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월은 둘째 선배가 공간 반지를 빼앗아가기라도 할까 봐 손에 꽉 쥐었다.“아이고... 태허궁의 궁주란 애가...”윤선아가 놀려댔다.“둘째 선배 앞에서는 아직도 산에 막 들어온 어린애이고 싶어요. 궁주라고 해도 달라진 것이 없어요. 그런 것들은 겉치레일 뿐이에요.”서명월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녀의 모습은 철이 들지 않은 소녀 같았고 전혀 천사국에서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는 궁주 같지 않았다.“둘째 선배. 도현 후배. 저 앞이 바로 저의 태허궁이에요.”서명월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산을 가리키며 말했다.“자리를 잘 잡았다. 구경하러 가보자...”그들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산을 올랐다.하지만 오르는 길 내내 이도현과 두 선배만 얘기를 나누었지 소유정, 한소희, 지성윤 셋은 그들의 대화에 한 마디도 끼지 못했다. 세 사람이 앞에서 하하 호호 웃으면서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소유정 등 세 명은 강한 소외감을 느껴 속이 말이 아니었다....한편, 마룡 천왕의 성채가 습격당했고 그가 제일 아끼는 아들과 그의 밑에 있는 제일 신비롭고 강한 노마법사가 살해되었으며 심지어 마룡 천왕 본인은 두 팔이 잘렸고 남자로서의 근본까지 잃었다는 소식이 눈 깜짝할 새에 온 천사국에 퍼졌다.소식이 퍼지자 천사국은 삽시에 충격에 휩싸였다.믿지 않는 사람도 있고 놀라서 경악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건 그야말로 천지가 뒤집힐 만큼 충격적인 소식이었다.‘마룡 천왕이 당했다고? 천사국의 천사 황제 밑에 있는 십이 대천왕 중 한 명인 그 마룡 천왕이? 부하 중에 고수가 수두룩하고 병사만 백만 명이 넘는다는, 천사국에서 아주 높은 지위에 있는 그 유명한 마룡 천왕을 말하는 거야?”보통 사람에게 그는 신선이나 다름이 없었고 무사에게 그는 압도적으로 뛰어난 인물이었다.그런 마룡 천왕이 어떤 젊은이에게 성문을 파괴당했고 아들을 살해당했으며 심지어 남자의 근본까지 잘렸다고 하니 사람들은 전혀 믿을 수 없었다.하지만 소문이 퍼지는 족족, 그 진실성이 인증되었다.“맙소사..
같이 가난할 때는 사이좋게 지내다가 친구가 갑자기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벌면 배를 앓고 시기하는 사람이 있었다.이것이 바로 인간의 본성이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어떤 사람은 아주 사소한 일로 인성이 바뀌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변덕스럽기도 했다.그래서 어르신들께서 늘 사람에게 너무 잘해주지 말라고 하시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한 산봉우리 위에 웅장한 기세를 풍기는 궁전이 여러 개 자리 잡고 있었다.마치 하늘이 빚어준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이 건축물들은 동양의 건축 스타일을 완벽히 재현해냈으며 조각된 대들보와 화려한 기둥, 사각형 모양의 정자 등 요소들은 모두 동양의 미를 띠고 있었다.궁전 주변에는 수련하는 사람이 가득했는데 모두 여인뿐이었고 남자가 한 명도 없었다.이곳이 바로 서명월의 태허궁이었다.서명월의 말을 빌리자면, 이곳은 태허산의 지부이자 일부분이었다.이도현 일행은 오는 길 내내 서명월의 안내를 받으면서 이곳에 도착했다.“제자들 전부 이쪽으로 와서 장문을 뵙거라.”서명월이 갑자기 외쳤다.“일곱 번째 선배. 제발요...”이도현이 황급히 제지했다. 그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장문 행세를 하고 싶지 않았다.태허산을 계승하는 중책이 그에게 주어진 것은 맞지만 태허산은 예로부터 매 세대에 제자가 열 명을 넘지 않았다.이도현의 스승이 열한 명의 제자를 거둔 것은 이미 전례 없는 일이었다.그런데 일곱 번째 선배가 그에게 태허궁의 제자도 떠밀어주니 이도현은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선배는 지금 태허산의 규모를 확장하려는 건가? 그건 안 되는데.’“왜? 나는 태허산의 제자고 이들은 내가 키워낸 제자들이야. 그러니까 이들도 태허산의 일원이지. 비록 태허산의 정식 제자가 될 수는 없지만 장문인 너에게 인사를 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야?”“그리고 나는 늘 태허산의 인원이 너무 적다고 생각했어. 앞으로 더 많은 제자를 받아들여서 우리 태허산을 천하제일의 종파로 만들고 싶어. 그럼 아무도
