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4명 단톡방.하도경이 갑자기 메시지를 보냈다. “여자친구는… 왜?”10초도 안되어 메시지가 삭제되었다.그는 손이 미끄러져 송문수에게 보내려던 메시지를 단톡방에 보내 버렸다.마침 송문수가 메시지 내용을 보고 단톡방에 답장을 보냈다.“하도경, 삭제하긴 뭘 삭제해. 나 다 봤어.”하도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왜는 뭐가 왜야? 그냥 네가 싫은 거지.” 송문수가 단톡방에 답장을 보냈다.심지어 하도경을 여러 번 언급했다.하도경은 어이가 없었다.그는 송문수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 “아씨 나 잘못 보냈어, 단톡방에서 그만 좀 얘기해.”“아이고, 체면은 챙기시겠다?”“나 여자친구랑 아직 그 정도까지 안 갔어.” 하도경은 어이없다는 듯이 솔직하게 말했다.“설마? 이렇게 순진하다고? 하도경, 너 26살이야. 16살이 아니라. 이게 맞아?”“넌 우리 사랑 이해 못 해. 넌 사람들이 다 너처럼 아랫도리로만 생각하는 줄 아냐?”“중요한 건 네 여자친구가 벌써 확실하게 암시를 했다는 거지, 짐승만도 못한 놈아.”“...여자애들이 나 같은 몸 안 좋아한다며. 처음에는 좋은 이미지 남기고 싶어. 살은 좀 빼긴 했는데, 근육 선이 잘 안 보여.”“무슨 몸매까지 생각하고 있어... 됐다. 더 이상 얘기 안 할게. 어쨌든, 넌 네 여자친구랑 어떻게 보낼 지나 생각해, 다른 건 신경 쓰지 마.” 송문수가 부추겼다.“가능해?”“가능해 완전 가능해.” 송문수가 또 날뛰었다.그는 지금 하지수의 사무실에 있었다. 그는 분명 아주 늦은 시간에 잠들었는데 왠지 모르게 아침 9시에 눈이 떠져서 잠이 오지 않았다.결국 천천히 일어나 출근을 했다.사실 그도 사무실이 있었지만 하지수에게 오고 싶었다.어젯밤 문밖에 던져버린 그녀가 서러워하는 모습과 그가 등을 돌리자마자 송승우와 같이 있던 걸 생각하면... 하, 마음이 조급해졌다.그는 하지수의 자리에 앉아, 화면에 있던 그녀와 예수진의 대화창을 보았다. 예수진이 영상을 여러 개 보내왔다. 손이 참지
조금 아팠다.하지만 또 그냥 아프기만 한 건 아닌 것 같았다.“나랑 잘 수 있지, 지금도.” 송문수는 고의로 하지수를 괴롭혔다.그녀가 그의 앞에서 조금의 변화도 없는 모습이 싫증 났다.하지수는 낯빛이 좋지 않았다.송문수의 악취미...그녀는 정말 그의 뺨을 내려치고 싶었다.예수진이 개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하지수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스스로 화내면 안 된다고 되새겼다.하지만 이때.갑자기 방문이 열렸다.“지수 씨... 꺄악!”성소희가 소리를 질렀다.틀림없이 무언가를 본 듯했다.그리고 그녀의 뒤에는 송승우가 서있었다.하지수는 급히 송문수의 다리에서 떨어졌다.갑자기 들이닥친 사람들 때문에 깜짝 놀랐다.송문수의 손가락이 살짝 움직였다.하지수가 놀라서 어쩔 줄 모르는데 반해, 송문수는 아주 평온했다.그는 시선을 돌려 문 앞의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부부가 애정 표현하는데 놀랄 게 뭐가 있어.”하지수는 옆에서 극도로 부끄러워하고 있었다.아무리 그래도 그녀는 변호사였다.사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 떳떳하지 못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실례했네.” 송승우가 성소희를 끌고 나갔다.하지수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점점 더 세게 깨물고 있었다.“따라가, 어차피 나도 익숙해.” 송문수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송승우 좋다고 졸졸 쫓아다녔잖아?”하지수는 송문수를 흘끗 보고는 곧바로 문을 향해 걸어갔다.송문수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그 순간 하지수가 문을 잠그는 것이 보였다.송문수는 놀란 눈빛이었다.하지수가 그의 옆으로 와서 말했다. “계속해.”송문수는 심장이 약간 두근거렸다.그는 애초에 사무실에서 하지수와 뭔가를 하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단지 그녀를 힘들게 하고 싶을 뿐이었다.단지...그가 스스로 타협한 그 순간.하지수의 눈이 빨개졌다.순간 마음이 요동쳤다. “하지수, 난 일부러 너 가지고 논 거야. 네가 다 벗어도 난 관심 없어!”송문수
눈물이 한 방울씩 바닥으로 떨어졌다.하지수는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울지 않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나이를 먹어가면서 모든 걸 긍정적으로 생각해왔다.어젯밤 송문수가 자신을 문밖으로 던져버렸을 때에도 담담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정말 죽을 만큼 수치스러웠다.속에서부터 존엄성 없는 감정이 참지 못하고 끊임없이 우러나왔다.그녀는 정말, 진짜 정말 송문수가 너무 싫었다.어렸을 때부터 싫었다.계지원은 전화 소리에 잠에서 깼다.오후 촬영 일정을 확인하고자 하는 전화였다.그는 육씨 저택에서 나왔어도 일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육씨 가문은 예수진에 비하면 그에게는 아주 잘해주는 편이었다.