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현은 혼란스러움과 놀라움 속에서 선배들의 패기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길 기다렸다. 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다.“선배! 저 작은 건의가 있는데 말해도 될까요?”이도현은 조금 전 선배들의 패기에 겁을 먹고 조심스럽게 말했다.“어떤 건의인데? 한번 말해봐! 들어볼게!”기화영이 웃으며 말했다.“지국에서 큰 가문 하나를 서포트하고, 그들이 지국을 통제하게 하는 거예요. 저희는 그냥 그 큰 가문만 통제하고, 나머지는 전부 그들에게 맡기는 거죠!”“선배들도 아시다시피, 저희가 직접 지국인을 통제하는 것보다는, 지국인이 직접 본인 나라 사람들을 통제하는 게 더 효과적이잖아요. 그들이 직접 본인 나라 사람을 통제하면 아마 더 순종적이고, 관리하기도 쉬울 거예요!”그 말을 들은 몇몇 선배들은 두 눈을 반짝였다. 이도현의 생각이 그들 생각보다 오히려 더 좋았으니 말이다.이윽고 기화영이 감탄하며 말했다.“역시 도현 후배의 현명함은 알아줘야 해! 이렇게만 한다면 지국의 일은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이 되는 거잖아. 나머지는 지국 쪽의 일인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뭐라 하려 해도 할 말이 없을 거야.”“도현 후배, 그러고 보니 너 전에 지국 쪽에 하녀가 있다고 했지? 내 기억이 맞다면, 그 여자가 지국의 대가문 쪽 사람인 거 맞지?”신연주가 이상한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눈빛은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눈빛이었다.하녀! 게다가 지국의 하녀이다. 영상물을 봤던 사람이라면, 대충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이다!“에헴! 선배님 말이 맞긴 한 데, 하녀는 아니고 그냥 하인일 뿐이에요! 그 당시 스승님 가문 학살에 야노 가문이 가담했거든요. 그때 저는 단지 야노 가문의 2대를 죽이고, 야노 요시코를 야노 가문의 주인이 서포트해 줬을 뿐이에요. 그 이유 또한 야노가문을 멸망시키기 위함이었고요.”“다만 그 여자가 그렇게 능력 있을 줄은 몰랐어요. 야노 가문 절반을 쓰러뜨렸거든요! 말 그대로 괜찮은 인재인 거죠!”이도현이 겸허하게 말했다.“도현 후배가 도와
그녀는 벌거벗은 몸으로 침대에서 뛰어내리며 놀라서 되물었다.“네?”“주인님! 지금 한 말 진...진짜예요? 저... 저 진짜로… 지국을 통제할 수 있어요? 이거 꿈 아니죠?”야노 요시코는 너무 흥분되어 온몸이 떨렸다!이 소식은 다른 사람이 들었다 해도 똑같은 반응일 것이다.황제! 꿈에서만 생각하던 그 일이 현실로 이루어진다니!이도현은 전화기 너머로 흥분되어 소리 지르는 야노 요시코를 무시한 채, 얼른 오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한편 지국, 지황제가 죽고 지국 대군단이 모두 패한 채 지국 군사들이 함락되었다는 소식은 기화영에 의해 완전히 차단된 지라, 아직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하여 지국 국내는 아직도 평화로웠다. 그들의 지황제가 죽었다는 사실과 나라가 이미 함락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으니 말이다.몇 시간 후 태양성, 지국의 이름 좀 있는 대가문이 전부 여기에 모였다.지국의 일부 최고 가문인 노구치 가문, 야노 가문, 후지노 가문, 산구치 가문, 마츠시타 가문, 도쿠가와 가문, 사이토 가문 등 모든 가문이 황궁에 모였다.모든 가문의 가장들, 주인들이 지국의 황궁에 모였다.그 밖에도 지국의 최고 인사들과 일부 세력의 우두머리들도 모두 여기에 있었다.순식간에 지국의 황궁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정말 부끄럽습니다! 우리 지국의 수백만 대군이 염국의 몇만 대국에 패했습니다! 저희 백만대군이 패했다니요! ”“지황제도 실종되고 4대 장군 중 2명도 실종되었습니다!”“흐흐! 실종이요? 그건 이미 다른 사람에 의해 처리된 겁니다! 하지만 이건 저희한테 있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지황제는 그냥 장식품에 불과하니까요. 저희가 현재 신경 써야 할껀 이따가 염국 쪽의 사람들과 저희의 이익 문제에 대해 협상하는 겁니다!”“이익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것입니다. 지국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아무 소용 없습니다! 우리의 이익이 변하지 않는 한, 지국이 염국으로 된다고 해도 안 될 게 뭐가 있겠습니까! 가족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거 아닌가요!