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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작가: 나설희
잠시 후.

이명진은 육현경을 이사회에 초대했다.

이내 육현경은 회의실을 나섰다.

휴게실에서 기다리던 문서인은 휴게실 통유리 너머로 지나가는 일행을 보았다.

"저기 지나가는 사람이 혹시 육현경 대표님인가요?"

문서인이 물었다.

비서는 바로 대답했다.

"네. 지금 이사회 때문에 회의실을 옮기고 계십니다."

문서인은 찻잔을 내려놓고 다시 한번 자세히 보았다.

때마침 이명진이 고개를 돌렸다.

문서인은 이명진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명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어, 예의상 턱을 살짝 끄덕였다.

그러고는 재빨리 육현경을 따라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이명진은 문서인의 각도에서는 육현경을 전혀 볼 수 없다는 것을 몰랐다. 단지 모든 사람이 그를 둘러싸고 가는 것만 볼 수 있었다.

문서인은 다시 의자에 앉아, 육현경을 기다렸다.

육씨 그룹은 조만간 장안시에 전국 최대의 국제 상류 상권을 건설할 계획이다. 문씨의 주업은 고급 의류이므로 상권에 입점해야 했다. 그러니 일찍 관계를 맺으면 황금 위치를 계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문서인은 오전 내내 기다렸고 육현경은 계속 이사회를 열고 있었다.

점심에 물어보니 육현경은 협력사와 함께 식사 중이니 오후에 돌아올 거라고 했다.

오후에 다시 물어보니 육현경은 공사장에 가서 현장을 시찰하고 돌아올 거라고 했다.

어느덧 회사 모든 직원이 퇴근했다. 육현경을 포함해서 말이다!

문서인은 얼굴이 새파래졌다.

어찌 되었든 그도 장안시 상층 그룹의 문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자 대표인데, 이렇게 하루 종일 육현경에게 바람을 맞았다니. 비서는 연신 사과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육형경에게 한바탕 농락당한 것 같았다!

그는 육현경과 원한이 없다….

문서인은 분노하여 육씨 그룹을 떠났다.

"나은아."

차에 타자마자 소나은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빠, 하루 종일 육씨 그룹에 있었네. 대화는 즐겁게 나눴어?"

소나은이 애교를 부렸다.

문서인은 안색이 더 나빠졌다.

"나 지금 서아랑 밥 먹으러 나왔는데 여기로 올래? 설마 육현경 대표님이랑 식사 같이하기로 한 거야?"

"맛있게 먹어, 난 신경 안 써도 돼."

문서인은 당연히 소나은에게 육현경을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을 것이고, 그녀를 상대할 기분도 아니었다.

"왜 그래? 기분 별로 안 좋아?"

소나은은 이상함을 느꼈다.

"괜찮아. 그냥 좀 피곤해서 일찍 쉬고 싶어."

"그러면 푹 쉬어."

소나은은 나긋한 말투로 말했다.

"맞다, 육현경 대표님 어떻게 생겼어? 중년 아저씨처럼 생겼지?"

"그 정도는 아니야."

문서인이 평가했다.

"그냥 평범해."

"내가 생각해도 그래."

소나은이 웃었다.

"그럼 오빠, 더 얘기 안 할게. 나 곧 도착할 거야."

전화를 끊은 문서인의 안색은 계속 일그러져 있었다.

오전에는 소이연에게 반쯤 화가 났고, 오후에는 육현경에게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다.

문서인은 온몸이 떨릴 정도로 답답했다!

......

노스타운.

소이연은 배달 음식으로 저녁 식사를 해결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오전에 연락이 왔던 낯선 번호다. 번호에는 숫자 8이 여섯 개나 들어있어 쉽게 기억에 남았다.

소이연은 깊은 심호흡을 하며 머릿속으로는 이미 오늘 밤 그의 초대를 거절할 방법을 생각해 냈다.

"엄마!"

전화기 저편에서 육민의 상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이연은 이내 준비했던 말을 삼켜버렸다.

"엄마, 나 엄마 보고 싶어. 아빠랑 지금 데리러 갈 테니 같이 저녁 먹으러 가자. 십 분 뒤면 도착할 거야."

육민은 매우 흥분했다.

“......”

육현경은 정말 간사하고 교활했다.

