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현은 한시도 늦출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혈귀에 잡힌 사람 중 많든 적든 모두 그와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다. 한지음은 말할 것도 없는 그가 정한 와이프이다. 신영성존 또한 그의 동생이므로 이 두 사람 모두 별일 없어야 했다.나머지 현동자도 그의 반쪽 친구라고 할 수 있다. 소유정과 한소희에 대해 말하자면, 비록 그와 교제가 많지 않지만, 그 두 사람은 분명히 자신과 연루된 것이다. 하여 그는 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이도현은 재빨리 10번째 선배 연진이의 방으로 향했다.연진이는 인터넷 고수라, 이런 섬을 찾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 식은 죽먹기일 것이다.너무 급한 나머지 이도현은 노크도 하지 않고 바로 그녀의 방에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눈앞의 화면은 그를 놀라게 했고, 이도현은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눈앞에는 연진이가 조금 전 샤워를 마치고 방안의 커다란 거울 앞에 서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목욕 타월로 몸을 닦으며 몸에는 아무것도 안 걸치고 있었다.연진이의 풍만한 몸매가 바로 이도현의 앞에서 노출된 것이다!이도현은 피가 끓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그는 갑자기 자신의 체내에서 한 줄기 열기가 그의 이마를 향해 치솟음을 느꼈고, 얼굴이 붉어지며 호흡이 가빠졌다.특히 그의 소중이가 매섭게 고개를 쳐들기 시작하며 지금까지 없을 강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마터면 그의 대뇌 중추를 함락시킬 뻔한 거면 말 다 한 거지 않은가?연진이는 이도현이 들어온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는 또 어느 선배가 문을 노크하지 않고 들어왔으리라 생각했다. 그녀의 방에 노크하지 않고 들어올 수 있는 건 그녀의 몇몇 선배일 뿐이니 말이다.그녀가 몸을 돌려 이도현을 보는 순간 그 자리에서 바로 얼어버렸다. 연진이는 이도현의 앞에 그대로 곧게 선 채 한동안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다.그녀가 몸을 돌리기 전까지는 괜찮았지만, 몸을 돌리는 순간 이도현은 완전히 몰락되었다. 그는 황소처럼 두 눈을 부릅뜬 채, 한지음보다 한 사이즈 큰 연진이
정신을 차린 연진이는 다른 여자들처럼 소리를 지른 뒤, 얼른 가슴을 가리며 보지 말라며 소리 지르지는 않았다.여기서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관계라면, 아마 변태, 꺼지라는 말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연진이는 그들과 달랐다. 그녀는 두 눈을 크게 부릅뜨고 코피를 흘리며 가쁘게 숨 쉬는 이도현을 보고는 살짝 미소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아주 차분하게 목욕 타월로 자기 몸을 감싸고서야 입을 열었다.“이 자식! 다 봤어? 코피나 닦지 그래? 이젠 하다 하다 선배 몸을 보고 코피를 흘려?”연진이의 농담 섞인 말투에 이도현은 조금 전 머릿속의 그 더러운 생각들을 전부 떨쳐버리고 입을 열었다.“선…선배, 저…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 저 진짜 아무것도 못 봤어요…”과연 남자들의 말이란 믿을 수 있는 것일까?우뚝 솟은 소중이때문에 청바지도 거의 뜯겨 나갈 판에, 눈도 거의 튀어나올 듯 부릅뜨고 코피도 다 말라 흐르는데 이제야 와서 아무것도 못 봤다니?차라리 귀신을 속이는 게 더 낫겠다!“흥! 아무것도 못 봤다면서 코피는 왜 흘리는 건데? 선배 몸을 다 봐놓고는 이제 와서 웬 시치미야? 조금 전 어땠어?”연진이 어이없는 듯 웃어 보였다.“예뻐요…아니…별로예요…아니! 저 진짜 아무것도 못 봤어요, 선배…”이도현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 시각, 그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도 조금 전 자기 행동이 후회스러웠다. 조금 전 왜 그렇게 급하게 노크도 없이 들어왔는지 말이다. 게다가 선배가 샤워하고 옷을 입고 있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흐흐흐! 나쁜 자식! 이젠 진짜로 다 컸구나!”연진이는 이도현의 앞에 다가가 살짝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그러다가 이도현의 말과는 다른 그의 소중이를 보고 입을 가리며 웃어 보였다.“컸죠, 흐흐흐… 선배도 컸어요…”이도현이 멋쩍게 한마디 내뱉었다.“핫! 이 변태 같은 놈! 이 선배는 당연히 크지. 너의 그 지음 씨에 비하면 누구 것이 더 컸어?”연진이는 일부러 이도현을 놀리며
