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7화

Author: 나설희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하도 친척들이 있는 자리라 소이연은 소나은의 체면을 뭉개지 않았다.

소파 한구석에 앉아있는 그녀는 유난히 이 자리와 어울리지 않는다.

"소이연, 할머니 생신인데 넌 선물도 준비 안 했어?"

소승영의 친동생인 소명희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소명희네 가족들은 모두 소씨 그룹에서 소승영의 덕을 보며 살고 있고 또한 양화랑와도 가깝게 지내고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그 당시 양화랑이 소승영과 결혼할 수 있었던 건 소명희의 공이 크다고 한다.

소이연은 차갑게 웃었다.

소나은과 문서인이 사귀게 된 건 문서아의 공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기 때문이다.

‘역시 소나은은 그 피를 제대로 물려받았구나!’

"쟤 선물 따위는 바라지도 않아!"

유백희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쟤 꼴에 무슨 돈이 있어서 선물을 하겠어? 궁상맞아서!"

"할머니,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언니 지금 은하 그룹 회장이에요. 은하 그룹이 얼마나 승승장구하는데요. 저번에도 우연히 언니를 보았는데 친구들과 함께 '더 청담'에서 식사하더라고요. 그곳은 워낙 비싸기로 유명한 곳이에요. 한 끼 식사에 2백만 원은 거뜬히 넘는 곳이라 평소 같으면 저도 부담되어서 잘 안 가요. 그날은 수아가 저녁을 사겠다고 하는 바람에…"

소나은은 말을 내뱉다가 갑자기 자기가 말실수를 한 듯 입을 틀어막았다.

"소이연, 인제 보니 너도 즐길 줄 아는 애였구나!"

유백희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소이연, 네가 잘못했네. 그렇게 비싼 레스토랑에서 친구한테 밥을 사줄 돈은 있고 할머니 생신 선물 준비할 돈은 없어? 내가 보기에도 너무 한다."

소명희가 집안 어른 행세를 하며 혀를 찼다.

"그러니까. 소이연, 넌 어쩜 그리 양심도 없어? 어찌 됐든 일 년에 한 번밖에 없는 할머니 생신인데…"

"나은이 봐봐. 할머니한테 직접 옷 디자인해 드렸어. 얼마나 귀티 나고 보기 좋아."

거실에 있던 친척들은 소이연을 비웃었다.

예전의 그녀라면 아마 묵묵히 참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남한테 당하기만 하던 나이를 훌쩍 넘겼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할머니께서 입고 있는 이 옷은 아마 문씨 그룹의 SW 시리즈 모델일 거예요. 그것도 작년 디자인."

소이연은 그 자리에서 바로 폭로해 버렸다.

소나은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녀가 반박하기도 전에 소이연이 재차 입을 열었다.

"이 시리즈는 중장년층을 겨냥한 제품이라 디자인도 유명하지 않았고 잘 팔리지도 않았어요. 제가 문씨 그룹에 있을 때 이 옷은 공장 재고량만 해도 만여 벌 이상은 되었을 거예요. 설마 문서인이 너한테 줬어?!"

소나은은 얼굴이 하얗게 질렀다.

소이연 때문에 진실이 드러나서 극도로 난처해졌다.

쉽게 환심을 살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쉽게 들통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할머니, 그런 거 아니에요! 할머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선물 드린 거예요. 유행하는 게 다 좋은 것만은 아니잖아요. 할머니는 워낙 품위가 있으셔서 남들과는 달라요. 믿지 못하시겠다면 고모한테 물어보세요, 할머니한테 어울리는지 어울리지 않는지?"

소나은은 연신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

소명희는 당연히 소나은의 편을 들며 이내 맞장구를 쳤다.

"나 오늘 보자마자 엄마 옷 너무 예쁘다고 했잖아요. 엄마는 워낙 기품이 넘치는 데다가 나은이가 선물한 옷까지 입으니 더욱 우아해 보여요."

"역시 나은이는 눈썰미가 있어. 숙모님이 이 옷을 입으시니 정말 너무 태가 산다."

"난 여태껏 이렇게 예쁜 옷을 본 적이 없는데…"

주위의 사람들이 지나치게 비위를 맞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백희가 어디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인가? 팔리지 않는 옷을 그녀한테 선물했는데 기뻐할 리가 있나?!

하지만 체면이 구겨질까 봐 사람들 보는 앞에서 감히 뭐라고 내색하지 못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소나은에 대한 감정에 금이 간 건 사실이었다.

"소이연, 네 선물은?"

소명희는 고의로 그녀를 난처하게 하려고 사람을 윽박질렀다.

"받을 생각이 없다잖아!"

소이연이 말도 꺼내기 전에 유백희는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소나은도 이렇게 성의 없이 선물을 준비했는데 소이연은 더욱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선물 때문에 계속 체면을 구기고 싶지 않았다!

소이연은 유백희를 바라보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원래는 할머니한테 드릴 선물을 준비했어요."

유백희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소이연은 가방에서 그다지 정교하지 않은 선물 케이스를 꺼냈다.

하지만 박스를 열자마자.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

그 안에는 루비 목걸이가 들어있었다.

딱 봐도 값어치가 엄청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건 지난번 경매회에서 낙찰된 그 중세기 유럽 귀족 목걸이가 아니야? 60억짜리 목걸이, 어떻게 네 손에 있어?!"

소명희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날 경매회에 참석한 그녀도 이 목걸이가 마음에 들었다.

"설마 짝퉁은 아니겠지?"

누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고모는 줄곧 보석을 연구해 오셨잖아요. 고모가 보기에 짝퉁이에요?"

소이연이 소명희에게 물었다.

소명희는 진짜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 자리에서 거짓말을 하면 자기의 명성에 누가 될까 봐 두려웠다.

그녀는 할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진품 맞아요."