......

소이연은 결국 목발을 짚고 문을 나섰다.

아파트 단지 입구.

육현경은 그의 눈에 띄는 마이바흐에 기대어 있었다. 그런데 사람이 차보다 더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행인들은 멍한 표정으로 눈이 빠지게 육현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사람들이 시선은 마치 혼이 빠진 것처럼 육현경을 향했다.

그러나 그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그녀가 나타나자 비로소 동공에 초점이 맞춰진 듯, 긴 다리로 걸어와 목발을 가로챘다.

소이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더니.

육현경의 팔은 그녀의 허리를 감고 한순간에 번쩍 들어 차로 향했다.

왠지 주위의 시선이 더 많아진 것 같았다.

소이연은 깊은 심호흡 하고는 묵인을 선택했다.

차에 오른 뒤.

"엄마."

육민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고 맑은 목소리로 그녀를 달콤하게 불렀다.

매번 육민의 목소리를 듣기만 하면 소이연은 마음이 약해진다.

사실 그들도 불과 사흘 동안 밖에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

육민은 소이연에게 안기며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아빠가 오늘 엄청 맛있는 거 사준데. 엄마 안 배고파?"

"배고파."

소이연은 미소를 지었다.

"나도 배고프니까 이따가 우리 많이 먹자."

"좋아."

목적지로 가는 내내, 차 안에는 온통 육민과 소이연의 유쾌한 목소리로 가득 찼다.

옆에 앉은 육현경은 두 사람의 대화에 참견은 안 했지만 입꼬리가 선명하게 올라갔다.

식당에 도착했다.

직원의 안내로 그들은 창가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소이연의 동공이 흔들렸다.

육현경은 비록 메뉴판을 보고 있었지만 소이연의 작은 움직임 하나도 예리하게 알아차렸다.

그는 머리를 돌려 주위를 한 번 보았다.

옆 테이블에 소나은이 보였다.

소나은은 지금 문서아와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문서아는 문서인의 친여동생인데, 그녀가 문서인을 소이연에게서 빼앗아 온 데에는 문서아의 공이 컸다.

"너 곧 촬영 시작하지?"

소나은이 물었다.

문서아의 직업은 연예인이며 비록 인기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팬덤은 있었다.

"맞아, 다행히도 촬영지가 장안시야. 만약 멀리에서 촬영하면 나 안 갔을 거야."

문서아가 콧대 높게 대답했다.

"촬영장 자주 놀러 갈게."

소나은은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

"맞다, 이번 영화 육씨 그룹에서 투자했다며?"

"육씨만 언급하면 짜증 나."

문서아는 귀찮은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이번에 육현경 귀국했잖아. 근데 내가 맘에 드나 봐. 나랑 글쎄 맞선을 보겠다는 거야."

"진짜야?"

소나은은 깜짝 놀랐다.

육현경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음식을 주문했다.

수시로 소이연에게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으면서 말이다.

"짜증 나 죽겠어."

문서아는 짜증을 내며 말했다.

"내가 그런 사람을 어떻게 만나?! 얼굴도 못난 데다가 애까지 딸렸는데 누가 중고를 원해."

"맞는 말이야. 네가 얼마나 예쁜데. 네가 훨씬 아까워."

소나은은 강아지처럼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었다.

"이러다 육현경이 나 좋다고 매달릴까 봐 겁나. 너도 알다시피 그 집안이 장안시에서는 최상층에 있잖아. 우리 아빠가 나한테 그 집안으로 시집가라고 강요할 게 뻔해."

문서아가 서글프게 말했다.

"예쁜 게 죄라니까."

소나은은 계속 꼬리를 흔들어 댔다.

문서아는 으쓱한 표정을 지으며 소나은이 꼬리를 흔드는 모습을 즐겼다.

소나은은 남의 비위를 잘 맞춰준다.

"됐어, 그만 얘기하자. 그나저나 우리 오빠랑은 어때? 왜 아직도 소이연과의 파혼을 공개하지 않은 거야?

"오빠랑 우리 언니가 오랫동안 만났으니 오빠도 우리 언니의 체면을 생각해 줘야지."

소나은이 친근하게 대답했다.

"소이연의 체면?!"

문서아는 어이가 없었다.