잠에서 깬 그는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단지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파서 힘들었다.역시 술은 좋은 게 아니구나.안 좋은 일을 잊지 않게 해주지도 않고, 오히려 더 심해져서 더욱 힘들게 한다.그는 침대에 누워 하도경과 송문수의 단톡방 대화를 보고 있었다.보다 보니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심지어 그는 전혀 몰랐다.오후가 되자 그는 제작진에게 가 야간 신을 촬영했다.야외 촬영.날씨가 조금 춥고 안개가 자욱해 언제 비가 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그들은 작은 동네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다.계지원은 배우를 내보내고 인서트를 따고 있었다.그때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그녀의 손에는 장바구니가 들려 있었고, 안에는 야채가 있는 것 같았다.옷차림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주 단단했다.사람들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계지원은 눈빛이 흔들렸다.그녀가 시선을 돌리는 순간 그는 고개를 숙여 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누었다.예수진은 마트에서 장을 보고 오던 길이었고, 동네에서 촬영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거의 한 눈에 계지원을 알아봤다. 그는 옷을 많이 입고 있진 않았고, 하얀색의 얇은 패딩을 입고 있었는데, 사람들 틈에서도 눈에 띄었다.그녀는 더 이상 보지 않고, 계지원의 앞을 떴다.그녀 스스로 그렇게 무장한 것을 생각하니, 계지원도
계지원은 그렇게 예수진의 다급한 뒷모습만 보고 있었다.쓸쓸하게 웃으면서.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사실 자신뿐이었다.그는 몸을 일으켰다.마치 온몸이 얼어붙은 것 같았다.그는 자리를 뜨려 했다.하지만 귀신이 들린 듯, 예수진의 뒤를 한 걸음 한 걸음 따라갔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날씨도 이렇게 춥고, 길에 사람들도 거의 없는데, 예수진 혼자, 혼자는... 위험하니까.그는 그렇게 거리를 유지하며 예수진의 뒤를 따라갔다.예수진은 정말 누군가 따라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떡볶이만 빨리 먹고 돌아갈 생각뿐이었다.빠른 걸음으로 포장마차에 가서 떡볶이 1인분을 외쳤다.사장님은 그녀와 수다도 떨었다. “오늘은 왜 남자친구랑 안 왔어?”“일이 있어서요.”예수진은 자신의 고개를 더욱 푹 숙였다.비록 꽁꽁 둘러 싸맸지만, 그래도 예전에는 꽤 유명한 사람이었으니, 들키고 싶지 않았다.“남자친구가 엄청 잘해주던데. 저번에 와서 너 준다고 떡볶이 사 가는데, 식을까 봐 옷 속에 품고 가더라. 방금 나온 떡볶이가 얼마나 뜨거운 지 아니?”예수진은 마음이 따뜻해졌다.어떨 때는 그녀가 밖에 나오고 싶지 않아서 하도경이 사다 주었다...진작 알았으면 일찍이 하도경이랑 사귀는 거였다.도대체 그때는 뭐가 마음에 안 들어서 혼자 끙끙 앓았을까.“천천히 먹어, 뜨거워.” 사장님이 그녀에게 떡볶이를 건네주며 말했다.“감사합니다.”예수진은 떡볶이를 먹으며 하도경에게 전화를 걸었다.두 사람의 달콤한 대화는 물론 심지어 방금 사장님과 예수진의 대화까지도 계지원은 다 들었다.그는 사실 정말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정말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떡볶이를 다 먹고, 예수진은 자신을 다시 꽁꽁 싸매고 자리를 떴다.역시 하도경과 계속 통화하고 있었다.이때 하늘에서 갑자기 눈이 날리기 시작했다.올해 장안시의 첫눈이었다.예수진은 조금 흥분해서 말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며 하도경과 기쁨을 나누면서 길을 건너고 있었다.“끼익
계지원은 찰과상을 입었다.기사가 브레이크를 제때에 밟아서 너무 심하게 다치지 않았다.바닥에 마찰할 때 피를 꽤 많이 흘렸지만 다른 치명상은 없었다.그래도 혹시나 후유증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입원하며 관찰해 보기로 했다.의사가 설명을 마친 후 병실에 계지원과 예수진만 남게 되었다.예수진은 입원 수속을 하면서 받은 영수증과 약을 병상 옆 서랍장에 올려 놓았다.“이건 영수증이고 이건 약과 교체할 약들이에요. 여기 놓을게요. 휴대폰 혹시 고장 났어요?”계지원이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담담하고 낯설게 대했다.“아니면 내 휴대폰으로 육씨 저택에 전화할래요?”예수진이 자신의 휴대폰을 건넸다.“필요 없어.”계지원이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녀도 강요하지 않았다.아무튼 계지원은 육씨 가문 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걸 싫어했다.필경 육씨 식구들 앞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유지해야 하니 절대 먼저 육씨 가문에게 귀찮은 일을 만들어주지 않았다.“내가 간호사 불러올까요?”