소명희의 말이 끝나자,

장내가 떠들썩해졌다.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려고 했다.

유백희도 그 루비 목걸이에 홀딱 반해버렸다.

"언니가 어떻게 이걸?"

소나은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소이연한테 어떻게 이런 귀한 물건이 있다고?!

엄마와 고모가 이 목걸이에 대해 몇 번이고 얘기하는 걸 들은 적 있는데.’

"문서인이 나한테 선물한 거라고 하면 너 피 토하고 죽을 수도 있겠다?"

소이연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순간 소나은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문서인이 소이연한테 이렇게 귀중한 선물을 했다니!

그녀는 질투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

소이연은 소나은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천천히 목걸이를 거두었다.

"할머니께서 제 선물은 원하지 않으신다고 하니 저도 억지로 강요할 생각은 없어요."

유백희는 입을 열려고 했다가 자존심에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다시 삼켰다.

아까 한 말이 있는데 인제 와서 달라고 하면 체면을 구기는 일이다!

지금 이 순간, 화가 난 유백희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소이연은 마치 유백희의 안색을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루비 목걸이를 가방에 도로넣었다. 그녀는 선물할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다.

눈치가 빠른 소명희도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오늘 이 자리에서, 소이연을 난처하게 하기는커녕 소나은의 체면만 잃게 하고 루비 목걸이 또한 날리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었다.

다행히도 친척들이 하나둘 소씨 별장으로 도착했다.

다들 친척들을 대접하느라고 더는 소이연을 상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연회가 시작되었다.

소승영은 유백희의 생일을 맞아 소씨 가문의 별장 뒤뜰에 임시로 자리를 마련했다. 두 모자는 친척들 앞에서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 그리고 효자 모습을 보여줬다.

소이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직원에게로 향했다.

"이건 아버지가 할머니를 위해 준비한 서프라이즈예요. 영상을 틀 때 이것부터 먼저 틀고 전에 준비한 영상 틀어요."

"네."

직원이 얼른 대답했다.

소이연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자리로 돌아와 이따가 벌어질 일을 기대하였다.

넓은 별장 뒤뜰에서, 소승영은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다음은 제가 우리 어머니를 위해 준비한 생신 축복 영상입니다. 함께 보시죠"

모든 사람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대형 스크린에서 갑자기 민망한 화면이 나타났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동영상 속 여주인공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남자 주인공은 소승영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순간 장내는 쥐 죽은 듯 고요해졌고 다들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소승영은 여전히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소승영이 효자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부친께서 돌아가신 후 모친을 지극정성으로 돌봐드린다고 해서 장안시에서 효자로 명성이 자자하다.

Related chapters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8화

    소승영은 모두가 그의 영상에 놀란 줄 알고 득의양양했지만, 이내 모친의 안색이 어둡게 변한 것을 발견했다.소나은은 다급히 단상으로 올라가 초조하게 스크린을 가리키며 말했다."아빠, 아빠…"소나은의 귀띔에 소승영은 고개를 돌렸다.스크린을 확인한 그는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그것은 그와 이현아의 불륜관계를 폭로하는 영상이었다. 화면에는 그들의 사진, 동영상뿐만 아니라 오글거리는 채팅 기록도 있었다. 하도 노골적이어서 그는 차마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린 소승영은 직원들한테 화를 벌컥 냈다."당장 꺼, 당장 끄라고!"직원들은 놀라서 얼른 동영상을 껐다.허나 때는 이미 늦었다. 사람들은 똑똑히 다 보았다…"누구 짓이야? 누가 그런 거야?!"소승영은 단상에서 노발대발했다.유백희는 화가 나서 얼굴이 창백해졌다.생일잔치에서, 그것도 이렇게 많은 친인척 앞에서 체면을 구기다니!한편, 유백희 옆에 앉아있던 양화랑은 이런 모욕적인 일을 겪어도 감히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아빠…"소나은은 소승영을 끌어당기며 진정하라고 타일렀다.소승영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친인척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입을 열었다."다들 식사하세요. 조금 전 영상은 분명 누군가가 절 모함하기 위해 만든거에요. 다 조작된 거라고요! 고작 이런 일로 우리 어머니 생신에 영향을 주면 되겠어요?"말을 마친 그는 씩씩거리며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은 그는 여전히 안색이 어두웠다."소승영, 네가 밖에서 무슨 짓을 하던 난 상관 안 해. 하지만 오늘,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아무튼 저 여자는 내 눈에 띄게 하지 마!"유백희는 화가 나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어머니, 이게 다…""핑계 대지 마."유백희는 화를 잔뜩 냈다."화랑아, 저 여자는 네가 처리해. 다시는 얼씬도 못 하게!"양화랑은 눈시울을 붉히며 서러운 표정을 지었다."네, 어머님.""다들 식사하세요!"유백희가 사람들한테 손짓했다.오늘 유백희의 생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9화