"그년이 무슨 체면이 있다고, 열여덟에 원나잇도 모자라 미혼모가 되었는데. 내가 그년이라면 창피해서 확 죽어버렸을 거야. 창피한 줄도 모르고!"

소이연은 못 들은 척하며 육민과 함께 그가 먹고 싶은 디저트를 골라줬다.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육현경이 벌떡 일어났다.

소이연은 가볍게 대답했다.

한참 뒤, 육현경이 돌아왔다.

한편, 레스토랑 남자 종업원들이 소나은과 문서아에게 다가갔다.

"죄송해요. 이만 마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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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 나흘째.모든 것이 생각만큼 순조롭지는 않았지만 또 소이연이 대처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각 부서의 부장들은 이튿날 아침 모두 업무보고를 마쳤지만 대충 얼버무리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아마도 이건 소승영의 지시인 것 같다.다행히도 소이연은 오래전부터 유정하와 연락하면서 지속해 회사에 대한 상황을 요해해 왔었다. 그녀가 회의를 소집한 이유도 이 사람들을 더 깊게 알아가고 대처하기 위해서이다.그러다 갑자기 소이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녀가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기 때문이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상대방은 욕설부터 퍼부었다."소이연, 어미도 없고 근본도 없는 년, 감히 내 전화 안 받아?""내가 안 받았나요?!"소이연이 차갑게 말했다."소이연, 이젠 눈에 뵈는 게 없어?! 감히 나한테 또박또박 말대꾸야? 벼락 맞을 거야 너!"유백희의 목소리는 더욱 날카로웠다."근처에 얼씬도 안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같이 벼락 맞을 일은 없을 거예요!""너, 너, 너!"유백희는 화가 나서 말문이 막혔다."그만해, 소이연. 할머니가 직접 전화하셨는데 너 이게 무슨 태도야?"소승영이 벌컥 화를 냈다."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요?"어릴 때부터 자기를 욕하고 때리고 엄마한테도 못되게 했던 사람한테 웃는 얼굴이라도 보여야 하는 건가?!소승영은 소이연과 쓸데없는 대화를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내일이 마침 할머니 생신이야. 할머니가 널 집으로 부르셨어. 그러니까 고맙게 생각하고 내일 와."소이연은 웃었다.‘작년 칠순 잔치에도 나만 쏙 빼놓아서 장안시의 웃음거리가 되었는데 71살 생일 축하해 주러 그 집으로 가라고?!"그러죠."소이연은 거절하지 않았다.마침, 그녀도 소씨 가문의 사람들한테 볼일이 있다!소이연이 흔쾌히 대답하자 소승영은 의아했지만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소이연은 휴대폰은 내려놓았다. 그녀는 소씨 가문 사람들의 차가운 태도에 이미 익숙해졌다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7화

    하도 친척들이 있는 자리라 소이연은 소나은의 체면을 뭉개지 않았다.소파 한구석에 앉아있는 그녀는 유난히 이 자리와 어울리지 않는다."소이연, 할머니 생신인데 넌 선물도 준비 안 했어?"소승영의 친동생인 소명희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소명희네 가족들은 모두 소씨 그룹에서 소승영의 덕을 보며 살고 있고 또한 양화랑와도 가깝게 지내고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그 당시 양화랑이 소승영과 결혼할 수 있었던 건 소명희의 공이 크다고 한다.소이연은 차갑게 웃었다.소나은과 문서인이 사귀게 된 건 문서아의 공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기 때문이다.‘역시 소나은은 그 피를 제대로 물려받았구나!’"쟤 선물 따위는 바라지도 않아!"유백희는 시큰둥하게 말했다."쟤 꼴에 무슨 돈이 있어서 선물을 하겠어? 궁상맞아서!""할머니,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언니 지금 은하 그룹 회장이에요. 은하 그룹이 얼마나 승승장구하는데요. 저번에도 우연히 언니를 보았는데 친구들과 함께 '더 청담'에서 식사하더라고요. 그곳은 워낙 비싸기로 유명한 곳이에요. 한 끼 식사에 2백만 원은 거뜬히 넘는 곳이라 평소 같으면 저도 부담되어서 잘 안 가요. 그날은 수아가 저녁을 사겠다고 하는 바람에…"소나은은 말을 내뱉다가 갑자기 자기가 말실수를 한 듯 입을 틀어막았다."소이연, 인제 보니 너도 즐길 줄 아는 애였구나!"유백희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소이연, 네가 잘못했네. 그렇게 비싼 레스토랑에서 친구한테 밥을 사줄 돈은 있고 할머니 생신 선물 준비할 돈은 없어? 내가 보기에도 너무 한다."소명희가 집안 어른 행세를 하며 혀를 찼다."그러니까. 소이연, 넌 어쩜 그리 양심도 없어? 어찌 됐든 일 년에 한 번밖에 없는 할머니 생신인데…""나은이 봐봐. 할머니한테 직접 옷 디자인해 드렸어. 얼마나 귀티 나고 보기 좋아."거실에 있던 친척들은 소이연을 비웃었다.예전의 그녀라면 아마 묵묵히 참았을 것이다.그러나 이제 그녀는 남한테 당하기만 하던 나이를 훌쩍 넘겼다."내 기억이 틀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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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4화

