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 참회? 하하하! 너 따위가 나를?” 이도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건방진 놈! 네가 감히 우리 조성문을 무시해? 이도현, 넌 정말로 네가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구나!” 모유아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모유아는 조성문의 사수 장로로 그의 무공은 이미 성급 중기에 도달했으며 조성문 내에서도 손꼽히는 강자였다. 게다가 그의 무공은 매우 기이하여 상대와 맞붙으면 그의 기묘한 기술로 인해 방어하기가 어려웠다. 조성문 문주 김등이 그를 보낸 이유는 이도현을 확실히 제압하기 위해서였다. 원래 그들의 계획은 이도현이 타고 있는 비행기를 추락시켜 바다에 빠뜨리고 모유아가 바다에서 이도현을 제압해 조성문으로 데려가는 것이었다. 이도현만 통제할 수 있다면 그가 어떻게 되든 그들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도현의 속도가 너무 빨라 모유아가 그를 따라잡지 못했고 결국 이곳까지 추격하게 되었다. “나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너를 잡아갈 뿐만 아니라 네가 가지고 있는 모든 비밀을 뽑아내서 네가 우리 조성문을 거스른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지금 당장 네 무공을 폐할 테니 널 조성문으로 데려가겠다! 물론, 만약 네가 현명하다면 지금 당장 네 스스로 무공을 폐하면 내가 너에게 고통 없이 죽을 기회를 줄 수도 있다!” 모유아는 매우 오만했다. 그의 눈에는 이미 이도현을 잡았다고 생각하여 이도현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조차 그에게는 쳐다볼 가치도 없는 존재였다. 조성문의 강대함에 자부심을 가진 그는 세상 누구도 자신들의 파벌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여기 있는 다른 네 사람의 신분을 전혀 알지 못했고 그저 이 세상에 조성문에 맞설 수 있는 무사는 없다고 믿고 있었다.이런 사람에게 이도현은 말할 가치도 없었다. 그를 죽이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었다. 이도현이 출격하려던 순간 갑자기 천현종의 손옥성이 입을 열었다. “잠깐! 조성문의 모 장로 맞습니까? 당신이 이 젊은이에게 손을
아까까지 그렇게 오만하고 어리석게 굴던 모유아는 순식간에 꼬리를 내린 개처럼 아첨하는 모습으로 변했고 그의 얼굴은 온통 아부하는 기색으로 가득했다. “고무계의 친구들, 이 녀석 몸에는 많은 비밀이 있습니다. 그는 태허산의 제자이며 우리의 추측으로는 그가 이미 곤륜옥의 힘을 얻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모유아가 이 말을 하자 방금까지 무표정이던 네 사람의 시선이 한순간에 이도현에게로 집중되었다. 그들은 놀란 눈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얼굴에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함께 힘을 합쳐 이 녀석을 잡고 그의 비밀을 함께 나누는 건 어떻겠습니까? 친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모유아는 지금 마치 중개인처럼 사람들과 협상을 하려고 하고 있었다. “꺼져라!’ 손옥성이 한 번 크게 소리쳤다. 그는 더 이상 이 인간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이런 인간의 말을 듣는 것 자체가 혐오스러웠고 계속 듣다가는 자신의 수준이 낮아질 것 같았다. “지금 당장 떠나라, 그렇지 않으면 네가 여기 온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 노골적인 혐오와 경멸! 전혀 체면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모유아는 이에 조금도 기분이 나빠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나이가 많아 세상 물정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때로는 굽히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기에 고무계 파벌과 충돌을 일으키면서까지 이도현을 잡으려고 하는 것은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다. 모유아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몇 걸음 물러났지만 완전히 떠나지는 않았다. 로자가 물러서는 것을 보고 손옥성은 더 이상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다시 이도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젊은 친구! 혹시 우리 천현종에 들어올 생각이 있지 않나? 만약 우리 천현종에 들어오면 지금 당장 너를 고무계로 데려가 줄 수 있다네. 천현종에 들어오면 우리 종파에서 최고의 스승을 붙여 줄 것이고 최고의 수련 자원을 제공해 줄 걸세. 그리고 네가 우리 종파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이 세속 세계에서는 아무
“너...”이도현의 대답에 조금 전까지 득의만만하던 지성윤은 숨이 막힐 듯 답답했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마치 상한 음식을 먹은 것처럼 구역질이 나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좋은 마음으로 이도현에게 조언을 했지만 이도현은 마치 파리 쫓듯이 그녀에게 떠나라고 했고 떠나지 않으면 베어버리겠다고까지 말했다. 그녀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대접이었다. “히히, 재밌네. 사람을 끌어들이려다 거절당했네. 히히.” 옆에서 훈훈하게 지켜보던 현연왕의 손녀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지성윤과 손옥성은 이도현에게서 받은 모욕에 얼굴이 붉어졌고 불길한 화염이 그들 마음속에서 타오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미 달려가 한 방 먹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대는 이도현이었다. 그의 비범함과 그의 천재적인 자질을 보면서 그들은 도저히 그를 죽이거나 다치게 할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젊은 친구!