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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작가: 나설희
잠시 후.

이명진은 육현경을 이사회에 초대했다.

이내 육현경은 회의실을 나섰다.

휴게실에서 기다리던 문서인은 휴게실 통유리 너머로 지나가는 일행을 보았다.

"저기 지나가는 사람이 혹시 육현경 대표님인가요?"

문서인이 물었다.

비서는 바로 대답했다.

"네. 지금 이사회 때문에 회의실을 옮기고 계십니다."

문서인은 찻잔을 내려놓고 다시 한번 자세히 보았다.

때마침 이명진이 고개를 돌렸다.

문서인은 이명진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명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어, 예의상 턱을 살짝 끄덕였다.

그러고는 재빨리 육현경을 따라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이명진은 문서인의 각도에서는 육현경을 전혀 볼 수 없다는 것을 몰랐다. 단지 모든 사람이 그를 둘러싸고 가는 것만 볼 수 있었다.

문서인은 다시 의자에 앉아, 육현경을 기다렸다.

육씨 그룹은 조만간 장안시에 전국 최대의 국제 상류 상권을 건설할 계획이다. 문씨의 주업은 고급 의류이므로 상권에 입점해야 했다. 그러니 일찍 관계를 맺으면 황금 위치를 계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문서인은 오전 내내 기다렸고 육현경은 계속 이사회를 열고 있었다.

점심에 물어보니 육현경은 협력사와 함께 식사 중이니 오후에 돌아올 거라고 했다.

오후에 다시 물어보니 육현경은 공사장에 가서 현장을 시찰하고 돌아올 거라고 했다.

어느덧 회사 모든 직원이 퇴근했다. 육현경을 포함해서 말이다!

문서인은 얼굴이 새파래졌다.

어찌 되었든 그도 장안시 상층 그룹의 문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자 대표인데, 이렇게 하루 종일 육현경에게 바람을 맞았다니. 비서는 연신 사과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육형경에게 한바탕 농락당한 것 같았다!

그는 육현경과 원한이 없다….

문서인은 분노하여 육씨 그룹을 떠났다.

"나은아."

차에 타자마자 소나은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빠, 하루 종일 육씨 그룹에 있었네. 대화는 즐겁게 나눴어?"

소나은이 애교를 부렸다.

문서인은 안색이 더 나빠졌다.

"나 지금 서아랑 밥 먹으러 나왔는데 여기로 올래? 설마 육현경 대표님이랑 식사 같이하기로 한 거야?"

"맛있게 먹어, 난 신경 안 써도 돼."

문서인은 당연히 소나은에게 육현경을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을 것이고, 그녀를 상대할 기분도 아니었다.

"왜 그래? 기분 별로 안 좋아?"

소나은은 이상함을 느꼈다.

"괜찮아. 그냥 좀 피곤해서 일찍 쉬고 싶어."

"그러면 푹 쉬어."

소나은은 나긋한 말투로 말했다.

"맞다, 육현경 대표님 어떻게 생겼어? 중년 아저씨처럼 생겼지?"

"그 정도는 아니야."

문서인이 평가했다.

"그냥 평범해."

"내가 생각해도 그래."

소나은이 웃었다.

"그럼 오빠, 더 얘기 안 할게. 나 곧 도착할 거야."

전화를 끊은 문서인의 안색은 계속 일그러져 있었다.

오전에는 소이연에게 반쯤 화가 났고, 오후에는 육현경에게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다.

문서인은 온몸이 떨릴 정도로 답답했다!

......

노스타운.

소이연은 배달 음식으로 저녁 식사를 해결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오전에 연락이 왔던 낯선 번호다. 번호에는 숫자 8이 여섯 개나 들어있어 쉽게 기억에 남았다.

소이연은 깊은 심호흡을 하며 머릿속으로는 이미 오늘 밤 그의 초대를 거절할 방법을 생각해 냈다.

"엄마!"

전화기 저편에서 육민의 상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이연은 이내 준비했던 말을 삼켜버렸다.

"엄마, 나 엄마 보고 싶어. 아빠랑 지금 데리러 갈 테니 같이 저녁 먹으러 가자. 십 분 뒤면 도착할 거야."

육민은 매우 흥분했다.

“......”

육현경은 정말 간사하고 교활했다.

......

소이연은 결국 목발을 짚고 문을 나섰다.

아파트 단지 입구.