“야나기 고로오는 광명왕 밑에 있는 제일 센 부하야. 후배가 찾는 사람이 맞아?”서명월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제가 이번에 천사국으로 온 이유가 바로 그놈 때문이에요. 몇십 년 전, 그자는 선학신침을 훔친 후 광명왕과 함께 이곳으로 도망쳤고 그 뒤로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자의 손에 있는 선학신침을 되찾기 위해 제가 이렇게 찾아온 거예요.”이도현이 당차게 말했다.“선학신침이 그자들의 손에 있어?”서명월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도현 후배. 너랑 선배는 여기서 차나 마시면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직접 태허궁의 제자들을 이끌고 가서 야나기 고로오를 잡아내고 선학신침을 받아올게.”서명월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면서 말했다.“아니에요. 선배. 제가 갈게요.”이도현이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왜 고집을 부려? 내가 너한테 받은 선물들을 생각하면, 적어도 이 정도는 해줘야지. 아니면 정말로 아이를 낳아달라고 할 생각이었던 거야? 그건 좀 너무하잖아.”서명월이 툭 뱉은 말에 이도현은 순식간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아니요... 선배, 장난 좀 그만 치세요. 지금 진지한 얘기 중이잖아요.”이도현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말했다.평생 무공만 익힌 그에게 어찌 이런 과감한 농담을 받아칠 재간이 있는가?“아이를 낳는 게 왜 진지한 일이 아니야? 분명 세상에서 가장 신성한 일인데.”서명월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되물었다.“큭... 아니...”이도현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이 계집애야. 장난 좀 그만 치고 얼른 야나기 고로오가 어디에 있는지나 말해. 이건 반드시 후배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야.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이었다면 선학신침은 진작에 다 찾았어.”윤선아가 때마침 나서서 이도현을 도와 서명월을 설득했다.“쩝, 알겠어요. 그럼 결국 후배에게 보답하는 방법은 아이를 낳는 것밖에 없네요. 좋아요. 아이를 낳아보지 못한 여자가 무슨 면목으로 천하를 주름잡겠어요. 마침 우리 태허산의 인원을 증가하는데 기여하는 셈 치죠.”
“이 벚꽃루는 굉장히 크고 안에는 재미를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엄청 많아. 그야말로 남자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지. 상상 이상의 것들이 다 들어있다고 들었어.”서명월이 계속해서 설명을 늘어놓았다.“야나기 고로오는 바로 이런 곳에서 살면서 날마다 향락하고 있어. 매일 수많은 남자가 벚꽃루를 드나들기에 벚꽃루의 하루 수입이 놀라울 정도로 많다고 들었어.”“그리고 또 하나, 이 벚꽃루는 아주 중요한 역할이 한 개 더 있어. 즉 벚꽃루의 가장 핵심적인 용도는 정보를 수집하는 거야. 두 사람도 알다시피 예로부터 술집과 기생집은 정보를 모으기 제일 쉬운 장소잖아. 이 벚꽃루는 좋은 술과 맛있는 음식은 물론이고, 온갖 미녀들이 있어. 적절한 가치의 물건을 제공할 수만 있다면 안에 있는 건 뭐든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고 여자들도 마음껏 즐길 수 있어.”“즉 겉으로 보기에 벚꽃루는 광명왕이 야나기 고로오를 위해 세워준 오락 장소 같지만 사실 이곳은 광명왕이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곳이야. 야나기 고로오는 그저 이 일을 도맡아서 처리하고 있을 뿐이야.”서명월은 돌아가는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그럼 벚꽃루는 어디에 있어요?”이도현이 물었다.“찾기는 쉬워. 벚꽃루 전체가 지국 스타일로 지어졌기에 천사국의 다른 건축물들과 같이 있으면 눈에 확 띄어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이도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선배를 바라보며 말했다.“선배들. 여기서 저를 기다리고 계세요. 제가 금방 다녀올게요.”“안 돼. 우리도 같이 가.”윤선아가 딱 잘라 말했다.“괜찮아요. 둘째 선배. 방금 명월 선배가 말한 것처럼 벚꽃루는 아주 더러운 곳이에요. 그곳에 가면 선배들의 눈만 더러워질 거예요. 야나기 고로오 하나쯤이야 저 혼자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안 돼. 너 혼자 보내기에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반드시 우리랑 같이 가야 해.”윤선아가 단칼에 거절하며 말했다. 비록 그녀는 이도현이 혼자서 모든 위험을 감당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가 혼자