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리는 건 좀 무리가 있지 않겠나? 노인이 바라는 것은...” 손옥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도현은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말했다. “가라! 안 가면 영원히 못 가게 해주마!”이 말을 들은 손옥성은 깜짝 놀라며 얼굴이 붉어지고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얼굴빛이 굳어졌다. “하하하! 천현종의 친구들, 봤지? 이놈은 그저 은혜도 모르는 놈일 뿐이야! 더 이상 말할 필요 없어. 그냥 힘으로 그를 쓰러뜨리면 돼!” 뒤에서 가만히 있던 모유아가 기쁨에 가득 찬 표정으로 소리쳤다. 이도현이 감히 그의 제안을 무시하는 것을 보고 더욱 신나게 웃었다. 손옥성도 이 말을 듣고는 더욱 분노에 휩싸였다. “좋다! 네가 나서라. 천현종은 더 이상 개입하지 않겠다. 네 마음대로 해봐라!” 손옥성은 이도현이 맞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가 맞고 나면 아마도 천현종의 강력한 후원자들을 간절히 원하게 될 것이다. 이 말을 들은 모유아는 크게 웃으며 답했다. “감사
그러나! 그 강력한 한 방이 이도현의 몸에 닿았음에도 모유아가 기대했던 것처럼 이도현이 바로 쓰러지지는 않았다. 이도현은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그 자리에 서 있었고 발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이게 너희 성급의 힘인가? 고작 이 정도라니!” 이도현은 입가에 비웃는 미소를 띠며 조롱하듯 말했다. “뭐라고? 네가...” 모유아는 눈을 크게 뜨고 이도현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는 거의 자신이 착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방금 그가 날린 손바닥에는 자신의 모든 힘이 실려 있었다. 그 한 방을 맞은 상대가 방어 준비가 없었다면 제국급 강자라도 바로 터져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도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환각이야! 이건 분명 환각일 거야! 모유아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이도현에게 일격을 가한 후 그가 무사할 리 없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이도현이 움직였다. 그의 손에 들린 음양검이 주저 없이 모유아의 손을 향해 내리쳤다. 빛이 번쩍였고 모유아의 손과 함께 팔뚝의 절반이 그대로 잘려 나갔다. 성급 강자의 육체가 얼마나 강한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 순간, 모유아의 팔은 마치 두부처럼 이도현의 칼에 잘려 나갔다. 이 검에 실린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손 장로님! 그는... 그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겁니까? 그의 내공을 간파할 수 있나요? 대체 얼마나 강한 건가요? 방금 성급 강자 두 명을 죽인 것도 모자라 이제는 성급 강자의 팔을 한 번에 잘라버리다니! 내가 뭘 잘못 본 건가요?” 지성윤은 완전히 충격을 받은 듯했고 아까 멀리서 훔쳐본 것과 지금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것은 완전히 다른 시각적 충격이었다. 손옥성 또한 크게 당황했다. 그는 이미 이도현의 실력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을 확신했다. “이 녀석 너무 기이하고 너무 불길하다! 이제야 깨달
흡... 손옥성, 헌원왕 등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고 모두 본능적으로 숨을 들이쉬었다! 이 장면은 너무나도 믿기 어려웠다. 성급 강자가 온몸의 힘을 담아 날린 주먹은 세상을 파괴할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주먹이 이도현의 몸에 닿았을 때 이도현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고 심지어 그의 옷조차 찢어지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마치 연극 같았지만 이건 실제로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충격에 빠져 있는 그 순간, 이도현의 손에 들린 보검이 다시 한번 움직였고 차가운 빛이 지나간 후 모유아의 다른 손이 땅에 떨어졌다. 피가 뿜어져 나오고 손바닥이 땅에 떨어졌으며 순식간에 성급 강자의 두 손이 이렇게 땅에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이들은 모두 소름이 돋았다. 이미 두려움에 휩싸이기 시작한 모유아는 자신의 텅 빈 두 팔을 바라보며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 “아...” 이 순간, 그는 더 이상 마음속의 두려움과 고통을 참지 못하고 피가 뿜어져 나오는 두 팔을 보며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이도현은 그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조혜영이 그렇게 고통을 당했을 것을 생각하자 이도현의 마음 속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귀령문의 사람들을 죽인 것도 그를 만족시키지 못했는데 하필 이때 조성문의 사람이 죽으려고 찾아왔으니, 그를 적당히 풀어주기에 딱 좋았다. 모유아의 비명 속에서 이도현의 손에 든 보검이 다시 움직였고 이번에는 모유아의 한쪽 다리가 그의 몸에서 분리되었다. “아... 이도현... 네놈이 도대체 뭘 하려고 하는 거냐, 차라리 날 죽여! 죽여버려라... 아...” 극심한 고통 속에서 모유아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이제 그는 다른 생각은 할 수 없었고 오직 죽고 싶었다! 죽음만이 이 고통과 치욕을 덜어줄 수 있었다. 그는 성급 강자였지만 손발이 잘려 인질처럼 되다니, 그가 살아있을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존엄을 지킬 수 있을까?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나았다.
