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음의 모습을 보고 신연주는 대략 알아챘다!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후배야! 너 지음이 데리고 네 방에 들어가서 몸 검사해 줘, 며칠간 기분이 안 좋았을 거야! 신맥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봐줘......"신연주를 얘기하는 동시에 두 사람을 방으로 밀었다. !그리고 나서 본인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 전화를 한 통 걸었다.전화 건너편은 신속하게 전화를 받았다."열째야! 너 어디야! 나 할 얘기가 있어!"어느 한 외딴섬에서 노출이 많은 복장 차림과 양 갈래머리를 하고 동안이면서 큰 가슴을 지닌 요염한 한 여자가 작은 칼을 휘두르며 놀고 있는데 그 장면은 무한한 상상을 연상케 한다.“선배! 저 지금 섬에 있어요! 무슨 얘기요? 말해요?"신연주는 웃으면서 말한다: "우리 후배 너 알지. 산에서 내려왔거든 사부가 얘기한 적 있어?""네! 사부가 보내 준 편지 받았었어요. 안 그래도 요 며칠 후배 보러 준비하고 있는데! 선배도 갈 거예요?”"하하! 나 지금 염성 후배 집에 있어! 너 언제 올 건데?""어머! 선배, 그 후배 잘생겼어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제 유형이에요?" 여자는 놀라서 물었다."이런! 색녀 같으니라고! 후배 엄청나게 잘 생겼거든. 수위는 내 위야! 이것도 사부가 말했었지? 후배의 척추는 교룡으로 바꿨어, 교룡이 워낙 음탕하잖아! 너 알지? 그때 가서 아주 호될 거야!" 신연주는 연신 웃으면서 말했다."어머머! 너무 기대되는데? 지금 당장 후배 보고 싶어. 하지만 저 지금 할 일 있어요. 당장은 못 떠나는데 며칠 뒤면 후배 보러 갈게요!" 여자는 음탕한 어투로 말한다."앗! 맞다, 선배! 아까 저한테 무슨 용건 있다고 했죠?"용건을 말하자니 신연주는 농담 기색을 버리고 표정이 엄숙하고 차가워졌다. "누군가 우리 후배를 죽이려고 해.블러디 킬에서 현상 배포해서 상금 8억이나 걸었어! 그리고 유명이 이 일에 끼어든 것 같아!""바로 전에! 나랑 후배가 암살 추격당했어. 킬러가 아마 염국에서 랭킹 5
어느 한 바다의 깊은 곳에 있는 섬에서, 한 채의 높은 빌딩이 세워져 있다. 건축 스타일이 스릴러가 넘쳐 멀리서 보든 높은 산에서 내려다 보든 전체 건물이 마치 해골 머리모양과 같았다.여긴 바로 유명 조직 본부이다. 전체 섬이 높다란 식물들로 덮여있다! 외부인이 아무리 이곳을 탐사해도 건물만은 발견하지 못한다.방안에는 몇십 명이 있고 서로 다른 귀신 탈을 착용하였으며 이곳에 사람들은 이름이 없고 코드로만 불러 서로 모르는 사이다"명왕! 바로 전에 받은 소식입니다! 천급 암살령입니다.이도현을 암살하혀던 암수쌍살 모두 목숨을 잃었습니다! 미션 실패입니다.!""실패라구!암수쌍살이 명색 염국에서 5위나 되는 자객들인데, 실패했다니! 이도현 이 사람이 쉽지 않은 모양이구나!"“그 미션을 계속 배포해!""알겠습니다! 명왕!""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누군가 블러디 킬에서 현상금 2억을 걸었습니다.신영성존을 죽이는 미션입니다.! 이것도 배포할까요?""뭐? 누군가 2억을 걸었다고?신영성존을 죽여야 한다고, 하…. 하하하! 맙소사, 그 새끼 가격도 얼마 안 되네, 퍼뜨려…. 지급 미션에 넣고, 허허! 봐야겠어, 그 독수리 새끼 이걸 보면 펄떡펄떡 뛰면서 난리겠지!"“블러디 킬을 열어봐봐, 봐야겠어. 대체 누가 이 미션을 올렸는지! 하하하......"명왕이라 불리는 귀신 탈을 한 사람이 큰 웃음을 지으면서 말한다.염라왕 가면을 쓴 사람이 급히 테이블에 있던 리모컨을 들고 컴퓨터를 때리기 시작한다. 모니터에 크게 블러디 킬 사이트가 떴다.염라왕 가면을 한 사람이 사이트를 열어 작업을 하려고 한 순간 모니터가 깜빡이더니 까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이어서! 모니터에 비수 하나가 뜨고 아래 행에 글자가 새겨졌다.: "유명! 너 오래 살았지, 목을 씻고 있어. 당장 칼로 베 줄 테니까!"그 뒤! 사이트 전체가 이 화면에 고정되어 아무리 작업을 걸어도 화면이 변하지 않았다.모든 전원을 꺼야 했다. 삽시에 전 세계로 블러디 킬 사용자들이 접속하는 중에 모두 시스
일전에 그녀에게 치료를 해줄 때는 신학신침으로 신맥을 뚫었다! 신맥을 막히게 하는 괴이한 기를 전부 뚫게 한 것이다! 생기가 원활하게 통행만 되면 80%는 완치되었다고 보면 된다.그 후로는 한지음이 그의 당부에 따라 약을 열흘 동안 잘 챙겨 먹으면 건강은 거의 다 회복이 될 것이다.하지만 지금 한지음의 신맥을 보니 빈틈없이 막혀 괴사되고 있는 기미가 보인다! 이건 아마 최근 며칠간 한지음이 겪은 일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이도현과 이경숙 사이 불화 때문에 이도현이 쫓겨나고 이 일로 한지음이 줄곧 마음에 뒀다.옛말에는 울화가 쌓이면 병이 생긴다고 했다! 바로 이 도리이다! 한지음은 최근 심리상의 문제가 심각해 몸에 배어 있는 괴이한 병기를 물려내지 못했고 다시 살아나 신맥에 모였다.!