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동안 도대체 어디서 지냈던 거야? 내가 널 얼마나 찾아다녔는데. 난 네가 이미 저 도사 양반이랑 혼인을 맺은 줄 알았어. 자옥아,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기쁘구나...”자옥 여승을 본 순간, 주육 스님의 눈빛은 온통 다정함과 애틋함으로 가득 찼다. 이 순간 그의 눈에는 여승밖에 안 보이는 것만 같았다.“오라버니, 아직 살아 계셨군요... 이... 몇 년 동안 저는 줄곧 혼자였어요. 이 사람이... 계속 저를 피해 다녔어요...”주육 스님을 바라보는 여승의 얼굴에는 쑥스러움이 조금 생겨났다.“백손. 이 영감탱이. 나쁜 자식. 자옥이에게 상처를 주면 내가 널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했어? 안 했어? 그런데 지금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거야?”여승의 말을 듣자 주육 스님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잔뜩 화난 얼굴로 백손도인을 째려보며 물었다.“빤대머리, 이건 나와 자옥의 일이지 당신이 끼어들 일 아니야. 남남인 주제에 무슨 상관이야?”백손도인은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말했다.“자옥아, 이 일을 설명하자면 얘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나중에 말해 줄게. 하지만 나를 꼭 믿어 줘. 나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어. 절대 너를 버리려고 한 게 아니야. 나 그런 사람 아닌 거 너도 잘 알잖아.”“그래요. 오빠. 오빠를 믿을게요.”자옥 여승은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말했다.“자옥아. 절대 이 도사 양반의 빈말에 속아 넘어가지 마. 나랑 가자. 내가 너를 행복하게 해 줄게.”주육 스님은 앞으로 나서서 여승의 손을 덥석 잡고는 격동하며 말했다.“빤대머리야. 얼른 자옥이의 손을 놓지 못해? 어디 감히 내 여자를 뺏으려고 하는 거야? 죽고 싶어...”백손도인은 노스님이 여승의 손을 꽉 잡은 것을 보고 대뜸 질투가 나서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내가 너를 두려워할 것 같아? 지난번에는 자옥이를 봐서 물러났지만, 이번에는 누가 뭐라고 해도 절대 물러나지 않을 거야. 반드시 자옥이를 데리고 가야겠어...”주육 스님도 성을 내며 말했다.
수많은 눈동자가 순식간에 다 칼날 방향을 바라보았다.뒤에 있던 사람들은 다 순순히 그에게 길을 내주었다. 백발이 성성하고 긴 수염의 노자 한 명이 신풍도골한 모습으로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노자는 정신이 말짱해 보였고 강대한 힘을 지니고 있었는데 마치 한 자루의 보도 같이 사람에게 무궁한 위력을 가져다주었다.“그분이다...”“정말로 그분이셔.”“그 마 같은 남자가 정말로 이 세상에 아직 있었어.”그 순간 모든 사람의 눈길은 다 이 노자의 발걸음을 따라 움직였다.마치 눈길이 이 노자에게 단단히 사로잡힌 것만 같았다.“형님... 이 늙은이가 누구예요? 왜 다들 이런 표정을 짓는 거예요?”옆에서 구경하던 한 젊은이가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서 물었다.“대박... 어떻게 이분을 몰라? 너 설마 멍청이야? 무술을 다스리는 사람이 어떻게 이분을 모를 수 있어?”옆에 있던 남자는 바보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젊은이를 바라보았다.“그게 아니라... 제가 무술을 늦게 시작한 데다가 2년 전에야 정식으로 파벌에 입문했어요. 이전에는 산 밑에 사는 나무꾼의 아들로 살아서 모르는 것이 많아요.”젊은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오. 그럼 그럴 수도 있지.”“이보게. 알려줄게. 이분이 바로 60여 년 전에 고무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천하제일도, 마도라네.”쿵.남자의 말에 현장은 순식간에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삽시에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이 시각 거의 모든 사람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고 노자에게 눈길 한번 주지 못했다.마도라는 사람은 정의롭다면 정의롭고 사악하다면 사악한 존재였다. 그는 마도공법을 사용하기만 하면 바로 입마 상태에 빠져 육친도 몰라보고 마귀든 신이든 만나는 족족 다 죽여버리곤 했다.듣는 말에 의하면 은퇴하기 전 마도는 자기 아들과 칼질 솜씨를 겨루던 중 부주의로 마도공법을 사용하여 순식간에 입마 했고 그 자리에서 자기 아들을 단번에 두 동강 냈다고 한다.이 일로 마도는 후회막심했고 결국에는 은퇴하여 고무계에서 자취를 감췄
