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우의 표정이 너무 진지했는지도 모른다. 청년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다가 나중에는 의심하듯 물었다. “정말입니까?” “정말입니다.” 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청년은 계산대에서 일어나 서현우 앞에 서서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5만 중 무석이 있기는 한 겁니까?” 서현우가 손을 가볍게 흔들자, 저장 반지에서 5만 개의 중무석이 쏟아져 나와 우르르 쌓였다. 청년의 눈동자가 커지며 빛이 나더니 이윽고 미묘하게 바뀌었다. “왜요? 이제는 못 맞겠어요?” 서현우가 물었다. 청년은 고개를 양 옆으로 흔들며, 털썩 무릎을 꿇고, 서현우를 향해 세 번 연거푸 머리를 조아리며 절을 했다. “이게 무슨 짓이죠? 전 죽은 사람이 아닌데요?” “아니, 한 대 얻어맞는 것만으로 5만 중무석 가지고 가는 게 좀 송구스럽다고 생각해서 세 번 절을 드린 겁니다.” “…….” 진아람은 뒤에서 입을 막고 겨우 웃음을 막았다. 서현우는 다시 손을 흔들었고, 번쩍이는 5만 중무석을 거둬들였다. 그러자 청년은 펄쩍 뛰며 얼굴이 빨개진 채 말했다. “사장님, 이제 와서 설마 말을 번복하시는 건 아니겠죠? 저는 이미 머리를 바닥에 세 번이나 조아렸습니다.” 서현우가 말했다. “이 상점 좀 보여 주세요.” “말만 번복 안 하시면 상점이 문제겠습니까? 제 엉덩이도 보여드리지요.” “피식…….”진아람은 기어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청년은 진아람을 옆으로 돌아보더니, 그녀가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나이 또래인 것을 보고는, 별 신경 쓰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계속 서현우를 바라보았다. 서현우는 그의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 “아니면 먼저 한 대 때릴까요?” 그 말에 청년은 두말없이 땅바닥에 벌렁 드러누운 채 눈을 감았다. “자.” 서현우도 이렇게 독특한 녀석을 어찌할 수 없었다. 왠지 누구와 비슷한 것이……. 그래, 기억났다. 상천랑처럼 천진난만한 녀석. “헛소리 말고 안내나 하세요.” “예. 사장님!” 죽을 것 같이 나
“그래서 샀다고?” “좋아, 그럼 계획을 바꿔서 무기점을 차릴까? 마침 천하상회에서 산 무기가 꽤 많으니까.” 그녀는 약간 비꼬듯이 물었다. 서현우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약방이 낳겠어. 그 무기들은 내놓을 수 없으니 제가 직접 단약을 만들어서 겉만 그럴싸하게 꾸미면 되지.” 진아람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도 진짜 여기서 상점을 내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일단 목적만 달성하면, 언제든지 떠나려고 했으니까. 서현우와 진아람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편, 서현우에게 무기점을 판 부영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수십 분을 걸어 어느 경치가 수려한 산에 올랐다. 산에는 인적도 없고 들풀만이 무성했다. 그는 키 만한 잡초를 헤집으며 산속으로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냇물 옆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초라한 초가집 한 채와, 그 옆에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묘지 하나가 있었다. 부영호는 냇물에서 세수를 하고, 무덤 옆에서 저장반지 안의 제물을 꺼내 흉포한 삼계의 흉수 돼지머리와 함께 놓고 술을 따르며 걸터앉았다. “아버지, 무기 상점은 제가 팔았습니다.” 부영호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만약 제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나시면 무덤에서 나오시든가요? 나오시면 제가 아버지 대신 기꺼이 들어가지요.”“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형님은 여전히 행방불명입니다. 복수를 하고 싶었지만, 보시다시피 제 실력이 도경에 달하고, 가산을 다 탕진해도 연심부 같은 거물에 대항할 수 없네요.” “저는 큰형이 불효자라고 생각해요. 아버지가 죽어도 모르고, 다행히 어머니가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저를 낳아서 이렇게나마 임종을 지켰네요.” “근 몇 년 동안 피나는 노력을 했지만, 아무래도 저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아들로서 아버지의 원수를 갚지 못하는 저도 불효자입니다. 차라리 진작에 아버지와 부자 관계를 끊었다면 제가 아버지의 원한을 짊어질 필요가 없었을 텐데…….” “애초에 가문을 저보고 맡으라고 하셨을 때 무슨 생각이
