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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작가: 나설희
"뭐야?!"

문서아는 놀라서 펄쩍 뛰었다.

문서아의 야단법석에 문씨 가문 사람들을 불쾌해졌다.

매니저와 통화를 끊은 뒤, 문서아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아직도 B급 배우에서 맴돌고 있고 이번 드라마를 통해 A급 배우로 올라설 계획이었다.

"왜 그래?"

문서인는 귀찮은 듯 물었다.

"매니저한테서 전화 왔는데 투자자가 내 여주인공 배역을 다른 배우로 교체한대."

문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이번 드라마 육씨 그룹의 풍향 엔터에서 투자한 거지? 너 육씨 가문 사람들한테 잘못한 거 있어?"

"그럴 리가! 난 그 가문 사람들 만난 적도 없어."

문서아는 황급히 부인했다.

"아, 난 몰라. 나 이거 무조건 하고 싶단 말이야. 오빠가 좀 어떻게 해줘. 이번 배역이 나한테 얼마나 중요한데!"

문서인도 의아했다.

일반적으로 캐스팅이 끝나면 배역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이때, 갑자기 문서인은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내가 알기로는 육현경이랑 하도경은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랐어. 나중에 육현경은 비록 해외에서 생활했지만 두 사람 아주 사이는 여전히 좋았지. 어쩌면 하도경이 너를 괴롭히기 위해 육현경을 찾았을 수도 있어..."

"하도경! 이 간사한 자식!"

문서아가 매섭게 말했다.

그녀는 문서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네가 정 그 역할을 원한다면, 하도경과 직접 만나서 잘 얘기해 봐. 아니면 직접 육현경을 찾아가든지."

문서인이 의견을 제출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빠가 그랬잖아. 육현경이 너한테 관심 있으니 맞선 한번 보라고. 너 육현경과 결혼하면 앞으로 어떤 배역이든 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거 아니야?"

문서인이 얘기했다.

"아, 나 싫어! 지금 나더러 계모나 되라고? 죽어도 싫어. "

문서아는 질색했다.

"그럴 거면 차라리 하도경이 낫겠어!"

문서인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문서아는 태어날 때부터 자기 멋대로였고 그녀가 하기 싫어하는 일은 아무도 강요할 수 없었다.

...

"에취!"

고급 클럽의 VIP 룸에서 하도경은 갑자기 재채기를 했다.

‘한밤중에 누가 내 생각을 해.’

"왜 멍때리고 있어? 간만에 육현경이 왔는데 더 마셔야지."

송문수가 하도경을 재촉했다.

"오늘 밤 우리 취할 때까지 마시는 거야! "

하도경이 말했다.

육현경을 귀찮게 한 건 아닌가 싶지만, 계속 전화로 불러 댄 결과 그래도 나타났다.

룸에는 육현경, 하도경, 송문수 그리고 계지원까지 네 명이 있었다.

그들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랐다. 하지만 육현경은 해외에서 오래 지냈기 때문에 자주 모일 수 없었다.

네 사람의 마지막 만남은 8년 전 육현경이 귀국해서 모인 환영 파티였다.

그날 밤 육현경은 술을 많이 마셨다.

그러다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 8년이 훌쩍 지났네."

하도경은 추억에 젖어 육현경과 술잔을 부딪치려 했다.

그때 갑자기 전화가 걸려 왔다.

하도경은 약간 짜증을 부리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문서아는 방으로 들어와 하도경에 대한 불만을 꾹꾹 삼키며 억지로 전화를 걸었다.

하도경의 귀찮은 듯한 말투에 문수아는 안색이 변해버렸다.

‘전화번호를 한 번도 바꾼 적 없는데 하도경이 모를 리가?

괜히 그러는 거지?

남자들은 참 고약해.’

"나 문서아야."

하도경은 잠시 멈칫했다.

한참 만에야 하도경은 상대가 누군지 겨우 생각났다.

"무슨 일인데?"

"네가 날 잊지 못한다는 건 나도 알고 있었어. 하지만 이렇게 유치하게 해야겠어? 하도경 잘 들어. 넌 내 취향이 아니야. 나한테 일부러 이러는 거라면 난 더 널 싫어할 수밖에 없어..."

하도경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미친 여자가 분위기를 망치네.’

문서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통화 종료'라는 문구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하도경, 감히 내 전화를 끊어?!’

그녀는 화가 나서 휴대폰을 던져버릴 뻔했다.

그러고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하도경에게 문자를 전송했다.

"내일 너 찾으러 갈 테니까 알아서 해."

하도경이 문자를 확인했다.

