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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작가: 나설희
하도 친척들이 있는 자리라 소이연은 소나은의 체면을 뭉개지 않았다.

소파 한구석에 앉아있는 그녀는 유난히 이 자리와 어울리지 않는다.

"소이연, 할머니 생신인데 넌 선물도 준비 안 했어?"

소승영의 친동생인 소명희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소명희네 가족들은 모두 소씨 그룹에서 소승영의 덕을 보며 살고 있고 또한 양화랑와도 가깝게 지내고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그 당시 양화랑이 소승영과 결혼할 수 있었던 건 소명희의 공이 크다고 한다.

소이연은 차갑게 웃었다.

소나은과 문서인이 사귀게 된 건 문서아의 공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기 때문이다.

‘역시 소나은은 그 피를 제대로 물려받았구나!’

"쟤 선물 따위는 바라지도 않아!"

유백희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쟤 꼴에 무슨 돈이 있어서 선물을 하겠어? 궁상맞아서!"

"할머니,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언니 지금 은하 그룹 회장이에요. 은하 그룹이 얼마나 승승장구하는데요. 저번에도 우연히 언니를 보았는데 친구들과 함께 '더 청담'에서 식사하더라고요. 그곳은 워낙 비싸기로 유명한 곳이에요. 한 끼 식사에 2백만 원은 거뜬히 넘는 곳이라 평소 같으면 저도 부담되어서 잘 안 가요. 그날은 수아가 저녁을 사겠다고 하는 바람에…"

소나은은 말을 내뱉다가 갑자기 자기가 말실수를 한 듯 입을 틀어막았다.

"소이연, 인제 보니 너도 즐길 줄 아는 애였구나!"

유백희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소이연, 네가 잘못했네. 그렇게 비싼 레스토랑에서 친구한테 밥을 사줄 돈은 있고 할머니 생신 선물 준비할 돈은 없어? 내가 보기에도 너무 한다."

소명희가 집안 어른 행세를 하며 혀를 찼다.

"그러니까. 소이연, 넌 어쩜 그리 양심도 없어? 어찌 됐든 일 년에 한 번밖에 없는 할머니 생신인데…"

"나은이 봐봐. 할머니한테 직접 옷 디자인해 드렸어. 얼마나 귀티 나고 보기 좋아."

거실에 있던 친척들은 소이연을 비웃었다.

예전의 그녀라면 아마 묵묵히 참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남한테 당하기만 하던 나이를 훌쩍 넘겼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할머니께서 입고 있는 이 옷은 아마 문씨 그룹의 SW 시리즈 모델일 거예요. 그것도 작년 디자인."

소이연은 그 자리에서 바로 폭로해 버렸다.

소나은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녀가 반박하기도 전에 소이연이 재차 입을 열었다.

"이 시리즈는 중장년층을 겨냥한 제품이라 디자인도 유명하지 않았고 잘 팔리지도 않았어요. 제가 문씨 그룹에 있을 때 이 옷은 공장 재고량만 해도 만여 벌 이상은 되었을 거예요. 설마 문서인이 너한테 줬어?!"

소나은은 얼굴이 하얗게 질렀다.

소이연 때문에 진실이 드러나서 극도로 난처해졌다.

쉽게 환심을 살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쉽게 들통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할머니, 그런 거 아니에요! 할머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선물 드린 거예요. 유행하는 게 다 좋은 것만은 아니잖아요. 할머니는 워낙 품위가 있으셔서 남들과는 달라요. 믿지 못하시겠다면 고모한테 물어보세요, 할머니한테 어울리는지 어울리지 않는지?"

소나은은 연신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

소명희는 당연히 소나은의 편을 들며 이내 맞장구를 쳤다.

"나 오늘 보자마자 엄마 옷 너무 예쁘다고 했잖아요. 엄마는 워낙 기품이 넘치는 데다가 나은이가 선물한 옷까지 입으니 더욱 우아해 보여요."

"역시 나은이는 눈썰미가 있어. 숙모님이 이 옷을 입으시니 정말 너무 태가 산다."

"난 여태껏 이렇게 예쁜 옷을 본 적이 없는데…"

주위의 사람들이 지나치게 비위를 맞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백희가 어디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인가? 팔리지 않는 옷을 그녀한테 선물했는데 기뻐할 리가 있나?!