“명월 선배. 장난이 심하세요. 저는 정직한 사람이에요.”이도현은 자신을 변호했다.“하하하. 남자 중에 정직한 사람이 어디 있어. 세상의 모든 남자는 다 똑같이 예쁜 여자를 보면 발길을 떼지 못해. 아무리 정직한 남자라도 발가벗은 여자를 보면 다 늑대로 변하지.”서명월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주장을 밝혔다.“이 계집애야. 너... 정말 쑥스러운 줄 모르는구나. 후배가 너 때문에 놀라겠어. 조금 점잖게 굴면 안 돼? 꼭 이런 말만 해야겠어?”윤선아가 웃으면서 서명월을 혼냈다.“헤헷...”이도현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이 일곱째 선배는 여덟째 선배보다 농담이 더 심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대담한 말들은 하나같이 충격적이었다.이도현은 진심으로 두려웠다. 서명월이 더 이상 이런 말을 하지 못하게 그는 윤선아가 서명월을 혼내는 틈을 타, 즉시 음양검을 꺼냈다.다음 순간, 강력한 검기가 음양검에서 뿜어져 나왔다.쾅쾅.별안간 엄청난 폭음이 울렸고 거의 동시에 벚꽃루의 문은 순간 먼지로 변했다.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졌다.이도현의 광기 어린 행동을 본 사람들은 숨을 죽이며 경악했다.“맙소사... 후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 깜짝 놀랐잖아.”서명월은 자기의 놀란 가슴을 토닥이며 말했다. 보기에 조용하고 말이 별로 없는 후배가 이렇게 맹렬하게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일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죄송해요. 선배. 저도 모르게 손이 먼저 나갔어요.”이도현은 천진난만한 바보처럼 헤헤 웃으며 두 선배를 바라보았다.서명월은 눈알을 굴리며 생각했다.‘이 녀석... 겉으로는 얌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속 깊은 나쁜 남자 스타일인가 보네.’하지만 그녀는 마침 이런 스타일을 좋아했다.이도현은 곧바로 고개를 돌리더니 다시 눈빛이 싸늘해졌다. 조금 전의 귀여운 강아지 같은 모습은 사라지고 또다시 살인마가 되어 있었다. 그는 곧바로 벚꽃루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야나기 고로오. 얼른 나와...”문
태허산.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은 절벽 위의 동굴 저택에 강력한 실력을 갖춘 인간이 살고 있다! 그는 세상 밖을 헤매며 자유롭고 한가한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그런데 이렇게 신선 같은 인물이 지금 한 소년에게 지극히 시달리고 있다.“에라잇, 썩을 놈아! 썩 꺼지거라, 다신 내 눈에 띄지 마! 8년이다! 8년! 네 놈은 내가 이 8년을 어떻게 버텨온 줄 알기나 해?”“스승님......”“이 스승이 이렇게 부탁할게. 넌 이미 강력한 실력을 갖췄어. 그러니 제발 산에서 내려가거라. 난 좀 더 오래 살고 싶단 말이다!”노인은 울상을 지으며 소년을 향해 허리도 굽혀보고 듣기 좋은 말도 건네보았다.“스승님, 전 심장이 쫄려서 도무지 내려갈 수 없어요. 산 아래는 위험해요. 마취도 없이 척추를 빼간다고요. 어우, 소름.”“쫄리긴 개뿔! 남들이 널 무서워하면 모를까.”“그리고, 척추 얘기는 들먹이지 마! 나도 두렵단 말이다.”노인은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스승님......”“썩 꺼지거라!”“…”“너 갈 거야, 안 갈 거야! 안 가면 나 확 죽어버린다!”노인은 허겁지겁 발밑에 있는 돌의자에 머리를 박기 시작했다.순간 노인의 머리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하지 마세요! 스승님! 갈게요!”이도현은 노인의 미친 행동에 깜짝 놀랐다.“꺼져, 당장 꺼져!”노인은 손을 흔들며 이도현을 내쫓았다! 동시에 보따리 하나를 밖으로 내던지고 동굴 저택의 문을 굳게 닫았다.드디어 세상이 조용해졌다.8년이다! 8년 동안 노인은 이도현 때문에 미치는 줄 알았다. 노인이 가장 후회하는 일이 바로 도깨비 같은 이도현을 북부에서 데려온 것이다.이도현의 천부적인 재능은 정말 사람을 놀라게 한다.무도, 의학, 별자리 점 등 노인이 평생 배워 온 것을 이도현은 8년 만에 모두 완벽하게 습득했다.심지어 어떤 부분은 스승을 능가할 정도이니, 노인은 얼굴이 뜨거웠다이도현을 쫓아내지 않으면, 노인은 언젠가 이 꼴 보기 싫은 자식 때문에 미쳐 죽고 말 것이다.“휴!