‘일반인이 어떻게 저렇게 침착할 수 있어?’‘겁먹고 정신이 나간 거 아니야?’‘그런 걸 수도 있겠다. 겁에 질리면 바보같이 웃는 사람도 있다던데 이 자식이 지금 딱 그 모습이잖아.’이도현은 사람들이 자기가 강자들 때문에 겁먹고 정신을 잃은 거로 생각하고 있을 때 입을 열었다.“이 사람들은 모두 공작제국에서 찾은 조력자들인가?”이도현이 덤덤한 목소리로 물었다.“흥. 여기에 있는 선배들은 다 퇴마하려고 온 사람들이다. 모두 대의를 행하려고 온 것이야. 우리 공작제국이 아무리 선배들을 모시고 싶다고 해도 그럴 만한 자격이 되지는 않아. 이 선배들은 모두 능력이 세고 품위가 있으신 분들인데 오늘은 네 이 마귀를 해치우려고 온 것이다.”주왕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지만 아첨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당신들은 그럴 자격이 없긴 하지. 신용이 없는 제국은 그저 한 무더기의 쓰레기에 불과해. 짐승들도 너희랑 같이 있는 걸 꺼릴 거다.”이도현이 냉랭하게 말했다. 말을 마친 뒤 그는 앞에 있는 강자들에게 눈길을 돌려 싸늘하게 말했다.“이왕 먼 걸음 오신 거 다들 죽을 각오 단단히 하시죠.”이도현의 말에 현장은 삽시에 들끓었다.“미친 거 아니야?”“방금 뭐라고 한 거야?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네. 잘난 체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지. 지금은 그럴 분위기가 아닐 텐데.”거의 모든 사람이 이도현의 거만한 말에 깜짝 놀랐다.여기에 있는 강자 중 어느 한 명이라도 고무계를 뒤흔들어놓을 수 있었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이도현이 죽을 각오를 하라고 한 것이다.‘죽고 싶어서 환장한 건가?’아니나 다를까 이도현의 말이 끝나자, 안 그래도 주육 스님 때문에 화가 잔뜩 난 백손도인이 큰소리로 외쳤다.“어디서 주제도 모르는 건방진 짐승 놈이. 주제를 알면 어서 빨리 곤륜옥의 열쇠를 이리 내놓거라. 그럼 황천길은 건너게 해 주지. 아니면 지옥으로 내려보낼 거다.”“그래? 그럼 당신은 지옥 갈 준비가 됐어?”이도현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짐승 같은 자식.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죽으려고 작정했냐? 감히 나한테 손을 써? 살기 싫구나.”노스님의 분노가 폭발하자 손에 들고 있던 석장에 불이 번쩍 들어왔다. 그는 씩씩거리며 이도현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석장은 특수한 재료로 만들어졌다. 위쪽은 빛이 반짝반짝했고 중간에는 주먹만 한 진주가 박혀있었는데 딱 봐도 가격이 어마어마했다.노스님이 원력을 끌어올리자 석장은 마치 신기처럼 휘황찬란한 빛을 내뿜으며 이도현을 향해 달려들었다.그의 석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금색 빛은 거대한 무늬를 이루었다.거대한 卍 표시는 눈부신 금색 빛을 내뿜었는데 멀리서 보면 정말 부처가 강림하여 이 세상의 모든 귀신을 거두어들일 것만 같았다.마치 이 세상을 정화하는 불빛 같았다.비록 주육 스님은 스님의 자격이 부족한 것 같지만 불문의 공법을 나름대로 능통하고 있었다.방금 사용한 기술은 아주 정규적인 불문 공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두 번의 공격만 봐도 사찰에서 장로급 존재라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하지만 이렇게 강한 스님이 왜 하필 금방 아이를 낳고 아직 모유도 떼지 않은 여자를 좋아하는지 참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정말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머리 위에 卍 표시가 떨어지는 것을 본 이도현은 체내에서 오행검법을 작동했다.그러고는 체내의 원력을 극치로 끌어올렸다.그는 강대한 고수들을 상대로 길게 싸우고 싶지 않았다. 반드시 상대방의 요해를 지르고 속전속결 해야 했다. 그래야만 이 사람들의 손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그는 머리를 쓰지 않고 막무가내로 싸울 생각이 하나도 없었다.진원을 다 써버린 무사는 세 살짜리 어린애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이도현은 잘 알고 있었다.쿵.삽시에 오색의 힘이 이도현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그의 몸 뒤에서 붉은색 교룡이 날아오르는 것을 은은하게 볼 수 있었다. 교룡은 그의 몸을 한 바퀴 빙 두르고 나서 사라져버렸다.막강한 오색 빛이 폭발한 순간, 하늘과 땅은 순식간에 오색영롱한 빛으로 물들었고 주육 스님의 금색 빛을
