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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작가: 나설희
"마감요? 이제 6시 좀 넘었을 뿐인데요?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에요?!"

소나은은 의아했다.

"아닙니다. 두 분은 여기서 당장 나가주십시오."

"우리가 왜 그래야 하죠? 우리 식사 아직 안 끝났어요."

문서아는 늘 그랬듯이 펄쩍 뛰며 말했다. 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 레스토랑은 두 분을 환영하지 않습니다."

"내가 누군지 알고 하는 얘기야?!"

"모릅니다."

종업원이 대답했다.

"문서아 몰라요? 톱스타이자 문씨 그룹 큰 아가씨예요."

소나은이 옆에서 말했다.

"네."

하지만 종업원은 여전히 냉담하기 그지없었다.

"손님, 나가는 문은 이쪽입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온 문서아와 소나은이 어금니를 깨물고 떠날 준비를 하려던 찰나.

문득 옆 테이블에 앉은 소이연이 보았다.

‘이 여자도 여기에 있었다니?!’

문서아는 그녀 옆에 있는 낯선 남자와 어린아이를 뚫어지게 보았다.

육현경은 문서아처럼 눈이 높은 여자도 놀라게 할 비주얼의 소유자이다.

‘장안시에 이렇게 잘생긴 남자가 있었어?!’

그녀는 연예계에서도 이렇게 잘생긴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언니?"

소나은이 소이연을 불렀다.

소이연은 마치 못 본 척, 못 들은 척했다.

소나은은 육현경을 보았다. 그녀는 육현경의 외모에 깜짝 놀라 괜히 질투를 느꼈다.

‘소이연이 어떻게 이렇게 잘생긴 남자를 만날 수 있지? 서인이 오빠보다 부족한 게 하나도 없잖아.’

소나은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는 갑자기 문득 뭔가 생각난듯 황급히 말했다.

"혹시 이쪽이 언니가 좋아한다는 그 소방관?!"

문서아는 저도 모르게 실망했다.

어쩐지 본 적 없더라니, 같은 계층의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옆에는 이 남자 아들이야? 아무리 서인이 오빠랑 헤어졌어도 그렇지, 어떻게 복수를 위해 애 딸린 남자를 만나서 언니 자신을 더럽혀!"

소나은의 시선은 육민에게로 향했다.

육민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적의가 가득 찬 눈길로 소나은을 노려보았다.

얼핏 듣기에 소나은은 호의적인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비꼬는 말이었다. 그녀의 말은 소이연을 모욕하는 한편, 육현경에게 그는 단지 비상용일 뿐이라고 알려 주는 셈이다. 즉, 두 사람의 관계를 이간질하는 거였다.

"게다가 이런 고급 레스토랑에 데리고 왔다니. 여기 얼마나 비싼 줄 알아? 대충 한끼를 먹어도 최소한 백만 원이야!"

소이연은 몸을 일으켜 소나은을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그녀는 최소한 육민에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지만, 점점 과분해지는 소나은의 말과 행동을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살포시 육민의 작은 귀를 막았다.

"더는 이렇게 뻔뻔스럽게 굴지 마!"

소이연은 차가운 소리는 극에 달했다.

"누구나 너처럼 쓰레기 줍는 걸 좋아하는 줄로 아나 본데, 문서인...... 자기 아랫도리도 못 가리는 남자 때문에 난 전혀 슬프지 않아. 내가 복수할 게 있기나 해?! 그날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을 때부터 문서인은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야!"

"너......"

소나은은 소이연의 말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문서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가져보지도 못한 주제에 잘난 척하기는!"

소이연은 문서아를 노려보았다.

문서아는 그녀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와 시선을 마주치며 또박또박 말했다.

"맞잖아, 네가 어떤 여자인지 장안시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어! 하긴, 넌 우리 오빠한테 버려졌지. 너 같은 여자는 저런 남자랑 어울려!"

문서인은 육현경을 힐끔거리며 말했다.

‘거지 주제에 애까지 딸렸다니.’

문서인은 육현경에 대한 미련을 깔끔히 버렸다.

‘난 소이연처럼 이런 남자나 스폰해 줄 싼 여자가 아니야!’

"어떤 남자요?!"

육현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나지막한 목소리에 음산함이 감돌았다.

소나은과 문서아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두려움이 생겼다.