예수진이 또 물었다“됐어. 심하게 다친 것도 아니야.”계지원이 거절했다.“알았어요.”예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별일 없으면 나 먼저 갈게요.”예수진이 돌아서 나가려고 할 때였다.“수진아.”계지원이 불러서 그녀가 뒤돌아보았다.“손바닥 상처는 치료하고 가.”계지원이 말했다. 당시 그가 밀쳐낼 때 예수진이 넘어지면서 손바닥이 바닥에 마찰했다.그 바람에 손바닥에 핏자국이 났다.“알아요.”“너 지금…”그때 마침 예수진의 휴대폰이 울렸다.계지원이 하던 말을 삼켜버렸다.“도착했어?”예수진이 물으면서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계지원을 대하는 태도와 완전 하늘과 땅 차이었다.그가 시선을 돌려버리고 그녀가 전화하는 소리만 들었다.통화를 마치고 예수진이 휴대폰을 내리며 그에게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요?”“아니야.”계지원이 고개를 저었다.그 말에 예수진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늦은 시간이라서 돌아갈 때 조심하라고.”계지원이 말하자 예수진이 바로 직언했다.“내 남
한 달 동안 소이연은 육현경을 보지 못하고 메시지와 소식도 전달받지 못했다.그녀가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솔직히 그동안 바쁘게 보냈다. 한 달 동안 은하 그룹의 고급 의류를 순조롭게 출시하여 사회에서 아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은하 그룹의 주가도 상승하여 짧은 시간 내에 기업 가치가 올라 장안시에서 수많은 상류 그룹을 초과하기도 했다. 이 그룹에서도 몇 대를 거쳐 이어온 사업이라 소이연이 갑자기 기세가 높아지자 상업계에서 모두 향후 10년 동안 최고의 다크호스라고 여겼다.상업계에서 전설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외계에서 그녀에 대한 평가가 너무 높아 소이연은 오히려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명성이 높을수록 다른 사람의 시기를 받는다는 도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심지어 누군가 일부러 추켜 세운다고 의심했다.그녀가 상황을 통제할 수 없으면 순응할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본인 외에도 자신의 파트너를 책임져야 하니까.심문헌과 협력한 한 달 동안, 그는 장안에 올 시간이 많지 않아 대부분 메일로 교류했다.그녀는 마케팅 기획안과 수익 보고서를 제때에 심문헌에게 보내주면서 계속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익숙해졌다.소이연은 일주일 동안의 매출 보고서를 심문헌에게 제출한 후, 그의 전화를 받았다.“낙성에 올래요?”심문헌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한 달 동안 접촉한 후 심문헌은 겉으로는 점잖지만 일 처리하는 속도가 절대 꾸물거리지 않고 번개처럼 빠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시간을 굉장히 소중하게 여겼다.“네?”“할아버지가 이연 씨를 만나고 싶어 하셔요.”“왜요?”소이연이 물었다.“아마도 이연 씨가 마음에 드시나 보죠.”심문헌이 웃었다.“문헌 씨, 우리 협력은 비즈니스 가치를 기반으로 하고 심아윤이라는 공통 목표가 있기 때문이에요. 다른 누구도 연루시킨다고는 하지 않았어요.”“걱정 마세요. 할아버지가 잡아먹지 않아요.”“죄송해요. 거절할게요.”“다음 주에 심아윤의 가문에서 낙성시에 자선 파티를
”왜?”소이연은 애써 자신을 진정시키며 물었다.“돌아가서 설명할게.”“결혼 날짜를 발표하는 거야?”소이연이 직설적으로 말했다.그러자 그가 한참을 침묵했다.“예상했던 결과야. 나한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아.”소이연이 분명하게 말했다.“그것만은 아니야.”“육현경, 가끔 넌 정말 무서울 정도로 이기적이야.”소이연이 또박또박 말을 끊어서 했다.육현경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너와 심아윤의 결혼이 어쩔 수 없다고 쳐. 그래도 심아윤 입장에서 두 사람이 연인 사이이고 정당한 관계야. 이렇게 나한테 집착하고 놓아주지 않으면 심아윤에게 공평할까? 물론 나도 너그럽지 못해서 나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을 동정하지는 않아. 난 그냥 너의 무책임함이 지겨워서 그래. 심아윤한테도 그렇고 나한테도.”“난 심아윤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육현경이 다시 반복했다.말투가 강한 것이 분노를 억누르는 것 같았다.“그건 네 일이야. 어떻게 하든 다 네가 선택할 일이야. 나 지금은 열심히 노력해서 내 인생을 살고 싶어. 더는 날 방해하지 않으면 안 돼?”소이연도 감정을 통제하지 못했다.“낙성에 오지 마. 내가 약속할게. 내 개인적인 일을 해결하기 전에 다시는 널 귀찮게 하지 않을게.”육현경이 약속했다.“누가 나한테 초대장을 보냈어? 심태섭이야?”소이연이 물었다.“그래.”“내가 심태섭을 거절하면 상업계에서 계속 몸을 담을 수 있을까?”“지금은 너의 칼끝을 거두어야 할 때야.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너를 노리고 있어.”“내가 칼끝을 거두면 그 사람들이 날 노리지 않을까? 육현경, 내가 뭘 하든 다른 사람에겐 눈엣가시야. 이 모든 것이 다 너 때문이고.”“내가 다 보상할게.”“필요 없어!”소이연이 단호하게 거절했다.“무조건 낙성에 갈 거야. 자선 파티에도 갈 거야. 너와 심아윤이 결혼 날짜를 발표하든 말든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소이연, 내 충고를 들어. 감정적으로 그러지 말고.”“너는 내가 화풀이하려고 낙성에 가는 줄 알아? 내가
