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87화

Author: 나설희
카톡 4명 단톡방.

하도경이 갑자기 메시지를 보냈다.

“여자친구는… 왜?”

10초도 안되어 메시지가 삭제되었다.

그는 손이 미끄러져 송문수에게 보내려던 메시지를 단톡방에 보내 버렸다.

마침 송문수가 메시지 내용을 보고 단톡방에 답장을 보냈다.

“하도경, 삭제하긴 뭘 삭제해. 나 다 봤어.”

하도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는 뭐가 왜야? 그냥 네가 싫은 거지.”

송문수가 단톡방에 답장을 보냈다.

심지어 하도경을 여러 번 언급했다.

하도경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송문수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

“아씨 나 잘못 보냈어, 단톡방에서 그만 좀 얘기해.”

“아이고, 체면은 챙기시겠다?”

“나 여자친구랑 아직 그 정도까지 안 갔어.”

하도경은 어이없다는 듯이 솔직하게 말했다.

“설마? 이렇게 순진하다고? 하도경, 너 26살이야. 16살이 아니라. 이게 맞아?”

“넌 우리 사랑 이해 못 해. 넌 사람들이 다 너처럼 아랫도리로만 생각하는 줄 아냐?”

“중요한 건 네 여자친구가 벌써 확실하게 암시를 했다는 거지, 짐승만도 못한 놈아.”

“...여자애들이 나 같은 몸 안 좋아한다며. 처음에는 좋은 이미지 남기고 싶어. 살은 좀 빼긴 했는데, 근육 선이 잘 안 보여.”

“무슨 몸매까지 생각하고 있어... 됐다. 더 이상 얘기 안 할게. 어쨌든, 넌 네 여자친구랑 어떻게 보낼 지나 생각해, 다른 건 신경 쓰지 마.”

송문수가 부추겼다.

“가능해?”

“가능해 완전 가능해.”

송문수가 또 날뛰었다.

그는 지금 하지수의 사무실에 있었다. 그는 분명 아주 늦은 시간에 잠들었는데 왠지 모르게 아침 9시에 눈이 떠져서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천천히 일어나 출근을 했다.

사실 그도 사무실이 있었지만 하지수에게 오고 싶었다.

어젯밤 문밖에 던져버린 그녀가 서러워하는 모습과 그가 등을 돌리자마자 송승우와 같이 있던 걸 생각하면... 하,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는 하지수의 자리에 앉아, 화면에 있던 그녀와 예수진의 대화창을 보았다. 예수진이 영상을 여러 개 보내왔다. 손이 참지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388화

    조금 아팠다.하지만 또 그냥 아프기만 한 건 아닌 것 같았다.“나랑 잘 수 있지, 지금도.” 송문수는 고의로 하지수를 괴롭혔다.그녀가 그의 앞에서 조금의 변화도 없는 모습이 싫증 났다.하지수는 낯빛이 좋지 않았다.송문수의 악취미...그녀는 정말 그의 뺨을 내려치고 싶었다.예수진이 개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하지수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스스로 화내면 안 된다고 되새겼다.하지만 이때.갑자기 방문이 열렸다.“지수 씨... 꺄악!”성소희가 소리를 질렀다.틀림없이 무언가를 본 듯했다.그리고 그녀의 뒤에는 송승우가 서있었다.하지수는 급히 송문수의 다리에서 떨어졌다.갑자기 들이닥친 사람들 때문에 깜짝 놀랐다.송문수의 손가락이 살짝 움직였다.하지수가 놀라서 어쩔 줄 모르는데 반해, 송문수는 아주 평온했다.그는 시선을 돌려 문 앞의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부부가 애정 표현하는데 놀랄 게 뭐가 있어.”하지수는 옆에서 극도로 부끄러워하고 있었다.아무리 그래도 그녀는 변호사였다.사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 떳떳하지 못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실례했네.” 송승우가 성소희를 끌고 나갔다.하지수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점점 더 세게 깨물고 있었다.“따라가, 어차피 나도 익숙해.” 송문수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송승우 좋다고 졸졸 쫓아다녔잖아?”하지수는 송문수를 흘끗 보고는 곧바로 문을 향해 걸어갔다.송문수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그 순간 하지수가 문을 잠그는 것이 보였다.송문수는 놀란 눈빛이었다.하지수가 그의 옆으로 와서 말했다. “계속해.”송문수는 심장이 약간 두근거렸다.그는 애초에 사무실에서 하지수와 뭔가를 하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단지 그녀를 힘들게 하고 싶을 뿐이었다.단지...그가 스스로 타협한 그 순간.하지수의 눈이 빨개졌다.순간 마음이 요동쳤다. “하지수, 난 일부러 너 가지고 논 거야. 네가 다 벗어도 난 관심 없어!”송문수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389화

