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서명월은 천사국에 와서 자기 힘으로 태허궁을 세웠고 궁주가 되어 천사국에 있는 동방의 여인을 거둬주고 보호했다.몇 년이 지나자 태허궁은 이제 천사국에서 아무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강대한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니 그녀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막내 후배. 이 담약들을 정말 네가 직접 제련한 거야?”서명월이 더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아니에요. 제가 만든 것이 아니라 어떤 곳에서 얻은 건데 그건 나중에 설명해 드릴게요. 돌아가셔서 얼른 이 담약들을 복용하세요. 큰 도움이 될 거예요.”이도현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걸 말이라고. 성급 담약인데 효과가 안 좋을 리가. 정말 믿어지지 않네. 이 세상에 이토록 대단한 담약이 진짜로 존재하다니...”서명월이 경이로움을 감추지 못했다.“이 담약은 도현 후배가 우리 열 자매 모두에게 한 병씩 준비해 준 거야. 네 몫은 내가 보관하고 있다가 이번에 천사국으로 온 김에 너에게 전해주려던 참이었어. 후배가 직접 너에게 한 병을 줬으니 이건 다시 후배에게 돌려줘야겠네. 이 담약은 한 번만 복용해야 해. 많이 먹어도 소용이 없어.”윤선아는 말하면서 공간 반지에서 옥병 한 개를 꺼내 이도현에게 건넸다.“선배가 갖고 계세요. 저한테 아직 더 있어요.”이도현은 당연히 돌려받을 생각이 없었다.“받아둬, 후배. 이건 네가 갖고 있는 게 안전해. 나한테 있으면 언젠가 화근이 될지도 모르니까 네 손에 있는 게 제일 좋을 거야.”윤선아가 단호한 말투로 말하면서 옥병을 이도현의 손에 쥐여주자 이도현은 어쩔 수 없이 받았다.곧이어 윤선아는 또 하나의 공간 반지를 꺼내 서명월에게 건넸다.“이것도 후배가 우리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야. 열 자매 모두에게 하나씩 주었어. 이건 네 몫이야.”서명월은 한눈에 공간 반지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웃으며 말했다.“둘째 선배, 공간 반지는 저도 이미 갖고 있어요. 이건 후배에게 돌려주세요. 담약도 받았는데 또 다른 걸 받으면 미안하잖아요.”“선배로서 후배에게
서명월은 둘째 선배가 공간 반지를 빼앗아가기라도 할까 봐 손에 꽉 쥐었다.“아이고... 태허궁의 궁주란 애가...”윤선아가 놀려댔다.“둘째 선배 앞에서는 아직도 산에 막 들어온 어린애이고 싶어요. 궁주라고 해도 달라진 것이 없어요. 그런 것들은 겉치레일 뿐이에요.”서명월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녀의 모습은 철이 들지 않은 소녀 같았고 전혀 천사국에서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는 궁주 같지 않았다.“둘째 선배. 도현 후배. 저 앞이 바로 저의 태허궁이에요.”서명월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산을 가리키며 말했다.“자리를 잘 잡았다. 구경하러 가보자...”그들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산을 올랐다.하지만 오르는 길 내내 이도현과 두 선배만 얘기를 나누었지 소유정, 한소희, 지성윤 셋은 그들의 대화에 한 마디도 끼지 못했다. 세 사람이 앞에서 하하 호호 웃으면서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소유정 등 세 명은 강한 소외감을 느껴 속이 말이 아니었다....한편, 마룡 천왕의 성채가 습격당했고 그가 제일 아끼는 아들과 그의 밑에 있는 제일 신비롭고 강한 노마법사가 살해되었으며 심지어 마룡 천왕 본인은 두 팔이 잘렸고 남자로서의 근본까지 잃었다는 소식이 눈 깜짝할 새에 온 천사국에 퍼졌다.소식이 퍼지자 천사국은 삽시에 충격에 휩싸였다.믿지 않는 사람도 있고 놀라서 경악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건 그야말로 천지가 뒤집힐 만큼 충격적인 소식이었다.‘마룡 천왕이 당했다고? 천사국의 천사 황제 밑에 있는 십이 대천왕 중 한 명인 그 마룡 천왕이? 부하 중에 고수가 수두룩하고 병사만 백만 명이 넘는다는, 천사국에서 아주 높은 지위에 있는 그 유명한 마룡 천왕을 말하는 거야?”보통 사람에게 그는 신선이나 다름이 없었고 무사에게 그는 압도적으로 뛰어난 인물이었다.그런 마룡 천왕이 어떤 젊은이에게 성문을 파괴당했고 아들을 살해당했으며 심지어 남자의 근본까지 잘렸다고 하니 사람들은 전혀 믿을 수 없었다.하지만 소문이 퍼지는 족족, 그 진실성이 인증되었다.“맙소사..
