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럼 당신들의 무사도 정신이 대단한지, 아니면 염국국의가 강한지 두고 보자고. 죽기보다 못한 삶이 뭔지 똑똑히 알려주지!”이도현은 웃으며 품에서 은침 몇 개를 꺼내서는 손을 흔들어 노구치의 몸 몇 군데에 찔렀다.얼마 지나지 않아, 노구치는 갑자기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짐승처럼 땅에서 뒹굴며 비명을 질렀다.“아... 간... 간지러워... 차라리 죽여... 죽이라고! 빌어먹을 놈아... 차라리 죽이라고!”1분도 안 된 사이에 노구치는 이미 탈진한 상태로 바닥에 누워있었다.마치 수천 마리의 개미가 몸 속을 돌아다니는 것처럼 느껴졌다.칼로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간지러웠다.“이것도 못 견뎌? 이제 시작인데? 보아하니 너의 무사도 정신도 그다지 대단하진 않구나! 고작 이런 간지러움도 못 참으면서 무사도 정신을 논하다니. 웃기지 않느냐?” 이도현은 비웃으며 말했다.“죽여... 날 죽여! 제발 날 죽여줘... 못디겠으니까... 차라리 죽여줘.”짧은 시간 내에 욕하고 비명을 지르고 하던 노구치는 더 이상 말할 힘조차 없었다.그는 마치 한 마리 구더기처럼 피바다 속에서 끊임없이 꿈틀거리고 있다! 사람 같지도 않았다.“다시 묻는다! 뭘 원하는 거야?”이도현은 몸을 숙여 낮은 소리로 물었다."난 정말 몰라. 그러니 날 죽여.”노치구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하하! 아직도 부족한가 보네 그럼 내가 더 도와주지! 네가 만족할 때까지!”이도현은 은침 두 개를 손에 들고 노구치의 앞에 서서 말했다.“안돼... 하지마... 나... 뭐든 말할게. 제발 그만해...”노구치는 완전히 무너졌다.무사도 정신이고 뭐고 잊은 지 오래다. 지금, 이 순간 그딴 건 쓸모없다.“진작에 그러지! 날 이렇게 까지 하게 만들고 말이야! 이러면 내가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잖아!”이도현은 악마 같은 얼굴로 말했다.지금의 이도현과 신연주 앞에서의 이도현은 그야말로 다른 사람이다.하긴, 그를 컨트롤할수 있는 사람은 신연주뿐이니 말이다.“말해봐!
이 소리를 듣고 노구치는 마치 다시 희망의 빛이 비치듯 힘이 불끈 솟았다.“어서 와서 날 구해줘!”생명의 희망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 같았다. 감격에 겨워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올챙이가 제 어미를 찾은 것보다 더 기뻐했다.한 남자가 한 무리의 남자들을 데리고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이도현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바로 지난번에 그의 집 앞에 찾아가 신연주를 한바탕 혼내고 달아났던 왕주영이었다.그의 별명은 작은 독수리!“왕주영!”이도현은 눈을 돌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왕주영은 지난번보다 자신감 있는 모습이었다.그의 새하얀 양복과 번들거리는 머리 스타일은 다소 경박스러워 보였다.왕주영은 당당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주 천진한 모습이었다. 아무런 어려움 없이 순조로운 인생을 산, 가족들이 오냐오냐 기른 그런 아이의 모습 말이다.“이도현! 우리는 또 만났네. 그날 너의 집 앞에선 널 보호 해주는 사람이 있었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 이번엔 어디로 도망가나 두고 보지!”“왜? 너도 도전해 보고 싶어?”이도현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하! 노구치 선생은 내 친구야! 노구치 무관도 네가 함부로 행패를 부릴 곳이 아니야! 그를 풀어줘. 이건 명령이야!”왕주영은 차가운 목소리로 이도현에게 명령했다.“네가 뭔데.”이도현도 물러서지 않았다.“너도 죽고 싶어? 지금 상황을 잘 보고 말해!”왕주영이 말하며 뒤로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그의 좌우에 다가섰다.두 사람 모두 강한 기운이 뿜고 있었다.이도현도 이 두 사람을 알고 있다. 바로 지난번 신연주에게 뺨을 맞고 도망간 참매와 늙은 독수리였다.그 두 사람이 틀림없었다.이 두 사람 모두 종사 경지의 강자들이다.“상황 파악 제대로 해. 오늘은 널 도와줄 사람이 없어. 순순히 풀어주고 나랑 함께 가. 번거로운 일 만들지 말고 말이야.”왕주영은 당당히 말했다.이 광경이 노구치에게 큰 희망으로 느껴졌다. 그는 오늘 그가 죽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두 팔은 잃었지만, 목숨은 잃고 싶지 않
