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는 게 답이었다!“얼른 도망가자!”조금 전까지 죽더라도 이도현을 죽이겠다고 맹세한 무인들은 지금, 이 순간에는 그 누구도 싸울 용기가 없었다.그들은 한 명씩 뒤돌아 뛰었고, 가장 빠른 속도로 도망치기 시작했다.이도현은 그들의 인식을 송두리째 뒤엎은 채 공포를 안겨준 것이다.하지만 이도현이 그들을 그냥 도망치게 내버려 두겠는가?조금 전까자기 자신을 공격했을 때는 하나같이 의기양양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이길 수 없다고 도망가려 하니, 이도현이 그렇게 쉽게 지나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이도현은 음양 부채를 손에 든 채 가벼운 발걸음으로 쫓아갔다.이때 음양 부채를 휘젓기도 전에 한 무인이 죽었다.“도망가는 게 그렇게 쉬운 건 줄 알아? 한 명도 도망가지 못할 거야!”이도현이 차갑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유령을 연상케 했고 곧 그 지국 전사들 앞에 나타났다. 이윽고 음양 부채를 휘두르자, 열몇 명의 무인이 아무런 저항도 없이 땅바닥에 쓰러진 채 몸이 가루로 변했다.“어림도 없지! 죽어버려!”이도현은 옆으로 달려가는 무인들을 바라보며 한 번에 검붉은 번개를 동반한 은침을 몇 가닥 빼내 휘둘렀고, 여러 은침이 그들을 향해 날아갔다.슛! 슛! 슛!은침이 여러 사람의 몸속으로 꽂히더니, 몸에서 펑 터지는 소리가 나면서 순식간에 피투성이로 변해 공중에서 떨어져 죽어버렸다.“악…”“살려줘! 하지...하지 마...”“다가오지 마…”동료들의 죽음이 점점 더 많아지자, 도망치는 용사들도 하나둘 정신적으로 무너지며 비명을 질렀다.번개를 실은 은침은 공중에 끊임없이 날아올랐고 은침이 나타날 때마다 무인들의 몸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이도현은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음양 부채와 은침으로 도망가는 전사 무리를 손쉽게 처리해버렸다.그렇게 싸움은 끝났다! 지부 가문 곳곳에는 시체로 가득했고, 시체 하나하나가 마치 악마에게 살해당한 것처럼 끔찍하고 기괴했다.부서진 몸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었고, 피가 온몸을 붉게 물들여 수련 옥과 다를 바가 없었다.이
지국의 황궁!그 시각, 지황제는 옥좌에 앉아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이번만큼은 이도현이 반드시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다.지황제는 궁에서 유명한 장인을 불러 옥을 준비하라고 했고, 이도현의 머리가 도착하면 그의 머리로 옥을 박은 요강을 만들겠다고 했다.그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이도현의 머리로 만든 요강에 볼일을 보며 그가 준 굴욕을 갚아 주리라 마음먹었다.그가 이도현의 머리로 뚜껑이 있는 요강을 만들지 뚜껑이 없는 요강을 만들지 한창 고민하고 있을 때쯤, 한 장군이 허겁지겁 뛰어 들어왔다.그 장군은 당황한 기색을 하고 있었고 얼굴은 창백한 채 온몸은 피투성이였다. 게다가 제대로 걷지도 못하여 거의 땅에서 기다시피 황궁 안으로 들어왔다.황궁에 들어온 장군은 지황제를 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듯 보였고, 부들부들 떨며 바닥에 꿇어앉아 큰 소리로 말했다.“큰일 났습니다…폐하. 큰일 났습니다…”그 말을 들은 지황제는 마음속으로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조금 전까지 오줌을 참았다가 이도현의 머리로 만든 요강에 그 오줌을 싸버릴 예정이었는데, 너무 놀란 나머지 하마터면 지금 자리에서 바로 오줌을 지려버릴 뻔했다.이미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그인지라, 평소에 소변을 참을 수 있는 보약도 나날이 먹고 있다. 그 보약이 없었더라면, 그는 아마 그 자리에서 지려버렸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나오려던 오줌을 다시 참아낸 지황제는 어두운 얼굴로 차갑게 물었다.“왜 그러느냐? 어떻게 됐어? 염국의 그 짐승 같은 놈은 처리됐느냐?”그러자 장군이 떨면서 답했다.“지황제 님께 아뢰옵니다. 며칠 동안 지부 가문을 포격하고, 대포와 비행기까지 동원했지만, 결국은 이도현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뭐? 지금 뭐라 했느냐?! 그럴 리 없어!”지황제는 놀란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분노했다.“이 멍청한 놈 같으니라고! 대체 뭔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전투기, 탱크, 대포, 수만 명의 병사와 그렇게 많은 낭인, 닌자, 무사가 있는데 이도현 한 명을 처리 못 했다는
