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영 선배, 저희 이렇게만 구원을 기다리기에는 위험할 것 같아요! 이러는 건 어때요? 일단 이 둘 좀 데리고 안전한 곳에 가서 숨어있어요.”“이 사람들은 저 때문에 온 거예요. 제가 지금부터 저놈들 죽이고 화력을 끌어모을 테니 기회를 봐서 얼른 여기서 데리고 나가세요.”이도현이 말했다.“안돼!”하지만 기화영은 생각지도 않고 바로 진지하게 거절했다.“네가 만약 일반 무인을 상대한다면 나는 너를 막지 않았을 것이야. 근데 이것들 모두 중화력 무기이고, 게다가 아직 탱크는 사용하지도 않았어! 이런 첨단 무기는 설령 네 내공이 강하다고 해도, 네가 끝까지 버틸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야!”“그러니 절대 동의 못 해! 너도 그 생각은 버려둬.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구원을 기다리는 것뿐이야!”기화영이 호통을 치며 말했다.그 말에 이도현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관심과 걱정을 받고 있음을 느꼈다.“화영 선배, 걱정 하지 말아요! 저 자신 있어요!”“자신은 개뿔! 내가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거야. 이제는 내 말도 안 듣는다 이거야?”“선배님 설마 잊으셨어요? 저희 지국에 오기 전 신용산에서 왔잖아요! 제가 그때 북극곰 용사팀을 상대했는데, 그들의 사용한 무기가 지금 지국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더 강했어요!”“제가 그때 북극곰 용사 군단의 포위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아서 그들을 전멸시켰는데, 설마 이런 지국의 조무래기들을 못 처리할까 봐요?”이도현의 말에 기화영은 그제야 본인의 후배가 얼마나 괴물 같은지가 떠올랐다.기화영이 아무 말 없자, 이도현이 웃으며 말했다.“화영 선배, 안전 조심하고 나머지는 이 후배한테 맡겨요!”이도현은 그 말만 남긴 채 기화영이 반응할 시간도 없이 바로 뛰쳐나갔다. 그는 가볍게 발걸음을 내디디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기화영조차도 이도현이 어떻게 사라졌는지 똑똑히 보지 못했으니 다른 사람은 말할 것도 없었다.맞은편 지국의 대군은 여전히 끊임없이 발포하고 있었으며, 그들의 앞에는 불 벽이 형성되어 어두운 밤에 하늘을
“젠장! 이게 뭔 상황이야. 왜 이래!”하지만 그는 이게 곧 음양 부채의 의식일 수도 있고, 소설에 나오는 것과 같은 기령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 생각은 이도현을 자신도 모르게 놀라게 했다. 병기 한 자루에 만약 영감이 생기고 자신의 영성이 생긴다면, 그것은 단지 병기 한 자루가 아니라, 의식이 깃든 병기인 것이다.더욱이 영적 무기는 힘이나 다른 측면에서 더 이상 일반 무기와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이도현은 그것에 대해 감히 더는 생각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러한 것들은 이미 그의 인지를 뛰어넘었으니 말이다.게다가 무기 자체에 의식이 있다는 자체가 이미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것이다.이것은 환상이 아닌 현실이다!이도현은 음양 부채가 살인을 쉽게 할 수 있다면 오히려 더 많은 지국인들을 죽여 그 음양 부채가 어떻게 될 수 있는지 지켜볼 참이었다.누가 뭐라든 지국인들은 죽여도 상관없으니 말이다.이 짐승들을 죽이는 것은 공덕을 세우는 일이나 마찬가지이다! 더 많이 죽일수록 공덕도 더 커질 것이고 말이다.그는 신이 다른 사람들이 공덕을 쌓을 수 있도록 이런 쓰레기 같은 종족을 창조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게 아니라면, 세상에 이렇게 쓰레기 같은 지국인들이 있을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슉, 슉, 슉!이도현은 음양 부채를 이리저리 휘둘렀다.부채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공격 범위 안에 있던 지국인들을 모두 시체로 만들었다.그렇다, 이 일반 병사들은 음양 부채의 위력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수많은 지국 병사들이 차례로 죽어 나가자 이도현은 그들의 몸에서 부정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 모든 것이 그의 주위에 모여 결국은 음양 부채에 의해 흡수되었다.음양 부채가 그 기운을 계속 흡수하면서 은빛 달이 그려진 한쪽 부채 면이 변하기 시작했다.부채면 전체는 서서히 복구되기 시작했고, 복구된 부분은 더 검게 변했다. 이것은 지난번 화봉산 화염에서 음양 부채가 지염의 양기를 흡수한 후 빨갛게 변한 것과 같았다.음양 부채