하지만 체면이 구겨질까 봐 사람들 보는 앞에서 감히 뭐라고 내색하지 못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소나은에 대한 감정에 금이 간 건 사실이었다.

"소이연, 네 선물은?"

소명희는 고의로 그녀를 난처하게 하려고 사람을 윽박질렀다.

"받을 생각이 없다잖아!"

소이연이 말도 꺼내기 전에 유백희는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소나은도 이렇게 성의 없이 선물을 준비했는데 소이연은 더욱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선물 때문에 계속 체면을 구기고 싶지 않았다!

소이연은 유백희를 바라보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원래는 할머니한테 드릴 선물을 준비했어요."

유백희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소이연은 가방에서 그다지 정교하지 않은 선물 케이스를 꺼냈다.

하지만 박스를 열자마자.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

그 안에는 루비 목걸이가 들어있었다.

딱 봐도 값어치가 엄청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건 지난번 경매회에서 낙찰된 그 중세기 유럽 귀족 목걸이가 아니야? 60억짜리 목걸이, 어떻게 네 손에 있어?!"

소명희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날 경매회에 참석한 그녀도 이 목걸이가 마음에 들었다.

"설마 짝퉁은 아니겠지?"

누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고모는 줄곧 보석을 연구해 오셨잖아요. 고모가 보기에 짝퉁이에요?"

소이연이 소명희에게 물었다.

소명희는 진짜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 자리에서 거짓말을 하면 자기의 명성에 누가 될까 봐 두려웠다.

그녀는 할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진품 맞아요."

소명희의 말이 끝나자,

장내가 떠들썩해졌다.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려고 했다.

유백희도 그 루비 목걸이에 홀딱 반해버렸다.

"언니가 어떻게 이걸?"

소나은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소이연한테 어떻게 이런 귀한 물건이 있다고?!

엄마와 고모가 이 목걸이에 대해 몇 번이고 얘기하는 걸 들은 적 있는데.’

"문서인이 나한테 선물한 거라고 하면 너 피 토하고 죽을 수도 있겠다?"

소이연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순간 소나은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문서인이 소이연한테 이렇게 귀중한 선물을 했다니!

그녀는 질투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

소이연은 소나은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천천히 목걸이를 거두었다.

"할머니께서 제 선물은 원하지 않으신다고 하니 저도 억지로 강요할 생각은 없어요."

유백희는 입을 열려고 했다가 자존심에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다시 삼켰다.

아까 한 말이 있는데 인제 와서 달라고 하면 체면을 구기는 일이다!

지금 이 순간, 화가 난 유백희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소이연은 마치 유백희의 안색을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루비 목걸이를 가방에 도로넣었다. 그녀는 선물할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다.

눈치가 빠른 소명희도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오늘 이 자리에서, 소이연을 난처하게 하기는커녕 소나은의 체면만 잃게 하고 루비 목걸이 또한 날리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었다.

다행히도 친척들이 하나둘 소씨 별장으로 도착했다.

다들 친척들을 대접하느라고 더는 소이연을 상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연회가 시작되었다.

소승영은 유백희의 생일을 맞아 소씨 가문의 별장 뒤뜰에 임시로 자리를 마련했다. 두 모자는 친척들 앞에서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 그리고 효자 모습을 보여줬다.

소이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직원에게로 향했다.

"이건 아버지가 할머니를 위해 준비한 서프라이즈예요. 영상을 틀 때 이것부터 먼저 틀고 전에 준비한 영상 틀어요."

"네."

직원이 얼른 대답했다.

소이연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자리로 돌아와 이따가 벌어질 일을 기대하였다.