“이 변태 같은 놈! 너 일부러 그랬지? 이제 보니 너 진짜 엉큼하구나!”연진이가 살짝 웃으며 이도현을 바라봤다.“선배…... 조금 전 제가 실수로조심하지 않고 그런 거라면 믿으실 거예요?”이도현은 이제부터 본인이 어떤 말을 한다고 해도 전부 거짓으로 들릴 거라고 생각했다.“너 같으면 믿겠니? 나쁜 놈! 얼른 말해봐! 대체 얼마나 뭔 다급한 일 때문에 내 방에 온 거야? 핑계 같은 거 늘어놓을 생각하지 말고!”연진이가 교태를 부리며 말했다.그녀의 말에 이도현은 자신의 용맹함이 이제는 완전히 무너져버렸다는 걸 알았다. 10번째 선배는 마음속으로 분명히 그가 핑계를 대며 일부러 그녀의 방에 찾아왔다고 생각할 것이다.그는 아예 더는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설명할수록 자신만 점점 더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같으니 말이다.“선배! 저 진짜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이것 좀 보세요!”이도현은 핸드폰을 꺼내어 혈귀쪽에서 보내온 메시지와 이미지를 연진이에게 보여줬다.“혈귀조직에서 제 친구들을 잡아갔어요! 저더러 3일 이내에 이 섬에 가서 사람을 구하래요. 만약 그때까지 도착하지 못하면 제 친구들을 죽이겠대요!”“제가 선배를 찾아온 이유는 이 섬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려고 온 거예에요! 너무 급한 나머지 바로 달려 들어와 버렸고요!”“독아섬! 여기는 독아섬이야. 독충과 독사로 뒤덮여 있어 일반인들은 올라갈 수도 없어! 이 섬의 위치는 동쪽 바다, 우리 염국에서 500해리 떨어진 곳에 있어! 너 정말 가려고 그래?”연진이는 걱정되기 시작했다. 혈귀에서 이도현을 오게 한 이상 틀림없이 그곳에서 충분한 준비를 했을 것이다. 만약 이도현이 간다면 틀림없이 구사일생일 것이다.“반드시 가야 해요! 그 사람들은 전부 제 친구거든요.! 저 때문에 잡힌 거라 제가 안 가면 안 돼요.!”이도현이 단호하게 말했다.“그래.! 지금 선배들 불러서 우리 같이 가자.!”연진이는 이도현을 막지 않고 그와 함께 가려 했다.“안 돼요! 거기는 위험한 곳이라 저 혼자
“그래, 네 말대로 하지.! 가봐.! 난 선배들한테 알리러 가야겠어.! 하지만 이것만 기억해 둬. 사람은 구하되 넌 아무 일도 없어야 해! 알겠어?”“만약 네가 그 사람들을 구한답시고, 자신을 다치게 한다면, 나이 선배는 네가 구하려는 그 몇 사람을 죽일 것이야. 말하면 말한 대로 할 거라고야!”연진이가 진지하게 막무가내로 말했다.“선배…... 이건…...”이도현은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이게 대체 뭔 논리란 말인가?‘내가 사람을 구하다 다쳤는데 내가 구한 사람을 죽이겠다니! 이런 막무가내 논리가 이 세상 어디 있단 말인가?’“그런 놀란 얼굴로 나 쳐다볼 필요 없어! 난 한다면 하는 성격이니까! 우리들 마음속에서는 네가 제일 중요해. 그러니 그 누구도 널 다치게 해서는 안 되는 거야.! 만약 다치는 경우 그게 누구든 간에 반드시 죽어야 해,!”“얼른 꺼져, 이 자식아. 선배 말 잊지 말고 말이야.! 절대 농담으로 한 말이 아니야. 선배 몸까지 봤으니, 이제부터 이 선배는 네 사람이나 마찬가지인 거야. 나 또한 내 남편이 다른 사람으로 인해 다치는 걸 손 놓고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고! 꺼져!”연진이의 그 한마디에 이도현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머리속이 멍해졌다.“나는 누구? 여긴 어디? 나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그 순간 이도현의 머릿속에는 연속으로 세 가지 질문이 스쳐 지났다.그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실수로 선배의 몸 한번 봤다고 갑자기 와이프가 하나 더 생긴다니?‘요즘 와이프 하나 찾는 게 이렇게도 쉬운 일이었던는가?’‘스드메예물, 결혼식, 결혼증도 필요 없이 한번 보기만 하면 합법적인 부부가 되는가??’‘젠장! 그러면 앞으로 성희롱, 성추행 범죄는 성립이 되긴 하는 걸까?’이도현은 혼란스러웠고 이 모든 게 다 너무 갑작스러웠다.아니면 너무 행복한 나머지 이 모든 걸 받아들이기 어려운 건 아닐까?선배의 몸을 한번 봤다는 이유로 선배가 와이프로 변하다니?속도가 너무 빠른 거 아닌가?게다가 요즘은 예전처럼 그
이도현은 혼란스러운 상태로 방에 돌아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는 머릿속의 무서운 생각들을 떨쳐버리고 잠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기로 했다.이윽고 그는 사람을 시켜 야노 요시코를 불러오라 했다. 이도현은 지금 가능한 한 빨리 독아섬에 도착해야 한다. 그가 하루라도 일찍 가야 한지음이 고통을 덜 받을 것이니 말이다. “주인님! 저 야노 요시코예요. 들어가도 될까요?”야노 요시코가 밖에서 조용히 노크했다.“들어와!”이도현의 허락을 받은 후에야 야노 요시코는 조용히 문을 열고 정중하게 들어갔다.“주인님! 저 찾으셨어요?”야노 요시코는 아주 섹시한 기모노를 입고 있었고 그 누가 봐도 정성 들여 꾸민 모습이었다. 