이도현은 음양검을 접고 그들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두 손으로 조혜영을 부축하며 고분 밖으로 걸어갔다. 고분 안에 뭐가 있든 그는 전혀 흥미가 없었다. 죽은 자의 물건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그는 손대고 싶지 않았고 무덤에서 뭔가를 꺼내는 일은 더더욱 하고 싶지 않았다. 이도현은 네 사람 앞을 지나가면서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 그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고분 안에서 연달아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소리는 그가 처음 들어왔을 때 봤던 커다란 흰 원숭이의 포효와 같았다! 이도현은 잠시 멈추었지만 곧 다시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두어 걸음 걷지도 않았을 때 현연진이 손녀를 안고 그의 곁을 빠르게 지나갔다. “젊은이! 빨리 나가요! 고분 안에 수많은 귀명원후들이 있어요. 빨리 나가요...” 헌원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뒷모습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이도현은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뒤에서 끔찍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성녀님... 빨리 나가... 아아...” 이 소리를 듣고 이도현은 무의식적으로 뒤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코끼리만큼 거대한 흰 원숭이들이 손옥성을 산산조각 내고 큰 입을 벌려 그를 먹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지성윤은 간신히 먹히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도 아마 손옥성과 같은 운명이었을 것이다. “손 장로...” 지성윤은 놀란 나머지 비명을 지르며 미친 듯이 밖으로 도망쳤다. 이 순간, 그녀는 자신이 무공을 익혔다는 사실조차 잊은 듯 비명을 지르며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이도현... 날 좀 구해줘요...” 지성윤은 구명줄을 본 듯 이도현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원래 뒤를 보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이도현은 그녀의 외침을 듣자마자 곧장 고개를 돌리고 떠날 준비를 했다. 이도현은 매우 정직한 사람으로 자신과 관련 없는 여자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꽃을 아끼거나 미인을 구하는 바보 같은
산에서 내려오니 이미 날이 어두워져 이도현은 서둘러 떠나지 않고 섬에서 안전한 장소를 찾아 그곳에서 하룻밤 묵기로 했다. 날이 밝으면 신영성존과 연락해 비행기를 보내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밤에 길을 떠나는 건 너무 위험했다. 조성문 문주 김등이 벌써 사람을 보내 그를 죽이려 했고 가는 길에 두 번째나 세 번째로 또 누군가가 나타날지 모를 일이었다. 혼자라면 상관없겠지만 지금은 조혜영과 또 하나의 귀찮은 짐이 있었으니 상황이 달랐다. 이도현은 조혜영을 안정시킨 뒤, 주변에서 장작을 구해 불을 피웠다. 그의 기운 덕분에 그 주변 백 미터 안에는 독충 하나도 가까이 오지 않았다. 덕분에 이도현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밤에 잠을 자는 것도 문제였을 것이다. 불빛 속에서 지성윤은 그제야 조금 안전하다고 느꼈지만 여전히 놀란 가슴을 진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 전 고분 안에서 손 장로가 귀명원후들에게 먹히는 끔찍한 장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 장면을 생각할 때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이도현 쪽으로 다가가고 싶었다. 이 남자는 비록 매우 얄미웠고 냉정했으며 연약한 여인을 돌보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그와 함께 있으면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면, 조혜영은 귀문 십삼침과 천급 담약의 효력 덕분에 상처가 거의 다 나은 상태였다. 손에 약간의 통증은 있었지만 이제 움직일 수 있었다. “혜영아! 괜찮아? 어디 아픈 데는 없니?” 이도현은 걱정스럽게 물었다. “도현 오빠, 이제 괜찮아요. 제가 폐만 끼쳤네요. 미안해요.” 조혜영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이도현을 바라보지 못했다. 그녀는 이도현에게 보물을 찾아주려 했으나 자칫 목숨을 잃을 뻔했고 이도현까지 위험에 빠뜨릴 뻔했기에 죄송한 마음이 가득했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미안하다고 말할 필요 없어. 다만, 앞으로는 절대 위험을 무릅쓰지 않겠다고 약속해. 네가 나를 위해 무언가를 찾고 싶어 한다는 건 알지만 너희들의 안전이 나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거