“창영, 노사, 당장 처리해! 감히 반항하면 그냥 죽여버려!”왕주영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자기 손으로 이도현을 죽이고 싶은 정도였다.다만 그의 신분 때문에 쉽게 나설 수가 없다. 품위를 잃을 수는 없었다.“네!”창영와 노사, 두 사람도 진작 움직이고 싶었다.지난번 신주연에게 뺨을 맞고 황급히 도망친 것 때문에 창피했는데, 이번 기회에 그걸 만회하겠다고 생각했다.이도현이 신연주의 후배이니 이도현에게 복수하는 게 신연주에게 복수하는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이도현을 때려눕혀야 체면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걸 복수의 교환율이라 한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용서를 빌면 적당히 봐줄 수도 있어. 만약 그렇지 않다면, 여기에 온 걸 제대로 후회하게 해주마.”창영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그는 이도풍이 그에게 비는 게 곧 신연주가 그에게 비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체면을 바로 되찾는 건데 말이다!“지난번에도 너희 둘이었지. 연주 선배에게 제대로 혼나고 바보같이 도망간 놈들이. 왜? 지금은 안 무서워?”이도현은 두 사람을 번갈아 훑어보며 말했다.그의 말이 두 사람의 자존심을 건드렸다.이렇게 창피한 일을 다 말해버리니 말이다.“죽어, 이 새끼야!”순간 창영의 손이 매의 손톱으로 변했고, 이도현의 심장을 공격하려 했다.창영의 공격에도 이도현은 제자리에 꿈쩍도 하지 않고 그의 공격을 지켜보았다.다들 이런 이도현의 모습에 그가 너무 놀라 멍해진 줄 알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꼼짝도 못 하고 있으니, 죽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도망갈 줄도 모르는 멍청한 인간이라 생각했다.그런데!그다음 장면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창영의 손톱이 이도현의 가슴을 향했을 때, 이도현은 가볍게 손을 들어 창영의 손을 잡았다.그러자 창영은 더는 공격을 할 수가 없었다.“너...”창영은 금치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몸이 굳은 것처럼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내 선배가 나 더러 두 수로 종사를 죽이라고
이도현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창영을 쳐다보면 한 걸음 한 걸음 그를 향해 걸어갔다.자신에게 다가오는 이도현의 모습에 노사는 압박감을 느꼈다.마침내 이도현이 그의 앞에 섰을 때, 그는 두려움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며 그에게 달렸다.“악...! 이 새끼야, 널 죽여버릴 거다! 죽어!”하지만! 손을 쓰기도 전에, 이도현에게 목이 잡혔다.“이제 한 방 더 남았어. 이제 넌 죽어!”한 방에 죽일 수 있었지만, 두 수를 두어 죽이라는 선배의 말을 거역할 수 없어, 두 번에 나눠 죽였다.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찰칵 소리와 함께 창영의 목이 터졌다.신영성존의 두 명의 고수, 두 명의 종사급 무사가 이렇게 죽었다.칼에 베여 죽거나, 총에 맞아 죽거나, 몽둥이 맞아 죽는 양아치보다도 더 비참하게 죽었다.한 명을 머리가 터지고 한 명은 목이 터져 죽었다.분해 죽을 지경이었다!“너...”왕주영은 두려워 났다. 이도현이 악마같이 보였다.그의 뒤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이도현이 여기 있다고 알려준 강학연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얼굴이 창백 했고 오줌을 지리기 직전이었다.“어찌 이럴 수가...종사급 무사 두 명이 이렇게 죽다니! 이렇게 쉽게! 내가 잘못 본 게 틀림없어!”“손가락 한 번에 머리가 터져 죽다니... 이걸 사실이 아니야!”왕주영 뒤에 서 있던 다른 고수들도 이 모든 게 사실이란 걸 믿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종사급 무사가 어떤 존재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들은 총과 칼에 맞아도 멀쩡하고, 불가능한 게 없는 존재들인데, 보통 사람들 눈에는 신 같은 존재였고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들이었다.그런데 이런 존재들이 그들의 코앞에서 죽었다!그것도 손가락에 맞아서!그러니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그들에겐 완전히 불가능 한 일이었다! “너... 이도현! 감히 그들이 누군지 알고.... 그들을 죽여!”왕주영은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이도현에게 소리를 질렀다.창영과 노사, 그의 스승 신영성존의 팔대고수중에서도