    눈물이 한 방울씩 바닥으로 떨어졌다.하지수는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울지 않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나이를 먹어가면서 모든 걸 긍정적으로 생각해왔다.어젯밤 송문수가 자신을 문밖으로 던져버렸을 때에도 담담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정말 죽을 만큼 수치스러웠다.속에서부터 존엄성 없는 감정이 참지 못하고 끊임없이 우러나왔다.그녀는 정말, 진짜 정말 송문수가 너무 싫었다.어렸을 때부터 싫었다.계지원은 전화 소리에 잠에서 깼다.오후 촬영 일정을 확인하고자 하는 전화였다.그는 육씨 저택에서 나왔어도 일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육씨 가문은 예수진에 비하면 그에게는 아주 잘해주는 편이었다.잠에서 깬 그는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단지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파서 힘들었다.역시 술은 좋은 게 아니구나.안 좋은 일을 잊지 않게 해주지도 않고, 오히려 더 심해져서 더욱 힘들게 한다.그는 침대에 누워 하도경과 송문수의 단톡방 대화를 보고 있었다.보다 보니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심지어 그는 전혀 몰랐다.오후가 되자 그는 제작진에게 가 야간 신을 촬영했다.야외 촬영.날씨가 조금 춥고 안개가 자욱해 언제 비가 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그들은 작은 동네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다.계지원은 배우를 내보내고 인서트를 따고 있었다.그때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그녀의 손에는 장바구니가 들려 있었고, 안에는 야채가 있는 것 같았다.옷차림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주 단단했다.사람들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계지원은 눈빛이 흔들렸다.그녀가 시선을 돌리는 순간 그는 고개를 숙여 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누었다.예수진은 마트에서 장을 보고 오던 길이었고, 동네에서 촬영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거의 한 눈에 계지원을 알아봤다. 그는 옷을 많이 입고 있진 않았고, 하얀색의 얇은 패딩을 입고 있었는데, 사람들 틈에서도 눈에 띄었다.그녀는 더 이상 보지 않고, 계지원의 앞을 떴다.그녀 스스로 그렇게 무장한 것을 생각하니, 계지원도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390화

    계지원은 그렇게 예수진의 다급한 뒷모습만 보고 있었다.쓸쓸하게 웃으면서.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사실 자신뿐이었다.그는 몸을 일으켰다.마치 온몸이 얼어붙은 것 같았다.그는 자리를 뜨려 했다.하지만 귀신이 들린 듯, 예수진의 뒤를 한 걸음 한 걸음 따라갔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날씨도 이렇게 춥고, 길에 사람들도 거의 없는데, 예수진 혼자, 혼자는... 위험하니까.그는 그렇게 거리를 유지하며 예수진의 뒤를 따라갔다.예수진은 정말 누군가 따라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떡볶이만 빨리 먹고 돌아갈 생각뿐이었다.빠른 걸음으로 포장마차에 가서 떡볶이 1인분을 외쳤다.사장님은 그녀와 수다도 떨었다. “오늘은 왜 남자친구랑 안 왔어?”“일이 있어서요.”예수진은 자신의 고개를 더욱 푹 숙였다.비록 꽁꽁 둘러 싸맸지만, 그래도 예전에는 꽤 유명한 사람이었으니, 들키고 싶지 않았다.“남자친구가 엄청 잘해주던데. 저번에 와서 너 준다고 떡볶이 사 가는데, 식을까 봐 옷 속에 품고 가더라. 방금 나온 떡볶이가 얼마나 뜨거운 지 아니?”예수진은 마음이 따뜻해졌다.어떨 때는 그녀가 밖에 나오고 싶지 않아서 하도경이 사다 주었다...진작 알았으면 일찍이 하도경이랑 사귀는 거였다.도대체 그때는 뭐가 마음에 안 들어서 혼자 끙끙 앓았을까.“천천히 먹어, 뜨거워.” 사장님이 그녀에게 떡볶이를 건네주며 말했다.“감사합니다.”예수진은 떡볶이를 먹으며 하도경에게 전화를 걸었다.두 사람의 달콤한 대화는 물론 심지어 방금 사장님과 예수진의 대화까지도 계지원은 다 들었다.그는 사실 정말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정말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떡볶이를 다 먹고, 예수진은 자신을 다시 꽁꽁 싸매고 자리를 떴다.역시 하도경과 계속 통화하고 있었다.이때 하늘에서 갑자기 눈이 날리기 시작했다.올해 장안시의 첫눈이었다.예수진은 조금 흥분해서 말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며 하도경과 기쁨을 나누면서 길을 건너고 있었다.“끼익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391화