그는 문서아가 공주병에 망상장애까지 있다고 느껴졌다.

"누구야?"

송문수는 하도경의 안색이 바뀐 걸 보고 물었다.

"문서아."

하도경이 말했다.

"고등학생 때 너 걔 좋아하지 않았어? 왜? 이제 느낌 없어?"

"뭘 좋아해!"

하도경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때는 어려서 예쁜 여자만 보면 좋아한다고 그랬지. 그렇게 따지면 난 소이연을 더 좋아했겠어. 걔가 제일 예뻐."

육현경은 술잔을 든 손에 힘을 꽉 주었다.

계지원은 육현경을 힐끗 보더니 입가에 알듯 말듯 한 미소를 지었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소이연과 문서인의 약혼식에 화재가 나면서 아수라장이 되었잖아? 내가 듣기로 문씨 가문에서 이걸 핑계로 소이연이랑 파혼한다고 하던데."

송문수가 참견했다.

"소이연의 과거가 싫어서 그러겠지."

하도경이 옆에서 술을 마시면서 말했다.

"사실 남자라면 다 신경 쓰는 게 정상이지. 근데 그게 싫다면 소이연이랑 엮이질 말았어야지! 소이연 그때 정말 문씨 그룹을 위해서 죽을 각오로 일했잖아. 여기 클럽에서도 나 몇 번 봤어. 협찬 때문에 매일 술에 취해서 여기저기 구토하고 추행도 자주 당하고 그랬어. 나 그때 문서인이 만약 소이연과 결혼하지 않는다면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짐승이었어!"

술잔을 든 육현경의 손에 더 힘이 들어갔다.

"그 집안 얘기 그만하자. 기분 더러워. 술 마셔, 술 마셔!"

하도경이 분위기를 전환하며 말했다.

그는 원래 분위기를 깨는 얘기는 잘 하지 않는다.

그들은 술을 마셨다.

하지만 육현경만 점점 더 조용해졌다.

"담배 한 대 피우러 가자."

계지원이 술잔을 내려놓고 육현경을 불렀다.

육현경과 계지원은 클럽 옥상에 올라와 바람을 쐬었다.

두 사람은 담배를 피웠다.

계지원이 먼저 말했다.

"나도 소이연 몇 번 마주친 적 있어. 한 번은 위출혈이라 내가 병원에 데려다줬어."

육현경은 천천히 숨을 쉬었다.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런데 소이연은 강해 보였어. 잘 쓰러지지 않을 것 같았어."

계지원이 천천히 말했다.

육현경은 이미 담배 한 대를 다 피웠다.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육현경은 담뱃불을 끄고 화제를 돌렸다.

"너한테 말해줄 거 있어. 예수진을 문서아 대신 풍향이 투자한 새 드라마 여주인공으로 결정했어."

계지원은 눈알을 굴리며 말했다.

"예수진은 종래로 풍향이랑 일하지 않아."

"거절할 기회는 없어."

설사 거절했다고 해도 소용없다.

"준비 잘해."

"그래."

계지원이 대답했다.

"나 먼저 갈게. 애들한테 얘기해줘."

육현경은 클럽을 떠났다.

그는 클럽에서 나와 바로 대기하고 있던 차에 탔다.

머릿속에 온통 하도경과 계지원이 말한 소이연의 일뿐이었다.

"노스타운으로 가."

육현경이 말했다.

"네."

육현경의 차는 바로 유턴했다.

노스타운에 도착한 육현경은 소이연 집 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벨을 눌렀다.

잠시 후 문이 열렸다.

소이연은 빨개진 육현경의 얼굴과 풍겨오는 술 냄새를 맡고 그가 취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나랑 밥 먹고 또 술 마시러 간 거야?!’

소이연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늦은 저녁, 남자와 여자 단둘이...