문서아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소나은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당신들은 평가할 자격이 없어요!"

육현경은 무거운 목소리로 다시 한번 말했다.

"나와 소이연 씨 사이가 궁금해요? 맞아요! 나 이 여자 좋아서 이 여자한테 잘 보이려고 애쓰고 있어요. 우리 사이를 방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만두지 않아요. 이건 충고가 아니라 경고에요.”

말을 끝내고,

육현경은 종업원에게 눈빛을 보냈다.

"두 분은 이쪽으로 나가시죠."

종업원이 급히 다가와 쌀쌀한 태도로 말했다.

소나은과 문서아는 남자의 말에 저도 몰래 뒤통수가 서늘해졌다.

한참 뒤에야 두 사람은 정신을 차렸다.

문서아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왜 저 둘은 내쫓지 않는 거야?!"

‘왜 우리만 내쫓는 거지!’

"왜냐하면, 두 분에게만 마감하면 되니까요."

문서아는 화가 치밀어 올라 높은 소리로 말했다.

"나 육 씨 그룹 육현경의 약혼녀야. 그런데 감히 나를 쫓아내?!"

종업원은 잠시 멈칫하다가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장 내 앞에서 꺼져."

문서아가 큰 소리로 명령했다.

"두 분이 안 가시겠다면 경비를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남종업원은 다시 냉담해졌다.

"너!"

문서아는 얼굴이 빨개졌다.

"됐어, 서아야, 우리 가자."

소나은은 말썽을 일으킬까 봐 서둘러 그녀를 끌어당기며 단호하게 말했다.

"다신 여기 안 와."

"다음은 없습니다. 두 분은 이미 블랙리스트에 올랐습니다."

문서아는 화가 나서 뚜껑이 열릴 것 같았다.

소나은은 통제 불능인 문서아를 끌고 다급히 레스토랑을 나섰다.

"주변에 기자가 있을지도 모르니, 일단 참고 나중에 다시 따지자."

만약 지금 이 상황이 누군가가 파놓은 함정이라면 손해 보는 사람은 오직 문서아 뿐이다. 그러니 화가 나도 순순히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녀들이 떠난 레스토랑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그들은 아무 일도 없었듯 식사를 계속했다.

소이연은 나이프와 포크를 잘 사용하지 못하는 육민을 위해 자기의 그릇에 담긴 스테이크를 잘게 썰어 육민의 스테이크와 교환했다.

"고마워, 엄마."

육민은 기분이 좋아져 이내 몸을 일으켜 소이연의 볼에 입을 맞췄다.

육현경은 두 사람의 모습을 그윽이 바라보았다.

소이연은 사랑스러운 눈길로 육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머리를 숙이고 다시 스테이크를 썰었다.

그런데 이때, 하얗고 예쁜 큰 손이 그녀의 그릇을 가져갔다.

소이연은 흠칫했다.

그녀는 육현경이 자기가 썰어놓은 스테이크를 그녀의 스테이크와 교환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소이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천천히 말했다.

"고마워요."

“고마움을 행동으로 표현해도 돼요."

육현경은 눈을 내리깔고 천천히 스테이크를 잘랐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귀티가 흘러나왔다.

그녀는 문서인과 소나은이 얼마나 눈썰미가 나빠야 육현경을 소방관으로 생각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됐다.

"민이처럼."

육현경은 덧붙여 말했다.

소이연은 당연히 그가 무엇을 얘기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내가 민이에게 스테이크를 잘라 줬고 대표님은 나한테 스테이크를 잘라 줬으니, 퉁치는 거로 해요.

육현경은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런 셈이죠."

메인 요리를 다 먹은 후.

육민은 즐겁게 디저트를 먹고 있었다.

"엄마, 이거 좀 먹어봐. 진짜 맛있어."

육민이 열정적으로 말했다.

소이연은 육민을 거절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한 입 먹었다.

"달콤하지?"

"달콤해."

"그래?"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으로 업무를 보고 있던 육현경은 그들의 대화에 한마디 했다. "나도 한 입."

육민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아빠는 단 음식을 먹지 않았다.

하지만 육민은 순순히 숟가락으로 육현경에게 한 입 떠주었다.

소이연은 입가에 맴도는 말을 삼켜버렸다.

그녀는 민이에게 숟가락을 바꾸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이렇게, 그녀와 육현경은......

소이연은 모른 척했다.

