 송문수는 서둘러 하지수의 옷을 올려주며 말했다.“하지수, 너 미쳤어?” 하지수는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억울한 모습에 송문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자신을 위해 울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갑자기 이렇게 울어버리다니. 하지수가 버림받은 듯 처참한 마음이었다.그런데 하지수는 송승우를 좋아하는 것 아닌가?송문수는 하지수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서 있었다. “송문수, 나도 할 수 있어.”하지수는 절규하듯 말했다. “뭐?”송문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송문수의 눈에는 오직 하지수의 눈물만 보였고, 닦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도 너와 함께 잘 수 있어.”하지수는 울먹이며 말했다. 슬픔에 차서 그녀는 계속 흐느꼈다. 송문수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해도 하지수를 더 울릴 것 같았다. 송문수는 갑자기 그녀가 울어버릴까 두려워졌다. 어릴 적처럼. 그는 사실 매번 하지수를 울리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수의 시선이 항상 송승우에게 향해 있었기에 그가 장난을 치지 않으면 하지수는 그를 전혀 주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