그녀가 문을 닫으려고 할 때,

갑자기 따듯한 품이 그녀를 끌어안았고, 그녀의 몸은 그의 품속에 꽉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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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승영은 모두가 그의 영상에 놀란 줄 알고 득의양양했지만, 이내 모친의 안색이 어둡게 변한 것을 발견했다.소나은은 다급히 단상으로 올라가 초조하게 스크린을 가리키며 말했다."아빠, 아빠…"소나은의 귀띔에 소승영은 고개를 돌렸다.스크린을 확인한 그는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그것은 그와 이현아의 불륜관계를 폭로하는 영상이었다. 화면에는 그들의 사진, 동영상뿐만 아니라 오글거리는 채팅 기록도 있었다. 하도 노골적이어서 그는 차마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린 소승영은 직원들한테 화를 벌컥 냈다."당장 꺼, 당장 끄라고!"직원들은 놀라서 얼른 동영상을 껐다.허나 때는 이미 늦었다. 사람들은 똑똑히 다 보았다…"누구 짓이야? 누가 그런 거야?!"소승영은 단상에서 노발대발했다.유백희는 화가 나서 얼굴이 창백해졌다.생일잔치에서, 그것도 이렇게 많은 친인척 앞에서 체면을 구기다니!한편, 유백희 옆에 앉아있던 양화랑은 이런 모욕적인 일을 겪어도 감히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아빠…"소나은은 소승영을 끌어당기며 진정하라고 타일렀다.소승영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친인척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입을 열었다."다들 식사하세요. 조금 전 영상은 분명 누군가가 절 모함하기 위해 만든거에요. 다 조작된 거라고요! 고작 이런 일로 우리 어머니 생신에 영향을 주면 되겠어요?"말을 마친 그는 씩씩거리며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은 그는 여전히 안색이 어두웠다."소승영, 네가 밖에서 무슨 짓을 하던 난 상관 안 해. 하지만 오늘,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아무튼 저 여자는 내 눈에 띄게 하지 마!"유백희는 화가 나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어머니, 이게 다…""핑계 대지 마."유백희는 화를 잔뜩 냈다."화랑아, 저 여자는 네가 처리해. 다시는 얼씬도 못 하게!"양화랑은 눈시울을 붉히며 서러운 표정을 지었다."네, 어머님.""다들 식사하세요!"유백희가 사람들한테 손짓했다.오늘 유백희의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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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이연의 대꾸에 소나은은 말문이 막혔다."소이연. 나은이는 네 걱정해서 그러는 건데 너는 왜 항상 이렇게 쌀쌀맞고 공격적이야. 아무리 우리가 헤어져서 마음이 불편하다고 해도 앞으로는 다 친척일텐데...""문서인, 내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너는 널 너무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나한테 넌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소나은을 싫어하는 건 너랑 상관없어. 아니네, 조금은 상관있네."소이연이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버프가 더해져서 더 싫긴 하지.""언니, 나를 얘기하는 것까진 괜찮은데 서인 오빠한테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되지..."소나은의 말이 채 끝나지 않았지만 소이연은 먼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정말 못 봐주겠네.’멀어져가는 소이연의 뒷모습에 소나연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문서인도 크게 다를 바 없다.소이연은 점점 더 그를 안중에 두지 않는다."소이연!"소승영이 성난 목소리로 불렀다.소이연은 입술을 깨물었다.굉장히 짜증 나지만 그래도 아빠가 부르는 거라 예의상 몸을 돌렸다.소이연은 지금 소씨 가문 사람들을 잘 대응하지 않으면 자리를 뜰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따라와."소승영은 말 한마디만 남기고 뒤돌아갔다.소이연은 마지못해 따라갔다.소씨 가문 사람들이 그녀에게 집으로 오라고 한 것은 단순히 비웃기 위한 것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반드시 또 다른 음모나 계략이 존재할 것이란 걸 진작에 짐작했다.그들은 소씨 별장 2층 테라스로 왔다.소승영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차갑게 물었다."네 짓이야?""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소이연이 시치미를 떼자 소승영은 화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아까 그 영상!""아빠, 나 너무 대단하게 봐주시는 거 아니에요? 저 이제 막 은하 그룹에 왔는데 아빠랑 비서 사이를 어떻게 알겠어요...""그만해!"소승영은 듣기 거북한 진실에 화를 벌컥 냈다. 처음에는 물론 소이연을 의심했다. 하지만 그와 이현아 사이의 비밀스러운 일을 어떻게 금방 회사에 들어온 소이연이 알 수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20화