사실 야노 요시코도 보기 드문 미인이라 할 수 있다.특히 특별 훈련을 거친 그녀는 움직임 하나하나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유혹이 깃들어 있어 그 어떤 남자라도 참기 힘들어했다.그녀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몸에서는 매혹적인 향기를 풍겼다. 특히 보일 듯 말 듯한 그녀의 허벅지는 많은 사람을 매료시키곤 했다.하지만 이도현은 야노 요시코의 자태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조금 전 봤던 선배의 아름다운 몸매에 비하면, 야노 요시코는 아무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행여나 그가 조금 전에 선배의 몸을 보지 않았다 할지라도, 야노 요시코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그는 원칙이 있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정직함까지 갖춰져 있는 사람이다.“주인님!”야노 요시코는 이도현의 앞에 꿇어 보였고 그녀의 의도는 너무도 명확했다.하지만 이도현은 눈썹을 찌푸리며 그녀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척 차갑게 말했다.“나 비행기 좀 준비해줘. 동해 쪽 섬에 갔다 와야 하니깐,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거야!”그의 다급한 표정을 지켜보던 야노 요시코 또한 급한 일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이윽고 그녀가 마음을 가다듬으며 공손히 말했다.“네, 주인님!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야노 요시코는 말할 수 없는 씁쓸함을 느끼며 방을 나갔다.그녀는 본인이 몸매로 보
“주인님! 저는 반드시 주인님의 여자가 될 겁니다. 제가 주인님의 성노예가 될지라도 저는 상관없습니다. 주인님이 반드시 저를 가지게 만들 거니까요. 저는 주인님 것이고, 주인님은 제 것입니다. 주인님이 반드시 제 육체를 정복하게 할 거란 말입니다! 반드시…”야노 요시코가 속으로 자신한테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이도현 방을 한번 보고는, 곧바로 그에게 비행기를 준비해주러 갔다.…한편,동쪽 바다의 한 섬에서 외마디 비명과 욕설을 퍼붓는 소리가 들려왔다.섬 여기저기에서는 쉽게 독충, 독사를 볼 수 있었다. 거의 걸을 때마다 독사 몇 마리가 앞에 있는데 여기가 바로 독아섬이다.독아섬 위에는 온통 독충과 독사이다. 섬에 독사의 종류만 해도 수백 종이고, 각종 독사의 수는 천만 마리에 달한다. 이는 통계를 하기도 어려운 무서운 숫자이다.이 독아섬의 독사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세계 각지의 독사가 여기에 다 모인 듯하며 거의 모든 종류는 다 볼 수 있었다.독아섬은 일 년 내내 독사가 점령하고 있었고, 생존 환경은 독사를 매우 공격적으로 만들었다. 독아섬의 독사는 종래로 사람을 무서워한 적이 없다.사람이 섬에 오든, 다른 동물들이 섬에 오든, 전부 먹이가 되고 공격도 서슴지 않고 한다.하지만, 인류가 연구해낸 각종 독충과 독사를 퇴치하는 유황 같은 약물은 독사나 독충을 퇴각시킬 수는 있다.이 독아섬 한가운데는 거대한 돌을 쌓아 올린 돌집이 있다. 돌집 주변에는 유황과 다른 약들을 뿌려 뱀을 멀리하게 했다.방 안에는 신영 성존, 현동자, 한지음, 그리고 한소희와 소유정이 묶여 있었다.그 중 현동자와 신영 성존은 차별대우를 받고 있었다. 혈귀 조직의 사람들은 그 두 사람이 속임수라도 쓸까 봐 그들의 어깨뼈를 뚫어 버린 것이다. 그 수법은 극에 달할 정도로 지독했다.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재미를 느끼고 현동자의 손목 핏줄도 끊어버렸다.조금 전의 비명은 바로 현동자가 낸 것이다.그 시각, 현동자는 양손이 너덜너덜
“이봐, 그만 닥치시지. 한 번만 더 우리 주인님을 욕보이면 내가 가만있지 않을 거야!”신영 성존이 창백해진 얼굴로 고함 질렀다.“왜, 난 계속 욕할 건데 뭔 상관이야. 그 새끼만 아니면 우리가 이렇게 됐겠냐고?”“젠장, 이도현. 양아치 새끼. 오늘 목청 나갈 때까지 그놈 욕할 거야. 왜?!”현동자는 힘없이 울부짖었다. 몸은 지독히 아팠지만, 입에서의 욕설은 그칠 줄 몰랐다. 그는 이번 생은 그 입 때문에 제 명에 못 살듯싶다.“넌 죽기만 기다리는 게 좋을 거야! 나쁜 놈.”신영 성존은 화가 나 미칠 것 같았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때려도 이길 수 없고, 욕도 이길 수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그 둘의 다툼에도 불구하고 혈귀쪽 사람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이 어두운 집 안에 숨어 이도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갑자기 한 구석에서 음흉한 소리가 들려왔다.“혈일아! 이도현 그 새끼가 과연 올까?”“글쎄! 