“내가 말했지! 누구든 나를 죽이려 하면, 나도 그 사람을 죽일 거라고. 너희가 먼저 날 건드린 거야. 몇 번이고 날 죽이려 했잖아! 이젠 내가 되돌려 줄때도 되지 않았나? 아니면 너무 불공평하잖아!”“너희들은 날 몇 번이나 죽이려 했는데, 난 오늘 한 번이잖아. 얼마나 공평해!”이도현은 자신을 몇 번이나 죽이려 한 사람들을 그대로 둘 순 없었다.이도현의 말에 왕주영은 더욱 두려웠다.지금 당당하기 그지없었던 그의 기세는 완전히 사라졌고, 온몸을 떨며 이도현을 쳐다보면서 계속 뒷걸음질 쳤다.“너, 뭐 하려고? 내가 경고하는 데 허튼짓 하지마! 내 스승은 신영성존이야!”“이도현... 가까이 오지 마! 내가 갈 테니까,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해! 다가오지 마! 멈춰! 거기서, 가까이 오지 마...“이도현이 계속 다가오자, 왕주영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죽는것 보다 죽음을 기다리는 게 더 끔찍하다. 지금 왕주영은 이 끔찍한 느낌을 온전히 느끼고 있다.이도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한 걸음 한 걸음 그를 향해 걸어갔다.왕주영도 계속해서 뒷걸음질 치고 있다. 온통 피범벅인 이 곳에서 그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자 끔찍해 죽을 것 같았다. 공포가 그의 영혼을 지배했다.그의 등이 차가운 벽에 닿았다.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었다.그의 심장은 겉잡을 수 없이 뛰었다. 공포감에 휩싸여 호흡이 가빠졌고,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이도현의 살기 어린 눈빛에 그의 눈이 마주쳤을 때, 그는 완전히 무너졌다.“이... 이도현... 너... 내가 잘못했어, 제발 살려줘, 앞으로 널 건드리는 일은 없을 거야. 제발 용서 해줘! 다신 안 건드릴게, 내가 약속할게! 나 지금 당장 떠날게. 다신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 그러니 제발 용서해줘...”30여 년 동안 우쭐대며 날뛰던 이 사람이 이제야 주제 파악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빌고 있었다.“하하! 태도가 꽤 괜찮은 편이긴 한데, 안타깝게도 이미 늦었어....”“탁!”말이 떨어지자마자 이
왕주영의 죽음에 완성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그가 죽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온 염국이 들썩였고 많은 사람이 충격에 휩싸였다.전에 강씨 일가가 살해당했을 때도, 서북후가 살해당했을 때도 이 정도로 들썩이진 않았다.하지만, 이번 사건은 많이 달랐다.이번에 죽은 건 신영성존의 제자 왕주영이기 때문이다.한순간내, 염국 전체가, 아니, 전 세계의 주요 인물들이 이도현을 주목하기 시작했다.“이도현...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토록 용감하단 말인가? 감히 신영성존의 제자를 죽이다니.”“큰일이오! 염국에 큰일이 벌어질 거요!”“노영이 이번에도 그의 발톱을 내놓을지 참 기대되는군!”수많은 사람이 수군대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기뻐하고 어떤 사람은 근심했다. 물론 볼거리를 기다리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염경에 위치한 고급 개인 저택.저택 안은 고요하고, 여주인 한 명뿐이었다. 그녀 외엔 하인들이 있었고, 바깥엔 위병들이 지키고 있었다.방안에는 왕주영의 시체가 커다란 침대 위에 놓여 있었다.눈을 감은 표정이 편해 보이진 않는다.침대 옆에는 죽도록 울고 있는 여인이 있는데 그녀는 바로 왕주영의 어머니다.예전에 염경 왕씨 가문의 며느리였다. 당시 왕가에 시집간 후, 남편이 1년 동안 밖에 있는 상황에서 그녀는 이상하게도 임신했다.그때는 과학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고. 전례에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자연히 믿는 사람이 없었다. 한 여인이 남자가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임신하다니, 무슨 신이 내린 아이도 아니고,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그래서 왕가의 핏줄이 아니라 생각했다.그때 왕씨 가문은 염경에서 이름있는 집안이었다.그런 집안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 창피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왕씨 가문의 도련님이게 이런 일이.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절대로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당시 노구치가 금련록에 있을 때, 다들 그가 죽은 다음 금련을 보내라고 했다.왜일까?체면이 깎일가봐 그런 게 아닐까?그처