육현경은 그의 눈에 띄는 마이바흐에 기대어 있었다. 그런데 사람이 차보다 더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행인들은 멍한 표정으로 눈이 빠지게 육현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사람들이 시선은 마치 혼이 빠진 것처럼 육현경을 향했다.

그러나 그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그녀가 나타나자 비로소 동공에 초점이 맞춰진 듯, 긴 다리로 걸어와 목발을 가로챘다.

소이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더니.

육현경의 팔은 그녀의 허리를 감고 한순간에 번쩍 들어 차로 향했다.

왠지 주위의 시선이 더 많아진 것 같았다.

소이연은 깊은 심호흡 하고는 묵인을 선택했다.

차에 오른 뒤.

"엄마."

육민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고 맑은 목소리로 그녀를 달콤하게 불렀다.

매번 육민의 목소리를 듣기만 하면 소이연은 마음이 약해진다.

사실 그들도 불과 사흘 동안 밖에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

육민은 소이연에게 안기며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아빠가 오늘 엄청 맛있는 거 사준데. 엄마 안 배고파?"

"배고파."

소이연은 미소를 지었다.

"나도 배고프니까 이따가 우리 많이 먹자."

"좋아."

목적지로 가는 내내, 차 안에는 온통 육민과 소이연의 유쾌한 목소리로 가득 찼다.

옆에 앉은 육현경은 두 사람의 대화에 참견은 안 했지만 입꼬리가 선명하게 올라갔다.

식당에 도착했다.

직원의 안내로 그들은 창가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소이연의 동공이 흔들렸다.

육현경은 비록 메뉴판을 보고 있었지만 소이연의 작은 움직임 하나도 예리하게 알아차렸다.

그는 머리를 돌려 주위를 한 번 보았다.

옆 테이블에 소나은이 보였다.

소나은은 지금 문서아와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문서아는 문서인의 친여동생인데, 그녀가 문서인을 소이연에게서 빼앗아 온 데에는 문서아의 공이 컸다.

"너 곧 촬영 시작하지?"

소나은이 물었다.

문서아의 직업은 연예인이며 비록 인기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팬덤은 있었다.

"맞아, 다행히도 촬영지가 장안시야. 만약 멀리에서 촬영하면 나 안 갔을 거야."

문서아가 콧대 높게 대답했다.

"촬영장 자주 놀러 갈게."

소나은은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

"맞다, 이번 영화 육씨 그룹에서 투자했다며?"

"육씨만 언급하면 짜증 나."

문서아는 귀찮은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이번에 육현경 귀국했잖아. 근데 내가 맘에 드나 봐. 나랑 글쎄 맞선을 보겠다는 거야."

"진짜야?"

소나은은 깜짝 놀랐다.

육현경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음식을 주문했다.

수시로 소이연에게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으면서 말이다.

"짜증 나 죽겠어."

문서아는 짜증을 내며 말했다.

"내가 그런 사람을 어떻게 만나?! 얼굴도 못난 데다가 애까지 딸렸는데 누가 중고를 원해."

"맞는 말이야. 네가 얼마나 예쁜데. 네가 훨씬 아까워."

소나은은 강아지처럼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었다.

"이러다 육현경이 나 좋다고 매달릴까 봐 겁나. 너도 알다시피 그 집안이 장안시에서는 최상층에 있잖아. 우리 아빠가 나한테 그 집안으로 시집가라고 강요할 게 뻔해."

문서아가 서글프게 말했다.

"예쁜 게 죄라니까."

소나은은 계속 꼬리를 흔들어 댔다.

문서아는 으쓱한 표정을 지으며 소나은이 꼬리를 흔드는 모습을 즐겼다.

소나은은 남의 비위를 잘 맞춰준다.

"됐어, 그만 얘기하자. 그나저나 우리 오빠랑은 어때? 왜 아직도 소이연과의 파혼을 공개하지 않은 거야?

"오빠랑 우리 언니가 오랫동안 만났으니 오빠도 우리 언니의 체면을 생각해 줘야지."

소나은이 친근하게 대답했다.

"소이연의 체면?!"

문서아는 어이가 없었다.

"그년이 무슨 체면이 있다고, 열여덟에 원나잇도 모자라 미혼모가 되었는데. 내가 그년이라면 창피해서 확 죽어버렸을 거야. 창피한 줄도 모르고!"