같이 가난할 때는 사이좋게 지내다가 친구가 갑자기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벌면 배를 앓고 시기하는 사람이 있었다.이것이 바로 인간의 본성이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어떤 사람은 아주 사소한 일로 인성이 바뀌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변덕스럽기도 했다.그래서 어르신들께서 늘 사람에게 너무 잘해주지 말라고 하시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한 산봉우리 위에 웅장한 기세를 풍기는 궁전이 여러 개 자리 잡고 있었다.마치 하늘이 빚어준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이 건축물들은 동양의 건축 스타일을 완벽히 재현해냈으며 조각된 대들보와 화려한 기둥, 사각형 모양의 정자 등 요소들은 모두 동양의 미를 띠고 있었다.궁전 주변에는 수련하는 사람이 가득했는데 모두 여인뿐이었고 남자가 한 명도 없었다.이곳이 바로 서명월의 태허궁이었다.서명월의 말을 빌리자면, 이곳은 태허산의 지부이자 일부분이었다.이도현 일행은 오는 길 내내 서명월의 안내를 받으면서 이곳에 도착했다.“제자들 전부 이쪽으로 와서 장문을 뵙거라.”서명월이 갑자기 외쳤다.“일곱 번째 선배. 제발요...”이도현이 황급히 제지했다. 그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장문 행세를 하고 싶지 않았다.태허산을 계승하는 중책이 그에게 주어진 것은 맞지만 태허산은 예로부터 매 세대에 제자가 열 명을 넘지 않았다.이도현의 스승이 열한 명의 제자를 거둔 것은 이미 전례 없는 일이었다.그런데 일곱 번째 선배가 그에게 태허궁의 제자도 떠밀어주니 이도현은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선배는 지금 태허산의 규모를 확장하려는 건가? 그건 안 되는데.’“왜? 나는 태허산의 제자고 이들은 내가 키워낸 제자들이야. 그러니까 이들도 태허산의 일원이지. 비록 태허산의 정식 제자가 될 수는 없지만 장문인 너에게 인사를 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야?”“그리고 나는 늘 태허산의 인원이 너무 적다고 생각했어. 앞으로 더 많은 제자를 받아들여서 우리 태허산을 천하제일의 종파로 만들고 싶어. 그럼 아무도
“야나기 고로오는 광명왕 밑에 있는 제일 센 부하야. 후배가 찾는 사람이 맞아?”서명월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제가 이번에 천사국으로 온 이유가 바로 그놈 때문이에요. 몇십 년 전, 그자는 선학신침을 훔친 후 광명왕과 함께 이곳으로 도망쳤고 그 뒤로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자의 손에 있는 선학신침을 되찾기 위해 제가 이렇게 찾아온 거예요.”이도현이 당차게 말했다.“선학신침이 그자들의 손에 있어?”서명월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도현 후배. 너랑 선배는 여기서 차나 마시면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직접 태허궁의 제자들을 이끌고 가서 야나기 고로오를 잡아내고 선학신침을 받아올게.”서명월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면서 말했다.“아니에요. 선배. 제가 갈게요.”이도현이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왜 고집을 부려? 내가 너한테 받은 선물들을 생각하면, 적어도 이 정도는 해줘야지. 아니면 정말로 아이를 낳아달라고 할 생각이었던 거야? 그건 좀 너무하잖아.”서명월이 툭 뱉은 말에 이도현은 순식간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아니요... 선배, 장난 좀 그만 치세요. 지금 진지한 얘기 중이잖아요.”이도현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말했다.평생 무공만 익힌 그에게 어찌 이런 과감한 농담을 받아칠 재간이 있는가?“아이를 낳는 게 왜 진지한 일이 아니야? 분명 세상에서 가장 신성한 일인데.”서명월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되물었다.“큭... 아니...”이도현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이 계집애야. 장난 좀 그만 치고 얼른 야나기 고로오가 어디에 있는지나 말해. 이건 반드시 후배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야.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이었다면 선학신침은 진작에 다 찾았어.”윤선아가 때마침 나서서 이도현을 도와 서명월을 설득했다.“쩝, 알겠어요. 그럼 결국 후배에게 보답하는 방법은 아이를 낳는 것밖에 없네요. 좋아요. 아이를 낳아보지 못한 여자가 무슨 면목으로 천하를 주름잡겠어요. 마침 우리 태허산의 인원을 증가하는데 기여하는 셈 치죠.”