성국의 하늘은 어두웠지만 검은 접시 위의 옥구슬처럼 별들은 빛났고, 꿈처럼 환상적이었다.서현우는 성국의 환경이나 공기 등이 용국과 비교가 안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아마도 이것이 기술을 발전시키지 않은 곳의 장점일 것이다.그러나 무사 간의 대결은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 특히 높은 경지 무사의 대결일수록 산봉우리가 무너지고 땅이 갈리고 강이 뒤집히는 등의 일이 적지 않다.그들의 대결로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가히 파괴적이라 할 수 있다.그래서 어느 것이 좋고 어느 것이 나쁜지 말할 수 없었다.밤인데도 성심성은 사람들로 시끌벅쩍했다.곳곳에는 등불이 환하게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격투장은 여전히 사람들로 붐볐다.내기에서 이겨 무석을 벌지 않더라도, 싸우는 것을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심심한 마음을 달래기 충분했다.일반인이나 하급 무사의 경우 격투장에서 격투기를 무사들을 보며 더 높은 경지를 향해 가려는 의지를 다질 수 있다.본 실력을 감출 수 있을 만큼 대단하다면? 그래도 구경 온 사람들의 성의를 생각해서 어느 정도 실력은 보여야 했다.일부에서는 격투를 보는 이유가 강자의 접전으로부터 전투 경험을 배워 실력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도 있다.사실 실력을 증진하는데 강자의 교전을 보는 것도 필요하다.실력이 더는 늘지 않던 무사가 우연히 강자의 싸움을 보고 깨달음을 얻어 막힌 벽을 돌파하는 경우도 있다.실제로 이런 일이 셀 수 없이 많았다.이런 이유들로 모인 사람들이 지금 격투장을 뜨겁게 달궜다.서현우는 진아람 때문이 아니라면 아예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다.그의 경지에 비하면 이곳은 어린이 놀이터와 같아서 전혀 흥미를 느낄 수 없었다.괜찮은 기재들도 있었지만 서현우의 눈에는 그저 평범할 뿐이었다.그래서 아무리 정교하고 강력한 수법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서현우는 눈을 감고 쉬려했지만,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 그것도 힘들었다. 드디어 진아람이 등장했다.“안월! 안월! 안월!”사람들의 고함소리가 귓전을 때렸다.서현
이 정도 방어는 서현우라면 쉽게 뚫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진아람에게는 아직 무리였다. 그녀의 실력이 한 단계 더 올라가지 않는 한. 그러나 곧 서현우는 진아람의 몸이 순간 번쩍이는 것을 보았다. 평범한 무술인이라면 이미 진아람의 모습을 볼 수 없을 터였다. 반면에 서현우의 눈에는 진아람의 움직임이 느린 듯 보였다. 특이한 지점에서 그녀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 지점에는 흔적이 남았다. 두 번의 호흡, 30여 개의 지점. 서현우는 문득 깨달았다. 진아람이 환월의 방법을 써서 공격하려고 한다는 것을. 윙……. 귀에 거슬리는 윙윙 소리가 갑자기 크게 들려왔다. 격투장의 눈부신 백색광. 이 흰 빛은 밤하늘 아래에서 유난히 눈부시게 빛났다. 이 빛에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들이 눈을 떴을 때, 남요부의 제자가 바닥에 누워 혼수상태에 빠진 것을 발견했다. 진아람도 곧 쓰러질 듯 비틀거렸다. 그녀는 엄살을 떠는 것이 아니었다. 영력을 사용해 공격하는 것은 진아람에게 매우 쉬운 일이었다. 이 영력을 사용하는 순간, 진아람은 3초 동안 남요부의 제자를 200번 이상 공격했다. 그리고 공격하는 부위는 모두 머리 위에 위치해 있었다. 남요부의 제자는 정신 방어력이 거의 전무했다. 정신력 공격을 받은 그는 전혀 방어할 수 없었다. 진아람의 직접적인 공격은 여전히 그의 방어를 뚫을 수 없지만, 공간을 타격해 그의 뇌에 직접 공격할 수 있었다. 이것이 남요부의 제자가 혼수상태에 빠진 이유였다. 즉, 진아람이 힘 조절하지 않았다면, 그는 이미 죽을 수 도 있었다.서현우는 환하게 웃었다. 진아람의 실전 대응 능력, 전투 상황 분석 능력은 그의 상상을 초월했다. 까다로울 줄 알았던 상대가 결국 그녀에게 당했다. 서현우는 비틀거리는 진아람을 바라보며 무술계의 샛별이 떠오름을 느꼈다. 격투장 안은 다시 적막해졌다. “젠장,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안월이 어떻게 이겼는지 보신 분?” “이건 속임수? 가짜 시합