소이연은 못 들은 척하며 육민과 함께 그가 먹고 싶은 디저트를 골라줬다.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육현경이 벌떡 일어났다.

소이연은 가볍게 대답했다.

한참 뒤, 육현경이 돌아왔다.

한편, 레스토랑 남자 종업원들이 소나은과 문서아에게 다가갔다.

"죄송해요. 이만 마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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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 나흘째.모든 것이 생각만큼 순조롭지는 않았지만 또 소이연이 대처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각 부서의 부장들은 이튿날 아침 모두 업무보고를 마쳤지만 대충 얼버무리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아마도 이건 소승영의 지시인 것 같다.다행히도 소이연은 오래전부터 유정하와 연락하면서 지속해 회사에 대한 상황을 요해해 왔었다. 그녀가 회의를 소집한 이유도 이 사람들을 더 깊게 알아가고 대처하기 위해서이다.그러다 갑자기 소이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녀가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기 때문이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상대방은 욕설부터 퍼부었다."소이연, 어미도 없고 근본도 없는 년, 감히 내 전화 안 받아?""내가 안 받았나요?!"소이연이 차갑게 말했다."소이연, 이젠 눈에 뵈는 게 없어?! 감히 나한테 또박또박 말대꾸야? 벼락 맞을 거야 너!"유백희의 목소리는 더욱 날카로웠다."근처에 얼씬도 안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같이 벼락 맞을 일은 없을 거예요!""너, 너, 너!"유백희는 화가 나서 말문이 막혔다."그만해, 소이연. 할머니가 직접 전화하셨는데 너 이게 무슨 태도야?"소승영이 벌컥 화를 냈다."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요?"어릴 때부터 자기를 욕하고 때리고 엄마한테도 못되게 했던 사람한테 웃는 얼굴이라도 보여야 하는 건가?!소승영은 소이연과 쓸데없는 대화를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내일이 마침 할머니 생신이야. 할머니가 널 집으로 부르셨어. 그러니까 고맙게 생각하고 내일 와."소이연은 웃었다.‘작년 칠순 잔치에도 나만 쏙 빼놓아서 장안시의 웃음거리가 되었는데 71살 생일 축하해 주러 그 집으로 가라고?!"그러죠."소이연은 거절하지 않았다.마침, 그녀도 소씨 가문의 사람들한테 볼일이 있다!소이연이 흔쾌히 대답하자 소승영은 의아했지만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소이연은 휴대폰은 내려놓았다. 그녀는 소씨 가문 사람들의 차가운 태도에 이미 익숙해졌다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7화

    하도 친척들이 있는 자리라 소이연은 소나은의 체면을 뭉개지 않았다.소파 한구석에 앉아있는 그녀는 유난히 이 자리와 어울리지 않는다."소이연, 할머니 생신인데 넌 선물도 준비 안 했어?"소승영의 친동생인 소명희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소명희네 가족들은 모두 소씨 그룹에서 소승영의 덕을 보며 살고 있고 또한 양화랑와도 가깝게 지내고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그 당시 양화랑이 소승영과 결혼할 수 있었던 건 소명희의 공이 크다고 한다.소이연은 차갑게 웃었다.소나은과 문서인이 사귀게 된 건 문서아의 공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기 때문이다.‘역시 소나은은 그 피를 제대로 물려받았구나!’"쟤 선물 따위는 바라지도 않아!"유백희는 시큰둥하게 말했다."쟤 꼴에 무슨 돈이 있어서 선물을 하겠어? 궁상맞아서!""할머니,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언니 지금 은하 그룹 회장이에요. 은하 그룹이 얼마나 승승장구하는데요. 저번에도 우연히 언니를 보았는데 친구들과 함께 '더 청담'에서 식사하더라고요. 그곳은 워낙 비싸기로 유명한 곳이에요. 한 끼 식사에 2백만 원은 거뜬히 넘는 곳이라 평소 같으면 저도 부담되어서 잘 안 가요. 그날은 수아가 저녁을 사겠다고 하는 바람에…"소나은은 말을 내뱉다가 갑자기 자기가 말실수를 한 듯 입을 틀어막았다."소이연, 인제 보니 너도 즐길 줄 아는 애였구나!"유백희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소이연, 네가 잘못했네. 그렇게 비싼 레스토랑에서 친구한테 밥을 사줄 돈은 있고 할머니 생신 선물 준비할 돈은 없어? 내가 보기에도 너무 한다."소명희가 집안 어른 행세를 하며 혀를 찼다."그러니까. 소이연, 넌 어쩜 그리 양심도 없어? 어찌 됐든 일 년에 한 번밖에 없는 할머니 생신인데…""나은이 봐봐. 할머니한테 직접 옷 디자인해 드렸어. 얼마나 귀티 나고 보기 좋아."거실에 있던 친척들은 소이연을 비웃었다.예전의 그녀라면 아마 묵묵히 참았을 것이다.그러나 이제 그녀는 남한테 당하기만 하던 나이를 훌쩍 넘겼다."내 기억이 틀리지