이도현은 어이없다는 듯 입을 삐쭉였다. 이 여자는 왜 이렇게 유난을 떠는 거지? 무슨 친밀한 행동이라니, 난 그냥 내 여자를 안고 위로해 줬을 뿐인데 네가 그걸 친밀한 행동이라고 부르는 거냐!하지만 그는 결국 조혜영을 놓아주고 지성윤에게 시선을 돌려 그녀를 훑어본 후 말했다. “너 내상을 입었어!”“흥! 네가 뭔 상관이야! 너라고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지성윤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사실 그녀도 이도현에게 이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어쨌든 이도현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인데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이 남자는 너무 얄미웠다. 같은 여자라면 왜 조씨 성을 가진 여자에게는 그렇게 다정하게 굴면서 자신에게는 이렇게 냉정한지, 똑같은 여자임에도 왜 차별 대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럼 내가 고쳐 줄게!”말이 끝나자마자 이도현은 갑자기 움직여 지성윤을 번쩍 안아 올렸다.“아! 너 뭐 하는 거야! 나를 내려놔!”지성윤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갑자기 이도현이 그녀를 안아 들자 그는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여자란 참...방금 전에는 자신을 무시하자 온갖 원망을 품더니 이제는 그가 자신을 안자 두려워하는 모순적인 감정에 휩싸인 것이다.놀라서 지성윤은 이도현에게 손을 휘둘러 공격하려 했지만 이도현은 곧바로 그녀를 제압했다. 이도현은 한 손으로 그녀의 두 손목을 꽉 잡고 그대로 그녀를 뒤돌려 허리를 숙이게 만들었다. 이 자세는 상당히 난처한 상황을 만들었다. 보기에는 마치 그가 무언가 부적절한 행동을 하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 부끄러운 자세에 지성윤은 겁에 질렸고 수치스러움에 몸이 떨렸다. 다른 사람이 이 모습을 보면 마치 이도현에게 무언가 끔찍한 일을 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말이다.“아악! 이 변태! 너 뭐 하려는 거야! 썩 꺼져... 안 돼! 차라리 날 죽여! 날 모욕하지 마! 네가 감히 날 모욕한다면 내가 죽더라도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 지성윤
이도현은 형수가 차린 밥상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 문제라도 생길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형수, 저 먹고 왔어요! 번거롭게 차리지 않으셔도 돼요!”이도현은 말을 마치고 급히 노문호에게 눈길을 돌렸다.그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수유 중인 형수의 가슴이 너무도 풍만하여 이도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 기세는 이도현이 침을 놓을 때보다 더 매서웠다.“노 선생, 그동안 잘 계셨나요? 집안에도 별일 없으시죠?”이도현은 급히 화제를 돌렸다.“그럼요, 무탈합니다! 그저 한의원이 너무 바쁠 따름이죠. 게다가 도현 씨의 명성이 자자하여 한동안 많은 사람이 도현 씨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가 없다니까 그냥 돌아갔어요.”“그래도 우리 한의원이 이제 많이 유명해져서 예전보다 훨씬 바빠졌어요. 도현 씨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 늙은 몸이 곧 쓰러졌을 거예요.”“좋은 소식이네요. 이건 노 선생의 의술이 뛰어나기에 백성들이 다 믿고 맡긴다는 거잖아요.”이도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에잇! 놀리지 말아요! 저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도현 씨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가서 좀 쉬다가 일하러 와요! 저는 계속 일해야 하니까 이만 가볼게요. 도현 씨가 돌아온 걸 축하할 겸 우리 저녁에 영식이네 집에 모여서 밥 먹어요!”“그... 괜찮을까요? 또 형수를 귀찮게 해야 하는데.”솔직히 말해서, 이도현은 형수 집에 가서 밥 먹고 싶지 않았다. 형수의 요리가 맛없는 것도 아니고, 꽃무늬 이불이 푹신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형수가 무서울 뿐이었다.“귀찮을 게 뭐 있어요. 도현 씨는 아이의 양아버지이고, 한집안 식구끼리 이런 말을 하면 섭섭하죠! 계속 그런 말을 하면 저희를 무시하는 거로 여길 거예요!”이도현이 거절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형수가 다급하게 말했다.이도현은 형수가 다급하게 그런 말까지 하는 것을 보고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더 거절하면 그가 찔리는 것이 있어서 초대에 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도현 씨, 현진