격투장은 단연 성심성 안의 무인들의 피를 끓어오르게 하는 곳이다. 하지만 또 다른 피를 끓게 하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천향각일 것이다. 천향각은 성심성 동쪽의 주요 도로에 위치하고 있으며 10,000 무의 면적을 자랑했다. 낮이든 밤이든 문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경탄할 만한 시와 악곡들이 이곳에서 탄생했고, 천교기재들이 기녀들과 나눈 이야기도 이곳에서 전해진 것이었다. 어둠 속의 천향각은 활짝 핀 한 송이 꽃 같았다. 각양각색의 불빛은 현대 도시의 네온사인의 느낌을 그대로 본뜬 것 같았다. 심지어 아름다움에서는 그것을 뛰어넘었다. 서현우는 천향각이라는 이름만 알고 정작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하지만 괜찮다. 가는 길에 아무에게나 물어보면 남자라면 누구나 다 아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천향각에 잘 도착하도록 열성적으로 안내할 테니. 천향각 입구에서 서현우는 강한 향기를 맡았다. 답답하거나 메스껍지 않고, 남자의 감정을 더 자극하고 꿈틀거리게 하며 자제력을 잃게 만드는 그런 향기가 진하게 났다. 신약진에 있을 때, 서현우는 화루에 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천향각은 화루보다 훨씬 고급스러웠다. 속이 보일 듯 말 듯한 옷을 입은 여자가 일부러 요염하게 손짓을 했다. 부잣집 귀수, 금지옥엽 같은 소녀, 종문의 성녀처럼 하나같이 고급스럽고 고결하게 입었다. 자태가 모두 매우 아름답고, 행동에 절도가 있으며, 교양이 넘쳤다. 그 자연스럽게 풍기는 도도함은 남자들의 마음으로 하여금 정복의 충동을 느끼게 했다. 서현우가 천향각에 들어서자 듣기 좋은 비단 대나무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대당 안에는 사람이 많아 의자가 많이 놓여 있음에도 거의 자리가 꽉 찼다. 손님 접대를 하는 붉은 소매의 아름다운 여성은 우아하고 여유로웠다. 부잣집 도련님의 차림새에도, 문인의 차림새에도, 호들갑 없이 조용하게 자리에 앉아 춤을 감상하게 하거나 위층으로 안내했다. “손님, 천향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서현우가 입구에서 두리번거릴 때 하얀 치
이것은 단지 우연히 벌어진 일이었다.서현우를 위층으로 안내하던 아가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얼른 서현우를 향해 말했다. “안대인, 이리로.”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해서 아가씨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가며 무심코 물었다. “저 칠공자는 누구입니까?”그러자 아가씨는 비밀이라도 들킨 듯 조심히 대답했다.“안 대인께서는 모르셔도 됩니다.”“어? 그럼 그 사람 신분이 보통이 아닌가 보군요?”이 아가씨는 걸음을 멈추고 서현우를 돌아보았다. “안 대인…….”서현우가 당황했다.그녀는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네, 알았어요. 묻지 않겠습니다.”서현우는 계속 묻기를 포기했다.“안 대인은 좋은 분이십니다.”서현우는 멋쩍은 듯 무의식적으로 코를 만졌다.갑자기 좋은 사람이란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하지만 이 아가씨가 만약 서현우가 수라라는 것을 안다면, 감히 그가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2층은 훨씬 편안한 분위기였고, 3층과 4층은 더욱 조용했다.은은한 단향목 향으로 가득 차서 절로 마음이 평온해졌다.이 아가씨는 서현우를 데리고 한 방 앞에서 멈춰 섰다. 아무 말없이 서현우에게 혼자 들어가라고만 하고, 몸을 숙여 절을 하더니 돌아갔다.서현우가 문을 두드렸다.“들어오세요.”안에서 모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서현우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모루가 낮은 탁자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것이 한눈에 보였고, 멀지 않은 곳에 역시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한 여자가 얇은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손에 비파를 들고 조각품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않아 있었다. “안 대인 오셨군요. 앉으시지요.” 모루는 서현우가 오자 웃으며 일어나 서현우에게 맞은편에 앉으라고 권했다. 서현우는 무릎을 꿇고 앉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아예 책상다리를 하고 편하게 앉았다. 모루는 천으로 얼굴을 가린 그 여자를 향해 고개를 옆으로 끄덕였다. 조각처럼 않아 있던 여자는 다시 살아난 듯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비파의 현을 살며시 건드렸다. 비파 소리가 가볍게 울렸다