장군의 말에 궁전 안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모든 대신은 그 말을 듣고 몸을 떨고 있었다.몇만 명의 대군이 그 짧은 시간 안에 사라졌다. 그중 대장군 한 명이 죽임을 당했고 수많은 전사가 다 죽어버렸다.이 모든 것이 마치 우스갯소리를 하는 것 같지만, 이것은 그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그 시각, 지국의 문무백관들은 심장이 터져 나올 지경이었고 짙은 공포가 그들을 감싸는 것만 같았다.한편 지황제는 마음이 전혀 진정되지 않았고, 마치 공기가 빠진 고무공처럼 갑자기 왕좌에 주저앉았다. 조금 전까지 꽉 쥐었던 오줌보가 이번에야말로 터져버린 것이다. 그 순간 지독한 냄새가 대전 전체에 퍼졌다.“얼른…얼른…지신 궁으로 가…”…지부 가문의 산에서 이도현이 사신처럼 산 아래로 내려갔다.이때 야마모토 장군이 지휘하는 전투기가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이어서 야마모토 장군이 어두운 얼굴로 포효했다.“이 자리에서 명령하노라! 모두 저 염국 놈을 향해 발포하라. 오늘 반드시 저놈을 폭파해버릴 것이야.”“장군님! 저희 병사 중 일부가 여전히 산기슭에 있습니다. 비록 탈출한 병사들이지만, 만약 폭격을 당하면 그들은 아마…”그 말에 야마모토 장군은 빨개진 눈으로 짐승처럼 사납게 소리쳤다.“명령을 집행하라! 이도현만 죽일 수 있다면 탈출한 병사 몇 명이 죽는 게 뭔 대수란 말이냐. 탈출 병사들은 죽어도 싸! 그러니 당장 발포하라!”“네!”야마모토 장군의 명령에 따라 수십 대의 전투기가 모두 한 번에 이륙하여 이도현의 방향을 향해 날아갔다.전투기 여러 개가 이도현의 머리 위로 쏜살같이 날아다녔고, 포탄이 별똥별처럼 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쾅! 쾅! 쾅!”커다란 소리와 함께 이도현 주위에는 큰 구름 한 송이가 피어올랐다.공포의 충격파와 폭염이 순식간에 이도현을 둘러쌌다.만약 다른 사람, 아니 다른 존재였다면 이 강력한 포탄 아래서 이미 없어진 지도 오랠 것이다.그러나 이 미친놈 같은 이도현은 그 충격파와 더위 속에서도 끄떡없었다. 그가 손에든 음양
이도현은 높이 솟은 산을 바라보며 두 다리에 힘을 주었다. 그러고는 빠른 속도로 위를 향해 뛰다가 산꼭대기에 이르렀을 때쯤, 다리를 구부려 점프하는 동작을 취했다.이윽고 그의 두 다리에 갑자기 힘이 가해졌다.휙!이도현은 발사된 포탄처럼 하늘을 향해 돌진하다가 전투기 위로 착륙했다.“쿵!”큰 소리와 함께 그가 전투기 위에 곧게 서 있었다.지국인들은 평생 전투기를 타고 다녔지만, 이런 신기한 장면은 다들 처음이다.이도현은 전투기에 선 채 주저하지 않고 음양 부채를 매섭게 흔들어 보였다.“우르릉.”굉음과 함께 전투기는 뜨거운 불꽃이 터지면서 중앙이 쪼개진 채 높은 고도에서 추락했다.전투기를 지휘하던 지국인들은 그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젠장!”“제기랄…”“이럴 수가! 이젠 모든 게 끝났어! 저게 어떻게 사람이야... 악마이지...”모든 사람은 순식간에 표정이 확 굳었다!그들은 자신들의 전투기가 적의 포탄이 아니라 전투기 위에 서 있는 사람에 의해 격추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전투기가 착륙하는 순간 이도현은 다시 뛰어오르면서 손에 있는 음양 부채를 힘차게 펄럭였다.한줄기 강력한 힘이 주위의 전투기를 향해 돌진했다.“우르릉!”“우르릉!”요란한 소리와 함께 전투기가 공중에서 폭발했고, 거대한 불덩이가 하늘을 밝게 비추었다.하지만 이도현은 멈출 생각이 없었고, 공중에서 전투기의 힘을 빌려 위로 뛰어올라 전투기를 차례로 파괴했다.그는 악마처럼 빠르고 기묘한 움직임으로 공중에서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가 점프할 때마다 전투기가 한 대씩 파괴되었다.전투기를 지휘하던 야마모토 장군과 지국의 지휘관들은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서 굳어졌다.그들은 공중에 있는 이도현의 움직임을 보면서 뇌가 새하얘지는 것만 같았다.비록 한평생 전투를 치러왔지만, 이런 장면은 그들도 처음이니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우르릉!큰 소리와 함께 마지막 전투기가 이도현에 의해 파괴되었으며 수백 대의 전투기 또한 이런 식으로 파괴되었다.아무리
비행기에서는 승리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이도현이 떨어져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들은 이도현이 곧 산산조각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상황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이도현이 지상 수십 미터에 도달했을 때, 그가 땅에 하강하는 속도가 갑자기 느려졌다.그 모습은 마치 낙하산이 그를 끌고 있는 것처럼 천천히 공중에 떠 있었다.이도현이 전에 산에서 내려올 때, 태허산 그의 사부님의 동굴은 지상에서 무려 2천 미터나 떨어져 있었다. 그런 곳에서도 바로 뛰어내린 적 있던 그이기에, 이런 수백 미터의 높이는 그에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닌것이다.그 모습을 본 야마모토 장군과 비행기에 탑승한 모든 사람은 다시 조용해졌다.“흡...이게 대체 뭔 상황이야!”“이건 비과학적이야. 그 뉴 뭐시기 법칙인가 다시 설명해봐. 뭐가 자유낙하 인지, 중력 가속도가 무엇인지 한번 말해보라고! ”“젠장... 이게 설마 전설 속의 뉴턴의 만유인력이라는 건가? 이게 염국인들에게는 별로 먹히지 않는 거야?”