최신 챕터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53화

    예수진의 문자를 본 소이연은 바로 그녀에게 따로 문자를 보냈다.[진정하고 일단 지수 씨가 뭐라고 하는지부터 봐요.][문수 씨가 꼭 서프라이즈 하고 싶다고 했잖아요, 우리도 도와야죠.][알겠어요, 조심할게요.][수진이 너도 알고 있었어?][내가 뭘 알겠어, 난 아무것도 모르지]갑자기 달라진 예수진의 태도에 하지수는 바로 되물었다.[그럼 아까 한 말은 무슨 뜻인데?][그냥 송문수가 갑자기 딴사람이 된 것 같단 소리지, 전엔 망나니 같던 놈이 이젠 일도 잘하잖아. 지원 씨가 문수 칭찬을 얼마나 많이 하는데. 그러면서 하도경한테 분발하라고 맨날 뭐라 한다니까.]장문의 문자를 보내 아까의 실수를 만회한 예수진 덕분에 하지수도 더 이상 그녀의 말을 의심하지는 않았다.물론 말 자체는 의심스러웠지만 하지수는 오랜 친구인 예수진이 자신을 속일 리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일이 아니라 사생활 말이야.][사생활도 많이 정리된 거 아니었어? 둘이 잘 지냈잖아.][내 착각일 수도 있지 뭐.][그건 또 무슨 말이야?]예수진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하지수가 이내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이연 언니가 귀국한 날 나 사실 문수 씨랑 관계 할 뻔했거든, 그런데 그날 하필 생리가 터진 거야.][그래서?][못하긴 했는데 그것 때문에 문수 씨가 엄청 아쉬워했었어. 하도 하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처럼 굴어서 시한폭탄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니까.][그렇게까지 자세히 말할 필요는 없는데, 아무튼 계속해봐.][그런데 지금은 생리 끝난 지 며칠이나 됐는데 아무 말도 없는 거 있지? 내가 몇 번이나 슬쩍 말했는데 내 몸엔 손도 안 대더라.]이번에는 예수진이 답장하기도 전에 소이연이 먼저 문자를 보냈다.[혹시 문수 씨가 요즘 너무 바빠서 그런 건 아닐까요? 남자들은 상황에 따라 몸 상태도 다르잖아요. 너무 힘들면 못 할 수도 있죠.][나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죠, 요즘 일찍 나가고 늦게 들어오니까. 그런데 내가 오늘 문수 씨 보려고 회사 왔거든요? 회사에 있다던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52화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하지수를 마주한 송문수는 바람피우다 걸린 남자처럼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그가 들어오기 전 하지수는 송문수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으니 한순간에 고치긴 힘들었을 거라고 애써 합리화를 하며 마음을 진정시켰지만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심장이 또 요동치기 시작했다.사실 말은 안 해도 하지수는 그가 혹시라도 정말 중요한 일로 밖에 나간 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기대를 품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송문수의 표정이 꼭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사람 같아서 하지수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붉기였지만 그녀는 빠르게 자신의 감정을 숨겼다.“너, 언제 왔어?”“좀 됐어.”마침내 정신을 차린 송문수의 질문에도 하지수는 고개를 떨군 채 서류를 정리하며 바쁜 척을 했다.“엄마랑 파티 준비하는 거 아니었어?”“준비 끝났어, 다음 주에 예정대로 파티할 거야.”“아.”“앞으로 매일 출근할 거야?”온 힘을 다해 태연한 척하고 있는데 저런 속 보이는 질문을 하는 송문수에 하지수는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안 왔으면 좋겠어?”“아니.”본인도 말을 잘못했다는 걸 깨달았는지 송문수는 다급히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하지수가 오면 소이연, 예수진과 함께 하는 프러포즈 준비에 차질이 생길까 봐 한 질문이었지만 하지수는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었기에 송문수는 그만 입을 다물었고 하지수도 당황한 송문수를 한번 보더니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하지만 송문수의 생각을 떨칠 수 없었던 하지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하지수는 이제 더 이상 송문수를 믿을 수가 없었다.그가 정말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자신만 볼 수 있는지도 확신이 서지 않았고 그런 그를 자신이 계속 사랑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았다.그를 사랑하지 않았을 때는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주는 남자 곁을 지키는 게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사랑에 빠지고 난 지금에는 그렇게 하지 못할 것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51화