신영성존의 위엄에 못 이겨 왕가 도련님은 남자의 존엄을 지켜내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쟁이를 두르고 아내를 집에 모시고 매일 조상처럼 공양해야 했다.애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를 낳을때까지 이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낳자마자 신영성존은 바로 나타나 아이를 안으며 오냐오냐 하는데... 안 봐도 뻔하다! 이젠 이 아이가 누구의 애인지 다 알고 있겠지.이 아이가 바로 왕주영이다.아이가 만월이 된 지 얼마 안 되여 왕가네 집은 갑자기 테러들의 습격을 받아 하룻밤 사이에 집안 식구들이 모두 죽어버렸다.왕도련님이 기르던 그 거북이마저 모두 죽였다. 시체는 아직도 왕도련님 시체의 머리 위에 놓여있다.이 테러들이 무슨 목적으로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는 모른다.왕가네 집안은 어른이나 아이 구분할 것 없이 모조리 살해되였지만 아기인 왕주영과 그의 어머니만은 살해되지 않았다.살해당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 모자 두 사람 몸에는 피한방울도 묻지 않았다. 왕씨 가문이 죽자 고아와 과부가 남아서 불쌍하게 되자 신영성존은 자비를 베풀면서 이는 자기의 제자이므로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하였다.제자와 제자의 어미를 내가 기르겠노라고 손을 크게 한 번 휘둘러 천하에 명백히 알렸다. .그 후부터 왕주영은 신영성존의 곁에서 자랐고 어머니도 신영성존의 곁에 지내게 되었다. 이때 미모가 아름다운 한 여인이 비통하게 울고 있다: “아들아. 주영아... 내 아들아. 너 왜 이러고 있어... 너 눈뜨고 엄마 좀 봐. 주영아... 엄마 좀 봐...”“너 정말 비참하게 죽었구나. 안심해라. 엄마가 반드시 너를 위해 복수를 할 것이다. 엄마는 너를 죽인 사람을 산산조각이 나게 하고 자손을 끊게 할 것이다. 나는 너를 다치게 한 모든 사람을 죽어도 몸이 묻을 곳이 없게 할 것이야. 주영아...”여자가 애절하게 울고 있을 때 방문이 열렸다. 중년 남자 한 명이 비통한 표정으로 걸어 들어왔다.“연옥아! ”남자의 목소리는 나지막하고 허스키하며 말투에는 자책감이 어려 있었다
몇 분 동안 여자는 계속 주먹으로 신영성존을 때리고 있다!맞고 있는 동안 신영성존은 말 한마디 대꾸 없이 여자를 꽉 끌어안기만 하고 부드럽게 위로만 해준다. 다만 그의 눈빛은 살기가 꽉 차 있다.한참 후에야 여자는 맥이 풀렸는지 더는 신영성존의 가슴을 두드리지 않고 그의 품에 안 켜 펑펑 울기 시작한다.“당신 처음 봤을 때 천하의 제일 강자라고 호언장담했었죠! 저의 반항을 무시하고 관계를 강행한 뒤로부터 저는 부결한 여자가 되고 주영을 낳았어! 제가 좋아서 당신의 여자가 된 거예요. ““하지만 지금 당신 봐요, 강자는커녕, 자기 아들까지도 보호하지 못하고 있잖아요, 강자는 무슨! 내 새끼……주영아! 어머니를 두고 먼저 가다니……”여자는 또다시 아들 생각에 울부짖으면서 몇 차례 혼사에 빠질뻔했다. !신영성존은 여자를 꽉 껴안으며 부드럽게 말한다:“연옥아! 걱정하지 마!우리 애를 죽인 사람들 지옥도 못 가게 죽여버릴 거야, 우리 애 복수를 내가 할게!”그러고 나서 신영성존은 차갑게 말한다!:“가서 명왕에게 알려! 삼 일 내에 이도현이 여전히 살아 있다면 걔보고 가야 할 곳에 가라고 해!”이 순간!신영성존의 살기는 더 이상 덮지 못하고 방구석 곳곳에 강렬한 한기로 가득 찼다.“예! 성존!”이도현은 노구치 무관에 들이닥쳐 한바탕 난리치고는 책임자인 노구치 히로를 죽였다. 수많은 지국 무사와 신영성존의 제자 왕주영도 죽였다.이 사건은 전 세계 곳곳에 소문이 퍼졌다.이때! 어느 한 섬에서, 한 산장의 방에서 분노의 고함과 물건을 마구 팽개치는 소리가 들려온다.“쓰레기들!노구치 히로 쓰레기 같은 새끼! 가져오라는 물건도 못 꺼내고 염국 완성 근거지도 탈탈 털리고, 쓰레기 같은……”“이 사건 말이야! 처음부터 성사 안 되면 그 뒤로 일이 더 복잡해져, 아는 자가 많아진단 말이야, 그 물건 얻겠다고 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우리 노구치 가족 천하의 유일한 기회를 놓쳤어! 새끼가……”노구치 어르신인 노구치 마사오가 분노를 풀고 있다!이도현이 태허
결국, 이도현은 혼자서 떠나기로 했다. 윤선아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따라서 선배들은 걱정이 앞서도 이성적으로 대처하기로 했다.그녀들이 이도현과 함께 간다면 오히려 이도현에게 해가 될 수도 있었다.이도현은 목숨을 보전하는 방법이 있기에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면 재빨리 도망칠 수 있다. 하지만 선배들이 따라간다면 도망칠 기회가 확 줄어들 게 분명했다.이도현은 떠나기 전 천사국에서 찾은 학선신침을 정제하여 자신의 내공을 한 단계 더 올리려 했다.“다섯째 선배, 어디 조용한 곳 없나요? 떠나기 전에 방금 얻은 선학신침을 정제하고 싶어요.”이도현이 솔직하게 물었다.“있어. 내 방 안에 밀실이 있어. 안내해 줄게.”기화영이 대답했다.그 후 기화영은 모두를 데리고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의 침대 머리 위, 아주 은밀한 곳에 장치 하나가 있었다. 기화영이 그 장치를 돌리자, 침대와 침대 뒤의 벽이 함께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그리고 방금 침대가 놓여있던 자리의 벽에 갑자기 문 하나가 생겼다.“다섯째 선배, 대단하시네요. 밀실을 침대 뒤에 만들 생각은 어떻게 하신 거예요?”연진이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해야 좀 더 안전할 것 같더라고. 밀실 안에는 전부 용팀의 기밀문서야.”“그... 그럼 제가 들어가도 괜찮을까요?”이도현이 물었다.“안 괜찮을 게 뭐 있어. 대선배도 너를 믿으시는데 내가 못 믿을 리 없지. 용팀은 너에게 숨길 게 없어. 편하게 사용해. 안에 불빛, 음식, 물 다 있으니까 안심하고 선학신침이나 정제해. 우리 선배들이 밖에서 호법을 만들어줄 거야.”“보안은 진짜 걱정하지 않아도 돼. 밀실은 이 하나의 입구만 있고 깊숙한 산속에 자리 잡고 있기에 어떤 무기도 이곳까지 폭파할 수 없어. 그러니까 우리가 이 문만 지키고 있으면 아무도 너를 방해하지 못할 거야.”기화영이 웃으며 말했다.“선배들, 마음만 받을게요. 제가 반나절 정도 걸릴 거니까 선배들은 그동안 편히 쉬고 있어요.”“우릴 신경 쓰지 말고 빨리 네 할 일이나 해.”윤