”현경은 이연 씨를 해치지 않아요.”“근데 정말 내 한계를 건드렸어요!”소이연이 벌컥 문을 닫아버렸다.계지원도 소이연이 화났다는 걸 알고 있다.육현경의 처사 때문에 그녀가 쉽게 용서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소이연은 속에서 불이 나는 것 같았다.그래도 자신을 계속 진정시키며 어떻게 나갈 방법이 없는지 냉정하게 생각했다.그녀의 세계에서 육현경이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그 누구라도 허락하기 싫었다!소이연이 눈을 찔끔 감고 심문헌에게 전화했다.“몇 시에 도착해요? 내가 마중하러 갈게요.”심문헌이 전화를 받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누가 길을 막아서 가지 못해요.”상대방의 당황함이 휴대폰 너머로 느껴졌다.“육현경인가요?”“네.”“내가 도와줄까요?”“네.”“지금 바로 갈게요.”심문헌은 고민도 하지 않고 말했다.“알겠어요.”소이연이 전화를 끊었다.유일한 희망은 심문헌밖에 없었다.점심 시간이 되자 소이연이 문을 열었다.계지원이 아직도 밖에 서있고 몇몇 경호원들도 여전히 공손한 자세로 서있었다.“들어오세요.”소이연이 계지원을 집으로 불렀다.계지원이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봤다.“점심 드세요.”“네.”계지원은 거절하지 않고 소이연의 집으로 들어갔다.“면 끓이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드실래요?”소이연이 물었다.“고마워요.”소이연이 주방에 들어가서 국수 두 그릇을 들고 왔다.두 사람은 식탁에 앉아 아주 점잖게 먹기 시작했다.“육씨 저택에서 나왔어요?”소이연이 먼저 물었다.“네.”“가능성이 없다면 떠날 필요도 없잖아요.”“될 대로 되겠죠.”계지원이 담담하게 말했다.왠지 속세를 다 꿰뚫어본 느낌이 들었다.마치 자신이 잘 지내든 안 지내든 어떻게 지내든 상관없는 것 같았다.슬픔은 마음이 죽은 것보다 더 컸다.“수진이 지금 잘 지내고 있어요.”소이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밥할 줄도 알아서 시간이 되면 자기 음식 솜씨를 맛보라면서 집에 지수 씨랑 나를 초대하기도 해요.”“네.”계지원
송문수는 깍지를 끼고 있는 두 손을 바라보았다.심장은 더욱 빨리 뛰고 따뜻함은 배가 되고 있었다.그녀의 마음에 화답이라도 하듯 송문수 역시 더욱 세게 손을 잡았다.하지수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고 두 사람은 손을 꼭 잡은 채로, 로비로 들어갔다.그곳에는 문수의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셨다.문수의 형, 송승우도 앉아 있었다.둘이 손을 잡고 들어오는 모습을 본 승우의 눈에는 분노가 차올랐다.지금 도발하는 건가? 송문수와 하지수가 일부러 도발을?송문수의 부모님 역시 그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채고 흐뭇하게 웃고 계셨다.이 얼마나 바라왔던 일인가.문수의 어머님은 두 사람을 반갑게 맞아주시며 말씀하셨다.“얼른 들어와, 지금 바로 저녁 준비하라고 할게.”“네, 엄마.”송문수는 하지수의 손을 꼭 잡은 채로 어머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수도 그런 문수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그녀는 누군가와 손을 잡는 게 이렇게도 설레는 일인지 처음 깨달은 듯싶었다.그들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송문수와 하지수는 나란히 앉아 밥을 먹을 때에도 서로 눈길을 주고받으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님은 흐뭇하기 그지없었다.유독 송승우만 얼굴이 굳은 채로 한 술도 먹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너무 고생 많았어. 오늘은 특별히 너희가 좋아하는 반찬들을 준비했으니까 많이 먹어.”송문수 어머님은 반찬을 덜어주며 따뜻하게 말을 건넸다.송문수 아버님도 문수의 업무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질문도 하시곤 하셨지만, 문수를 지지해 주시는 마음은 느낄 수 있었다.저녁 식사는 시끌시끌하였다. 송승우만 빼고 말이다.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아무도 그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 혼자만 쓸쓸한 저녁 식사였다.식사가 끝난 후, 수다는 계속되었다. “곧 너의 아버님 환갑인데 난 시끌벅적 크게 보내고 싶은데 어때?”“좋아.” 송문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원하는 대로 해. 엄마랑 아빠가 기분 좋은 게 최고