이도현은 마음속으로 강한 살인 충동을 느꼈고, 음양 부채도 그것을 똑같게 느끼는 것만 같았다. 부채에서는 부드러운 소리가 나오며 강력한 기세를 뿜어냈다.이도현이 손을 흔들자 음양 부채에서는 강력한 힘이 분출되었고, 뜨겁지만 음산한 기운이 순식간에 휩쓸고 지나갔다.그 힘이 가는 곳마다 지나가던 지국인들이 바로 다치거나 즉사했다.“저게 무슨 무기야?”“너무 무서운데? 저거 대체 뭐야?”일부 지국인들은 이미 이도현의 살기에 의해 쫄았고, 조금 전의 그 기세 또한 사라졌다. 그들은 마치 사신이라도 본 듯 이도현을 보자마자 바로 후퇴하기 시작했다.한편 미야모토 장군도 이 상황을 알아차리고, 겁에 질린 듯 이도현을 바라보았다.그는 강한 무인이기 때문에, 이도현의 무서움 또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죽…죽여, 얼른 저놈 죽여…”“얼른...총 쏴. 다들 멍해서 뭐 하는 거야? 전진하라고! 후퇴 말고 전진해. 누가 후퇴하면...”미야모토 장군의 광적인 명령에 지국 병사들은 더 이상 물러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들은 화가 난 채 손에 든 중무기를 들고 이도현을 향해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일반 총으로는 그를 죽일 수 없으니, 그렇다면 기관단총과 중 총으로 한번 시도해봐야지 않겠는가?곧이어 격렬한 발사음이 폭풍처럼 이도현을 향했다.그러나 이도현의 음양 갑옷 때문에, 그런 총알 따위는 전혀 그에게 먹히지 못했다. 기껏해야 아픔 정도를 느끼게 할 뿐이었다.총알은 이도현의 몸에 떨어졌고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그 기이한 장면으로 인해 지국인들은 동공이 확장되면서 호흡이 빨라지기 시작했다.그 모습은 그들의 인식을 뒤엎었다! 게다가 그들은 마음속으로 이도현을 악마와 연결하기까지 했다.악마 외에 정상적인 사람은 총알을 막을 수 없으니 말이다.이도현은 겁에 질린 지국 병사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음양 부채를 든 채 계속 학살을 이어갔다.그 모습에 미야모토 장군은 더욱 공포에 질려 맹렬한 표정으로 소리 질렀다.“대포를 발사해! 탱크로 당장 깔아버려
겁에 질린 지국인들은 저항할 용기도 없이 손에 든 무기를 버리고 하나둘씩 도망가기 시작했다.한편 미야모토 장군도 얼굴색이 창백해진 채 몸을 떨고 있었다.그도 도망가고 싶었지만, 자신의 두 다리가 심하게 떨려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그제야 그는 도망치는 거도 경험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4대 장군 중 한 명인 그는 평생 권력을 행사하는 데 익숙했기에 도망쳐본 경험이 없었다. 하여 그는 지금 도망가야 할 때가 되어서야 도망가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진짜 별걸 다 연습해야 하나 보다.저 도망치는 병사들 좀 보라. 그들은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도망치고 있었다. 이것은 그들이 평소에 도망치는 습관을 통해 익힌 기술이다.미야모토 장군은 병사들에게 자신도 데리고 탈출하라고 명령하고 싶었지만, 그들은 그의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도망쳐버렸다.푹!이때 강력한 공격이 그를 향해 쏟아졌고 그의 몸은 아예 분열되어 버렸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부서지면서 곧바로 폭발했다.그의 몸은 썩은 고깃덩어리로 변해, 차마 두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다.한편, 이도현은 손에 음양 부채를 쥐고 있어 마치 선비나 풍채 좋은 공자처럼 보이지만, 그의 부은 눈에서 드러나는 패기와 살기는 전혀 숨겨지지 않았다.그가 가는 곳마다 사람이든 탱크가 전부 폐허로 변한다. 사람은 잿더미로 변하고, 탱크는 불타는 고철 더미로 변하곤 했다.“도망가자…”“얼른 도망가…”“살려주세요, 마귀야, 이건 마귀라고…”“여기 누구 없어요? 얼른... 얼른 지황제 폐하께 알려요. 저희 다 죽을 것 같아요!”“이 염국인은 마귀예요. 지옥에서 도망 나온 마귀...”사방에서는 비명과 공포에 질린 고함이 들려왔다. 한순간 공포의 기운이 지부 가문의 언덕 전체를 뒤덮었다.이도현은 혼자서 수만 명의 대군과 수많은 강자와 맞섰다.지국의 무인들도 거의 다 이곳에 왔지만, 이도현의 상대는 단 한 명도 없었다.짧은 시간 내에 모든 것이 역전되었고, 지국인들
“죽어!”이윽고 황제급 경지의 닌자 한 명이 갑자기 이도현의 뒤에 나타났다. 그는 손에 든 무사도로 이도현의 뒤에서 몰래 습격하며 그의 뒤통수를 쳤다.닌자의 속도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모든 사람은 이번에야말로 이도현이 강력한 닌자로 인해 반으로 쪼개진 채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무사도가 이도현에게 가까이 닿기도 전에, 그는 갑자기 몸을 돌려 손에 든 음양 부채를 과감하게 휘둘렀다.펑!그 순간 황제급 닌자의 무사도와 몸은 공중에서 바로 깨끗이 사라져 아예 가루가 되어버렸다. “습…”“이... 이건 또 어떤 기술이야...”“너무 무서워.”한 무리의 사람들은 두려움에 숨을 죽이고 있었지만, 뒤로 물러서지는 않았다. 어쨌든, 그들에게는 그들 목숨보다도 더 중요한 사명이 있었으니 말이다. 이때 마침내 한 제급의 무인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다 같이 달려들어! 우리 전체가 죽는다고 하더라도 저 인간은 꼭 죽여야 해. 저놈 시체를 아예 가루를 내버리자고!”