그놈한테 있어서 결혼하지 않은 여자 외에는 다 보통 관계이지 않을까? 그러니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올 필요가 없다는 거지. 그래서 나도 잘 모르겠어.”“내 생각도 그래. 이도현 그 새끼, 굳이 자기 발로 오진 않을 것 같거든.”“아까비. 그놈에게는 주변에 중요한 인물이 너무 적단 말이지. 그게 아니면 그냥 다른 사람을 잡았을 텐데 말이야!”“조금 더 기다려 보자고! 아직 이틀 반이라는 시간이 남았잖아. 이도현이 오지 않으면 저 두 녀석은 바로 죽이면 돼. 그리고 저 3명의 어여쁜 이쁜이들은 우리에게 차려지는 거지!”“이렇게 이쁜 년들과 놀아보는 게 대체 얼마 만이냐. 오히려 좋아!”“맞아. 적어도 이 3명의 이쁜이랑 놀 수는 있는 거니깐, 그래도 기다린 보람은 있네.”이때, 또 다른 구석 쪽에서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너무 기뻐하긴 일러. 내가 이도현을 파악한 바로는, 그놈 아주 의리 있는 놈이거든!”“그 한씨 성을 가진 여자가 전에 염국 고대 무술 가문과 강씨 가문에 잡혀갔을 때도, 이도현이 직접 가서 구해줬어.”“
“내가 미리 말하는 건데, 얼른 나 좀 풀어줘. 때가 되면 그놈 앞에서 너희들 중재라도 서줄게. 너희들 목숨은 살려준다는 뜻이야.”“만약 지금 나를 풀어준다면, 너희들이 이전에 행한 일은 잊어버려 줄게. 근데 충고를 듣지 않으면 매장할 곳도 없이 죽게 될 것이야!”현동자가 혈귀쪽 사람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는 이렇게까지라도 해서 그들이 겁을 먹고 자신을 풀어주길 바랐다. 너무 아파 죽을 지경이었으니 말이다.한편, 옆에 있는 신영 성존과 세 여인은 모두 깜짝 놀랐다. 그들은 죽는걸 무서워 하지 않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어휴, 제발 조용히 좀 있지, 굳이 저 살인마들을 건드려 뭐해.’“이봐, 당신 죽고 싶어? 여긴 전부 혈귀조직의 킬러들이야. 돈만 주면 자기 아버지까지 죽이는 놈들이라고. 그러니 제발 좀 닥쳐봐!”하지만 현동자가 자신만만하게 답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어떻게 저놈들을 놀라게 하는지 보기나 하라고! 내가 당신들 구해줄게.”“어이, 거기 너희들 이리 와서 나 좀 풀어줘. 이도현이 왔을 때는 너희들 죽을 타이밍이니깐 잘 생각해봐!”“그리고 이도현 그놈한테 실력 좋은 여자 선배들도 있어. 그중 한 명은 염국 봉황 팀의 팀장이고 말이야. 너희들이 이도현을 공격한다는 것은, 봉황 팀과 염국을 공격한다는 것과 같아. 때가 되면 염국에서 너희들을 상대할 고수들을 보낼 거야. 너희들 다 뒤졌어!”“얼른 풀어주지 못해? 풀어만 주면, 이번 일은 없던 거로 할게.”현동자는 본인이 충분히 혈귀조직의 사람들을 놀라게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혈귀쪽 킬러들이 그에게 무릎을 꿇으며 호소하는 장면을 눈앞에 그려보았다.“그 입 좀 닥쳐. 혈칠아! 너 가서 저놈 참교육 좀 해줘라! 죽이진 말고 입만 다물게 해야 한다.”현동자의 모습에 혈 일은 더는 참아줄 수 없었다. 이렇게까지 말 많은 사람은 처음 보았으니 말이다.이도현을 유인해오는 것만 아니면 그는 솔직히 이 시끄러운 놈을 죽이고 싶었다.현동자는 본인을 도사처럼 꾸몄지만, 도사랑은 거리가
사람들이 아직 어안이 벙벙해 하고 있을 때 노각주는 빠른 걸음으로 청년 앞에 걸어와서는 몹시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진왕님,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노각주는 아주 많이 황송해하며 말했다.“진왕?”이건 아주 기묘한 호칭이었다. 이것은 강후에서 흔히 부르는 존칭인 데다가 한 제국의 왕후를 부를 때 쓰는 말이었다.진씨 성을 가진 것에서 뭇사람들은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진왕이라고 불린 도련님은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나와서 돌아다니는 것에 지각주의 동의까지 받아야 하나?”“아닙니다! 송황합니다.”노각주는 깜짝 놀라더니 얼른 허리를 굽신거리며 대답했다.자미각 각주의 성함은 지유권이고 자미각의 제96대 계승자이며 내공 경지가 이미 영급 중기에 도달한 강자였다.고무계를 통틀어 보아도 꽤 손에 꼽히는 강자였다. 하지만 지금 도련님 앞에서 노각주가 이토록 신중하게 처신하는 것은 참 신기한 광경이었다, 게다가 아첨을 떠는 것도 조금 보였다.“진왕님이 이렇게 오시다니 제 영광입니다. 진왕님, 이쪽으로 앉으세요.”“여봐라. 차를 내오거라. 귀한 차를 진왕에게 내오거라.”지유권은 마치 여관의 심부름꾼처럼 소리치며 주문을 했다.진왕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고 노각주가 전에 앉아있던 자리에 덜컥 앉았다. 그러고는 아래에 있는 자미각의 장로와 호법들을 훑어보았다.진왕의 눈길 때문에 자미각의 장로 호법들은 숨을 꾹 참게 되고 말을 한마디로 하지 못했다. 심지어 눈을 마주칠 용기도 없었다.그들은 이 진왕이라는 사람이 아마도 성역 안에 있는 진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것을 대충 짐작했다.진씨 가문은 아주 큰 가문이었다. 그들은 성역 안에서 마찬가지로 강대한 나라를 일구었고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넓은 천만 강역을 통어하고 있다.자미각의 사람들은 이 진왕이라는 사람은 자신들이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진왕에게는 강대한 진씨 가문뿐만 아니라 대제국이라는 백도 있었다. 아무리 성역 안이라도 감히 그들을 건드릴 수 있는