육민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

"아빠, 달콤하지?"

"달콤해."

육현경은 입술을 오므렸다가 갑자기 머리를 들더니 소이연을 쳐다보며 덧붙였다. "달콤해요."

소이연은 왠지 얼굴이 뜨거워졌다.

왠지 육현경이 말하는 "달콤해요."는 의미심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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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도 친척들이 있는 자리라 소이연은 소나은의 체면을 뭉개지 않았다.소파 한구석에 앉아있는 그녀는 유난히 이 자리와 어울리지 않는다."소이연, 할머니 생신인데 넌 선물도 준비 안 했어?"소승영의 친동생인 소명희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소명희네 가족들은 모두 소씨 그룹에서 소승영의 덕을 보며 살고 있고 또한 양화랑와도 가깝게 지내고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그 당시 양화랑이 소승영과 결혼할 수 있었던 건 소명희의 공이 크다고 한다.소이연은 차갑게 웃었다.소나은과 문서인이 사귀게 된 건 문서아의 공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기 때문이다.‘역시 소나은은 그 피를 제대로 물려받았구나!’"쟤 선물 따위는 바라지도 않아!"유백희는 시큰둥하게 말했다."쟤 꼴에 무슨 돈이 있어서 선물을 하겠어? 궁상맞아서!""할머니,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언니 지금 은하 그룹 회장이에요. 은하 그룹이 얼마나 승승장구하는데요. 저번에도 우연히 언니를 보았는데 친구들과 함께 '더 청담'에서 식사하더라고요. 그곳은 워낙 비싸기로 유명한 곳이에요. 한 끼 식사에 2백만 원은 거뜬히 넘는 곳이라 평소 같으면 저도 부담되어서 잘 안 가요. 그날은 수아가 저녁을 사겠다고 하는 바람에…"소나은은 말을 내뱉다가 갑자기 자기가 말실수를 한 듯 입을 틀어막았다."소이연, 인제 보니 너도 즐길 줄 아는 애였구나!"유백희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소이연, 네가 잘못했네. 그렇게 비싼 레스토랑에서 친구한테 밥을 사줄 돈은 있고 할머니 생신 선물 준비할 돈은 없어? 내가 보기에도 너무 한다."소명희가 집안 어른 행세를 하며 혀를 찼다."그러니까. 소이연, 넌 어쩜 그리 양심도 없어? 어찌 됐든 일 년에 한 번밖에 없는 할머니 생신인데…""나은이 봐봐. 할머니한테 직접 옷 디자인해 드렸어. 얼마나 귀티 나고 보기 좋아."거실에 있던 친척들은 소이연을 비웃었다.예전의 그녀라면 아마 묵묵히 참았을 것이다.그러나 이제 그녀는 남한테 당하기만 하던 나이를 훌쩍 넘겼다."내 기억이 틀리지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8화

    소승영은 모두가 그의 영상에 놀란 줄 알고 득의양양했지만, 이내 모친의 안색이 어둡게 변한 것을 발견했다.소나은은 다급히 단상으로 올라가 초조하게 스크린을 가리키며 말했다."아빠, 아빠…"소나은의 귀띔에 소승영은 고개를 돌렸다.스크린을 확인한 그는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그것은 그와 이현아의 불륜관계를 폭로하는 영상이었다. 화면에는 그들의 사진, 동영상뿐만 아니라 오글거리는 채팅 기록도 있었다. 하도 노골적이어서 그는 차마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린 소승영은 직원들한테 화를 벌컥 냈다."당장 꺼, 당장 끄라고!"직원들은 놀라서 얼른 동영상을 껐다.허나 때는 이미 늦었다. 사람들은 똑똑히 다 보았다…"누구 짓이야? 누가 그런 거야?!"소승영은 단상에서 노발대발했다.유백희는 화가 나서 얼굴이 창백해졌다.생일잔치에서, 그것도 이렇게 많은 친인척 앞에서 체면을 구기다니!한편, 유백희 옆에 앉아있던 양화랑은 이런 모욕적인 일을 겪어도 감히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아빠…"소나은은 소승영을 끌어당기며 진정하라고 타일렀다.소승영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친인척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입을 열었다."다들 식사하세요. 조금 전 영상은 분명 누군가가 절 모함하기 위해 만든거에요. 다 조작된 거라고요! 고작 이런 일로 우리 어머니 생신에 영향을 주면 되겠어요?"말을 마친 그는 씩씩거리며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은 그는 여전히 안색이 어두웠다."소승영, 네가 밖에서 무슨 짓을 하던 난 상관 안 해. 하지만 오늘,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아무튼 저 여자는 내 눈에 띄게 하지 마!"유백희는 화가 나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어머니, 이게 다…""핑계 대지 마."유백희는 화를 잔뜩 냈다."화랑아, 저 여자는 네가 처리해. 다시는 얼씬도 못 하게!"양화랑은 눈시울을 붉히며 서러운 표정을 지었다."네, 어머님.""다들 식사하세요!"유백희가 사람들한테 손짓했다.오늘 유백희의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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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81화