    소이연의 대꾸에 소나은은 말문이 막혔다."소이연. 나은이는 네 걱정해서 그러는 건데 너는 왜 항상 이렇게 쌀쌀맞고 공격적이야. 아무리 우리가 헤어져서 마음이 불편하다고 해도 앞으로는 다 친척일텐데...""문서인, 내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너는 널 너무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나한테 넌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소나은을 싫어하는 건 너랑 상관없어. 아니네, 조금은 상관있네."소이연이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버프가 더해져서 더 싫긴 하지.""언니, 나를 얘기하는 것까진 괜찮은데 서인 오빠한테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되지..."소나은의 말이 채 끝나지 않았지만 소이연은 먼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정말 못 봐주겠네.’멀어져가는 소이연의 뒷모습에 소나연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문서인도 크게 다를 바 없다.소이연은 점점 더 그를 안중에 두지 않는다."소이연!"소승영이 성난 목소리로 불렀다.소이연은 입술을 깨물었다.굉장히 짜증 나지만 그래도 아빠가 부르는 거라 예의상 몸을 돌렸다.소이연은 지금 소씨 가문 사람들을 잘 대응하지 않으면 자리를 뜰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따라와."소승영은 말 한마디만 남기고 뒤돌아갔다.소이연은 마지못해 따라갔다.소씨 가문 사람들이 그녀에게 집으로 오라고 한 것은 단순히 비웃기 위한 것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반드시 또 다른 음모나 계략이 존재할 것이란 걸 진작에 짐작했다.그들은 소씨 별장 2층 테라스로 왔다.소승영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차갑게 물었다."네 짓이야?""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소이연이 시치미를 떼자 소승영은 화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아까 그 영상!""아빠, 나 너무 대단하게 봐주시는 거 아니에요? 저 이제 막 은하 그룹에 왔는데 아빠랑 비서 사이를 어떻게 알겠어요...""그만해!"소승영은 듣기 거북한 진실에 화를 벌컥 냈다. 처음에는 물론 소이연을 의심했다. 하지만 그와 이현아 사이의 비밀스러운 일을 어떻게 금방 회사에 들어온 소이연이 알 수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20화

    소이연은 눈앞에 있는 남자를 빤히 보았다.약간 통통한 외모는 지극히 평범하며 별로 기억에 남을 만한 포인트는 없었다.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천천히 말했다."기왕 이렇게 된 이상 그쪽을 난처하게 할 일은 없겠네요""너 내가 육씨 그룹에서 어떤 사람인지 알아? 나 육씨 그룹에서도 알아주는 사람이야! 연봉이 무려 2억도 넘는다고!"장지원은 잘난 척하며 소리를 질렀다.소이연은 "풉"하는 소리와 함께 어이없다는 듯 웃더니 뒤돌아 떠나갔다.장지원은 소이연의 뒷모습을 보며 어리둥절해졌다.이 정도 조건이면 소이연이 매달릴 줄 알았는데, 그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사실 장지원은 소씨 가문이 장안시에서 그나마 영향력이 있어 거절하기 힘들었을 뿐 소이연에 다른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오늘 소이연을 직접 보니 사진보다 훨씬 예뻤다. 하여 장지원은 이런 여자와 결혼하지 않더라도 대충 데리고 놀기엔 좋다고 생각했다. 그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번졌다.소이연은 장지원의 생각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단지 빨리 소씨 별장을 떠나고 싶었다."언니."뒤에서 징글징글한 소나은의 부름 소리가 또 들렸다.소이연은 낯빛이 어두워졌다.‘죽고 못 사는 문서인과 붙어있을 거지, 왜 내 주위를 맴도는 거야?’"장지원 씨가 얼굴은 평범해도 알고 보면 성실하고 믿음직한 사람이야. 수입도 안정적이라 소방원과 사귀는 것보다 훨씬 나아! 어차피 새엄마가 될 운명이라면 안정적인 사람을 택하는 게 좋지 않겠어?"소나은은 마치 선심을 쓰는 듯 말했다."얼굴이 못나면 꼭 성실하고 믿음직한 사람이야?"소이연은 머리를 돌려 소나은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말했다.소이연의 눈빛에 소나은은 머리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그렇다고 하기엔 넌 너무 잔꾀가 많은데?"소이연은 쌀쌀한 말투로 한마디 던지고 떠났다.한참 뒤에야 소나은은 비로소 소이연이 자기를 못생기고 잔꾀가 많다고 욕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지만 소이연은 벌써 저만치 떠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소나은은 혼자 이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21화

    이현아를 보낸 뒤 소이연은 유정하의 도움으로 새로운 남자 비서, 정민기를 찾았다. 그는 나이도 많지 않고 학력도 적당하며 은하 그룹에 입사한 시간이 길지 않아 어느 라인에도 서지 않았다.화요일, 원래 계획에 따라 소나은은 다음 시즌 디자인 초안을 보고했다.넓은 회의실에서, 소나은은 자기의 디자인을 설명했다. 하지만 소이연의 뜨거운 눈빛에 그녀는 점점 더 자신감이 없어졌다.아무리 앞으로 한 주일의 시간을 더 준다 한들 그녀는 좋은 디자인을 내놓을 수 없다. 기껏해야 지금의 기초하에서 조금 더 수정만 할 뿐."소 부장은 이 디자인이 통과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소이연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물었다."회장님, 개인적으로 트렌드의 흐름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행을 따르지만 우리 브랜드의 개성을 잃지 않고 브랜드만의 독특한 포인트는 유지했는데 안 될 게 뭐가 있어요?"소나은은 이미 핑계를 준비했다."개성? 포인트? 우리 은하 로고 외에 뭐가 특별한 지 하나도 안 보여요. 내 눈에 지금 은하의 옷들도 단지 유행하는 요소들을 짜깁기한 것으로 보이는데, 더 웃기는 건 이번엔 짜깁기도 똑바로 못했네요."소나은은 소이연으로 인해 자존심이 팍팍 구겨졌다.하지만 소나은과 함께 온 디자인팀 차장, 팀장 등 모두는 소나은의 편이다.팀장 유혜주가 말했다."우리 팀 실력은 그냥 이 정도라 회장님의 요구와 기준을 만족시켜 드릴 수가 없어요. 그렇게 불만족스러우면 직접 코치하는 건 어때요?"업종이 다르면 서로 이해하기도 힘들거니와 설령 볼 줄 안다고 해도 직접 조작할 줄은 모른다.그녀는 소이연이 정말 디자이너들에게 코칭을 할 거라는 걸 믿지 않았다."좋아요."소이연은 망설임 없이 바로 대답했다.유혜주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소나은은 의아한 표정으로 소이연을 쳐다봤다."디자인 팀의 요구에 따라 오늘부터 디자인 팀은 제가 직접 관리할게요."말을 끝낸 소이연은 시선을 돌려 소이연을 쳐다보았다."그렇다면 소 부장은..."소나은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22화