“죽여!”모든 지국인들은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강력한 공격으로 이도현을 향해 공격했다.이도현은 차가운 눈초리로 달려오는 지국인들을 쓸어내리며 소리쳤다.“다 죽어버려! 음양무극!”굉음과 함께 그는 손에서 음양 부채를 휘둘렀다. 서로 다른 힘인 음양 부채의 양면이 폭발하면서 공중에서 붉은색과 검은색의 음양 태극도를 형성하여 그들에게 폭격을 가했다.이것은 음양 부채의 음면이 진화한 뒤 이도현의 머릿속에 떠오른 수법인데, 이 수법을 한번 사용하면 정말 하늘을 찌를 듯 강했다.처음에 그는 실수로 선학신침에 피를 떨어뜨리고 실수로 선학신침 내부 공간을 열어본 후 내부 공간에서 음양전을 발견했는데, 이 음양 부채를 바로 음양전에서 얻은 것이었다.그러나 그는 문 씨 가문 화봉산에서 음양 부채가 지염을 흡수하도록 진화 복원한 후, 다시 선학신침의 세계로 들어갔을 때, 예전의 음양전이 음양 탑으로 바뀐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36층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두 번째 층에서 그가 3세트
도망가는 게 답이었다!“얼른 도망가자!”조금 전까지 죽더라도 이도현을 죽이겠다고 맹세한 무인들은 지금, 이 순간에는 그 누구도 싸울 용기가 없었다.그들은 한 명씩 뒤돌아 뛰었고, 가장 빠른 속도로 도망치기 시작했다.이도현은 그들의 인식을 송두리째 뒤엎은 채 공포를 안겨준 것이다.하지만 이도현이 그들을 그냥 도망치게 내버려 두겠는가?조금 전까자기 자신을 공격했을 때는 하나같이 의기양양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이길 수 없다고 도망가려 하니, 이도현이 그렇게 쉽게 지나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이도현은 음양 부채를 손에 든 채 가벼운 발걸음으로 쫓아갔다.이때 음양 부채를 휘젓기도 전에 한 무인이 죽었다.“도망가는 게 그렇게 쉬운 건 줄 알아? 한 명도 도망가지 못할 거야!”이도현이 차갑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유령을 연상케 했고 곧 그 지국 전사들 앞에 나타났다. 이윽고 음양 부채를 휘두르자, 열몇 명의 무인이 아무런 저항도 없이 땅바닥에 쓰러진 채 몸이 가루로 변했다.“어림도 없지! 죽어버려!”이도현은 옆으로 달려가는 무인들을 바라보며 한 번에 검붉은 번개를 동반한 은침을 몇 가닥 빼내 휘둘렀고, 여러 은침이 그들을 향해 날아갔다.슛! 슛! 슛!은침이 여러 사람의 몸속으로 꽂히더니, 몸에서 펑 터지는 소리가 나면서 순식간에 피투성이로 변해 공중에서 떨어져 죽어버렸다.“악…”“살려줘! 하지...하지 마...”“다가오지 마…”동료들의 죽음이 점점 더 많아지자, 도망치는 용사들도 하나둘 정신적으로 무너지며 비명을 질렀다.번개를 실은 은침은 공중에 끊임없이 날아올랐고 은침이 나타날 때마다 무인들의 몸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이도현은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음양 부채와 은침으로 도망가는 전사 무리를 손쉽게 처리해버렸다.그렇게 싸움은 끝났다! 지부 가문 곳곳에는 시체로 가득했고, 시체 하나하나가 마치 악마에게 살해당한 것처럼 끔찍하고 기괴했다.부서진 몸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었고, 피가 온몸을 붉게 물들여 수련 옥과 다를 바가 없었다.이
지국의 황궁!그 시각, 지황제는 옥좌에 앉아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이번만큼은 이도현이 반드시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다.지황제는 궁에서 유명한 장인을 불러 옥을 준비하라고 했고, 이도현의 머리가 도착하면 그의 머리로 옥을 박은 요강을 만들겠다고 했다.그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이도현의 머리로 만든 요강에 볼일을 보며 그가 준 굴욕을 갚아 주리라 마음먹었다.그가 이도현의 머리로 뚜껑이 있는 요강을 만들지 뚜껑이 없는 요강을 만들지 한창 고민하고 있을 때쯤, 한 장군이 허겁지겁 뛰어 들어왔다.그 장군은 당황한 기색을 하고 있었고 얼굴은 창백한 채 온몸은 피투성이였다. 게다가 제대로 걷지도 못하여 거의 땅에서 기다시피 황궁 안으로 들어왔다.황궁에 들어온 장군은 지황제를 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듯 보였고, 부들부들 떨며 바닥에 꿇어앉아 큰 소리로 말했다.“큰일 났습니다…폐하. 큰일 났습니다…”그 말을 들은 지황제는 마음속으로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조금 전까지 오줌을 참았다가 이도현의 머리로 만든 요강에 그 오줌을 싸버릴 예정이었는데, 너무 놀란 나머지 하마터면 지금 자리에서 바로 오줌을 지려버릴 뻔했다.이미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그인지라, 평소에 소변을 참을 수 있는 보약도 나날이 먹고 있다. 그 보약이 없었더라면, 그는 아마 그 자리에서 지려버렸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나오려던 오줌을 다시 참아낸 지황제는 어두운 얼굴로 차갑게 물었다.“왜 그러느냐? 어떻게 됐어? 염국의 그 짐승 같은 놈은 처리됐느냐?”그러자 장군이 떨면서 답했다.“지황제 님께 아뢰옵니다. 며칠 동안 지부 가문을 포격하고, 대포와 비행기까지 동원했지만, 결국은 이도현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뭐? 지금 뭐라 했느냐?! 그럴 리 없어!”지황제는 놀란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분노했다.“이 멍청한 놈 같으니라고! 대체 뭔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전투기, 탱크, 대포, 수만 명의 병사와 그렇게 많은 낭인, 닌자, 무사가 있는데 이도현 한 명을 처리 못 했다는