    소이연과 육현경이 떠나니 송씨 일가 사이에는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송문수를 한번 보던 허영지와 송기명은 하지수를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수 아침 안 먹었지? 이것 좀 먹어봐.”“감사합니다.”시어머니를 향해 웃어 보인 하지수는 송문수의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문수 씨도 일찍 오느라 못 먹었을 텐데 같이 먹어.”하지만 들려오는 건 차가운 거절뿐이었다.“난 배 안 고파.”“배 안 고파도 먹어야지, 안 그러면 속 다 상해.”송문수의 거절에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물어보는 하지수였지만 송문수는 끝내 고개를 저어버렸다.“밥 생각 없어.”그때 음식들을 의자에 내려놓은 허영지가 고개도 들지 않고 담담히 말했다.“많이 사서 지수 혼자 다 못 먹어. 너도 같이 먹어.”갑작스러운 제 어머니의 말에 잠시 당황하며 눈을 돌리던 송문수는 이번에는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제가 몇 번이나 말해도 꿈쩍 않던 사람이 어머니의 말에는 고분고분한 걸 보며 하지수는 화가 나기는커녕 그런 송문수가 안쓰러워 보였다.송문수를 알면 알수록 그의 외로움이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서 마음이 아팠다.어제도 잘못한 건 허영지인데 아무런 사과도 없이 그저 밥을 먹으라는 말 한마디 했다고 다시 순한 양으로 돌아오는 걸 보면 송문수는 참 아직까지도 가족의 사랑을 고파하는 것 같았다.송문수와 하지수가 밥을 먹느라 의자에 앉아있을 때, 옆에서 보던 송기명이 문득 입을 열었다.“밥 먹고 얼른 호텔가서 좀 쉬어, 낮에는 우리 둘이 승우 옆에 있을게. 우리도 나이가 드니까 밤은 못 새겠다, 고생했어 둘 다.”“괜찮아요 아버님, 고비만 잘 넘기면 되는데요 뭘.”“호텔가면 병원 일은 신경 쓰지 말고 푹 자. 몸부터 챙겨야지, 이런 상황에 쓰러지면 큰일이잖아.”“네.”계속 웃으며 대답하는 하지수와 달리 송문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그렇게 밥을 다 먹은 둘은 바로 병원을 나서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마침내 둘만 있게 되자 하지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어머님 아버님도 어제 일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80화

    “그래요 그럼.”소이연과 대화를 나누던 하지수는 그들을 데리고 중환자실로 향했다.유리창을 통해 침대에 누워있는 송승우를 보던 소이연은 자연스레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물론 그녀가 송승우와 이렇다 할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워낙 친구를 사귀기 싫어하는 송승우 때문에 육현경이 송승우와 친한 것도 아니었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 안쓰럽긴 했다.다들 송승우보다는 어렸기에 송승우는 어릴 적부터 그들을 꼬맹이라 칭하며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다.그래서 좋은 감정이랄 것도 없었지만 송승우가 그들의 가장 친한 친구인 송문수의 친형이라 육현경은 도의상 아내와 함께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승우 씨는 지금 어떤 상태에요?”“많이 좋아졌어요. 전에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가족들이 기다리는 거 알고 이젠 조금씩 마음 추스르더라고요. 그래도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아요.”누구라도 그럴 것 같아 소이연은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난 승우 오빠 믿어요, 어릴 때부터 강한 사람이었으니까 마음 추스르고 나면 다시 잘 지낼 거에요.”육현경 옆에서 송승우를 긍정하는 하지수의 말을 듣던 송문수는 또다시 씁쓸해졌다.하지수를 포함한 모두가 송승우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저는 그저 생겼으니 낳은 존재 같았다.“그럼 다행이죠. 그래도 본인 마음이 가장 중요하니까 지수 씨도 너무 급해 하진 말고 송승우 씨한테 믿고 맡겨봐요. 누구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거 아니겠어요?”직설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소이연이 전하고자 하는 건 아무리 송승우가 중요하다 해도 그와 너무 가깝게 지내면 불필요한 오해가 만들어질 테니 조심하라는 뜻이었다.“그래야죠.”그녀의 말을 제대로 이해한 하지수도 깊은 공감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하지수가 사실 송승우가 중환자실에서 나가면 그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려고 마음먹고 있었다.옆에서 아무리 응원을 한다고 한들 본인이 결심이 서지 않으면 모든 건 다 헛수고였기 때문이다.그들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79화