    소이연은 눈앞에 있는 남자를 빤히 보았다.약간 통통한 외모는 지극히 평범하며 별로 기억에 남을 만한 포인트는 없었다.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천천히 말했다."기왕 이렇게 된 이상 그쪽을 난처하게 할 일은 없겠네요""너 내가 육씨 그룹에서 어떤 사람인지 알아? 나 육씨 그룹에서도 알아주는 사람이야! 연봉이 무려 2억도 넘는다고!"장지원은 잘난 척하며 소리를 질렀다.소이연은 "풉"하는 소리와 함께 어이없다는 듯 웃더니 뒤돌아 떠나갔다.장지원은 소이연의 뒷모습을 보며 어리둥절해졌다.이 정도 조건이면 소이연이 매달릴 줄 알았는데, 그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사실 장지원은 소씨 가문이 장안시에서 그나마 영향력이 있어 거절하기 힘들었을 뿐 소이연에 다른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오늘 소이연을 직접 보니 사진보다 훨씬 예뻤다. 하여 장지원은 이런 여자와 결혼하지 않더라도 대충 데리고 놀기엔 좋다고 생각했다. 그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번졌다.소이연은 장지원의 생각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단지 빨리 소씨 별장을 떠나고 싶었다."언니."뒤에서 징글징글한 소나은의 부름 소리가 또 들렸다.소이연은 낯빛이 어두워졌다.‘죽고 못 사는 문서인과 붙어있을 거지, 왜 내 주위를 맴도는 거야?’"장지원 씨가 얼굴은 평범해도 알고 보면 성실하고 믿음직한 사람이야. 수입도 안정적이라 소방원과 사귀는 것보다 훨씬 나아! 어차피 새엄마가 될 운명이라면 안정적인 사람을 택하는 게 좋지 않겠어?"소나은은 마치 선심을 쓰는 듯 말했다."얼굴이 못나면 꼭 성실하고 믿음직한 사람이야?"소이연은 머리를 돌려 소나은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말했다.소이연의 눈빛에 소나은은 머리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그렇다고 하기엔 넌 너무 잔꾀가 많은데?"소이연은 쌀쌀한 말투로 한마디 던지고 떠났다.한참 뒤에야 소나은은 비로소 소이연이 자기를 못생기고 잔꾀가 많다고 욕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지만 소이연은 벌써 저만치 떠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소나은은 혼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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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65화

    예수진:[그럼 너랑 지수 다 서울에 있는 거야? 아직 병원이야?]예수진:[부모님은 좀 어떠셔? 충격이 크시지?]그들의 문자에 하나하나 답장을 하던 송문수는 점점 더 침울해졌다.누구한테 일어나도 참혹한 비극인데 그 일이 제 형한테 일어났으니 송문수는 어떻게 송승우를 바라봐야 할지 몰랐다.근심 속에서 밤이 깊어지자 하지수가 송문수에게 문자를 보냈다.[자?][아니.][병원에서 잘 수 있으면 어디서 눈이라도 좀 붙여. 문수 씨도 쉬어야지, 어머님 아버님이 못 버티시면 남은 건 당신뿐이야.][알아 나도. 넌 왜 아직 안 자? 시간 늦었는데.][당신이 걱정돼서.][뭐하러 날 걱정해, 난 괜찮아. 송승우가 문제지...]그의 문자에 어떤 말로 답을 해야 할지 몰랐던 하지수는 말을 잇지 못했고 송문수도 그만 대화를 끝내려 했다.[늦었으니까 얼른 자.][응.][나 대신 부모님 좀 잘 챙겨줘, 엄마 아빠 쓰러질까 봐 나 너무 무서워.][내가 계속 옆에 있을 거니까 걱정 마.]핸드폰을 내려놓은 송문수는 중환자실 앞에 놓인 딱딱한 의자에서 밤을 지새웠다.중환자실에서 나온 송승우가 바로 입원할 수 있게 병원에서 VIP 병실을 열어줬지만 송문수는 그 편한 곳도 마다하고 굳이 송승우 옆을 지키고 있었다.아무리 송승우라 해도 이런 곳에 혼자 있으면 무서울까 봐.불편한 잠자리 때문에 아침까지도 제대로 정신을 못 차리던 송문수는 간호사의 친절한 부름에 서서히 눈을 떴다.“보호자분?”잔뜩 충혈된 눈을 하고 몸을 일으킨 송문수는 의아한 눈으로 간호사를 바라보았다.“환자분이 보호자분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송승우 씨가요?”중환자실을 가리키며 당황한 듯 묻는 송문수를 향해 간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송문수 씨가 중환자실로 와줬으면 하세요.”“면회 안된다면서요?”“좀 전에 선생님이 또 몸 상태 체크하셨는데 이젠 다 정상수치로 돌아와서 면회 가능하시대요. 대신 시간만 좀 주의해주세요. 아직 몸이 약하셔서 이럴 때는 저희도 환자분 부탁이라면 뭐든 다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64화