    계지원은 찰과상을 입었다.기사가 브레이크를 제때에 밟아서 너무 심하게 다치지 않았다.바닥에 마찰할 때 피를 꽤 많이 흘렸지만 다른 치명상은 없었다.그래도 혹시나 후유증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입원하며 관찰해 보기로 했다.의사가 설명을 마친 후 병실에 계지원과 예수진만 남게 되었다.예수진은 입원 수속을 하면서 받은 영수증과 약을 병상 옆 서랍장에 올려 놓았다.“이건 영수증이고 이건 약과 교체할 약들이에요. 여기 놓을게요. 휴대폰 혹시 고장 났어요?”계지원이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담담하고 낯설게 대했다.“아니면 내 휴대폰으로 육씨 저택에 전화할래요?”예수진이 자신의 휴대폰을 건넸다.“필요 없어.”계지원이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녀도 강요하지 않았다.아무튼 계지원은 육씨 가문 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걸 싫어했다.필경 육씨 식구들 앞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유지해야 하니 절대 먼저 육씨 가문에게 귀찮은 일을 만들어주지 않았다.“내가 간호사 불러올까요?”예수진이 또 물었다“됐어. 심하게 다친 것도 아니야.”계지원이 거절했다.“알았어요.”예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별일 없으면 나 먼저 갈게요.”예수진이 돌아서 나가려고 할 때였다.“수진아.”계지원이 불러서 그녀가 뒤돌아보았다.“손바닥 상처는 치료하고 가.”계지원이 말했다. 당시 그가 밀쳐낼 때 예수진이 넘어지면서 손바닥이 바닥에 마찰했다.그 바람에 손바닥에 핏자국이 났다.“알아요.”“너 지금…”그때 마침 예수진의 휴대폰이 울렸다.계지원이 하던 말을 삼켜버렸다.“도착했어?”예수진이 물으면서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계지원을 대하는 태도와 완전 하늘과 땅 차이었다.그가 시선을 돌려버리고 그녀가 전화하는 소리만 들었다.통화를 마치고 예수진이 휴대폰을 내리며 그에게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요?”“아니야.”계지원이 고개를 저었다.그 말에 예수진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늦은 시간이라서 돌아갈 때 조심하라고.”계지원이 말하자 예수진이 바로 직언했다.“내 남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392화

    한 달 동안 소이연은 육현경을 보지 못하고 메시지와 소식도 전달받지 못했다.그녀가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솔직히 그동안 바쁘게 보냈다. 한 달 동안 은하 그룹의 고급 의류를 순조롭게 출시하여 사회에서 아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은하 그룹의 주가도 상승하여 짧은 시간 내에 기업 가치가 올라 장안시에서 수많은 상류 그룹을 초과하기도 했다. 이 그룹에서도 몇 대를 거쳐 이어온 사업이라 소이연이 갑자기 기세가 높아지자 상업계에서 모두 향후 10년 동안 최고의 다크호스라고 여겼다.상업계에서 전설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외계에서 그녀에 대한 평가가 너무 높아 소이연은 오히려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명성이 높을수록 다른 사람의 시기를 받는다는 도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심지어 누군가 일부러 추켜 세운다고 의심했다.그녀가 상황을 통제할 수 없으면 순응할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본인 외에도 자신의 파트너를 책임져야 하니까.심문헌과 협력한 한 달 동안, 그는 장안에 올 시간이 많지 않아 대부분 메일로 교류했다.그녀는 마케팅 기획안과 수익 보고서를 제때에 심문헌에게 보내주면서 계속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익숙해졌다.소이연은 일주일 동안의 매출 보고서를 심문헌에게 제출한 후, 그의 전화를 받았다.“낙성에 올래요?”심문헌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한 달 동안 접촉한 후 심문헌은 겉으로는 점잖지만 일 처리하는 속도가 절대 꾸물거리지 않고 번개처럼 빠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시간을 굉장히 소중하게 여겼다.“네?”“할아버지가 이연 씨를 만나고 싶어 하셔요.”“왜요?”소이연이 물었다.“아마도 이연 씨가 마음에 드시나 보죠.”심문헌이 웃었다.“문헌 씨, 우리 협력은 비즈니스 가치를 기반으로 하고 심아윤이라는 공통 목표가 있기 때문이에요. 다른 누구도 연루시킨다고는 하지 않았어요.”“걱정 마세요. 할아버지가 잡아먹지 않아요.”“죄송해요. 거절할게요.”“다음 주에 심아윤의 가문에서 낙성시에 자선 파티를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393화

    ”왜?”소이연은 애써 자신을 진정시키며 물었다.“돌아가서 설명할게.”“결혼 날짜를 발표하는 거야?”소이연이 직설적으로 말했다.그러자 그가 한참을 침묵했다.“예상했던 결과야. 나한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아.”소이연이 분명하게 말했다.“그것만은 아니야.”“육현경, 가끔 넌 정말 무서울 정도로 이기적이야.”소이연이 또박또박 말을 끊어서 했다.육현경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너와 심아윤의 결혼이 어쩔 수 없다고 쳐. 그래도 심아윤 입장에서 두 사람이 연인 사이이고 정당한 관계야. 이렇게 나한테 집착하고 놓아주지 않으면 심아윤에게 공평할까? 물론 나도 너그럽지 못해서 나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을 동정하지는 않아. 난 그냥 너의 무책임함이 지겨워서 그래. 심아윤한테도 그렇고 나한테도.”“난 심아윤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육현경이 다시 반복했다.말투가 강한 것이 분노를 억누르는 것 같았다.“그건 네 일이야. 어떻게 하든 다 네가 선택할 일이야. 나 지금은 열심히 노력해서 내 인생을 살고 싶어. 더는 날 방해하지 않으면 안 돼?”소이연도 감정을 통제하지 못했다.“낙성에 오지 마. 내가 약속할게. 내 개인적인 일을 해결하기 전에 다시는 널 귀찮게 하지 않을게.”육현경이 약속했다.“누가 나한테 초대장을 보냈어? 심태섭이야?”소이연이 물었다.“그래.”“내가 심태섭을 거절하면 상업계에서 계속 몸을 담을 수 있을까?”“지금은 너의 칼끝을 거두어야 할 때야.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너를 노리고 있어.”“내가 칼끝을 거두면 그 사람들이 날 노리지 않을까? 육현경, 내가 뭘 하든 다른 사람에겐 눈엣가시야. 이 모든 것이 다 너 때문이고.”“내가 다 보상할게.”“필요 없어!”소이연이 단호하게 거절했다.“무조건 낙성에 갈 거야. 자선 파티에도 갈 거야. 너와 심아윤이 결혼 날짜를 발표하든 말든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소이연, 내 충고를 들어. 감정적으로 그러지 말고.”“너는 내가 화풀이하려고 낙성에 가는 줄 알아? 내가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394화