업무를 마친 송문수가 고개를 들자, 하지수가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문수는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지수?”지수는 화들짝 놀라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송문수를 바라보다가 넋이 나간 것이었다.전에는 문수가 멋있다고 느낀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멋져 보였다.선명한 옆선, 뚜렷한 이목구비…문수의 얼굴에는 남성미가 흘러넘쳤다.눈에 콩깍지가 씌었나?지수는 마치 첫사랑을 만나기라도 한 듯 심쿵하고 말았다.그녀는 작심이라도 하듯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더 이상 문수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그러고는 용기를 내어 돌아서서 송문수와 눈을 마주쳤다.송문수 역시 지수가, 그녀의 눈빛이 평소와는 다르게 느껴지고 있었다. 서로의 눈길이 오가는 순간, 송문수는 자신이 그녀를 원하고 있음을 느꼈고 그녀를 꽉 끌어안고 싶었다.사무실 분위기는 어느새 조금씩 달아오르고 있었다.그때, 송문수의 전화벨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두 사람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타오르던 분위기가 천둥번개를 맞은 것처럼 부서지고 말았다.하지수는 고개를 숙이고 책상 위의 물건들을 정리하며 한편으론 자신의 일렁이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다.송문수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는 전화를 받았다.“엄마.”“아직도 퇴근 안 했어?” 전화기 너머로 문수 어머님의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퇴근하려고.”“기다리고 있을게.”“알겠어.”송문수는 통화를 마치고 하지수한테 말했다.“엄마가 빨리 오라고 하시네.”“그래.”하지수는 가방을 챙기고 송문수랑 같이 퇴근했다.차에 탄 두 사람은 서로 어색해하고 있었다.평소에는 아주 자연스럽게 업무를 논의하던 두 사람이 오늘은 서로의 눈은커녕 얼굴을 마주보기조차 부끄러운 상황이 되었다.하지수는 창밖을 바라보며 마음을 진정하려고 애썼다.송문수도 역시 창밖을 내다보았다.그의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빨리 뛰기 시작했다.수도 없이 많은 여자를 만나봤던 그가 하지수한테 빠지다니!그녀 앞에만 서면 심장이 고장 날 것만
허영지는 송문수의 사무실에 들어가서 말했다.“문수, 지수, 수고했어.”송문수와 하지수는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둘이 너무 일에 몰두한 나머지 허영지가 말하지 않았으면 사무실에 들어온 것조차 몰랐다.“엄마, 어떤 일로 오셨어요?”송문수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네 아버지가 기어코 오겠다고 해서 같이 왔지.”“아버지도 오셨어요?”송문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기어코 오겠다고 해서 말리지도 못했어. 근데 두 시간 후에 네 아버지를 데리고 갈 거야.”허영지는 웃으면서 말했다.“아버님은 많이 좋아지셨어요?”하지수는 다정하게 물었다.“의사 선생님은 큰 문제가 없다고 하셨어. 하지만 다시 그럴까 봐 걱정돼.”“맞아요. 아버님은 확실히 주의하셔야 해요.”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하고 나서 물었다.“어머님, 뭐 좀 드시겠어요? 비서보고 준비하라고 할게요.”“됐어. 그냥 너희 얼굴을 잠깐 보러 온 거야. 일하는 걸 방해하지 않을게.”허영지가 상냥하게 말하고선 떠나려고 하자 하지수는 일어서서 배웅하려고 하였다.그러나 허영지는 나오지 말라고 했다.“나 신경 쓰지 말고 일이나 해. 난 여기저기 구경하고 있을게. 참, 저녁에 집에 와서 먹어. 이제 곧 아버지 60세 생신이잖아. 얼마 전에 또 죽다가 살아났으니 축하할 겸 나쁜 기운도 제거하려고.”“알겠어요.”송문수가 대답하자 하지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오늘 문수 씨에게 일찍 퇴근하라고 할게요.”“내가 오씨 아줌마에게 반찬을 몇 개 더 준비하라고 할 테니 잊지 말고 와.”“네.”허영지는 기쁜 심정으로 떠났다. 얼마 전에 정말 너무 지쳤다.송기명의 일, 회사의 일, 송문수와 송승우의 일, 허영지는 하마터면 우울증에 걸릴 뻔했다. 지금 모두 순조롭게 풀려서 다행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서 다시 송문수와 하지수를 바라보았다.두 사람도 이제 아이를 가질 때가 되겠지?이것은 지금 그녀의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다섯 시 반.하지수는 송문수에게 퇴근하자고 하였다. 요새는 매일