“이것 봐! 내가 뭐라고 했어! 내가 방금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지. 이 젊은이는 부귀의 상이고 걸음걸이도 씩씩한 데다가 온몸에서 은은한 보라색 빛을 반짝이고 있어. 딱 봐도 부귀영화를 누릴 상이지, 절대 그렇게 소질 없는 사람이 아니야! 이제야 믿겠어? 내 말이 맞는다는 거!”제일 먼저 반응한 할아버지께서 나서서 이도현을 가리키며 듣기 좋은 단어만 골라서 칭찬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계속 입을 삐죽거렸다. 바로 이 할아버지께서 조금 전까지 그를 파렴치한으로 몰았는데, 지금에 와서 말을 바꾸다니 참으로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이었다.“그러니까! 나도 그랬지. 이 젊은이는 딱 봐도 복이 있고 부귀한 사람이라고. 근데 너희는 귓등으로 듣기만 했어!”다른 사람도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이신의, 만나서 반갑네. 난 이춘식이야. 우리 같은 이씨로서 오백 년 전에 한 가족이었을 거야. 넌 정말 우리 이씨 가문에 큰 체면을 세워줬어!”“이신의, 난 김두만이라 하고 나의 외할아버지도 성이 이씨야. 우리도 한 집안이라고 볼 수 있어!”“이신의, 나도 이씨 성을 가진 외할아버지가 있는데, 자네와 똑같이 생겼어!”수염이 새하얗고 이가 싹 빠진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이도현은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연세가 이렇게 많으신 분이라면 이분의 외할아버지는 진작에 돌아가셨을 건데, 이렇게 나와 친한 척한다고! 자기 외할아버지더러 날 저승으로 데려가라는 거야 뭐야!’ “퉤! 뻔뻔스럽기는! 고아 주제에 어디 감히 외할아버지가 있다고 이신의와 친한 척하려고 해! 우리 어머니의 외할아버지야말로 이씨야!”뻔뻔한 사람이 또 한 명 나타났다.이도현은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 어르신들이 너무 무서웠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할뿐더러 그럴듯하게 말하여 진짜인 줄 알았다. 이것도 모종의 경지라고 볼 수 있는 정도였다.이도현은 황급히 한의원 안으로 도망쳤고 그제야 고요함을 되찾았다.“도현 씨, 돌아왔군요! 하하하... 이 자식, 왜 이제야 돌아왔
이도현은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쭈뼛쭈뼛하게 내디딘 걸음을 도로 거두었다. 그는 성급 고수보다 눈앞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이도현이 자신이 이곳의 의사라고 설명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노영식이 한 할머니를 부축하면서 걸어 나왔다.“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만 떠드세요! 다 진료해드릴 테니까 새치기하지 말고 줄 서서 기다리세요.”“신의 양반, 우리가 진료 보는 데 방해하려고 떠들어댄 것이 아니라, 반반하게 생긴 도시 사람이 염치없이 새치기하려고 해! 규칙을 어기려고 해!”한 할아버지가 울분을 터뜨리며 말했다.이도현은 이 말을 듣고 얼굴색이 확 어두워졌다.‘이런! 내가 언제 염치없이 굴었어?’“새치기! 누가 새치기했어요?”노영식이 물었다.“이 사람이요!”“바로 저 젊은이예요. 도덕심이라고는 일도 없어요!”“맞아요! 염치가 전혀 없어요! 우리가 온 오전 줄을 서도 새치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저 사람은 오자마자 새치기했어요. 그러고도 도시 사람이라고! 퉤!”또 한차례의 비난을 받은 이도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그냥 들어가서 일하려는 것뿐인데,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잠깐 사이에 벌써 세 번이나 욕을 먹었어. 게다가 한의원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인가? 설사 내가 진짜 진료받으러 왔다고 해도, 새치기하면 어때서? 한번 욕하면 그만이지, 끝없이 욕할 줄이야. 시골 사람이 제일 순박하다고 들었건만 왜 이 어르신들은 이렇게 다르지?’“이도현 씨... 돌아왔어요...”노영식은 이도현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기뻐하며 그에게 달려갔다.이도현은 손을 뻗으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오늘 운이 안 좋았다.“언제 돌아온 거예요? 미리 전화하지 그랬어요. 저희가 알았으면 마중하러 가는 건데!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 삼촌이 이도현 씨를 오랫동안 그렸어요... 그리고 저의 아내도 거의 매일 밤 이도현 씨 얘기를 했어요. 도현 씨가 돌아오기만 하면 아이의 양아버지로 모시겠다고!”노영식은 감