    ”현경은 이연 씨를 해치지 않아요.”“근데 정말 내 한계를 건드렸어요!”소이연이 벌컥 문을 닫아버렸다.계지원도 소이연이 화났다는 걸 알고 있다.육현경의 처사 때문에 그녀가 쉽게 용서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소이연은 속에서 불이 나는 것 같았다.그래도 자신을 계속 진정시키며 어떻게 나갈 방법이 없는지 냉정하게 생각했다.그녀의 세계에서 육현경이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그 누구라도 허락하기 싫었다!소이연이 눈을 찔끔 감고 심문헌에게 전화했다.“몇 시에 도착해요? 내가 마중하러 갈게요.”심문헌이 전화를 받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누가 길을 막아서 가지 못해요.”상대방의 당황함이 휴대폰 너머로 느껴졌다.“육현경인가요?”“네.”“내가 도와줄까요?”“네.”“지금 바로 갈게요.”심문헌은 고민도 하지 않고 말했다.“알겠어요.”소이연이 전화를 끊었다.유일한 희망은 심문헌밖에 없었다.점심 시간이 되자 소이연이 문을 열었다.계지원이 아직도 밖에 서있고 몇몇 경호원들도 여전히 공손한 자세로 서있었다.“들어오세요.”소이연이 계지원을 집으로 불렀다.계지원이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봤다.“점심 드세요.”“네.”계지원은 거절하지 않고 소이연의 집으로 들어갔다.“면 끓이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드실래요?”소이연이 물었다.“고마워요.”소이연이 주방에 들어가서 국수 두 그릇을 들고 왔다.두 사람은 식탁에 앉아 아주 점잖게 먹기 시작했다.“육씨 저택에서 나왔어요?”소이연이 먼저 물었다.“네.”“가능성이 없다면 떠날 필요도 없잖아요.”“될 대로 되겠죠.”계지원이 담담하게 말했다.왠지 속세를 다 꿰뚫어본 느낌이 들었다.마치 자신이 잘 지내든 안 지내든 어떻게 지내든 상관없는 것 같았다.슬픔은 마음이 죽은 것보다 더 컸다.“수진이 지금 잘 지내고 있어요.”소이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밥할 줄도 알아서 시간이 되면 자기 음식 솜씨를 맛보라면서 집에 지수 씨랑 나를 초대하기도 해요.”“네.”계지원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395화

    점심을 먹은 뒤, 소이연은 계지원을 쫓아내지 않았다.계지원도 자발적으로 나가지 않고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기 시작했다.소이연은 서재에서 일을 처리하고 두 사람은 겉보기엔 화기애애했다.계지원이 소파에 앉아서 계속 하품을 했다.그동안 계속 불면증에 시달렸고 가끔 밤새울 때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졸려서 안절부절못하지는 않았다.그냥 텔레비전을 보는 게 너무 지루해서 졸린다고 생각했다.계지원은 휴대폰을 꺼내 영상을 보다가 또 뉴스도 검색했다.뉴스에 온통 오늘 저녁 심씨 그룹에서 여는 자선 파티에 대한 소식으로 가득했다.보다가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다.계지원은 결국 참지 못하고 휴대폰을 쥔 채로 잠들어버렸다.그때 소이연이 서재에서 나왔다.계지원이 소파에 쓰러져 고르게 숨을 쉬는 것을 확인했다.소이연이 그에게 수면제를 먹인 것이다.평소 그녀도 불면증이 있어 수면제를 집에 챙겨 놓고 있었다.수면제의 효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빨랐다.적어도 30분에서 1시간은 기다려야 완전히 숙면을 취할 거라 생각했다.계지원이 엊저녁에 제대로 자지 못해서 몸이 피곤하여 효과가 빨리 퍼진 것 같았다.“지원 씨.”소이연이 그를 불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그저 미간을 찌푸리는 게 다였다.계지원은 이미 깊은 잠에 들어서 눈을 뜨지도 못했다.소이연은 그가 깊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문 쪽으로 향했다.심호흡을 한 뒤 벌컥 문을 열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빨리 들어와 보세요. 지원 씨가 갑자기 쓰러졌어요.”문 앞에서 지키고 있던 두 남자는 서로 멀뚱히 쳐다보기만 할 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빨리 들어와서 병원에 데려가세요! 혹시 죽기라도 하면 누가 책임질 거예요?”소이연이 다급하게 재촉했다.두 남자가 더 생각할 사이도 없이 소이연이 잡아당겼다.그들도 따라서 집으로 들어갔다.계지원이 소파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았다.“계 선생.”한 경호원이 그를 불렀다.계지원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 눈을 뜰 수가 없었