넓은 별장 뒤뜰에서, 소승영은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다음은 제가 우리 어머니를 위해 준비한 생신 축복 영상입니다. 함께 보시죠"

모든 사람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대형 스크린에서 갑자기 민망한 화면이 나타났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동영상 속 여주인공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남자 주인공은 소승영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순간 장내는 쥐 죽은 듯 고요해졌고 다들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소승영은 여전히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소승영이 효자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부친께서 돌아가신 후 모친을 지극정성으로 돌봐드린다고 해서 장안시에서 효자로 명성이 자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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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이연?!"그 순간, 문서아도 소이연을 발견했다.그만큼 소나은의 목소리가 아주 높았다는 걸 의미한다.물론 소이연도 그 소리를 들었지만 굳이 대꾸하지 않았다."소이연. 넌 왜 여기서 알짱거려?!"문서아는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소나은도 강아지처럼 졸졸 뒤따라갔다.문서아는 못마땅한 얼굴로 육민을 힐끗 보더니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하루라도 빨리 계모가 되고 싶어 아주 안달 났구나? 여자 망신은 다 시키고 다니네. 남자한테 잘 보이려고 아주 돈을 다 쏟아붓는 거야? 여기 턱시도 최소 몇백만 원인데 너 아주 용을 쓰는구나!"육민은 미간을 찌푸렸다.또 못된 두 아줌마를 만나다니. 소이연과 기분 좋게 쇼핑하던 육민은 기분이 잡쳤다.소이연은 문서아를 쏘아보더니 태연하게 휴대폰에 있는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소이연의 휴대폰에서 문서아의 목소리라 흘러나왔다.문서아는 얼굴이 새파래졌다.소이연이 그녀의 말을 녹음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이 음성 녹음 인터넷에 쫙 뿌리면 우리 대단하신 연예인님 이미지에 어떤 영향이 갈지 너무 궁금한데?"소이연의 미소는 지금 상황과 맞지 않게 너무 예뻤다."듣자 하니 너 드라마 무산됐다며?""소이연, 너!"문서아는 화가나서 소리 질렀다."인터넷에 뿌려지는 게 싫으면 너 그 주둥아리 좀 닥쳐!"소이연이 카리스마 넘치게 말했다.문서아가 소이연 앞에서 이토록 모욕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오빠랑 연애할 땐 항상 양보했는데, 이젠 내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으려 하네.’"서아야, 진정해. 우리 언니 진짜 무슨 일이든 할 사람이야."그녀가 화를 내려고 할 때 소나은은 그녀를 끌어당기며 중재인 역할을 했다."하긴 열여덟에 원나잇도 한 여자가 무슨 짓을 못 하겠어?!"문서아가 비아냥거렸다."그만해, 서아야."소나은이 계속 말렸다."이런 사람하고 입방아를 찧는 것도 귀찮아."문서아는 오만방자한 모습을 하고 몸을 돌려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소나은은 계속 좋은 사람인 척 연기했다. "언니, 너무 신경 쓰지 마.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25화

    "좋아"는 "된다"는 뜻인가?소이연은 매장 직원에게 턱시도를 포장해 달라고 했다. 이때 또 다른 매장 직원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드레스를 들고 그녀에게 다가왔다."나 그거 입어볼래요!"문서아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매장 직원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문서아는 드레스를 향해 다가갔다. 하지만 이내 다른 직원이 그녀를 막아섰다."손님 죄송하지만 이 드레스는 소이연 씨 것입니다."매장 직원은 거듭 사과하며 말했다."뭐? 쟤 거라고? 내가 먼저 봤으면 내 거예요! 나 지금 당장 입어볼 거예요!" 문서아가 억지를 부렸다. 심지어 매장 직원의 손에서 옷을 낚아채더니 흥분한 듯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대보았다.오랜 시간을 골랐지만 그녀 마음에 드는 것은 오직 이 드레스뿐이다."정말 예쁘다."소나은은 비록 그녀를 칭찬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질투를 느꼈다.사실 그녀도 이 드레스가 마음에 든다."손님, 이 드레스는 소이연 씨가 주문 제작한 드레스라서요...""얼마죠?"문서아는 대답을 듣지도 않고 말했다."지금 바로 결제할게요." "돈 문제가 아니고요...""당신, 내가 컴플레인 거는 수가 있어요!"문서아는 악랄하게 협박했다.매장 직원은 난처한 표정으로 소이연을 바라보았다.소이연은 의아했다. 그녀는 한 번도 여기서 드레스를 맞춘 적이 없다. 그런데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그녀의 가슴속에는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끓어올랐다. 이 드레스는 육현경이 그녀를 위해 준비한 서프라이즈 선물인 것 같았다."카드 긁어줘요!"문서아는 VIP 카드를 꺼내 매장 직원을 향해 의기양양해서 말했다."이 드레스는 소이연 씨 몸에 맞춰서 주문 제작된 거라... 특히 허리가 엄청 얇아서 손님한테는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매장 직원이 다시 설득했다."지금 내 몸매를 의심하는 거예요?"문서아는 분노하며 말했다."지금 당장 입을 테니 똑똑히 봐요!"말과 함께 드레스를 들고 피팅룸으로 향했다."문서아, 싸가지없이 굴지 마! 몇 번을 말해, 이 드레스 내 거야!