    소승영은 그녀의 말이 미심쩍었다.회사 임원들은 모두 소승영 라인이라 소이연의 말을 귓등으로 들었다. 이에 소이연도 은하 그룹을 관리하는 데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은 건 사실이다.‘나은이를 이용해 일을 쉽게 진행할 계획인 건가?!겨우 이 정도밖에 안 되다니. 내가 그럴 줄 알았지.’"나은이 은하에서 오래 일했으니 당연히 너보다 잘할 거야. 은하를 잘 관리하려면 나은이 힘을 빌리는 게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는 하지."소승영은 아주 만족스러워했다."그렇길 바라요."소이연은 비위를 맞춰주는 척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소승영을 몇 번이고 비웃었다.소나은의 힘을 빌리는 일은 도둑놈한테 문을 열어주는 거와 다를 바 없다!"아, 그리고 저번에 봤던 장지원...""저의 사적인 일이라면 신경 안 쓰셔도 돼요."소이연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이내 휴대폰이 다시 울렸지만 소이연은 받지 않았다.벨 소리가 멈추고 문서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나은이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대표로 승진시켜 줬다면서? 두 사람 화해해서 정말 기뻐. 원래 두 사람은 친자매잖아. 그런데 나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 금이 가면 내가 얼마나 미안하겠어."소이연은 바로 메시지를 삭제했다.어떤 사람들은 참 뻔뻔하다.......육씨.육현경은 회사 임원들과의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이명진은 육현경에게 블랙커피를 내려준 뒤 업무 보고를 하고 나서 말했다."방금 은하 그룹에서 소식이 왔어요. 사모님이 소나은을 대표로 승진시켰다고 해요."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던 육현경의 손이 멈췄다."사모님이 혹시 소씨 가문 사람들에게 협박이라도 받은 건지 한번 확인해 볼까요?""아니."육현경은 눈동자를 굴리더니 뭔가 생각이 떠올랐다."우선 지켜보고 있어.""네."육현경은 다시 시선을 컴퓨터로 옮기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음 달 17일, 할아버지 생신인데.""네, 회장님의 생신 초대장은 전부 보내 드렸습니다."이명진은 공손하게 말하였다."혹시 특별한 지시가 있을까요?""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23화

    소나은은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은 고작 오후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아직 2시간도 넘게 남았는데.""일찍 퇴근하면 안 돼?"문서아는 몹시 불쾌해했다."같이 쇼핑이나 가자."소나은은 조금 머뭇거렸다.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조퇴해도 소승영이 뭐라 하지 않았었다.그런데 지금은 소이연이 회장 자리에 있으니 만약 들키게 되면 꼬투리라도 잡힐까 봐 걱정되었다. 그러나 문서아한테도 미움을 사면 안 된다. 문서인과의 결혼이 순리롭게 진행될 때까지 이 시누이의 기분도 좋게 해 줘야 한다.거듭 생각한 후, 소나은은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지금 바로 나갈게, 어디서 만날까?""세광국제쇼핑센터.""20분이면 도착해."통화를 종료한 후, 소나은은 직접 운전해 목적지로 향했다.같은 시각,소이연이 사무실에서 디자인 초안을 그리고 있는데 누군가에게서 연락이 왔다.그녀는 휴대폰을 힐끗 쳐다보더니 손에 들고 있던 초안을 내려놓고 전화를 받았다."네, 대표님.""언제쯤 호칭 바꿀래?"귀에 익은 목소리는 여전히 허스키하고 매력적이다."그럼 뭐라고 불러요? 육현경 씨? 현경 씨? 아니면 뭐 별명 같은 거 있어요?"육현경은 소이연이 이렇게 말을 잘 들어줄 줄 몰랐다. 육현경은 잠시 멈칫하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듣고 보니 다 비슷하네, 딱 한 개만 빼고......""뭔데요?"“여보라고 불러.”육현경은 느리지도 급하지도 않은 부드러운 말투로 그녀를 심쿵하게 만들었다."... ...""급하지 않으니까 나중에 천천히 바꾸자."그는 전혀 개의치 않은 듯 말했다.소이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육현경은 너무나도 뻔뻔했다.그녀는 육현경의 "엉큼한 농담"을 무시하고 물었다. "근데 무슨 일로 연락했어요?""지금 시간 돼?""아니요.""민이가 널 찾아.""대표님......""17일 약속 잊지 않았지?!""아직 15일밖에 안 됐어요."소이연은 달력을 유심히 살펴보았다."17일은 중요한 날이라 좀 차려입어야 해. 시간 나면 나 대신 민이랑 턱시도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24화