Latest chapter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4화

    그리고는 간호사 하나가 걸어 나오며 말했다.“소이연 씨 보호자 계세요?”“네!”“아기 나왔습니다. 3.15킬로...”“산모는요?”간호사의 말에 우렁차게 대답한 육현경은 아이는 신경도 안 쓰고 소이연의 상태부터 물었다.“산모분은 아주 건강하십니다. 지금 선생님께서 상처 처리하고 계시니까 곧 나오실 겁니다.”“아빠 맞으시죠? 아이 한 번 안아보실래요?”그제야 안도한 육현경이 아이를 안아 들자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오며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어머, 어쩜 이렇게 하얗지? 내가 본 아기들 중에 제일 예쁜 것 같아.”“지금 네 아들은 못생겼다는 소리야?”“솔직히 말하면 좀 못생기긴 했어.”하도경의 시비에 예수진이 너무 솔직히 답하자 계지원이 그게 사실인 걸 알면서도 자기 아들 외모를 저렇게 평가하는 게 썩 기분 좋지는 않았는지 헛기침을 해댔다.“나도 안아볼래.”예수진의 말에 육현경은 바로 아이를 넘겨주었다.“우리 공주님, 너무 귀엽다. 왜 하필 혈연관계인 거야!”피가 섞인 남매라서 자기 아들과 맺어줄 수 없다고 안타까워하는 예수진에 하지수도 궁금해서 다가가 보았다.“나도 봐봐.”가까이에서 보니 정말 떡잎부터 남다른 예쁜 아이였다.장차 아주 예쁘게 클 것 같아서 하지수는 아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딸이야?”“딱 보면 딸이지, 이 얼굴이 남자일 리는 없잖아.”간호사가 대답하려던 그때 분만실 분이 또 한 번 열리고 소이연이 휠체어를 타고 나오자 육현경은 다급히 달려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고생했어.”“이제 돌아가서 쉬자. 우리 이제 아이는 그만 가지자.”소이연이 고생하는 게 마음 아팠던 육현경은 잔뜩 굳은 얼굴로 간호사에게서 휠체어를 받아 병실로 향했다.친구들도 그런 육현경을 따라 병실로 향하고 있었는데 성큼성큼 걷던 하지수가 휑한 옆자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송문수가 아직도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왜 움직이지 않는지 의아해진 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자 송문수가 그녀와 시선을 맞추며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3화

    “뭐라고요?!”놀란 예수진이 언성을 높이자 육현경도 표정을 굳히고 소이연을 바라보았다.늘 소리소문없이 일을 처리하던 육현경은 이번에도 다들 벙쪄있는 틈을 타 소이연을 안고 밖으로 나갔다.예수진도 그 뒤를 따라 나가려 하자 계지원이 그녀를 잡아 세웠다.“수진아, 오늘 이 자리 우리가 만든 거야.”“그래도 갈 거야. 당신은 엄마랑 현경 오빠 어머님한테 손님들 좀 부탁한다고 전해줘. 난 언니한테 가봐야겠어.”예수진을 말릴 수 없다고 생각한 계지원도 잠시 고민하다가 그녀의 뒤를 따라 나가자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감을 눈치챈 송문수와 하지수도 아쉬운 듯 서로에게서 떨어졌다.“키스 다 했으면 빨리 병원 가. 이연 씨 출산한대.”출산이라는 말에 하지수도 다급히 뒤 따르려 하자 송문수가 그녀를 잡으며 말했다.“천천히 가. 그래도 안 늦어.”그렇게 몇 분도 안 된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파티장을 빠져나갔다.예수진이 둘째를 위해 연 백일잔치는 사라진 엄마 아빠 때문에 아이 혼자 남겨진 채로 끝이 나버렸다.그들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양수가 터진 소이연이 분만실로 옮겨진 뒤였다.상황이 많이 급박한지 늘 침착함을 유지하던 육현경조차도 많이 초조해 보였다.아까부터 입구에서 서성이는 육현경을 보다 못한 예수진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오빠, 가만히 좀 있어 봐. 지금 다들 긴장하고 있는데 오빠 때문에 더 진정할 수가 없잖아.”직설적인 그녀의 말에 육현경이 예수진을 보자 계지원이 다급히 나서며 분위기를 풀었다.“아무 일 없을 테니까 걱정 마. 수진이도 그때 오래 걸렸잖아. 낳으면 된 거지 뭐.”말은 그렇게 해도 사실 계지원도 육현경 못지않게 초조해했었다.당장이라도 분만실로 뛰어 들어가 예수진 대신 아이를 낳아주고 싶어 했었다.그런데 그때, 분만실에서 소이연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흘러나왔다.주먹을 쥐고 있던 육현경의 손이 점점 하얗게 질려감에 따라 지켜보던 친구들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었다.다들 긴장하고 있는 와중에 송문수가 갑자기 하지수의 손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2화