    중환자실 안에서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는 하지수와 송승우를 보니, 관심과 안쓰러움이 가득한 눈으로 송승우를 바라보는 하지수를 보니 이곳에 괜히 온 것만 같았다.자신이 오지 말아야 할 데를 온 것만 같아 그는 조용히 중환자실 복도를 벗어났지만 그렇다고 떠나진 않고 복도의 끝에서 하지수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는 그녀가 나올 때 금방 도착한 사람처럼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하지수는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송문수에 아주 기뻐하며 그를 향해 달려갔다.“문수 씨, 여긴 왜 왔어?”하지만 하지수의 말을 들은 송문수는 그녀의 기쁨이 불만 같아 보였다, 마치 자신을 불청객 취급하는 것 같았다.“교대할래?”“아니.”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하지수에 역시나 자신이 괜한 오지랖을 부렸다고 확신한 송문수는 피식 웃으며 자리를 뜨려 했는데 그 순간 하지수가 해명을 해왔다.“내 말은 문수 씨랑 같이 있고 싶다는 말이었어. 어머님 아버님이랑 교대하자.”송문수가 오늘따라 이상한 것 같았지만 하지수는 어제 허영지와 다툰 일로 아직도 마음 상해 있는 거라고 생각하며 자연스레 그의 손을 잡았다.그녀와 함께 의자에 앉은 송문수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끝내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을 다물어버렸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지수에게 서운했던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기에 송문수는 제 옆에 딱 붙어 앉은 하지수의 몸이 본인 쪽으로 기울 때마다 무표정으로 조심스레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어제 술 마신 거 아니었어? 취해서 못 일어날 줄 알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온 거야?”“많이 안 마셔서 안 취했어.”“그렇구나.”마음 내키는 대로 일을 처리하던 예전의 송문수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에 하지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어제 네가 이연 씨한테 나 찾아달라고 부탁한 거야?”천우진이 바에 있는 저를 찾아왔을 때부터 송문수는 핸드폰도 안 가지고 나간 저를 찾기 위해 하지수가 소이연에게 부탁한 것임을 눈치채고 있었다.“응, 당신이 너무 걱정돼서 이연 언니한테 부탁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78화

    “지수야, 여기서 계속 안 지켜도 돼.”송승우는 사실 밖에서 쪽잠을 자는 하지수가 안쓰러워 그녀를 돌려보내려고 불러들인 것이었다.“안돼요 그건, 어머님 아버님 오실 때까진 여기 있어야 해요.”하지만 하지수는 역시나 단칼에 거절했다.“안 그래도 돼, 나 때문에 가족들 힘든 거 보고 싶지 않아.”“오빠만 괜찮아지면 그걸로 충분해요 우린.”“괜찮아질까...”본인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듯한 눈빛에 하지수는 다시 그를 다독이기 시작했다.“내가 전에도 말했었죠, 다리 하나 없는 거 그거 흠도 아니라도. 오빠는 똑똑한 머리가 있잖아요, 그거 국가 재산이라니까요? 오빠 어릴 때 꿈 다 잊은 거예요? 정말 여기서 포기할 거예요?”“아니, 포기 안 해.”하지수의 적극적인 격려에 송승우는 마침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하지만 송승우는 그냥 하필이면 저한테 이런 일이 생긴 게 억울했다.인류 사업에 공헌하며 좋은 일을 하고 있는 제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그는 하늘이 무심하게만 느껴져서 한쪽 다리를 잃고 어떻게 이 세상을 헤쳐나가야 할지가 막막했다.“단단해져야죠 오빠.”“지수야.”그때 송승우가 힘겹게 손을 뻗자 하지수는 다급히 물었다.“물 줄까요?”“아니, 네 손 잡고 싶어.”하지만 예상치 못한 말에 당황한 하지수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안돼?”“아니요.”“오빠 아직 몸도 다 안 나았는데 내가 괜히 만져서 아플까 봐 그러죠.”하지수가 송승우의 손을 막으며 말했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네 온기를 느끼고 싶어. 네 응원 아니었으면 난 진짜 버텨내지 못했을 거야. 네가 내 옆에 있어 줘서 정말 다행이야.”“난 항상 오빠 옆에 있을 거예요.”“고마워 지수야, 나도 절대 너 실망시키지 않을게.”“알았어요, 그 말 믿을게요.”하지수는 송승우가 이 상황을 버텨내게 하는 유일한 동력이었기에 그는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놓을 생각을 않고 있었다.송승우는 하지수만 제 옆에 있다면 다리를 하나 잃는다 해도 살고 싶었다.그런데 그 아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77화