    "소이연?!"그 순간, 문서아도 소이연을 발견했다.그만큼 소나은의 목소리가 아주 높았다는 걸 의미한다.물론 소이연도 그 소리를 들었지만 굳이 대꾸하지 않았다."소이연. 넌 왜 여기서 알짱거려?!"문서아는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소나은도 강아지처럼 졸졸 뒤따라갔다.문서아는 못마땅한 얼굴로 육민을 힐끗 보더니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하루라도 빨리 계모가 되고 싶어 아주 안달 났구나? 여자 망신은 다 시키고 다니네. 남자한테 잘 보이려고 아주 돈을 다 쏟아붓는 거야? 여기 턱시도 최소 몇백만 원인데 너 아주 용을 쓰는구나!"육민은 미간을 찌푸렸다.또 못된 두 아줌마를 만나다니. 소이연과 기분 좋게 쇼핑하던 육민은 기분이 잡쳤다.소이연은 문서아를 쏘아보더니 태연하게 휴대폰에 있는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소이연의 휴대폰에서 문서아의 목소리라 흘러나왔다.문서아는 얼굴이 새파래졌다.소이연이 그녀의 말을 녹음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이 음성 녹음 인터넷에 쫙 뿌리면 우리 대단하신 연예인님 이미지에 어떤 영향이 갈지 너무 궁금한데?"소이연의 미소는 지금 상황과 맞지 않게 너무 예뻤다."듣자 하니 너 드라마 무산됐다며?""소이연, 너!"문서아는 화가나서 소리 질렀다."인터넷에 뿌려지는 게 싫으면 너 그 주둥아리 좀 닥쳐!"소이연이 카리스마 넘치게 말했다.문서아가 소이연 앞에서 이토록 모욕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오빠랑 연애할 땐 항상 양보했는데, 이젠 내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으려 하네.’"서아야, 진정해. 우리 언니 진짜 무슨 일이든 할 사람이야."그녀가 화를 내려고 할 때 소나은은 그녀를 끌어당기며 중재인 역할을 했다."하긴 열여덟에 원나잇도 한 여자가 무슨 짓을 못 하겠어?!"문서아가 비아냥거렸다."그만해, 서아야."소나은이 계속 말렸다."이런 사람하고 입방아를 찧는 것도 귀찮아."문서아는 오만방자한 모습을 하고 몸을 돌려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소나은은 계속 좋은 사람인 척 연기했다. "언니, 너무 신경 쓰지 마.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25화

    "좋아"는 "된다"는 뜻인가?소이연은 매장 직원에게 턱시도를 포장해 달라고 했다. 이때 또 다른 매장 직원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드레스를 들고 그녀에게 다가왔다."나 그거 입어볼래요!"문서아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매장 직원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문서아는 드레스를 향해 다가갔다. 하지만 이내 다른 직원이 그녀를 막아섰다."손님 죄송하지만 이 드레스는 소이연 씨 것입니다."매장 직원은 거듭 사과하며 말했다."뭐? 쟤 거라고? 내가 먼저 봤으면 내 거예요! 나 지금 당장 입어볼 거예요!" 문서아가 억지를 부렸다. 심지어 매장 직원의 손에서 옷을 낚아채더니 흥분한 듯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대보았다.오랜 시간을 골랐지만 그녀 마음에 드는 것은 오직 이 드레스뿐이다."정말 예쁘다."소나은은 비록 그녀를 칭찬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질투를 느꼈다.사실 그녀도 이 드레스가 마음에 든다."손님, 이 드레스는 소이연 씨가 주문 제작한 드레스라서요...""얼마죠?"문서아는 대답을 듣지도 않고 말했다."지금 바로 결제할게요." "돈 문제가 아니고요...""당신, 내가 컴플레인 거는 수가 있어요!"문서아는 악랄하게 협박했다.매장 직원은 난처한 표정으로 소이연을 바라보았다.소이연은 의아했다. 그녀는 한 번도 여기서 드레스를 맞춘 적이 없다. 그런데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그녀의 가슴속에는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끓어올랐다. 이 드레스는 육현경이 그녀를 위해 준비한 서프라이즈 선물인 것 같았다."카드 긁어줘요!"문서아는 VIP 카드를 꺼내 매장 직원을 향해 의기양양해서 말했다."이 드레스는 소이연 씨 몸에 맞춰서 주문 제작된 거라... 특히 허리가 엄청 얇아서 손님한테는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매장 직원이 다시 설득했다."지금 내 몸매를 의심하는 거예요?"문서아는 분노하며 말했다."지금 당장 입을 테니 똑똑히 봐요!"말과 함께 드레스를 들고 피팅룸으로 향했다."문서아, 싸가지없이 굴지 마! 몇 번을 말해, 이 드레스 내 거야!

Latest chapter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307화

    “지수야, 너는 좋은 아이라는 걸 알아. 네가 얼마나 착한지도 알아. 하지만 네가 이렇게 집착하는 건 원하지 않아.”송승우가 좀 더 진지해졌다.“너의 방식은 너 자신을 다치는 것뿐만 아니라 문수에게도 상처를 주고 있어.” 하지수는 잠시 멈칫하며 송승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알다시피 너와 문수의 결혼은 네가 이끌어 가고 있는 거야. 네가 이혼하지 않는 한 부모님은 너희를 이혼할 수 없어. 그런데 네가 이렇게 송문수와 얽히고 있으면 그의 감정을 생각해 본 적 있어? 그는 이혼하고 싶지만 이혼할 수 없고 놀고 싶어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돼. 지금 문수도 진퇴양난이야.” “하지만 나는 송문수가...” “그가 너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니? 그날 밤 음주 운전까지 하면서 너를 만나러 오려 했던 거?”송승우가 물었다.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실제로 송문수가 자신을 어느 정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왜 그런 일을 했을까? 술을 마셨는데도 쉽게 떠날 수 없었던 그는 그녀의 전화를 받고 빗속을 뚫고 오는 데 두려워하지 않았다.그때 그녀의 마음이 흔들렸다고 인정한다.송문수에게 처음으로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 후 그녀는 그가 출소하기를 기다리며 진심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어 했지만 송문수 계속 거절했다. “지수야, 너는 너무 순수해.”송승우가 말했다.“이런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나면 당연히 신경 쓰게 돼. 송문수가 네 사고 이후에 너를 찾아온 건 인간적인 걱정일 뿐이고, 그의 음주 운전은 법을 무시한 행동이었을 뿐이야. 혼동하면 안 돼.” “하지만...” “지금 나는 너를 강요하지 않아. 네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시간을 줄게.”송승우가 하지수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나는 네가 상처받는 걸 원하지 않지만 지금 보니 너는 끝까지 가봐야만 마음을 바꿀 것 같아.” 하지수는 침묵했다. 그래. 하지수는 더 노력하고 싶었다. 하지수는 송문수와의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306화