“이 벚꽃루는 굉장히 크고 안에는 재미를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엄청 많아. 그야말로 남자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지. 상상 이상의 것들이 다 들어있다고 들었어.”서명월이 계속해서 설명을 늘어놓았다.“야나기 고로오는 바로 이런 곳에서 살면서 날마다 향락하고 있어. 매일 수많은 남자가 벚꽃루를 드나들기에 벚꽃루의 하루 수입이 놀라울 정도로 많다고 들었어.”“그리고 또 하나, 이 벚꽃루는 아주 중요한 역할이 한 개 더 있어. 즉 벚꽃루의 가장 핵심적인 용도는 정보를 수집하는 거야. 두 사람도 알다시피 예로부터 술집과 기생집은 정보를 모으기 제일 쉬운 장소잖아. 이 벚꽃루는 좋은 술과 맛있는 음식은 물론이고, 온갖 미녀들이 있어. 적절한 가치의 물건을 제공할 수만 있다면 안에 있는 건 뭐든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고 여자들도 마음껏 즐길 수 있어.”“즉 겉으로 보기에 벚꽃루는 광명왕이 야나기 고로오를 위해 세워준 오락 장소 같지만 사실 이곳은 광명왕이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곳이야. 야나기 고로오는 그저 이 일을 도맡아서 처리하고 있을 뿐이야.”서명월은 돌아가는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그럼 벚꽃루는 어디에 있어요?”이도현이 물었다.“찾기는 쉬워. 벚꽃루 전체가 지국 스타일로 지어졌기에 천사국의 다른 건축물들과 같이 있으면 눈에 확 띄어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이도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선배를 바라보며 말했다.“선배들. 여기서 저를 기다리고 계세요. 제가 금방 다녀올게요.”“안 돼. 우리도 같이 가.”윤선아가 딱 잘라 말했다.“괜찮아요. 둘째 선배. 방금 명월 선배가 말한 것처럼 벚꽃루는 아주 더러운 곳이에요. 그곳에 가면 선배들의 눈만 더러워질 거예요. 야나기 고로오 하나쯤이야 저 혼자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안 돼. 너 혼자 보내기에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반드시 우리랑 같이 가야 해.”윤선아가 단칼에 거절하며 말했다. 비록 그녀는 이도현이 혼자서 모든 위험을 감당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가 혼자
“명월 선배. 장난이 심하세요. 저는 정직한 사람이에요.”이도현은 자신을 변호했다.“하하하. 남자 중에 정직한 사람이 어디 있어. 세상의 모든 남자는 다 똑같이 예쁜 여자를 보면 발길을 떼지 못해. 아무리 정직한 남자라도 발가벗은 여자를 보면 다 늑대로 변하지.”서명월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주장을 밝혔다.“이 계집애야. 너... 정말 쑥스러운 줄 모르는구나. 후배가 너 때문에 놀라겠어. 조금 점잖게 굴면 안 돼? 꼭 이런 말만 해야겠어?”윤선아가 웃으면서 서명월을 혼냈다.“헤헷...”이도현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이 일곱째 선배는 여덟째 선배보다 농담이 더 심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대담한 말들은 하나같이 충격적이었다.이도현은 진심으로 두려웠다. 서명월이 더 이상 이런 말을 하지 못하게 그는 윤선아가 서명월을 혼내는 틈을 타, 즉시 음양검을 꺼냈다.다음 순간, 강력한 검기가 음양검에서 뿜어져 나왔다.쾅쾅.별안간 엄청난 폭음이 울렸고 거의 동시에 벚꽃루의 문은 순간 먼지로 변했다.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졌다.이도현의 광기 어린 행동을 본 사람들은 숨을 죽이며 경악했다.“맙소사... 후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 깜짝 놀랐잖아.”서명월은 자기의 놀란 가슴을 토닥이며 말했다. 보기에 조용하고 말이 별로 없는 후배가 이렇게 맹렬하게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일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죄송해요. 선배. 저도 모르게 손이 먼저 나갔어요.”이도현은 천진난만한 바보처럼 헤헤 웃으며 두 선배를 바라보았다.서명월은 눈알을 굴리며 생각했다.‘이 녀석... 겉으로는 얌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속 깊은 나쁜 남자 스타일인가 보네.’하지만 그녀는 마침 이런 스타일을 좋아했다.이도현은 곧바로 고개를 돌리더니 다시 눈빛이 싸늘해졌다. 조금 전의 귀여운 강아지 같은 모습은 사라지고 또다시 살인마가 되어 있었다. 그는 곧바로 벚꽃루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야나기 고로오. 얼른 나와...”문