    그리고는 간호사 하나가 걸어 나오며 말했다.“소이연 씨 보호자 계세요?”“네!”“아기 나왔습니다. 3.15킬로...”“산모는요?”간호사의 말에 우렁차게 대답한 육현경은 아이는 신경도 안 쓰고 소이연의 상태부터 물었다.“산모분은 아주 건강하십니다. 지금 선생님께서 상처 처리하고 계시니까 곧 나오실 겁니다.”“아빠 맞으시죠? 아이 한 번 안아보실래요?”그제야 안도한 육현경이 아이를 안아 들자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오며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어머, 어쩜 이렇게 하얗지? 내가 본 아기들 중에 제일 예쁜 것 같아.”“지금 네 아들은 못생겼다는 소리야?”“솔직히 말하면 좀 못생기긴 했어.”하도경의 시비에 예수진이 너무 솔직히 답하자 계지원이 그게 사실인 걸 알면서도 자기 아들 외모를 저렇게 평가하는 게 썩 기분 좋지는 않았는지 헛기침을 해댔다.“나도 안아볼래.”예수진의 말에 육현경은 바로 아이를 넘겨주었다.“우리 공주님, 너무 귀엽다. 왜 하필 혈연관계인 거야!”피가 섞인 남매라서 자기 아들과 맺어줄 수 없다고 안타까워하는 예수진에 하지수도 궁금해서 다가가 보았다.“나도 봐봐.”가까이에서 보니 정말 떡잎부터 남다른 예쁜 아이였다.장차 아주 예쁘게 클 것 같아서 하지수는 아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딸이야?”“딱 보면 딸이지, 이 얼굴이 남자일 리는 없잖아.”간호사가 대답하려던 그때 분만실 분이 또 한 번 열리고 소이연이 휠체어를 타고 나오자 육현경은 다급히 달려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고생했어.”“이제 돌아가서 쉬자. 우리 이제 아이는 그만 가지자.”소이연이 고생하는 게 마음 아팠던 육현경은 잔뜩 굳은 얼굴로 간호사에게서 휠체어를 받아 병실로 향했다.친구들도 그런 육현경을 따라 병실로 향하고 있었는데 성큼성큼 걷던 하지수가 휑한 옆자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송문수가 아직도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왜 움직이지 않는지 의아해진 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자 송문수가 그녀와 시선을 맞추며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3화