그들은 이미 이도현에게 뒤가 밟혔다는 사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 시각, 이도현은 이미 그들의 비행기 위치를 파악 완료한 상태였다.“흐흐! 다들 도망가지 못할 거야!”이도현은 냉소를 지으며 비행기 쪽으로 향했다. 그는 빠른 속도로 순식간에 제자리에서 사라졌다.그 시각, 비행기의 모든 사람도 이도현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게다가 그가 사라지기 전에 주시하던 곳이 바로 그들이 있는 방향이었다.정신적으로 예민해진 그들은 이도현이 그들을 발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갑자기 안색이 변했다!“얼른 가!”야마모토 장군이 서둘러 명령을 내렸다.하지만 그가 명령을 내리는 순간, 비행기가 방향을 틀기도 전에 갑자기 무언가에 맞은 것처럼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이거 왜 이래!”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비행기 옆면의 유리가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며 깨졌고, 누군가가 창문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너…이도현…”야마모토 장군은 갑작스러운 이도현의 등장에 얼
한편!지국, 지선산! 한 신전에는 지국인들의 최고의 신이 모셔져 있다!이 신들은 지국인들의 신앙이었고 그들 마음속 최고의 창조신이었다. 신전 전체에는 심오한 무술을 지닌 사자가 여러 명 있었다. 그들은 신명을 대표하여 권력을 행사한다.지국은 명목상으로 지황제가 이끄는 곳이지만, 지황제는 이 신명 사자들의 명령을 따라야 했다.즉, 이 신들의 사자들이야말로 진정으로 지국을 통치하는 사람들이다.그 시각, 지황제가 신전으로 뛰어 들어가며 소리쳤다.“천신사자 어르신, 큰일 났습니다. 큰일 났어요!”신전 안, 지국인들이 모시는 신전 아래 세 명의 천신 사자가 앉아 있었다. 그들은 옛날 옷과 옛사람의 차림을 하고 있었다.향불 아래의 그들은 정말 세상과 동떨어진 것만 같았다.그들은 강한 무술을 수련하며 강력한 아우라를 뽐냈다. 게다가 쭉 세상과 단절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누가 봐도 일반인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또한, 오랜 세월을 태양을 못 본 탓인지 얼굴은 병든 노인처럼 창백하여, 아무리 보아도 신령님과는 거리가 멀었다.세 명의 신명 사자가 제단 위에 단정히 앉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지황제를 내려다보았다.“평범한 인간! 무슨 일이기에 그렇게 당황한 거냐?”그 중 한 명의 사자가 물었다.“사자 어르신께 아뢰옵니다. 염국의 무술 고수가 저희 쪽 지국인들을 죽였습니다!”“지국 쪽 몇만 대군을 죽였고, 장군도 둘을 죽였습니다. 그리고 각 분야의 두목들과 제 아들까지도 죽였습니다. 거기에 사자 어르신께서 황궁을 지키라고 보내신 무전 어르신도 죽였고요!”“황궁의 보물창고도 모두 그 사람에게 약탈당했고, 매년 여러 사자 어르신들에게 바치는 약재 또한 모두 그 사람에게 빼앗겼습니다.”“제가 셀 수 없이 많은 강자를 보냈으나 모두 그놈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그에게 죽임을 당하였습니다. 그놈은 여기가 마치 자기 집인 것처럼 자유롭게 드나들고요! 게다가 제 지선산도 파괴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정말 신성을 모독하는 일입니다!”지황제는 콧물과 눈물을
하지만 지국인들은 자랑스러워하며 이 산이 유명한 산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부분에서 지국인들에게도 개발업자의 기질이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마치 염국의 개발업자처럼 말이다. 동네에 시궁창이 있으면 강과 바다라고 할 수 있고, 작은 모래더미가 있으면 큰 산이라고 할 수 있고, 쪽파를 몇 개 심고는, 그 안에 천년 된 고목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이 부분이 바로 지국인들이랑 똑같다고 할 수 있다. 뭐랄까, 음탕하다고 해야 할까? 그냥 자신이 만족을 느끼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이도현이 산꼭대기에 도착했을 때쯤, 그의 앞에 신전이 나타났다.말로는 절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큰 동굴로, 밖은 향으로 가득 차 있고 안은 시커멨다.이곳은 신선이 사는 곳치고는 너무 어두웠다. 개가 이곳에 산다고 해도 이건 어둡다고 할 것이다.하지만 지국의 신명은 신선이 어두컴컴한 곳에서 살아야만 신비롭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들은 음란물을 찍을 때는 어디가 트인 곳이면 그곳에서 찍었고, 어디가 사람이 많으면 그런 곳에서 찍어왔다.야외, 교실, 기차, 사무실, 그리고 버스, 모두 그들의 촬영장소였다. 근데 신명을 모시는 장소는 꼭 이렇게 어두컴컴한 곳으로 해야 했을까!지국인들은 그런 일을 할 때 부끄러움이라곤 하나도 모르니, 모시는 신명들이라도 부끄러움을 알고, 어두운 곳에 둔 것인가?역시 신은 다른가 보다!이도현은 신전 밖에 서서 영적 의식을 하고 있었다. 그는 그 안에 두 명의 황제급 경지의 존재와 한 명의 중간급 제급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이 제급이 그에게 주는 느낌은 매우 강렬했다. 그는 자신의 현재 공력이 이 제급과 동등한 수준이라고 생각했다.물론 50대 50은 이미 그에게 있어 승산이 있는 게임이다. 어쨌든, 그에게는 아직 많은 비장의 카드가 있으니 말이다.강자의 마인드란, 모든 상대를 쓰레기로 취급해야 자신이 더욱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이도현은 바로 신전에 발을 들여놓았다.그 내부는 어두웠지만,