조금 거친 섬섬옥수로 능수능란하게 계산기를 눌렀는데 그런 진지한 모습이 여자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듯했다.그 여자는 다름 아닌 노영식의 아내, 이도현의 형수였다.한의원이 확실히 아주 바빠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아이를 낳은 지 몇 달도 안 되는 형수가 이렇게 나와서 일을 도울 리 없었다.그러나 형수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한 것을 보아하니 그녀가 이 일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긴 한의원에서 일하면 한 달에 오십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고 게다가 지금 월급이 올랐을지도 모른다. 이건 농촌에 있어서 아주 훌륭한 일자리였다.그리고 지금 부부가 모두 한의원에서 일하기에 한 달에 최소 백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무조건 농촌에서 고소득이라고 볼 수 있었다.더군다나 부부가 다 저녁에 집에 돌아가서 가정을 돌볼 수 있었다. 일도 지체하지 않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이 일자리는 그야말로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것 못지않았다.이도현은 이 부부가 하는 일이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을 잔뜩 받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질투에 눈이 멀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이 부부도 충분히 빡세게 살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형수는 아이를 낳은 지 겨우 몇 달밖에 안 되는데 벌써 일하러 나왔다.백성들은 역시나 응석받이로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1년은 쉬었을 것이었다.물론 도시 사람들의 생활 조건이 좋으니 휴식을 많이 취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거 아니겠어?이도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의원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겨우 두 발짝 걸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불러 세웠다.“에잇! 거기! 앞에 총각! 너 뭐 하는 거야! 양심이 있다면 뒤에 가서 줄을 서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 서고 있는 게 안 보이냐? 빨리 가서 줄 서!”“맞아! 맞아! 뒤에 가서 줄 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을 서는 거 못 봤냐! 어디서 새치기야! 뒤에 가서 얌전히 줄 서! 참! 요
이도현은 이 가족의 감사 인사를 마다하고는 남자에게 앞으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신앙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다.어떤 일이든 도가 지나치면 본연의 가치를 잃기도 하는데 좋은 마음에서 출발한 일도 나쁜 일로 만들 수 있었다.특히 이번 일처럼, 만일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면 그것은 신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해치는 것이었다.이튿날 아침이 되자마자 남자는 사람을 불러 아내와 아이를 들것에 싣고 산에서 내려왔다. 떠날 때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절의 스님을 쳐다보았다.그 표정은 마치 앞으로는 이곳에 두 번 다시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고, 돈을 어디에 쓰든 절대 너희 같은 양심 없는 가짜 스님에게 바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이도현도 떠나갔다. 그는 재물을 탐내고 하마터면 사람까지 죽일 뻔한 이곳에 1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머무르다가 사람을 죽이고 싶어질까 두려웠다.물론 그는 아무것도 폭로하지 않았다. 마치 하늘과 땅에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이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천지의 도리를 이루었다.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만약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면 이 세상은 완전하지 못할 것이었다.만물이 존재하는 데는 그만한 도리가 있는 법이고, 하물며 나쁜 사람은 그들보다 한층 더 나쁜 사람에게 응징받을 것이기에 이도현은 쓸데없는 일에 참견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이도현이 보기에는 이 스님들이 구제 불능한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어젯밤 이도현이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임산부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었다. 게다가 스님이 이 모든 것을 초래한 것도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결국은 여자의 남편이 너무 미신을 믿어서 출산을 앞둔 아내를 데리고 부처님께 예배드리러 왔다가 이런 일이 생겼던 것이었다.누가 옳은지 그른지, 또 누구의 책임인지 분명히 따질 수 없었다. 다행