여인들은 하나같이 투명하고 얇은 비단만 걸친 채로 남자에게 마사지를 해주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거의 모든 부위를 마사지해 주고 있었다.남자는 눈을 감은 채 편안하게 즐기면서 띄엄띄엄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전문 과일을 그의 입가까지 먹여주는 여인도 있어 정말 한없이 행복해 보였다. 바로 그때, 밖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주인님. 누군가가 벚꽃루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습니다. 방금 벚꽃루의 문을 부수고 쳐들어왔습니다.”남자는 눈을 감은 채 계속해서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그의 한 손은 옆에 있는 여인의 몸에서 천천히 움직이더니 한참 지나서야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사람을 보내 상황을 처리해 버려. 나를 방해하지 마.”이 사람은 바로 다름이 아닌 이도현이 찾고 있던 야나기 고로오였고 이 벚꽃루의 주인이었다.“하지만 주인님, 밖에 있는 사람이 동방에서 왔다고 합니다. 바로 전에 마룡 천왕의 성을 한바탕 뒤집어 놓았던 그 동양인입니다.”밖에서 여자의 잔뜩 긴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뭐라고?”야나기 고로오는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 너무 급하게 움직인 탓에 그의 품에 있던 여인은 순간 어질했다.야나기 고로오는 여인을 신경 쓸 새도 없이 차갑게 말했다.“너, 들어와서 다시 한번 말해봐.”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문이 좌우로 열렸고 한 여자가 까치발로 걸어 들어와 야나기 고로오 앞에 무릎을 꿇었다.“주인님. 그 동양인이 바로 마룡 천왕의 아들을 죽이고, 마룡 천왕을 불구로 만든 그 사람입니다. 지금 밖에서 주인님더러 나오라고 소리치고 있습니다.”‘동양인? 이도현... 저놈이 나를 찾아온 이유가 대체 뭐지? 원하는 게 뭐야?'야나기 고로오는 인상을 찌푸리며 침묵에 잠겼다.그가 생각에 잠긴 사이 밖에서 또 한 번의 굉음이 울려 퍼졌다.쾅.거대한 소리와 함께 건물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곧이어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야나기 고로오. 내가 이 별관을 망가뜨리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으면 당장 나와라.”차가운 목소리는 벚꽃루의 구
현 시각 벚꽃루 안은 이미 혼란 그 자체였다.놀러 왔던 사람들은 벌써 다른 곳에 마음이 사로 잡혔다. 아름다운 여인들도 좋지만, 이런 구경거리를 보는 것이 훨씬 더 재밌었다.여인은 언제든 오면 다시 만날 수 있고, 술도 언제든지 마실 수 있지만 이런 재미나는 장면은 놓치면 다시는 볼 수 없었다.여인은 내일 와도 벚꽃루에 있는 것이고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해 줄 것이며 술 역시 내일 마셔도 변함없는 맛일 것이다. 그러나 이 구경은 오늘만 할 수 있는 것이었다.그래서 벚꽃루에서 즐기던 사람들은 즉시 바지를 추켜올리고 나와 구경하기 시작했다.이도현이 단 한 검으로 대단한 파괴력을 선보인 것을 본 사람들은 구경하러 나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장면을 구경하는 것은 술을 마시는 것보다, 여인들과 노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다.잠시 후 벚꽃루의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한 장소에 숨어서 이 흔치 않은 광경을 구경했다.그들은 이도현이 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큰일을 경험해 봤지만, 이도현처럼 이렇게 오만한 자를 본 적이 없었다.이도현이 벚꽃루에 쳐들어갔다는 소식은 재빨리 퍼지더니 금세 천사국 곳곳에 널리 퍼졌다.“뭐라고? 동방에서 온 그 악마 같은 놈이 이번에는 벚꽃루에 가서 난동을 부린다고?”“맙소사... 저놈은 천사 황제 밑에 있는 십이 대천왕과 모두 한 번씩 겨뤄볼 생각인 거야?”“저 동양인은 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천사국에서 날뛰는 거지? 도대체 무슨 용기로 이러는 걸까? 저놈은 본인의 뜻대로 움직이는 걸까 아니면 뒤에서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걸까?”“글쎄... 그건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야.”“그런 것을 고민하고 앉아있을 바에는 그냥 가서 확인해 보면 되잖아. 그놈이 자기 뜻대로 움직이는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서 움직이는 것인지 직접 보면 알겠지.”“맞아. 가자. 이건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좋은 구경거리야. 마룡 천왕 성채에서 일어났던 일은 아쉽게 놓쳤지
어전 호위무사는 이도현을 데리고 돌문을 통과한 후 계속 앞으로 나아가 산 끝자락까지 갔다.멀리서부터 산 중턱에 칠색 소용돌이가 보였다. 소용돌이는 시공간의 문처럼 끊임없이 칠색 빛을 반짝이며 신비로운 기운을 풍겼다.“형님, 앞에 보이는 것이 바로 우리가 지키고 있는 성역의 결계입니다. 이 결계를 통과하면 성역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호위무사는 관광 가이드처럼 친절하고 책임감 있게 설명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그가 자연스럽게 형님이라고 말을 바꾼 것이 은근 귀에 거슬렸다.‘지금 호칭을 몇 번이나 바꾼 거야. 참.’처음에는 ‘이 녀석’이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어르신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형님이라고 불렀다. 자꾸 변하는 호칭에 이도현은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심지어 이도현은 고무계와 성역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사랑이 부족했거나, 아니면 예의범절을 잘 배워서 이렇게 행동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물론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고 이도현도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 그는 늘 이래왔다.