“죽고 싶은 것이냐!”손을 쓰려고 했던 황제급 신명 사자는 얼굴이 화끈거려왔다!그는 신명과 같은 존재로 조금 전 사람을 구하려고 했는데, 구하지도 못하고 그의 면전에서 죽임을 당했으니 말이다.만약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화가 잔뜩 난 황제급 신명 사자는 고함을 지르며 신단에서 뛰어내려 이도현을 죽이려고 쏜살같이 달려갔다.이도현은 가소롭다는 듯 비웃으며 손에 든 음양 부채를 펄럭였다.“그깟 기술로 어디 한번 해봐! 죽여버릴 테니까!”신명 사자가 경멸스럽다는 말투로 소리쳤다. 그는 차가운 빛을 머금은 붉은 검 한 자루를 꺼내 이도현을 향해 베려 했다.“우르릉!”굉음과 함께 이도현이 쏜 강력한 힘이 신명 사자의 보검과 부딪혔다.이윽고 그 서늘한 빛이 감도는 보검이 그대로 조각조각 변하여 땅에 떨어졌다.“푹!”곧이어 한줄기 핏빛 빛이 튀어나왔고 검을 쥐고 있던 신명 사자의 팔이 그대로 잘려 나갔다!“아…당신…이거 대체 뭔 병기야!”신명 사자는 깜짝 놀라 이도현을 바라보며 물었다.하지만 이도현은 그를 무시한 채 앞으로 날아올랐다. 곧이어 한 줄기 핏빛이 하늘로 치솟았고, 뒤이어 커다란 머리가 허공에서 떨어졌다!이도현은 이 신명 사자의 시체가 분리되고 머리가 떨어져 나갈 때까지 공격을 가했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는 그대로 땅에서 굴러다녔고, 머리 위의 눈은 동그랗게 뜬 채 믿어지지 않는다는 기색이 역력했다.이 모든 것은 너무도 빠르게 지나갔다. 곧 다른 두 명의 신명 사자가 도착했지만, 이미 도와줄 수 없을 정도로 늦어버렸다. 그들이 발견했을 때는 이미 시신이 분리된 상태였으니 말이다."건방진 인간 같으니라고! 신의 벌을 받아라!”신단의 제급 강자가 분노하며 직접 나섰다.그의 시든 손은 악마의 발톱으로 변해 강력한 기운으로 이도현의 머리를 잡으려 했다.그는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였고, 눈 깜짝할 사이에 이도현 앞에 서있었다.이도현은 서둘러 음양 부채로 막아 나섰다.“쨍그랑!”제급 선명 사자
그러나 오늘 이렇게 까다로운 상대를 만나 큰 망신을 당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 녀석... 우리가 누구인지 알기나 하고 까부는 거냐?”“이놈, 너 죽었어. 네가 오늘 우리를 건드린 것은 성역 전체를 건드린 것이나 다름없다. 넌 앞으로 평생 추격당할 것이다.”“이 빌어먹을 자식, 너 오늘 죽었어. 감히 우리를 건드려? 딱 기다리고 있어.”“우리는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에서 결계의 문을 지키라고 파견된 자들이다. 방금 네가 죽인 사람은 주작제국의 수호자이고, 대진제국의 어전 호위무사는 생사를 알 수 없어. 우리 또한 모두 네 손에 다쳤고. 네놈은 이제 끝이다.”노자들은 분노에 찬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그들은 이도현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살기 위해 자신의 뒤에 있는 세력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마치 어린아이들이 싸움에서 지면 부모를 거들먹거리며 으름장을 놓는 모습 같았다.“지금 나를 협박하겠다는 것이냐?”이도현이 냉랭하게 말했다.“이건 협박이 아니라 사실이다. 이 결계는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에서 함께 지키고 있는 곳이다. 우리 일곱 명이 각자 한 세력을 대표한다.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은 4대 제국과 3대 종파로 이루어졌다.”“네가 지금 하는 행동은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을 도발한 것과 다름없다. 그러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이놈, 우리는 네가 강하고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를 건드리면 하나님이 와도 널 구해줄 수 없다.”“이놈아, 너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라. 마음 깊이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무공을 폐하면 우리가 기분 좋게 너의 목숨을 살려둘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성역의 7대 최강 세력에서 너에게 본때를 보여줄 것이다.”“그때가 되면 너 혼자 죽는 것이 아니라 너와 관련된 모든 사람이 죽는다.”“이 녀석아, 넌 우리를 때렸지만, 성역의 7대 세력을 때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된 이상 너와