“음양검으로 네 이 늙은 놈을 죽이면 검만 더러워져.”이 말을 들은 주육 스님은 화를 내지 않을뿐더러 뚱뚱한 얼굴에 거만한 미소를 띠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비천한 잡종 놈. 네가 대단한 건 인정해. 방금 그 검술도 좋았어. 하지만 그 검술에 이미 온 힘을 다 했을 거야.”“고작 그 정도 실력으로 날 죽이려고 한 거야? 어림도 없어.”“원래 자비를 베풀어 네 놈의 목숨만은 남겨줄 생각이었는데 그 기회를 제 발로 차버리다니. 이토록 완고하게 나오면 너를 저승으로 보내는 수밖에 없다. 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주육 스님은 자상한 얼굴로 역겨운 소리를 지껄였다. 만약 그가 주육 스님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이 말을 들었더라면 그를 득도하신 스님으로 생각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이 말을 뱉은 그는 역겹기 그지없었다.뒤이어서 불호 소리와 함께 주육 스님은 발을 세게 내디디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꽝 소리와 함께 그가 서 있던 곳에 크고 깊은 웅덩이가 생겼다.불문 천근 낙. 이 기술은 내공이 낮은 무사를 충분히 죽일 수 있었다.하지만 현장에는 약자가 한 명도 없었다.허공에 떠 있는 주육 스님은 끊임없이 수법을 바꾸었다. 몸에서 금빛을 내뿜고 있는 그는 멀리서 보면 금신 나한처럼 두 손으로 석장을 휘두르며 이도현의 머리를 향해 공격을 날렸다.이번에 주육 스님은 물리적인 공격을 날릴 생각이었다. 그는 원력을 밖으로 내뿜지 않고 석장에 주입해서 석장으로 이도현의 머리를 때리려 했다.이도현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손에 든 보검을 휘두르며 앞으로 달려들었다.솔직히 말해서 이도현은 검기로 싸우는 것보다 이렇게 근신해서 싸우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는 이 세상에 아직 음양검과 맞서 싸울 수 있는 병기가 없다고 굳게 믿었다.짧은 병기로 교전하는 것은 제일 직접적이고 그가 제일 좋아하는 방식이었다.오행검술에 음양신공이 더해지자 이도현은 오행검술의 공격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었다.쿵...굉음과 함께 음양검과 주육 스님의 석장이 공중에서 서로 맞닿았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도현이 주육 스님에게 살해됐다고 믿었다.심지어 다른 고수들조차 그렇게 생각했다. 주육 스님의 명성은 이미 오래전에 널리 퍼져 있었고 그의 강력함을 경험한 이들도 많았으니까.이도현에 대해 아는 건 주로 다른 사람들을 통해 들은 말일 뿐, 실제로 본 적이 없었기에 그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눈으로 직접 본 것이 아니면 믿을 수 없었다.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모두의 첫 반응은 이도현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 주육 스님이 죽었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모두가 숨죽여 지켜보던 그 순간, 먼지가 서서히 흩어졌다.다음 순간 모든 사람들의 눈이 믿기지 않는 듯 커졌다.“뭐?”“이럴 수가?”“아니, 이건 말도 안 돼! 이도현이 어떻게 살아있지?”“주육 스님은 어디 갔지?”모든 사람이 눈을 크게 뜬 채 그들은 중앙에 서 있는 이도현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도현은 등에 검을 진 채 한 점의 상처도 먼지도 없이 완전무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리고 주육 스님의 뚱뚱한 몸뚱이는 마치 증발한 것처럼 사라져 있었다.이도현의 발아래에는 끔찍하게 붉은 피가 흩어져 있었다! 그 피 옆에는 몇 개의 보석이 반짝이며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찢어진 살덩이와 피가 묻어 있었는데 왠지 기이해 보였다.멀리서 부서진 석장이 보였고 그것 역시 피범벅이었다.“저... 저건 주육 스님의 석장이잖아... 주육 스님이... 이도현에게 살해당한 거야?”“헉...”모든 이들이 숨을 들이켰고 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그들의 시선은 이도현을 주시하며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특히 이전에 큰소리쳤던 고수들조차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바닥에 한가득 퍼진 피들을 보며 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주육 스님이 패배했어? 죽은 거야?”“어떻게 이런 일이...?”하얀 머리의 마도가 손에 쥔 보검이 끊임없이 떨리며, 마치 서로 싸우려는 듯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 자신의 보검을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저 검이야!