    하지수가 피곤하다 하면서도 돌아가겠다는 말은 안 하니 허영지와 송기명의 입장은 더욱더 난처해졌다.그렇게 복도에 나란히 앉은 그들은 다시금 침묵을 유지하기 시작했다.그 시각 하지수는 계속 소이연과 문자를 주고받으며 송문수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다.임신 중이라 소란스러운 곳에 있는 게 힘들었던 소이연을 배려해 그들은 천 씨 저택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송문수, 육현경, 천우진 그리고 심문헌 이 네 사람이 함께 술을 마시고 있다는 내용의 문자였다.그런데 워낙 늦은 시간인지라 소이연도 결국 사진 한 장을 보내며 말했다.[나 이제 정말 못 버티겠어요, 이만 자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문수 씨 친구들이랑 같이 있으면 괜찮을 거니까 지수 씨도 이제 걱정 마요.][알겠어요, 언니도 얼른 자요. 오늘 진짜 너무 고마웠어요.][그런 소리 말라니까요.]마침내 핸드폰을 내려놓은 하지수는 고개를 돌려 시부모님을 바라보았다.이미 송기명의 어깨에 기대있는 허영지는 금방이라도 눈을 감아버릴 것만 같았다.만약 허영지가 송문수와 다투지만 않았었다면 잠을 푹 잔 송문수가 진작에 와서 그들과 교대를 했을 텐데, 그러면 두 분이 이렇게 고생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하지수는 모든 게 자업자득이라 생각했지만 두 분 어르신이 고생하는 걸 보는 게 편치 않았기에 결국 입을 열었다.“어머님 아버님, 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돌아가세요. 제가 승우 오빠 옆에 있을게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도 드리고요.”그 말에 허영지도 바로 나가려 했지만 그러면 너무 속보일 것 같아 관심 어린 말을 한마디 보탰다.“너 혼자 괜찮겠어? 힘들면 너 먼저 가서 좀 자. 그러고 나서 우리랑 교대하면 되니까.”“아니에요, 얼른 들어가서 주무세요. 어머님 아버님은 푹 주무시고 내일 다시 오세요.”그 말에 허영지가 망설이며 송기명을 보자 송기명이 대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그럼 우린 먼저 갈게. 오전부터 여기 계속 있느라 힘들지? 네가 고생이 많네.”“아니에요.”미소로 화답한 하지수는 떠나려는 송기명과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76화