    이제 송문수도 정신을 차렸으니 하지수는 본인도 원래의 사무실로 돌아가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송문수의 사무실이 워낙 커서 둘이 같이 쓴다 해도 문제 될 건 없었기에 그녀는 사무실을 옮기는 건 나중으로 미뤄두고 컴퓨터를 켜기 시작했다.하지수가 OA의 서류들을 훑어보려 할 때 송문수의 비서가 마침 안으로 들어왔는데 그는 하지수를 보자마자 놀란 기색을 비추며 인사를 건넸다.“하 대표님, 오셨어요?”“네, 그런데 어떻게 여기 있어요? 송 대표님이랑 같이 회의 참석한 거 아니었어요?”“회의라니요?”“지금 회의 중 아니에요?”“저희 오전 회의 없어요, 오후 3시에 첫 회의에요.”“그럼 송 대표는 어디 갔어요? 거래처랑 계약하러 간 거예요 아니면 현장 나간 거예요?”어디를 가든 대동하던 비서도 없이 혼자 나선 송문수에 하지수는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오늘 안 나오셨어요.”“아침에 연락 오셔서 개인적인 일 때문에 좀 늦는다고 저한테 오후 회의자료 준비하라고 하셨어요. 저는 그거 다 프린트해서 지금 대표님 책상에 올려두려고 들어오는 길이었고요.”제 손에 들린 서류들을 들어 보이며 말하는 비서에 하지수의 미간은 더욱더 찌푸려졌다.집안일은 다 허영지와 하지수가 책임지고 있는데 출근 시간까지 늦춰가며 처리해야 할 개인적인 일이 도대체 뭔지 하지수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알겠어요, 나가서 일 보세요.”“네.”서류를 송문수 책상 위에 올려둔 비서가 인사를 하며 나가자 서류를 보고 싶은 마음도 사라져버린 하지수는 곧바로 송문수에게 문자를 보내보았다.[문수 씨, 지금 어디야?][나 회사에 있지, 왜 그래?]보낸 지 1초 만에 온 답장이었지만 내용은 역시나 거짓말이었다.대체 무슨 일을 하길래 저를 속이는 건가 싶었던 하지수는 오락가락했던 지난날 송문수의 태도를 떠올렸다.생리가 온 그날만 해도 하지 못해서 안달 나 하던 사람이 생리가 끝났다는 데도 저를 피하는 게 안 그래도 이상했는데 하지수는 설마 송문수에게 이제 제가 필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50화

    아까는 앉아서도 잘만 자더니 제대로 누우니 오히려 잠이 오지 않아 송문수는 하지수를 기다리며 한참을 뒤척이고 있었다.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보이지 않은 인영에 그는 문을 살짝 열고 문틈 사이로 거실 쪽을 내다보았다.그리고는 하지수가 아직도 거실에서 티비를 보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사실 송문수는 인내심이 없는 게 아니라 하지수가 그녀가 쓰던 방으로 들어가 버릴까 봐 그게 걱정돼서 확인한 것이었다.그 뒤로도 몇 번 더 훔쳐보던 송문수는 마침내 티비를 끄는 하지수에 깜짝 놀라 침대로 달려가 자는 척을 했다.한편 드디어 티비를 끈 하지수는 먼저 본인 방으로 가 세수를 마친 뒤에야 송문수의 방안으로 들어섰다.자고 있는 송문수를 발견한 그녀는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 조심하며 천천히 이불을 들추고 그의 곁에 나란히 누웠다.오랜만에 푹 자는 사람을 그대로 내버려 두고는 싶었지만 하지수는 본능적으로 자꾸 송문수에게 다가가고 있었다.그 때문에 자는 척하던 송문수는 온몸이 경직되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하지수랑만 있으면 몸이 멋대로 긴장하는 거라 그건 송문수의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그런데 곧이어 제 몸에 닿아오는 부드럽고 따뜻한 하지수의 온기가 느껴지자 송문수는 모든 긴장이 풀리면서 이래서 사람들이 연애를 하는구나 싶었다.하지수가 있으니 평범하던 세상도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다음날부터는 송문수도 일 때문에 바빴고 하지수도 아버님의 생일 파티 준비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둘이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다.사실 둘 중에 더 바쁜 건 송문수였다.그래서 하지수도 평소에는 그 얼굴도 자주 볼 수 없었다.항상 밤늦게 귀가하는 송문수는 터덜터덜 들어와 잠든 하지수를 품에 안고 자다가 그녀가 깨어나기도 전에 출근해버렸다.밤에는 분명 온기가 느껴졌는데 일어날 때는 늘 비어있는 옆자리에 하지수는 못내 서운한 감정도 들면서 송문수가 자신을 일부러 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49화