다행히도 수많은 남자 중에서 이도현은 유일하게 그녀에게 골수를 기부할 수 있는 신체적 조건을 갖추었다.수술은 아주 성공적이었고 이로 인해 강설미는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살려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강설미는 이도현과 결혼했고, 이도현은 강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었다.이도현은 팔자가 활짝 피어 편한 인생을 살 줄 알았다. 하지만 기대가 클수록, 현실은 그를 더 실망하게 했다.강설미와 결혼한 뒤, 강설미는 건강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도현과의 첫날밤을 보내지 않았다.그리고 강씨 가문에서 이도현의 지위는 강회장이 기르는 개보다도 못했다.적어도 그 개는 식탁에서 메이드가 먹여주는 밥을 먹을 수 있지만 이도현은 식탁 앞에 앉을 자격조차 없었다.이도현은 꿈에도 몰랐다. 강씨 가문에서 강설미의 건강이 회복되는 내내 이도현의 골수만 노리고 있었다는 사실을.그러던 그날, 강씨 가문에서는 단련을 이유로 강설미에게 이도현을 북부로 데려가 비즈니스 미팅에 함께 참석하게 했다.단둘이 지내는 그날 밤, 강설미가 정성껏 준비한 근사한 저녁 식사 분위기에 그는 흠뻑 취해버렸다.이도현은 그곳에서 드디어 그녀와의 첫날밤을 보낼 줄 알았다.하지만 술 한 잔 마신 이도현은 갑자기 눈앞이 희미해지더니 곧장 잠이 들었고, 다시 눈을 떠보니 차가운 황야에 버려져 있었다.강씨 가문에서는 그의 골수를 모조리 추출하고 척추도 대부분 도려낸 뒤, 그곳에 유기해 죽길 기다렸다.이도현이 거의 목숨을 잃어갈 때쯤, 고아한 풍채를 가진 노인이 저승문 앞에서 그를 구원했다.노인은 이도현에게 구렁이의 척추 일부를 이식해 주었으며, 덕분에 이도현은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그 후 이도현은 노인을 스승으로 모셨고, 8년 뒤의 이도현은 이렇게 다시 태어났다.8년 동안, 이도현은 절세의 무학을 배우면서 완전히 환골탈태했고 의술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지난 8년간, 그는 한순간도 강씨 가문의 배은망덕한 행동과 악독한 그녀를 잊은 적 없었다.8년을 그는 오직 복수를 위해 실력을 갈고닦았
산에서 내려온 이도현은 복수를 서두르지 않았고, 먼저 완성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염국 완성, 그곳은 그의 집이 있는 곳이다. 노인의 말에 의하면 그가 살해되고 3개월이 지난 후, 그의 부모님과 여동생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한다......여기까지 생각한 이도풍의 두 눈에는 살기가 가득 찼다.그 살기는 하늘도 찌를 것 같았다. 그는 묻고 싶었다. 도대체 왜 그랬냐고!“한 사람도 살려두지 않을 거야. 당신들에게 절망이 무엇인지 내가 똑똑히 가르쳐줄게.”이도현이 두 주먹을 불끈 쥐자, 몸에서는 무서운 힘이 솟아오르더니 옷이 나부끼기 시작했다.그러던 그때, 미묘한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이도현은 힘을 거두고 고개를 돌렸다. 그제야 그는 옆좌석의 산뜻한 옷차림의 성숙한 여자를 발견했다.목덜미가 길고 눈처럼 흰 피부를 가진 여자는 정장 차림에 포니테일을 묶었는데, 언뜻 보기에도 몸매가 아주 좋았으며 왠지 커리어 우먼의 기운을 풍겼다.창백한 얼굴의 여자는 한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셔츠의 단추가 열려 풍만한 가슴 라인이 훤히 보였다.그녀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이도현에게 도움을 청했다.“저... 저기요... 저 좀 도와주세요... 지금 필요해요......”“뭐라고요? 여기서요?”이도현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8년간 산속에 있었더니, 그새 세상이 이렇게 자유롭게 변한 거야? 이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데 필요하다고?’이도현의 의아한 눈빛에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지금요? 여기서요? 확실해요?”이도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세 번이나 되물었다.‘확실하게 물어봐야지. 난 바른 청년이니까.’“빨리요. 더는 못 참아요.”“그러니까... 저기요... 근데 이건 좀 아니지 않아요? 전 바른 청년이라고요! 그러면, 화장실이라도 갈까요? 화장실이면 조금 편하지 않을까요?”이때 여자는 또 발밑의 작은 가방을 가리켰다.“콘돔요?”이도현 머릿속에 먼저 떠오른 것은 바로 안전 조치.이때, 비즈니스석 커튼 뒤에서
“명월 선배. 장난이 심하세요. 저는 정직한 사람이에요.”이도현은 자신을 변호했다.“하하하. 남자 중에 정직한 사람이 어디 있어. 세상의 모든 남자는 다 똑같이 예쁜 여자를 보면 발길을 떼지 못해. 아무리 정직한 남자라도 발가벗은 여자를 보면 다 늑대로 변하지.”서명월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주장을 밝혔다.“이 계집애야. 너... 정말 쑥스러운 줄 모르는구나. 후배가 너 때문에 놀라겠어. 조금 점잖게 굴면 안 돼? 꼭 이런 말만 해야겠어?”윤선아가 웃으면서 서명월을 혼냈다.“헤헷...”이도현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이 일곱째 선배는 여덟째 선배보다 농담이 더 심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대담한 말들은 하나같이 충격적이었다.이도현은 진심으로 두려웠다. 서명월이 더 이상 이런 말을 하지 못하게 그는 윤선아가 서명월을 혼내는 틈을 타, 즉시 음양검을 꺼냈다.다음 순간, 강력한 검기가 음양검에서 뿜어져 나왔다.쾅쾅.별안간 엄청난 폭음이 울렸고 거의 동시에 벚꽃루의 문은 순간 먼지로 변했다.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졌다.이도현의 광기 어린 행동을 본 사람들은 숨을 죽이며 경악했다.“맙소사... 후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 깜짝 놀랐잖아.”