    송문수는 차갑게 물었다.하지수는 송문수가 술을 마셨는지 전혀 몰랐고, 그냥 주소를 알려주었다.말을 마친 후 차 안에서 오랫동안 송문수를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사실 전화를 끊고 나서 하지수는 후회와 놀라움을 느꼈다. 왜 송문수에게 전화했을까? 가장 도와주지 않을 사람은 송문수였다. 하지수는 경찰에 전화했야 했다. 아니면 보험사나 4S 매장에 전화해야 했다. 아마도 그때부터 하지수는 이미 송문수와 잘 지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송문수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결국 송문수는 오지 않고 전화로 물었다.“심각하게 다쳤니?” “크게 다친 것 같진 않아. 차 앞부분이 가드레일에 부딪혔고, 내 머리도 좀 긁힌 것 같아.” “우선 경찰에 신고하고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가. 그리고 보험 회사와 4S 매장에 연락해 손해를 평가받아.”송문수는 말을 마친 후 전화를 끊었다. “안 오니?”하지수가 그에게 물었다. 그 순간 그녀는 눈물이 핑 돌았다. 사실 하지수는 이렇게 하는 게 맞다는 걸 알고 있었다. 변호사이기 때문에 정해진 절차를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냥 사고가 나서 의지할 누군가가 필요했다. 오늘 밤의 사고는 하지수에게 세상을 떠난 부모님을 떠올리게 했다.“안 갈 거야.”송문수가 차갑게 말했다.“하지수, 너는 변호사잖아. 사고 후의 절차를 더 잘 알지 않을까?” 말을 마친 송문수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때 그녀는 송문수에게 정말 실망했다. 어떤 정도로 실망했냐고?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다시는 발전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심지어 이혼도 생각했다. 그 후 그녀는 모든 일을 스스로 처리한 후 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을 때 온몸이 피투성이인 송문수를 만났다. 옆에는 두 명의 경찰이 있었다. 하지수는 자신이 잘못 봤다고 생각해 달려가서 물었다. “송문수,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피투성이야?” “내 피가 아니야.”송문수는 무관심하게 대답했다. “그럼, 누구 거야?”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305화

    송승우는 잠시 얼어붙었다. 그는 놀라서 물었다.“이제 막 한 관광지를 갔는데 다른 두 곳도 준비했어. 먼 곳도 아니야. 왜 벌써 피곤해? 아니면 오후에 일이 있어?” “아니에요.”하지수가 고개를 저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더 놀다 가자.”송승우가 농담처럼 말했다.“걱정하지 마, 미아로 만들지는 않을게.” “승우 오빠, 우리 서로 거리를 두는 게 좋겠어요.”하지수는 솔직하게 말했다. 송승우의 얼굴에 있는 미소가 서서히 굳어졌다. “지수야, 내가 그렇게 싫어?” “우리 사이에는 더 이상 가능성이 없어요. 오빠에게도 나에게도 송문수에게도 오해를 주고 싶지 않아요.” “왜?”송승우가 하지수에게 물었다.“나는 네 마음을 알아. 너는 송문수를 좋아하지 않고 나를 좋아했잖아. 그런데 왜 지금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데 다시 거부하는 거야? 부모님이 강요한 거야? 걱정하지 마, 내가 부모님에게 잘 설명할게. 어떤 일이든 내가 감당할 거야.” “부모님 때문이 아니에요.”하지수가 그의 말을 끊었다.“이제는 오빠를 좋아하지 않아요.” 송승우는 멍해졌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충격에 그는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 잘못 들었는지 의심했다. “지수야, 너 뭐라고 했어?” “예전에 오빠를 정말 좋아했어요. 결혼 준비 중에 오빠가 떠나서 많이 힘들었어요. 왜 갑자기 결혼식에 도망갔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그래서 송문수와 결혼하기로 한 것뿐이에요. 오빠 부모님이 나를 키워주신 은혜도 있지만 오빠한테 화가 난 게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왜...” “하지만 그건 예전 일이고 지금은 송문수와 잘 지내고 싶어요.”하지수가 한 단어씩 강조하며 말했다.“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감정은 식기 마련이고 오빠를 향한 그리움은 이제 없어요. 지금은 송문수와 함께 있고 싶어요.” “송문수한테 미안해서 그래?”송승우가 하지수에게 물었다. 그는 하지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믿을 수 없었다. 송승우가 하지수를 계속 사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304화

    맛이 아주 좋았다. 송승우는 하지수가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하고 있었다. 감동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송승우와 송문수의 태도는 완전히 달랐다. 하지수는 두 사람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맛있어?” “아주 맛있어요.” “다 먹을 수 있어?”송승우가 물었다. “다 못 먹어요.”하지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가득 찬 작은 만두 한 바구니에서 그녀는 많아야 절반 정도만 먹을 수 있었다.“괜찮으면 하나만 줘. 나도 아침을 안 먹었거든.”송승우가 말했다. “오빠 아침 안 먹었어요? 기다리는 동안 먹을 수도 있었잖아요.”하지수는 놀라서 물었다. “열고 나면 김이 빠져서 식으면 맛이 없잖아. 그리고 나도 그렇게 배가 고프지 않았어.” 하지수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만두를 집어 송승우의 입술에 내밀었다. 만두가 작아서 송승우는 한 입에 물었다. 송승우의 입술이 하지수의 손가락에 닿았다. 하지수의 손가락이 잠시 굳었다. 그리고 그녀는 만두를 옆의 팔걸이에 놓았다.“편할 때 다시 먹어요.” 송승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입가에는 분명한 미소가 떠올랐다. 방금의 접촉이 지수도 부끄러워하겠지. 목적지에 도착했다. 서울에는 특별히 재미있는 곳이 없지만 유적지가 많았다. 송승우는 첫 번째로 하지수를 성벽으로 데려갔다. 하지수는 체력이 괜찮았다. 송승우과 함께 오랫동안 걸었다. 송승우는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두 사람은 고대 인들이 남긴 지혜를 감상하며 하지수는 송승우의 설명을 들었다. 가이드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우리도 인증샷 찍자.”송승우가 말했다. “네?” 송승우는 스마트폰을 꺼내 셀카 모드로 전환했다. “지수야, 조금 더 들어와야 찍혀.” 하지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송승우의 카메라에 나왔다. 하지만 거리를 두기로 했다. “웃어봐.”송승우가 말했다. “웃으면 안 예뻐요.”하지수가 거부했다. “말도 안 돼 너 웃으면 제일 예뻐.”송승우는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303화