“가자.”“예. 형님, 저랑 같이 결계에 들어갈 건데 저를 잘 따라오셔야 합니다. 처음 결계를 통과할 때는 조금 적응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눈을 감고 있다가 다시 뜨면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겁니다. 아주 신기하죠.”“형님, 그런데 저 결계는 대체 누가 만들었을까요?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우리 성역에서 가장 강한 사람도 이 성역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너무 신기합니다.”“그래서 사람들은 이 세상에 원래 신선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무계, 성역 그리고 서방의 천사국도 모두 신선이 만든 게 아닐까요? 형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저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됐든 이런 신비한 현상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무사들도 그 이유를 모르고. 그럼 신선이 만들어 낸 것일 수밖에 없죠.”“형님, 이 세상에 만약 신선이 존재한다면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설마 전설에 나오는
“형님... 안됩니다. 제발 저를 그냥 보내주십시오... 저 죽기 싫습니다... 형님... 부탁드립니다.”어전 호위무사가 당황한 얼굴로 애원했다.“갈 거야, 안 갈 거야?”이도현은 이 상황에 어이가 없었다.“형님...”“가? 안 가?”이도현이 버럭 소리치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의 주먹에서 빛이 번쩍였다.“가겠습니다. 갑시다. 형님, 제가 모시겠습니다.”어전 호위무사는 이도현의 주먹에 단단히 겁을 먹었고 하마터면 바지에 오줌을 지릴 뻔했다.“진작에 이렇게 나오면 얼마나 좋아? 반나절 동안 징징대서 뭐해. 어서 앞장서.”이도현은 말이 안 통하는 놈들만 만나니 성격이 또 거칠어진 것 같았다.그는 이미 심경의 문제를 해결해서 성격이 많이 좋아졌다. 더 이상 예전처럼 작은 일에도 화를 내지 않았다.하지만 밖에 나갈 때마다 이런 답답한 놈들을 만나니 속에서 천불이 났다. 그렇다고 사람을 함부로 죽이고 싶지는 않고, 그래서 참으면서 지금처럼 화만 쌓여갔다.“네. 네. 형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는 황궁까지 안 가고 형님을 대진제국까지 모시겠습니다. 남아일언 중천금. 이 약속을 꼭 지키셔야 합니다. 제가 데려다주기 싫은 것이 아니라, 정말 가족의 목숨이 달린 문제라서 안 됩니다. 형님... 이점만 꼭 지켜주십시오. 저에게 진짜 가족이 있습니다.”어전 호위무사는 눈치 없이 이도현의 약속을 받아내려고 했다.“왜 이렇게 말이 많아. 가기나 해...”이도현은 분노를 가까스로 참으며 말했다.“형님, 이것만은 분명히 해주십시오. 제발 약속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래야 제가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제발 좀... 부탁드립니다.”어전 호위무사는 아주 우스운 요구를 제기했다.그는 이도현에게 잡혀 있는 상태인데 상대방에게 요구를 제기하고 있었다.“가자...”이도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주먹을 다시 꽉 쥐었다.“알겠습니다. 형님, 화내지 마십시오... 가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하지만 형님, 제 가족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 절대 약속을 어기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어전 호위무사는 죽은 것처럼 아무 반응이 없었다.“안 일어나? 죽는 척하겠다는 거냐? 그럼 정말 죽여주지. 다시 한번 묻겠다. 만약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영원히 잠들게 하지.”이도현의 차가운 말이 끝나자마자, 땅에 쓰러져 있던 어전 호위무사는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땅에서 벌떡 일어났다.“제... 제발 저를 죽이지 마십시오... 제...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를 죽이지 마세요...”어전 호위무사가 공포에 질려 말했다.그는 조금 전 이도현이 여섯 명의 동료를 죽이는 과정을 똑똑히 지켜보았다.정말 몸서리칠 정도로 끔찍하고 무서웠다.그는 어전 호위무사로서 큰 장면도 많이 겪어봤고, 죽은 사람도 많이 봤다. 하지만 영급 경지의 고수 여러 명이 힘을 합쳐 한 사람을 공격했는데 상대방의 단 한 방에 전부 목숨을 잃는 장면은 정말 본 적이 없었다.주먹 한 방으로 영급 경지의 강자를 피안개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더더욱 본 적이 없었다.검을 한 번 휘두르는데 마치 세상이 멸망하는 듯한 두려움을 느꼈다.그는 그런 두려움을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심지어 바로 직전 그는 차라리 이도현이 한주먹으로 그를 죽이길 바랐다.“널 죽이지 않을 테니까 나를 성역으로 데려다줘.”이도현은 여전히 차갑게 말했다.“그... 안 가면 안 될까요? 저... 저는 대진제국 황제의 호위무사이고 이 결계의 수호자입니다. 만약 제가 길을 안내한다면 황제께서 저를 반드시 죽이실 겁니다.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까지 죽이실 겁니다. 저에게 여든 되는 어머니가 계시고 갓 태어난 아이가 있습니다. 저는 죽어도 상관이 없지만, 우리 가족은...”“어르신, 제발 저를 살려주십시오. 좋은 일 한답시고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다시는 이러지 않겠습니다. 제발 제 가족을 살려주십시오. 제발...”어전 호위무사는 애걸복걸하며 이도현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구나. 영급 경지의 고수가 겨우 이런 핑계로 용서받으려고 하다니. 위로는 여든