장군의 말에 궁전 안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모든 대신은 그 말을 듣고 몸을 떨고 있었다.몇만 명의 대군이 그 짧은 시간 안에 사라졌다. 그중 대장군 한 명이 죽임을 당했고 수많은 전사가 다 죽어버렸다.이 모든 것이 마치 우스갯소리를 하는 것 같지만, 이것은 그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그 시각, 지국의 문무백관들은 심장이 터져 나올 지경이었고 짙은 공포가 그들을 감싸는 것만 같았다.한편 지황제는 마음이 전혀 진정되지 않았고, 마치 공기가 빠진 고무공처럼 갑자기 왕좌에 주저앉았다. 조금 전까지 꽉 쥐었던 오줌보가 이번에야말로 터져버린 것이다. 그 순간 지독한 냄새가 대전 전체에 퍼졌다.“얼른…얼른…지신 궁으로 가…”…지부 가문의 산에서 이도현이 사신처럼 산 아래로 내려갔다.이때 야마모토 장군이 지휘하는 전투기가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이어서 야마모토 장군이 어두운 얼굴로 포효했다.“이 자리에서 명령하노라! 모두 저 염국 놈을 향해 발포하라. 오늘 반드시 저놈을 폭파해버릴 것이야.”“장군님! 저희 병사 중 일부가 여전히 산기슭에 있습니다. 비록 탈출한 병사들이지만, 만약 폭격을 당하면 그들은 아마…”그 말에 야마모토 장군은 빨개진 눈으로 짐승처럼 사납게 소리쳤다.“명령을 집행하라! 이도현만 죽일 수 있다면 탈출한 병사 몇 명이 죽는 게 뭔 대수란 말이냐. 탈출 병사들은 죽어도 싸! 그러니 당장 발포하라!”“네!”야마모토 장군의 명령에 따라 수십 대의 전투기가 모두 한 번에 이륙하여 이도현의 방향을 향해 날아갔다.전투기 여러 개가 이도현의 머리 위로 쏜살같이 날아다녔고, 포탄이 별똥별처럼 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쾅! 쾅! 쾅!”커다란 소리와 함께 이도현 주위에는 큰 구름 한 송이가 피어올랐다.공포의 충격파와 폭염이 순식간에 이도현을 둘러쌌다.만약 다른 사람, 아니 다른 존재였다면 이 강력한 포탄 아래서 이미 없어진 지도 오랠 것이다.그러나 이 미친놈 같은 이도현은 그 충격파와 더위 속에서도 끄떡없었다. 그가 손에든 음양
이날 밤, 이도현은 여전히 노영식네 집에 머물렀고 주현진이 잠자리를 정리해주었다. 하지만 그의 잠자리는 침대가 아니라 온돌 바닥이었다.도시 사람들에게는 낯선 온돌방이지만 농촌 지역에서는 보기 흔한 것이었다. 온돌방은 구들장 밑이 비어있어 날이 추워지면 아궁이에 불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뜨거운 열기가 구들장 밑을 지나면서 머지않아 집이 따뜻해지게 된다.이도현은 온돌방이 정말 편하게 느껴졌다. 특히 형수가 준비해 준 우유 향이 나는 꽃무늬 이불을 덮으니 더욱 편안했다.형수가 수유 기간에 있어서인지 아니면 이도현이 나쁜 마음을 품어서 심리작용이 생겨서인지 오늘따라 이불에서 나는 우유 향이 그날 밤보다 더 짙게 느껴졌다.게다가 불빛 아래에서 그는 하얀 이불 위에 지도 같이 생긴 자국이 한 둘레 한 둘레 있는 것을 보고 우유 향이 그 자국에서 풍겨 나오는 것 같이 느껴졌다.“헐! 설마 형수가 이 이불을 계속 덮었던 거 아니지? 이것이 설마 모유의 흔적이 아니겠지? 세상에나! 이건...”이도현은 갑자기 혼란스러웠다. 아주 많이 혼란스러웠다!‘형수는 이 이불을 덮고 도대체 무슨 짓들을 한 거야? 설마... 내가 그 상대는 아니겠지!’이날 저녁 이도현은 잠을 설쳤다.이튿날 아침 일찍 이도현은 얼떨결에 방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생각하지 않아도 주현진인 것이 분명했다.노영식이 이토록 적극적일 리가 없었다.“지안이 양아버지! 일어나셨어요? 아침 식사하셔야죠!”주현진의 제법 부드러운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형수님,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하네요! 얼른 일어날게요!”이도현은 아무렇지 않은 척 눈을 뜨면서 말했다.“양아버지도 참, 무슨 별말씀을요! 얼른 일어나서 세수하고 식사하세요! 아침상 다 차려놨어요!”주현진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녀의 초롱초롱한 큰 눈을 보고 이도현은 마음이 뒤숭숭해졌다.다행히도 주현진은 몇 마디만 하고 방을 나갔다. 아니면 이도현은 몸 둘 바를 몰랐을 것이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다섯 사람은 다