“각주님. 그 말이 참말입니까? 정말 그런 말을 했습니까?”어떤 이는 조금 전의 말이 믿어지지 않아 각주에게 물었다.말하는 목소리마저 떨려있는 것을 봐서 그가 지금 얼마나 격동스러운지 알 수 있었다.“가짜일 리가. 정말이라네!”노각주는 웃으면서 대답했다.만약 이 일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그는 자미각 역대 각주 중에서 제일 으뜸가는, 또한 공로가 제일 큰 각주가 될 것이다.자미각은 예로부터 수몇 년이래, 매 세대의 각주는 모두 자미각을 조금 더 발전시켜 성역과 관계를 맺고 싶어 했지만 단 한 명도 성공한 사람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는 소원을 이룰지도 모른다. 그는 자미각과 성역 안의 사람을 연결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자미각을 성역에 안착하고 안정시키기까지 하려 했다.이것을 이뤄낸다면 그는 기필코 당당하게 자미각의 제일가는 각주가 될 것이다. 자미각의 모든 사람은 그를 신성하게 받들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는 자미각의 신화가 될 것이다.노각주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흥분되었고 얼굴의 미소는 점점 더 찬란해졌다.그리고 또 이어서 말했다.“게다가 난 이미 사람을 시켜서 정보를 좀 알아봤다. 진씨 가문의 그 옥새는 이도현 그놈과 일말의 관계가 있는데 너무 크지는 않다.”“그래서 우리는 이도현을 상대하러 무조건 가야 해. 그냥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독촉 자의 신분으로 가야 해.”“자고로 세상 어디를 가나 다 도리를 따져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 비록 이 말은 약육강식의 고무계에서 쓰기는 좀 억지지만 어찌 됐든 헛된 말은 아니잖아.”“그래서 각주인 나는 여러분을 데리고 같이 산을 내려서 이도현을 찾고 진씨 가문의 옥새를 되찾을 거다. 이도현을 해치울 수만 있다면 곤륜옥의 비밀도 자연스럽게 우리 손으로 들어오는 거지.”“지각주의 말이 맞아요. 명분은 아주 좋네요. 근데 백전백승할 자신이 있어요?”자미각 각주가 명령을 내리고 있을 때, 갑자기 자미대전 밖에서 시원시원한 소리가 들렸다.갑작스럽게 울린 소리는 자미대전에 있는 장로
자미각 내의 사람들은 시시콜콜 다투기 시작하였다. 어떤 이들은 이도현을 상대해 그의 손에서 곤륜옥을 뺏어와야 한다고 제기했지만 어떤 이들은 이도현의 실력에 겁을 먹어 자미각에게 안 좋은 피해를 가져올까 봐 걱정이 앞섰다.의견이 서로 갈린 사람들은 이도현을 상대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를 두고 다툼이 일어났다. 자미대전 안은 순간 동네 시장처럼 시끌벅적해졌다.“그만!”노각주는 차가운 눈빛으로 싸우는 두 무리의 사람을 힐끗 쳐다보고는 호통을 쳤다.그의 말에 왁자지껄한 소리가 뚝 그쳤고 자미각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노각주는 고아한 눈빛으로 사람들은 쓱 흘겨보고는 차갑게 말했다.“봐봐! 당신들이 지금 어떤 모습인지 봐봐! 시끌벅적한 것이 너무나도 무례해 보이는구나! 꼴이 이게 뭔가?”“여긴 자미각이다! 자미대전이라고! 이곳은 우리 자미각이 의사를 나누는 곳이지 당신들더러 막 소란피우는 동네시장이 아니다! 왁자지껄 떠드는 게 말이 돼?”“당신들은 자미각의 장로, 호법이면서 제자들이 이 꼴을 보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생각할지, 어떻게 여길지 생각은 한 해봤어? 당신들의 우스운 꼴을 보고 장로들도 아줌마처럼 떠들기나 하는 사람들이구나 생각할 거다.”노각주는 장로와 호법들을 보면서 한바탕 훈수를 두었다. 이에 아래에 있던 장로들은 하나같이 얼굴색이 새빨개지고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한바탕 욕설을 퍼부은 노각주의 얼굴은 차근차근 온화해졌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작디작은 이도현 한 명 때문에 당신들이 이렇게 나온다는 게 말이 돼? 아니면 우리 자미각이 이미 그 정도로 몰락되었다는 말인가? 고작 한 명을 상대로 이렇게 바들바들 떨다니?”“우리 자미각은 수천 년의 역사를 이어왔다. 그리고 난 여태까지 누군가를 두려워한 적이 없다.”“그걸 기억해 둬! 성역 안에는 우리 자미각을 밀어줄 믿을 만한 세력이 있다. 오래된 가문인 진씨 가문에서 얼마 전에 소식을 전해왔지. 우리더러 세속계로 와서 먼 옛날 진씨 가문 사람이 들고 나간 옥새를 되찾아달라고 했지.”