“아...”누군가 비명을 질렀다.“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이 녀석 왜 이리 강해...”“이 녀석 도대체 무슨 경지이길래 이렇게 무서운 거야...”“어쩌죠? 우리가 힘을 합쳐도 저놈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요...”“설마 어느 강대한 종파에서 매장당했던 제자인 걸까요...”“하지만 분명 서른 살도 채 안 되어 보여요. 저렇게 젊은 녀석이 강한 종파의 제자일 리가 없어요...”“혹시 빙의 당한 거 아니겠죠...”다섯 명은 고통을 참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도현에게 발로 차이거나 주먹으로 맞은 노자들은 오장육부가 욱신거렸고, 뼈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이도현의 강대한 실력에 경악하며 통증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들도 강자들을 많이 봐왔다. 회도경지, 도급경지, 심지어 큰 종파의 고인물도 본 적이 있다. 무릎 꿇고 인사해야 하는 그런 인물들 말이다.그들은 이런 사람들이 왜 강대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쨌든 수많은 세월을 살아왔으니 강대할 법도 했다.그러나 이도현처럼 서른 살도 채 안 되는 나이에 이런 무서운 경지에 도달한 고수는 정말 본 적이 없었다.“이건 경고에 불과하다. 죽고 싶지 않다면 당장 비켜라. 난 너희를 죽이고 싶지 않다.”노자들이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할 때 이도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너...”그들은 마음속에 분노가 가득 찼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들은 이곳을 지키기 위해 파견된 자들로써 여기에서 황제처럼 군림하며 살았고 아주 긴 세월 동안 아무도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과거 그들에게 시비를 걸었던 자들은 하나같이 불행을 당했다.이곳에서 그들은 문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들 뒤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 결계를 통과해 성역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그들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수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각종 방법을 써가며 그 문을 넘으려고 했다. 미녀로 유혹하거나 수련 자원으로 매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관계를 써서 들어가려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막무가내로
그들은 이도현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이도현이 처음 나타났을 때, 그들은 이도현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끼지 못했고 진원의 파동도 감지하지 못했다.따라서 그들은 이도현을 수련한 적이 없는 일반인이라 여겼다. 그저 조금 전의 사내에게 속아 이곳까지 왔고, 그를 이용해 성역으로 통하는 결계를 넘어가려고 하는 줄 알았다.이도현이 단 한 방으로 대진제국의 어전 호위무사를 쓰러뜨렸을 때, 그들은 비로소 이도현이 무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자신이 헛것을 본 줄 알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찌 됐든 이도현은 겨우 삼십 살도 안 되는 청년이었기 때문이다.그들은 이 나이의 무사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같은 세대의 사람보다 강할 뿐 자신들의 상대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수백 년 동안 수련해온 그들은 자신의 강력한 내공이 시간을 들여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라고 믿었다. ‘천재라 해도 내공이 하루아침에 폭증할 리가 없어. 천재는 일반인보다 수련 속도가 빠를 뿐, 무제한으로 강해지는 것도 아니잖아.’그들은 이렇게 생각했기에 이도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조금 전, 이도현이 단 한 방으로 자신의 동료를 죽인 것을 본 후에야 그들은 비로소 눈앞의 상대가 만만찮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같이... 저놈을 죽입시다...”한 노자가 큰소리로 외치며 가장 먼저 달려들었다. 그도 주먹을 사용했다. 순간, 검은빛이 주먹을 감쌌고 거대한 늑대 머리가 그의 주먹에서 튀어나와 사납게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한 명이 나서자 나머지 네 명도 즉시 공격에 가담했다. 맨손으로 달려드는 자도 있었고, 무기를 사용하는 자도 있었다. 어쨌든 이 시각, 그들은 각자의 필살기를 모두 꺼내 이도현을 죽이려 했다.하지만 이도현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이곳에 도착한 순간 이미 모든 사람의 실력을 보아냈다.성역의 결계를 지키는 일곱 명의 무사는 모두 영급 경지밖에 안 되었다.조금 전 이도현이 한 방으로 죽인 노자와 바닥에 쓰러져 죽은 척하고 있는 어전 호위