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은 그 남자 뒤에 있는 네 명의 미녀가 누군지 몰랐지만, 그 남자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는 지난 며칠 동안 지국을 뒤집어 놓았던 남자이자, 지황제더러 명령을 내리게 해 대군을 죽이게 한 남자였다.다만 그 남자는 아직 죽지 않았고, 지황제는 사라진 채 그 남자가 협상하러 온 것이다. 이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여러 생각을 갖게 했다.여러 사람의 시선 속에서 이도현과 네 명의 선배는 지국의 황궁에 들어섰고, 그녀들의 뒤에는 야노 요시코와 일부 야노 가문의 사람들이 따라 들어왔다.야노 요시코를 본 야노 가문의 새로운 주인 야노 다이진이 깜짝 놀랐다.“저 천한 년!”야노 다이진은 야노 요시코의 둘째 오빠이다. 그의 큰형이 이도현에 의해 죽임을 당한 뒤, 그는 야노 가문의 가주 자리를 계승 받았고 야노 요시코와 경쟁을 벌였다.그는 야노 요시코가 염국인들과 같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일부 이도현을 모르는 가문은 본인들이 여전히 우월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중 도쿠가와 가문의 가주가 나막신을 신고 앞으로 나가 이도현의 앞을 가로막았다.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이도현을 향해 말했다.“당신 누구야!”“당신들이 우리 지국 대군을 쳐부수고 우리를 여기에 담판 지러 오게 했지? 이거 염국의 뜻이야? 아니면 당신들의 뜻이야?”“만약 염국의 뜻이라면, 당신들 같은 어린것들이 책임질 수 있겠어? 돌아가서 당신들의 염국 대장군을 오라고 해. 아니면 절대 협상 같은 거 할 생각이 없으니까!”도쿠가와 가문의 가주가 패기 넘치게 말했다.도쿠가와 가문은 지국에서 매우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고대부터 지국을 다스리는 군사였고, 지국의 거의 모든 군인은 도쿠가와 가문의 명령을 따라야 했다.하지만 지금 그의 군대가 전멸되었고, 이것은 도쿠가와 가문의 지국 지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하여 그는 이도현 등 일행을 보자마자 분노를 무릅쓰고 나선 것이다.이윽고 이도현이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나
평소에는 얼굴 한번 마주치기도 어렵던 사람들이 그런 시선으로 그녀를 주시하니, 어떻게 떨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사람들의 시선에 야노 요시코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인 채 감히 그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쳇…”“고작…저런 년의 말을 우리더러 들으라는 거야…”“우리가 저 계집을 재미 삼아 놀면 몰라도, 감히 저년이 우리를 관리 할 거라고? ”“웃겨 죽겠네!”“계집애가 이 땅을 통솔한다고? 하하. 꿈 깨!”“혹시 저 계집애가 네 놈한테 대준 거야? 네가 저년 다리 저렇게 떨리게 했어? 너무 즐긴 나머지 이젠 네 놈이 헛소리도 막 지껄이는구나!”지국의 고위층들은 가차 없이 조롱하고 욕설을 퍼부으며 웃음을 터뜨렸다.이도현은 그들을 냉담한 눈으로 훑어보고 욕을 한 몇 사람은 전부 기록해 두었다가 이따 참교육 좀 해줄 예정이었다.“야노 요시코, 고개 들어!”“주인님…”야노 요시코는 고개를 살짝 들고 두려움 가득 찬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정말 두려웠다. 이것은 어렸을 때부터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서 맴돌던 두려움이었다.그녀는 어려서부터 지국의 사람들은 건드려서는 안 되고, 그 사람들의 미움을 사서도 안될뿐더러, 무례해서도 안 되고, 생각으로도 그들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고 가족들에게 주입 당해왔다.어릴 때부터 이런 의식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 두려움은 이미 그녀의 영혼에 스며들어 한순간에 바뀌기 어려웠다.이도현은 야노 요시코의 두려움을 눈치채고 조용히 말했다.“겁내지 마! 지금은 네가 저 사람들의 주인이야.”“물론 네가 두려움을 극복할 수 없고 안 될 것 같으면 나도 더는 널 난처하게 하지 않을게. 주인은 다른 사람으로 바꾸면 돼! 난 스스로 강해질 수 없는 사람은 필요 없거든!”“나에게 필요한 부하는 칼과 불바다, 지옥의 마귀와 마주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전진하는 사람이야! 너에게 위협이 되지도 않는 사람들 때문에 고개를 들지도 못하는 그런 나약한 사람은 난 필요로 하지 않아!”그 말을 들은 야노 요시코