    “임신 때문에 살쪄서 그런 거야. 문수 씨 탓 아니야.”하지수가 당황한 송문수를 달래주자 그는 벙찐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어떡하지?”“살 빼고 나서 다시 끼지 뭐.”“그래.”하지수에게 반지를 직접 끼워주는 건 송문수가 꿈에서도 그리던 장면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이유로 못하게 되는 그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하지수가 자신과 결혼만 해준다면 앞으로의 날은 길 것이기에 송문수는 그만 몸을 일으켰다.그런데 그가 일어서자마자 사람들이 소리높이 외치기 시작했다.“키스해! 키스해!”갑작스러운 호응에 하지수의 얼굴이 빨개지자 송문수는 그녀가 난처해지지 않게 당분간은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기로 했다.사실 그날 밤, 하지수와의 잠자리는 송문수에게 많은 미련을 남겨주었다.잠을 자다가도 쉴 새 없이 흥분해서 밤에 속옷을 몇 번이나 씻기도 했었다.그렇게 그녀를 원했어도 자리가 자리인 만큼 송문수는 하지수의 손을 잡고 내려가려 했는데 그 순간, 하지수의 입술이 송문수에게 닿아왔다.그녀가 먼저 한 입맞춤은 송문수의 심장을 뒤흔들기 충분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입맞춤을 당한 송문수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는데 그때 하도경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뽀뽀 한 번에 바보 된 거야?”“...”그 말에 욱한 송문수였지만 여자친구도 없는 친구를 위해 한번은 참아주기로 했다.“신경 쓰지 마. 우리 내려갈...”그런데 그때, 하지수가 또다시 입을 맞춰왔다.하지만 이번에는 아까처럼 닿았다가 금방 떨어지는 입맞춤이 아니라 오래도록 이어지는 키스였다.작은 그녀의 혀가 불규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송문수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그의 심장박동 또한 정직하게 빨라졌다.정말 자신을 죽이려 드는 하지수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송문수는 하지수의 뒤통수를 손으로 잡고 키스를 이어가기 시작했다.임신을 해도 작기만 한 체구의 하지수는 금방 송문수에게 주동권을 뺏겨버렸다.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기라도 하듯 무대 위로 장미꽃잎이 흩날리고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1화

    다들 숨을 죽이고 송문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수의 눈엔 눈물이 가득해서 눈을 조금만 깜빡여도 쏟아질 정도였지만 그녀 역시 온 힘을 다해 참아내고 있었다.송문수는 그 정적 속에서 입술을 말아 물며 많은 고민을 거쳐 마침내 입을 열었다.“결혼하자.”그 대답이 들리기까지의 몇 분이 하객들에게는 한 세기만큼 길게 느껴졌다.송문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하지수도 기쁨의 눈물을 왈칵 쏟아냈고 송문수는 그런 그녀를 향해 한 번 더 소리높이 외쳤다.“하지수, 결혼하자. 너랑 결혼하는 게 내 평생의 소원이었어.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네가 지금 충동적으로 결정한 거라 해도 넌 이제 평생 내 여자야. 다시는 너 다른 남자한테 안 보내. 아주 박력 넘치는 남자가 될 거라고.”“난 후회 안 해.”송문수와의 결혼을 하지수가 후회할 리는 없었다.그때 예수진이 무대 위로 올라가자 송문수는 그제야 이 자리의 주인공이 예수진이었다는 걸 깨닫고는 다급히 하지수를 데리고 내려가려 했다.그런데 그때 예수진이 빨간 보석함 하나를 송문수에게 보여주었다.“이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알지?”그 안에 들어있는 건 송문수가 하지수를 위해 준비한 프러포즈 반지였다.익숙한 상자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그 사실을 기억해낸 송문수였다.송문수는 하지수에게 가장 특별한 반지를 만들어주기 위해 세계적인 디자이너까지 초빙하며 큰 공을 들였었다.“이제 네가 가져.”예수진이 그것을 송문수에게 건네주자 그는 떨리는 손으로 받아들고는 천천히 보석함을 열어보았다.반짝이는 5캐럿의 다이아몬드가 마침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반짝이는 반지를 집어 든 송문수는 하지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자신이 상상해왔던 화면이 눈 앞에 펼쳐지자 하지수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는데 송문수 역시 눈가가 촉촉해진 채로 목멘 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지수야.”송문수의 부름에 하지수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예전에는 내가 진짜 나쁜 놈이었어. 맹세할게, 앞으로는 진짜 좋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0화