이걸 바로 없애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한지음은 예전처럼 신맥이 괴사하고 수시로 생사가 오가는 상황을 목면 하게 된다."지음 씨! 지금 당신 상황이 아주 안 좋아요. 심리적으로도 너무 심각하고 병기들이 다시 살아나 신맥을 부식하는 것 같아요!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전과 다름없어져요!""당신의 맥과 신체적 기능으로 볼 때! 요 며칠간 제가 드린 약도 제대로 안 먹었죠?" 이도현은 한지음의 팔을 놓고 말한다."도…. 도현 오빠, 미안해요! 그날 다 우리 엄마 탓이에요. 마음에 두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제발요, 네? 제가 이렇게 사과할게요! 용서해 주세요! 전 진짜 그런 일이 벌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어요......"한지음은 눈물이 글썽거리며 이도현의 팔을 안고 몹시 슬퍼하면서 절망적인 어투로 얘기를 꺼낸다.“이미 지난 일이잖아요. 벌써 잊었는데요. 뭘! 당신 탓도 안 했어요!" 이도현은 말하면서 팔뚝으로부터 기이한 기류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아랫도리가 점점 의지에 따라 말을 안 듣는 것을 느꼈다.“진짜요?도현오빠, 절대 저를 속이지 마요!"한지음은 기뻐서 말하는데 눈가엔 눈물이 글썽하면서 누가 봐도 동정심이 솟아난다.솔직히, 이정도는 너무 한 것
이도현 자신도 어안이 벙벙하였다. 말실수를 한 건가? 그래서 바지를 벗는다고 말한 건가!이런 구실은 누구도 안 믿을 텐데 말이다! 말실수한 것이라면 너무 실수를 했는데!“지음씨!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그런 뜻이 아니라! 제 뜻은 상의만 벗으면 된다는 얘기였어요!” 이도현은 안면이 몹시 어색해하면서 억지로 말했다.“속옷도 벗을까요?"한지음은 얼굴을 가리면서 이도현을 차마 쳐다보지 못한다.“벗어요! 침을 놔야 하니깐요!”잠시 멈추다가 한지음은 입을 연다: “그러죠... 도현 오빠! 눈을 좀 가려주시겠어요? ”가리라는 소리에! 이도현은 또 멍해졌다. 마음으로는! 이게 무슨 차이가 있지?벗을 때 눈을 가린다 하더라도 잠시 후면 보면서 침을 놓을 텐데?옷을 벗는 게 뭐 대수라고! 사실적 관계가 더 짜릿한데 말이다!그는 감히 이 얘기를 꺼내지 못하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옷깃이 마찰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한참 후 한지음이 말한다.: “도현 오빠! 이제... 이제 시작해주세요... ”이도현은 소리를 듣고 눈을 뜨니 하얗고 넘쳐날 듯한 큰 물건에 연약하고 애증다운 모습에 이도현은 내심 인정한다. 그가 아무리 도를 읽힌다 하더라도 이것만은 참기 힘들다.한눈에! 그의 등 척추가 있는 곳에 뜨거운 열기가 오르는 듯하며 줄을 벗은 말처럼 온 몸에 타오르는데 순간 호르몬이 솟구쳤다.며칠 전 아랫도리를 교육했는데 또 다시 그릇된 길로 걸으려고 일촉즉발 한 것처럼 그의 방어선을 뚫고 시위하여 한지음을 해하려 하였다."오우, 죽겠네... 수명이여... .”이도현은 안 들리게 감탄을 했다! 하는 수 없이 무공으로 기를 실어 겨우 사화를 눌려 내렸다.정말이지! 학교에 다닐 때 기숙사에서 웅크려 은밀하게 야한 영화를 볼 때야 볼 수 있었던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건 현실에서 처음이다.이제 겨우 26살 남자인데도 이런 광경을 보고도 이성을 차리고 말로만 참다니, 너무 장하지 않는가."도현 오빠... 보지 마세요! ”한지음은 두 손으로 급히 가럈다. 이도현은 어색해서
5분이라는 시간이 이도현에게는 아주 길게 느껴졌다.원래 이렇게 오래 걸리지 않는데 이도현이 잠깐 당황하는 바람에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한지음 몸의 모든 병마와 염증들을 다 치료하고서야 침을 뽑았다.큰 병을 고치니 염증도 다 없어졌는지, 한지음의 몸은 한결 편해졌다. 바늘을 뽑을 때 자기도 모르게 살짝 신음이 나왔다."뭐야! 이런 걸로 날 시험하는 거야?”이도현은 하마터면 이성을 잃을 뻔했다. 한지음의 신음이 너무 매혹적이었다.원양을 무너뜨릴 수 없었기에 꾹 참았지, 아니면 진작에 이성을 잃었을 것이다.“진정하자, 진정해! 지금 아주 중요한 시기야! 참아!”가까스로 진정하고 그는 재빨리 침을 뽑고 등을 돌렸다. 자신의 이성을 가까스로 잃게 한 그 몸에서 시선을 뗐다."한지음 씨, 이젠 일어나서 옷 입으셔도 됩니다.”어색하게 말했다.“한지음 씨라고 하지 말고, 그냥 지음이라고 불러요.”한지음은 얼굴이 빨개진 채로 침대에서 일어나며, 등을 돌리고 있는 이도현을 보고 살짝 웃었다.“지음이라고 불러라고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이도현은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에 설명하지 못할 장면들이 떠올랐다.“좀 쉬어요!”이도현은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이도현의 당황한 뒷모습에 한지음의 입꼬리가 올라갔다.“겁쟁이! 이 정도 했는데 날 건드리지도 못하네!”한지음은 자신의 우월한 몸매를 한번 보고는 옷을 입기 시작했다.마음이 주인을 찾아서인지 아니면 병이 나아서인지, 한지음은 지금 더할 나위 없이 홀가분했다.옷을 다 챙겨입고 방에서 나오자마자 신연주와 마주쳤다.신연주가 실실 웃으며 자신을 쳐다보는 모습에 한지음의 얼굴이 다시 빨개졌다.“연주 언니, 왜 그렇게 쳐다봐요!”“어디 보자! 누가 너 건드린 건 아니지?”그녀를 놀리는 듯한 말투였다. ;“언니... 언니...”그 말에 한지음은 발을 동동 굴렀다.“에이! 아깝다. 저 멍청한 녀석이 이런 기회도 잡지 못하니, 내가 언제야 조카를 볼 수 있겠어!”신연주의 표정은 손자를 기다리는