이윽고 황궁 안에는 침묵이 흘렀다.그 시각 지국의 황궁은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모든 사람은 눈 하나 깜빡 하지 않고 야노 요시코를 바라봤으며, 마치 지금, 이 순간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1초가 지나고, 1분이 지나도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하지만 곧 미친 듯한 웃음소리가 고요한 침묵 속에서 울려 퍼졌다.“하하하…”“아…하하하…”황궁 전체가 웃음이 터지기 시작했고, 그 웃음은 조롱과 경멸로 가득 차 있었다!하지만! 그다음 순간 군중 속에서 비명이 들렸다.아…그중 가장 먼저 웃기 시작한 사람의 머리가 갑자기 터져버렸고, 머리 전체가 순식간에 찢긴 채 피가 튕기는 것이었다. 주변 사람들의 몸과 얼굴 곳곳에 하얀 뇌가 튀어 올랐고, 그 장면은 너무도 역겹고 무서웠다.이 상황에서 이도현이 나선 것이다.그는 은침을 꺼내 가장 먼저 웃기 시작한 사람을 죽였다.게다가 그게 다가 아니었다. 모두가 충격을 받은 그 순간, 아까 이도현을 막으며 누구냐고 물었던 도쿠가와 가문 가주의 머리도 갑자기 터져버렸다!도쿠가와 가문의 가주 몸에는 머리통이 없어진 채, 같은 자리에 시체만 남아 있었다. 게다가 그의 목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모든 일이 너무 빨리 일어난지라, 도쿠가와 가주의 몸은 여전히 제자리에 선 채 의식은 있는 상태였다.머리가 없는 시체에서 피가 분수대처럼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은 꽤 끔찍했다.“도쿠가와 장군!”모두가 겁에 질린 눈으로 소리를 질렀다.조금 전까지 오만하게 웃고 있던 황궁은 다시 침묵에 빠진 채 다들 웃음을 멈췄다.이도현은 그 모습을 보며 차갑게 웃어 보였다.“웃고 싶으면 어디 한번 계속 웃어보시죠!”“제가 다시 한번 말하죠. 이분이 오늘부터 지국의 최고 통치자입니다. 이분의 말은 곧 신의 뜻과도 같습니다. 여기에 대해 의견 있는 분들은 지금 나와보세요!”이도현의 건방진 말에 지국의 황제급 고수는 불쾌한 듯 군중 밖으로 나가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이 자식…죽고 싶은…”“쿵…”그들이 말을 마
“다시 한번 묻습니다. 아직도 내키지 않는 분 있어요?”이도현은 진기로 외치며 모든 사람의 마음을 꿰뚫었다.“없…없습니다…”“없어요…”겁에 질린 지국인들이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그들은 고귀한 머리를 숙인 채 감히 이도현과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공기 중에서 퍼지는 피비린내를 맡으면 두피가 저리고 발뒤꿈치에는 찬 기운이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우리 야노 가문은 기꺼이 항복할 의향이 있습니다...”야노 다이진이 가장 먼저 나섰다.하긴! 어찌 되었든 간에, 그와 야노 요시코도 한집안 식구라고 할 수 있다. 누가 뭐라 하던 친남매이지 않은가? 야노 요시코가 지국의 최고 통치자가 되었는데, 그에게 어찌 혜택이 없을 수 있겠는가?그가 가장 먼저 일어나 모두를 위해 앞장섰으니, 이는 야노 요시코에게 그의 양보를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다른 지국 가문들에게도 앞장서서 공을 세운 셈이다.이는 누가 뭐래도 야노 다이진이 똑똑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일이 이미 불가능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미리 뒤로 물러서서 최대한 많은 것을 얻을 속셈이다.야노 다이진이 앞장서자 다른 가문들도 잇달아 항복의 뜻을 나타내기 시작했다.“우리 후지노 가문은 기꺼이 항복할 의향이 있습니다...”“우리 윤하 가문은 기꺼이 항복할 의향이 있습니다! 야노 요시코 아가씨를 주인님으로 모시겠습니다...”“우리 산구치 가문은 기꺼이 항복할 의향이 있습니다! 요시코 아가씨의 모든 명령을 따르겠습니다...”“우리 마츠시타 가문은 기꺼이 항복할 의향이 있습니다…”“우리 노구치 가문은 기꺼이 항복할 의향이 있습니다…”…순식간에! 그 자리에 있던 지국의 여러 대가문 세력은 무릎을 꿇고 복종을 표명했다.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야노 요시코는 자신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군중들을 바라보며 감격에 겨워 더욱 몸을 떨었다. 그녀의 시선이 이도현의 뒷모습 떨어지며, 그녀는 완전히 빠져들었다.요시코에게 있어 그 순간의 이도현은 그녀의 모든 신념을 차지하는 신