서명월은 자기의 놀란 가슴을 토닥이며 말했다. 보기에 조용하고 말이 별로 없는 후배가 이렇게 맹렬하게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일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죄송해요. 선배. 저도 모르게 손이 먼저 나갔어요.”이도현은 천진난만한 바보처럼 헤헤 웃으며 두 선배를 바라보았다.서명월은 눈알을 굴리며 생각했다.‘이 녀석... 겉으로는 얌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속 깊은 나쁜 남자 스타일인가 보네.’하지만 그녀는 마침 이런 스타일을 좋아했다.이도현은 곧바로 고개를 돌리더니 다시 눈빛이 싸늘해졌다. 조금 전의 귀여운 강아지 같은 모습은 사라지고 또다시 살인마가 되어 있었다. 그는 곧바로 벚꽃루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야나기 고로오. 얼른 나와...”문
“이 벚꽃루는 굉장히 크고 안에는 재미를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엄청 많아. 그야말로 남자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지. 상상 이상의 것들이 다 들어있다고 들었어.”서명월이 계속해서 설명을 늘어놓았다.“야나기 고로오는 바로 이런 곳에서 살면서 날마다 향락하고 있어. 매일 수많은 남자가 벚꽃루를 드나들기에 벚꽃루의 하루 수입이 놀라울 정도로 많다고 들었어.”“그리고 또 하나, 이 벚꽃루는 아주 중요한 역할이 한 개 더 있어. 즉 벚꽃루의 가장 핵심적인 용도는 정보를 수집하는 거야. 두 사람도 알다시피 예로부터 술집과 기생집은 정보를 모으기 제일 쉬운 장소잖아. 이 벚꽃루는 좋은 술과 맛있는 음식은 물론이고, 온갖 미녀들이 있어. 적절한 가치의 물건을 제공할 수만 있다면 안에 있는 건 뭐든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고 여자들도 마음껏 즐길 수 있어.”“즉 겉으로 보기에 벚꽃루는 광명왕이 야나기 고로오를 위해 세워준 오락 장소 같지만 사실 이곳은 광명왕이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곳이야. 야나기 고로오는 그저 이 일을 도맡아서 처리하고 있을 뿐이야.”서명월은 돌아가는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그럼 벚꽃루는 어디에 있어요?”이도현이 물었다.“찾기는 쉬워. 벚꽃루 전체가 지국 스타일로 지어졌기에 천사국의 다른 건축물들과 같이 있으면 눈에 확 띄어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이도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선배를 바라보며 말했다.“선배들. 여기서 저를 기다리고 계세요. 제가 금방 다녀올게요.”“안 돼. 우리도 같이 가.”윤선아가 딱 잘라 말했다.“괜찮아요. 둘째 선배. 방금 명월 선배가 말한 것처럼 벚꽃루는 아주 더러운 곳이에요. 그곳에 가면 선배들의 눈만 더러워질 거예요. 야나기 고로오 하나쯤이야 저 혼자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안 돼. 너 혼자 보내기에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반드시 우리랑 같이 가야 해.”윤선아가 단칼에 거절하며 말했다. 비록 그녀는 이도현이 혼자서 모든 위험을 감당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가 혼자
“야나기 고로오는 광명왕 밑에 있는 제일 센 부하야. 후배가 찾는 사람이 맞아?”서명월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제가 이번에 천사국으로 온 이유가 바로 그놈 때문이에요. 몇십 년 전, 그자는 선학신침을 훔친 후 광명왕과 함께 이곳으로 도망쳤고 그 뒤로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자의 손에 있는 선학신침을 되찾기 위해 제가 이렇게 찾아온 거예요.”이도현이 당차게 말했다.“선학신침이 그자들의 손에 있어?”서명월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도현 후배. 너랑 선배는 여기서 차나 마시면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직접 태허궁의 제자들을 이끌고 가서 야나기 고로오를 잡아내고 선학신침을 받아올게.”서명월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면서 말했다.“아니에요. 선배. 제가 갈게요.”이도현이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왜 고집을 부려? 내가 너한테 받은 선물들을 생각하면, 적어도 이 정도는 해줘야지. 아니면 정말로 아이를 낳아달라고 할 생각이었던 거야? 그건 좀 너무하잖아.”서명월이 툭 뱉은 말에 이도현은 순식간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아니요... 선배, 장난 좀 그만 치세요. 지금 진지한 얘기 중이잖아요.”이도현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말했다.평생 무공만 익힌 그에게 어찌 이런 과감한 농담을 받아칠 재간이 있는가?“아이를 낳는 게 왜 진지한 일이 아니야? 분명 세상에서 가장 신성한 일인데.”서명월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되물었다.“큭... 아니...”이도현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이 계집애야. 장난 좀 그만 치고 얼른 야나기 고로오가 어디에 있는지나 말해. 이건 반드시 후배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야.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이었다면 선학신침은 진작에 다 찾았어.”윤선아가 때마침 나서서 이도현을 도와 서명월을 설득했다.“쩝, 알겠어요. 그럼 결국 후배에게 보답하는 방법은 아이를 낳는 것밖에 없네요. 좋아요. 아이를 낳아보지 못한 여자가 무슨 면목으로 천하를 주름잡겠어요. 마침 우리 태허산의 인원을 증가하는데 기여하는 셈 치죠.”