이도현은 냉랭하게 이 모든 광경을 바라보았다. 여섯 명의 노자는 이도현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가 보는 앞에서 대놓고 논의했다.하여 이도현은 결국 화가 치밀어 올랐다. 노자들은 그를 무시하다 못해 하나의 장난감으로 여기며 심지어 돌아가면서 가지고 놀겠다고 했다.한 사람이 다 놀면 다음 사람에게 넘기겠다는 식으로 말이다.이도현은 그들의 대화에서 큰 모욕감을 느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함께 덤벼라.”이도현이 차갑게 말했다.하지만 이 말을 꺼내자마자 이도현은 어딘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노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가지고 놀지에 대한 의논에 응답해버린 것이었다.참으로 멍청한 짓이었다.“이 늙은이들,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도현은 고함을 지르며 곧바로 달려들었다.참 기막힌 하루였다. 조금 전에는 여자처럼 칭얼대는 사내를 만났고 이제는 이렇게 오만하고 멍청한 노자들을 만났으니 말이다.안 그래도 그 사내 때문에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는데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노자 여섯 명까지 만나니 이도현은 더 이상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이도현이 가까스로 억누르던 분노가 결국 폭발했다.이도현은 으르렁거리며 제자리에서 사라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여섯 노자 앞에 나타났다.“이 녀석, 죽으려고...”노자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크게 소리쳤다.그들은 이도현이 어떻게 눈앞에 나타났는지조차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도현의 속도에 깜짝 놀랐다.하지만 노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도현은 주먹을 날려 노자의 가슴을 쳤다.쾅.굉음과 함께 거대한 주먹이 노자의 가슴에 정확히 맞았고, 이도현의 주먹에서 푸른 용의 허영이 튀어나와 노자의 가슴을 관통했다.펑.둔탁한 소리가 들리더니 노자의 몸이 피안개로 되어 사람들 무리에서 퍼져 없어졌다.한 방. 겨우 한 방으로 조금 전까지 누가 먼저 이도현을 상대할 것인지 논의하던 노자가 시체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다.이도현의 이 한 방에 오만하던 다른 노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은 그제야 이
연기 속에서 이도현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전까지 잘난 체하던 어전 호위무사는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앞을 바라보며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어전 호위무사는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았고, 앞쪽의 먼지가 서서히 걷히더니 이도현의 모습이 점차 드러났다.이도현은 한 올의 상처도 없이 제자리에 멀쩡히 서 있었다. 그리고 그가 밟고 있던 땅도 무사했다. 마치 어전 호위무사의 방금 한 방이 이도현이 서 있던 곳만 교묘하게 피해간 것처럼 보였다.“너... 왜... 멀쩡해? 말도 안 돼...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방금 그 검기는 회도경지에 이른 고수도 감히 버티지 못하는데 네가 어떻게...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어...”어전 호위무사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눈앞에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었다.“실력도 없으면서 말이 참 많아. 넌 이미 날 두 번이나 공격했으니 이제 내 차례다.”이도현은 차갑게 말하며 순식간에 어전 호위무사 앞에 나타나 상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주먹을 날렸다.쿵.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어전 호위무사는 비명을 지르며 날려 나가더니 그들이 지키던 커다란 돌문에 부딪혀 땅에 떨어졌다.펑.