“회사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넌 신경 쓸 필요 없다.”송기명가 담담한 표정으로 한 말에는 송승우가 괜한 말을 했다는 뉘앙스가 들어 있다.송승우도 알아들었다.송문수가 회사를 이끌고 어려운 고비를 넘긴 후부터 모든 사람이 그를 다시 보게 된 건가? 그가 보기에 송문수는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잡아서 운 좋게 성공한 것이었다.그는 늘 송문수를 얕잡아 보았다.“그럼 먼저 가볼게요.”송승우는 자기의 물건을 간단히 정리하고 나서 말했다.“그래.”송승우가 사무실에서 나오기 전에 문 앞에 잠시 멈춰서 말했다.“저는 장안시에 출장하러 왔어요. 여기에 며칠 머물다가 월요일에 서울로 돌아갈 거예요.”“알었어. 뭐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아주머니에게 말해.”아주머니는 집에서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오씨 아주머니였다.송승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예전에 그가 돌아올 때마다 집에서는 늘 열정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주었고 아버지는 출근하지도 않고 그와 함께 있어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쌀쌀한 태도로 대하다니!송문수가 잘하고 있으니까 자기는 소용없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송승우는 굳은 얼굴로 떠났다.허영지는 송승우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원래 좋은 말을 하고 싶지만 왠지 모르게 말하지 않았다.허영지는 송기명에게 다가가서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문수의 능력이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어서 대견스럽지만 그렇다고 해서 승우에게 차갑게 대하면 안 돼요. 예전에 우리가 문수에게 불공정하게 대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지금은 문수 때문에 승우에게 불공정하게 대하고 싶지 않아요. 두 아이를 평등하게 대해야죠.”송기명은 대꾸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여전히 불쾌했다.어쨌든 자기는 아직 은퇴도 안 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늙지 않았는데 송승우가 어찌 자기 사무실에 있는 의자에 앉을 수 있겠는가?그는 그동안 자기가 송승우에 대한 사랑과 칭찬이 너무 지나쳐서 그를 자고자대하게 만들었고 기본적인 예의와 공손함도 잊
송승우가 막 재무제표를 보려고 할 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인기척을 들었다.그는 고개도 들지 않고 강력한 어조로 말했다.“꺼져! 들어오기 전에 노크할 줄도 몰라?”문 앞에 선 송기명과 허영지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그들은 줄곧 송승우를 그들의 자랑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들 앞에서 예의 바르고 말을 잘 듣는 아들이 갑자기 이런 말투로 말하는 것을 보자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송기명이 회사에 있을 때도 아무 이유 없이 직원을 욕하지 않았다.송승우는 문 앞에 있는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끼자 계속 짜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말귀를 못 알아...”그가 말하면서 고개를 들어 보니 송기명과 허영지가 문 앞에 서 있었고 뒤에는 송기명의 비서가 보였다.송승우의 안색이 굳어졌고 눈빛에 당황스러운 기색이 스쳤다.그는 원래 화나 있었다. 회사의 재정이 갈수록 좋아졌고 송문수가 회사를 점점 잘 이끌고 있는 것을 보자 마음속에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이 생겼다. 그래서 들어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버럭 화를 낸 것이었다.“왜 여기에 있어?”송기명은 들어오면서 송승우에게 물었다.송승우는 그제야 자기가 아버지의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을 알아챘다.그는 아버지가 갑자기 회사에 오는 이유를 몰랐다.며칠 전에 그가 특별히 전화해서 물어봤을 때 어머니는 아버지를 집에서 좀 더 쉬게 하고 빨리 회사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였다.“회사에 제가 필요하는지 보러 왔어요. 문수가 혼자 회사에 있어서 걱정돼서요.”송승우는 다급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래?”송승우에 대한 송기명의 태도는 차가웠다.그는 자기의 사무실 의자를 향해 다가갔다.송승우는 급히 자리를 비켜주었고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아무리 친부자 간이라도 권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남이 자기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것은 자기 권위에 대한 도전이었다.사실 송승우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송기영은 자기의 의자를 힐끔 쳐다보고는 앉지 않았다.분명 꺼려서 앉지