이도현도 궁금했다. 그는 서북후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노구치 가문의 소행이라니, 그것도 자기한테서 뭔가를 얻어내기 위해서!게다가 태허산과 관련이 있다니, 그는 의아한 동시에 흥미로웠다.“선배, 제가 그 사람들 찾아가서 알아볼게요. 아니면 번거로운 일이 끊이지 않을 거예요. 그들뿐만 아니라 다른 넘보는 사람들이 있을수도 있잖아요. 그게 정확히 뭔지 알아내야 우리도 거기에 대비하죠.”이도현은 자진해서 그들을 찾아가기로 했다.“나랑 같이 가!”신연주가 말했다.“선배! 선배는 집에 있어요! 우리가 다 가면 한지.... 지음이가 혼자 집에 있어야 하잖아요. 하인들도요. 만약 또 자객들이 들이닥치면 이들을 보호해 줄 사람이 있어야 하잖아요.”“이것 봐라! 이젠 지음이라고 부르네. 아까 진짜 무슨 일 있었던 거 아니야?”신연주가 오글거린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도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내가 그럴 사람인가?“언니, 무슨 말이에요! 무슨 일이 있었다니요! 자꾸 이러면 언니랑 말 안 할거예요!” 한지음은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랐다.“그래, 그래! 알았어. 아무 일도 없었다고 쳐.” 말속에 말이 있다.이 말은 그녀와 이도현 두 사람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하긴, 한지음이 지나치게 순진한 탓도 있었다.“선배! 그만 좀 해요! 진짜 못 말려!” 이도현은 머리를 저으며 자리를 떠났다.그녀랑 있으면 순진한 척하기도 참 어려운 일이다.노구치 가문 세력이 완성의 서북후에 있다니! 거기에 노구치 무관이라고 하는 지국식 건물이 하나 있기는 했다.이 건물에 외부인의 출입은 금지되어 있다. 특히 염국인에게는 더 엄격하게 굴었다. 멀리에서 건물을 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지국 민족의 나쁜 근성 중 하나가 염국 사람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들은 염국 땅에 있으면서도 자기 민족의 우월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항상 염국 사람들을 무시하며 역겨운 행동을 해댔다.다만 염국의 일부 사람들이 자진해서 그들에게 조아리며, 조상을 모시는 것 마냥 그들을 떠받들
노구치 가문이 이도현의 살인 청부를 한데는 강학연의 공이 컸다.다만 예전에는 위풍당당했던 완성의 거물 강학연이 지금은 지국의 노예가 되었다. 그들의 충성스러운 개 역할을 하고 있었다.“알았네! 강 씨, 자네 말이 맞네. 자네의 우리 지국에 대한 충성심을 잘 알겠네!”노구치는 마치 자신의 애완동물처럼 강학년의 어깨를 두드리며 만족해했다.강학연은 재빨리 허리를 굽혀 머리를 조아렸다. 그는 노구치의 손길에 더욱 아양을 떨며 말했다.“노구치 선생을 위해 일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그래! 하하하!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만 한다면 우리 지국에서 자네에게 큰 장려를 내려주겠네! 절대 자네를 박대하지 않을 거네. 앞으로는 이 완성은 자네의 것이네!”노구치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예! 알겠습니다! 노구치 선생의 보살핌을 감사히 생각합니다! 저 강학연 앞으로도 노구치 가문에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하지만 노구치 선생, 그 이도현은 큰 골칫거리라 그를 죽이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저번에 그를 죽이러 간 자도 도리어 이도현 살해당했고 내부 시스템도 해킹당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시스템을 복구하지 못했고요. 이도현은 상대하기 어려운 대상입니다!”강학연은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하하하 그건 염국인이 너무 무능해서야. 그깟 이도현을 상대하는 건 우리 지국인에게 일도 아니야! 내 무사를 출동시켜 이도현을 처리할 거야!” 아주 간단한 일이야!”"그럼, 그 것도 우리 손에 들어오게 돼 있어! 그것만 손에 얻으면 이 세상은 이제 우리 지국이 지배하게 될 거야. 하하하.......”노구치는 끝없는 탐욕을 드러내며 말했다.그런데 그때 그의 오만방자한 웃음소리가 채 없어지기도 전에, 갑자기 문이 사분오열되고 웬 사람 그림자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젠장! 무슨 일이야!”노구치는 소리를 지르며 바깥으로 시선을 돌렸다.한 젊은이가 그의 시선에 들어왔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이…이도현!”강학연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는 두려움에 찬