귀령문의 태상 장로는 이도현의 한방에 시체도 남지 않게 되었다.그때 그가 맞서 싸워야 했던 상대는 원력을 다루는 강자였고 그의 내공보다 더 높은 내공을 소유하고 있는 강자였다. 그런 강자를 제대로 상대해도 그는 손쉽게 죽을 것이 뻔했다.그가 나선다는 건 그야말로 목숨을 내놓는 꼴이었다.그 상황에서 그는 절대 이도현을 이길 수 없었다.도망쳐 돌아온 후 아무리 사람들에게 해명하려 해도 그들은 그를 믿지 않았다.이미 그들에게 찌질하게 도망친 사람으로 낙인찍혀버렸던지라 그에 대한 인식은 바뀌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괜찮았다. 소문이 돌면서 그가 했던 말도 신빙성이 있게 되었고 이도현이 막강한 실력을 소유한 강자라는 것도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공작사 스님들마저도 굴복할 정도이지 않은가. 어쩌면 당연하기도 했다.호법 장로가 속으로 억울함을 풀게 되어 기뻐하고 있을 때 자미각의 각주가 말을 꺼냈다.“정말로 놀랍군! 믿을 수가 없어! 새파랗게 어린놈이 그렇게나 대단하다고?”“소문에 그 새파랗게 어린놈이 전설 속에만 존재하던 곤륜옥의 비밀을 손에 넣게 되었다고 하더군. 곤륜옥에 신비한 힘이 있다는 것을 예전에 믿지 않았지만 이제 보니 그 전설이 진짜일지도 모르겠군.”“그 외에는 정말 설명할 방법이 없는 것 같네. 도대체 어떤 천재가 세속계라는 자원이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고 혼잡한 환경 속에서 겨우 삼십도 되지 않은 나이에 이렇듯 끔찍할 정도로 강해질 수 있단 말인가!”“세속계를 떠나 우리 고무계에서도 지금까지 들어본 적도 없는 것을 그 새파랗게 어린놈이 해냈군.”“정말 놀라워! 곤륜옥의 힘이 이렇게나 대단했다니! 그렇게나 신비로운 것이었던가. 전설에 따르면 곤륜옥은 어느 수련자가 남긴 것이라고 했지. 신선이 될 수 있을 정도의 대단한 물건이라고 했으니 아마 가짜는 아닌가 보군!”각주는 말하면서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수련자를 신선으로 만들어 주는 곤륜옥이라. 이것은 고무계의 무사들이 오랫동안 추구하던 것이었다.이때 다른 한 장로가 입을 열었다.“그
공작사 스님이 불효를 저지른 손자를 어떻게 훈계할지에 관해 이도현은 딱히 관심이 없었다. 설령 공작제국이 망해버린다고 해도 그는 동정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다만 공작제국에서 벌어진 일은 빠르게 소문으로 퍼지고 말았다.이도현은 공작제국의 도성에서 고무계를 대표하는 강자들을 열 명 처단했다. 귀수선비와 마도, 주육 스님이 이도현을 둘러싸며 공격을 펼쳤지만, 이도현이 전부 죽여버렸다.열 명의 고수들은 결국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구했지만, 이도현은 공작사 스님들이 보는 앞에서 그들의 머리를 따버렸고 스님들의 존엄마저 꺾어버렸다.그러고 난 뒤 이도현은 공작제국으로 쳐들어가 청용문 밖에서 공작사 스님들과 대치했고 공작사 스님이 항복하면서 공작사의 보물 중의 보물인 칠색동백꽃을 이도현에게 넘기고 말았다.심지어 공작상제는 이도현에게 허리를 굽히며 사과했고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잘못을 인정하며 이도현의 용서를 구했다. 이도현은 그제야 만족한 듯 공작제국을 떠났다고 소문이 돌았다.이 소문이 돌기 시작하자 고무계는 다시 한번 뒤집혔다. 귀령문이 이도현에게 멸문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무계를 대표하는 강자를 처단해 버렸고 공작사 스님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게 했다.이건 아주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고무계의 노련한 고수들에 대해 말하자면 아무리 그들이 고수라고 불린다고 해도 새로운 세대가 기존의 강자를 처단하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었다.고수들이 처단당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이었으니 모두 놀라긴 해도 어느 정도 수긍하고 있었다.하지만 공작사 스님들을 굴복시켰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공작사는 고무계에서 천 년간 이어져 온 종파로 그 실력은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했고 공작제국을 지킬 수 있는 정도였다. 실력이 없었다면 천 년간 이어져 내려올 리가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런 종파가 이도현에게 굴복했을 뿐 아니라 공작사가 지켜오던 보물도 넘겨주었다고 하니 사람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소문이 퍼지고 나서 사람들의 반응은 같았다. 다