“너희들이 후배를 걱정하는 마음은 충분히 알겠어.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해. 그래야 후배가 제일 안전할 거야.”윤선아가 진지하게 말했다.“선배들, 걱정하지 마세요. 저 정말 별일 없을 거예요. 제가 목숨만큼은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데요. 그리고 죽는 게 무서워서 함부로 죽지도 못해요.”이도현이 웃으며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네가 언제부터 목숨을 아꼈다고. 목숨을 아끼는 사람이 어떻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여자에게 골수를 주고 목숨까지 바친 건데? 정말 바보가 따로 없더구먼.”인무쌍이 뾰로통해서 말했는데 말투에는 질투가 가득했다. 이는 이도현의 과거 일에 질투심이 폭발한 게 틀림없다.“맞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여자한테 반해서 목숨까지 내어줄 뻔했잖아. 따지고 보면 이런 행동도 아무 남자나 할 수 있는 게 아닌걸. 우리 보배 같은 후배라서 가능했던 거지. 참 순정하다니까. 후배 같은 남자를 어디서 찾아.”연진이가 은근히 비꼬며 이도현의 과거를 들춰냈다.특히 이도현의 여자인 셋째 선배와 열째 선배가 이렇게 이도현의 과거를 들춰내자 그는 안절부절못했다.“선배... 그... 다 지나간 일이에요. 그때는 사회에 금방 발을 붙인 때라 경험이 부족해서 사람을 구하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절대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선배들이 생각하는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어요.”“흥. 우리가 그 말을 어떻게 믿어. 만약 네가 도와줘야 하는 사람이 못생긴 여자거나 남자였다면, 과연 도와줬을까?”인무쌍이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여자란 원래 다 똑같다. 고수든 일반인이든 모두 사랑 앞에서 이기적으로 변하고 남자의 과거에 집착하기 마련이다. 과거에 대해 화내지 않겠다고 약속해 놓고서는 막상 얘기하면 화를 낸다. 그리고 때때로 들춰내서 거들먹거리기도 한다. 즉 생각날 때마다 화를 내고 불평을 늘어놓을 것이다.“얘야, 이제 그만해. 그때는 후배가 너를 모를 때였어. 그만 질투해. 지금 후배가 너희에게 잘하고 있으면 됐지. 과거에 연연한 건
“선배들, 이번엔 저 혼자 갈게요. 선배들은 여기서 저를 기다려 주세요.”이도현이 말했다.“안돼. 성역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데. 널 절대 혼자 보낼 수 없어.”“맞아. 성역은 고무계의 강자들만 모여 있는 곳이야. 그곳의 강자는 네가 천사국에서 만났던 강자들보다 훨씬 더 강하단 말이야. 우리가 만났던 족제비처럼 강한 사람이 성역에 널리고 널렸다고. 그런데 어떻게 널 혼자 보내? 우리가 널 혼자 보내고 어떻게 안심할 수 있겠어?”윤선아가 말했다.“이 녀석아, 이번에는 꼭 우리의 말을 들고 절대로 혼자 가지 마. 우리는 다시 끝없는 불안에 떨고 싶지 않아.”여러 선배가 이도현이 혼자 가는 것을 결사반대했다.“선배들, 걱정하지 마세요. 저에게 목숨을 보전하는 방법이 있어요. 둘째 선배도 알잖아요. 제가 일곱째 선배에게 목숨을 지키는 보물을 줬듯이 저에게도 그런 보물이 있어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윤선아는 계속 설득하려다가 이도현의 말을 듣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그녀는 이도현이 서명월에게 준 그 작은 향로가 떠올라 순간 마음이 놓였다.그때 이도현은 그런 보물을 한 개만 갖고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게다가 그에게 감히 사용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강한 부채도 있었다.그런 보물들을 갖고 있는 한 이도현이 스스로 목숨을 보전하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선배들이 따라가는 게 이도현에게 짐이 될 수도 있었다.인정하기 싫지만, 이것이 엄연한 사실이었다. 그녀들도 한때는 세상을 호령하던 존재였고, 세속계와 고무계에서 최고의 위치에 올랐었지만, 고수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그녀들도 이제는 더 이상 압도적인 실력을 갖춘 존재가 아니었다.“알겠어. 그럼 그렇게 해. 그런데 한 가지를 꼭 약속해줘. 바로 무슨 일이 있어도 늘 자신부터 지켜야 해. 네가 안전해야 뭐든지 할 수 있어. 알겠지?”윤선아가 진지하게 말했다.“둘째 선배... 어떻게... 후배를 혼자 보낼 수 있어요? 후배가 얼마나 충동적인 사람인데요. 혼자 가면 무슨 일이