그러나 오늘 이렇게 까다로운 상대를 만나 큰 망신을 당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 녀석... 우리가 누구인지 알기나 하고 까부는 거냐?”“이놈, 너 죽었어. 네가 오늘 우리를 건드린 것은 성역 전체를 건드린 것이나 다름없다. 넌 앞으로 평생 추격당할 것이다.”“이 빌어먹을 자식, 너 오늘 죽었어. 감히 우리를 건드려? 딱 기다리고 있어.”“우리는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에서 결계의 문을 지키라고 파견된 자들이다. 방금 네가 죽인 사람은 주작제국의 수호자이고, 대진제국의 어전 호위무사는 생사를 알 수 없어. 우리 또한 모두 네 손에 다쳤고. 네놈은 이제 끝이다.”노자들은 분노에 찬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그들은 이도현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살기 위해 자신의 뒤에 있는 세력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마치 어린아이들이 싸움에서 지면 부모를 거들먹거리며 으름장을 놓는 모습 같았다.“지금 나를 협박하겠다는 것이냐?”이도현이 냉랭하게 말했다.“이건 협박이 아니라 사실이다. 이 결계는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에서 함께 지키고 있는 곳이다. 우리 일곱 명이 각자 한 세력을 대표한다.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은 4대 제국과 3대 종파로 이루어졌다.”“네가 지금 하는 행동은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을 도발한 것과 다름없다. 그러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이놈, 우리는 네가 강하고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를 건드리면 하나님이 와도 널 구해줄 수 없다.”“이놈아, 너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라. 마음 깊이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무공을 폐하면 우리가 기분 좋게 너의 목숨을 살려둘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성역의 7대 최강 세력에서 너에게 본때를 보여줄 것이다.”“그때가 되면 너 혼자 죽는 것이 아니라 너와 관련된 모든 사람이 죽는다.”“이 녀석아, 넌 우리를 때렸지만, 성역의 7대 세력을 때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된 이상 너와
“아...”누군가 비명을 질렀다.“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이 녀석 왜 이리 강해...”“이 녀석 도대체 무슨 경지이길래 이렇게 무서운 거야...”“어쩌죠? 우리가 힘을 합쳐도 저놈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요...”“설마 어느 강대한 종파에서 매장당했던 제자인 걸까요...”“하지만 분명 서른 살도 채 안 되어 보여요. 저렇게 젊은 녀석이 강한 종파의 제자일 리가 없어요...”“혹시 빙의 당한 거 아니겠죠...”다섯 명은 고통을 참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도현에게 발로 차이거나 주먹으로 맞은 노자들은 오장육부가 욱신거렸고, 뼈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이도현의 강대한 실력에 경악하며 통증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들도 강자들을 많이 봐왔다. 회도경지, 도급경지, 심지어 큰 종파의 고인물도 본 적이 있다. 무릎 꿇고 인사해야 하는 그런 인물들 말이다.그들은 이런 사람들이 왜 강대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쨌든 수많은 세월을 살아왔으니 강대할 법도 했다.그러나 이도현처럼 서른 살도 채 안 되는 나이에 이런 무서운 경지에 도달한 고수는 정말 본 적이 없었다.“이건 경고에 불과하다. 죽고 싶지 않다면 당장 비켜라. 난 너희를 죽이고 싶지 않다.”노자들이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할 때 이도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너...”그들은 마음속에 분노가 가득 찼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들은 이곳을 지키기 위해 파견된 자들로써 여기에서 황제처럼 군림하며 살았고 아주 긴 세월 동안 아무도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과거 그들에게 시비를 걸었던 자들은 하나같이 불행을 당했다.이곳에서 그들은 문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들 뒤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 결계를 통과해 성역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그들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수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각종 방법을 써가며 그 문을 넘으려고 했다. 미녀로 유혹하거나 수련 자원으로 매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관계를 써서 들어가려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막무가내로