“뭐 별일은 아니고 그저 아래층에서 칠공자라는 이름을 듣고 흥미가 생겨서요.” 서현우가 대답했다. 본래 이런 말을 쉽게 믿는 사람이 아닌 모루는 서현우의 말을 헤아려 답했다. “칠공자는 취신전의 전수자입니다.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 취신전의 전주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연심부와 취신전 사이에는 이미 협력관계가 성립되어 있습니다…….” 칠전 중 하나인 취신전이라면 서현우도 알고 있었다. 취신결이라는 특수한 공법이 유명했다. 그것은 술과 관련이 있었다. 그래서 취신전의 제자들은 모두 주정뱅이라고 할 수 있다. 취신전은 일찍이 칠전의 수장 청우전에 버금가는 실력을 가졌었다. 지금 어떤지 모르겠지만. 취신전의 전수자로서 취신전의 차기 전주가 될 가능성이 높으니, 이 칠 공자 역시 믿는 구석이 있을 것이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이 늦었으니 오늘은 먼저 가보겠습니다.” “안 대인, 뭐 이리 조급하십니까! 술이 곧 올 나올 테니 함께 술도 마시고, 편히 더 계셔야 제 사죄의 뜻이 잘 전달되지요.” 모루가 말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서현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돌아섰다. “그럼 안 대인을 배웅하겠습니다.” 서현우도 굳이 사양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4층에서 내려왔을 때 모루가 말했다. “안 대인, 사실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편히 말하세요.” “제가 연심부를 대표합니다만…….” 쾅!모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폭발음이 났다. 2층 복도에서 연기와 먼지가 피어 사방으로 퍼졌다. 사람들의 놀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쓱쓱쓱쓱……. 일련의 인영들이 순식간에 나타나 2층을 겹겹이 에워쌌다. 그들은 모두 수수한 검은색 장삼에 금빛 연꽃 한 송이를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 펑! 또다시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그러더니 한 인영이 비틀거리며 나왔다. 잡아라! 차가운 음성이 들렸다. 통일된 복장을 한 이 인영들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 얼마 되지 않은 때, 소란
궁복 여성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칠공자…….”“조용히 하세요!”칠공자는 갑자기 궁복 여성을 바라보며 냉담하게 말했다.“최 부인, 만약에 형수님 집 주인이 여기에 계셨다면, 이런 사소한 일로 자꾸 저를 괴롭히진 않았을 거예요!”궁복 여성은 얼굴색이 확 바뀌더니 고개를 떨군 채 말없이 서 있기만 했다.궁복 여성은 그 어떤 말도 꺼내지 못했다.천향각이 존재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분명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천향각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다.칠공자가 천향각을 무시하곤 했다.정람은 절 하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두들겨 맞아 피범벅이 된 부영호 얼굴을 보고서 부영호의 뺨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닭 똥 같은 눈물을 떨어트렸다.“드디어 우리 이제 같이 있을 수 있어요.”부영호는 힘겹게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부영호는 입술이 찢어져 입가에서 계속 붉은 피가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다음 생애도 두 사람 같이 살고 싶으면 절하면서 비세요. 제가 연심부에게 부탁을 해서 혼등을 이용해 당신들의 굳건한 신념을 지켜줄테니까요.”칠공자는 지그시 웃으며 말을 건넸다.“10m 거리에서 제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시겠어요? 상대방의 신념이 점점 타 들어가는 느낌이 어떤지 느껴보세요.”빙 둘러선 구경꾼들은 놀라서 점점 얼굴색이 굳어지더니 두려워하는 눈빛으로 칠공자를 쳐다보고 있었다.이러한 잔인한 수단으로 사람을 죽인다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쳤기 때문이다. 서현우는 인상을 찌푸렸다.깊은 원한이 쌓인 것도 아니고 사람을 막다른 곳까지 이렇게 몰아넣어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너무한 짓이지.“이런 악마 같은 놈아! 당신은 날 죽이지 못해!”정람은 피눈물을 흘리며 소리 질렀다.“얼른 잡아.”칠공자는 정람의 말에 신경 쓰지 않고 손짓하며 말했다.무표정을 지은 어떤 남자가 종문 가문의 옷을 입고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가슴 쪽에 조롱박 모양의 휘장이 달려 있었다. 그것은 취신전의 휘장이었다.서현우는 갑자기 손을 뻗어 전음석을 만지더니 전음석에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