”뭘 내놓으라는 거야?”이도현이 물었다.“지금 분위기 파악이 잘 안되나?”“너희 염국인의 옛말에 그런 말이 있잖아. 눈치가 빠른 자가 곧 영웅이라고! 내 생각엔 당신도 일이 번거로워지길 원하진 않잖아!”노구치가 손을 털며 말했다.이때 갑자기!그의 바로 뒤에서 검은 복면을 하고 온몸을 꽁꽁 싸매고 두 손에는 칼을 든 수십 명의 무사가 나왔다.“확실해? 겨우 이런 부하들을 데리고 날 죽이겠다고?”이도현은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그는 그들의 기운을 느끼기만 해도 잘 알 수 있었다. 이 수십 명의 무사 중에 가장 센 사람이래야 봤자 고작 몇 명의 지급 무인이라는 걸.“반쯤만 죽여놓거라!” 노구치가 큰 소리로 명령을 내렸다.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십 명의 무사가 이도현을 향해 돌진 했다.“죽고 싶어서 환장했네!”이도현은 코웃음을 쳤다. 두 손을 바깥쪽으로 털자, 수십개의 침바늘이 동시에 그들을 향해 날아갔다.그러자 그들은 마치 무슨 저주라도 받은 것처럼 갑자기 멈춰 제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죽여! 죽이라고! 다들 왜 멈춰 선 거야! 이런!”노구치는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지 못했다. 그저 부하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해, 노발대발하여 앞에 있는 한 무사의 몸을 걷어찼다.그런데 서 있을 때의 동작을 그대로 유지하며 바닥에 꼿꼿이 쓰러졌다.“뭐야? 죽었어?”노구치는 이 상황을 이해할수 없었다. 그가 앞으로 나서 자세히 보니 모든 무사의 미간에 쇠털처럼 가느다란 피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순간 짙은 공포가 그의 가슴을 덮쳤고 이마에 식은땀이 절로 났다.이 갑작스러운 상황이 그에겐 너무 낯설었다.이도현이 손만 흔들었을 뿐, 심지어 제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이 수십 명의 무사가 이렇게 죽어가고 있으니.이게 사람인가!이 수십 명의 무사는 모두 무술에 능하고, 최강실력을 가진 지급 무사도 있는데. 만약 십여 명의 지급 무사를 합치면, 천급 무사를 상대하는 거나 마찬가지다.근데 지금!이 강자
결국, 이도현은 혼자서 떠나기로 했다. 윤선아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따라서 선배들은 걱정이 앞서도 이성적으로 대처하기로 했다.그녀들이 이도현과 함께 간다면 오히려 이도현에게 해가 될 수도 있었다.이도현은 목숨을 보전하는 방법이 있기에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면 재빨리 도망칠 수 있다. 하지만 선배들이 따라간다면 도망칠 기회가 확 줄어들 게 분명했다.이도현은 떠나기 전 천사국에서 찾은 학선신침을 정제하여 자신의 내공을 한 단계 더 올리려 했다.“다섯째 선배, 어디 조용한 곳 없나요? 떠나기 전에 방금 얻은 선학신침을 정제하고 싶어요.”이도현이 솔직하게 물었다.“있어. 내 방 안에 밀실이 있어. 안내해 줄게.”기화영이 대답했다.그 후 기화영은 모두를 데리고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의 침대 머리 위, 아주 은밀한 곳에 장치 하나가 있었다. 기화영이 그 장치를 돌리자, 침대와 침대 뒤의 벽이 함께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그리고 방금 침대가 놓여있던 자리의 벽에 갑자기 문 하나가 생겼다.“다섯째 선배, 대단하시네요. 밀실을 침대 뒤에 만들 생각은 어떻게 하신 거예요?”연진이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해야 좀 더 안전할 것 같더라고. 밀실 안에는 전부 용팀의 기밀문서야.”“그... 그럼 제가 들어가도 괜찮을까요?”이도현이 물었다.“안 괜찮을 게 뭐 있어. 대선배도 너를 믿으시는데 내가 못 믿을 리 없지. 용팀은 너에게 숨길 게 없어. 편하게 사용해. 안에 불빛, 음식, 물 다 있으니까 안심하고 선학신침이나 정제해. 우리 선배들이 밖에서 호법을 만들어줄 거야.”“보안은 진짜 걱정하지 않아도 돼. 밀실은 이 하나의 입구만 있고 깊숙한 산속에 자리 잡고 있기에 어떤 무기도 이곳까지 폭파할 수 없어. 그러니까 우리가 이 문만 지키고 있으면 아무도 너를 방해하지 못할 거야.”기화영이 웃으며 말했다.“선배들, 마음만 받을게요. 제가 반나절 정도 걸릴 거니까 선배들은 그동안 편히 쉬고 있어요.”“우릴 신경 쓰지 말고 빨리 네 할 일이나 해.”윤