최신 챕터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4화

    그리고는 간호사 하나가 걸어 나오며 말했다.“소이연 씨 보호자 계세요?”“네!”“아기 나왔습니다. 3.15킬로...”“산모는요?”간호사의 말에 우렁차게 대답한 육현경은 아이는 신경도 안 쓰고 소이연의 상태부터 물었다.“산모분은 아주 건강하십니다. 지금 선생님께서 상처 처리하고 계시니까 곧 나오실 겁니다.”“아빠 맞으시죠? 아이 한 번 안아보실래요?”그제야 안도한 육현경이 아이를 안아 들자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오며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어머, 어쩜 이렇게 하얗지? 내가 본 아기들 중에 제일 예쁜 것 같아.”“지금 네 아들은 못생겼다는 소리야?”“솔직히 말하면 좀 못생기긴 했어.”하도경의 시비에 예수진이 너무 솔직히 답하자 계지원이 그게 사실인 걸 알면서도 자기 아들 외모를 저렇게 평가하는 게 썩 기분 좋지는 않았는지 헛기침을 해댔다.“나도 안아볼래.”예수진의 말에 육현경은 바로 아이를 넘겨주었다.“우리 공주님, 너무 귀엽다. 왜 하필 혈연관계인 거야!”피가 섞인 남매라서 자기 아들과 맺어줄 수 없다고 안타까워하는 예수진에 하지수도 궁금해서 다가가 보았다.“나도 봐봐.”가까이에서 보니 정말 떡잎부터 남다른 예쁜 아이였다.장차 아주 예쁘게 클 것 같아서 하지수는 아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딸이야?”“딱 보면 딸이지, 이 얼굴이 남자일 리는 없잖아.”간호사가 대답하려던 그때 분만실 분이 또 한 번 열리고 소이연이 휠체어를 타고 나오자 육현경은 다급히 달려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고생했어.”“이제 돌아가서 쉬자. 우리 이제 아이는 그만 가지자.”소이연이 고생하는 게 마음 아팠던 육현경은 잔뜩 굳은 얼굴로 간호사에게서 휠체어를 받아 병실로 향했다.친구들도 그런 육현경을 따라 병실로 향하고 있었는데 성큼성큼 걷던 하지수가 휑한 옆자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송문수가 아직도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왜 움직이지 않는지 의아해진 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자 송문수가 그녀와 시선을 맞추며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3화