    그런데 하지수가 이런 마음을 전하기도 전에 송문수가 그 먼 타지로 떠나버린 것이다.그래도, 송문수가 정말 자신을 싫어한다 해도, 정말 자신과 헤어지고 싶어 한다 해도 송승우와 함께하지 않겠다는 하지수의 마음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물론 자신을 쉽게 포기하는 송문수에 잠깐 실망도 했었다.그러면서 송문수에게 자신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예수진과 소이연이 저 영상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송문수가 준비해온 모든 것들을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하지수는 영원히 송문수가 오래도록 자신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눈에 눈물을 가득 매단 하지수를 보던 송문수는 가슴이 아파와 손을 뻗으려 했지만 다시 움츠러들었다.지금 송문수는 무슨 결정을 내려야 할 지 몰랐다.혹여나 자신의 선택이 하지수에게 부담으로 다가갈까 봐, 그녀의 모습을 보며 송문수는 괴로워하고 있었다.너무 괴로워서 생긴 착각인지, 송문수는 하지수도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하지수 배 속의 아이였다.물론 송승우의 아이라 해도 송문수는 상관없었지만 하지수도 개의치 않을 수 있을까가 그의 의문이었다.“나 너랑 결혼하고 싶어. 네가 나한테 잘해줘서가 아니고, 네가 오래전부터 날 좋아해서도 아니고, 날 위해 많은 걸 준비해줘서도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서. 그래서 결혼하고 싶어. 다른 거랑은 아무 상관없어.”하지수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송문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네가 좋아하는 건 송승우잖아.”“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난 송승우 안 좋아해. 아주 오래전부터 이미 끝난 사이였어. 말했잖아, 그때 좋아한다고 느꼈던 감정은 그냥 습관 같은 거였다고. 내가 좋아하는 건 너야. 미안해서가 아니라 그냥 네가 좋아!”매번 좋아한다고 할 때마다 믿질 못하는 송문수 때문에 하지수는 화가 치밀어올랐다.물론 송문수가 자신을 믿지 못해서 화가 난 게 아니라 송문수가 본인한테 자신감이 너무 없는 것 같아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9화

    파티장 안의 모든 불빛은 송문수와 하지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무대 중앙에 선 하지수는 송문수를 바라보고 있었고 송문수도 사람들 틈에서 하지수를 바라보고 있었다.지금 하지수는 송문수가 그냥 가버릴까 봐, 그게 제일 무서웠다.하지수는 자신이 이런 용기를 내는 것도 마지막일 것 같았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마주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조용한 그 공간에서 송문수가 갑자기 무대로 향해 걸어갔다.한발 한발, 무거운 발걸음이었지만 그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확실했다.그래서 하지수의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더 이상 컨트롤이 되지 않을 정도로.모두들 숨죽인 채 송문수와 하지수를 보고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마음을 졸이는 건 예수진과 소이연이었다.겁이 많은 송문수가 도망이라도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송문수가 책임감은 있어서 하지수를 혼자 남겨두진 않았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송문수가 하지수에게로 다가섰고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응시했다.송문수의 눈은 빛나고 있었고 울대는 잔잔히 떨리고 있었다.심경에 크나큰 변화가 일었지만 애써 본인을 진정시키려 하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지수야, 이건 마음에 담아두지 마.”그러다 갑자기 내뱉은 말에 하지수는 송문수를 빤히 쳐다보았다.“그때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런 걸 찍었는지도 모르겠어.”송문수는 이번에도 장난인 척 너스레를 떨며 상황을 넘기려 했다.“너도 알잖아 나 이상한 거. 충동적으로 무슨 짓이든 하는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마.”말을 마친 송문수가 직원을 찾아가 영상을 지우려 하자 하지수가 입을 열었다.“난 이미 진지하게 받아들였어.”그 말에 발이 잡힌 송문수는 빨라지는 심장박동을 애써 늦추며 말했다.“미안해.”송문수의 갈등과 무력함을 보아낸 하지수의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차올랐다.“너 헷갈리게 해서 미안해. 만약 네가 신경 쓰인다면... 앞으로 네 앞에 안 나타날게. 너도 나 같은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지 마. 그럴 가치 없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8화

    오늘 온 손님들은 하나같이 외향형인지 호응도 아주 잘해줬다.“네! 궁금해요!”“한 여자를 위해선데요.”“누구예요?”“바로 하지수입니다.”영상 속의 자신이 한 자 한 자 내뱉는 말들을 듣던 송문수는 그제야 이게 자신의 프러포즈 영상이었음을 깨달았다.처음에는 이게 어떻게 여기 있는지 당황스러웠지만 항상 일 처리에 미흡한 예수진이 이번에도 실수한 거라 생각해 송문수는 무대 위로 올라가 영상을 멈추려 했다.그런데 그가 발을 내디디자마자 육현경과 하도경이 그 앞을 막아섰다.그리고 영상은 계속해서 재생되었다.“하지수는 제 아내입니다. 결혼한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사랑해준 적이 없었죠. 사실 저는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사랑할 용기가 없었던 겁니다. 제가 너무 비겁해서 그 사람 앞에만 서면 저 자신이 쓸모없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늘 유치한 방법으로 그 사람에게 상처만 줬어요.”영상 속 송문수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미안해 지수야. 나 지금 엄청 후회하고 있어. 괜한 질투로 널 몇 년 간 힘들게 한 걸. 매일 밤 널 안고 자고 싶었는데도 난 자존심 때문에 그런 말 한마디 못했어. 그래서 내 인생이 좀 덜 재밌었던 것 같아. 너라는 복지가 부족했잖아.”감동하며 영상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마지막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참 울지도 웃지도 못하게 하는 고백 영상이었다.“사랑해, 지수야.”뒤이어 마침내 사랑한다는 말이 나왔는데 그때 송문수의 눈은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널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했었어. 그런데 네가 좋아하는 게 내가 아니니까 점점 비참해지더라. 그래서 네가 싫어하는 방법으로 네 시선을 끌려고 했어. 그때만 생각하면 아무리 나라도 너무 멍청한 것 같더라.”“하지만 이젠 아니야.”“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못 돼도 세상에서 너한테 가장 잘해주는 남자는 될 수 있어.”“더 이상 너한테 성질도 안 내고 부려먹지도 않을게. 괜한 질투 때문에 너 상처받게 하지도 않아. 우리 집은 이제 너한테 맡길 거야. 돈도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7화