“너희들이 후배를 걱정하는 마음은 충분히 알겠어.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해. 그래야 후배가 제일 안전할 거야.”윤선아가 진지하게 말했다.“선배들, 걱정하지 마세요. 저 정말 별일 없을 거예요. 제가 목숨만큼은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데요. 그리고 죽는 게 무서워서 함부로 죽지도 못해요.”이도현이 웃으며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네가 언제부터 목숨을 아꼈다고. 목숨을 아끼는 사람이 어떻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여자에게 골수를 주고 목숨까지 바친 건데? 정말 바보가 따로 없더구먼.”인무쌍이 뾰로통해서 말했는데 말투에는 질투가 가득했다. 이는 이도현의 과거 일에 질투심이 폭발한 게 틀림없다.“맞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여자한테 반해서 목숨까지 내어줄 뻔했잖아. 따지고 보면 이런 행동도 아무 남자나 할 수 있는 게 아닌걸. 우리 보배 같은 후배라서 가능했던 거지. 참 순정하다니까. 후배 같은 남자를 어디서 찾아.”연진이가 은근히 비꼬며 이도현의 과거를 들춰냈다.특히 이도현의 여자인 셋째 선배와 열째 선배가 이렇게 이도현의 과거를 들춰내자 그는 안절부절못했다.“선배... 그... 다 지나간 일이에요. 그때는 사회에 금방 발을 붙인 때라 경험이 부족해서 사람을 구하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절대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선배들이 생각하는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어요.”“흥. 우리가 그 말을 어떻게 믿어. 만약 네가 도와줘야 하는 사람이 못생긴 여자거나 남자였다면, 과연 도와줬을까?”인무쌍이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여자란 원래 다 똑같다. 고수든 일반인이든 모두 사랑 앞에서 이기적으로 변하고 남자의 과거에 집착하기 마련이다. 과거에 대해 화내지 않겠다고 약속해 놓고서는 막상 얘기하면 화를 낸다. 그리고 때때로 들춰내서 거들먹거리기도 한다. 즉 생각날 때마다 화를 내고 불평을 늘어놓을 것이다.“얘야, 이제 그만해. 그때는 후배가 너를 모를 때였어. 그만 질투해. 지금 후배가 너희에게 잘하고 있으면 됐지. 과거에 연연한 건
“선배들, 이번엔 저 혼자 갈게요. 선배들은 여기서 저를 기다려 주세요.”이도현이 말했다.“안돼. 성역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데. 널 절대 혼자 보낼 수 없어.”“맞아. 성역은 고무계의 강자들만 모여 있는 곳이야. 그곳의 강자는 네가 천사국에서 만났던 강자들보다 훨씬 더 강하단 말이야. 우리가 만났던 족제비처럼 강한 사람이 성역에 널리고 널렸다고. 그런데 어떻게 널 혼자 보내? 우리가 널 혼자 보내고 어떻게 안심할 수 있겠어?”윤선아가 말했다.“이 녀석아, 이번에는 꼭 우리의 말을 들고 절대로 혼자 가지 마. 우리는 다시 끝없는 불안에 떨고 싶지 않아.”여러 선배가 이도현이 혼자 가는 것을 결사반대했다.“선배들, 걱정하지 마세요. 저에게 목숨을 보전하는 방법이 있어요. 둘째 선배도 알잖아요. 제가 일곱째 선배에게 목숨을 지키는 보물을 줬듯이 저에게도 그런 보물이 있어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윤선아는 계속 설득하려다가 이도현의 말을 듣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그녀는 이도현이 서명월에게 준 그 작은 향로가 떠올라 순간 마음이 놓였다.그때 이도현은 그런 보물을 한 개만 갖고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게다가 그에게 감히 사용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강한 부채도 있었다.그런 보물들을 갖고 있는 한 이도현이 스스로 목숨을 보전하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선배들이 따라가는 게 이도현에게 짐이 될 수도 있었다.인정하기 싫지만, 이것이 엄연한 사실이었다. 그녀들도 한때는 세상을 호령하던 존재였고, 세속계와 고무계에서 최고의 위치에 올랐었지만, 고수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그녀들도 이제는 더 이상 압도적인 실력을 갖춘 존재가 아니었다.“알겠어. 그럼 그렇게 해. 그런데 한 가지를 꼭 약속해줘. 바로 무슨 일이 있어도 늘 자신부터 지켜야 해. 네가 안전해야 뭐든지 할 수 있어. 알겠지?”윤선아가 진지하게 말했다.“둘째 선배... 어떻게... 후배를 혼자 보낼 수 있어요? 후배가 얼마나 충동적인 사람인데요. 혼자 가면 무슨 일이