“그래도...”이도현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으면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 기세라 그는 하는 수없이 잠시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요! 이름은 제가 지어줄게요. 지안 어때요? 지혜롭고 평안하게 자라라는 뜻이에요!”“지안! 노지안, 좋아요. 뜻도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사람은 일생에 무슨 일을 하든 돈을 얼마나 갖고 있든 권력이 얼마나 크든, 지혜롭고 평안하게 지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죠! 지안, 좋은 이름이네요!”노문호가 제일 먼저 말했다.“지안! 좋아요! 그럼 이 녀석을 앞으로 지안이라고 부릅시다!”노영식도 기뻐하며 말했다.“지안! 우리 아기 앞으로 지안이라고 불러야겠네! 지안, 지안아, 얼른 와서 양아버지께 절을 올려야지!”주현진은 아이를 안은 채 흥분하며 말했다.“그래! 지혜롭고 평안하게! 지안! 참 훌륭한 이름이야!”노영식의 부모는 모두 착실한 시골 사람이라 말수가 적은 편이었다.주현진은 아이를 안은 채 이도현에게 절했다. 시골 사람들에게 있어서 절하는 것은 성의를 표시하는 제일 성실한 행동이었다.이번에 이도현은 그들을 말리지 않았다. 피할 수 없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형수가 아이를 안고 절도 올렸으니 이도현은 빼도 박도 못 하고 양아버지를 하게 되었다. 그러니 아이에게 첫 대면 선물을 안 줄 수가 없었다.만약 무사 집안이었다면 이도현은 반드시 자신의 무도 비법 또는 담약, 보검 같은 것을 아이에게 선물해줬을 것이었다.하지만 그의 양아들은 평범한 사람이고 일반 백성인 만큼 제일 현실적인 것을 선물해주는 것이 좋았다.이런 생각이 들자 이도현은 손을 옷 안으로 넣고는 음양탑 에드워드 가문의 보물 창고에서 챙긴 황금 두 덩어리를 찾아냈다.그러고는 손으로 주물럭주물럭하여 한 개의 금덩이로 만든 후 그들 앞에 꺼냈다.“형수! 제가 아이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어요. 당장은 이 금덩이밖에 드릴 게 없네요. 나중에 훌륭한 장인을 만나면 이 금덩이로 아이에게 장수 목걸이나 만들어
“도현 씨! 전에 약속했잖아요! 우리한테 아이가 생긴다면 도현 씨가 아이의 양아버지가 되겠다고. 지금 이렇게 아이를 안아 왔어요! 도현 씨가 싫지 않다면 우리 아이를 양아들로 받아주시죠!”주현진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이도현에게 말했다.“이건...”이도현은 조금 난감했다.만약 이도현이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양아버지가 되는 건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었다. 배은망덕한 사람만 아니라면 양아버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문제는 이도현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원수가 수없이 많았다. 만약 원수들에게 그한테 양아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지게 된다면 노영식네 가족은 괴롭힘을 당할지도 모른다.만약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도현은 그들의 은인이 아니라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 될 것이었다.“형수, 먼저 일어나세요! 이 일은 제대로 말해두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는 형수네 가족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이도현은 허리를 숙여 주현진을 일으켜 세웠다.“영식이 형, 형수, 두 사람은 저의 처지를 모르세요. 모든 걸 얘기해 드릴 수는 없지만, 저한테 많은 원수가 있다는 것만 알려드릴 수 있어요. 그 사람들이 저를 건드릴 수는 없지만, 형네 가족을 괴롭힐까 봐 걱정이에요!”“제가 형네 가족을 하찮게 여겨서 형의 아이를 양아들로 삼지 않는 것이 아니에요. 저는 두 사람에게 민폐를 끼칠까 봐, 이 아이에게 피해를 줄까 봐 걱정되어서 그래요!”이도현은 잔잔하게 얘기를 꺼냈다.이 말을 들은 노영식 부부는 서로를 마주 보더니 이어서 단호하게 말했다.“도현 씨, 우리는 두렵지 않아요! 우리 부부에게 아이가 생길 수 있는 것도 다 도현 씨가 만들어 준 것이잖아요. 도현 씨와 우리는 이미 정해진 운명인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요?”형수의 이 말은 오해의 여지가 컸다.‘아이가 생길 수 있는 것이 내가 만들어 준 것이라니... 무슨 말을...’“저기... 형수... 형! 저는 정말로 두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요. 이런 말을 하면