“당... 당신 왜 그래? 우리 이미 항복했잖아. 왜 계속 이러는 건데.”그 중 한 사람이 분노하며 이도현에게 물었다.그 사람은 미친 듯이 자기 몸을 긁으며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체내에서 이도현의 은침을 파내려고 했다.죽음에 비하면 그 고통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러나 그가 아무리 몸을 잡으며 살 껍질을 벗겨낸다고 해도 은침은 찾을 수 없을 것이다.그 모습을 보던 이도현이 시큰둥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해도 소용없으니, 헛수고 그만 해요. 당신들을 죽이지는 않을 거지만, 내가 언제든지 당신들을 죽일 수 있다는 건 잊지 마요!”“이 침은 지옥 침이라고 해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말을 듣지 않으면 바로 지옥으로 보낸다는 뜻이죠. 이 침법은 나 이도현 외에는 그 누구도 풀 수 없어요! 그러니까 다들 말 잘 들어야 할 거예요! ”이도현은 악마처럼 웃어 보이며 지국의 가주들에게 설명해 주었다.그는 모든 사람에게 명확하게 인식시키기 위해 시각적 효과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만약 순종하지 않으면 당신들의 끝은 이러할 거예요... 어딜 보고 있는 거죠...”이도현은 구석에 있는 야노 다이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모두가 그의 손가락 방향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아직 미처 반응하지 못한 야노 다이진은 이도현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그의 몸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펑…”그다음 순간, 겁에 질린 시선 속에서 그의 몸은 폭발했고 피와 살이 사방으로 튀었다.다들 삽시간에 겁에 질린 채 멍해졌다.조금 전 도쿠가와 가문 가주의 머리가 폭발한 거에 비하면 이번은 더 철저하게 몸까지도 폭발해 버렸다.이것은 시체를 수천 조각으로 조각내는 것보다도 더 지독했다!그 시각, 그들은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들에게 있어 이도현은 악마보다도 더 두려운 존재였다.그들 앞에 있는 남자는 악마의 화신과도 같았고 그들을 영혼부터 두렵게 만들었다.“똑똑히 보셨나요? 결과는 이러할 겁니다. 제대로 못 보신 분이 있으면
엄청난 일이라고 할지라도, 그녀들은 모두 이도현에게 떠맡길 수 있었다!그녀들이 봤을 때, 자기 후배가 하는 일은 무엇이든 옳은 것이었다. 누가 감히 뭐라고 한다면, 그녀들은 상의할 것도 없이 바로 그 사람을 죽일 것이다.그녀들에게 오직 하나뿐인 귀한 후배인데, 어떻게 애지중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이도현은 선배들과 함께 야노 가문에 왔다. 여기 일은 얼떨결에 이렇게 처리된 셈이다.야노 가문의 넓은 방에 앉아 있던 이도현은 왠지 모르게 자신이 도적처럼 느껴졌다.그는 선배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선배들은 쉬러 갔고 이도현 혼자만 남아서 생각에 잠겼다.그의 의식은 자신도 모르게 체내 선학신침의 내부 세계에 와 있었다. 그동안의 수련으로 음양 탑을 벌써 3회나 열었지만, 아직 가볼 시간은 없었다.이제 드디어 여유가 생겼으니 음양 탑 세 번째가 그에게 어떤 놀라움을 선사할지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음양 탑의 앞쪽 두 층이 그에게 엄청난 놀라움과 혜택을 안겨주었다고도 할 수 있다.그가 짧은 기간 내에 수련과 도행에서 몇 차례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 음양 부채, 음양 갑옷 등 생명을 지키는 물건 등 그의 현재 업적은 모두 음양 탑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음양 탑의 3층은 대체 무엇일지 그는 기대에 가득 찼다!이윽고 그가 앞에 있는 음양 탑을 바라보며 탑 3층으로 올라가려 할 때쯤, 갑자기 그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문자 메시지였다.[이 선생님! 사모님이 사라졌어요. 방에도 없고요!]그것은 완성 쪽의 이도현 산장 여하인이 그에게 보내온 문자였다.메시지를 확인한 이도현은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이윽고 그는 다급히 다음 문자를 확인했다.[이 선생님! 저희 성존이 혈귀 사람들한테 잡혀갔어요!]이것은 신영성존의 부하가 보내온 문자였다.그다음 문자의 번호는 낯선 번호였다.[이도현, 3일 안에 동해의 이 섬으로 와! 그렇지 않으면 이 사람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문자메시지 뒤에는 두 장의 사진도 있었다.