“다섯째 선배, 또 저를 놀리는 거죠. 초면도 아닌데 그만 좀 놀리세요.”한지음이 부끄러워하면서 얼굴을 붉혔지만, 여전히 대범하게 모두에게 술을 따랐다. 그러고 나서 말했다.“민아 씨, 혜영 씨, 다섯째 선배가 입을 열었으니, 우리 셋이 선배들에게 술을 올리죠. 우리가 모두 도현 오빠의 여자인 만큼 마땅히 선배들께 술을 따라드려야 해요.”“알겠어요. 지음 언니.”한지음, 오민아 그리고 조혜영은 세상 물정을 많이 겪어본 사람이라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숙한 소녀들처럼 쑥스러워하지는 않았다.그녀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술잔을 들고 윤선아 앞으로 다가갔다.“둘째 선배, 저희가 술을 올리겠습니다. 한 잔 받으세요.”“호호. 어서 앉아요. 다섯째 후배가 장난친 거니까 신경 쓰지 말아요. 다 한 식구인데 격식을 차릴 필요가 있나요.”윤선아는 비록 이렇게 말했지만 결국 술잔을 받았다.“물론입니다. 둘째 선배.”그 후, 세 여자는 홍조가 띤 얼굴로 다른 세 명의 선배들에게도 차례대로 술을 올렸다. 그렇게 술을 올린 후에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했다.이도현은 전반 과정을 바라보며 속으로 깊은 감회를 느꼈다.‘이게 진정으로 가정을 이룬 기분일까?’하지만 식사를 하면서도 이도현은 조금 전 윤선아의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이도현은 이렇게 생각하며 머릿속으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상황을 떠올려 보았다.하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몇몇 선배들의 눈빛에서 걱정스러운 기색을 읽었지만, 선배들 역시 애써 태연한 척하고 있다는 것을 보아냈다.그렇게 식사가 끝난 후 이도현은 세 여자를 방으로 데려다주었고, 자신이 곧 나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리고 위험할지도 모르니 당분간은 여기에 머무르라고 했다.몇 가지 일을 더 당부한 후, 이도현은 세 여자와 각각 포옹하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세 여자의 걱정 어린 눈빛을 뒤로한 채 방을 나섰다.다시 선배의 방으로 돌아갔을 때, 선배 네 명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 차 있
방으로 들어간 후, 세 여자는 이도현에게 차를 따라주는가 하면 과일을 깎아주고 간식을 가져오는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했다.그리고 이도현 앞에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처음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지만, 세 여자가 이도현 앞에서 대놓고 옷을 갈아입으며 성숙한 몸매를 드러내자, 이도현은 열째 선배 연진이의 말이 떠올랐다.여기가 다섯째 선배의 거처여서 다행이지, 만약 이도현의 집이었다면 벌써 세 사람을 덮쳤을지도 모른다.이도현은 피 냄새를 맡은 상어처럼 욕망이 들끓었다.만약 그가 아직 순진한 소년이었고 여자와 놀아보지 못한 상태였다면, 그나마 참을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그 맛을 이미 체험해 본 이상 이도현은 참기 너무 힘들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세 여자를 끌어안고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정말이지 그의 뛰어난 자제력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선배들에게 놀림당하기 싫은 것이 아니었다면 이도현은 이미 덮쳤을 것이다.게다가 세 사람 모두 이도현의 아내이니 문제 될 것도 전혀 없었다. 다만 선배 여러 명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러지 않은 것뿐이다.세 여자는 이도현이 보는 것을 전혀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이미 관계도 맺었고 볼 것 못 볼 것 다 보여줬으니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었다.이도현의 욕망이 이성을 제패하기 일보 직전, 세 여자가 옷을 다 갈아입었고 이도현도 드디어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그 후 네 사람은 기화영의 방으로 갔다.기화영의 방에는 이미 술과 음식이 준비된 채 이도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선배,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이도현이 웃으며 말했다.“하하하. 오래 기다리지 않았어. 괜찮아. 반나절 기다려야 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일찍 왔네. 이 녀석이 나쁜 짓을 안 했나 봐. 잘했어...”“자, 동생들, 제가 소개해 줄게요. 이분은 우리의 둘째 선배예요. 다들 본 적 있죠?”연진이는 웃으며 윤선아를 가리켰다.“둘째 선배, 안녕하세요.”세 여자가 공손히 인사했다.그녀들은 이미 이도현과