같이 가난할 때는 사이좋게 지내다가 친구가 갑자기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벌면 배를 앓고 시기하는 사람이 있었다.이것이 바로 인간의 본성이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어떤 사람은 아주 사소한 일로 인성이 바뀌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변덕스럽기도 했다.그래서 어르신들께서 늘 사람에게 너무 잘해주지 말라고 하시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한 산봉우리 위에 웅장한 기세를 풍기는 궁전이 여러 개 자리 잡고 있었다.마치 하늘이 빚어준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이 건축물들은 동양의 건축 스타일을 완벽히 재현해냈으며 조각된 대들보와 화려한 기둥, 사각형 모양의 정자 등 요소들은 모두 동양의 미를 띠고 있었다.궁전 주변에는 수련하는 사람이 가득했는데 모두 여인뿐이었고 남자가 한 명도 없었다.이곳이 바로 서명월의 태허궁이었다.서명월의 말을 빌리자면, 이곳은 태허산의 지부이자 일부분이었다.이도현 일행은 오는 길 내내 서명월의 안내를 받으면서 이곳에 도착했다.“제자들 전부 이쪽으로 와서 장문을 뵙거라.”서명월이 갑자기 외쳤다.“일곱 번째 선배. 제발요...”이도현이 황급히 제지했다. 그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장문 행세를 하고 싶지 않았다.태허산을 계승하는 중책이 그에게 주어진 것은 맞지만 태허산은 예로부터 매 세대에 제자가 열 명을 넘지 않았다.이도현의 스승이 열한 명의 제자를 거둔 것은 이미 전례 없는 일이었다.그런데 일곱 번째 선배가 그에게 태허궁의 제자도 떠밀어주니 이도현은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선배는 지금 태허산의 규모를 확장하려는 건가? 그건 안 되는데.’“왜? 나는 태허산의 제자고 이들은 내가 키워낸 제자들이야. 그러니까 이들도 태허산의 일원이지. 비록 태허산의 정식 제자가 될 수는 없지만 장문인 너에게 인사를 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야?”“그리고 나는 늘 태허산의 인원이 너무 적다고 생각했어. 앞으로 더 많은 제자를 받아들여서 우리 태허산을 천하제일의 종파로 만들고 싶어. 그럼 아무도
서명월은 둘째 선배가 공간 반지를 빼앗아가기라도 할까 봐 손에 꽉 쥐었다.“아이고... 태허궁의 궁주란 애가...”윤선아가 놀려댔다.“둘째 선배 앞에서는 아직도 산에 막 들어온 어린애이고 싶어요. 궁주라고 해도 달라진 것이 없어요. 그런 것들은 겉치레일 뿐이에요.”서명월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녀의 모습은 철이 들지 않은 소녀 같았고 전혀 천사국에서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는 궁주 같지 않았다.“둘째 선배. 도현 후배. 저 앞이 바로 저의 태허궁이에요.”서명월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산을 가리키며 말했다.“자리를 잘 잡았다. 구경하러 가보자...”그들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산을 올랐다.하지만 오르는 길 내내 이도현과 두 선배만 얘기를 나누었지 소유정, 한소희, 지성윤 셋은 그들의 대화에 한 마디도 끼지 못했다. 세 사람이 앞에서 하하 호호 웃으면서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소유정 등 세 명은 강한 소외감을 느껴 속이 말이 아니었다....한편, 마룡 천왕의 성채가 습격당했고 그가 제일 아끼는 아들과 그의 밑에 있는 제일 신비롭고 강한 노마법사가 살해되었으며 심지어 마룡 천왕 본인은 두 팔이 잘렸고 남자로서의 근본까지 잃었다는 소식이 눈 깜짝할 새에 온 천사국에 퍼졌다.소식이 퍼지자 천사국은 삽시에 충격에 휩싸였다.믿지 않는 사람도 있고 놀라서 경악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건 그야말로 천지가 뒤집힐 만큼 충격적인 소식이었다.‘마룡 천왕이 당했다고? 천사국의 천사 황제 밑에 있는 십이 대천왕 중 한 명인 그 마룡 천왕이? 부하 중에 고수가 수두룩하고 병사만 백만 명이 넘는다는, 천사국에서 아주 높은 지위에 있는 그 유명한 마룡 천왕을 말하는 거야?”보통 사람에게 그는 신선이나 다름이 없었고 무사에게 그는 압도적으로 뛰어난 인물이었다.그런 마룡 천왕이 어떤 젊은이에게 성문을 파괴당했고 아들을 살해당했으며 심지어 남자의 근본까지 잘렸다고 하니 사람들은 전혀 믿을 수 없었다.하지만 소문이 퍼지는 족족, 그 진실성이 인증되었다.“맙소사..