갑자기 비통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현장의 고요함을 깨뜨렸다.그 순간, 다정 여승이 다가오더니 무릎을 꿇고 비통하게 울기 시작했다.“오라버니! 이렇게 죽다니, 오라버니! 돌아와요. 평생 지켜주겠다고 했잖아요! 오라버니... 안 돼요... 죽지 마요… 오라버니, 제발 돌아와요...”다정 여승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처절하게 울었다.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 중 백손 도인 외에는 아무도 그녀를 동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정 여승의 비명에 피식 웃으며, 그저 눈살을 찌푸리며 묘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저 빌어먹을 여승... 정말 역겨워!’‘자기 남자가 있는데 다른 남자를 앞에 두고 이렇게 울고 있다니!’‘보통 집안 여자라면 벌써 돼지우리에서 구속당했을 텐데.’‘정말 뻔뻔하네!’하지만 백손 도인은 마치 이런 일이 익숙한 듯, 얼굴에 분노는커녕 오히려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다정 여승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위로했다.“자옥아, 울지 마...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아. 그만 울어. 네가 이렇게 울면 내 마음이 너무 아파. 착하지? 그만 울어. 내가 있잖아.”백손 도인은 다정 여승을 품에 안고 그녀의 민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계속해서 위로했다.원래는 따뜻한 위로의 장면이어야 했으나, 주변 사람들에게는 그저 역겹게만 다가왔다.“오빠... 오라버니가 죽었어요, 오라버니가 살해당했어요... 오빠... 난 이제 어쩌죠? 오빠... 나 마음이 너무 아파요...”다정 여승은 백손 도인의 품에 얼굴을 묻으며 더욱 처절하게 울기 시작했다.“괜찮아, 아무 걱정 마. 내가 여기 있잖아. 내가 평생 아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착하지. 그만 울어. 몸 상해!”백손 도인은 계속해서 다정 여승을 달래며, 그의 깊은 정에 빠져 있었다. 그는 감정이 북받쳐 올라 입술로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췄다.“웩...”결국 누군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틀어막으며 구역질을 했다.이 장면은 너무나도 불쾌해서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이도현은 한쪽에서 그 광경을
백손 도인은 다정 여승을 부드럽게 내려놓고 일어선 뒤, 이도현을 향해 살기를 내뿜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빌어먹을 놈! 준비됐어?”이도현은 그를 같잖은 듯 쳐다보더니 다음 순간 그의 손에서 검기 한 줄기가 백손 도인을 향해 날아갔다.검기의 움직임은 단호하고 날렵했다.백손 도인은 손에 쥔 불진을 급히 휘둘러 이도현의 검기를 막아냈다.그리고 얼굴이 시퍼렇게 변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빌어먹을 놈! 죽고 싶어?”이도현은 여전히 그를 같잖은 눈빛으로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뻔뻔한 놈! 늙은 여승을 안고 애정행각을 하다니, 역겹지도 않아?”“자기 여자가 대놓고 바람을 피고 있는데 어디서 우쭐대고 있어! 넌 그냥 멍청한 거 아냐?”이도현의 말은 꽤나 거칠었다.멍청하다고 대놓고 말하며 백손 도인의 체면을 그야말로 처참히 짓밟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주위의 고수들은 이 말을 듣고 이상한 표정으로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그들 중 일부 백손 도인을 두려워하지 않는 고수들은 아예 웃음을 터뜨리며 남자면 다 안다는 표정을 지었다.백손 도인의 얼굴은 단번에 새파랗게 질려갔다. 그는 자신을 비웃는 고수들을 뒤돌아보며 분노가 솟구쳤다.“좋아... 빌어먹을 놈, 아주 좋아! 좋아...”“오늘 내가 너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거야! 그리고 네 머리통을 들고 세속계로 갈 거야! 네 나라와 그곳의 사람들까지 모두 제압해서 천벌을 내릴 거야! 날 모욕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줄게!”“그때 가서 피로 강을 물들이고, 네 나라의 쥐새끼 하나 남지 않게 모든 생물을 도살해버릴 거야!”백손 도인은 이를 악물며 한 마디 한 마디에 음산한 기운을 뿜어내며 말했다. 그 목소리는 듣는 이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백손 도인의 음산한 말투에 주변 고수들은 온몸이 떨리며 소름이 돋았다.왜냐하면 그들은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백손 도인은 정말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백손 도인의 행실은 그 어떤 일도 해낼 수 있