    시부모님의 몸 상태를 안 그래도 걱정하고 있던 하지수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송기명은 더욱이 쓰러진 지 얼마 안 된 터라 이렇게 몸을 혹사시키다가는 정말 큰 일이 날 것 같았다.“아버님, 어머님, 여긴 문수 씨한테 맡기도 우린 먼저 호텔에 가 있어요.”하지수의 거듭되는 권유에 송기명과 허영지는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전화하라고 송문수에게 신신당부를 하고 나서야 자리를 떴다.“알겠다니까요. 걱정 마시고 가세요. 제가 입구까지 모셔다드릴게요.”송기명과 허영지를 차에 태운 송문수는 조수석에 앉은 하지수를 바라보았다.모든 감정을 가슴속에 꾹꾹 눌러 담은 채 한마디도 하지 않던 그녀도 송문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두 사람의 눈엔 미련이 가득했지만 누구 하나 먼저 입을 여는 이는 없었다.그렇게 차가 출발하고 방향등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가 돼서야 송문수는 다시 병원으로 들어갔다.중환자실 복도에 앉은 송문수는 그제야 정신을 좀 차리고 핸드폰을 켜보았다.역시나 수많은 문자와 부재중 전화가 그의 알림창을 꽉 채우고 있었다.다른 문자는 싹 다 무시한 송문수는 친구들과의 방, 그리고 소이연, 예수진이 함께 있는 단톡방, 이렇게 두 곳에만 답장을 했다.육현경:[대체 무슨 일이야?]계지원:[문수야, 너 무슨 일 있어? 갑자기 아저씨 생신 파티는 왜 취소하는 거야?]하도경:[말 좀 해봐, 전화도 안 받고. 이러다가 다들 답답해 죽겠어,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또 다른 단톡방에 있던 소이연과 예수진 역시 걱정스러운 문자를 보내왔다.소이연:[문수 씨, 무슨 일 있는 거죠?]예수진:[송문수, 답장 안 해? 기사 보니까 아줌마 안색도 엄청 안 좋던데 무슨 일이 나긴 난 거지?]예수진:[말 좀 하라고 이 자식아!]소이연:[수진 씨 진정해요 일단. 문수 씨랑 지수 씨가 바빠서 답장을 못 하는 것 같은데 급한 일 다 보고 나면 우리한테도 알려줄 거에요.]예수진:[알겠어요, 기다려봐야죠 뭐.]자신의 화면을 가득 채운 문자를 보던 송문수는 손가락을 움직여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63화

    송문수가 사 온 물을 건네도 부모님은 고개만 저으며 손을 모으셨다.그래서 하지수에게 건네자 그녀는 잠시 멈칫하다가 물을 받아들었다.서울에 온 뒤 송씨 일가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줄곧 자리를 지키며 송승우의 수술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이번에는 송승우가 눈을 뜨길 기다리고 있었다.하지수는 받아든 물이라 몇 모금 마시기는 했지만 물을 마시면서도 신경은 온통 송승우에게 쏠려있었다.그런데 그때 하지수가 미세하게 움직이는 송승우의 몸을 보게 되었다.너무 아파서인지 아니면 힘이 없어서인지 몸은 미세한 떨림 외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지만 송승우의 눈이 서서히 떠지고 있어 하지수는 잔뜩 흥분한 채 외쳤다.“승우 오빠 일어났어요!”“문수, 문수야! 얼른 의사 불러와!”하지수의 말에 정신을 차린 부모님이 송문수에게 의사를 데려오라 했고 송문수의 부름을 받고 달려온 의사는 중환자실에서 각종 검사를 진행했다.방음효과가 워낙 좋은 중환자실이라 의사와 송승우의 대화를 듣지 못했던 가족들은 또다시 초조해 났다.한참이나 지나서 중환자실 빠져나오는 의사에 허영지가 다급히 달려가 물었다.“선생님, 저희 아들은 좀 어떤가요?”“방금 검사 진행했는데 생명엔 아무 지장 없습니다. 이제 안심하셔도 돼요.”“하지만 아직 회복이 덜 돼서 여기서 며칠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일반병실로 옮겼다가 세균감염이라도 되면 큰일이거든요.”“알겠습니다, 입원은 며칠 하든 상관없으니까 저희 애 잘만 치료해주세요. 그런데 저희가 들어가서 같이 있어 주는 건 괜찮을까요?”“아직은 들어가지 마세요. 환자분도 방금 깨어나셔서 머리가 어지러울 겁니다. 오늘은 그냥 쉬게 놔두시고 내일 상태 좀 나아지면 그때 들어가 보시게 도와드릴게요.”“감사합니다 선생님!”“아닙니다.”감격 어린 허영지의 말에 의사가 한마디 더 보탰다.“환자가 아직은 본인 몸 상태에 대해서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내일 면회하실 때도 다리 절단한 사실은 일단 말하지 마세요. 환자 상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62화