사람들이 아직 어안이 벙벙해 하고 있을 때 노각주는 빠른 걸음으로 청년 앞에 걸어와서는 몹시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진왕님,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노각주는 아주 많이 황송해하며 말했다.“진왕?”이건 아주 기묘한 호칭이었다. 이것은 강후에서 흔히 부르는 존칭인 데다가 한 제국의 왕후를 부를 때 쓰는 말이었다.진씨 성을 가진 것에서 뭇사람들은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진왕이라고 불린 도련님은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나와서 돌아다니는 것에 지각주의 동의까지 받아야 하나?”“아닙니다! 송황합니다.”노각주는 깜짝 놀라더니 얼른 허리를 굽신거리며 대답했다.자미각 각주의 성함은 지유권이고 자미각의 제96대 계승자이며 내공 경지가 이미 영급 중기에 도달한 강자였다.고무계를 통틀어 보아도 꽤 손에 꼽히는 강자였다. 하지만 지금 도련님 앞에서 노각주가 이토록 신중하게 처신하는 것은 참 신기한 광경이었다, 게다가 아첨을 떠는 것도 조금 보였다.“진왕님이 이렇게 오시다니 제 영광입니다. 진왕님, 이쪽으로 앉으세요.”“여봐라. 차를 내오거라. 귀한 차를 진왕에게 내오거라.”지유권은 마치 여관의 심부름꾼처럼 소리치며 주문을 했다.진왕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고 노각주가 전에 앉아있던 자리에 덜컥 앉았다. 그러고는 아래에 있는 자미각의 장로와 호법들을 훑어보았다.진왕의 눈길 때문에 자미각의 장로 호법들은 숨을 꾹 참게 되고 말을 한마디로 하지 못했다. 심지어 눈을 마주칠 용기도 없었다.그들은 이 진왕이라는 사람이 아마도 성역 안에 있는 진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것을 대충 짐작했다.진씨 가문은 아주 큰 가문이었다. 그들은 성역 안에서 마찬가지로 강대한 나라를 일구었고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넓은 천만 강역을 통어하고 있다.자미각의 사람들은 이 진왕이라는 사람은 자신들이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진왕에게는 강대한 진씨 가문뿐만 아니라 대제국이라는 백도 있었다. 아무리 성역 안이라도 감히 그들을 건드릴 수 있는
“각주님. 그 말이 참말입니까? 정말 그런 말을 했습니까?”어떤 이는 조금 전의 말이 믿어지지 않아 각주에게 물었다.말하는 목소리마저 떨려있는 것을 봐서 그가 지금 얼마나 격동스러운지 알 수 있었다.“가짜일 리가. 정말이라네!”노각주는 웃으면서 대답했다.만약 이 일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그는 자미각 역대 각주 중에서 제일 으뜸가는, 또한 공로가 제일 큰 각주가 될 것이다.자미각은 예로부터 수몇 년이래, 매 세대의 각주는 모두 자미각을 조금 더 발전시켜 성역과 관계를 맺고 싶어 했지만 단 한 명도 성공한 사람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는 소원을 이룰지도 모른다. 그는 자미각과 성역 안의 사람을 연결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자미각을 성역에 안착하고 안정시키기까지 하려 했다.이것을 이뤄낸다면 그는 기필코 당당하게 자미각의 제일가는 각주가 될 것이다. 자미각의 모든 사람은 그를 신성하게 받들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는 자미각의 신화가 될 것이다.노각주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흥분되었고 얼굴의 미소는 점점 더 찬란해졌다.그리고 또 이어서 말했다.“게다가 난 이미 사람을 시켜서 정보를 좀 알아봤다. 진씨 가문의 그 옥새는 이도현 그놈과 일말의 관계가 있는데 너무 크지는 않다.”“그래서 우리는 이도현을 상대하러 무조건 가야 해. 그냥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독촉 자의 신분으로 가야 해.”“자고로 세상 어디를 가나 다 도리를 따져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 비록 이 말은 약육강식의 고무계에서 쓰기는 좀 억지지만 어찌 됐든 헛된 말은 아니잖아.”“그래서 각주인 나는 여러분을 데리고 같이 산을 내려서 이도현을 찾고 진씨 가문의 옥새를 되찾을 거다. 이도현을 해치울 수만 있다면 곤륜옥의 비밀도 자연스럽게 우리 손으로 들어오는 거지.”“지각주의 말이 맞아요. 명분은 아주 좋네요. 근데 백전백승할 자신이 있어요?”자미각 각주가 명령을 내리고 있을 때, 갑자기 자미대전 밖에서 시원시원한 소리가 들렸다.갑작스럽게 울린 소리는 자미대전에 있는 장로
자미각 내의 사람들은 시시콜콜 다투기 시작하였다. 어떤 이들은 이도현을 상대해 그의 손에서 곤륜옥을 뺏어와야 한다고 제기했지만 어떤 이들은 이도현의 실력에 겁을 먹어 자미각에게 안 좋은 피해를 가져올까 봐 걱정이 앞섰다.의견이 서로 갈린 사람들은 이도현을 상대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를 두고 다툼이 일어났다. 자미대전 안은 순간 동네 시장처럼 시끌벅적해졌다.“그만!”노각주는 차가운 눈빛으로 싸우는 두 무리의 사람을 힐끗 쳐다보고는 호통을 쳤다.그의 말에 왁자지껄한 소리가 뚝 그쳤고 자미각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노각주는 고아한 눈빛으로 사람들은 쓱 흘겨보고는 차갑게 말했다.“봐봐! 당신들이 지금 어떤 모습인지 봐봐! 시끌벅적한 것이 너무나도 무례해 보이는구나! 꼴이 이게 뭔가?”“여긴 자미각이다! 자미대전이라고! 이곳은 우리 자미각이 의사를 나누는 곳이지 당신들더러 막 소란피우는 동네시장이 아니다! 왁자지껄 떠드는 게 말이 돼?”“당신들은 자미각의 장로, 호법이면서 제자들이 이 꼴을 보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생각할지, 어떻게 여길지 생각은 한 해봤어? 당신들의 우스운 꼴을 보고 장로들도 아줌마처럼 떠들기나 하는 사람들이구나 생각할 거다.”노각주는 장로와 호법들을 보면서 한바탕 훈수를 두었다. 이에 아래에 있던 장로들은 하나같이 얼굴색이 새빨개지고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한바탕 욕설을 퍼부은 노각주의 얼굴은 차근차근 온화해졌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작디작은 이도현 한 명 때문에 당신들이 이렇게 나온다는 게 말이 돼? 아니면 우리 자미각이 이미 그 정도로 몰락되었다는 말인가? 고작 한 명을 상대로 이렇게 바들바들 떨다니?”“우리 자미각은 수천 년의 역사를 이어왔다. 그리고 난 여태까지 누군가를 두려워한 적이 없다.”“그걸 기억해 둬! 성역 안에는 우리 자미각을 밀어줄 믿을 만한 세력이 있다. 오래된 가문인 진씨 가문에서 얼마 전에 소식을 전해왔지. 우리더러 세속계로 와서 먼 옛날 진씨 가문 사람이 들고 나간 옥새를 되찾아달라고 했지.”