남자들은 대개 그렇다. 여자 앞에서 강하게 보이려고 죽기 살기로 애쓴다.자존심과 체면을 세우려는 욕망은 결국 마치 초원의 황소처럼 자존심을 지키려다 교미를 위한 뿔이 부러져도 여전히 아무 일 없는 듯 무리 지어 서 있는 모습과 같았다.백손 도인도 예외가 아니다!이게 바로 인간, 특히 남성의 본능적인 결점이라 할 수 있다.백손 도인은 허리 뒤에서 빠르게 보검을 꺼내는 동시에 강력한 검기를 뿜어냈다.하지만 그의 검기는 이도현의 오행검술 앞에서는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그 검기는 오행검기의 위력에 의해 씻겨 사라졌다.오행검기에는 금속의 소리와 철마의 울음, 그리고 끊임없는 거센 물결 소리까지 오행의 이상적인 소리가 함께 울려 퍼지며 백손 도인에게 향했다.“뭐라고?”방금까지 아내 앞에서 허세를 부리던 늙은 도사는 이제야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찬 바람이 바지 속으로 쑥쑥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 마치 그의 이마까지 시린 공기를 불어넣는 것처럼 느껴졌다.그 오색의 검기는 그의 몸속 깊은 곳까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듯한 위협을 느끼게 했다.“어떻게! 말도 안 돼! 절대 불가능해! 이 빌어먹을 놈이 어떻게 이렇게 강한 내공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왜 내가 이런 느낌을 받는 거지? 왜?”“빌어먹을 놈! 어떻게 이렇게 강할 수 있어! 절대 안 돼! 죽여버릴 거야! 내가 죽여버릴 거야! 자옥이가 실망하면 안 돼! 절대 안 돼!”백손 도인의 내면은 거센 분노로 가득 찼다.죽음이 눈앞에 다가오자 그의 마음은 완전히 격앙되었다.검기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백손 도인은 거의 절망에 빠졌다.그는 이 검기를 막을 수 없었다.검기가 떨어지는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모든 생각이 사라졌다.복수는 무슨! 곤륜옥의 비밀은 무슨! 민머리 자옥은 무슨!살아야 한다!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백손 도인은 마치 깨달음을 얻은 듯했다.이순간 그는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오직 한 가지에만 집중했다.‘살아야 한다!’"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떠오르다 결
백손 도인은 다정 여승을 부드럽게 내려놓고 일어선 뒤, 이도현을 향해 살기를 내뿜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빌어먹을 놈! 준비됐어?”이도현은 그를 같잖은 듯 쳐다보더니 다음 순간 그의 손에서 검기 한 줄기가 백손 도인을 향해 날아갔다.검기의 움직임은 단호하고 날렵했다.백손 도인은 손에 쥔 불진을 급히 휘둘러 이도현의 검기를 막아냈다.그리고 얼굴이 시퍼렇게 변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빌어먹을 놈! 죽고 싶어?”이도현은 여전히 그를 같잖은 눈빛으로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뻔뻔한 놈! 늙은 여승을 안고 애정행각을 하다니, 역겹지도 않아?”“자기 여자가 대놓고 바람을 피고 있는데 어디서 우쭐대고 있어! 넌 그냥 멍청한 거 아냐?”이도현의 말은 꽤나 거칠었다.멍청하다고 대놓고 말하며 백손 도인의 체면을 그야말로 처참히 짓밟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주위의 고수들은 이 말을 듣고 이상한 표정으로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그들 중 일부 백손 도인을 두려워하지 않는 고수들은 아예 웃음을 터뜨리며 남자면 다 안다는 표정을 지었다.백손 도인의 얼굴은 단번에 새파랗게 질려갔다. 그는 자신을 비웃는 고수들을 뒤돌아보며 분노가 솟구쳤다.“좋아... 빌어먹을 놈, 아주 좋아! 좋아...”“오늘 내가 너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거야! 그리고 네 머리통을 들고 세속계로 갈 거야! 네 나라와 그곳의 사람들까지 모두 제압해서 천벌을 내릴 거야! 날 모욕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줄게!”“그때 가서 피로 강을 물들이고, 네 나라의 쥐새끼 하나 남지 않게 모든 생물을 도살해버릴 거야!”백손 도인은 이를 악물며 한 마디 한 마디에 음산한 기운을 뿜어내며 말했다. 그 목소리는 듣는 이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백손 도인의 음산한 말투에 주변 고수들은 온몸이 떨리며 소름이 돋았다.왜냐하면 그들은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백손 도인은 정말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백손 도인의 행실은 그 어떤 일도 해낼 수 있
갑자기 비통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현장의 고요함을 깨뜨렸다.그 순간, 다정 여승이 다가오더니 무릎을 꿇고 비통하게 울기 시작했다.“오라버니! 이렇게 죽다니, 오라버니! 돌아와요. 평생 지켜주겠다고 했잖아요! 오라버니... 안 돼요... 죽지 마요… 오라버니, 제발 돌아와요...”다정 여승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처절하게 울었다.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 중 백손 도인 외에는 아무도 그녀를 동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정 여승의 비명에 피식 웃으며, 그저 눈살을 찌푸리며 묘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저 빌어먹을 여승... 정말 역겨워!’‘자기 남자가 있는데 다른 남자를 앞에 두고 이렇게 울고 있다니!’‘보통 집안 여자라면 벌써 돼지우리에서 구속당했을 텐데.’‘정말 뻔뻔하네!’