    그 말에 허영지는 대성통곡을 했고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도 끄떡없던 송기명마저 아들 일에 눈물을 보였다.평소에 사이는 안 좋았지만 그래도 친형이었기에 송문수도 어두운 표정으로 침묵을 유지했고 하지수 역시 송승우가 다리를 잃는다는 말에 눈물을 떨어뜨렸다.상황이 이렇게까지 심각할 줄은 몰랐는데.어릴 때부터 본인 잘난 멋에 살던 사람이 자신이 다리를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되려 죽겠다고 난리를 칠 것 같아 하지수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하지만 목숨이 다리 한쪽보다는 더 중요했기에 결국 사인을 한 송기명은 온몸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기분 좋게 온 가족이 모이는 날인 줄로만 알았는데 갑작스레 닥친 비극에 송문수도 아버지를 부축하며 착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 뒤로도 한참 동안 이어지는 수술에 다들 정신을 반쯤 놓은 채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고요한 복도에 갑자기 인기척이 들리더니 수술실 문이 열리고 의사가 걸어 나왔다.가족들 못지않게 속을 태우던 장지석은 피곤한 듯 마스크를 벗는 의사에게로 한달음에 달려가 물었다.“승우는 좀 어떻습니까?”그제야 가족들도 정신을 차리고 하지수와 송문수가 어머니 아버지를 부축한 채 의사에게로 다가갔다.하지만 다른 말보다 먼저 나온 게 의사의 한숨이라 허영지는 쓰러질뻔한 걸 간신히 버텨내며 물었다.“왜 그래요 선생님, 우리 아들 잘못된 거 아니죠?!”“생명엔 지장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런데...”“그런 데라뇨!”“환자분이 다리를 잃었으니 깨어나시고 나서도 정서적으로 많이 불안정할 겁니다. 가족분들도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게 좋습니다. 오른쪽 다리 외에도 몸 각 부위가 다 강한 충격을 받아서 일단은 중환자실에서 회복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의식 돌아오고 모든 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오면 그때 일반병실로 옮길 겁니다.”의사의 말에 허영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송기명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지금 그들은 전부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에 잠겨있었다.그들도 송승우가 다리를 잃었다는 사실을 받아들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61화

    만약 하지수가 송승우의 교통사고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제가 그런 하지수를 제대로 바라볼 수나 있을지 송문수는 지금 모든 게 미지수였다.송승우를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그를 정말 친오빠처럼 생각했던 하지수는 역시나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채 당황스러워하며 물었다.“서울 가장 좋은 병원에 입원해 있대.”“나 서울 가야겠어.”“그래요 여보.”마침내 정신을 차린 허영지가 입을 열자 송기명도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나섰다.“갈 거면 다 같이 가야죠. 오늘 파티는 일다 취소하죠.”부모님이 고개를 끄덕이자 송문수는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내가 파티장 취소할 테니까 지수 너는 서울 가는 티켓이랑 차량 좀 준비해줘.”“알겠어.”이미 혼이 반쯤 나간 부모님을 모시려면 본인이라도 정신을 차려야 했기에 하지수는 바로 기사에게 연락하며 공항까지 데려다줄 것을 부탁했다.그리고는 한 시간 뒤에 출발인 항공편까지 끊어놓았다.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송문수는 서둘러 파티를 취소하고 있었는데 직원을 시켜 손님들께 나중에 아버지와 직접 찾아뵙고 취소이유를 말씀드리고 사과까지 드린다는 말도 전하게 했다.공항에 도착한 뒤에도 비행기에 오르기 전까지 송문수는 여러 가지 일을 지시하느라 바삐 돌아치고 있었는데 그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 침착하고 차분했다.하지만 다들 송승우를 걱정하고 있어서 확 달라진 송문수에게 주의를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1시간이 넘는 비행을 마치고 서울공항에 내린 송씨 일가는 바로 대기 중이던 차를 타고 서울 대학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하자 이미 나와 있던 송승우의 동료가 그들을 맞아주었다.“아주머니, 아저씨 오셨어요? 저는 승우 형 직장 동료 이찬혁이라고 합니다. 형은 안에서 수술 중이에요.”“우리 아들 많이 심한가요 지금?”안으로 들어가면서도 걱정을 멈출 수 없었던 송기명이 이찬혁을 붙잡고 묻자 그는 최대한 말을 아꼈다.“저도 좀 전에 연락받고 온 거라 상태가 어떤지는 정확히 몰라요. 형이 실려 올 때는 의식이 있었다고 하니까 아마도...”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60화