“다섯째 선배, 또 저를 놀리는 거죠. 초면도 아닌데 그만 좀 놀리세요.”한지음이 부끄러워하면서 얼굴을 붉혔지만, 여전히 대범하게 모두에게 술을 따랐다. 그러고 나서 말했다.“민아 씨, 혜영 씨, 다섯째 선배가 입을 열었으니, 우리 셋이 선배들에게 술을 올리죠. 우리가 모두 도현 오빠의 여자인 만큼 마땅히 선배들께 술을 따라드려야 해요.”“알겠어요. 지음 언니.”한지음, 오민아 그리고 조혜영은 세상 물정을 많이 겪어본 사람이라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숙한 소녀들처럼 쑥스러워하지는 않았다.그녀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술잔을 들고 윤선아 앞으로 다가갔다.“둘째 선배, 저희가 술을 올리겠습니다. 한 잔 받으세요.”“호호. 어서 앉아요. 다섯째 후배가 장난친 거니까 신경 쓰지 말아요. 다 한 식구인데 격식을 차릴 필요가 있나요.”윤선아는 비록 이렇게 말했지만 결국 술잔을 받았다.“물론입니다. 둘째 선배.”그 후, 세 여자는 홍조가 띤 얼굴로 다른 세 명의 선배들에게도 차례대로 술을 올렸다. 그렇게 술을 올린 후에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했다.이도현은 전반 과정을 바라보며 속으로 깊은 감회를 느꼈다.‘이게 진정으로 가정을 이룬 기분일까?’하지만 식사를 하면서도 이도현은 조금 전 윤선아의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이도현은 이렇게 생각하며 머릿속으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상황을 떠올려 보았다.하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몇몇 선배들의 눈빛에서 걱정스러운 기색을 읽었지만, 선배들 역시 애써 태연한 척하고 있다는 것을 보아냈다.그렇게 식사가 끝난 후 이도현은 세 여자를 방으로 데려다주었고, 자신이 곧 나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리고 위험할지도 모르니 당분간은 여기에 머무르라고 했다.몇 가지 일을 더 당부한 후, 이도현은 세 여자와 각각 포옹하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세 여자의 걱정 어린 눈빛을 뒤로한 채 방을 나섰다.다시 선배의 방으로 돌아갔을 때, 선배 네 명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 차 있
방으로 들어간 후, 세 여자는 이도현에게 차를 따라주는가 하면 과일을 깎아주고 간식을 가져오는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했다.그리고 이도현 앞에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처음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지만, 세 여자가 이도현 앞에서 대놓고 옷을 갈아입으며 성숙한 몸매를 드러내자, 이도현은 열째 선배 연진이의 말이 떠올랐다.여기가 다섯째 선배의 거처여서 다행이지, 만약 이도현의 집이었다면 벌써 세 사람을 덮쳤을지도 모른다.이도현은 피 냄새를 맡은 상어처럼 욕망이 들끓었다.만약 그가 아직 순진한 소년이었고 여자와 놀아보지 못한 상태였다면, 그나마 참을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그 맛을 이미 체험해 본 이상 이도현은 참기 너무 힘들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세 여자를 끌어안고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정말이지 그의 뛰어난 자제력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선배들에게 놀림당하기 싫은 것이 아니었다면 이도현은 이미 덮쳤을 것이다.게다가 세 사람 모두 이도현의 아내이니 문제 될 것도 전혀 없었다. 다만 선배 여러 명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러지 않은 것뿐이다.세 여자는 이도현이 보는 것을 전혀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이미 관계도 맺었고 볼 것 못 볼 것 다 보여줬으니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었다.이도현의 욕망이 이성을 제패하기 일보 직전, 세 여자가 옷을 다 갈아입었고 이도현도 드디어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그 후 네 사람은 기화영의 방으로 갔다.기화영의 방에는 이미 술과 음식이 준비된 채 이도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선배,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이도현이 웃으며 말했다.“하하하. 오래 기다리지 않았어. 괜찮아. 반나절 기다려야 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일찍 왔네. 이 녀석이 나쁜 짓을 안 했나 봐. 잘했어...”“자, 동생들, 제가 소개해 줄게요. 이분은 우리의 둘째 선배예요. 다들 본 적 있죠?”연진이는 웃으며 윤선아를 가리켰다.“둘째 선배, 안녕하세요.”세 여자가 공손히 인사했다.그녀들은 이미 이도현과