하지만 백손 도인은 마치 이런 일이 익숙한 듯, 얼굴에 분노는커녕 오히려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다정 여승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위로했다.“자옥아, 울지 마...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아. 그만 울어. 네가 이렇게 울면 내 마음이 너무 아파. 착하지? 그만 울어. 내가 있잖아.”백손 도인은 다정 여승을 품에 안고 그녀의 민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계속해서 위로했다.원래는 따뜻한 위로의 장면이어야 했으나, 주변 사람들에게는 그저 역겹게만 다가왔다.“오빠... 오라버니가 죽었어요, 오라버니가 살해당했어요... 오빠... 난 이제 어쩌죠? 오빠... 나 마음이 너무 아파요...”다정 여승은 백손 도인의 품에 얼굴을 묻으며 더욱 처절하게 울기 시작했다.“괜찮아, 아무 걱정 마. 내가 여기 있잖아. 내가 평생 아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착하지. 그만 울어. 몸 상해!”백손 도인은 계속해서 다정 여승을 달래며, 그의 깊은 정에 빠져 있었다. 그는 감정이 북받쳐 올라 입술로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췄다.“웩...”결국 누군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틀어막으며 구역질을 했다.이 장면은 너무나도 불쾌해서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이도현은 한쪽에서 그 광경을
대부분 사람들은 이도현이 주육 스님에게 살해됐다고 믿었다.심지어 다른 고수들조차 그렇게 생각했다. 주육 스님의 명성은 이미 오래전에 널리 퍼져 있었고 그의 강력함을 경험한 이들도 많았으니까.이도현에 대해 아는 건 주로 다른 사람들을 통해 들은 말일 뿐, 실제로 본 적이 없었기에 그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눈으로 직접 본 것이 아니면 믿을 수 없었다.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모두의 첫 반응은 이도현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 주육 스님이 죽었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모두가 숨죽여 지켜보던 그 순간, 먼지가 서서히 흩어졌다.다음 순간 모든 사람들의 눈이 믿기지 않는 듯 커졌다.“뭐?”“이럴 수가?”“아니, 이건 말도 안 돼! 이도현이 어떻게 살아있지?”“주육 스님은 어디 갔지?”모든 사람이 눈을 크게 뜬 채 그들은 중앙에 서 있는 이도현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도현은 등에 검을 진 채 한 점의 상처도 먼지도 없이 완전무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리고 주육 스님의 뚱뚱한 몸뚱이는 마치 증발한 것처럼 사라져 있었다.이도현의 발아래에는 끔찍하게 붉은 피가 흩어져 있었다! 그 피 옆에는 몇 개의 보석이 반짝이며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찢어진 살덩이와 피가 묻어 있었는데 왠지 기이해 보였다.멀리서 부서진 석장이 보였고 그것 역시 피범벅이었다.“저... 저건 주육 스님의 석장이잖아... 주육 스님이... 이도현에게 살해당한 거야?”“헉...”모든 이들이 숨을 들이켰고 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그들의 시선은 이도현을 주시하며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특히 이전에 큰소리쳤던 고수들조차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바닥에 한가득 퍼진 피들을 보며 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주육 스님이 패배했어? 죽은 거야?”“어떻게 이런 일이...?”하얀 머리의 마도가 손에 쥔 보검이 끊임없이 떨리며, 마치 서로 싸우려는 듯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 자신의 보검을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저 검이야!
“음양검으로 네 이 늙은 놈을 죽이면 검만 더러워져.”이 말을 들은 주육 스님은 화를 내지 않을뿐더러 뚱뚱한 얼굴에 거만한 미소를 띠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비천한 잡종 놈. 네가 대단한 건 인정해. 방금 그 검술도 좋았어. 하지만 그 검술에 이미 온 힘을 다 했을 거야.”“고작 그 정도 실력으로 날 죽이려고 한 거야? 어림도 없어.”“원래 자비를 베풀어 네 놈의 목숨만은 남겨줄 생각이었는데 그 기회를 제 발로 차버리다니. 이토록 완고하게 나오면 너를 저승으로 보내는 수밖에 없다. 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주육 스님은 자상한 얼굴로 역겨운 소리를 지껄였다. 만약 그가 주육 스님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이 말을 들었더라면 그를 득도하신 스님으로 생각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이 말을 뱉은 그는 역겹기 그지없었다.뒤이어서 불호 소리와 함께 주육 스님은 발을 세게 내디디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꽝 소리와 함께 그가 서 있던 곳에 크고 깊은 웅덩이가 생겼다.불문 천근 낙. 이 기술은 내공이 낮은 무사를 충분히 죽일 수 있었다.하지만 현장에는 약자가 한 명도 없었다.허공에 떠 있는 주육 스님은 끊임없이 수법을 바꾸었다. 