    “뭐라고요?!”놀란 예수진이 언성을 높이자 육현경도 표정을 굳히고 소이연을 바라보았다.늘 소리소문없이 일을 처리하던 육현경은 이번에도 다들 벙쪄있는 틈을 타 소이연을 안고 밖으로 나갔다.예수진도 그 뒤를 따라 나가려 하자 계지원이 그녀를 잡아 세웠다.“수진아, 오늘 이 자리 우리가 만든 거야.”“그래도 갈 거야. 당신은 엄마랑 현경 오빠 어머님한테 손님들 좀 부탁한다고 전해줘. 난 언니한테 가봐야겠어.”예수진을 말릴 수 없다고 생각한 계지원도 잠시 고민하다가 그녀의 뒤를 따라 나가자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감을 눈치챈 송문수와 하지수도 아쉬운 듯 서로에게서 떨어졌다.“키스 다 했으면 빨리 병원 가. 이연 씨 출산한대.”출산이라는 말에 하지수도 다급히 뒤 따르려 하자 송문수가 그녀를 잡으며 말했다.“천천히 가. 그래도 안 늦어.”그렇게 몇 분도 안 된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파티장을 빠져나갔다.예수진이 둘째를 위해 연 백일잔치는 사라진 엄마 아빠 때문에 아이 혼자 남겨진 채로 끝이 나버렸다.그들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양수가 터진 소이연이 분만실로 옮겨진 뒤였다.상황이 많이 급박한지 늘 침착함을 유지하던 육현경조차도 많이 초조해 보였다.아까부터 입구에서 서성이는 육현경을 보다 못한 예수진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오빠, 가만히 좀 있어 봐. 지금 다들 긴장하고 있는데 오빠 때문에 더 진정할 수가 없잖아.”직설적인 그녀의 말에 육현경이 예수진을 보자 계지원이 다급히 나서며 분위기를 풀었다.“아무 일 없을 테니까 걱정 마. 수진이도 그때 오래 걸렸잖아. 낳으면 된 거지 뭐.”말은 그렇게 해도 사실 계지원도 육현경 못지않게 초조해했었다.당장이라도 분만실로 뛰어 들어가 예수진 대신 아이를 낳아주고 싶어 했었다.그런데 그때, 분만실에서 소이연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흘러나왔다.주먹을 쥐고 있던 육현경의 손이 점점 하얗게 질려감에 따라 지켜보던 친구들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었다.다들 긴장하고 있는 와중에 송문수가 갑자기 하지수의 손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2화

    “임신 때문에 살쪄서 그런 거야. 문수 씨 탓 아니야.”하지수가 당황한 송문수를 달래주자 그는 벙찐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어떡하지?”“살 빼고 나서 다시 끼지 뭐.”“그래.”하지수에게 반지를 직접 끼워주는 건 송문수가 꿈에서도 그리던 장면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이유로 못하게 되는 그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하지수가 자신과 결혼만 해준다면 앞으로의 날은 길 것이기에 송문수는 그만 몸을 일으켰다.그런데 그가 일어서자마자 사람들이 소리높이 외치기 시작했다.“키스해! 키스해!”갑작스러운 호응에 하지수의 얼굴이 빨개지자 송문수는 그녀가 난처해지지 않게 당분간은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기로 했다.사실 그날 밤, 하지수와의 잠자리는 송문수에게 많은 미련을 남겨주었다.잠을 자다가도 쉴 새 없이 흥분해서 밤에 속옷을 몇 번이나 씻기도 했었다.그렇게 그녀를 원했어도 자리가 자리인 만큼 송문수는 하지수의 손을 잡고 내려가려 했는데 그 순간, 하지수의 입술이 송문수에게 닿아왔다.그녀가 먼저 한 입맞춤은 송문수의 심장을 뒤흔들기 충분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입맞춤을 당한 송문수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는데 그때 하도경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뽀뽀 한 번에 바보 된 거야?”“...”그 말에 욱한 송문수였지만 여자친구도 없는 친구를 위해 한번은 참아주기로 했다.“신경 쓰지 마. 우리 내려갈...”그런데 그때, 하지수가 또다시 입을 맞춰왔다.하지만 이번에는 아까처럼 닿았다가 금방 떨어지는 입맞춤이 아니라 오래도록 이어지는 키스였다.작은 그녀의 혀가 불규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송문수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그의 심장박동 또한 정직하게 빨라졌다.정말 자신을 죽이려 드는 하지수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송문수는 하지수의 뒤통수를 손으로 잡고 키스를 이어가기 시작했다.임신을 해도 작기만 한 체구의 하지수는 금방 송문수에게 주동권을 뺏겨버렸다.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기라도 하듯 무대 위로 장미꽃잎이 흩날리고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1화