스님은 하마터면 자신의 큰손자 때문에 화병으로 죽을 것 같았다. 피를 토해낸 그는 이도현의 뻔뻔한 말에 다시 혈압이 올라가면서 피가 역류하는 기분이 들었다.커헉!결국 참지 못하고 피를 또 토해내게 되었다.“세상에, 스님. 왜 자꾸 피를 토하고 계시는 거예요. 그러면 몸에 안 좋아요. 나이도 많으신데 몸 생각도 하셔야죠!”'이도현은 여전히 그들을 약 올리고 있었다.“시주님, 원하시는 물건을 드렸고 요구도 들어주었으니 이젠 서로 원한이 없는 거 맞지요.”스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당연하죠! 스님도 참, 저희한테 어떤 원한이 있었다고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전부 오해잖아요, 오해!”이도현은 조금 전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계속 그들을 약 올리며 그들이 인내심을 잃고 자신을 향해 욕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결국 참지 못한 스님들은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런 거라면 시주님께선 이만 가주시지요!”피를 토한 스님이 속에서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로 말했다.“네, 네. 스님께 처리해야 할 집안일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 저희도 더는 방해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충고하나 해드리죠. 자식을 교육하든 손자를 교육할 때든 절대 마음 약해져서는 안 됩니다. 혼낼 때는 혼내고 죽여야 할 때는 죽여야 하는 거죠. 이미 망한 자식 농사 다시 하면 그만이잖습니까. 스님들도 아직 젊은 것 같은데 더 늦기 전에 자식을 낳으면 되지요. 굳이 이미 망한 자식한테 기대를 걸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니 스님들 힘내세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이른 때거든요!”“이도현 시주님, 제발 이만... 가주시지요...”스님은 이를 빠득 갈며 말했다. 안색이 파리해지다 못해 보라색이 되었다. 그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이도현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저런, 지금 화를 내시는 거예요? 갈게요, 가면 되잖아요. 스님께서 아직 화를 낼 기운이 있으신 거 보니 자식을 열 정도 더 낳을 수 있겠네요. 안 그래요, 누님들?”이도현은 선배들 옆으로 다가가
“됐네요. 이건 어차피 스님들 집안일이니까 제가 더 이상 뭐라고 말할 건 없죠. 집마다 사정이 있는 법 아니겠어요? 외부인이 간섭해 뭐라 말하긴 어렵죠! 스님, 방금 가버린 작은 스님이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데도 아직 안 돌아왔네요. 핸드폰은 있으세요? 얼른 전화해서 재촉해봐요!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되잖아요!”이도현은 어느새 잔소리꾼으로 변해 끊임없이 입을 열었다.그가 내뱉은 말 전부 공작사 스님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새파랗게 어린놈이 그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있었다. 괘씸하게도 말이다.이도현은 눈앞에 있는 스님들을 더 자극해볼까 생각하고 있었다. 화병으로 몇 명이 죽을 수 있는지 지켜보고 싶었지만 칠색동백꽃을 가지러 간 스님이 돌아왔다.그는 두 손으로 옥상자를 꼬옥 들고 있었고 피를 토한 스님에게 다가갔다.“스님, 꽃을 가져왔습니다! 주지 스님이 말씀하시길 스님께서 잘한 선택이셨다고 합니다! 이 꽃 하나로 제국을 지킬 수 있다면 그것도 이 꽃의 가치라고 할 수 있겠죠.”“그래, 역시 주지 스님이 절 이해해주시는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불효자식 놈은...”스님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 손자에 대해 말하려던 순간 다시 피가 역류하는 느낌이 들었다.그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똑똑했던 아들에게서 어떻게 저런 아들이 나올 수 있는지 말이다. 왜 황위를 저런 멍청한 손자한테 넘겨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얼른 물건을 시주님께 드리세요.”스님이 말했다.“네!”우혜 스님은 말을 하면서 들고 있던 옥상자를 두 손으로 이도현에게 건넸다.이도현은 사양하지 않고 바로 받은 후 열어보았다.옥상자 안에는 칠색동백꽃이 한 송이 있었다. 더욱 놀랐던 것은 칠색동백꽃의 꽃잎이 여전히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마치 금방 딴 것처럼 신선했다.일곱 개의 꽃잎은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보라색 순으로 피어 있었고 꽃잎마다 신비한 힘이 흘러나왔다.옥상자를 열었을 때 은은한