몸에서 금빛을 내뿜고 있는 그는 멀리서 보면 금신 나한처럼 두 손으로 석장을 휘두르며 이도현의 머리를 향해 공격을 날렸다.이번에 주육 스님은 물리적인 공격을 날릴 생각이었다. 그는 원력을 밖으로 내뿜지 않고 석장에 주입해서 석장으로 이도현의 머리를 때리려 했다.이도현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손에 든 보검을 휘두르며 앞으로 달려들었다.솔직히 말해서 이도현은 검기로 싸우는 것보다 이렇게 근신해서 싸우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는 이 세상에 아직 음양검과 맞서 싸울 수 있는 병기가 없다고 굳게 믿었다.짧은 병기로 교전하는 것은 제일 직접적이고 그가 제일 좋아하는 방식이었다.오행검술에 음양신공이 더해지자 이도현은 오행검술의 공격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었다.쿵...굉음과 함께 음양검과 주육 스님의 석장이 공중에서 서로 맞닿았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죽으려고 작정했냐? 감히 나한테 손을 써? 살기 싫구나.”노스님의 분노가 폭발하자 손에 들고 있던 석장에 불이 번쩍 들어왔다. 그는 씩씩거리며 이도현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석장은 특수한 재료로 만들어졌다. 위쪽은 빛이 반짝반짝했고 중간에는 주먹만 한 진주가 박혀있었는데 딱 봐도 가격이 어마어마했다.노스님이 원력을 끌어올리자 석장은 마치 신기처럼 휘황찬란한 빛을 내뿜으며 이도현을 향해 달려들었다.그의 석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금색 빛은 거대한 무늬를 이루었다.거대한 卍 표시는 눈부신 금색 빛을 내뿜었는데 멀리서 보면 정말 부처가 강림하여 이 세상의 모든 귀신을 거두어들일 것만 같았다.마치 이 세상을 정화하는 불빛 같았다.비록 주육 스님은 스님의 자격이 부족한 것 같지만 불문의 공법을 나름대로 능통하고 있었다.방금 사용한 기술은 아주 정규적인 불문 공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두 번의 공격만 봐도 사찰에서 장로급 존재라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하지만 이렇게 강한 스님이 왜 하필 금방 아이를 낳고 아직 모유도 떼지 않은 여자를 좋아하는지 참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정말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머리 위에 卍 표시가 떨어지는 것을 본 이도현은 체내에서 오행검법을 작동했다.그러고는 체내의 원력을 극치로 끌어올렸다.그는 강대한 고수들을 상대로 길게 싸우고 싶지 않았다. 반드시 상대방의 요해를 지르고 속전속결 해야 했다. 그래야만 이 사람들의 손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그는 머리를 쓰지 않고 막무가내로 싸울 생각이 하나도 없었다.진원을 다 써버린 무사는 세 살짜리 어린애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이도현은 잘 알고 있었다.쿵.삽시에 오색의 힘이 이도현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그의 몸 뒤에서 붉은색 교룡이 날아오르는 것을 은은하게 볼 수 있었다. 교룡은 그의 몸을 한 바퀴 빙 두르고 나서 사라져버렸다.막강한 오색 빛이 폭발한 순간, 하늘과 땅은 순식간에 오색영롱한 빛으로 물들었고 주육 스님의 금색 빛을
‘일반인이 어떻게 저렇게 침착할 수 있어?’‘겁먹고 정신이 나간 거 아니야?’‘그런 걸 수도 있겠다. 겁에 질리면 바보같이 웃는 사람도 있다던데 이 자식이 지금 딱 그 모습이잖아.’이도현은 사람들이 자기가 강자들 때문에 겁먹고 정신을 잃은 거로 생각하고 있을 때 입을 열었다.“이 사람들은 모두 공작제국에서 찾은 조력자들인가?”이도현이 덤덤한 목소리로 물었다.“흥. 여기에 있는 선배들은 다 퇴마하려고 온 사람들이다. 모두 대의를 행하려고 온 것이야. 우리 공작제국이 아무리 선배들을 모시고 싶다고 해도 그럴 만한 자격이 되지는 않아. 이 선배들은 모두 능력이 세고 품위가 있으신 분들인데 오늘은 네 이 마귀를 해치우려고 온 것이다.”주왕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지만 아첨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당신들은 그럴 자격이 없긴 하지. 신용이 없는 제국은 그저 한 무더기의 쓰레기에 불과해. 짐승들도 너희랑 같이 있는 걸 꺼릴 거다.”이도현이 냉랭하게 말했다. 말을 마친 뒤 그는 앞에 있는 강자들에게 눈길을 돌려 싸늘하게 말했다.“이왕 먼 걸음 오신 거 다들 죽을 각오 단단히 하시죠.”이도현의 말에 현장은 삽시에 들끓었다.“미친 거 아니야?”“방금 뭐라고 한 거야?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네. 잘난 체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지. 지금은 그럴 분위기가 아닐 텐데.”거의 모든 사람이 이도현의 거만한 말에 깜짝 놀랐다.여기에 있는 강자 중 어느 한 명이라도 고무계를 뒤흔들어놓을 수 있었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이도현이 죽을 각오를 하라고 한 것이다.‘죽고 싶어서 환장한 건가?’아니나 다를까 이도현의 말이 끝나자, 안 그래도 주육 스님 때문에 화가 잔뜩 난 백손도인이 큰소리로 외쳤다.“어디서 주제도 모르는 건방진 짐승 놈이. 주제를 알면 어서 빨리 곤륜옥의 열쇠를 이리 내놓거라. 그럼 황천길은 건너게 해 주지. 아니면 지옥으로 내려보낼 거다.”“그래? 그럼 당신은 지옥 갈 준비가 됐어?”이도현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짐승 같은 자식.