    다들 숨을 죽이고 송문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수의 눈엔 눈물이 가득해서 눈을 조금만 깜빡여도 쏟아질 정도였지만 그녀 역시 온 힘을 다해 참아내고 있었다.송문수는 그 정적 속에서 입술을 말아 물며 많은 고민을 거쳐 마침내 입을 열었다.“결혼하자.”그 대답이 들리기까지의 몇 분이 하객들에게는 한 세기만큼 길게 느껴졌다.송문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하지수도 기쁨의 눈물을 왈칵 쏟아냈고 송문수는 그런 그녀를 향해 한 번 더 소리높이 외쳤다.“하지수, 결혼하자. 너랑 결혼하는 게 내 평생의 소원이었어.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네가 지금 충동적으로 결정한 거라 해도 넌 이제 평생 내 여자야. 다시는 너 다른 남자한테 안 보내. 아주 박력 넘치는 남자가 될 거라고.”“난 후회 안 해.”송문수와의 결혼을 하지수가 후회할 리는 없었다.그때 예수진이 무대 위로 올라가자 송문수는 그제야 이 자리의 주인공이 예수진이었다는 걸 깨닫고는 다급히 하지수를 데리고 내려가려 했다.그런데 그때 예수진이 빨간 보석함 하나를 송문수에게 보여주었다.“이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알지?”그 안에 들어있는 건 송문수가 하지수를 위해 준비한 프러포즈 반지였다.익숙한 상자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그 사실을 기억해낸 송문수였다.송문수는 하지수에게 가장 특별한 반지를 만들어주기 위해 세계적인 디자이너까지 초빙하며 큰 공을 들였었다.“이제 네가 가져.”예수진이 그것을 송문수에게 건네주자 그는 떨리는 손으로 받아들고는 천천히 보석함을 열어보았다.반짝이는 5캐럿의 다이아몬드가 마침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반짝이는 반지를 집어 든 송문수는 하지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자신이 상상해왔던 화면이 눈 앞에 펼쳐지자 하지수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는데 송문수 역시 눈가가 촉촉해진 채로 목멘 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지수야.”송문수의 부름에 하지수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예전에는 내가 진짜 나쁜 놈이었어. 맹세할게, 앞으로는 진짜 좋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0화

    그런데 하지수가 이런 마음을 전하기도 전에 송문수가 그 먼 타지로 떠나버린 것이다.그래도, 송문수가 정말 자신을 싫어한다 해도, 정말 자신과 헤어지고 싶어 한다 해도 송승우와 함께하지 않겠다는 하지수의 마음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물론 자신을 쉽게 포기하는 송문수에 잠깐 실망도 했었다.그러면서 송문수에게 자신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예수진과 소이연이 저 영상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송문수가 준비해온 모든 것들을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하지수는 영원히 송문수가 오래도록 자신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눈에 눈물을 가득 매단 하지수를 보던 송문수는 가슴이 아파와 손을 뻗으려 했지만 다시 움츠러들었다.지금 송문수는 무슨 결정을 내려야 할 지 몰랐다.혹여나 자신의 선택이 하지수에게 부담으로 다가갈까 봐, 그녀의 모습을 보며 송문수는 괴로워하고 있었다.너무 괴로워서 생긴 착각인지, 송문수는 하지수도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하지수 배 속의 아이였다.물론 송승우의 아이라 해도 송문수는 상관없었지만 하지수도 개의치 않을 수 있을까가 그의 의문이었다.“나 너랑 결혼하고 싶어. 네가 나한테 잘해줘서가 아니고, 네가 오래전부터 날 좋아해서도 아니고, 날 위해 많은 걸 준비해줘서도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서. 그래서 결혼하고 싶어. 다른 거랑은 아무 상관없어.”하지수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송문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네가 좋아하는 건 송승우잖아.”“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난 송승우 안 좋아해. 아주 오래전부터 이미 끝난 사이였어. 말했잖아, 그때 좋아한다고 느꼈던 감정은 그냥 습관 같은 거였다고. 내가 좋아하는 건 너야. 미안해서가 아니라 그냥 네가 좋아!”매번 좋아한다고 할 때마다 믿질 못하는 송문수 때문에 하지수는 화가 치밀어올랐다.물론 송문수가 자신을 믿지 못해서 화가 난 게 아니라 송문수가 본인한테 자신감이 너무 없는 것 같아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9화