이게 그들이 말한 보호란 말인가! 보호해 준다고 해놓고, 아내는 이 절에서 죽을 뻔했다니.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남자는 정말 후회스러웠다. 과거의 자신이 그저 미련한 바보 같았다. 자신의 월급 절반을 절에 바치고 돈을 그렇게 냈는데, 결과가 이 모양이었다. 바로 그때, 막 정신을 차린 여자가 배를 움켜잡고 비명을 질렀다. “여보. 나 배가 너무 아파. 아마 곧 낳을 것 같아. 여보 나 좀 살려줘.” 이도현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휴. 하느님! 당신이 나를 이렇게 시험에 들게 하시나요!” 그는 미칠 것만 같았다. 의술은 자신 있지만, 출산 경험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그는 남자다. 그러나 여기에서 의사라곤 그 혼자뿐이었다.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이 일은 그의 몫이었다. “세상에 대체 어떻게 이 타이밍에 애를 낳겠다는 거야? 조금만 더 참아서 내일 병원에서 낳으면 안 되나? 이 시점에서 출산이라니, 너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 아니야?” 이도현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건 단순한 치료가 아니다. 그는 해본 적도 없는 출산을 도와야 했다. “신의여! 제발 제 아내를 구해주세요! 그녀가 곧 아이를 낳아요!” 남자는 이도현 앞에 달려와 애원했다. “어서 뜨거운 물을 다시 준비해라. 정말 너희 집안에 큰 빚을 져서 갚는 것 같은 기분이다! 너는 남고 나머지는 다 나가라!” 이도현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네.”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못 하고 급히 방을 나갔고, 겁먹은 동생만 남았다. “뭐 하려고 멀뚱히 서 있어! 얼른 산모의 바지를 내려! 안 내리면 입으로 애를 낳게 하려는 거야? 아이고! 너도 여자이면서 아무것도 모르냐?” 이도현은 짜증을 내며 그녀를 나무랐다. 당황한 여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언니의 바지를 내렸다.그 후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침대 시트로 여인의 하체를 가렸다. 그는 여인에게 침을 놓으며 기를 돌게 했다. 정신없이 손을 움직인 지 약 30분
어떤 것들은 정말 믿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여러 번 그런 경험을 한 이도현은 지금은 깊이 믿게 되었다. 이런 것들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행히 이도현은 얼마 전 주씨의 아내와 그의 장인과 관련된 일을 겪고 나서, 미리 대비해 몇 가지 부적을 더 준비해 두었다. 음양탑에 보관해 두면 급하게 필요할 때 주사와 황지를 찾아다녀야 했다. 주사는 약국이나 특수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집에 비축해 둘 법한 물건이다. 그러니 대비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지금처럼 바로 쓸 수 있게 말이다. 이도현은 임산부의 동생을 돌려세우고 그녀를 방에서 잠시 나가게 한 후, 황색 부적 한 장을 꺼내 임산부의 몸에 대고 몇 번 그리며 주문을 중얼거렸다. 임산부의 기운이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지자, 그는 비로소 멈췄다. 이 과정을 거친 그는 상당히 지쳤다. 몇십 분 동안 정신과 체력이 크게 소모되어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제 언니는 어떤가요? 왜 아직 깨어나지 않는 거죠?” 여동생은 이도현의 치료가 끝나자 조급히 물었다. “나는 의사이지, 신선이 아니야.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는 법이야. 가서 그녀의 남편을 불러 몸을 따뜻한 물로 닦아 주게 해.” 이도현은 피곤한 얼굴로 답했다. 그의 의술은 뛰어났지만, 이 여인의 상태는 이미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것은 억지로 생명을 구하는 것이었고, 마치 염라대왕과 생명을 놓고 다투는 것과 같았다. 만약 그렇게 빨리 효과가 난다면, 그는 진정 신선이 된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여동생은 무언가 할 말이 있었지만, 방금 이도현이 보인 위엄을 떠올리며 입을 다물고 언니의 남편을 불러왔다. 두 사람은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여인의 몸을 따뜻한 물로 닦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 덕분에 여인의 미약했던 숨소리가 점차 강해지더니, 마침내 여인이 신음하며 눈을 떴다. “살았다! 내 아내가 살아났어. 그녀가 죽지 않았어.” 남자의 격한 말에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