풍성한 요리에 술안주도 많이 장만했다. 그리고 평소에 거들떠보지도 않던 좋은 술을 오늘 특별히 두 병이나 샀다.물론 형수는 이도현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커서 이처럼 진수성찬을 준비한 것이었다.이도현은 이 집안의 가장 큰 은인이라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에게 아이가 생기고 이 한의원에서 일할 수 있게 한 일등 공신이었다.지금 매달의 수입은 이 집안 예전의 일 년 수입에 가까웠다. 요 몇 개월 동안 그녀는 이미 이삼백만 원정도 모았다.이삼백만 원이 도시에서는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그들이 생활하는 시골에서는 목돈이었다.게다가 그 금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집에서 일하고 평소에 돈 쓸 곳도 별로 없었기에 한 달 생활비는 십만 원이면 충분했고 나머지는 전부 저축했다.그녀는 행복해지는 길에서 희망을 찾은 것 같았고, 집안의 살림살이도 갈수록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이도현이 그녀에게 가져다준 것이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품어서는 안 될 생각 외에 무엇보다 이도현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노영식 부부의 아이는 노영식의 부모가 돌보고 있었다. 두 노인이 고대하던 손자가 세상에 태어난 거라 두 사람은 아이를 엄청 애지중지했다.두 노인이 계속 아이를 돌보았기에 노영식 부부는 아이를 안고 싶어도 안을 수 없었다. 주현진이 아이에게 수유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동안 거의 두 노인이 아이를 돌보았다.두 사람은 이도현이 온 것을 보고 보살님이 강림하신 것처럼 대했다. 그들은 하마터면 이도현 앞에서 무릎 꿇고 그를 맞이할 뻔했다.영감은 이도현이 자기 집안의 큰 은인이자 구원자라고 하면서 집에서 억지로 이도현에게 장생의 위패를 하나 세워주었다. 그러고는 매일 향을 피워 이도현을 위해 축복을 빌었고 그가 오래오래 백 살까지 살 수 있기를 기도했다.이도현은 저주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현재 내공으로는 몇백 살까지 거뜬히 살 수 있건만, 백 살까지 살라는 것은 수명을 단축하는 것이었다.이도현도 당연히 이것이 그들의 제일 진심
이도현은 형수가 차린 밥상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 문제라도 생길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형수, 저 먹고 왔어요! 번거롭게 차리지 않으셔도 돼요!”이도현은 말을 마치고 급히 노문호에게 눈길을 돌렸다.그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수유 중인 형수의 가슴이 너무도 풍만하여 이도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 기세는 이도현이 침을 놓을 때보다 더 매서웠다.“노 선생, 그동안 잘 계셨나요? 집안에도 별일 없으시죠?”이도현은 급히 화제를 돌렸다.“그럼요, 무탈합니다! 그저 한의원이 너무 바쁠 따름이죠. 게다가 도현 씨의 명성이 자자하여 한동안 많은 사람이 도현 씨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가 없다니까 그냥 돌아갔어요.”“그래도 우리 한의원이 이제 많이 유명해져서 예전보다 훨씬 바빠졌어요. 도현 씨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 늙은 몸이 곧 쓰러졌을 거예요.”“좋은 소식이네요. 이건 노 선생의 의술이 뛰어나기에 백성들이 다 믿고 맡긴다는 거잖아요.”이도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에잇! 놀리지 말아요! 저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도현 씨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가서 좀 쉬다가 일하러 와요! 저는 계속 일해야 하니까 이만 가볼게요. 도현 씨가 돌아온 걸 축하할 겸 우리 저녁에 영식이네 집에 모여서 밥 먹어요!”“그... 괜찮을까요? 또 형수를 귀찮게 해야 하는데.”솔직히 말해서, 이도현은 형수 집에 가서 밥 먹고 싶지 않았다. 형수의 요리가 맛없는 것도 아니고, 꽃무늬 이불이 푹신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형수가 무서울 뿐이었다.“귀찮을 게 뭐 있어요. 도현 씨는 아이의 양아버지이고, 한집안 식구끼리 이런 말을 하면 섭섭하죠! 계속 그런 말을 하면 저희를 무시하는 거로 여길 거예요!”이도현이 거절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형수가 다급하게 말했다.이도현은 형수가 다급하게 그런 말까지 하는 것을 보고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더 거절하면 그가 찔리는 것이 있어서 초대에 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도현 씨, 현진