    파티장 안의 모든 불빛은 송문수와 하지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무대 중앙에 선 하지수는 송문수를 바라보고 있었고 송문수도 사람들 틈에서 하지수를 바라보고 있었다.지금 하지수는 송문수가 그냥 가버릴까 봐, 그게 제일 무서웠다.하지수는 자신이 이런 용기를 내는 것도 마지막일 것 같았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마주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조용한 그 공간에서 송문수가 갑자기 무대로 향해 걸어갔다.한발 한발, 무거운 발걸음이었지만 그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확실했다.그래서 하지수의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더 이상 컨트롤이 되지 않을 정도로.모두들 숨죽인 채 송문수와 하지수를 보고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마음을 졸이는 건 예수진과 소이연이었다.겁이 많은 송문수가 도망이라도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송문수가 책임감은 있어서 하지수를 혼자 남겨두진 않았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송문수가 하지수에게로 다가섰고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응시했다.송문수의 눈은 빛나고 있었고 울대는 잔잔히 떨리고 있었다.심경에 크나큰 변화가 일었지만 애써 본인을 진정시키려 하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지수야, 이건 마음에 담아두지 마.”그러다 갑자기 내뱉은 말에 하지수는 송문수를 빤히 쳐다보았다.“그때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런 걸 찍었는지도 모르겠어.”송문수는 이번에도 장난인 척 너스레를 떨며 상황을 넘기려 했다.“너도 알잖아 나 이상한 거. 충동적으로 무슨 짓이든 하는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마.”말을 마친 송문수가 직원을 찾아가 영상을 지우려 하자 하지수가 입을 열었다.“난 이미 진지하게 받아들였어.”그 말에 발이 잡힌 송문수는 빨라지는 심장박동을 애써 늦추며 말했다.“미안해.”송문수의 갈등과 무력함을 보아낸 하지수의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차올랐다.“너 헷갈리게 해서 미안해. 만약 네가 신경 쓰인다면... 앞으로 네 앞에 안 나타날게. 너도 나 같은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지 마. 그럴 가치 없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8화

    오늘 온 손님들은 하나같이 외향형인지 호응도 아주 잘해줬다.“네! 궁금해요!”“한 여자를 위해선데요.”“누구예요?”“바로 하지수입니다.”영상 속의 자신이 한 자 한 자 내뱉는 말들을 듣던 송문수는 그제야 이게 자신의 프러포즈 영상이었음을 깨달았다.처음에는 이게 어떻게 여기 있는지 당황스러웠지만 항상 일 처리에 미흡한 예수진이 이번에도 실수한 거라 생각해 송문수는 무대 위로 올라가 영상을 멈추려 했다.그런데 그가 발을 내디디자마자 육현경과 하도경이 그 앞을 막아섰다.그리고 영상은 계속해서 재생되었다.“하지수는 제 아내입니다. 결혼한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사랑해준 적이 없었죠. 사실 저는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사랑할 용기가 없었던 겁니다. 제가 너무 비겁해서 그 사람 앞에만 서면 저 자신이 쓸모없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늘 유치한 방법으로 그 사람에게 상처만 줬어요.”영상 속 송문수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미안해 지수야. 나 지금 엄청 후회하고 있어. 괜한 질투로 널 몇 년 간 힘들게 한 걸. 매일 밤 널 안고 자고 싶었는데도 난 자존심 때문에 그런 말 한마디 못했어. 그래서 내 인생이 좀 덜 재밌었던 것 같아. 너라는 복지가 부족했잖아.”감동하며 영상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마지막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참 울지도 웃지도 못하게 하는 고백 영상이었다.“사랑해, 지수야.”뒤이어 마침내 사랑한다는 말이 나왔는데 그때 송문수의 눈은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널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했었어. 그런데 네가 좋아하는 게 내가 아니니까 점점 비참해지더라. 그래서 네가 싫어하는 방법으로 네 시선을 끌려고 했어. 그때만 생각하면 아무리 나라도 너무 멍청한 것 같더라.”“하지만 이젠 아니야.”“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못 돼도 세상에서 너한테 가장 잘해주는 남자는 될 수 있어.”“더 이상 너한테 성질도 안 내고 부려먹지도 않을게. 괜한 질투 때문에 너 상처받게 하지도 않아. 우리 집은 이제 너한테 맡길 거야. 돈도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7화