그들은 이도현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이도현이 처음 나타났을 때, 그들은 이도현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끼지 못했고 진원의 파동도 감지하지 못했다.따라서 그들은 이도현을 수련한 적이 없는 일반인이라 여겼다. 그저 조금 전의 사내에게 속아 이곳까지 왔고, 그를 이용해 성역으로 통하는 결계를 넘어가려고 하는 줄 알았다.이도현이 단 한 방으로 대진제국의 어전 호위무사를 쓰러뜨렸을 때, 그들은 비로소 이도현이 무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자신이 헛것을 본 줄 알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찌 됐든 이도현은 겨우 삼십 살도 안 되는 청년이었기 때문이다.그들은 이 나이의 무사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같은 세대의 사람보다 강할 뿐 자신들의 상대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수백 년 동안 수련해온 그들은 자신의 강력한 내공이 시간을 들여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라고 믿었다. ‘천재라 해도 내공이 하루아침에 폭증할 리가 없어. 천재는 일반인보다 수련 속도가 빠를 뿐, 무제한으로 강해지는 것도 아니잖아.’그들은 이렇게 생각했기에 이도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조금 전, 이도현이 단 한 방으로 자신의 동료를 죽인 것을 본 후에야 그들은 비로소 눈앞의 상대가 만만찮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같이... 저놈을 죽입시다...”한 노자가 큰소리로 외치며 가장 먼저 달려들었다. 그도 주먹을 사용했다. 순간, 검은빛이 주먹을 감쌌고 거대한 늑대 머리가 그의 주먹에서 튀어나와 사납게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한 명이 나서자 나머지 네 명도 즉시 공격에 가담했다. 맨손으로 달려드는 자도 있었고, 무기를 사용하는 자도 있었다. 어쨌든 이 시각, 그들은 각자의 필살기를 모두 꺼내 이도현을 죽이려 했다.하지만 이도현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이곳에 도착한 순간 이미 모든 사람의 실력을 보아냈다.성역의 결계를 지키는 일곱 명의 무사는 모두 영급 경지밖에 안 되었다.조금 전 이도현이 한 방으로 죽인 노자와 바닥에 쓰러져 죽은 척하고 있는 어전 호위
이도현은 냉랭하게 이 모든 광경을 바라보았다. 여섯 명의 노자는 이도현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가 보는 앞에서 대놓고 논의했다.하여 이도현은 결국 화가 치밀어 올랐다. 노자들은 그를 무시하다 못해 하나의 장난감으로 여기며 심지어 돌아가면서 가지고 놀겠다고 했다.한 사람이 다 놀면 다음 사람에게 넘기겠다는 식으로 말이다.이도현은 그들의 대화에서 큰 모욕감을 느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함께 덤벼라.”이도현이 차갑게 말했다.하지만 이 말을 꺼내자마자 이도현은 어딘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노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가지고 놀지에 대한 의논에 응답해버린 것이었다.참으로 멍청한 짓이었다.“이 늙은이들,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도현은 고함을 지르며 곧바로 달려들었다.참 기막힌 하루였다. 조금 전에는 여자처럼 칭얼대는 사내를 만났고 이제는 이렇게 오만하고 멍청한 노자들을 만났으니 말이다.안 그래도 그 사내 때문에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는데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노자 여섯 명까지 만나니 이도현은 더 이상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이도현이 가까스로 억누르던 분노가 결국 폭발했다.이도현은 으르렁거리며 제자리에서 사라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여섯 노자 앞에 나타났다.“이 녀석, 죽으려고...”노자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크게 소리쳤다.그들은 이도현이 어떻게 눈앞에 나타났는지조차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도현의 속도에 깜짝 놀랐다.하지만 노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도현은 주먹을 날려 노자의 가슴을 쳤다.쾅.굉음과 함께 거대한 주먹이 노자의 가슴에 정확히 맞았고, 이도현의 주먹에서 푸른 용의 허영이 튀어나와 노자의 가슴을 관통했다.펑.둔탁한 소리가 들리더니 노자의 몸이 피안개로 되어 사람들 무리에서 퍼져 없어졌다.한 방. 겨우 한 방으로 조금 전까지 누가 먼저 이도현을 상대할 것인지 논의하던 노자가 시체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다.이도현의 이 한 방에 오만하던 다른 노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은 그제야 이