이도현은 지금 딱 여자들한테 빌붙어 사는 남자 같았다. 하지만 웃긴 건, 그는 전혀 여자한테 도움받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만약 과거에 이런 기회가 있었다면 이도현은 이렇게 열심히 살지도 않았다.“와...”이도현은 속으로 깊은 감회를 느꼈다.‘내가 보잘것없던 시절에 만났던 사람들은 다 나쁜 놈들이었어. 심지어 목숨을 구해준 사람마저 나에게 뒤통수를 쳤지. 하지만 성공해서 정상에 오르니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다 좋은 사람이지 뭐야. 나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여자들도 하나같이 좋은 사람인 데다가 돈도 많고, 나에게 아낌없이 베풀려고 해.’그렇다. 사람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이도현은 마음속으로 자신의 우여곡절 하던 운명을 한탄한 후, 품에 안겨 있는 아름다운 여인에게 부드럽게 말했다.“좋아요. 이제 제가 해야 할 일을 다 끝내고 나면 우리 경치 좋은 곳에 가서 은퇴해 살아요. 세 사람이 저를 먹여 살리고, 저는 맘 편히 얹혀살 거예요.”“우리가 남편을 돌보는 건데 그게 왜 얹혀사는 거예요? 우리는 도현 씨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얹혀산다는 표현을 쓰면 안 되죠.”“맞아요. 우리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모두 오라버니 덕분이에요. 오라버니가 없었다면, 아마 지음 언니 빼고 저와 혜영 씨 두 사람은 벌써 가문의 요구에 따라 정략결혼을 했을 거예요.”“그럼요. 오라버니가 없었다면 우리 가문은 이미 몰락하거나 망했을 거예요. 저 역시 지금까지 살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조혜영과 오민아는 감개무량하게 말하며 이도현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이게 곧 운명이죠. 자, 이제 들어가서 얘기해요. 잠시 후 다섯째 선배가 오기로 했으니까 다들 준비하고 같이 가요.”세 여자는 마지못해 손을 놓고 이도현을 끼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세 여성 중 조혜영만 무공을 조금 할 줄 알았고 이도현이 준 단약 덕분에 현재 내공이 많이 제고되었다.오민아와 한지음은 원래 평범한 여자들이었지만 이도현이 준 주안단을 복용한 후 얼굴이 열입곱살 소녀처럼 생기 넘치고 어여쁘게 변했다.
이도현은 도망치듯 자리를 빠져나와 용팀소속 여성 구성원의 안내를 받아 한지음 일행이 머무는 방으로 향했다.“용왕님, 들어가시죠. 세 사모님이 머무르고 계시는 방입니다. 혹시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불러 주세요. 저희는 바로 근처에 있습니다.”그녀는 말을 마치고 조용히 물러났다.문 앞에 다다르자 이도현은 괜히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 한 명도 아니고 셋이나 되는 여인들이 한 방에 있다니, 지금처럼 일부일처제가 당연한 사회에서 그의 행동은 그가 봐도 양심 없어 보였다.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서로 만난 적도 있었지만 셋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이 방에 자기가 직접 찾아 들어간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뻘쭘했다.이도현도 미인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선을 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굳이 이렇게 눈치 볼 일도 없었다.한 번 숨을 고른 이도현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도현 오라버니...”문을 연 여자는 이도현을 보자 놀란 듯 잠깐 숨을 고르더니 곧장 그의 품에 안겼다.“혜영아.”이도현은 그대로 그녀를 끌어안았다.“도현 오빠!”“오빠...”조혜영의 목소리를 들은 한지음과 오민아도 방 안에서 뛰쳐나왔다. 두 사람 모두 이도현을 보는 순간 말도 없이 달려와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순식간에 이도현은 세 여인을 품에 안았다. 앞뒤좌우로 거대한 압박에 짓눌린 그는 그 사이에서 반항할 용기조차 없이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오빠,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정말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르겠어요. 돌아와 줘서 고마워요.”한지음은 이도현의 가장 오래된 아내로 가장 먼저 관계를 맺은 사람이었다.사실상 언니 같은 존재로 모두가 그녀를 중심으로 따르고 있었다.오민아와 조혜영 같은 당찬 여인들조차 한지음 앞에선 자연스럽게 언니라고 불렀다.“그날 이 선생님이 데리러 오셨을 때 오라버니가 우리더러 다섯 번째 선배님이 계신곳에 있으라 하셨다고 들었어요. 그 이유는 말씀 안 하셨지만 또 무슨