“왜 이렇게 하는 거지? 쓸데없는 짓이 아닌가? 사든지 말든지 그들이 결정하라고 하면 우리의 매출에 도움이 안 되잖아!”송승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송문수에게 물었다.“제가 다시 한번 말할게요. 저는 판매량을 높이려는 목적이 아니고 직원의 피를 빨아먹으려는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이것은 일종의 직원 복지이고 보상입니다.”송문수는 정중한 표정으로 설명하였다.“그동안 회사에 변고가 생겼는데 직원들은 우리와 함께 어려운 고비를 넘겼어요. 이때 우리가 직원에게 복지를 주면 직원들의 열정을 자극할 수 있죠.”“그럼 직접 직원들에게 현금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이에 송승우는 비아냥거렸다.“직원에게 너무 큰 기대를 주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이런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가 또 다른 문제가 생길 때 그들은 회사에서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할 것을 기대하게 됩니다. 우리가 이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직원은 부정적인 정서가 나타나게 되죠. 반대로 우리가 적당한 보상을 주고 그들이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않게 할 수도 있으면서 혜택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송문수의 말이 끝나자 한 이사가 바로 입장을 밝혔다.“찬성합니다.”기타 이사도 연달아 맞장구를 쳤다.“나도 찬성하오.”“문수야, 어린 나이에 인심을 잘 아는구나. 참으로 대단한 친구야.”“송 회장도 드디어 후계자가 생겼네. 전에 우리가 괜한 걱정을 한 거였어.”“다음에 송 회장에게 축하 인사라도 해야겠어. 이런 아들을 둬서 정말 복을 받았다고.”송문서처럼 뻔뻔한 사람도 지나친 칭찬에 민망했다. 옆에 있는 송승우는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이사들이 송문수에게 아첨하는 모습을 보자 송승우는 울화가 치밀어 올라왔다.언제부터 송문수가 사람들의 칭찬과 인정을 받게 되었고 자기는 들러리가 되었지?회의가 끝난 후 각 부문은 신에너지 자동차의 홍보 마케팅을 합리적으로 분업해서 진행하기 시작했다.보름 후, 신에너지 자동차가 다시 출시되었다.출시
지금 송문수는 짧은 시간 내에 세계 최첨단 기술의 총 책임자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였다.이 소식이 전해지면 송씨 그룹의 매출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주식도 많이 오를 것이다.파산 직전에 있었던 송씨 그룹이 갑자기 몇 단계 업그레이드될 줄은 누가 알겠는가?이 모든 것은 송문수 덕분이었다.송승우는 믿기지 않아서 확실하게 조사했었다.송씨 그룹의 자금이 부족할 때 송문수가 개인 명의로 육현경을 찾아 돈을 빌려서 부족한 자금을 메웠다.지금 크레지의 기술 투자도 송문수가 하지수를 데리고 외국에 가서 받아온 것이고 회사에서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송승우는 말로 할 수 없는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회사를 지킬 수 있어서 송승우도 매우 기뻤다. 어쨌든 아버지는 회사의 일 때문에 중환자실에 들어갔으니 아버지가 무사하기를 바랐다.그러나 회사를 지킨 사람이 송문수라는 사실이...어렸을 때부터 송문수가 자신에게 뒤떨어진 사실에 익숙했는데 갑자기 잘나가니까 왠지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송승우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속마음을 숨겼다....송문수는 크레지와 계약을 체결한 후 기술에 대한 검토와 연개발을 진행하기 시작했다.물론 이것은 전문가가 해야 할 일들이다. 송문수는 모든 연구개발 플랫폼을 제공하였고 지원 작업도 완료했다. 이제부터 앉아서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지금 급선무는 신에너지 자동차를 생산한 후의 판매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모두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마지막에 뜻대로 될 수 있는지 모르기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송문수에게 있어서 신에너지 자동차가 다시 출시되고 예상 매출액을 실현하며 자금이 되돌아온다면 송씨 그룹의 모든 위기가 해결된 것이다. 그는 이사회 회의실에 앉아서 이사들과 판매 방안을 논의하였다.회의실 현장의 분위기가 매우 뜨거웠다.지금 회사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어서 이사들도 의욕이 불타올랐다.송승우가 제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다면 송문수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이사들이 송문수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송문수의 지시를 순순히