“이것 봐! 내가 뭐라고 했어! 내가 방금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지. 이 젊은이는 부귀의 상이고 걸음걸이도 씩씩한 데다가 온몸에서 은은한 보라색 빛을 반짝이고 있어. 딱 봐도 부귀영화를 누릴 상이지, 절대 그렇게 소질 없는 사람이 아니야! 이제야 믿겠어? 내 말이 맞는다는 거!”제일 먼저 반응한 할아버지께서 나서서 이도현을 가리키며 듣기 좋은 단어만 골라서 칭찬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계속 입을 삐죽거렸다. 바로 이 할아버지께서 조금 전까지 그를 파렴치한으로 몰았는데, 지금에 와서 말을 바꾸다니 참으로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이었다.“그러니까! 나도 그랬지. 이 젊은이는 딱 봐도 복이 있고 부귀한 사람이라고. 근데 너희는 귓등으로 듣기만 했어!”다른 사람도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이신의, 만나서 반갑네. 난 이춘식이야. 우리 같은 이씨로서 오백 년 전에 한 가족이었을 거야. 넌 정말 우리 이씨 가문에 큰 체면을 세워줬어!”“이신의, 난 김두만이라 하고 나의 외할아버지도 성이 이씨야. 우리도 한 집안이라고 볼 수 있어!”“이신의, 나도 이씨 성을 가진 외할아버지가 있는데, 자네와 똑같이 생겼어!”수염이 새하얗고 이가 싹 빠진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이도현은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연세가 이렇게 많으신 분이라면 이분의 외할아버지는 진작에 돌아가셨을 건데, 이렇게 나와 친한 척한다고! 자기 외할아버지더러 날 저승으로 데려가라는 거야 뭐야!’ “퉤! 뻔뻔스럽기는! 고아 주제에 어디 감히 외할아버지가 있다고 이신의와 친한 척하려고 해! 우리 어머니의 외할아버지야말로 이씨야!”뻔뻔한 사람이 또 한 명 나타났다.이도현은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 어르신들이 너무 무서웠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할뿐더러 그럴듯하게 말하여 진짜인 줄 알았다. 이것도 모종의 경지라고 볼 수 있는 정도였다.이도현은 황급히 한의원 안으로 도망쳤고 그제야 고요함을 되찾았다.“도현 씨, 돌아왔군요! 하하하... 이 자식, 왜 이제야 돌아왔
이도현은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쭈뼛쭈뼛하게 내디딘 걸음을 도로 거두었다. 그는 성급 고수보다 눈앞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이도현이 자신이 이곳의 의사라고 설명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노영식이 한 할머니를 부축하면서 걸어 나왔다.“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만 떠드세요! 다 진료해드릴 테니까 새치기하지 말고 줄 서서 기다리세요.”“신의 양반, 우리가 진료 보는 데 방해하려고 떠들어댄 것이 아니라, 반반하게 생긴 도시 사람이 염치없이 새치기하려고 해! 규칙을 어기려고 해!”한 할아버지가 울분을 터뜨리며 말했다.이도현은 이 말을 듣고 얼굴색이 확 어두워졌다.‘이런! 내가 언제 염치없이 굴었어?’“새치기! 누가 새치기했어요?”노영식이 물었다.“이 사람이요!”“바로 저 젊은이예요. 도덕심이라고는 일도 없어요!”“맞아요! 염치가 전혀 없어요! 우리가 온 오전 줄을 서도 새치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저 사람은 오자마자 새치기했어요. 그러고도 도시 사람이라고! 퉤!”또 한차례의 비난을 받은 이도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그냥 들어가서 일하려는 것뿐인데,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잠깐 사이에 벌써 세 번이나 욕을 먹었어. 게다가 한의원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인가? 설사 내가 진짜 진료받으러 왔다고 해도, 새치기하면 어때서? 한번 욕하면 그만이지, 끝없이 욕할 줄이야. 시골 사람이 제일 순박하다고 들었건만 왜 이 어르신들은 이렇게 다르지?’“이도현 씨... 돌아왔어요...”노영식은 이도현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기뻐하며 그에게 달려갔다.이도현은 손을 뻗으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오늘 운이 안 좋았다.“언제 돌아온 거예요? 미리 전화하지 그랬어요. 저희가 알았으면 마중하러 가는 건데!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 삼촌이 이도현 씨를 오랫동안 그렸어요... 그리고 저의 아내도 거의 매일 밤 이도현 씨 얘기를 했어요. 도현 씨가 돌아오기만 하면 아이의 양아버지로 모시겠다고!”노영식은 감
조금 거친 섬섬옥수로 능수능란하게 계산기를 눌렀는데 그런 진지한 모습이 여자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듯했다.그 여자는 다름 아닌 노영식의 아내, 이도현의 형수였다.한의원이 확실히 아주 바빠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아이를 낳은 지 몇 달도 안 되는 형수가 이렇게 나와서 일을 도울 리 없었다.그러나 형수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한 것을 보아하니 그녀가 이 일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긴 한의원에서 일하면 한 달에 오십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고 게다가 지금 월급이 올랐을지도 모른다. 