    하지수는 허영지, 송기명과 함께 병원에 있으면서도 송문수 생각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지수 씨, 오빠가 문수 씨 찾았대요. 바에서 술 마시고 있는데 그냥 좀 기분 나빠 보이는 것 말고는 별문제 없대요. 나랑 현경이도 지금 서울로 가고 있으니까 곧 문수 씨 만날 거에요.]저녁때가 다 돼서야 온 소이연의 문자였지만 그래도 한지수는 송문수가 무사하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정말 고마워요 언니. 언니 아니었으면 부탁할 사람도 없었어요 진짜.][별일도 아닌데요 뭐. 그리고 나도 오빠 때문에 현경이랑 어차피 서울에 올 거였어요. 그냥 조금 일찍 온 것뿐이죠.][네.]감사한 마음을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어 하지수는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어떤 마음은 전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했다.그때 소이연이 바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송문수의 사진을 보내왔는데 불빛이 하도 어두워 사람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마는 다운된 그의 기분은 화면을 뚫고도 느껴졌다.하지수는 당장이라도 송문수에게로 가고 싶었지만 병실에 누워있는 송승우와 피곤에 찌들어있는 시부모님을 향해 차마 그 말을 뱉을 수는 없어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한편 병원에서 꼬박 하루를 지킨 허영지는 이미 온몸이 쑤셔왔고 송기명도 마찬가지였다.원래는 그들을 호텔로 보내고 본인 혼자 병실을 지키려던 하지수는 문득 송문수를 대하는 시부모님의 태도가 떠올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수는 송문수가 그랬던 것처럼 시부모님도 밤을 한번 지새워봐야 그렇게 잠에 빠져든 아들을 이해할 것 같았다.송승우를 지키는 건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라 온 가족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걸 하지수는 그들 스스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사실 허영지와 송기명은 아까부터 하지수가 입을 열길 기다리고 있었다.이 집안에 젊은이라곤 하지수와 송문수뿐이라 지금 저들을 대신해 병실을 지켜줄 사람은 하지수밖에 없었고 또 하지수가 낮에 잠도 조금 잤으니 밤을 새우는 게 그녀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75화

    절망과 슬픔이 가득한 두 눈으로 저를 보고 있는 송승우는 평소답지 않게 나약해 보였다.그런 그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조금은 짐작이 갔던 하지수가 입을 열었다.“오빠, 괜찮아요 이제.”“우리가 옆에 있을 거예요. 같이 치료해나갈 거니까 절대 포기하지 마요. 의사 선생님도 수술 잘돼서 금방 나을 거라고 했어요.”“나아진다고?”미약한 목소리가 눈 속에 가득했던 슬픔과 함께 흘러나왔다.“오른쪽 다리가 없는데 어떻게 나아져? 난 이제 병신일 뿐이야.”“오빠가 왜 병신이에요? 오빠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연구원에서 일하는 과학자예요. 어떻게 본인을 그렇게 낮춰요?”“오빠의 머리는 국가 재산인 거 잊었어요? 이런 좌절 한 번 겪었다고 영영 주저앉을 거에요? 내 맘속의 오빠는 영원히 그 천재 송승우예요. 그건 앞으로도 안 변해요.”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송승우는 그럼에도 자신이 불구가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는지 눈물을 쏟아냈다.“오빠, 힘내요 우리.”하지수는 그가 흘린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어머님 아버님 다 오빠 걱정뿐이에요, 계속 밖에서 기다리고 계시는데 오빠가 계속 이렇게 절망한 채로 있으면 그분들은 또 어떻게 살겠어요? 오빠는 그분들의 자랑이잖아요, 마지막까지 자랑스러운 아들이 돼야죠.”“난 이제 부모님의 자랑이 아니야, 사지도 멀쩡하지 않은 내가 어떻게 자랑스럽겠어.”“부모님은 세상에서 오빠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에요. 한쪽 다리가 아니라 두 다리를 다 잃었다고 해도 부모님은 오빠를 자랑스러운 아들로 여기실 거에요. 오빠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오빠 대신해서 더 가슴 아파할 거라고요.”“넌 나 안 더러워? 다리도 없는 내가 너무 역겹잖아.”“누가 그런 말을 해요, 난 그냥 오빠를 보면 가슴이 아파요.”“오빠만 포기 안 하면 돼요, 다들 오빠 응원하고 있어요. 모든 걸 잃었다고 해도 우리가 있잖아요,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너도 내 옆에 있을 거야?”“당연하죠. 나도 오빠 곁을 지킬게요.”나지막이 묻는 송승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74화