    그리고는 하지수가 반응할 새도 없이 그녀에게 입을 맞춰왔다.아주 소중한 것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입맞춤을 이어나가던 송문수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하지수의 입술을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엄청 부드럽네.”야한 꿈을 꾸는 게 틀림없어 보이는 남자의 행동에 하지수는 화가 나면서도 어이가 없어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역시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더니, 이제 좀 정신 차리나 했더니 꿈속에서까지 본능을 주체하지 못하는 송문수에 하지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런 여자친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송문수는 또다시 그녀의 입술을 찾아 헤맸다.“문수 씨, 눈 좀 떠봐.”생리도 끝나지 않은 와중에 이렇게 꿈을 꾸는 남자랑은 하고 싶지 않았던 하지수는 이번에는 그가 깨어나길 바라며 아까보다 좀 더 힘을 주어 흔들었다.“무슨 꿈이 이렇게 진짜 같아?”좌우로 사정없이 흔들리는 몸에 어지러워진 송문수는 그제야 눈을 뜨며 말했다.“그럼 꿈이 아닌가 보지.”“꿈이 아니라고?!”하지수가 짚어줘서야 꿈이 아닌 현실임을 자각한 송문수는 몸을 벌떡 일으키며 소리쳤다.“꿈에 누가 나왔는데 그래?”누가 나오긴, 송문수의 꿈에 나올 사람은 늘 하지수 한 명뿐이었다.전에는 꿈속에서도 그녀와 함께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게 현실이 되어버려 순간 당황한 것이었다.하지만 송문수는 턱 끝까지 차오른 그 말은 굳이 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나 어떻게 잠든 거야?”평소에는 말을 거침없이 하는 성격인데 이상하게 하지수 앞에만 서면... 속마음을 제대로 드러낼 수가 없었다.“피곤했나 봐.”진실이라는 게 알아서 다 좋은 건 아니었기에 하지수도 모른 척 말을 돌리는 송문수를 따라가 주었다.괜히 끝까지 캐물어서 상처받는 것보다는 아무것도 모르는 게 더 나은 것 같아서였다.“매일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어쩌다 쉬는 날도 밖에서 돌아다니기만 했잖아. 얼른 씻고 자, 내일부터 또 출근해야지.”“너는?”하지수의 재촉에 방으로 들어가던 송문수는 갑자기 걸음을 멈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48화