    “가식 떨지 마!”송문수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수는 송문수의 분노가 느껴졌다. 그녀는 송문수를 바라보며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정말로 호의로 말했다.“빨리 나가. 내 잠 방해하지 마!” 하지수는 입술을 깨물며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돌려 나갔다. 그녀는 원래 호텔 고객 서비스에 전화를 걸어 아침을 준비해 주려고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송문수는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 아마도 하지수가 그를 괴롭히려고 일부러 전화한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수가 나가자 송문수는 화난 기색으로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하지수에게 깨어난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그녀가 전화를 받는 소리를 듣고 송승우가 전화한 것임을 눈치챘다. 어젯밤 송승우가 전화를 걸어 오늘 하지수와 함께 서울을 구경하자고 했을 때 그는 아무 생각 없이 거절했다. 그는 하도경과 약속이 있다고 했다. 사실 본능적으로 거부한 것이었다. 송승우는 송문수가 안 가면 자기가 하지수와 놀러 가겠다고 말했다.송문수는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송승우는 그에게 알리기 위해서만 말한 것 같고 하지수와의 관계 때문에 그에게 체면을 세워주려 한 것일지도 모른다. 체면을 참 중시하는구나!송문수는 소파에서 내려와 침대로 갔다. 하지수는 어떻게 사귀던 연인과 비밀 데이트를 할 수 있는데 자기는 소파에서 자야만 하는 것인가. 송문수는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큰 침대 위에 하지수의 냄새가 아직도 남아 있는 듯했다. 송문수는 더욱 짜증이 났다. 원래 그는 하지수가 거절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하지수가 최근 보여준 호의에 변화를 기대하고 착각한 것이었다.어쩌면 진짜 감정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결국 송문수는 스스로를 모욕한 것이었다. 하지수는 어릴 적부터 송승우를 좋아했으니 그녀가 자신을 사랑할 리가 없다!하지수는 급히 호텔 출입구로 나갔다.그녀는 지각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다른 사람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302화

    송문수가 욕실에서 나왔다. 송문수의 몸에서 은은한 샴푸 향이 남아 있는 듯했다. 하지수는 살짝 긴장했다. 결혼한 지 이렇게 오래되었지만 두 사람이 함께 침대에 누운 적은 단 한 번이었다. 그때는 매우 불쾌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그 후 두 사람 사이의 친밀한 접촉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이불 속에 누운 하지수는 몸이 경직되어 숨조차 내쉬기 어려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녀는 그 향기가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여전히 송문수가 침대에 오지 않는 것을 느끼며 방의 조명이 어두워진 것 같았다. 하지수는 몰래 눈을 뜨고 주위를 조심스럽게 둘러보았다. 그때 송문수가 방금 자신이 누워 있던 의자에 몸을 눕히는 모습을 보았다. 송문수는 애초에 하지수와 같은 침대에서 잘 생각이 전혀 없는 듯했다. 그래서 하지수를 침대에 옮긴 이유는 단순히 그녀가 그가 자고 싶었던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남자답게 예의를 지키려는 것 같았다.송문수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그녀를 소파에서 자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하지수의 마음은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방금 생긴 작은 기대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그녀는 오해했을 뿐이었다. 그날 밤 하지수는 불안한 잠을 잤다.사실 송문수 역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송문수에게는 큰 키와 체격 때문에 소파가 고역이었다.그는 몸을 뒤척이는 것도 두려웠고, 떨어질까 봐 불안했다. 게다가 다리를 펼 수도 없어 쭈그려 웅크리고 자야 해서 매우 불편했다. 더 중요한 것은 하지수가 큰 침대에서 편하게 자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수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송문수의 긴장감이 커졌다. 하도경 말이 맞아, 그렇게 많은 여자와 사귀던 남자가 정말 달라졌네! 다음 날. 하지수는 핸드폰 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 그녀는 서둘러 음소거를 해제한 뒤 송승우의 전화라는 것을 확인하고 잠시 망설였다. 송문수 역시 전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밤새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눈을 감자마자 전화 소리에 깨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301화