    “죄송해요 어머님, 저도 좀 흥분한 것 같아요. 집안에 큰일이 일어나서 가족들 전부 감정이 격해졌을 거예요. 저도 앞으로는 좀 더 신경 쓸게요. 저 얼른 옷 갈아입고 승우 오빠한테 가볼게요.”허영지의 말에 제대로 된 답을 하지 않은 하지수는 그만 옷을 갈아입으러 가버렸고 허영지는 송기명을 바라보았다.제 아내의 곤혹스러운 표정을 본 송기명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지수 말이 맞아요, 집안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으니까 다들 감정 제어를 잘 못 했죠. 그렇다고 우리 감정을 다른 사람한테 푸는 건 잘못된 거예요. 그건 불공평하잖아요.”“나는 그냥...”“당신도 며칠 전에 문수 많이 변한 것 같다고 했었잖아요. 어릴 때부터 못 해준 게 너무 많다고 미안해하더니 왜 이젠 또 이렇게 불만이 많아진 거예요? 어젯밤도 문수가 밤새 승우 지키고 있었는데 걔도 잠은 자야죠. 그래야 우리랑 교대도 하죠. 우리 나이에 버티면 얼마나 버틴다고 그래요?”“하지만 승우한테 다리 절단했다는 걸 알려준 게 문수잖아요. 의사 선생님도 절대 비밀로 하라고 하셨는데 그랬잖아요! 그래요, 어릴 때 내가 잘 못 키운 건 맞아요. 그런데 그렇다고 이런 저급한 실수를 할 정도는 아니잖아요.”“당신 입으로도 저급한 실수하고 하면서 왜 문수가 그런 실수를 했을 거라 생각하는 거예요? 예전에는 그렇다 쳐도 문수가 우리 회사 맡으면서부터 나랑 따로 얘기도 많이 했었어요. 우리 문수 할 말 못 할 말은 가리는 아이고 그런 시행착오는 한 번도 범한 적 없었어요.”“그래서 더 화가 난다고요, 괜찮아진 줄...”“승우가 스스로 눈치챘을 수도 있잖아요.”송기명은 계속 반박하는 허영지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승우처럼 똑똑한 애가 문수가 말 안 한다고 눈치 못 챌 것 같아요? 승우 본인 몸은 본인이 가장 잘 알겠죠, 그냥 그 안에 있던 게 문수라 우리가 오해한 것뿐이에요.”처음에는 같이 화를 내던 송기명도 조금 진정하니 모든 게 명확해졌었다.사람이 화가 나면 판단력이 흐려진다는데 그래서 그만 송문수를 오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73화

    하지수의 전화를 받은 소이연은 그녀의 목소리만 듣고도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다.“지수 씨, 무슨 일 있어요?”“문수 씨가 오늘 어머님이랑 좀 다퉜는데 핸드폰도 다 깨져버려서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요. 나도 문수 씨가 걱정되는 데 아버님이 승우 오빠 먼저 설득해달라고 해서 지금 병원으로 가는 중이거든요.”“그래서 현경이랑 친구분들더러 문수 씨 찾아달라고 하라는 거죠? 혹시 문수 씨가 안 좋은 생각 할까 봐?”“네.”아직 본론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바로 알아맞히는 소이연이 제 친구라서 하지수는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내가 현경이한테 말할 테니까 지수 씨는 걱정 말고 승우 씨한테 가요. 찾으면 연락할게요.”“고마워요 언니.”“아니에요.”전화를 마친 하지수는 아무리 심호흡을 해봐도 답답한 가슴을 안고 병원에 들어섰다.바로 중환자실로 향한 그녀 눈에 보이는 건 복도에 앉아 쉴 틈 없이 울고 있는 허영지였다.하지수가 병원을 나설 때도 울고 있더니 아직까지도 진행 중인 것 같았다.저 눈물이 송승우를 위해 흘리는 건지 아니면 송문수와 다퉈서 흘리는 건지는 몰라도 하지수는 어떻게 위로를 전해야 할지 몰랐다.솔직히 말하면 별로 위로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허영지가 송문수를 대하는 태도는 하지수마저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기 때문이다.“지수 왔구나”“네, 아버님.”“승우가 너 빼곤 아무도 보지 않겠대. 승우 아니었으면 너 이렇게 급하게 오라고 하지도 않았을 거야.”“네.”그들은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아들을 위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줄 사람이었으니 하지수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옷 갈아입고 들어가 볼게요.”고개를 끄덕이는 송기명에 하지수가 몸을 돌리던 찰나, 허영지가 아직도 화난듯한 어투로 물었다.“송문수는 안 온대?”“모르겠어요.”“어디 갔어?”“그것도 몰라요.”“걔 지금 나랑 해보자는 거지? 지금이 어떤 상황인 줄 뻔히 알면서 뭐 하는 짓이야!”하지수는 눈물을 흘리며 발악하는 허영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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