수많은 눈동자가 순식간에 다 칼날 방향을 바라보았다.뒤에 있던 사람들은 다 순순히 그에게 길을 내주었다. 백발이 성성하고 긴 수염의 노자 한 명이 신풍도골한 모습으로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노자는 정신이 말짱해 보였고 강대한 힘을 지니고 있었는데 마치 한 자루의 보도 같이 사람에게 무궁한 위력을 가져다주었다.“그분이다...”“정말로 그분이셔.”“그 마 같은 남자가 정말로 이 세상에 아직 있었어.”그 순간 모든 사람의 눈길은 다 이 노자의 발걸음을 따라 움직였다.마치 눈길이 이 노자에게 단단히 사로잡힌 것만 같았다.“형님... 이 늙은이가 누구예요? 왜 다들 이런 표정을 짓는 거예요?”옆에서 구경하던 한 젊은이가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서 물었다.“대박... 어떻게 이분을 몰라? 너 설마 멍청이야? 무술을 다스리는 사람이 어떻게 이분을 모를 수 있어?”옆에 있던 남자는 바보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젊은이를 바라보았다.“그게 아니라... 제가 무술을 늦게 시작한 데다가 2년 전에야 정식으로 파벌에 입문했어요. 이전에는 산 밑에 사는 나무꾼의 아들로 살아서 모르는 것이 많아요.”젊은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오. 그럼 그럴 수도 있지.”“이보게. 알려줄게. 이분이 바로 60여 년 전에 고무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천하제일도, 마도라네.”쿵.남자의 말에 현장은 순식간에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삽시에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이 시각 거의 모든 사람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고 노자에게 눈길 한번 주지 못했다.마도라는 사람은 정의롭다면 정의롭고 사악하다면 사악한 존재였다. 그는 마도공법을 사용하기만 하면 바로 입마 상태에 빠져 육친도 몰라보고 마귀든 신이든 만나는 족족 다 죽여버리곤 했다.듣는 말에 의하면 은퇴하기 전 마도는 자기 아들과 칼질 솜씨를 겨루던 중 부주의로 마도공법을 사용하여 순식간에 입마 했고 그 자리에서 자기 아들을 단번에 두 동강 냈다고 한다.이 일로 마도는 후회막심했고 결국에는 은퇴하여 고무계에서 자취를 감췄
“지난 몇 년 동안 도대체 어디서 지냈던 거야? 내가 널 얼마나 찾아다녔는데. 난 네가 이미 저 도사 양반이랑 혼인을 맺은 줄 알았어. 자옥아,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기쁘구나...”자옥 여승을 본 순간, 주육 스님의 눈빛은 온통 다정함과 애틋함으로 가득 찼다. 이 순간 그의 눈에는 여승밖에 안 보이는 것만 같았다.“오라버니, 아직 살아 계셨군요... 이... 몇 년 동안 저는 줄곧 혼자였어요. 이 사람이... 계속 저를 피해 다녔어요...”주육 스님을 바라보는 여승의 얼굴에는 쑥스러움이 조금 생겨났다.“백손. 이 영감탱이. 나쁜 자식. 자옥이에게 상처를 주면 내가 널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했어? 안 했어? 그런데 지금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거야?”여승의 말을 듣자 주육 스님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잔뜩 화난 얼굴로 백손도인을 째려보며 물었다.“빤대머리, 이건 나와 자옥의 일이지 당신이 끼어들 일 아니야. 남남인 주제에 무슨 상관이야?”백손도인은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말했다.“자옥아, 이 일을 설명하자면 얘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나중에 말해 줄게. 하지만 나를 꼭 믿어 줘. 나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어. 절대 너를 버리려고 한 게 아니야. 나 그런 사람 아닌 거 너도 잘 알잖아.”“그래요. 오빠. 오빠를 믿을게요.”자옥 여승은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말했다.“자옥아. 절대 이 도사 양반의 빈말에 속아 넘어가지 마. 나랑 가자. 내가 너를 행복하게 해 줄게.”주육 스님은 앞으로 나서서 여승의 손을 덥석 잡고는 격동하며 말했다.“빤대머리야. 얼른 자옥이의 손을 놓지 못해? 어디 감히 내 여자를 뺏으려고 하는 거야? 죽고 싶어...”백손도인은 노스님이 여승의 손을 꽉 잡은 것을 보고 대뜸 질투가 나서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내가 너를 두려워할 것 같아? 지난번에는 자옥이를 봐서 물러났지만, 이번에는 누가 뭐라고 해도 절대 물러나지 않을 거야. 반드시 자옥이를 데리고 가야겠어...”주육 스님도 성을 내며 말했다.