귀령문의 태상 장로는 이도현의 한방에 시체도 남지 않게 되었다.그때 그가 맞서 싸워야 했던 상대는 원력을 다루는 강자였고 그의 내공보다 더 높은 내공을 소유하고 있는 강자였다. 그런 강자를 제대로 상대해도 그는 손쉽게 죽을 것이 뻔했다.그가 나선다는 건 그야말로 목숨을 내놓는 꼴이었다.그 상황에서 그는 절대 이도현을 이길 수 없었다.도망쳐 돌아온 후 아무리 사람들에게 해명하려 해도 그들은 그를 믿지 않았다.이미 그들에게 찌질하게 도망친 사람으로 낙인찍혀버렸던지라 그에 대한 인식은 바뀌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괜찮았다. 소문이 돌면서 그가 했던 말도 신빙성이 있게 되었고 이도현이 막강한 실력을 소유한 강자라는 것도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공작사 스님들마저도 굴복할 정도이지 않은가. 어쩌면 당연하기도 했다.호법 장로가 속으로 억울함을 풀게 되어 기뻐하고 있을 때 자미각의 각주가 말을 꺼냈다.“정말로 놀랍군! 믿을 수가 없어! 새파랗게 어린놈이 그렇게나 대단하다고?”“소문에 그 새파랗게 어린놈이 전설 속에만 존재하던 곤륜옥의 비밀을 손에 넣게 되었다고 하더군. 곤륜옥에 신비한 힘이 있다는 것을 예전에 믿지 않았지만 이제 보니 그 전설이 진짜일지도 모르겠군.”“그 외에는 정말 설명할 방법이 없는 것 같네. 도대체 어떤 천재가 세속계라는 자원이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고 혼잡한 환경 속에서 겨우 삼십도 되지 않은 나이에 이렇듯 끔찍할 정도로 강해질 수 있단 말인가!”“세속계를 떠나 우리 고무계에서도 지금까지 들어본 적도 없는 것을 그 새파랗게 어린놈이 해냈군.”“정말 놀라워! 곤륜옥의 힘이 이렇게나 대단했다니! 그렇게나 신비로운 것이었던가. 전설에 따르면 곤륜옥은 어느 수련자가 남긴 것이라고 했지. 신선이 될 수 있을 정도의 대단한 물건이라고 했으니 아마 가짜는 아닌가 보군!”각주는 말하면서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수련자를 신선으로 만들어 주는 곤륜옥이라. 이것은 고무계의 무사들이 오랫동안 추구하던 것이었다.이때 다른 한 장로가 입을 열었다.“그
공작사 스님이 불효를 저지른 손자를 어떻게 훈계할지에 관해 이도현은 딱히 관심이 없었다. 설령 공작제국이 망해버린다고 해도 그는 동정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다만 공작제국에서 벌어진 일은 빠르게 소문으로 퍼지고 말았다.이도현은 공작제국의 도성에서 고무계를 대표하는 강자들을 열 명 처단했다. 귀수선비와 마도, 주육 스님이 이도현을 둘러싸며 공격을 펼쳤지만, 이도현이 전부 죽여버렸다.열 명의 고수들은 결국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구했지만, 이도현은 공작사 스님들이 보는 앞에서 그들의 머리를 따버렸고 스님들의 존엄마저 꺾어버렸다.그러고 난 뒤 이도현은 공작제국으로 쳐들어가 청용문 밖에서 공작사 스님들과 대치했고 공작사 스님이 항복하면서 공작사의 보물 중의 보물인 칠색동백꽃을 이도현에게 넘기고 말았다.심지어 공작상제는 이도현에게 허리를 굽히며 사과했고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잘못을 인정하며 이도현의 용서를 구했다. 이도현은 그제야 만족한 듯 공작제국을 떠났다고 소문이 돌았다.이 소문이 돌기 시작하자 고무계는 다시 한번 뒤집혔다. 귀령문이 이도현에게 멸문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무계를 대표하는 강자를 처단해 버렸고 공작사 스님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게 했다.이건 아주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고무계의 노련한 고수들에 대해 말하자면 아무리 그들이 고수라고 불린다고 해도 새로운 세대가 기존의 강자를 처단하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었다.고수들이 처단당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이었으니 모두 놀라긴 해도 어느 정도 수긍하고 있었다.하지만 공작사 스님들을 굴복시켰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공작사는 고무계에서 천 년간 이어져 온 종파로 그 실력은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했고 공작제국을 지킬 수 있는 정도였다. 실력이 없었다면 천 년간 이어져 내려올 리가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런 종파가 이도현에게 굴복했을 뿐 아니라 공작사가 지켜오던 보물도 넘겨주었다고 하니 사람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소문이 퍼지고 나서 사람들의 반응은 같았다. 다