튼튼한 몸이 땅에 거세게 떨어져 먼지를 일으켰다. 어전 호위무사는 죽은 것처럼 땅에 쓰러져 오랫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대단한 녀석이네. 역시 제법 실력이 있군. 하지만 이렇게 쉽게 저 친구를 쓰러뜨리다니, 우리를 너무 얕잡아본 게 아니냐?”목소리와 함께 양쪽의 방에서 대여섯 명의 노자가 나타나 이도현의 앞을 가로막았다.“이 녀석, 정말 오만하구나. 이곳에 함부로 쳐들어온 것도 모자라 대진제국의 수호자까지 다치게 하다니. 너 때문에 우리가 너무 우스워졌잖아. 그러니 널 죽여야겠다. 알겠냐?”한 노자가 거만하게 말했다.“뭔 말이 그렇게 많아요. 그냥 죽이고 얼른 저 녀석을 구합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무사하지 못할 수 있어요.”“맞아요. 윗사람들이
어전 호위무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이도현이 그의 직업을 무시한 것은 그에게 있어 가장 큰 모욕이었다.그는 어전 호위무사 중에서도 대진제국 황제 앞에서 검을 차고 서 있는 호위무사였다.그런데 그의 그 검, 40미터 길이의 거대한 검이 이도현에 의해 맨손으로 부수어졌으니 호위무사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맨손이 아니라 주먹으로 부수었더라도 호위무사가 이렇게까지 화내지 않았을 것이다.이는 그를 존중하지 않을뿐더러 그의 직업까지 모욕한 것이나 다름없다.잔뜩 화가 난 어전 호위무사는 몸에서 강력한 기운을 내뿜으며 전신의 힘을 검에 주입하고는 다시 이도현을 향해 내리쳤다.“죽어라...”거대한 검기는 이전보다 몇 배나 더 강력했고 수십 미터 길이의 검기는 하늘과 땅을 갈라버릴 듯한 기세로 떨어졌다.그러나 이처럼 강력한 공격에도 이도현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검기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의 실력 차이는 천지 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컸다.영급 경지의 어전 호위무사는 현재의 이도현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다.이도현은 나중에 찾은 두 개의 선학신침을 제련하기 전에도 이미 음양탑의 힘으로 회도경지에 이른 고수를 거뜬히 죽일 수 있었다.그리고 두 개의 선학신침을 제련하고, 담약의 효과에 이어 용주과의 500년 원력까지 얻었으니, 지금의 이도현은 전에 천사국에서 만났던 고수 족제비마저 가볍게 죽일 수 있었다.영급 경지의 무사 따위, 지금의 이도현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보잘것없었다.이도현은 전보다 더욱 지나치게 행동했다. 전에는 적어도 손을 들어 검을 막았지만, 이번에는 어전 호위무사가 내려친 거대한 검을 보고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마치 겁에 질려 멍하니 서서 검기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꽝.굉음이 들리더니 이도현이 서 있던 곳은 거대한 검기에 의해 사방으로 갈라졌고, 지면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깊고 긴 구멍이 생겼다. 그 구멍은 이도현의 뒤로 수백 미터 밖까지 이어졌다.삽시에 현장은 모래바람이 날려 아무것
“어서 가요. 성역에 데려다주겠다고 했던 말 꼭 지킬게요. 우리가 처음 만났던 곳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다음엔 꼭 성역에 데려다줄게요.”“동생을... 못 믿겠어... 어떻게 날 속일 수 있어... 정말 나빴어... 동생이 미워...”동백은 아주 억울한 표정으로 이도현을 한번 쳐다보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울면서 달아났다.이도현은 동백의 반응에 소름이 끼쳤다.‘뭔 남자가 저래... 왜 응석을 부리고 난리야... 이름도 하필 동백이고...’방금 동백은 마치 남자에게 배신당한 여자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을 남자가 하니, 이도현은 속이 울렁거렸다.“젠장... 꼴 보기 싫어서 못 봐주겠네. 자네가 싫든 말든 나랑 뭔 상관이야.”이도현은 기분이 몹시 언짢았다. 그는 문지해보다 훨씬 더 역겨웠다.“뭐야? 어디서 굴러온 놈인데 저렇게 행동하는 거야? 남자면 남자답게 행동해야지.”어전 호위무사는 울며 달아나는 사내를 바라보며 참지 못하고 말했다.“그쪽이랑 친한 사이야?”어전 호위무사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물었다.“아니, 전혀. 그런 사이 아니야. 함부로 말하지 마.”어전 호위무사가 툭 던진 말에 이도현은 화들짝 놀라며 급히 부정했다.‘날 엿 먹이는 거야 뭐야.’이도현은 이런 사람이랑 친하게 지낼 리가 없었다.“아까 친하게 부르던데.”어전 호위무사는 이도현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관심 꺼. 난 성역에 들어갈 건데 들여보낼 거야 말 거야?”이도현은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흥. 이 녀석, 결계를 통과해 성역에 들어가고 싶으면 그만한 실력을 보여줘. 넷째 황자를 건드린 네 놈의 앞날이 벌써 보인다. 네가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자. 덤벼라...”말을 마친 어전 호위무사는 허리춤에서 보검을 뽑아 단번에 이도현을 향해 내려쳤다.순간 수십 미터 길이의 검이 이도현을 향해 날아갔다.이 상황에서 이도현은 서둘러 맞서 싸우지도 검을 꺼내 막지도 않았다. 그저 제자리에 서서 40미터 길이의 긴 검이 자신