    문자를 본 허영지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지자 그녀를 주시하고 있던 기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사모님, 무슨 일이라도 난 겁니까? 왜 그러십니까?”특종을 잡은 것마냥 달려드는 기자들에 송씨 일가 사람들도 다 같이 허영지를 주목했다.안색이 눈에 띄게 창백해진 그를 보며 송기명이 물었다.“여보, 왜 그래요?”아내가 아무 말도 못 하고 눈시울만 붉히고 있자 조급해 난 송기명이 다시 한번 물었다.“무슨 일인데 그래요?”“엄마, 무슨 일 있어요?”남편에 이어 아들까지 긴장한 채로 물어왔지만 허영지는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을 후두둑 떨어뜨리기 시작했다.그에 미간을 찌푸린 송문수는 아직 켜져 있는 엄마의 핸드폰을 가져와 문자를 확인했는데 그 역시 문자를 보자마자 표정을 굳혔다.“송 대표님, 무슨 일입니까? 핸드폰으로 뭘 봤길래 사모님이 저러시는 겁니까?”기자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그는 바로 허영지의 핸드폰을 들고 기자회견장을 벗어났다.“대표님, 어디 가시는 겁니까! 무슨 일인지 한 말씀 해주세요!”하지만 그런 무시에도 굴하지 않는 기자들이 송문수를 따라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경호원들이 몸을 던져 그들을 막기 시작했다.송문수의 표정으로부터 심상치 않은 일임을 알아챈 하지수도 입술을 말아 물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가 복도로 나오자 송문수는 이미 통화 중이었는데 통화가 거듭될수록 그의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송문수의 표정이 저 정도로 굳어있다는 건 무언가 큰일이 났다는 뜻이었다.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도 본 적 없던 표정이라 하지수는 자연스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음주운전으로 잡혀갈 때도 침착하기만 하던 사람이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저러는지 하지수는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한참 동안 통화를 하다 전화를 끊은 송문수는 입술을 말아 문 채 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하지수에게로 다가갔다.밖으로 나온 허영지와 송기명도 그저 장난 전화이길 바라며 송문수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는 가족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힘겹게 말을 이었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59화

    “오해 아닙니다, 전에는 저 그런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이젠 아닙니다.”“변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송 회장님의 입원 때문입니까?”“제 우상이시던 아버지가 쓰러지신 것도 하나의 이유죠. 제 눈에 아버지는 늘 이 집안을 지키는 영웅이셨고 절대 늙지도 않을 것 같던 분이셨는데 갑자기 아프다고 하시니까 그때 이 집안을 책임질 사람은 저뿐이더라고요.”이젠 다 커서 자신의 고초도 이해해주는 어엿한 아들을 보며 송기명은 아주 감동스러워했다.“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제 아내인 하지수 씨입니다.”송문수가 하지수를 바라보자 모든 카메라도 그녀에게 집중되었다.갑작스러운 이목에 놀랄 새도 없이 송문수는 말을 이어나갔다.“제 아내가 저를 많이 도와줬어요. 회사를 지키기 위해 같이 밤을 새우면서도 불평불만 한마디 없었던 사람입니다. 성격 안 좋은 저를 보듬어주고 격려해주면서 제가 일에 집중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줬어요. 그래서 저는 제 아내한테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이렇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저를 언급하며 고맙다고 하는 송문수에 하지수의 심장은 아주 빠르게 뛰고 있었다.“소문에 의하면 두 분 사이가 좋지 않아서 이혼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하던데, 진짭니까?”“당연히 사실이 아닙니다.”“저희 사이좋습니다. 예전에는 제가 철이 없어서 아내한테 상처 주는 일도 많이 해서 사이가 위태로웠겠지만 앞으로는 그럴 일 없을 겁니다.”“지금 혹시 사모님한테 고백하시는 겁니까?”기자의 능청스러운 질문에 반박하기는커녕 오히려 얼굴을 붉히는 송문수를 보며 다들 제 눈을 의심했다.파파라치한테 찍힐 때도 이미지 따위는 신경도 안 쓰고 욕설을 퍼부으며 주먹까지 휘두르던 사람이 언제 이렇게 쑥스러움이 많아졌나 싶어 다들 당황해하고 있는데 하지수는 그의 모습을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얼마나 큰 감동을 받았으면 그간의 이상하던 태도와 관계를 피했던 이유도 더 이상은 따지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송승우 씨는 왜 오지 않으신 겁니까, 오늘은 불참하시나요?”“두 분은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58화