스님은 하마터면 자신의 큰손자 때문에 화병으로 죽을 것 같았다. 피를 토해낸 그는 이도현의 뻔뻔한 말에 다시 혈압이 올라가면서 피가 역류하는 기분이 들었다.커헉!결국 참지 못하고 피를 또 토해내게 되었다.“세상에, 스님. 왜 자꾸 피를 토하고 계시는 거예요. 그러면 몸에 안 좋아요. 나이도 많으신데 몸 생각도 하셔야죠!”'이도현은 여전히 그들을 약 올리고 있었다.“시주님, 원하시는 물건을 드렸고 요구도 들어주었으니 이젠 서로 원한이 없는 거 맞지요.”스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당연하죠! 스님도 참, 저희한테 어떤 원한이 있었다고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전부 오해잖아요, 오해!”이도현은 조금 전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계속 그들을 약 올리며 그들이 인내심을 잃고 자신을 향해 욕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결국 참지 못한 스님들은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런 거라면 시주님께선 이만 가주시지요!”피를 토한 스님이 속에서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로 말했다.“네, 네. 스님께 처리해야 할 집안일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 저희도 더는 방해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충고하나 해드리죠. 자식을 교육하든 손자를 교육할 때든 절대 마음 약해져서는 안 됩니다. 혼낼 때는 혼내고 죽여야 할 때는 죽여야 하는 거죠. 이미 망한 자식 농사 다시 하면 그만이잖습니까. 스님들도 아직 젊은 것 같은데 더 늦기 전에 자식을 낳으면 되지요. 굳이 이미 망한 자식한테 기대를 걸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니 스님들 힘내세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이른 때거든요!”“이도현 시주님, 제발 이만... 가주시지요...”스님은 이를 빠득 갈며 말했다. 안색이 파리해지다 못해 보라색이 되었다. 그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이도현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저런, 지금 화를 내시는 거예요? 갈게요, 가면 되잖아요. 스님께서 아직 화를 낼 기운이 있으신 거 보니 자식을 열 정도 더 낳을 수 있겠네요. 안 그래요, 누님들?”이도현은 선배들 옆으로 다가가
“됐네요. 이건 어차피 스님들 집안일이니까 제가 더 이상 뭐라고 말할 건 없죠. 집마다 사정이 있는 법 아니겠어요? 외부인이 간섭해 뭐라 말하긴 어렵죠! 스님, 방금 가버린 작은 스님이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데도 아직 안 돌아왔네요. 핸드폰은 있으세요? 얼른 전화해서 재촉해봐요!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되잖아요!”이도현은 어느새 잔소리꾼으로 변해 끊임없이 입을 열었다.그가 내뱉은 말 전부 공작사 스님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새파랗게 어린놈이 그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있었다. 괘씸하게도 말이다.이도현은 눈앞에 있는 스님들을 더 자극해볼까 생각하고 있었다. 화병으로 몇 명이 죽을 수 있는지 지켜보고 싶었지만 칠색동백꽃을 가지러 간 스님이 돌아왔다.그는 두 손으로 옥상자를 꼬옥 들고 있었고 피를 토한 스님에게 다가갔다.“스님, 꽃을 가져왔습니다! 주지 스님이 말씀하시길 스님께서 잘한 선택이셨다고 합니다! 이 꽃 하나로 제국을 지킬 수 있다면 그것도 이 꽃의 가치라고 할 수 있겠죠.”“그래, 역시 주지 스님이 절 이해해주시는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불효자식 놈은...”스님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 손자에 대해 말하려던 순간 다시 피가 역류하는 느낌이 들었다.그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똑똑했던 아들에게서 어떻게 저런 아들이 나올 수 있는지 말이다. 왜 황위를 저런 멍청한 손자한테 넘겨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얼른 물건을 시주님께 드리세요.”스님이 말했다.“네!”우혜 스님은 말을 하면서 들고 있던 옥상자를 두 손으로 이도현에게 건넸다.이도현은 사양하지 않고 바로 받은 후 열어보았다.옥상자 안에는 칠색동백꽃이 한 송이 있었다. 더욱 놀랐던 것은 칠색동백꽃의 꽃잎이 여전히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마치 금방 딴 것처럼 신선했다.일곱 개의 꽃잎은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보라색 순으로 피어 있었고 꽃잎마다 신비한 힘이 흘러나왔다.옥상자를 열었을 때 은은한