    하지수는 송승우가 보낸 메시지를 보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답장을 보냈다.“지나갔으면 지나가야지.”하지수는 그와 다시 시작할 생각은 없었다.송승우는 더 이상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하지수도 핸드폰을 내려놓았다.그녀는 의자에 몸을 기대고 창밖을 바라보았다.사실 조금 피곤했지만 침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그저 마음이 허전해지는 느낌으로 누워 있었다.송문수가 방에 들어섰을 때, 하지수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이 여자는 도대체 자기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지?오후에도 소파에서 두 개의 담요조차 덮지 않고 자고 있었고, 지금도 핸드폰을 껴안고 잠이 들었다.핸드폰이 이불이 되냐?송문수는 짜증이 났다. 그는 큰 몸을 움직여 하지수를 안았다.하지수는 주위의 움직임을 느껴 이마를 찡그리며 불편하게 몸을 비틀었다.송문수는 순간 가슴이 멈췄다.그는 하지수를 바라보며 긴장했다. 하지수가 곧 깨어날 것 같은 모습이었다.왜 그녀를 안았는지 모르겠다. 화가 나서 그랬나?이때야 하지수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수가 깨어나기라도 한다면... 송문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마치 돌처럼 굳어버렸다. 다음 순간, 하지수가 그의 품에서 편안한 자세를 찾은 뒤 다시 잠이 든 것을 보았다. 그녀가 이렇게 고요한 모습으로 자는 것을 보고 송문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마음속에 혼잣말이 흘렀다. 뭐야, 대변호사라면서 경계심이 높다고?잠들어서 팔려 가고도 모르겠지. 송문수는 하지수를 안아 침대로 옮겨 이불을 덮어주었다. 이 모든 것을 끝낸 후 그는 도둑질이라도 한 듯 불안한 마음으로 깊이 숨을 내쉬었다. 이럴 수가!불안해할 이유가 없었는데...하지수에게는 단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그렇게 한 것이고, 누구에게라도 똑같이 했을 것이다. 송문수는 돌아서서 욕실로 들어갔다. 그가 떠나자 하지수는 눈을 뜨고 그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사실 그녀는 방금 깨어났었다. 순간적으로 공중에 떠오르는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300화

    송승우는 아무 소리도 없이 조용히 떠났다.당시 송씨 가문 사람들은 매우 다급해졌다. 결혼식 준비는 모두 끝났는데 신랑이 갑자기 자취를 감췄으니, 소문이라도 나면 송씨 가문의 체면이 손상될 상황이었다. 그래서 송씨 가문은 급하게 송문수가 하지수와 결혼하도록 결정했다. 송씨 가문에서는 물론 그녀의 의사를 물었다. 그러나 하지수는 본래 기댈 곳이 없는 처지였기에 별다른 선택권이 없었고 송문수가 자신을 결혼 상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결국 승낙했다. 그런데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송문수 역시 승낙한 것이었다. 하지수는 송씨 가문 부모가 어떤 방법을 써서 송문수에게 강요한 것이라 생각했지만 어쨌든 그들은 결국 결혼식을 올렸다. 비록 매우 급작스럽고 어설픈 결혼이었지만 사회 상류층에서는 이 일은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되었다. 결혼 후 첫날 밤, 그녀는 송문수를 거절했다. 그녀는 그렇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기 때문에 결혼식이 어수선했어도 첫 번째 밤만큼은 소중하게 생각하고 싶었다. 물론 송문수와의 결혼을 받아들였지만 감정을 천천히 키워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어려웠다. 송문수는 결혼 후 더욱 자유분방하게 행동하며 최소한의 배려도 없이 외도하곤 했다. 둘 사이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 갔고 하지수는 매일 그가 일으킨 문제들을 수습할 뿐 감정적으로는 거의 진전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송승우가 한 번 돌아왔다. 그제야 하지수는 알게 되었다. 송승우가 떠날 당시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진 이유는 긴급한 기밀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어서였고 송씨 가문 사람들조차 그를 찾을 수 없었다. 송씨 가문은 한때 그가 납치된 것이 아닌지 의심할 정도였다. 한 달 뒤에서야 송승우가 가족에게 무사하다는 소식을 전했지만, 여전히 갑작스러운 이별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1년 후, 연구가 끝난 뒤에야 그는 가족들에게 모든 사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그때는 하지수가 이미 송문수와 결혼한 지 1년이 지난 후였고 모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299화

    “너도 같이 갈래?”하도경이 송문수에게 물었다. 송문수는 그를 무시하고 오고 가는 손님들과 잔을 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도경은 어이없게 웃음을 지었다. 정말 잘 굴리네.얼마나 더 연기할 수 있는지 두고 보자. 하지수는 방에 돌아와 씻고 화장을 지운 후 호텔에서 준비한 편안한 가운으로 갈아입고 호텔의 고급스러운 침대에 누웠다. 분명히 피곤한데도 정작 잠이 오지 않았다. 오늘 밤 송문수는 어디서 머물게 될지 궁금했다. 호텔에 체크인할 때 숙박 정보를 확인해 보니 그들의 이름이 함께 등록되어 있었다. 그러니 같은 방에 머물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가 언제쯤 돌아올까? 하지수의 마음에는 잔잔한 떨림이 일었다. 결국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일어나 물 한 잔을 마신 후, 호텔의 통유리창 앞 의자에 앉아 서울의 아름다운 야경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나라의 중심 도시답게 네온사인이 반짝이며 눈부셨다. 하지수는 이 야경에 홀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휴대폰에서 카톡 알림이 울렸다. 그녀는 화면을 확인하며 잠시 멈췄다. 놀랍게도 송승우가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지수야, 서울에 있단 소식 들었어.” “네. 이연 언니가 결혼해서 서울에 왔어요.” “언제 돌아가?”“아마 내일쯤 돌아갈 것 같아요. 오늘은 너무 늦었고 이연이랑 육현경은 자기들만 신혼여행 떠나고 우리한테 잔치 뒷정리를 맡기고 갔어요.”하지수는 송승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송승우는 웃는 이모티콘을 몇 개 보냈다.“나도 뉴스 봤어. 참 신기하더라.”“그나저나 내일 돌아가기 전에 내가 내일 시간이 좀 나니? 여기까지 온 김에 서울 구경할래? ” 송승우는 현재 서울에 발령받아 일하고 있고 1년이 넘게 여기서 생활하고 있었다. 이전에는 장안시에서 근무했지만 탁월한 능력 덕분에 본부로 전근되어 지금은 연구소에서 핵심 연구원으로 활약 중이다. 송씨 가문의 부모님은 항상 송승우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국가에 공헌하는 사람이니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