그해 서명월은 천사국에 와서 자기 힘으로 태허궁을 세웠고 궁주가 되어 천사국에 있는 동방의 여인을 거둬주고 보호했다.몇 년이 지나자 태허궁은 이제 천사국에서 아무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강대한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니 그녀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막내 후배. 이 담약들을 정말 네가 직접 제련한 거야?”서명월이 더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아니에요. 제가 만든 것이 아니라 어떤 곳에서 얻은 건데 그건 나중에 설명해 드릴게요. 돌아가셔서 얼른 이 담약들을 복용하세요. 큰 도움이 될 거예요.”이도현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걸 말이라고. 성급 담약인데 효과가 안 좋을 리가. 정말 믿어지지 않네. 이 세상에 이토록 대단한 담약이 진짜로 존재하다니...”서명월이 경이로움을 감추지 못했다.“이 담약은 도현 후배가 우리 열 자매 모두에게 한 병씩 준비해 준 거야. 네 몫은 내가 보관하고 있다가 이번에 천사국으로 온 김에 너에게 전해주려던 참이었어. 후배가 직접 너에게 한 병을 줬으니 이건 다시 후배에게 돌려줘야겠네. 이 담약은 한 번만 복용해야 해. 많이 먹어도 소용이 없어.”윤선아는 말하면서 공간 반지에서 옥병 한 개를 꺼내 이도현에게 건넸다.“선배가 갖고 계세요. 저한테 아직 더 있어요.”이도현은 당연히 돌려받을 생각이 없었다.“받아둬, 후배. 이건 네가 갖고 있는 게 안전해. 나한테 있으면 언젠가 화근이 될지도 모르니까 네 손에 있는 게 제일 좋을 거야.”윤선아가 단호한 말투로 말하면서 옥병을 이도현의 손에 쥐여주자 이도현은 어쩔 수 없이 받았다.곧이어 윤선아는 또 하나의 공간 반지를 꺼내 서명월에게 건넸다.“이것도 후배가 우리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야. 열 자매 모두에게 하나씩 주었어. 이건 네 몫이야.”서명월은 한눈에 공간 반지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웃으며 말했다.“둘째 선배, 공간 반지는 저도 이미 갖고 있어요. 이건 후배에게 돌려주세요. 담약도 받았는데 또 다른 걸 받으면 미안하잖아요.”“선배로서 후배에게
“대박... 이럴 수가... 와... 이거 실화야... 헉헉...”서명월은 놀라서 휘둥그레진 눈으로 옥병에 들어있는 담약 세 알을 바라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서명월이 놀라서 이상한 말을 할까 봐 윤선아는 그녀의 입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으로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입 다물어. 사람 많은 곳에서 함부로 입을 놀렸다가 후배에게 민폐라도 끼치면 안 되니까 나중에 자세히 얘기하자. 어서 가자.”윤선아가 단호하게 말했다.“둘째 선배. 이게 진짜예요? 이 담약을 정말 도현 후배가 직접 정제해 냈단 말이에요? 이건... 너무 대단하네요. 세상에...”“이 선물은 고맙게 받을게. 도현 후배. 정말 고마워. 내가 되돌려줄 만한 건 없고 보답으로... 나중에 애라도 낳아 줄게.”서명월이 돌연 폭탄 발언을 했다.그녀가 감사함을 표현하는 방식은 너무 직설적이고 충격적이었다.‘고마우면 고맙다고 말하면 될 것을 왜 이야기가 그쪽으로 튄 거지? 너무 뜬금없어.’이도현은 심장이 쿵쾅거렸다. 서명월의 말하는 스타일은 여덟 번째 선배보다 더 과감했고 거의 여섯 번째 선배와 맞먹는 수준이었다.“선배... 그건 너무... 과분해요...”이도현은 너무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이 계집애야. 너는 수치스러운 줄도 모르냐? 그런 말을 입에 담다니... 나이에 맞게 좀 점잖아질 수는 없어? 후배를 놀라게 하면 어떡해?”윤선아는 서명월의 말을 듣고 연신 고개를 저었다.“헤헤. 난 농담이 아니었어. 후배도 놀라지 않았지? 그치? 도현 후배?”“그만 말하고 어서 가기나 하자.”뒷이어 이도현 등 일행은 성채 안의 놀라움에 빠진 사람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갔다.그들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마룡 천왕은 하늘을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아... 아... 아...”마룡 천왕은 마치 화가 난 맹수처럼 큰 소리를 내면서 울부짖었다. 호위무사의 손에 조금 전 불꽃에 강제로 잘라낸 살덩이가 쥐여 있는 것을 보자 마룡 천