하늘에 닿을 정도로 지위가 높았던 황실 사찰은 공작제국의 수호진 자리에서 그저 한낱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찰로 변해버렸다. 어찌 보면 이전에 황실 일원이었던 사람들의 양로 사찰이 되어버린 것이다.아마 앞으로 더는 황실의 일원이 출가하여 공작사로 가서 스님이 되는 일도 없을 것이고 왕후들의 가족도 공작사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장군이나 호위무사, 대신들도 공작사로 출가하여 자랑스럽게 여길 일도 없을 것이다.게다가 오색신광신공과 금강불괴신공이 없으니 공작사는 몇 년도 지나지 않아 철저히 평범한 사찰로 전락할 것이다.“이 배은망덕한 놈이! 감히!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이냐?!”나이 많은 스님은 결국 참지 못하고 공작상제를 향해 언성을 높였다.그러나 공작상제는 그를 향해 차가운 명령만 할 뿐이다.“여봐라! 이 스님들을 전부 청용문 밖으로 멀리 내쫓거라! 여기는 짐의 황궁이다. 제국을 위해 일하는 곳이니 스님들이 들락거릴 이유가 없지. 얼른 내쫓거라...”공작상제는 거지를 내쫓는 것처럼 명령을 내리곤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불효자식... 커헉...”스님은 결국 참지 못하고 피를 뿜어냈다.그의 안색은 파리해졌고 온몸의 근육들이 경련을 일으켰다.덜덜 떨리는 손으로 공작상제가 사라진 곳을 가리켰다. 오장육부가 곧 폭발할 것처럼 괴로웠다.“짐승! 저런 짐승을 보았나! 우리 황실에서 대체 어떻게 저런 짐승이 나올 수 있었던 거지?! 여봐라, 종인부로 가서 당장 저 후레자식을 제적하겠다고 전하라...”스님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크게 소리를 쳤다.이도현은 옆에 서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는 단지 공작상제를 혼쭐내주려고 왔을 뿐인데 운 좋게 그들의 집안까지 무너뜨리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공작상제는 자신의 조상까지 버리고 마치 거지 취급하면서 쫓아내려고 했다.그뿐만 아니라 그는 조상들의 지위를 박탈시키고 황궁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하면서 모든 복지와 혜택도 없애버렸다.이건 사실상 그들의 조상을 부정하는
“네, 이도현 님!”공작상제는 빠르게 이도현의 손에서 빈 찻잔을 받아들며 더 공손하게 대했다.“그럼 이쯤에서 하지. 이제 더는 볼일 없으니까 공작제국으로 돌아가서 일을 봐도 돼. 남은 건 스님들과 얘기하면 되니까.”이도현이 말했다.“네, 전 이만 황궁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공작상제는 겸허한 태도로 말했다.”“조심히 가.”이도현은 웃으며 말했다.두 사람은 오랜 친구처럼 서로 작별 인사를 했다. 사이가 아주 좋아 보였다.공작상제는 이도현을 향해 미소를 지은 후 공작사의 스님들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몸을 홱 돌려 문무대신들에게 말했다.“궁으로 돌아간다!”그러자 문무백관들과 왕후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한쪽은 그들이 모시는 황제였고 다른 한쪽은 그들의 조상이었다. 대체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몰랐다.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그저 제자리에 서서 우물쭈물하고 있는 문무백관을 보며 공작상제는 차갑게 말했다.“돌아가기 싫은 놈들은 내일 상소문을 올려. 영원히 돌아오지 마!”“여기 남아 있기 싫은 놈들은 나와 함께 궁으로 돌아간다!”그 말에 조금 전까지 망설이던 문무백관과 왕후들은 바로 선택을 내리며 명령을 따랐다.“네, 폐하!”조상님을 따르기보단 역시 관직이 더 좋았던 그들이었다.관직도 없는데 조상님을 모셔서 뭐하겠는가? 집에 모셔가 제사상이라도 차리겠는가?문무백관들도 더는 머물지 않고 걸음을 옮겨 공작상제를 따라갔다.공작사의 스님들은 공작상제의 무시에 이를 빠득 갈았다. 잔뜩 분노한 눈빛으로 공작상제가 떠나는 모습을 빤히 보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다가가서 훈계를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고작 황제인 주제에. 난 네 조상이다, 이놈아!'‘지금 조상을 버리는 거야? 염병...'스님들의 마음속에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지만 표출할 수 없었다.그런데 이때. 이미 멀리까지 간 공작상제가 다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지금부터 명령을 내린다. 앞으로 공작사는 그냥 평범한 사찰이다! 절대 제국의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