사내는 온몸을 덜덜 떨면서 믿기지 않는 듯한 눈빛으로 이도현을 쳐다보았다. 이 모든 것이 꿈이길 바라면서 볼을 꼬집었지만 조금 전에 들은 것은 전부 사실이었다.사내는 성역에 들어가서 어떻게 단련하고 어떻게 체력을 기를지 계획했었다. 실력을 제고하고 금의환향하면 이웃들이 아주 부러워할 것이다.사내는 앞으로 꽃길만 걷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젊은 아버지의 힘을 빌려서 사업을 한다면 언젠가는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여겼다.사내의 이름은 동백이었다. 사내의 아버지가 지어준 예쁜 이름이었다.그러나 지금 모든 것이 수포가 되었다. 동백이 아버지라고 부르며 아첨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 젊은이는 초대받은 귀한 손님이 아니라 대진제국과 천현문의 원수였다.동백은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고 말았다. 괜히 아버지라고 부르면서 따라다니다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상상만으로도 행복했던 미래가 암흑으로 뒤덮였다.“아버지, 정말 대진제국의 손님이 아니었단 말이에요? 나를 속인 거예요?”동백은 울먹이면서 물었다. 입을 열자마자 어깨가 들썩이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남자가 바람난 모습을 목격한 여자처럼 온몸을 떨면서 슬프게 울었다.“나는 내가 대진제국과 천현문에서 초대한 손님이라고 말한 적 없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 혼자 제멋대로 생각하고 따라온 거잖아요. 나는 초대받은 것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러 가는 거예요. 무슨 상황인지 알겠어요?”이도현이 차분하게 말했다. 그는 점점 일그러지는 동백의 표정을 보면서 통쾌해했다. 나이가 많은 남자가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를 때부터 언짢았던 것이다.“아, 아니에요. 아버지, 지금 나를 놀리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죠? 나한테 장난친 거라고 당장 말해요. 아무리 나를 놀리고 싶었다고 해도 장난이 너무 심하잖아요.”동백은 이도현의 말을 믿고 싶지 않았다.“장난이 아니라 사실이에요. 만약 같이 성역에 들어가고 싶다면 말리지 않을게요. 하지만 들어간 후에 알아서 하세요. 나는 사람을 죽이러 가는 거라서
멍청한 사내를 자식으로 둔 부모가 불쌍하다고 생각되었다.“네 아버지가 사람이라고? 어디 보자. 네 아버지가 진짜 사람인지 아닌지 봐야겠어.”사내의 말에 웃음을 터뜨린 한 사람이 걸어 나오면서 말했다. 흉악하게 생긴 그 중년 남자는 덩치가 컸고 언뜻 보면 백정 같았다. 그 남자의 몸에서 강렬한 기운이 흘러나왔다.이도현은 그 남자가 영급 강자라는 것을 단번에 눈치챘다. 영급 강자라면 고무계에서 일교의 교주이거나 고수들을 지휘하는 강자일 것이다.그러나 이곳에서 영급 강자는 문지기에 불과했다.“네 아버지가 어디에 있는지 말해보거라. 진짜 사람인지 아닌지 두 눈으로 확인할 테니 당장 내 앞에 데려와. 어떤 놈인지 궁금해지는구나. 만약 거짓말이라면 네 놈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중년 남자가 사내를 쳐다보면서 피식 웃었다.“대인, 이분이 바로 저의 아버지예요. 대진제국과 천현문에서 성역으로 초대한 귀한 손님이라고요. 워낙 중요한 일이라서 이렇게 부탁드리는 거예요. 저희가 지나갈 수 있게 해주세요.”사내는 겉보기에 멍청한 것 같아도 상대를 협박할 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대진제국과 천현문을 들먹였다는 건 사내한테 뒷배가 있으니 똑똑하게 처사하라고 경고하는 것과 같았다.“대진제국에서 초대한 손님이라면 내가 모를 리 없어. 손님이 이 결계를 넘지 못할까 봐 미리 나 같은 어전 호위무사한테 알려줬을 거란 말이야. 손님한테 밉보이면 안 되니까 며칠 전에 알려주면서 깍듯이 대하라고 했을 텐데... 오늘 손님이 온다는 소식은 없었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중년 남자는 씩 웃으며 이도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대진제국의 귀한 손님이라... 네 이름이 무엇인지 말해 봐.”중년 남자가 이도현을 향해 물었다.이도현은 눈앞에 서 있는 남자가 대진제국의 어전 호위무사일 줄 꿈에도 몰랐다. 비록 호위무사가 이곳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맡고 있는지 몰랐지만 결국 별 볼 일 없는 놈이라는 뜻이었다.아무리 덩치가 크고 강한 기운이 느껴져도 두렵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