이건 농촌에 있어서 아주 훌륭한 일자리였다.그리고 지금 부부가 모두 한의원에서 일하기에 한 달에 최소 백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무조건 농촌에서 고소득이라고 볼 수 있었다.더군다나 부부가 다 저녁에 집에 돌아가서 가정을 돌볼 수 있었다. 일도 지체하지 않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이 일자리는 그야말로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것 못지않았다.이도현은 이 부부가 하는 일이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을 잔뜩 받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질투에 눈이 멀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이 부부도 충분히 빡세게 살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형수는 아이를 낳은 지 겨우 몇 달밖에 안 되는데 벌써 일하러 나왔다.백성들은 역시나 응석받이로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1년은 쉬었을 것이었다.물론 도시 사람들의 생활 조건이 좋으니 휴식을 많이 취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거 아니겠어?이도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의원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겨우 두 발짝 걸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불러 세웠다.“에잇! 거기! 앞에 총각! 너 뭐 하는 거야! 양심이 있다면 뒤에 가서 줄을 서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 서고 있는 게 안 보이냐? 빨리 가서 줄 서!”“맞아! 맞아! 뒤에 가서 줄 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을 서는 거 못 봤냐! 어디서 새치기야! 뒤에 가서 얌전히 줄 서! 참! 요
이도현은 이 가족의 감사 인사를 마다하고는 남자에게 앞으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신앙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다.어떤 일이든 도가 지나치면 본연의 가치를 잃기도 하는데 좋은 마음에서 출발한 일도 나쁜 일로 만들 수 있었다.특히 이번 일처럼, 만일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면 그것은 신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해치는 것이었다.이튿날 아침이 되자마자 남자는 사람을 불러 아내와 아이를 들것에 싣고 산에서 내려왔다. 떠날 때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절의 스님을 쳐다보았다.그 표정은 마치 앞으로는 이곳에 두 번 다시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고, 돈을 어디에 쓰든 절대 너희 같은 양심 없는 가짜 스님에게 바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이도현도 떠나갔다. 그는 재물을 탐내고 하마터면 사람까지 죽일 뻔한 이곳에 1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머무르다가 사람을 죽이고 싶어질까 두려웠다.물론 그는 아무것도 폭로하지 않았다. 마치 하늘과 땅에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이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천지의 도리를 이루었다.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만약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면 이 세상은 완전하지 못할 것이었다.만물이 존재하는 데는 그만한 도리가 있는 법이고, 하물며 나쁜 사람은 그들보다 한층 더 나쁜 사람에게 응징받을 것이기에 이도현은 쓸데없는 일에 참견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이도현이 보기에는 이 스님들이 구제 불능한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어젯밤 이도현이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임산부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었다. 게다가 스님이 이 모든 것을 초래한 것도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결국은 여자의 남편이 너무 미신을 믿어서 출산을 앞둔 아내를 데리고 부처님께 예배드리러 왔다가 이런 일이 생겼던 것이었다.누가 옳은지 그른지, 또 누구의 책임인지 분명히 따질 수 없었다. 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