이도현은 지금 딱 여자들한테 빌붙어 사는 남자 같았다. 하지만 웃긴 건, 그는 전혀 여자한테 도움받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만약 과거에 이런 기회가 있었다면 이도현은 이렇게 열심히 살지도 않았다.“와...”이도현은 속으로 깊은 감회를 느꼈다.‘내가 보잘것없던 시절에 만났던 사람들은 다 나쁜 놈들이었어. 심지어 목숨을 구해준 사람마저 나에게 뒤통수를 쳤지. 하지만 성공해서 정상에 오르니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다 좋은 사람이지 뭐야. 나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여자들도 하나같이 좋은 사람인 데다가 돈도 많고, 나에게 아낌없이 베풀려고 해.’그렇다. 사람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이도현은 마음속으로 자신의 우여곡절 하던 운명을 한탄한 후, 품에 안겨 있는 아름다운 여인에게 부드럽게 말했다.“좋아요. 이제 제가 해야 할 일을 다 끝내고 나면 우리 경치 좋은 곳에 가서 은퇴해 살아요. 세 사람이 저를 먹여 살리고, 저는 맘 편히 얹혀살 거예요.”“우리가 남편을 돌보는 건데 그게 왜 얹혀사는 거예요? 우리는 도현 씨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얹혀산다는 표현을 쓰면 안 되죠.”“맞아요. 우리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모두 오라버니 덕분이에요. 오라버니가 없었다면, 아마 지음 언니 빼고 저와 혜영 씨 두 사람은 벌써 가문의 요구에 따라 정략결혼을 했을 거예요.”“그럼요. 오라버니가 없었다면 우리 가문은 이미 몰락하거나 망했을 거예요. 저 역시 지금까지 살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조혜영과 오민아는 감개무량하게 말하며 이도현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이게 곧 운명이죠. 자, 이제 들어가서 얘기해요. 잠시 후 다섯째 선배가 오기로 했으니까 다들 준비하고 같이 가요.”세 여자는 마지못해 손을 놓고 이도현을 끼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세 여성 중 조혜영만 무공을 조금 할 줄 알았고 이도현이 준 단약 덕분에 현재 내공이 많이 제고되었다.오민아와 한지음은 원래 평범한 여자들이었지만 이도현이 준 주안단을 복용한 후 얼굴이 열입곱살 소녀처럼 생기 넘치고 어여쁘게 변했다.
이도현은 도망치듯 자리를 빠져나와 용팀소속 여성 구성원의 안내를 받아 한지음 일행이 머무는 방으로 향했다.“용왕님, 들어가시죠. 세 사모님이 머무르고 계시는 방입니다. 혹시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불러 주세요. 저희는 바로 근처에 있습니다.”그녀는 말을 마치고 조용히 물러났다.문 앞에 다다르자 이도현은 괜히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 한 명도 아니고 셋이나 되는 여인들이 한 방에 있다니, 지금처럼 일부일처제가 당연한 사회에서 그의 행동은 그가 봐도 양심 없어 보였다.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서로 만난 적도 있었지만 셋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이 방에 자기가 직접 찾아 들어간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뻘쭘했다.이도현도 미인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선을 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굳이 이렇게 눈치 볼 일도 없었다.한 번 숨을 고른 이도현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도현 오라버니...”문을 연 여자는 이도현을 보자 놀란 듯 잠깐 숨을 고르더니 곧장 그의 품에 안겼다.“혜영아.”이도현은 그대로 그녀를 끌어안았다.“도현 오빠!”“오빠...”조혜영의 목소리를 들은 한지음과 오민아도 방 안에서 뛰쳐나왔다. 두 사람 모두 이도현을 보는 순간 말도 없이 달려와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순식간에 이도현은 세 여인을 품에 안았다. 앞뒤좌우로 거대한 압박에 짓눌린 그는 그 사이에서 반항할 용기조차 없이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오빠,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정말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르겠어요. 돌아와 줘서 고마워요.”한지음은 이도현의 가장 오래된 아내로 가장 먼저 관계를 맺은 사람이었다.사실상 언니 같은 존재로 모두가 그녀를 중심으로 따르고 있었다.오민아와 조혜영 같은 당찬 여인들조차 한지음 앞에선 자연스럽게 언니라고 불렀다.“그날 이 선생님이 데리러 오셨을 때 오라버니가 우리더러 다섯 번째 선배님이 계신곳에 있으라 하셨다고 들었어요. 그 이유는 말씀 안 하셨지만 또 무슨