    “뭐라고요?!”놀란 예수진이 언성을 높이자 육현경도 표정을 굳히고 소이연을 바라보았다.늘 소리소문없이 일을 처리하던 육현경은 이번에도 다들 벙쪄있는 틈을 타 소이연을 안고 밖으로 나갔다.예수진도 그 뒤를 따라 나가려 하자 계지원이 그녀를 잡아 세웠다.“수진아, 오늘 이 자리 우리가 만든 거야.”“그래도 갈 거야. 당신은 엄마랑 현경 오빠 어머님한테 손님들 좀 부탁한다고 전해줘. 난 언니한테 가봐야겠어.”예수진을 말릴 수 없다고 생각한 계지원도 잠시 고민하다가 그녀의 뒤를 따라 나가자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감을 눈치챈 송문수와 하지수도 아쉬운 듯 서로에게서 떨어졌다.“키스 다 했으면 빨리 병원 가. 이연 씨 출산한대.”출산이라는 말에 하지수도 다급히 뒤 따르려 하자 송문수가 그녀를 잡으며 말했다.“천천히 가. 그래도 안 늦어.”그렇게 몇 분도 안 된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파티장을 빠져나갔다.예수진이 둘째를 위해 연 백일잔치는 사라진 엄마 아빠 때문에 아이 혼자 남겨진 채로 끝이 나버렸다.그들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양수가 터진 소이연이 분만실로 옮겨진 뒤였다.상황이 많이 급박한지 늘 침착함을 유지하던 육현경조차도 많이 초조해 보였다.아까부터 입구에서 서성이는 육현경을 보다 못한 예수진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오빠, 가만히 좀 있어 봐. 지금 다들 긴장하고 있는데 오빠 때문에 더 진정할 수가 없잖아.”직설적인 그녀의 말에 육현경이 예수진을 보자 계지원이 다급히 나서며 분위기를 풀었다.“아무 일 없을 테니까 걱정 마. 수진이도 그때 오래 걸렸잖아. 낳으면 된 거지 뭐.”말은 그렇게 해도 사실 계지원도 육현경 못지않게 초조해했었다.당장이라도 분만실로 뛰어 들어가 예수진 대신 아이를 낳아주고 싶어 했었다.그런데 그때, 분만실에서 소이연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흘러나왔다.주먹을 쥐고 있던 육현경의 손이 점점 하얗게 질려감에 따라 지켜보던 친구들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었다.다들 긴장하고 있는 와중에 송문수가 갑자기 하지수의 손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2화

    “임신 때문에 살쪄서 그런 거야. 문수 씨 탓 아니야.”하지수가 당황한 송문수를 달래주자 그는 벙찐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어떡하지?”“살 빼고 나서 다시 끼지 뭐.”“그래.”하지수에게 반지를 직접 끼워주는 건 송문수가 꿈에서도 그리던 장면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이유로 못하게 되는 그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하지수가 자신과 결혼만 해준다면 앞으로의 날은 길 것이기에 송문수는 그만 몸을 일으켰다.그런데 그가 일어서자마자 사람들이 소리높이 외치기 시작했다.“키스해! 키스해!”갑작스러운 호응에 하지수의 얼굴이 빨개지자 송문수는 그녀가 난처해지지 않게 당분간은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기로 했다.사실 그날 밤, 하지수와의 잠자리는 송문수에게 많은 미련을 남겨주었다.잠을 자다가도 쉴 새 없이 흥분해서 밤에 속옷을 몇 번이나 씻기도 했었다.그렇게 그녀를 원했어도 자리가 자리인 만큼 송문수는 하지수의 손을 잡고 내려가려 했는데 그 순간, 하지수의 입술이 송문수에게 닿아왔다.그녀가 먼저 한 입맞춤은 송문수의 심장을 뒤흔들기 충분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입맞춤을 당한 송문수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는데 그때 하도경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뽀뽀 한 번에 바보 된 거야?”“...”그 말에 욱한 송문수였지만 여자친구도 없는 친구를 위해 한번은 참아주기로 했다.“신경 쓰지 마. 우리 내려갈...”그런데 그때, 하지수가 또다시 입을 맞춰왔다.하지만 이번에는 아까처럼 닿았다가 금방 떨어지는 입맞춤이 아니라 오래도록 이어지는 키스였다.작은 그녀의 혀가 불규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송문수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그의 심장박동 또한 정직하게 빨라졌다.정말 자신을 죽이려 드는 하지수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송문수는 하지수의 뒤통수를 손으로 잡고 키스를 이어가기 시작했다.임신을 해도 작기만 한 체구의 하지수는 금방 송문수에게 주동권을 뺏겨버렸다.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기라도 하듯 무대 위로 장미꽃잎이 흩날리고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1화