    화장을 마치고 머메이드 드레스로 갈아입은 하지수는 불빛 아래에서 더 반짝이는 드레스를 보며 아무래도 자신이 허영지를 가리는 것 같아 걱정스러운 마음에 다시 한번 송문수를 불러보았다.“문수 씨, 이게 진짜 괜찮다고?”정말 아닌 것 같아서 한 질문이었지만 송문수는 역시나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걱정 마, 이거 네 거 맞다니까.”“진짜 어머님이 준비하신 거 맞지?”“너 나 안 믿을 거야?”송문수가 목소리를 깔며 말하자 하지수도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입을게.”정말 허영지의 뜻이라면 하지수도 걱정할 게 없었다.사실 평소 하지수에게 검소하다는 말을 자주 하던 허영지였기에 그녀가 이런 드레스를 준비했다 해도 이상할 건 전혀 없었다.이번 기회에 저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시어머니의 마음인가보다 하며 하지수는 나갈 준비를 마쳤다.“가자 이제.”“엄마가 인터뷰 있다고 빨리 오래. 사진도 찍어야 한대.”“그래.”차에 탄 뒤에도 송문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다리를 덜덜 떨며 자꾸만 핸드폰을 확인했다.평소와는 다른 모습에 하지수가 그를 부르자 송문수는 화들짝 놀라며 대꾸했다.“문수 씨.”“어?”“더워?”에어컨을 틀어 시원한 차 안에서도 땀을 흘리는 게 이상해서 한 질문인데 송문수는 연신 고개를 저으며 강하게 부정했다.“아니.”“땀 나는데?”“그래?”제 이마에 묻은 땀을 훔치던 송문수가 또 말을 바꾸자 하지수는 그를 수상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좀 더운 것 같기도 해.”“오늘 왜 이래? 당신 좀 이상한 것 같아.”“아무것도 아니야.”송문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어깨를 으쓱해 보였지만 그렇다고 쉽게 넘어갈 하지수가 아니었다.“어디 아파?”“그럴 리가, 나 소처럼 건강한 남자야, 병도 잘 안 걸린다고.”“...”누가 봐도 오바하는 것 같았지만 사정이 있겠지 싶어 하지수도 더는 묻지 않았다.그들이 호텔에 도착했을 때도 이른 시간이었지만 매체들에서는 더 빨리 와 있었기에 기자들과 송기명, 허영지 모두 그들 부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57화

    아침 일찍 디자이너를 불러 단장을 마친 송기명과 허영지는 나이 들면 가만히 잊지 못한다는 말이 맞다는 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이른 시간부터 호텔로 향했다.그리고는 아들이 아닌 며느리에게 전화를 걸었다.어차피 송문수는 전화를 잘 받지 않으니 그들은 무슨 일이 생기면 하지수에게 연락을 하는 것이 이미 습관처럼 몸에 배 있었다.좀 전에 일어나서 스타일링을 받고 있던 하지수는 시부모님에게서 걸려온 전화에 다급히 통화버튼을 눌렀다.“네, 저희 일어났어요. 문수 씨는 씻고 있고 저는 화장하고 있어요.”“네, 먼저가 계시면 저희도 금방 갈게요. 8시 전엔 도착할 거에요.”통화를 마친 하지수는 거울 속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며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싶었다.본인이 주인공도 아닌데 화장이 너무 화려한 것 같았다.게다가 원래는 송문수와 커플룩으로 어머니께서 맞춰주신 복고풍 드레스를 입기로 했으니 어찌저찌 의상을 수정하다 보니 오늘 입어야 할 건 민소매인 머메이드 드레스가 되어버렸다.예쁘긴 예쁘지만 꾸민 티가 너무 많이 나서 고민됐던 하지수는 송문수를 불렀다.“문수 씨, 나 진짜 이거 입어? 이거 어머니가 골라주신 것도 아닌데...”오늘 아침은 하지수보다도 더 빨리 일어난 송문수는 아까부터 소파에 앉아있었다.그가 이렇게 일찍 일어나는 건 정말 흔치 않은 일이라 알람 소리에 눈을 뜬 하지수는 제 옆에 없는 송문수를 보자마자 깜짝 놀랐었다.출근할 때도 알람이 몇 번이나 울려서야 화를 내며 일어내던 사람이 오늘은 웬일인가 싶기는 했지만 아버지의 60세 생일파티라 신경을 쓰는 건가 싶어 하지수도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았었다.“뭐라고?”그런데 제가 한참 불러서야 모습을 드러낸 송문수가 혼이 반쯤 나간 사람처럼 덜덜 떨고 있자 하지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당신 오늘 뭐 발언이라도 할 거야?”“아니, 왜?”“그런데 왜 이렇게 긴장해?”“내, 내가? 아, 아니야! 그럴 리가!”“아직 잠이 덜 깨서 그래!”송문수는 말까지 더듬으며 손사래를 쳤고 하지수는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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