    파티장에 들어와 보니 계지원과 예수진이 아들딸과 함께 와준 손님들에게 인사를 해주고 있었다.인사를 마친 예수진은 흥분된 목소리로 하지수를 불렀다.“이번에는 제 가장 친한 친구이자 우리 아들의 영원한 이모일 하지수 씨를 모셔보겠습니다.”파티장 한구석에 선 송문수는 무대 위로 올라가는 하지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까는 제대로 볼 엄두가 안 나서 애써 무시하려 했던 그녀의 배가 꽤나 불러온 것 같았다.옷을 입어도 다 가려지지 않는 게 이미 임신 몇 개월은 된 것 같았다.정말 자신은 안중에도 없었는지 이렇게 빨리 임신한 하지수가 송문수는 조금은 원망스러웠다.이어서 마이크를 잡은 하지수는 누군가를 찾는 듯 무대 아래를 훑어보았다.한참이 지나 자신에게로 향하는 그녀의 시선에 다급히 눈을 피하던 송문수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하지수의 시선은 이미 사라져있었다.그에 송문수는 그녀가 찾던 건 아마 송승우일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그런데 끝까지 모습을 비추지 않는 송승우 때문에 그저 시선을 거둔 것 같았다.“우선은 수진이 아들 이모가 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스럽고요.”“수진이가 제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딸이면 꼭 사돈을 맺자고 그러더라고요.”“저도 우리 조카 귀여워서 너무 사랑하거든요.”“하지만 사돈은 저 혼자 맺는 게 아니잖아요. 애 아빠 입장도 있고 하니까요.”그러자 예수진의 격앙된 목소리가 또 한 번 들려왔다.“그럼 얼른 애 아빠부터 불러서 오늘 사돈 한번 맺자!”“아이 아빠는...”그녀의 말에 담담히 웃던 하지수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마른 침을 삼키며 그 모습을 보던 송문수는 정말 송승우를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가장 사랑하는 여자를 내어줬는데도 책임을 다하지 않고 이런 날에 하지수를 혼자 이곳에 보내고 또 혼자 무대 위에 올리는 게 어떻게 남편이라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인가 싶었다.“수진아, 내가 무대 좀 써도 돼?”“당연하지, 오늘 이 자리는 널 위한 거야.”“아, 아니다. 내 미래의 며느리를 위한 거지.”예수진의 한마디에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6화

    하지수의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의 시선이 맞물리자 송문수가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당연하지.”“진짜야?”“내가 왜 널 속이겠어?”“그런데 왜 안 데려왔어?”“이번엔 시간이 별로 없어서 괜히 고생만 할까 봐 안 데려왔어.”“나중에 기회 되면 데리고 올 거야.”“예뻐?”“내가 안 예쁜 여자 사귀는 거 봤어? 외국 여자들은 몸매도 좋아. 원래 S라인이 내 취향이잖아.”“사진 있어?”하지만 저 질문에는 송문수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몇 초 동안 침묵을 유지하다가 다시 능청스레 대답했다.“있지.”“내가 봐도 돼?”“왜? 뭐 심사라도 해주게?”“아니, 그냥 궁금해서. 네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여자는 어떻게 생겼는지.”“보면 너 상처받을까 봐 안 보여줄 거야.”“괜찮아.”송문수도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거절하려 했지만 하지수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다음에 직접 데려와서 보여줄게.”“지금 보고 싶어.”“카메라는 잘 안 받아서 실물보다 별로야.”“왜 안 보여주는 거야? 설마 없는 거야?”“설마 내가 너 못 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걱정 마. 난 원래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거든. 절대 너한테 매달리지 않을 거야.”송문수가 확신에 찬 말을 하자 하지수는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매달린 적이 있긴 해?”그런 하지수의 모습을 보니 또 가슴이 아파왔지만 송문수는 꾹 참기로 했다.송승우의 아이를 가진 하지수는 이미 자신에게서 너무 멀어져 있으니까.“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하지수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멀어져가는 송문수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한편 화장실로 들어온 송문수는 물을 틀어놓고 손을 몇 번이니 씻어댔다.더 이상 손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아까부터 한 동작만 반복하고 있었다.“더 씻으면 손 터져.”그 모습을 본 하도경이 직접 물을 꺼주자 송문수는 넋 나간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도경이 건넨 휴지를 받아 손을 닦아냈다.“고마워.”“이게 진짜 뭐 하는 짓이냐. 그렇게 좋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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