연기 속에서 이도현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전까지 잘난 체하던 어전 호위무사는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앞을 바라보며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어전 호위무사는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았고, 앞쪽의 먼지가 서서히 걷히더니 이도현의 모습이 점차 드러났다.이도현은 한 올의 상처도 없이 제자리에 멀쩡히 서 있었다. 그리고 그가 밟고 있던 땅도 무사했다. 마치 어전 호위무사의 방금 한 방이 이도현이 서 있던 곳만 교묘하게 피해간 것처럼 보였다.“너... 왜... 멀쩡해? 말도 안 돼...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방금 그 검기는 회도경지에 이른 고수도 감히 버티지 못하는데 네가 어떻게...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어...”어전 호위무사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눈앞에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었다.“실력도 없으면서 말이 참 많아. 넌 이미 날 두 번이나 공격했으니 이제 내 차례다.”이도현은 차갑게 말하며 순식간에 어전 호위무사 앞에 나타나 상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주먹을 날렸다.쿵.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어전 호위무사는 비명을 지르며 날려 나가더니 그들이 지키던 커다란 돌문에 부딪혀 땅에 떨어졌다.펑.튼튼한 몸이 땅에 거세게 떨어져 먼지를 일으켰다. 어전 호위무사는 죽은 것처럼 땅에 쓰러져 오랫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대단한 녀석이네. 역시 제법 실력이 있군. 하지만 이렇게 쉽게 저 친구를 쓰러뜨리다니, 우리를 너무 얕잡아본 게 아니냐?”목소리와 함께 양쪽의 방에서 대여섯 명의 노자가 나타나 이도현의 앞을 가로막았다.“이 녀석, 정말 오만하구나. 이곳에 함부로 쳐들어온 것도 모자라 대진제국의 수호자까지 다치게 하다니. 너 때문에 우리가 너무 우스워졌잖아. 그러니 널 죽여야겠다. 알겠냐?”한 노자가 거만하게 말했다.“뭔 말이 그렇게 많아요. 그냥 죽이고 얼른 저 녀석을 구합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무사하지 못할 수 있어요.”“맞아요. 윗사람들이
어전 호위무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이도현이 그의 직업을 무시한 것은 그에게 있어 가장 큰 모욕이었다.그는 어전 호위무사 중에서도 대진제국 황제 앞에서 검을 차고 서 있는 호위무사였다.그런데 그의 그 검, 40미터 길이의 거대한 검이 이도현에 의해 맨손으로 부수어졌으니 호위무사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맨손이 아니라 주먹으로 부수었더라도 호위무사가 이렇게까지 화내지 않았을 것이다.이는 그를 존중하지 않을뿐더러 그의 직업까지 모욕한 것이나 다름없다.잔뜩 화가 난 어전 호위무사는 몸에서 강력한 기운을 내뿜으며 전신의 힘을 검에 주입하고는 다시 이도현을 향해 내리쳤다.“죽어라...”거대한 검기는 이전보다 몇 배나 더 강력했고 수십 미터 길이의 검기는 하늘과 땅을 갈라버릴 듯한 기세로 떨어졌다.그러나 이처럼 강력한 공격에도 이도현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검기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의 실력 차이는 천지 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컸다.영급 경지의 어전 호위무사는 현재의 이도현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다.이도현은 나중에 찾은 두 개의 선학신침을 제련하기 전에도 이미 음양탑의 힘으로 회도경지에 이른 고수를 거뜬히 죽일 수 있었다.그리고 두 개의 선학신침을 제련하고, 담약의 효과에 이어 용주과의 500년 원력까지 얻었으니, 지금의 이도현은 전에 천사국에서 만났던 고수 족제비마저 가볍게 죽일 수 있었다.영급 경지의 무사 따위, 지금의 이도현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보잘것없었다.이도현은 전보다 더욱 지나치게 행동했다. 전에는 적어도 손을 들어 검을 막았지만, 이번에는 어전 호위무사가 내려친 거대한 검을 보고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마치 겁에 질려 멍하니 서서 검기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꽝.굉음이 들리더니 이도현이 서 있던 곳은 거대한 검기에 의해 사방으로 갈라졌고, 지면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깊고 긴 구멍이 생겼다. 그 구멍은 이도현의 뒤로 수백 미터 밖까지 이어졌다.삽시에 현장은 모래바람이 날려 아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