    다들 숨을 죽이고 송문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수의 눈엔 눈물이 가득해서 눈을 조금만 깜빡여도 쏟아질 정도였지만 그녀 역시 온 힘을 다해 참아내고 있었다.송문수는 그 정적 속에서 입술을 말아 물며 많은 고민을 거쳐 마침내 입을 열었다.“결혼하자.”그 대답이 들리기까지의 몇 분이 하객들에게는 한 세기만큼 길게 느껴졌다.송문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하지수도 기쁨의 눈물을 왈칵 쏟아냈고 송문수는 그런 그녀를 향해 한 번 더 소리높이 외쳤다.“하지수, 결혼하자. 너랑 결혼하는 게 내 평생의 소원이었어.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네가 지금 충동적으로 결정한 거라 해도 넌 이제 평생 내 여자야. 다시는 너 다른 남자한테 안 보내. 아주 박력 넘치는 남자가 될 거라고.”“난 후회 안 해.”송문수와의 결혼을 하지수가 후회할 리는 없었다.그때 예수진이 무대 위로 올라가자 송문수는 그제야 이 자리의 주인공이 예수진이었다는 걸 깨닫고는 다급히 하지수를 데리고 내려가려 했다.그런데 그때 예수진이 빨간 보석함 하나를 송문수에게 보여주었다.“이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알지?”그 안에 들어있는 건 송문수가 하지수를 위해 준비한 프러포즈 반지였다.익숙한 상자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그 사실을 기억해낸 송문수였다.송문수는 하지수에게 가장 특별한 반지를 만들어주기 위해 세계적인 디자이너까지 초빙하며 큰 공을 들였었다.“이제 네가 가져.”예수진이 그것을 송문수에게 건네주자 그는 떨리는 손으로 받아들고는 천천히 보석함을 열어보았다.반짝이는 5캐럿의 다이아몬드가 마침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반짝이는 반지를 집어 든 송문수는 하지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자신이 상상해왔던 화면이 눈 앞에 펼쳐지자 하지수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는데 송문수 역시 눈가가 촉촉해진 채로 목멘 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지수야.”송문수의 부름에 하지수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예전에는 내가 진짜 나쁜 놈이었어. 맹세할게, 앞으로는 진짜 좋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0화

    그런데 하지수가 이런 마음을 전하기도 전에 송문수가 그 먼 타지로 떠나버린 것이다.그래도, 송문수가 정말 자신을 싫어한다 해도, 정말 자신과 헤어지고 싶어 한다 해도 송승우와 함께하지 않겠다는 하지수의 마음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물론 자신을 쉽게 포기하는 송문수에 잠깐 실망도 했었다.그러면서 송문수에게 자신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예수진과 소이연이 저 영상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송문수가 준비해온 모든 것들을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하지수는 영원히 송문수가 오래도록 자신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눈에 눈물을 가득 매단 하지수를 보던 송문수는 가슴이 아파와 손을 뻗으려 했지만 다시 움츠러들었다.지금 송문수는 무슨 결정을 내려야 할 지 몰랐다.혹여나 자신의 선택이 하지수에게 부담으로 다가갈까 봐, 그녀의 모습을 보며 송문수는 괴로워하고 있었다.너무 괴로워서 생긴 착각인지, 송문수는 하지수도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하지수 배 속의 아이였다.물론 송승우의 아이라 해도 송문수는 상관없었지만 하지수도 개의치 않을 수 있을까가 그의 의문이었다.“나 너랑 결혼하고 싶어. 네가 나한테 잘해줘서가 아니고, 네가 오래전부터 날 좋아해서도 아니고, 날 위해 많은 걸 준비해줘서도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서. 그래서 결혼하고 싶어. 다른 거랑은 아무 상관없어.”하지수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송문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네가 좋아하는 건 송승우잖아.”“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난 송승우 안 좋아해. 아주 오래전부터 이미 끝난 사이였어. 말했잖아, 그때 좋아한다고 느꼈던 감정은 그냥 습관 같은 거였다고. 내가 좋아하는 건 너야. 미안해서가 아니라 그냥 네가 좋아!”매번 좋아한다고 할 때마다 믿질 못하는 송문수 때문에 하지수는 화가 치밀어올랐다.물론 송문수가 자신을 믿지 못해서 화가 난 게 아니라 송문수가 본인한테 자신감이 너무 없는 것 같아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9화