    파티장에 들어와 보니 계지원과 예수진이 아들딸과 함께 와준 손님들에게 인사를 해주고 있었다.인사를 마친 예수진은 흥분된 목소리로 하지수를 불렀다.“이번에는 제 가장 친한 친구이자 우리 아들의 영원한 이모일 하지수 씨를 모셔보겠습니다.”파티장 한구석에 선 송문수는 무대 위로 올라가는 하지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까는 제대로 볼 엄두가 안 나서 애써 무시하려 했던 그녀의 배가 꽤나 불러온 것 같았다.옷을 입어도 다 가려지지 않는 게 이미 임신 몇 개월은 된 것 같았다.정말 자신은 안중에도 없었는지 이렇게 빨리 임신한 하지수가 송문수는 조금은 원망스러웠다.이어서 마이크를 잡은 하지수는 누군가를 찾는 듯 무대 아래를 훑어보았다.한참이 지나 자신에게로 향하는 그녀의 시선에 다급히 눈을 피하던 송문수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하지수의 시선은 이미 사라져있었다.그에 송문수는 그녀가 찾던 건 아마 송승우일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그런데 끝까지 모습을 비추지 않는 송승우 때문에 그저 시선을 거둔 것 같았다.“우선은 수진이 아들 이모가 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스럽고요.”“수진이가 제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딸이면 꼭 사돈을 맺자고 그러더라고요.”“저도 우리 조카 귀여워서 너무 사랑하거든요.”“하지만 사돈은 저 혼자 맺는 게 아니잖아요. 애 아빠 입장도 있고 하니까요.”그러자 예수진의 격앙된 목소리가 또 한 번 들려왔다.“그럼 얼른 애 아빠부터 불러서 오늘 사돈 한번 맺자!”“아이 아빠는...”그녀의 말에 담담히 웃던 하지수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마른 침을 삼키며 그 모습을 보던 송문수는 정말 송승우를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가장 사랑하는 여자를 내어줬는데도 책임을 다하지 않고 이런 날에 하지수를 혼자 이곳에 보내고 또 혼자 무대 위에 올리는 게 어떻게 남편이라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인가 싶었다.“수진아, 내가 무대 좀 써도 돼?”“당연하지, 오늘 이 자리는 널 위한 거야.”“아, 아니다. 내 미래의 며느리를 위한 거지.”예수진의 한마디에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6화

    하지수의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의 시선이 맞물리자 송문수가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당연하지.”“진짜야?”“내가 왜 널 속이겠어?”“그런데 왜 안 데려왔어?”“이번엔 시간이 별로 없어서 괜히 고생만 할까 봐 안 데려왔어.”“나중에 기회 되면 데리고 올 거야.”“예뻐?”“내가 안 예쁜 여자 사귀는 거 봤어? 외국 여자들은 몸매도 좋아. 원래 S라인이 내 취향이잖아.”“사진 있어?”하지만 저 질문에는 송문수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몇 초 동안 침묵을 유지하다가 다시 능청스레 대답했다.“있지.”“내가 봐도 돼?”“왜? 뭐 심사라도 해주게?”“아니, 그냥 궁금해서. 네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여자는 어떻게 생겼는지.”“보면 너 상처받을까 봐 안 보여줄 거야.”“괜찮아.”송문수도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거절하려 했지만 하지수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다음에 직접 데려와서 보여줄게.”“지금 보고 싶어.”“카메라는 잘 안 받아서 실물보다 별로야.”“왜 안 보여주는 거야? 설마 없는 거야?”“설마 내가 너 못 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걱정 마. 난 원래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거든. 절대 너한테 매달리지 않을 거야.”송문수가 확신에 찬 말을 하자 하지수는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매달린 적이 있긴 해?”그런 하지수의 모습을 보니 또 가슴이 아파왔지만 송문수는 꾹 참기로 했다.송승우의 아이를 가진 하지수는 이미 자신에게서 너무 멀어져 있으니까.“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하지수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멀어져가는 송문수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한편 화장실로 들어온 송문수는 물을 틀어놓고 손을 몇 번이니 씻어댔다.더 이상 손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아까부터 한 동작만 반복하고 있었다.“더 씻으면 손 터져.”그 모습을 본 하도경이 직접 물을 꺼주자 송문수는 넋 나간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도경이 건넨 휴지를 받아 손을 닦아냈다.“고마워.”“이게 진짜 뭐 하는 짓이냐. 그렇게 좋으면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