“정말 뜻밖이네요. 허허허. 눈앞의 이 나쁜 녀석이 과거에 여자에게 놀아나 골수까지 잃었던 그 바보스러운 놈이라는 것이 전혀 믿기지 않아요.”서명월은 시시덕거리며 옛날 일로 이도현을 놀려댔다. 그녀의 장난에 이도현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당황한 나머지 땅굴이라도 파고 들어갈 심정이었다.서명월의 말로부터 예전에 이도현이 강설미에게 감정을 속아 간이고 쓸개며 빼서 뒷바라지하다가 결국 척추골까지 잃었던 과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서명월이 이도현의 오래전 망신거리를 들추자 그는 더욱 민망해졌다.‘그때는 너무 어린 데다가 사회에 금방 발을 들여서 모든 걸 순진하게 생각했어. 바보같이 모두가 착한 사람이라고 믿었지.’하지만 현실은 그에게 가혹한 교훈을 남겨주었다. 현실이라는 주먹에 호되게 얻어맞은 그는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예전에 이 얘기를 꺼낼 때마다 이도현은 마음속에 분노가 들끓었지만 이제는 수많은 생사를 겪으면서 인간의 본성을 꿰뚫었기에 많이 덤덤해졌다.무사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사회 고인물들, 그리고 국가를 쥐락펴락하는 권력자들의 잔혹함에 비하면 강설요의 배신은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큰일을 겪고 굉장한 장면들을 보고 나니 예전에 겪었던 일들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이 계집애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다 지난 일인데 왜 그 얘기를 들춰내고 그래? 꼭 후배의 아픈 상처를 헤집어야겠어? 셋째 선배가 들었으면 아마 네 입을 꿰맸을 거야.”윤선아가 웃으면서 서명월을 꾸짖었다.“헤헤. 저는 이제 셋째 선배를 무서워하지 않아요. 게다가 도현 후배가 분명히 개의치 않아 할 거라고 믿어요. 아직도 예전의 일 때문에 마음을 앓고 있었다면 지금의 이 경지까지 이르지 못했을 거예요.”“안 그래? 도현 후배. 후배가 과거의 심마를 이겨내지 못했다면 수련이 어느 정도에서 그쳤을 거야. 지금의 경지에 이르기는커녕 왕급을 넘어서 무도 경지에 이르지도 못했어.”서명월의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만약 이도현이 과거의 상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
이도현은 정말 겁이 잔뜩 났다.두 선배가 자신에게 무릎을 꿇는 것은 조금 전 13구의 시체 대전과 맞섰을 때보다 더 무섭고 산에서 내려온 이후 겪었던 제일 무서운 일이었다.그 무서운 정도는 몇몇 선배들에게 가슴 공격을 당하는 것과 비슷했다.특히 두 선배가 매우 진지한 얼굴로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을 보니, 이도현은 가슴이 쿵쾅거리며 몸둘바를 몰랐다.“선배... 제발 이러지 말고 우리 말로 풉시다. 얼른 일어나세요. 이러시면 제가 당황스러워요. 제발 장난이라면 그만 하세요.”이도현은 거의 무릎을 꿇을 뻔했다. 도대체 선배들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그는 전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도현 후배. 아마 스승님께서 얘기해 주지 않아 후배가 모르는 모양이야. 태허산의 오랜 규칙에 따르면 선학신침을 9개 이상 정제한 후계자는 정식으로 태허산의 장문이 되네. 후배가 열 번째 선학신침을 정제했을 때, 우리는 이미 감지했어. 그러니 후배가 바로 우리 태허산의 장문이고, 태허산의 제자인 우리는 장문을 뵌 후 마땅히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려야 하네.”윤선아가 말했다.“네? 선학신침을 9개 이상 정제하면 장문이 된다고요? 저는... 처음 듣는 얘기예요. 스승님은 왜 저한테 한마디도 얘기해 주지 않았나요?”어안이 벙벙한 이도현은 정말 선배의 말이 하나도 믿어지지 않았다. 태허산에 이런 규칙이 있다는 걸 그는 전혀 몰랐다. 게다가 예로부터 내려온 규칙인데 그는 처음 듣는 얘기였다.‘예로부터 내려온 규칙이라는데 태허산의 제97대 유일한 남자 제자이자 제97대 후계자인 나는 왜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이도현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늙은 영감탱이 스승은 무책임하게 이렇게 중요한 규칙을 설명해주지 않았고, 수련만 하게 할 뿐 이도현을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스승님은 강호의 규칙이나 권선징악 등 도리 같은 것을 전혀 이도현에게 얘기해 주지 않았다. 말 그대로 사람을 죽이는 방법만 가르치고 나머지 일은 조금도 가르쳐주지 않았다.“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선배. 어찌 됐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