    파티장 안의 모든 불빛은 송문수와 하지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무대 중앙에 선 하지수는 송문수를 바라보고 있었고 송문수도 사람들 틈에서 하지수를 바라보고 있었다.지금 하지수는 송문수가 그냥 가버릴까 봐, 그게 제일 무서웠다.하지수는 자신이 이런 용기를 내는 것도 마지막일 것 같았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마주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조용한 그 공간에서 송문수가 갑자기 무대로 향해 걸어갔다.한발 한발, 무거운 발걸음이었지만 그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확실했다.그래서 하지수의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더 이상 컨트롤이 되지 않을 정도로.모두들 숨죽인 채 송문수와 하지수를 보고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마음을 졸이는 건 예수진과 소이연이었다.겁이 많은 송문수가 도망이라도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송문수가 책임감은 있어서 하지수를 혼자 남겨두진 않았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송문수가 하지수에게로 다가섰고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응시했다.송문수의 눈은 빛나고 있었고 울대는 잔잔히 떨리고 있었다.심경에 크나큰 변화가 일었지만 애써 본인을 진정시키려 하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지수야, 이건 마음에 담아두지 마.”그러다 갑자기 내뱉은 말에 하지수는 송문수를 빤히 쳐다보았다.“그때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런 걸 찍었는지도 모르겠어.”송문수는 이번에도 장난인 척 너스레를 떨며 상황을 넘기려 했다.“너도 알잖아 나 이상한 거. 충동적으로 무슨 짓이든 하는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마.”말을 마친 송문수가 직원을 찾아가 영상을 지우려 하자 하지수가 입을 열었다.“난 이미 진지하게 받아들였어.”그 말에 발이 잡힌 송문수는 빨라지는 심장박동을 애써 늦추며 말했다.“미안해.”송문수의 갈등과 무력함을 보아낸 하지수의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차올랐다.“너 헷갈리게 해서 미안해. 만약 네가 신경 쓰인다면... 앞으로 네 앞에 안 나타날게. 너도 나 같은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지 마. 그럴 가치 없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8화

    오늘 온 손님들은 하나같이 외향형인지 호응도 아주 잘해줬다.“네! 궁금해요!”“한 여자를 위해선데요.”“누구예요?”“바로 하지수입니다.”영상 속의 자신이 한 자 한 자 내뱉는 말들을 듣던 송문수는 그제야 이게 자신의 프러포즈 영상이었음을 깨달았다.처음에는 이게 어떻게 여기 있는지 당황스러웠지만 항상 일 처리에 미흡한 예수진이 이번에도 실수한 거라 생각해 송문수는 무대 위로 올라가 영상을 멈추려 했다.그런데 그가 발을 내디디자마자 육현경과 하도경이 그 앞을 막아섰다.그리고 영상은 계속해서 재생되었다.“하지수는 제 아내입니다. 결혼한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사랑해준 적이 없었죠. 사실 저는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사랑할 용기가 없었던 겁니다. 제가 너무 비겁해서 그 사람 앞에만 서면 저 자신이 쓸모없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늘 유치한 방법으로 그 사람에게 상처만 줬어요.”영상 속 송문수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미안해 지수야. 나 지금 엄청 후회하고 있어. 괜한 질투로 널 몇 년 간 힘들게 한 걸. 매일 밤 널 안고 자고 싶었는데도 난 자존심 때문에 그런 말 한마디 못했어. 그래서 내 인생이 좀 덜 재밌었던 것 같아. 너라는 복지가 부족했잖아.”감동하며 영상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마지막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참 울지도 웃지도 못하게 하는 고백 영상이었다.“사랑해, 지수야.”뒤이어 마침내 사랑한다는 말이 나왔는데 그때 송문수의 눈은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널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했었어. 그런데 네가 좋아하는 게 내가 아니니까 점점 비참해지더라. 그래서 네가 싫어하는 방법으로 네 시선을 끌려고 했어. 그때만 생각하면 아무리 나라도 너무 멍청한 것 같더라.”“하지만 이젠 아니야.”“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못 돼도 세상에서 너한테 가장 잘해주는 남자는 될 수 있어.”“더 이상 너한테 성질도 안 내고 부려먹지도 않을게. 괜한 질투 때문에 너 상처받게 하지도 않아. 우리 집은 이제 너한테 맡길 거야. 돈도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7화