“그래도 이렇게 돌아왔잖아요!”“울긴 왜 울어 남들이 보면 웃겠다. 얼른 들어가자.”윤선아는 귀엽다는 듯 후배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들 중 셋째 인무쌍을 제외한 나머지 후배들은 모두 윤선아가 어릴 때부터 함께하며 키우다시피 한 사이니 그 정이야말로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깊었다.“알겠어요. 선배, 다음부턴 안 그럴게요.”이도현은 겉으로 보기엔 말 잘 듣는 후배처럼 보였지만 막상 일을 처리할 땐 언제나 자기 방식대로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순한 척 웃고 있지만 속은 반항심으로 가득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오직 하나, 선배가 기뻐하는 일이었다.“자연아, 간단한 안주 몇 가지랑 도수 낮은 술 한 병만 준비 해달라고 전해줘. 오랜만에 우리끼리 조용히 한잔하려고.”기화영이 자연이에게 조용히 일렀다. “네. 팀장님.”자연이는 짧게 대답하고는 자리를 떴다.사실 자연이는 이도현과 선배들 사이의 관계가 부러웠다. 피 한 방울 안 섞였지만 진짜 가족처럼 서로를 아끼고 어떤 사심도 없이 늘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그 마음이 괜히 뭉클하게 느껴졌다. “갑시다. 안으로 들어가요, 우리.”“참, 도현아. 지음 씨랑 다른 친구들도 좀 보고 와. 그동안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꼭 데리고 와. 우리 다 같이 모여야지. 앞으로는 진짜 한 가족이잖아.”기화영은 다정하게 당부했다. “알겠어요. 선배.”이도현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장난꾸러기, 또 무슨 짓 하려는 거야? 밤엔 시간 많으니까 괜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일 만들지 말고.”막 자리를 뜨려던 이도현에게 열 번째 선배 연진이가 짓궂게 웃으며 한마디 던지자 이도현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고 귀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하, 이 녀석. 나쁜 짓 할 땐 그렇게 당당하더니 이제 와서 부끄럽대?”가화영도 한마디 보태며 웃었다.“둘이 또 도현이 갖고 장난치지 마. 얼굴 새빨개졌잖아. 이제 그만해.”인무쌍은 이도현이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조용히 분위기를 정리했다. “세 번
병사는 한동안 넋 놓고 두 사람의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멍하니 서 있다 가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이도현, 동해용왕? 설마... 그분?”“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문득 잊고 있던 기억이 그의 뇌리를 스치자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그가 떠 올린건 다름 아닌 무사들 사이에서 끝없이 회자되던 전설 같은 존재였다.그는 윗선에서도 철저히 숨기려 했던 존재였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들끓었고 그의 업적은 무사로 갓 입문한 자신에게 도저히 믿기지 않는 전설 같은 이야기였다.“미치지 않고서야 평생 한 번이라도 만나보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눈앞에 있었는데 내가 이런 멍청한 짓을 했다고? 한심한 놈, 니 그릇이 딱 거기까지인 거야. 너는 맞아도 싸.”병사는 자기 뺨을 쉴 새 없이 내리쳤다. 처음엔 씹어 삼킬 듯이 욕을 퍼부었지만 나중엔 말도 안 나왔다. 그저 입만 달싹이는데 그 속에서 뱉고 있는 말은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것들이었다.자연이가 길을 트자 그 누구도 감히 이도현을 막지 못했다. 덕분에 기화영의 거처까지 단번에 도착할 수 있었다.“팀장님, 동해용왕님과 대인 한 분이 오셨습니다.”“뭐? 누가 왔다고?”안쪽에서 무언가 작동하는 소리와 함께 전자장치 특유의 찌직거리는 기계음이 울렸다. 곧이어 누군가 문 쪽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세차게 열렸다. 곧바로 세 명의 여성이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둘째 선배! 이도현 이 바보야!”“도현 후배...”세 사람은 거의 동시에 달려와 윤선아와 이도현을 와락 안았다. 그렇게 다섯 명은 하나로 포개져 서로를 꼭 껴안았다.너무 세게 껴안는 바람에 이도현은 순간 숨이 막히는 듯했지만 이 감각이 결코 낯설진 않았다. 어딘가 오래된 기억처럼 익숙했다.간신히 고개를 빼낸 이도현은 자신을 꽉 껴안고 있던 사람이 셋째 선배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세 번째 선배는 예전보다 훨씬 더 눈에 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