“늦었으니까 일찍 쉬자. 회사가 힘든 고비를 빨리 넘겼으면 좋겠어.”하지수는 송문수를 보면서 말했다.“그래.”송문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럼 내 방으로 갈게.”“알겠어.”“잘 자.”“잘 자.” 하지수는 일어나서 가기 전에 뭐가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갑자기 허리를 굽혀 송문수의 머리를 안고 그의 이마에 뽀뽀하였다.송문수의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 곧바로 폭풍우가 휘몰아친 것처럼 심장의 박동을 제어할 수 없었다.그는 손가락이 꼼지락거리면서 하지수를 끌어안으려고 하였다.그러나 하지수는 이미 그의 곁을 떠나서 손가락은 그녀의 옷을 스쳐 지났다.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고 그는 1초간 멈칫하다가 포기하였다.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까 봐 두려웠다.그리고 지금 시간이 너무 늦었고 하지수의 피곤함을 느낄 수 있었다.이 기간이 지나고 며칠 지나서...그와 하지수는 아직 많은 시간이 있으니까 조급할 필요가 없었다.송문수는 하지수가 그의 방을 나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심장은 여전히 제어되지 않고 벌렁벌렁 뛰고 있었다.그는 미래를 기대하기 시작했다.예전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 곧 현실로 다가올 것 같았다.송문수는 하늘이 드디어 그를 돌보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하늘이 그와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며칠 후.크레지는 그의 팀을 거느리고 송씨 그룹에 왔다. 송문수를 비롯한 임원들은 최고의 대우로 맞이하였다.송문수는 송씨 그룹에서 여러 번 수정한 가장 완벽한 제안서를 크레지에게 보여주었고 크레지는 매우 만족스러워했다.그러고는 크레지를 데리고 신에너지 자동차를 참관하였고 그들이 연구개발한 기술을 소개했다.그날 크레지는 바로 송씨 그룹과 합작해서 기술 투자를 해주기로 결정했다.다시 말하면, 세계 최정상 신에너지 자동차 연구개발 부서의 최고 등급의 총책임자가 곧 송씨 그룹의 신에너지 자동차의 연구개발에 참여한다는 것이다.이러면 송씨 그룹의 신에너지 자동차는 대중의 인정을
사실 송문수도 내성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지수의 앞에서 늘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송문수의 말에 하지수는 한숨을 내쉬었다.“왜 모두 날 못 믿는 거지?”송승우가 그녀를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송문수도 그녀를 믿지 않았다. 자신의 말이 이렇게 신뢰성이 없단 말인가?“그냥 송승우는 나보다 훨씬 나은데 당신이 날 선택하는 것이 이해가 안 돼서 그래.”송문수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지만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그는 너무 긴장해서 숨이 막힐 정도였다.“승우 오빠가 문수 씨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하지수는 망설이지 않고 말하였다.“응?”하지수의 말에 송문수는 눈썹을 치켜세웠고 자기의 귀를 의심하였다.송승우는 자기보다 능력이 뛰어나고 더 똑똑한 것은 모두에게 알려진 사실이었다.반대로 자신은 그냥 못난 놈이었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무능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승우 오빠가 문수 씨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 점점 그런 생각이 들어.”하지수는 다시 한번 말하였다.“근데 너 어렸을 때부터 형만 좋아했잖아? 몇 년 동안 좋아했지?”“지금 생각하면 그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해서 그런 것 같아.”하지수는 송문수에게 약을 발라주면서 말하였다.“어렸을 때 승우 오빠가 성숙하고 듬직하고 성격도 좋다고 생각했어. 당신처럼 걸핏하면 나를 괴롭히지는 않았으니까. 그리고 난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또 낯선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니 안전감을 줄 수 있는 듬직한 사람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하지수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때 승우 오빠는 나를 지켜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난 정말 승우 오빠와의 감정을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어. 승우 오빠에 대한 의지를 사랑으로 착각했던 것 같아. 지금 생각하면 아니야.”하지수는 연고를 내려놓고 송문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지금은 승우 오빠가 날 결혼식장에 버려두고 간 것을 조금도 원망하지 않아. 그리고 승우 오빠와 다시 잘되고 싶은 생각이 없고 심지어 나와 더 멀리 떨어졌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