하늘에 닿을 정도로 지위가 높았던 황실 사찰은 공작제국의 수호진 자리에서 그저 한낱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찰로 변해버렸다. 어찌 보면 이전에 황실 일원이었던 사람들의 양로 사찰이 되어버린 것이다.아마 앞으로 더는 황실의 일원이 출가하여 공작사로 가서 스님이 되는 일도 없을 것이고 왕후들의 가족도 공작사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장군이나 호위무사, 대신들도 공작사로 출가하여 자랑스럽게 여길 일도 없을 것이다.게다가 오색신광신공과 금강불괴신공이 없으니 공작사는 몇 년도 지나지 않아 철저히 평범한 사찰로 전락할 것이다.“이 배은망덕한 놈이! 감히!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이냐?!”나이 많은 스님은 결국 참지 못하고 공작상제를 향해 언성을 높였다.그러나 공작상제는 그를 향해 차가운 명령만 할 뿐이다.“여봐라! 이 스님들을 전부 청용문 밖으로 멀리 내쫓거라! 여기는 짐의 황궁이다. 제국을 위해 일하는 곳이니 스님들이 들락거릴 이유가 없지. 얼른 내쫓거라...”공작상제는 거지를 내쫓는 것처럼 명령을 내리곤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불효자식... 커헉...”스님은 결국 참지 못하고 피를 뿜어냈다.그의 안색은 파리해졌고 온몸의 근육들이 경련을 일으켰다.덜덜 떨리는 손으로 공작상제가 사라진 곳을 가리켰다. 오장육부가 곧 폭발할 것처럼 괴로웠다.“짐승! 저런 짐승을 보았나! 우리 황실에서 대체 어떻게 저런 짐승이 나올 수 있었던 거지?! 여봐라, 종인부로 가서 당장 저 후레자식을 제적하겠다고 전하라...”스님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크게 소리를 쳤다.이도현은 옆에 서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는 단지 공작상제를 혼쭐내주려고 왔을 뿐인데 운 좋게 그들의 집안까지 무너뜨리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공작상제는 자신의 조상까지 버리고 마치 거지 취급하면서 쫓아내려고 했다.그뿐만 아니라 그는 조상들의 지위를 박탈시키고 황궁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하면서 모든 복지와 혜택도 없애버렸다.이건 사실상 그들의 조상을 부정하는
“네, 이도현 님!”공작상제는 빠르게 이도현의 손에서 빈 찻잔을 받아들며 더 공손하게 대했다.“그럼 이쯤에서 하지. 이제 더는 볼일 없으니까 공작제국으로 돌아가서 일을 봐도 돼. 남은 건 스님들과 얘기하면 되니까.”이도현이 말했다.“네, 전 이만 황궁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공작상제는 겸허한 태도로 말했다.”“조심히 가.”이도현은 웃으며 말했다.두 사람은 오랜 친구처럼 서로 작별 인사를 했다. 사이가 아주 좋아 보였다.공작상제는 이도현을 향해 미소를 지은 후 공작사의 스님들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몸을 홱 돌려 문무대신들에게 말했다.“궁으로 돌아간다!”그러자 문무백관들과 왕후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한쪽은 그들이 모시는 황제였고 다른 한쪽은 그들의 조상이었다. 대체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몰랐다.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그저 제자리에 서서 우물쭈물하고 있는 문무백관을 보며 공작상제는 차갑게 말했다.“돌아가기 싫은 놈들은 내일 상소문을 올려. 영원히 돌아오지 마!”“여기 남아 있기 싫은 놈들은 나와 함께 궁으로 돌아간다!”그 말에 조금 전까지 망설이던 문무백관과 왕후들은 바로 선택을 내리며 명령을 따랐다.“네, 폐하!”조상님을 따르기보단 역시 관직이 더 좋았던 그들이었다.관직도 없는데 조상님을 모셔서 뭐하겠는가? 집에 모셔가 제사상이라도 차리겠는가?문무백관들도 더는 머물지 않고 걸음을 옮겨 공작상제를 따라갔다.공작사의 스님들은 공작상제의 무시에 이를 빠득 갈았다. 잔뜩 분노한 눈빛으로 공작상제가 떠나는 모습을 빤히 보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다가가서 훈계를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고작 황제인 주제에. 난 네 조상이다, 이놈아!'‘지금 조상을 버리는 거야? 염병...'스님들의 마음속에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지만 표출할 수 없었다.그런데 이때. 이미 멀리까지 간 공작상제가 다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지금부터 명령을 내린다. 앞으로 공작사는 그냥 평범한 사찰이다! 절대 제국의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