곧 이도현의 차가운 시선이 절 안의 스님들에게 향했다. 그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사람을 살리는 동안 방해라도 한다면, 즉시 지옥으로 보내주겠다!”“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다. 너희들이 듣든 말든 상관없지만, 감히 방해하려 한다면, 그 순간 너희의 마지막이 될 거다!”이도현은 말을 마치며 손을 휘저어 은침 하나를 던졌다. 은침은 대전 앞에 서 있는 돌사자를 명중했다.쿵!큰 소리와 함께, 거대한 돌사자가 순식간에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이 광경을 본 절의 스님들은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서 있다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방금까지 하고 있던 생각들은 한순간에 머리 속에서 사라지고, 마치 귀신을 본 듯한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뒤로 물러섰다.이 정도로 강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작은 침 하나를 사용했을 뿐인데 돌사자가 산산이 부서져 버리다니, 이게 그들의 몸에 닿기라도 한다면 무사할 리 없었다.아무리 그들이 뚱뚱하다 해도 이런 강한 힘을 버틸 수는 없었다.“뭘 멍하니 서 있느냐! 빨리 방을 찾아서 이 사람을 안으로 옮겨!” 이도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이도현의 위압적인 분위기 아래, 스님 몇 명이 거의 숨이 끊어질 듯한 여인을 한 방으로 옮겨놓았다.“모두 나가라! 그리고 따뜻한 물을 준비해라. 내 허락 없이 누구도 들어오면 안 돼!”“너는 따라 들어와라!” 이도현은 사람들 가운데 있는 한 여인을 가리켰다. 아마도 이 부부의 친척일 터였다.“저요?” 여인은 자신을 가리키며 놀란 듯 물었다.“들어와! 내가 하는 말 잘 듣고 따라 해! 산모와 어떤 사이냐?” 이도현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그녀는 제 언니예요.” 여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방금 돌사자를 산산조각 내는 이도현의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몸을 떨고 있었다.대답을 들은 이도현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여인을 한 번 더 보고, 남편을 보며 더욱 할 말을 잃었다.아내가 이 지경인데,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아내와 처제를 데리고 산속으로 오다니, 대체
“스님. 제 아내는 아직 죽지 않았어요! 심장이 뛰고 있어요! 제발 그녀를 살려주세요...”남자는 거의 무너질 듯한 목소리로 떨며 외쳤다.보아하니, 아내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 같았다. 그런데 왜 이 사람은 이런 스님들을 믿는 걸까? 그리고 아내가 이렇게 배가 부른데, 병원이 아닌 이 산으로 온 이유는 뭘까?요즘 같은 시대에 아이를 낳으면서 병원에 안 가는 경우가 있을까? 산간 마을이라고 해도 최소한 마을 의사나 경험 많은 산파나 어르신을 부르기라도 할 것이다.이 남자는 참으로 용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 아내를 데리고 이 깊은 산속에 와서 아이를 낳으려 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걸까.“아미타불! 시주님, 이 여 시주는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음을 편히 하세요. 이번 생의 죄업은 이미 갚았고, 업보도 끝났으니, 다음 생엔 반드시 큰 부귀와 건강을 누릴 것입니다!”“시주님, 이제 길을 비켜주세요. 이 썩은 껍데기를 태워버리게 해주세요. 아미타불, 꽃이 피고 지고, 사람이 나고 죽고,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생로병사는 모두 정해진 법입니다. 이 모두가 전생의 업이고 현세의 결과입니다. 시주님, 왜 그리 집착하십니까?”스님은 두 손을 합장하고 눈을 감고선 진지한 표정으로 계속 중얼거렸다. 이를 본 이도현은 속이 끓어올랐다. 대체 이게 무슨 허튼소리인가.스님의 신호를 받고, 젊고 힘센 스님 몇 명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남자를 억지로 끌어올렸다. 그리고는 여인을 다른 곳으로 옮겨 불태우려는 참이었다.이쯤 되자, 이도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이건 두 생명이 달린 일인데, 이렇게 두고 볼 수는 없었다.“멈춰!” 이도현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치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단번에 여인을 태우려는 스님들을 발로 차며 막아섰다.“뭐 하는 거에요!” 여인을 태우려던 스님이 분노하며 소리쳤다.“뭐 하는 거냐고? 사람을 구하려는 거지. 저 여인은 아직 죽지 않았는데도 네가 사람을 태우려 하니, 정말 출가한 사람 맞는 거냐? 출가한 자는 자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