    “맛있어.”처음으로 주방에 들어간 남자가 이런 맛을 낸 건 객관적으로 대단한 일이라 하지수는 송문수가 그토록 바라는 칭찬을 결국 해주었다.사실 이미 사약 같은 맛일 거라는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꽤나 달달해서 하지수도 놀라웠다.한편 원하던 칭찬을 들은 송문수는 신나서 채널을 돌리며 물었다.“이거 맞지?”“응.”“법률 채널이네?”여자들은 다 예능이나 멜로 드라마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어울리지 않게 이런 지루한 채널을 좋아하는 하지수에 송문수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법 좋아해서 대학 때도 법 배운 거야. 난 이런 거 좋아해.”“그래.”하지수의 말에 그제야 그녀가 변호사였다는 걸 떠올린 송문수였다.그렇게 법을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위해 변호사라는 직업을 포기했다는 걸 알아차리자 한 번 더 감동받은 송문수는 저도 하지수가 좋아하는 걸 함께 하겠다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어 그녀 옆에 자리 잡고 앉았다.“나도 같이 봐.”그의 제안이 의외였지만 이렇게 완벽한 판례분석이라면 송문수도 관심 있어 할 것 같아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잘 접하지 않던 분야라 처음엔 싫어할 수 있어도 그 속에서 다룬 사건들을 계속 보다 보면 자연스레 호기심이 생기고 그러면서 법률 지식까지 알게 되니 그거야말로 일거양득일 것이다.역시나 하지수는 법조인답게 바로 프로그램에 빠져들었는데 처음에는 신기해하며 잘 보던 송문수는 시간이 지속될수록 점점 지루해하고 있었다.당장이라도 핸드폰을 꺼내 게임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제가 뱉은 말을 지키기 위해 참고 또 참던 그는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다.티비에 빨려 들어갈 듯 열중하고 있던 하지수가 정신을 차리고 옆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송문수는 이미 코까지 골며 자고 있었다.몸은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져 있었고 고개도 반쯤 돌아가 있는 누가 봐도 불편한 자세를 하고도 잘 자는 송문수에 하지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지루하면 지루하다고 말이라도 하지.하지수는 미련한 송문수가 감기라도 걸릴까 봐 담요도 덮어주었다.하지만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47화

    송문수를 따라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가지고 갔던 생리대로도 부족했었는데 양까지 많았다면 정말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생각을 마치고 나니 심심해진 하지수는 자연스레 티비를 켜고 법률 채널을 틀어놓았다.주방에서 돌아치는 송문수는 진작에 잊은 하지수가 전형적인 판례들을 넋 놓고 있는 와중에 송문수는 마침내 흑설탕물을 다 끓여냈다.맛없는 걸 가져다주는 건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먹어보고 괜찮으면 그때 가져다주라는 소이연의 당부가 있었기에 송문수는 맛을 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그런데 생각보다 괜찮은 맛이어서 그는 용기를 내어 그걸 하지수에게로 들고 갔다.“이게 뭐야?”하지수는 생전 처음 보는 남자 친구의 행동에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지만 송문수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흑설탕물이야. 뜨거울 때 마셔.”“뭐?”“생리 기간에는 이런 거 마셔야 하는 거 아니었어?”“나 주려고 당신이 직접 만든 거야?”“당연하지, 내가 생리 올 리는 없잖아.”진지하게 말하는 송문수에 하지수는 웃음을 터뜨려버렸다.어떨 때는 신기하리만치 제 마음을 몰라주다가 또 이렇게 어설픈 모습으로 저를 위해주는 걸 보면 그가 귀여워 보이기도 했다.송문수는 정말 밉지만 싫어할 수가 없는 존재였다.“고마워.”낮에 있었던 그의 독단적인 행동에 대해 살짝 서운했었는데 이렇게 흑설탕물 한번 가져다줬다고 하지수의 화는 또 사르르 풀려버렸다.“어때?”그런데 하지수가 마셔보려고 컵을 든 순간 송문수는 맛을 물으면서 자연스레 채널을 돌려버렸다.한창 판례를 보고 있었는데 또 제 의사는 묻지도 않고 멋대로 채널을 돌려버리는 그의 행동에 하지수는‘사랑이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는 것과도 같다’라는 가사에 깊은 공감이 가 순간 한숨을 쉬어버렸다.정말 송문수에게는 기대를 품으면 안 되는 것 같았다, 기대하는 족족 그것들이 실망으로 이어지니 말이다.한편 미간을 찌푸린 채 한숨을 내쉰 하지수를 본 송문수는 당황하며 물었다.“맛없어?”“내가 먹어볼 때는 맛있었는데? 너 생리만 아니었으면 내가 다 마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46화