    파티장에 들어와 보니 계지원과 예수진이 아들딸과 함께 와준 손님들에게 인사를 해주고 있었다.인사를 마친 예수진은 흥분된 목소리로 하지수를 불렀다.“이번에는 제 가장 친한 친구이자 우리 아들의 영원한 이모일 하지수 씨를 모셔보겠습니다.”파티장 한구석에 선 송문수는 무대 위로 올라가는 하지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까는 제대로 볼 엄두가 안 나서 애써 무시하려 했던 그녀의 배가 꽤나 불러온 것 같았다.옷을 입어도 다 가려지지 않는 게 이미 임신 몇 개월은 된 것 같았다.정말 자신은 안중에도 없었는지 이렇게 빨리 임신한 하지수가 송문수는 조금은 원망스러웠다.이어서 마이크를 잡은 하지수는 누군가를 찾는 듯 무대 아래를 훑어보았다.한참이 지나 자신에게로 향하는 그녀의 시선에 다급히 눈을 피하던 송문수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하지수의 시선은 이미 사라져있었다.그에 송문수는 그녀가 찾던 건 아마 송승우일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그런데 끝까지 모습을 비추지 않는 송승우 때문에 그저 시선을 거둔 것 같았다.“우선은 수진이 아들 이모가 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스럽고요.”“수진이가 제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딸이면 꼭 사돈을 맺자고 그러더라고요.”“저도 우리 조카 귀여워서 너무 사랑하거든요.”“하지만 사돈은 저 혼자 맺는 게 아니잖아요. 애 아빠 입장도 있고 하니까요.”그러자 예수진의 격앙된 목소리가 또 한 번 들려왔다.“그럼 얼른 애 아빠부터 불러서 오늘 사돈 한번 맺자!”“아이 아빠는...”그녀의 말에 담담히 웃던 하지수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마른 침을 삼키며 그 모습을 보던 송문수는 정말 송승우를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가장 사랑하는 여자를 내어줬는데도 책임을 다하지 않고 이런 날에 하지수를 혼자 이곳에 보내고 또 혼자 무대 위에 올리는 게 어떻게 남편이라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인가 싶었다.“수진아, 내가 무대 좀 써도 돼?”“당연하지, 오늘 이 자리는 널 위한 거야.”“아, 아니다. 내 미래의 며느리를 위한 거지.”예수진의 한마디에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6화

    하지수의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의 시선이 맞물리자 송문수가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당연하지.”“진짜야?”“내가 왜 널 속이겠어?”“그런데 왜 안 데려왔어?”“이번엔 시간이 별로 없어서 괜히 고생만 할까 봐 안 데려왔어.”“나중에 기회 되면 데리고 올 거야.”“예뻐?”“내가 안 예쁜 여자 사귀는 거 봤어? 외국 여자들은 몸매도 좋아. 원래 S라인이 내 취향이잖아.”“사진 있어?”하지만 저 질문에는 송문수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몇 초 동안 침묵을 유지하다가 다시 능청스레 대답했다.“있지.”“내가 봐도 돼?”“왜? 뭐 심사라도 해주게?”“아니, 그냥 궁금해서. 네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여자는 어떻게 생겼는지.”“보면 너 상처받을까 봐 안 보여줄 거야.”“괜찮아.”송문수도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거절하려 했지만 하지수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다음에 직접 데려와서 보여줄게.”“지금 보고 싶어.”“카메라는 잘 안 받아서 실물보다 별로야.”“왜 안 보여주는 거야? 설마 없는 거야?”“설마 내가 너 못 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걱정 마. 난 원래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거든. 절대 너한테 매달리지 않을 거야.”송문수가 확신에 찬 말을 하자 하지수는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매달린 적이 있긴 해?”그런 하지수의 모습을 보니 또 가슴이 아파왔지만 송문수는 꾹 참기로 했다.송승우의 아이를 가진 하지수는 이미 자신에게서 너무 멀어져 있으니까.“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하지수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멀어져가는 송문수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한편 화장실로 들어온 송문수는 물을 틀어놓고 손을 몇 번이니 씻어댔다.더 이상 손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아까부터 한 동작만 반복하고 있었다.“더 씻으면 손 터져.”그 모습을 본 하도경이 직접 물을 꺼주자 송문수는 넋 나간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도경이 건넨 휴지를 받아 손을 닦아냈다.“고마워.”“이게 진짜 뭐 하는 짓이냐. 그렇게 좋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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