“그래도 이렇게 돌아왔잖아요!”“울긴 왜 울어 남들이 보면 웃겠다. 얼른 들어가자.”윤선아는 귀엽다는 듯 후배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들 중 셋째 인무쌍을 제외한 나머지 후배들은 모두 윤선아가 어릴 때부터 함께하며 키우다시피 한 사이니 그 정이야말로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깊었다.“알겠어요. 선배, 다음부턴 안 그럴게요.”이도현은 겉으로 보기엔 말 잘 듣는 후배처럼 보였지만 막상 일을 처리할 땐 언제나 자기 방식대로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순한 척 웃고 있지만 속은 반항심으로 가득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오직 하나, 선배가 기뻐하는 일이었다.“자연아, 간단한 안주 몇 가지랑 도수 낮은 술 한 병만 준비 해달라고 전해줘. 오랜만에 우리끼리 조용히 한잔하려고.”기화영이 자연이에게 조용히 일렀다. “네. 팀장님.”자연이는 짧게 대답하고는 자리를 떴다.사실 자연이는 이도현과 선배들 사이의 관계가 부러웠다. 피 한 방울 안 섞였지만 진짜 가족처럼 서로를 아끼고 어떤 사심도 없이 늘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그 마음이 괜히 뭉클하게 느껴졌다. “갑시다. 안으로 들어가요, 우리.”“참, 도현아. 지음 씨랑 다른 친구들도 좀 보고 와. 그동안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꼭 데리고 와. 우리 다 같이 모여야지. 앞으로는 진짜 한 가족이잖아.”기화영은 다정하게 당부했다. “알겠어요. 선배.”이도현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장난꾸러기, 또 무슨 짓 하려는 거야? 밤엔 시간 많으니까 괜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일 만들지 말고.”막 자리를 뜨려던 이도현에게 열 번째 선배 연진이가 짓궂게 웃으며 한마디 던지자 이도현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고 귀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하, 이 녀석. 나쁜 짓 할 땐 그렇게 당당하더니 이제 와서 부끄럽대?”가화영도 한마디 보태며 웃었다.“둘이 또 도현이 갖고 장난치지 마. 얼굴 새빨개졌잖아. 이제 그만해.”인무쌍은 이도현이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조용히 분위기를 정리했다. “세 번
병사는 한동안 넋 놓고 두 사람의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멍하니 서 있다 가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이도현, 동해용왕? 설마... 그분?”“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문득 잊고 있던 기억이 그의 뇌리를 스치자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그가 떠 올린건 다름 아닌 무사들 사이에서 끝없이 회자되던 전설 같은 존재였다.그는 윗선에서도 철저히 숨기려 했던 존재였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들끓었고 그의 업적은 무사로 갓 입문한 자신에게 도저히 믿기지 않는 전설 같은 이야기였다.“미치지 않고서야 평생 한 번이라도 만나보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눈앞에 있었는데 내가 이런 멍청한 짓을 했다고? 한심한 놈, 니 그릇이 딱 거기까지인 거야. 너는 맞아도 싸.”병사는 자기 뺨을 쉴 새 없이 내리쳤다. 처음엔 씹어 삼킬 듯이 욕을 퍼부었지만 나중엔 말도 안 나왔다. 그저 입만 달싹이는데 그 속에서 뱉고 있는 말은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것들이었다.자연이가 길을 트자 그 누구도 감히 이도현을 막지 못했다. 덕분에 기화영의 거처까지 단번에 도착할 수 있었다.“팀장님, 동해용왕님과 대인 한 분이 오셨습니다.”“뭐? 누가 왔다고?”안쪽에서 무언가 작동하는 소리와 함께 전자장치 특유의 찌직거리는 기계음이 울렸다. 곧이어 누군가 문 쪽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세차게 열렸다. 곧바로 세 명의 여성이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둘째 선배! 이도현 이 바보야!”“도현 후배...”세 사람은 거의 동시에 달려와 윤선아와 이도현을 와락 안았다. 그렇게 다섯 명은 하나로 포개져 서로를 꼭 껴안았다.너무 세게 껴안는 바람에 이도현은 순간 숨이 막히는 듯했지만 이 감각이 결코 낯설진 않았다. 어딘가 오래된 기억처럼 익숙했다.간신히 고개를 빼낸 이도현은 자신을 꽉 껴안고 있던 사람이 셋째 선배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세 번째 선배는 예전보다 훨씬 더 눈에 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