    가슴을 졸이며 부둣가에 도착하니 술을 마신 송문수 때문에 하지수는 역시나 운전석에 앉아야만 했다.진짜 이런 데이트를 하는 건 자신밖에 없을 것 같아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빴던 하지수는 집으로 가는 동안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삐진 티를 내고 있었지만 송문수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따라부르며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었다.송문수는 오늘이 아주 완벽했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집으로 돌아온 하지수는 바로 방으로 들어가려 했는데 송문수는 그 속도 모르고 또 그녀를 붙잡았다.“왜 오자마자 방에 들어가, 좀 앉아있지.”아직 이른 시간이라 송문수 딴에는 하지수와 함께 티비를 보고 싶었던 것이다.“나 씻고 싶어.”“나중에 씻어.”“보트 탈 때 몸이 다 젖어버려서 아직도 추워. 나 생리 와서 생리대도 바꿔야 하는 데 그럴 거면 그냥 씻고 싶어.”하지수의 말을 듣던 송문수는 그제야 여자가 생리 기간일 때는 더욱더 신경 써서 몸을 챙겨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어제까지만 해도 기억하고 있었는데 오늘 간만의 데이트라 너무 신난 탓에 그만 까먹어버린 것이다.“먼저 보고 있어, 나 금방 씻고 나올게.”“응.”하지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송문수는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어 단톡방에 문자를 보내보았다.[생리 기간에는 어떤 걸 신경 써줘야 하는 거예요?][송문수, 너 생리 기간도 못 참고 하려고 그러는 거야? 짐승 같은 놈.][날 좀 좋은 쪽으로 생각해주면 어디 덧나니? 나 그런 놈 아니거든.][그럼 그건 갑자기 왜 묻는데?][생리 때는 체온 유지에 신경 써줘야 해서 춥게 굴면 안 되고 피곤하지 않게 많이 쉬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술이랑 찬 건 되도록이면 안 먹는 게 좋고요. 하지만 지수 씨 성격이라면 남한테 기대는 걸 별로 안 좋아하니까 이 정도는 알아서 했을 거예요 이미.]소이연은 이내 송문수가 해야 할 일을 알려주었다.[문수 씨는 흑설탕물이나 끓여주세요. 피도 잘 통하게 해주고 생리통 푸는 데에도 효과적이에요. 그리고 흑설탕물은 달달하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45화

    하지만 그리 남사스러운 말은 아니라서 하지수는 한마디 더 보탰다.“좀 그런 것 같기도 하고.”그 말을 들은 송문수는 입꼬리를 올린 채 어색해진 분위기를 풀려고 일부러 더 너스레를 떨었다.“내가 매력이 넘치는 걸 어떡하겠어.”그 능청스러운 모습에 하지수는 굳이 반박하지 않고 웃어 보였다.“하지수, 내가 전에 좀 막살았던 건 인정하는데 그래도 한번 결정한 일은 끝까지 하는 사람이야 나. 내가 너랑 잘 만나보겠다고 약속한 이상 절대 너한테 미안할 짓은 안 해.”“응, 알겠어.”하지수는 송문수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 다 믿었다, 아니 다 믿고 싶었다.그리고 지금은 자신을 실망시키는 사람일지라도 언젠가는 바뀔 걸 알기에 그녀는 기다릴 수 있었다.“네가 나한테 맞춰주는 만큼 나도 너 실망시키지 않을게.”“알았어.”우쭐대며 말하는 송문수에 하지는 역시나 고개를 끄덕여주었다.송문수의 말이라면 늘 이렇게 맞장구를 쳐주는 사람이 바로 하지수였다.밥을 다 먹고 난 둘은 해변가를 거닐었는데 붉은 태양이 바다에 걸쳐져 있어 노을이 아주 예쁘게 져 있었다.주변 환경은 별로였지만 그래도 경치는 봐줄 만해서 하지수의 기분도 조금씩 풀리고 있었다.하지만 점점 어두워지는 날에 좀 있으면 파도가 더 거세질까 봐 걱정됐던 하지수는 송문수를 보며 말했다.“문수 씨, 우리 이제 가자.”“가고 싶어?”“응.”“좀 더 있다 가자, 여기 좋잖아.”“좀 있다 보트도 타야 하잖아, 저녁엔 위험할 것 같아서 그래.”낮에 올 때도 무서웠는데 밤엔 더할 것 같아 하지수는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무서워?”송문수는 그런 하지수가 웃긴지 입꼬리를 씰룩이며 물었다.“응. 무서워.”“그럼 가자.”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에 송문수도 더는 말리지 않았다.하지만 그가 이렇게 제 의견을 바로 수락해줄 줄 몰랐던 하지수는 어벙벙한 채로 그를 따라 걷고 있었다.사실 집에 가고 싶다는 말도 원래의 그녀였다면 하지 않았겠지만 소이연이 했던 말이 떠올라 한평생 참고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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